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의 모든 챕터: 챕터 441 - 챕터 450

465 챕터

제441화

안요한은 달려가 서현주의 손목을 잡고 그녀를 돌려 세웠다.“서현주.”서현주는 눈을 깜빡였다.“요한 씨? 왜 뛰어왔어요?”그리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굳이 지금 나랑 같이 갈 필요 없어요. 그 여자분이랑...”안요한의 눈동자 깊은 곳에 서늘한 긴장감이 스쳤고 그는 서현주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너 오해했어.”“네?”안요한은 침을 꿀꺽 삼켰다.“나랑 신가영... 그러니까 네가 아까 본 그 여자는 그런 사이 아니야. 우린 사귀는 사이 아니라고. 네가 잘못 본 거야.”말하고 나서도 그는 서현주의 표정 변화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하지만 서현주의 얼굴에 기쁨도, 안도도, 아무 표정도 없었다.안요한의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왔다.“반응 좀 해줘.”서현주가 되물었다.“그분이랑 사귀는 거 아니라고요?”안요한의 눈빛이 살짝 밝아졌다.“응, 그냥 친구야. 진짜 아무 사이도 아니야. 나는 신가영을 좋아하지도 않아.”서현주는 실망한 듯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요한 씨, 그건 좀 아닌 거 같아요. 그분을 안 좋아한다면서 왜 그렇게 꽉 안고 있었어요? 둘이 한참 동안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그럼 그분의 입장은 어떻게 해요?”안요한이 눈을 크게 뜨며 서현주의 손목을 더 꽉 쥐었다.“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그는 서현주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며 답답함이 목까지 차오른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니까 너는 내가 걔랑 사귀었으면 좋겠다는 거야? 너 왜 이런 반응이야? 나한테 따져야 하는 거 아니야? 나를 때려야 하는 거 아니냐고!”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서현주의 손을 홱 들어 자기 뺨에 갖다 댔고 ‘찰싹’ 하는 소리가 났다.“이렇게 때려야지! 나를 때리라고! 왜 안 때려?”서현주는 이 상황이 황당해서 머릿속이 백지가 됐다.“뭐 하는 거예요? 난 하나도 이해가 안 되는데?”안요한이 또 서현주의 손을 자기 뺨으로 가져가려 하자 서현주는 깜짝 놀라 손을 빼버렸다.“요한 씨, 지금 제정신이 아니죠?”안요한의
더 보기

제442화

서현주는 그냥 대충 상황을 넘기려 말했다.“알았어요, 알았어요. 내가 잘못했어요, 됐죠?”안요한은 손을 들어 그녀의 이마를 콕콕 찔렀다.“너 앞으로...”“안요한!”이때 갑자기 뒤에서 날카로운 여자 목소리가 들렸고 서현주는 고개를 빼꼼 내밀어 뒤를 확인했다. 아까 그 여자가 다시 쫓아온 것이다.안요한의 얼굴이 바로 어두워졌고 서현주는 웃음이 터질 것 같은 걸 꾹 참았다.안요한이 노려보자 서현주는 급히 진정시키듯 말했다.“어휴, 알았다니까요. 요한 씨 지금 솔로잖아요, 솔로. 웃지 않을게요.”그때 여자가 성큼성큼 다가왔고 서현주는 눈썹을 슬쩍 올리며 물었다.“그래서 지금 어떻게 할 거예요? 나랑 같이 회사에 갈 거예요, 아니면 뭐...”신가영이 큰 소리로 부른 탓에 안요한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말했다.“너 먼저 회사에 가. 난 쟤를 처리하고 갈게. 나를 기다리지 마.”마침 그때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서현주는 타면서 손까지 흔들었다.“오케이, 그럼 이따가 봐요.”문이 닫히는 순간, 서현주는 신가영이 달려와 안요한에게 다시 안기려 하고 안요한은 뒤로 물러나면서 손으로 그녀를 막는 장면을 봤다.서현주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안요한이 회사에 도착했을 때 서현주는 이미 팀원들을 데리고 버그를 다 해결했고 더는 안요한의 손을 빌릴 필요도 없었다.서현주가 회의실에서 나오자 차연희가 다가왔다.“서 대표님, 안 대표님께서 이미 도착하셨고 지금 대표님의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계세요.”서현주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럼 물 한 잔만 갖다 줘요.”“네, 대표님.”서현주는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 차연희가 가져온 물을 안요한의 앞에 놓으며 무심하게 물었다.“다 처리했어요?”그리고 책상 쪽으로 돌아가 반대편 자리에 앉았다.안요한은 손에 컵을 쥐고 있었지만 물을 마시지는 않고 컵을 빙글빙글 돌리며 시선을 서현주에게 고정한 채 짧게 ‘응’ 하고 대답했다.그러자 서현주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는데 그 반응이 너무 가벼웠다고 생각했는지, 안요한은
더 보기

