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의 모든 챕터: 챕터 431 - 챕터 440

465 챕터

제431화

서현주는 잠시 멍하니 창밖을 보다가 문득 생각했다. 만약 전생의 그녀가 지금의 자신을 본다면 아마 정말 기뻐했을 거라고.그리고 전생의 딸이 살아 있었다면 지금 이 정도의 자산으로 딸에게 어떤 불행도 닥치지 않게 지켜줄 수 있었을 텐데. 영양실조로 뼈가 드러날 만큼 굶는 일도, 분유 값이 없어 발버둥 치는 일도 절대 없었을 것이다.그 아이는 평안하고 넉넉하게 자랐을 거고 서현주가 가진 모든 걸 물려받을 수 있으며 세상 누구보다 사랑받고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다.그때 누군가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들어와요.”서현주는 감정을 꾹 누르고 공허하고 슬퍼 보이는 표정을 거두며 의자에 앉았다.단정한 정장 차림의 비서 차연희가 들어왔고 늘 그렇듯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대표님, 코윈 쪽에서 답장이 왔습니다.”“말해봐요.”“코윈의 곽 대표님께서 이번 건은 본인에게 결정권이 없어서 하경시에 있는 운진 테크의 연 대표님을 찾아가라고 했습니다. 곽 대표님의 말로는 이미 연 대표님을 몇 차례 찾아갔는데 계속 바쁘시다며 시간을 안 내주셨다고 합니다.”서현주는 창업하고 이 업계에 발을 들인 뒤로 다른 사람에게서 연지훈에 대한 이야기는 종종 들었다.연지훈과 유이영은 아이를 낳았다고 하며 서현주가 대학교 1학년이던 해에 하경시에서 결혼식을 성대하게 치렀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들이 금슬이 좋아서 보기만 해도 부러웠다고 했다.연지훈이 회사를 세계 각지로 확장했고 그 속도를 따라잡을 사람이 없다는 소문, 아내와 아들을 위해 거대한 규모의 자선재단을 만들었다는 이야기, 유이영을 위해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따로 개설해 줬다는 말까지... 그동안 서현주는 그 모든 걸 의도적으로 무시했다.그녀는 일부러 신경 쓰지 않으려 했고 그들과 마주칠 가능성조차 없게 길을 피해 다녔다. 투자를 못 받아 온갖 문전박대를 당하던 시절에도 서현주는 단 한 번도 그 사람을 찾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그녀와 연지훈, 그리고 유이영은 분명 같은 업계에 있어도 어긋난 두 선처럼 끝없이 멀어지기만 하는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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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2화

사무실 안의 분위기가 너무 오래 무겁게 가라앉아 있자 차연희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대표님, 아까 게임기획실의 장 실장님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실장님이 연 대표님과 아는 사이라고 직접 운진 테크에 가서 협상해 보겠다고 합니다. 블랙화이트 버니 게임 판권도 본인이 최대한 따내보겠다고 하시고요.”서현주는 눈을 뜨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일단 가 보라고 해요. 안 되면 그때 다시 나한테 보고하고요.”한참 만에 서현주가 입을 열자 차연희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서현주는 나이가 많지 않지만 평소 직원들에게 불필요하게 엄격한 사람도 아니었다. 이 회사는 복지도 좋고 사내 분위기도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서현주가 일에 있어 디테일 하나도 용납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모두가 안다. 그래서 작은 실수조차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었다.“사실 그렇게 걱정하실 필요까지는 없어요.”차연희가 표정을 풀며 말을 이었다.“연 대표님도 게임 판권을 꼭 쥐고 안 팔겠다는 분위기는 아니더라고요. 게다가 연 대표님이 만들려고 하는 게임은 우리 거랑 장르가 완전히 다르대요. 