All Chapters of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Chapter 301 - Chapter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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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1화

그때가 되면 그는 더 이상 다른 누군가에게 막을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서현주의 새하얗고 가느다란 허리를 떠올리던 이장원은 음탕한 눈빛으로 변했다.서현주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그 여자는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뒤돌아 연지훈을 마주했다.그는 속으로 어이가 없었다.‘고작 운전기사 딸 주제에 정말 허세가 장난 아니네. 지훈 씨만 아니었으면 누가 저 사람을 신경 쓰겠어.’그녀는 속으로 계속 서현주를 헐뜯었지만 연지훈을 마주하는 순간 다시 온화한 미소로 변했다.이제 자신과 연지훈 사이의 거리를 완전히 깨달은 그녀는 연지훈과 결혼할 수 있다는 환상을 더 이상 갖지 못했다. 그건 아예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연지훈을 달래서 보내버리는 것이다.연지훈이 떠나면 서현주는 다리도 불편한데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이렇게 생각하자 그녀의 얼굴에는 더욱더 쑥스럽고 순진한 미소가 번졌다.“연 대표님, 죄송해요. 저랑 제 아들의 잘못이에요. 저희...”그녀는 하고싶은 말을 속으로 여러 번 되뇌었지만 아직 말을 끝내기도 전에 연지훈이 먼저 차갑게 끊었다.“지금 누구랑 사과하는 거죠?”연지훈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원래부터 쌀쌀했던 병실이 더욱더 싸늘해졌다.그녀의 얼굴은 순간 굳어져 버리고 말았다.“그게 무슨 뜻이죠?”연지훈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저랑 사과하라고 한 적 없어요.”그녀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다.“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이장원은 연지훈의 검은 눈동자를 본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에 황급히 다가가 그녀를 서현주 쪽으로 끌어당겼다.“대표님, 죄송해요. 지금 바로 서현주 씨한테 사과하라고 할게요.”이장원은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연 대표님께서 서현주 씨한테 사과하라고 하잖아. 누가 서현주 씨한테 등 돌리라고 했어. 그러면 어떻게 사과해.”그녀는 그제야 상황을 이해하고 억울한 표정과 질투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서현주를 바라보았다.침대에 앉아있는 서현주는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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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연지훈의 차가운 목소리에는 거부하면 안 될 것 같은 무시무시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모두가 멈칫한 가운데 정희수는 두려움에 움츠린 채 창백한 얼굴로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깜짝 놀란 이장원은 더욱더 고개를 숙였다.원래 허공을 바라보고 있던 서현주마저 연지훈의 목소리를 듣자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고개 돌려 연지훈을 쏘아보았다.연지훈의 표정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을 만큼 평온했다.이장원은 고개를 숙인 채 몰래 서현주와 연지훈의 표정을 훔쳐보다가 내심 놀라웠다.‘소문에 따르면 연 대표님은 분명 현주 씨를 싫어했던 것 같은데... 아니면 현주 씨가 네티즌들한테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을 때 가만히 있지 않았을 거 아니야. 심지어 유이영 씨를 겨냥한 듯한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도 않았을 테고. 설마 내 판단이 틀린 걸까? 연 대표님이 계속해서 까다롭게 구는 것도 자기를 위해서 그러는 것 같지 않아. 오히려 모두가 말하는 연 대표님이 가장 싫어하는 현주 씨를 위한 것 같단 말이야. 아, 몰라.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연 대표님을 만족시키는 거야.’정희수는 원래부터 어리숙하기 그지없었다. 이장원은 친척과 친구들 사이의 체면만 아니었으면 절대 그녀를 시내로 데려오지 않았을 것이다.지금 보니 더 이상 정희수를 이곳에 남겨두면 안 될 것 같았다.‘온 지 몇 년이나 되었다고 하필 연 대표님을 건드려.’이장원은 연지훈이 화가 풀리는 대로 정희수 모자를 고향 집으로 돌려보낼 예정이었다.만약 연지훈의 화가 계속 풀리지 않는다면...이장원의 눈빛은 순간 날카로워졌다.‘그렇다면 그냥 보내버릴 수밖에. 돈 많은 사람들의 취미는 거기서 거기야. 성폭행이든, 고문이든 자기가 한 행동에 책임을 져야지.’시골에서부터 한 걸음 한 걸음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온 그는 결코 깨끗한 길을 걷지 않았다. 그는 어떻게 해야 돈 많은 사람들을 기쁘게 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지금 정희수에게 사과하게 하는 것은 첫걸음에 불과했다. 