제443화

서현주는 머릿속으로 이것저것 되짚어봤지만 안요한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읽히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물었다.“그래서 그런 얘기를 나한테 왜 하는 건데요?”그 말 한마디에 안요한은 울분이 목까지 차오른 표정이었다. 그의 눈동자에 살짝 독기가 비쳤고 그는 손에 들고 있는 종이컵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그러자 종이컵에 주름이 수북하게 생겼고 남아 있던 물 몇 방울이 새어 나와 그의 손을 타고 흐르더니 책상 위로 떨어졌다.서현주는 책상 위에 번진 조그만 물웅덩이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아니, 그냥 잠옷이잖아요. 세탁기로 빨면 되지, 그걸 왜 버려요? 멀쩡한 걸 버리면 아깝죠.”안요한은 이를 뿌드득 갈며 말했다.“아깝다고? 그 잠옷이?”“아, 안 아까워요. 요한 씨 돈 많잖아요. 뭐, 어때요.”서현주는 짜증 섞인 말투로 휴지를 한 장 뽑아 그의 앞에 놓았다.“이걸로 닦아요. 요한 씨만 결벽증 있는 거 아니고 나도 있어요.”안요한의 미간은 깊게 찌푸려졌고 눈빛은 점점 더 험악해졌다. 그는 입술은 단단하게 다물었다.서현주는 컴퓨터 화면 속 복잡한 데이터 그래프를 보다가 짧게 혀를 찼다.“할 말 있으면 그냥 바로 말하면 안 돼요? 왜 그렇게 머뭇거려요. 보니까 내가 더 답답해 죽겠네요.”안요한의 눈빛이 어둑하게 가라앉았다.‘너만 답답한 줄 알아?’그는 숨을 들이마시고는 얼굴을 찡그린 채 휴지를 들고 책상에 묻은 물을 닦기 시작했다.서현주는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턱으로 가리켰다.“더 꼼꼼히 닦아요.”그러자 안요한의 표정은 더 험악해졌고 그는 휴지를 구겨 쓰레기통에 정확히 던져 넣었다.잠시 후, 책상 맞은편에서 소리가 뚝 끊겼고 서현주는 안요한이 나가버린 줄 알았다. 그런데 갑자기 옆쪽이 어두워지는 걸 보니 누군가가 뒤에서 창밖의 빛을 가린 것 같았다.서현주는 눈썹을 미세하게 움찔하며 고개를 들었다. 안요한이 바로 옆에 서서 그녀를 살짝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무 감정도 읽히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이었다.서현주는
더 보기

제444화

서현주는 솔직히 좀 더 캐묻고 싶었다. 아니, 사실 안요한의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도 조금 의심스러웠다.하지만 오늘 일은 분명 그녀가 먼저 오해한 게 맞고 안요한도 그걸 꽤 신경 쓰는 눈치였다. 게다가 그는 말은 그렇게 기세등등하게 하더니 귀는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거짓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그래서 서현주는 진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어요.”만약 나중에 안요한이 좋아하는 여자와 정말 사귀게 되고 그 여자가 자기 남자 친구가 예전에 다른 여자와 이상한 관계로 오해받았다는 걸 알면 싫어할 수도 있을 것이다.서현주도 그건 충분히 이해했다. 그래도 궁금한 건 궁금한 거였다.“그래서 요한 씨가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예요? 난 요한 씨가 어떤 여자랑도 친하게 지내는 걸 본 적이 없는데?”그 말에 갑자기 안요한의 얼굴이 굳어졌고 그는 여전히 버럭거리는 말투로 말했다.“너도 아는 사람이야.”“내가 안다고요?”서현주는 놀라서 자신을 가리켰다. 안요한은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봤다.서현주는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머릿속에 이름 하나가 번쩍 떠올랐다. 그 순간 그녀의 표정은 안요한의 표정보다 더 난감해졌다.안요한은 눈이 살짝 커졌고 표정에 아주 희미한 기대감까지 비쳤다. 서현주는 그게 더 이해가 안 갔다.그녀는 말하려다가 멈추고 다시 말하려다 또 멈추고... 머릿속이 난리도 아니었다.결국 서현주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설마 요한 씨가 좋아한다는 사람이... 그...”안요한이 더 가까이 다가와 거리를 좁혔다.서현주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입을 떼었다.“혜인이에요?”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요한의 표정이 더 험악하게 변했다. 그의 눈초리는 불똥이 튈 듯 서현주를 노려보고 있었고 입꼬리는 당장 사람을 잡아먹을 기세로 씰룩거렸다.‘아... 아니구나. 혜인이가 아니네.’서현주의 머릿속에서 경보음이 울렸다.‘이 사람이 이렇게 화난 거 보니까... 혹시 내가 말 잘못해서 일을 그만둬버리면 어떡해.’그래서 그녀는 급히 덧붙였다.“내
더 보기