그래서 충돌할 일이 없어 보여요.”서현주가 물었다.“그쪽은 어떤 게임인데요?”차연희가 솔직하게 말했다.“유이영 씨가 피아니스트잖아요. 연 대표님이 유이영 씨를 위해 피아노 리듬 게임 비슷한 걸 준비 중이라고 해요. 우리 회사의 육성 모험형 게임하고는 전혀 겹치지 않으니까 판권을 넘길 가능성도 꽤 크다는 거죠. 그리고 블랙화이트 버니 게임 판권이 워낙 고가라 연 대표님도 사업가인 이상 이득이 큰 쪽을 선택하겠죠.”서현주가 말했다.“알겠어요. 가서 장란희 실장을 불러와요. 할 말이 있어요.”“네.”장란희가 와서 상황을 설명하자 서현주는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몇 마디 당부를 건네고 바로 장란희를 하경시로 출장 보냈다.토끼단 프로젝트는 서현주가 직접 기획하고 끌어온 작품이었다.회사가 몇 년 동안 공들여 만든 대규모 동물 세계관의 육성 게임인 그것은 광활한 맵, 정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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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그러자 이제 두 사람 모두 언제든 이 차를 편하게 몰 수 있게 됐다.서현주는 고개를 숙여 자기 운전기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먼저 집에 들어가고 내일 차를 자기 아파트 단지 앞으로 가져다 놓으라고 했다.그리고 걸어가서 익숙하게 조수석의 문을 열었다.“웬일로 데리러 나왔어요? 내가 붙잡아서 야근시킬까 봐 도망간다면서요?”그동안 늘 서현주와 티격태격하던 안요한은 오늘은 왠지 말이 없었다.“사용자 피드백은 어때?”서현주는 안전벨트를 채우며 말했다.“꽤 좋아요. 아직까지 다른 버그는 발견되지 않았어요.”안요한은 짧게 대답한 뒤 말없이 시동을 걸었다.서현주는 하루 종일 기운을 쏟아 이미 많이 지쳤고 말할 힘도 없어서 뒤에 몸을 기대고 멍하니 창밖의 스쳐 지나가는 불빛만 바라봤다.오랫동안 침묵이 이어지다가 안요한이 결국 말을 꺼냈다.“블랙화이트 버니의 게임 판권을 확보한 거 맞지?”서현주가 눈썹을 살짝 움직였다.“아니요. 변수가 생겼어요.”그녀는 헤드레스트에 기댄 채 고개를 돌려 안요한의 옆모습을 바라봤다.안요한은 정말 잘생겼다. 창밖의 네온사인이 그의 얼굴을 비출 때마다 이목구비가 더 깊어 보였다. 차 안은 살짝 어둑했고 서현주는 정확히는 보이지 않았지만 평소 늘 혈색이 좋던 그의 입술이 지금은 꽉 다물려 있는 것만은 확실히 보였다. 속에 뭔가 꽉 막힌 듯한 표정이었다.“어떤 변수가 생겼는데?”서현주는 그를 조용히 바라볼 뿐, 대답하지 않았다.안요한은 결국 참다 못한 듯 빨간불에 걸린 틈을 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봤다.“왜 말을 안 해?”그의 말투가 딱딱했다.서현주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요한 씨는 뭘 알고 있는데요?”이 몇 년 동안 그녀는 안요한이 눈치 빠르단 걸 발견했다.그는 서현주가 연씨 가문, 그리고 연지훈과 어떤 관계였는지 모를 리가 없었다. 그녀가 숨기고 싶어 했던 옛 이야기도 아마 안요한과 안씨 가문 사람들의 눈에는 이미 다 벗겨진 가리개에 불과했을 것이다.안요한은 서현주의 말에 오히려 더 화가 난 듯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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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그럼 넌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 생각이야?”마침 그때 안요한은 서현주가 사는 아파트 단지 주차장으로 차를 끌고 들어갔다.몇 년 전 서현주는 처음으로 큰돈을 벌었을 때 회사 근처의 대형 아파트를 하나 샀고 강혜인도 바로 이어서 같은 단지에 집을 샀다.원래 강혜인은 서현주의 바로 맞은편 집을 살 예정이었는데 나중에 안요한의 설득으로 한 층 아래 집을 샀고 그 덕분에 서현주의 맞은편 이웃은 안요한이 되었다.서현주는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요? 연지훈 씨라고 이 사업에서 손 놓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안요한은 바로 차 문을 잠그고 따라오더니 서현주의 팔을 꽉 붙들었다.