만약 연지훈의 화가 계속 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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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연지훈을 힐끔 쳐다보았는데 별다른 표정 없길래 전적으로 자기한테 맡기는 듯한 느낌에 서현주는 곧 미소를 지었다.비록 연지훈이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정확히는 알지 못했지만 연지훈의 권력을 당연히 최대한 활용해야 했다.서현주가 웃으면서 물었다.“원장님은요?”이장원은 이 말을 듣고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아부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서현주의 말뜻을 분명히 알아차린 모양이다.정희수와 이진은 사과했는데 이장원은 왜 사과 안 하냐고 묻는 거였다.이장원은 공손하던 눈빛은 사라지고 약간 원망이 가득한 예리한 눈빛으로 변했다.서현주가 웃으면서 말했다.“조카분이랑 조카 손주도 사과했는데 이제는 원장님 차례인 것 같은데요?”이장원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연지훈을 바라보았다. 마치 연지훈이 대신 나서주길 바라는 듯했다.이때 서현주가 과감하게 물었다.“연 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이장원도 갑자기 고개 돌려 연지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연 대표님.”연지훈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시키는 대로 하세요.”이장원은 어두워진 표정으로 억지 미소를 지었다.“네. 그러면 연 대표님의 뜻대로 할게요.”이장원이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려고 할 때, 서현주가 먼저 말했다.“잠깐만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잖아요.”이장원은 원래 모두의 앞에서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서현주에게 사과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서현주가 말을 끊자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변했다. 속으로는 화가 치밀어올랐지만 표출할 길이 없었다.그는 이를 꽉 깨물면서 물었다.“그게 뭔데요?”서현주는 잠시 그가 억울해하는 표정을 지켜보며 속이 시원했다.그녀는 정희수 뒤에 숨어있는 이진을 가리키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원장님, 일단 조카 손주 화상 상태 좀 확인해 보시겠어요? 조금 전에 심하다고 하셨는데 한 번 더 확인하는 게 좋겠어요. 정말로 상태가 심하면 치료비는 제가 낼게요.”이장원은 굳어진 표정으로 조심스레 연지훈을 바라보고는 마른침을 삼키면서 말했다.“그게... 현주 씨,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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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연지훈의 시선은 서현주의 옆모습에 머물렀다. 병원의 희끄무레한 조명 때문에 그녀의 청아하고 순수한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녀의 얼굴은 예전처럼 건강해 보이지 않았고, 입술까지 창백하고 건조했다. 마치 이제 피어나지 못하고 점점 말라가는 꽃봉오리 같았다.예전의 서현주는 마치 싸움꾼처럼 자신에게 적대적인 사람들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고, 또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꽃처럼 환하게 웃으며 찬란하게 빛났었다. 그야말로 연씨 가문에서 가장 장 키운 꽃이었다.그때 그녀의 눈빛은 맑고 생기가 넘쳤다. 지금처럼 마치 무언가에 혼이 빠져나간 듯 기운 없고 말라버린 듯한 상태가 아니었다. 또 늘 걱정 때문에 얼굴을 찌푸리고 있지도 않았다.연지훈은 문득 오래도록 서현주가 진심으로 웃는 모습을 본 적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서현주가 연씨 저택 침실에서 다시는 자신을 좋아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또 한때 자신을 좋아했던 감정을 짓밟아버린 이후로 한순간도 그녀가 편안해 보인 적 없는 것 같았다.늘 냉정하고 자신이 내린 모든 결정을 후회하지 않던 연지훈조차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했던 행동들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 기분은 뭐지?’연지훈은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마음 한쪽에서 차오르는 여러 감정을 곱씹어 보았다.‘뭔가 낯설어. 내가 후회하는 건가?’오랫동안 느껴본 적 없는 이 감정은 그에게 꽤 낯선 느낌이었다.한참 동안 기다려도 답장을 듣지 못한 서현주는 참을성이 바닥나고 말았다.“왜 말을 안 하는 거예요?”그녀는 고개를 돌렸다가 바로 연지훈과 눈이 마주쳤다.입술을 꽉 다물고 있는 연지훈은 눈빛이 어두운 것이 여전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다.서현주가 시선을 거두려던 순간, 연지훈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살 빠졌네.”서현주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최근에 살 빠진 것은 맞지만 연지훈의 입에서 이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묘했다.