제445화

말하면서도 서현주는 곁눈질로 안요한의 안색을 살폈고 역시나 또 그의 표정이 확 구겨졌다.장란희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다가오며 말했다.“대표님, 블랙화이트 버니 게임 판권에 관한 건데요. 운진 그룹 쪽에서 답장이 왔습니다.”서현주가 눈을 가늘게 떴다.“말해봐요.”“운진 그룹의 연 대표님께서 대표님이 직접 가셔서 이야기하셨으면 하십니다.”서현주의 미간이 아주 살짝 찌푸려졌다.“연지... 아니, 연 대표님이 직접 그렇게 말했다고요?”장란희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저는 연 대표님과 말 한마디도 못 했고요. 그분의 비서가 대신 전한 말인데... 뭐, 그게 바로 연 대표님의 뜻이겠죠.”사무실 안이 조용해졌고 이어서 장란희가 다시 입을 열었다.“연 대표님 비서의 말로는 모레 연 대표님이 이쪽으로 출장 오신다는데 오후에 시간을 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시간대에 약속을 잡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서현주가 물었다.“그럼 결국 그쪽에서 블랙화이트 버니 판권을 팔 의향은 있다는 걸로 보인다는 거예요?”“그건...”장란희는 난처해하며 머리를 저었다.“일단 제가 이번 일을 맡은 후 쭉 운진 그룹과 연락을 시도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도 확답은 없었어요. 연 대표님도 저랑은 통화하기 싫어하는 것 같더라고요. 아무래도 대표님이 직접 나서셔야 할 것 같아요.”“알았어요. 나가봐요.”차연희와 장란희가 나가자 사무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조금 전의 묘하게 난감했던 분위기와 다르게 이번에는 두 사람 모두 마음이 무거워서 분위기가 심각했다.안요한은 아까까지 말도 안 되게 좋았던 기분이 ‘연지훈’이라는 이름이 나온 순간 완전히 증발해버렸다. 그의 가슴 속에서 이유 모를 짜증이 확 끓어올라 이리저리 들이받았고 관자놀이가 지끈거렸으며 온몸이 불편하다 못해 아무 물건이나 뒤엎고 싶어질 정도였다.서현주를 보자 평소의 그녀 같지 않게 표정이 무척 차분하고 감정이 거의 읽히지 않았으며 눈빛도 깊고 어두웠다.‘혹시 연지훈과의 과거를 떠올리는 건 아니겠지?’안요한은 이
더 보기