“무슨 뜻이야, 너 그 사람이랑 만날 거야? 너 그때 코윈의 곽 대표님이랑도 직접 만나서 얘기했잖아.”서현주는 아무렇지 않은 듯 어깨를 으쓱했고 뒤돌아서 안요한을 응시했다. 그런데 그의 눈빛을 본 순간, 그녀는 멈칫했다.안요한은 평소에 늘 무심했고 사람을 볼 때도 차가웠으며 세상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듯했는데 지금 그의 눈빛은 이상하게도 긴장한 기색으로 가득했고 거의 취조하듯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서현주는 어이가 없었다.“혹시 연지훈 씨랑 원수예요? 그런 소리는 들은 적 없는데?”안요한은 입술을 깨문 채 초조한 기색으로 말했다.“맞아, 나 그 사람이랑 원수야. 그러니까 말해. 넌 어떻게 할 거야?”“정말 원수라고요?”서현주가 의심스러운 눈길로 그를 봤다.“설마 나를 속이려고 지어낸 건 아니죠?”안요한은 그녀의 팔을 잡은 손에 점점 더 힘을 줬다.“빨리 말해. 어떻게 할 건데. 네가 못 하겠으면 내가 할게.”서현주는 팔을 살짝 움직이며 놓으라는 신호를 주고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어떻게 하긴요, 당연히...”“안요한.”그 순간 울먹이는 듯한 맑은 목소리가 주차장 반대편에서 울렸다. 그러자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봤다. 거기에 하얀 짧은 원피스를 입은 젊은 여자가 서 있었다.그 여자는 아주 젊어 보였고 얼굴이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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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화

서현주는 들고 있던 숟가락을 툭 내려놓으며 한숨을 쉬었다.“엄마, 그건 또 무슨 소리예요. 우리 진짜 아무 사이도 아니라니까요. 몇 년째 그렇게 오해하는 거예요? 그리고 요한 씨가 나를 좋아한다는 건 어쩌다 나온 결론이에요? 말도 안 돼요.”생각해 보면 이 몇 년 동안 그녀와 안요한 사이에는 썸 타는 기류도 없었고 안요한은 이유도 말 안 하고 불쑥 사라지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어디를 가는지, 언제 돌아오는지, 언제 다시 떠나는지, 그런 걸 한 번도 먼저 말해준 적이 없었다.남자가 여자를 좋아하면 그렇게 이유도 없이 자꾸 사라질까? 말도 안 되는 얘기다.이런 것들만 봐도 두 사람은 그냥 오래 알고 지낸 이웃일 뿐이고 서현주의 입장에서는 안요한에게서 그녀를 ‘좋아한다’는 기미 자체가 단 한 번도 느껴진 적이 없었다. 정말 조금도.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틈만 나면 둘을 이어주려고 했다. 그 주변 사람들에는 엄진경도 있고, 강혜인도 있고, 심지어 말수 적기로 유명한 나민석까지 끼어 있었다. 서현주는 진심으로 이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엄진경이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뭘 오해했다고 그래, 응? 네가 끝까지 잡아떼는 거잖아. 내가 보면 이웃 총각 사람은 진국이야. 몇 년 동안 틈만 나면 나한테 와서 요리를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지, 네가 뭘 좋아하는지 물어보지. 그렇게 좋은 남자는 반드시 잡아야 해. 안 그러다 다른 여자한테 뺏기면 그때 가서 너 울어도 소용없어.”서현주는 무표정한 얼굴로 입 안의 음식을 씹었다. 귀에는 엄진경의 잔소리가 들려오고 머릿속에는 아까 주차장에서 안요한이 그 여자를 따라 급하게 뛰어가는 뒷모습이 떠올랐다.안요한의 그 난감하고 걱정 가득한 표정은 절대 연기가 아니었다. 걸음도 정말 급했고 그 여자를 걱정하는 게 눈에 보였다. 하지만 서현주는 그 여자가 누군지 몰랐다.그녀는 엄진경의 말을 다 듣고 씹던 걸 삼킨 후 천천히 말했다.“그 생각은 접으세요. 요한 씨는 방금 다른 여자한테 갔어요.”그러면서 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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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아침에 집에서 나온 서현주는 평소처럼 안요한의 집 초인종을 눌렀다. 