겉으로는 걱정하는 듯 보였지만 아무런 자비도 없이 그녀를 궁지로 몰고 가던 사람이 갑자기 이렇게 대하니까 솔직히 적응이 안 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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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서현주는 연지훈이 병실 문 앞까지 걸어가는 것을 눈으로 배웅하다가 문틈으로 유이영의 그림자와 그녀의 치맛자락이 눈에 들어왔다.그 치맛자락을 바라보면서 서현주는 잠시 멍해지고 말았다.유이영이 입고 있는 원피스 브랜드를 단번에 알아본 것이다. 그 브랜드는 평범하지 않았다. 평범해 보이는 티셔츠 하나라도 가격이 몇백만 원을 훨쩍 넘길 정도였다.이렇게 빨리 알아본 것은 옷에 관심이 많아서가 아니라 연씨 가문에 있을 때 우연히 이 브랜드에 반하게 되었고, 연지훈이 비서에게 이 브랜드 옷을 자주 사다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연씨 가문에서 나온 지 벌써 몇 달이 지났지만 그녀는 옷장에 있던 옷 대다수가 연지훈이 사준 이 브랜드였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옷장에 있는 모든 옷의 가격을 합하면 아마 폴 옵션 아파트를 한 채 살 수 있을 정도였다.연지훈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지금처럼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겉으로 다 드러내는 사람이었다.그에 대한 그녀의 첫인상은 항상 찌푸리고 있는 얼굴이었다. 전체 연씨 가문 사람 중에서 서현주가 연씨 가문에 들어오는 걸 가장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처럼 보였다.서현주는 감히 연지훈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연동욱 뒤를 따라 한 명씩 인사를 건넸다.막 연씨 가문에 들어갔을 때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손바닥에 식은땀까지 났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고, 사람들 앞에 서 있으면 자기 심장 소리가 들릴까 봐 걱정될 정도였다.인사를 건넬 때,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연지훈과 처음부터 끝까지 불친절한 연채린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그녀에게 호의적이었고, 웃음 띤 얼굴로 처음 만난 의미로 선물을 건네기도 했다.서현주는 선물을 받아들고 기쁨에 겨워 허리 숙여 고마움의 인사를 건넸다.연동욱은 그녀에게 연채린 생일이 몇 개월 더 빨라서 언니라고 부르라 했고, 시키는 대로 그렇게 불렀지만 돌아오는 것은 콧방귀뿐이었다.겨우 쌓아 올린 자신감이 순식간에 무너진 서현주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바로 시무룩해졌다.연동욱은 침착한 목소리로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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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처음에는 연지훈이 너무 잘생겨서 조금 멍해 있었다.머릿속이 하얘진 그녀는 속으로 계속 잘생겼다는 말은 되뇌었다.연지훈은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집중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서현주는 마치 연지훈의 눈동자에 오직 자기만 들어있다는 착각을 받았다.연지훈이 살짝 고개를 들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내가 무서워?”서현주는 잠시 멍해 있다가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니요.”연동욱이 가볍게 기침하며 말했다.“됐어. 얼른 가서 할 일이나 해. 여기서 현주한테 겁주지 말고.”연지훈은 더욱더 불만스러운 듯 물었다.“나 때문에 겁먹었어?”서현주는 바로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요.”연지훈은 연동욱을 바라보며 살짝 눈썹을 치켜올렸다. 마치 보란 듯이 서현주에게 겁주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연동욱은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저으며 그에게 얼른 가라고 손짓했다.서현주는 고개를 숙인 채 연지훈이 옆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그러다 갑자기 작고 네모난 하얀 박스가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손을 뻗어 잡았다.다음 순간, 뒤에서 연지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처음 만난 선물.”두 번째로 연지훈을 만났을 때, 연지훈의 비서가 연채린에게 주려고 옷을 한 벌 가져왔는데 서현주가 마침 그 자리에 있어서 예의상 받아서 연채린에게 건넸다.연채린은 순간 얼굴을 찌푸리며 서현주가 만진 물건은 싫다고 했다.서현주는 옷을 들고 고개를 숙인 채 어색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얼굴까지 화끈거리는 것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연지훈이 말했다.“채린이가 싫다는데 너라도 가져.”서현주가 멈칫하면서 물었다.“그래도 돼요?”연지훈이 무심하게 대답했다.“내가 괜찮다면 괜찮은 거야.”솔직히 선물 받았다고 그렇게 기쁘지는 않았다. 