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주는 들고 있던 숟가락을 툭 내려놓으며 한숨을 쉬었다.“엄마, 그건 또 무슨 소리예요. 우리 진짜 아무 사이도 아니라니까요. 몇 년째 그렇게 오해하는 거예요? 그리고 요한 씨가 나를 좋아한다는 건 어쩌다 나온 결론이에요? 말도 안 돼요.”생각해 보면 이 몇 년 동안 그녀와 안요한 사이에는 썸 타는 기류도 없었고 안요한은 이유도 말 안 하고 불쑥 사라지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어디를 가는지, 언제 돌아오는지, 언제 다시 떠나는지, 그런 걸 한 번도 먼저 말해준 적이 없었다.남자가 여자를 좋아하면 그렇게 이유도 없이 자꾸 사라질까? 말도 안 되는 얘기다.이런 것들만 봐도 두 사람은 그냥 오래 알고 지낸 이웃일 뿐이고 서현주의 입장에서는 안요한에게서 그녀를 ‘좋아한다’는 기미 자체가 단 한 번도 느껴진 적이 없었다. 정말 조금도.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틈만 나면 둘을 이어주려고 했다. 그 주변 사람들에는 엄진경도 있고, 강혜인도 있고, 심지어 말수 적기로 유명한 나민석까지 끼어 있었다. 서현주는 진심으로 이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엄진경이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뭘 오해했다고 그래, 응? 네가 끝까지 잡아떼는 거잖아. 내가 보면 이웃 총각 사람은 진국이야. 몇 년 동안 틈만 나면 나한테 와서 요리를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지, 네가 뭘 좋아하는지 물어보지. 그렇게 좋은 남자는 반드시 잡아야 해. 안 그러다 다른 여자한테 뺏기면 그때 가서 너 울어도 소용없어.”서현주는 무표정한 얼굴로 입 안의 음식을 씹었다. 귀에는 엄진경의 잔소리가 들려오고 머릿속에는 아까 주차장에서 안요한이 그 여자를 따라 급하게 뛰어가는 뒷모습이 떠올랐다.안요한의 그 난감하고 걱정 가득한 표정은 절대 연기가 아니었다. 걸음도 정말 급했고 그 여자를 걱정하는 게 눈에 보였다. 하지만 서현주는 그 여자가 누군지 몰랐다.그녀는 엄진경의 말을 다 듣고 씹던 걸 삼킨 후 천천히 말했다.“그 생각은 접으세요. 요한 씨는 방금 다른 여자한테 갔어요.”그러면서 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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