그녀는 그것이 아주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안요한이 그녀의 회사 하유 그룹에서 한 달 동안 일하겠다고 약속했고 대표로서 직원의 출근을 챙겨주는 건 의무니까.하지만 초인종이 울린 뒤 한참 동안 아무 기척도 없었다. 서현주는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아침 9시 20분이었다.아마 안요한은 어제 밤늦게 들어와서 아직도 자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회사 출근 시간은 열 시인데 안요한도 직원이니 당연히 그 시간에 맞춰 출근해야 했다.서현주는 초인종을 한 번 더 눌렀고 이번엔 문이 열렸다. 그런데 문 앞에 서 있는 여자를 보고 서현주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어제 주차장에서 봤던 그 여자네?’서현주의 얼굴에 금세 웃음기가 번졌다.‘요한 씨 은근히 빠르네. 벌써 데려왔어?’여자가 입고 있는 건 딱 봐도 잠옷이었고 서현주의 입꼬리는 더 올라갔다.그 여자는 눈이 동그랗고 피부가 맑고 깨끗하며 귀여운 인상이었다. 어제 저녁에는 시원한 미니원피스를 입고 있더니 오늘 아침에는 안요한의 잠옷을 입고 있다.잠옷은 그 여자에게 좀 커 보였고 소매랑 바짓단을 몇 번이나 접어 올렸다. 전체적으로 몇 사이즈는 큰 옷이라 헐렁하게 그녀의 몸에 걸쳐져 있었다. 넓은 목깃 사이로 하얗고 예쁜 쇄골까지 드러나 있었다.서현주는 안요한이 좋아하는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진심으로 궁금해졌지만 지금은 일 얘기가 우선이라 나중에 물어도 되겠다 싶었다. 그녀는 괜히 가볍게 기침하고 말했다.“저기, 혹시 요한 씨...”“또 그쪽이에요?”귀엽고 예쁜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지더니 여자는 입술을 깨물며 서현주를 노려봤다.“왜 왔어요? 전에도 요한이한테 이렇게 계속 들러붙었던 거예요?”서현주는 멈칫하더니 곧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오해예요. 저는 그냥 요한 씨를...”“그쪽이 무슨 일로 요한이를 찾아왔든 나랑 상관없어요! 아침부터 그렇게 예쁘게 꾸미고 찾아오는 건 도대체 무슨 의도예요?”여자는 매서운 눈빛으로 서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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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어젯밤에 집에 너무 늦게 들어왔고 신가영은 또 하루 종일 새침한 공주님 모드에 온갖 까탈을 다 부렸다. 안요한이 겨우 그녀를 찾아서 데려와 진정시키고 챙겨주다 보니 어느새 한밤중이 되어버렸다.안요한은 원래 서현주를 찾아가서 이것저것 설명하려 했지만 그 시간에 분명 잠들었을 거라 판단해 그냥 포기했고 씻지도 못한 채 그대로 쓰러져 잠들었다. 그는 아침에 눈 뜨자마자 샤워부터 하고 머리까지 감았다.안요한은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거실 소파로 걸어가 허리를 숙여 서랍에서 드라이기를 꺼냈다.“관리사무소에서 뭐라고 했는데?”그가 드라이기 전원을 켜며 물었다.신가영은 눈동자를 굴리더니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그냥... 뭐, 동네 행사 참여하겠냐고 묻던데? 너 이런 거 싫어하잖아. 그래서 내가 대신 거절했어.”안요한은 ‘아’ 하고 짧게 대답하곤 더 캐묻지 않았다.안요한은 외모 자체가 반칙이었다. 얼굴도 몸도 타고났고 심지어 아무 디자인도 없는 잠옷을 입어도 비율이 너무 좋아서 옷태가 났다. 넓은 어깨와 목선, 길게 뻗은 다리, 고개를 살짝 숙이고 머리카락을 말리는 모습까지 그림 같았다.샤워를 막 끝낸 터라 손가락 마디에 은근히 분홍빛이 도는 것도 그렇고, 손등에 도드라진 혈관도 그렇고... 저 손으로 머리를 쓸어 올리면 도대체 얼마나 멋있을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신가영은 그 모습을 보자 얼굴이 화끈거렸고 심장이 마구 뛰었다. 드라이기 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그녀는 슬며시 다가가 안요한의 옆에 앉고 자연스럽게 그와 팔짱을 꼈다.