결국 다른 사람이 원치 않아서 받게 된 선물이기 때문이다.그래도 어느정도 마음이 따뜻해진 그녀는 옷을 들고 방으로 돌아가서 이미 4, 5년 된 휴대폰으로 그 옷 브랜드를 검색했다.아주 오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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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또한 그녀가 아무리 아부하고, 아무리 연동욱에게 칭찬받는 말들을 해도 그가 말했던 거칠고 제멋대로인 연채린에 비할 수 없었다.연동욱이 정말 화난 모습을 보려면 그날 서현주가 완전히 연씨 가문에서 쫓겨나던 그 날을 떠올리면 되었다. 그때가 비로소 피가 물보다 진하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다.옷뿐만 아니라 그녀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수많은 사치품, 그리고 자기 아버지의 연봉보다 훨씬 비싼 물건들은 모두 연지훈이 그녀를 위해 사준 것들이었다.비록 그녀의 요구가 별로 높지 않아도, 물질적 욕구가 강하지 않아도, 도우미가 연지훈에게 귓속말로 가족도 아닌 사람한테 그렇게까지 잘해줄 필요가 없다고 해도 연지훈은 그녀에게 수많은 물건을 선물했다.연씨 저택에 머무는 동안, 서현주는 진짜로 조금 부잣집 따님 같은 특유의 성격이 생겼다.그 성격은 연씨 가문에서 생긴 것이 아니라 연지훈이 버릇 들인 것이었다.물질적인 것을 떠나 연지훈은 그녀를 데리고 다니면서 인간관계를 처리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었고, 연씨 가문 사람으로서 밖에서 굳이 겸손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이 도시에서 네가 두려워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 법을 어기지 않는 한, 자기 몸을 해치지 않는 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괜찮아. 걱정하지 마. 내가 언제나 뒤에서 지켜줄 테니까.”필요할 때면 연지훈은 그녀에게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면서 사람을 분별하고 세상을 살아가는 법도 가르쳐주었다.그는 그녀가 자부심을 느끼고, 상처받지 않길 바랐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랑받기만 하는 사람으로 남지 않길 바랐고, 또 그녀가 스스로 세상을 헤쳐 나갈 능력을 갖추길 바랐다.그 시절, 그녀는 진심으로 혈연관계가 없는 오빠를 존경했고, 연지훈에게서 뭔가를 배우고 싶어 했다.연지훈은 예전에 그녀가 똑똑하고 배우는 속도가 빠르다고 칭찬한 적이 있다.그녀는 자기가 어떤 점에서 똑똑한지 몰랐다. 많은 것들은 연지훈이 몇 번씩 가르쳐줘야 우 배울 수 있었고, 때로는 창피해서 더 이상 묻지 못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서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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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연지훈은 그녀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 나름대로 좋은 선생님이었지만 그녀의 인생을 망친 악마이기도 했다.유이영이 돌아오기 전, 연지훈은 서현주가 닳을세라 애지중지했었다. 심지어 그녀가 연씨 가문 양녀가 된 것을 달가워하지 않던 도우미들조차 그녀를 보고 공손히 인사할 정도였다.연지훈은 부모님 외에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준 정말 좋은 오빠였다. 서현주는 그런 그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고, 그 감정을 오래도록 잊지 못했다.사랑이라는 감정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가족애도 있었다. 몇 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연지훈은 이미 그녀의 뼛속 깊이 새겨져 있었다.그녀의 마음속에서 연지훈은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독보적인 존재였다.그런 그를 마음속에서 지우기란 가슴이 찢어질 듯한 고통일 것이다.전생의 그녀는 정말로 연지훈을 믿지 않을 수 없었고, 그에게서 마음을 완전히 돌리기란 불가능했다. 그는 무려 그녀에게 유일무이한 존재였고, 언제나 그녀를 감싸 안아주던 연지훈이었기 때문이다.유이영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서현주는 아마도 연지훈 마음속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라고 계속 믿었을 것이다.연지훈이 아무리 그녀에게 상처 주는 일을 많이 했다고 해도 기대를 품었을 것이고, 뭔가 연지훈이 돌아와서 예전처럼 무섭게 꾸짖고, 그녀를 일으켜 세우면서 자유롭게 살라고 말해줄 것 같았다.하지만 그에 대한 기대는 딸이 세상을 떠난 순간 사라져버렸다.연지훈이 그녀에게 준 모든 것은 그가 준 고통과 상처를 훨씬 능가했다.그래서 솔직히 만약 전생의 기억이 없었다면 현생에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을 것이다. 똑같이 연지훈에게 돌아오라고 애원했을 것이다.나중에 이사 갈 때, 서현주는 연지훈이 챙겨준 물건들 대신 그해 연씨 저택에 들어왔을 때 들고 왔던 낡은 여행 가방에 자기 돈으로 산 물건들만 챙겨갔다.나머지는 아무것도 챙기지 않았다.그때는 그냥 아무 미련도 남기지 말고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었다.연지훈이 남긴 흔적조차 없애려고 했다.