“내가 말려줄까? 내가 해줄게, 응?”안요한은 짧게 혀를 찼다. 그러다 드라이기를 끄고 자기 팔을 쏙 빼냈다.“거리 좀 둬. 네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애처럼 굴어?”그러고는 다시 드라이기를 켰다.“괜찮아. 나 혼자 할 수 있어.”그의 반응에 신가영은 얼굴이 확 굳었고 억울함이 목까지 차올랐다.“왜 말을 그렇게 해? 우리 곧 약혼하잖아. 그런데 너 왜 자꾸 이래?”안요한은 드라이기를 또 꺼버렸고 표정도 순식간에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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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이게 뭘 의미하냐면, 바로 안요한이 다른 여자를 집에 데려왔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그 여자와 이미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었다는 의미였다.그 여자가 아침 일찍부터 안요한의 집에 찾아왔는데 둘이 도대체 뭘 하려고 한 건지 감도 안 잡혔다.신가영은 분노로 온몸을 떨며 외쳤다.“주차장에서 봤던 그 여자 맞지? 너 그 여자랑 사귀는 거야?”안요한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고 드라이어를 든 채 계속 머리를 말리면서 말했다.“너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얼른 집에 돌아가. 어젯밤에 네 부모님이 나한테 전화를 몇 통이나 했어. 걱정 많이 하시더라. 빨리 연락이나 드려.”신가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큰 목소리로 말했다.“난 네가 그 여자랑 만나는 거 절대 허락 못해!”안요한은 표정에 짜증이 묻어난 채 말했다.“소리 좀 지르지 마. 옷 갈아입고 아침 먹어. 사람 불러서 너를 집까지 데려다 주라고 할게.”그러자 신가영은 갑자기 거실 바닥에 앉더니 테이블의 다리를 꽉 끌어안으며 버텼다.“나 안 가. 여기서 살 거야. 네가 그 여자랑 헤어지기 전까지 나 절대 안 가.”그러자 안요한은 머리가 지끈거렸다.신가영은 신씨 가문의 손주들 중 유일한 여자라 온 가족이 떠받들며 키운 데다가 하고 싶은 건 뭐든 다 해버리는 성격이라 성질도 장난이 아니었고 어릴 때부터 고집이 세 정말 감당이 안 됐다.안요한은 머리를 다 말리고 드라이어를 원래 자리에 밀어 넣었다.“네가 뭐라든 상관없어. 한 시간 뒤에 내가 부른 사람이 도착할 거고 넌 무조건 나가야 해.”그렇게 말하고 그는 식탁 앞으로 가 아침을 먹기 시작했고 음식을 먹으면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신가영은 자신을 완전히 무시하는 듯한 안요한의 뒷모습을 보면서 바로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안요한! 넌 진짜 인간도 아니야!”그녀의 울음소리가 너무 커서 안요한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지만 다시 아무렇지 않게 휴대폰 화면을 켰다.카카오톡에 들어가자마자 맨 위에 고정해 둔 서현주와의 대화창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거기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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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화