연지훈은 한때 그녀에게 사줬던 옷을 유이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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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유이영의 원피스를 보면서 멍때리고 있던 서현주는 한참 지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연지훈과 유이영은 이미 일찍 떠났고, 병실 문이 닫히자 조용한 것이 마치 아무도 온 적 없는 듯했다.유이영이 입고 있는 원피스는 그녀가 전생에 오랫동안 마음에 들어 했던 원피스였다. 원래는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가 연지훈의 비서에게 사다 달라고 할 예정이었다.하지만 세상일은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았고, 모든 변화는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찾아왔다.그녀가 오랫동안 마음에 들어 했던 원피스는 이제 아무도 사주지 않을 것이었고, 지금의 그녀는 더 이상 살 형편도 되지 못했다.그 원피스는 이제 유이영이 입고 있었고, 서현주가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연지훈은 이제 유이영과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나름대로 계획이 있어서 20만 원 이상으로 옷 살 엄두가 나지 않았다.연지훈은 그녀에게 쏟았던 모든 관심을 조금도 남김없이 거두어들였다.서현주는 연지훈이 유이영에게 관심을 쏟는 모습을 마주한 뒤에야 그전에 자기가 받았던 관심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음을 깨닫게 되었다.관심보다는 베푸는 쪽이 더 맞았다.그녀는 아직도 연지훈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그 역겨운 마음을 나한테 쏟지 마.”서현주는 한때 만약 연지훈을 좋아하지 않았거나, 혹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자기 마음을 꼭꼭 숨겼더라면 연지훈과의 관계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또는 지금처럼 관계가 딱딱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어쩌면 그들은 아주 평범하고 소박한 남매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유이영을 아무렇지 않게 새언니라고 불렀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그녀는 한때 이런 상상을 했지만 결국 연지훈과 유이영 때문에 그 환상이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서현주는 유이영에게 이렇게 말했었다.“저랑 지훈 오빠는 그저 남매일 뿐인데 그마저도 안 되는 거예요?”유이영이 이 말에 대답했다.“저는 지훈 씨 곁에 이렇게 친하게 지내는 여자가 있는 걸 받아들일 수 없어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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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설사 연지훈과 남녀 간의 그런 감정이 없다고 해도 유이영은 절대 그녀를 용납할 수 없었다.연지훈은 유이영의 뜻에 따라 그녀를 멀리할 것이었기에 마음속에 품었던 환상은 현실이 될 수 없었다.서현주는 전생에 있었던 복잡한 일들을 떠올리며 한숨만 내쉬었다.이미 한번 죽었다 살아난 사람이기에 이 기회를 더욱더 소중히 여기고 과거에 얽매여서는 안 되었다.그녀는 침대 머리맡에 있던 물을 한 컵 다 마시고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그 후 며칠간 그녀의 일상은 평온하기만 했다. 연지훈과 유이영은 더 이상 그녀를 괴롭히지도 않았고, 떠들썩하던 인터넷 기사도 모두 잠잠해졌다.장미연은 바빠도 전화 와서 문제는 점차 해결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전했다.학교 쪽 여론도 점차 개선되고 있었고, 학교 선생님들도 더 이상 그녀에게 전화하거나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 음악 선생님은 병원을 두 차례나 방문했는데 학교 고위층의 말을 전하기 위함이었다.대체로 지난 월말고사에서 2등과 큰 차이로 1등을 차지했는데 상처를 잘 치료하고 나서 학교에 복귀하라는 뜻이었다. 학교에서는 그녀가 공부를 열심히 하기를 바랐다. 전체 학교에서 수능 전국 1등을 할만한 사람은 오직 서현주뿐이었고, 만약 그녀가 수능 전국 1등을 따낸다면 학교를 홍보할만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다.강혜인도 그녀에게 요즘 장사가 좋아져서 그전보다 수입이 2배로 늘었다고 했다.모든 게 점점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서현주는 매일 공부만 했고, 아줌마가 만든 영양식과 엄마가 끓여준 사골국을 마시면서 조용히 일상을 보냈다.서현주의 뼈는 병원에서 다 으스러질 지경이었다.병원에서 치료받는 동안은 서현주가 다시 태어난 이후로 가장 편안하고 여유로운 시간이었다.하지만 서현주는 자꾸만 연지훈이 마지막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반드시 사과해야 할 거야.”서현주는 저녁에 엄진경이 가져온 사골국을 마시고 약간 졸렸지만 머릿속에는 자꾸만 연지훈의 말이 맴돌았다.그녀는 이불 속에 누워 눈을 끔뻑끔뻑했다.‘왜 그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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