안요한은 캐주얼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밝은 회색 후드티에 연한 조거 팬츠를 매치한 모습은 멀찍이서 보면 그냥 대학교 캠퍼스에서 볼 법한, 금방이라도 공 차러 갈 것 같은 청량한 대학생 같았다.그는 거울 앞에서 머리를 가볍게 쓸어 올려 또렷한 이마 라인과 날렵한 눈썹을 드러냈다.뒤에 서 있는 신가영은 경계와 서러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디 가려고?”안요한은 그녀를 스쳐 지나 문 쪽으로 걸어가더니 허리를 숙여 신발장을 열어 신발을 꺼냈다.“출근.”신가영은 미간을 팍 찌푸렸다.“말도 안 돼. 할아버지가 너 지금 무직 상태라고 했는데 어디로 출근해?”그녀의 눈빛이 심각하게 날카로워졌다.“너 나한테 거짓말한 거야? 그 여자 만나러 가는 거지, 맞지?”안요한은 신발 끈을 묶고 고개를 들며 귀찮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내 일에 상관하지 마. 얌전히 여기 있어. 곧 누가 데리러 올 거니까.”그의 손이 문고리에 닿은 순간 신가영은 정신이 나간 듯 소리를 질렀다.“안 돼!”그녀는 한걸음에 뛰어와 안요한의 앞을 가로막고 두 팔을 벌려 문을 완전히 막아섰다.“가지 마. 나랑 같이 집에 있어주면 안 돼?”그녀의 눈가가 금세 붉어지고 눈물이 그렁그렁 차올랐다.“요한아... 제발 가지 마. 나랑 있어줘, 응?”안요한의 표정이 확 굳었고 그는 신가영의 팔을 치우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만해.”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신가영의 어깨를 살짝 밀어내고 한 손으로 문고리를 다시 잡았다. 그의 표정은 철벽처럼 차갑고 무심했다.하지만 신가영은 그런 안요한의 표정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그의 냉정함이 그녀를 더 미치게 만들었다.신가영은 갑자기 울먹이며 그의 허리를 끌어안고 얼굴을 그의 가슴에 파묻었다.“너 정말 나를 안 좋아하는 거야? 우리 어릴 때부터 같이 컸잖아. 네가 항상 나를 챙겨줘서 친구들도, 민준 오빠도 네가 나한테만 유독 다르게 대해준다고 그랬어. 내가 아프면 네가 항상 챙겨줬고 우리 부모님이 없을 때마다 나를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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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0화

안요한의 속눈썹이 아주 살짝 떨렸다.서현주는 서로 꽉 껴안고 있는 두 사람을 보자 눈빛이 점점 복잡해졌다. ‘꽉 껴안고 있다’는 말은 진짜 과장이 아니었다.안요한의 잠옷을 입고 있는 여자는 그의 품에 안겨 있었고 눈에 보일 정도로 두 팔에 힘을 주어 그의 허리를 끌어안고 있었다. 그 힘 때문에 안요한의 회색 후드티에 주름이 깊게 졌다.그 장면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서현주는 10분 전에 이미 아파트 단지를 벗어났다가 회사로 가는 길에 새로 출시된 게임에서 해결 안 되는 또 다른 심각한 버그가 발견됐다는 연락을 받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그녀는 안요한을 데리러 오면서 겸사겸사 그 소식을 알려주려 한 것뿐이었다. 그런데 이런 장면을 보게 될 줄은 진짜 상상도 못 했다.서현주와 안요한은 서로 눈이 마주친 채 굳어 있었고 안요한의 눈빛은 그가 지금 패닉 상태라는 걸 나타냈다.소리가 하나도 없는 어색한 정적 속에서 서현주가 먼저 손을 내리고 예의 바른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자신이 두 사람의 좋은 시간을 방해했다는 생각에 그녀는 안요한의 사랑을 축하해 주며 민망함을 덜어보려고 했다.“와... 그럼 이분이 요한 씨의 여자 친구인 거죠? 두 사람 되게 사이 좋아 보이네요. 축하해요.”안요한은 당황해서 눈을 크게 뜨고 급하게 신가영의 어깨를 붙잡았다.“아니야. 네가 오해...”하지만 서현주는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끊었다.“괜찮아요. 나도 다 알아요. 굳이 두 분의 관계를 나한테 설명할 필요는 없잖아.”신가영은 목소리만 들어도 상대방이 누군지 바로 알았다.이런 타이밍에 그녀는 절대로 안요한을 놓아줄 리가 없었고 오히려 밖에 있는 서현주에게 자신들의 관계를 보여주고 싶었던 터라 안요한의 허리를 더욱 꽉 끌어안았다.안요한은 눈에 띄게 더더욱 초조해졌다.몇 년 동안 이웃으로 지내 온 서현주는 지금 안요한이 얼마나 난처한지 단박에 알아차렸다. 그래서 오히려 더 친절하게 말했다.“아, 일부러 방해하려고 온 건 아니고요. 요한 씨한테 오늘 출근하는 날이라고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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