제446화

“그 인간 진짜 문제 있어. 비서가 처리해도 되는 일을 굳이 너보고 직접 나오라고 하는 거 봐.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을 거야. 절대 속지 마.”그 말을 내뱉고 나서야 안요한은 조금 전에 서현주가 했던 말을 뒤늦게 떠올렸다.“잠깐만, 너 아까 뭐라고 했어?”서현주는 태연하게 말했다.“나요?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줄곧 요한 씨 혼자 떠들었잖아요.”안요한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봤다.“아니, 너 분명히 말했어. 연지훈이 제정신 아니라고.”“맞아요. 내가 그랬어요. 그게 왜요?”서현주의 태도는 담담했고 안요한은 말없이 그녀의 눈을 계속 노려봤다.그러자 서현주는 손을 내저었다.“그만 좀 봐요. 블랙화이트 버니의 판권은 우리 회사의 신작에 정말 중요해요. 난 반드시 그걸 가져와야 해요. 운진 그룹에서 나보고 직접 오라면 나가야죠. 그게 그렇게 싫으면 요한 씨가 나 대신 가서 판권을 뺏어오든가요.”안요한은 왜인지 또 그 말만 집요하게 되풀이했다.“너 아까 그 인간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했어.”서현주는 멍해졌고 안요한은 계속해서 강조했다.“분명히 네 입으로 말했어. 그 인간이 제정신이 아니라고.“계속 그러면 제정신이 아닌 건 연지훈 씨가 아니라 요한 씨라고 할 거예요.”서현주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꾹 눌렀다.그 순간 안요한은 성큼 다가와 그녀의 손목을 잡아챘다.“나도 같이 갈 거야.”그 말에 서현주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만약 예상대로라면 그녀와 연지훈의 만남은 ‘대형 막장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하지만 이건 그녀와 연지훈이 정산할 문제라 서현주는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안요한도 포함해서.그래서 그녀는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한 채 말했다.“아니에요, 됐어요. 나 혼자 가면 돼요.”안요한은 고집을 피우며 말했다.“난 무조건 따라갈 거야.”“필요 없어요.”서현주는 단칼에 거절했다.안요한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고 시선은 그녀에게 꽂혀 있었다.서현주는 한 번 내뱉은 말은 잘 바꾸지 않았다.
더 보기

제447화

서현주는 속에서 짜증이 올라오는 걸 느꼈다. 그 짜증은 안요한에게 향한 것이 아니라 곧 마주해야 하는 연지훈을 향한 것이었다.평소와 달리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버린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요한 씨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방금 말했잖아요. 나 혼자 가도 충분하다고.”그러나 서현주의 차갑게 굳은 표정은 안요한의 눈에 전혀 다른 의미로 비쳤다. 순간 안요한의 가슴속에서 억울함과 답답함이 한꺼번에 폭발했다. 그는 참으려고 이를 악물었지만 결국 견디지 못하고 물었다.“내가 참견하는 게 싫어?”서현주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아니요, 난 그냥...”하지만 안요한이 차갑게 그녀의 말을 끊었다.“그래, 너 혼자 가야겠지. 내가 따라가면 너랑 연지훈이 불 붙는 데에 방해가 될 테니까.”서현주는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건 아닌가 싶었다.“지금 뭐라고 했어요?”안요한은 손을 뻗어 서현주의 의자 등받이를 잡았고 힘으로 확 잡아당겨 서현주를 자기 쪽으로 돌려세웠다. 그는 몸을 굽히고 그녀를 내려다보면서 양손을 의자 팔걸이에 올려 놓고는 마치 서현주를 가둬버리려는 듯한 자세로 그녀의 위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안요한의 눈빛에 분명한 분노가 일렁거렸다.그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왜, 내 말이 틀렸어? 연지훈이 만나자고 하니까 넌 바로 모든 일정을 다 미뤘잖아?”분노와 질투가 섞여 그의 말투가 더 거칠어졌다.“그게 그렇게 설렜어? 그 인간이 뭐가 그렇게 잘났다고. 결혼까지 한 남자인데 아직도 좋아?”“요한 씨, 지금 본인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긴 해요?”서현주는 참다 못해 소리쳤다.그러나 안요한은 갑자기 그녀의 어깨를 꽉 움켜쥐었다.“내 말이 틀렸냐고? 아니면 왜 그렇게 기어코 가려고 하는 건데? 아직도 그 남자를 좋아하니까 그런 거 아니야?”그는 연지훈의 이름만 들으면 머릿속이 하얘졌다. 서현주가 그 남자를 만나러 간다고 생각하면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예전에 인터넷에 떠돌던 수많은 소문들이 자동으로 떠올랐다.안요한은
더 보기

제448화

안요한은 꼼짝도 하지 않았고 손은 여전히 의자 팔걸이에 걸치고 있었다.서현주는 숨이 턱 막힐 만큼 화가 치밀었고 발을 들어 안요한의 배를 있는 힘껏 걷어찼다. 힘을 전혀 조절하지 않은 발길질이었다.안요한은 숨을 토하며 몇 걸음이나 뒤로 밀려났고 결국 뒤쪽의 통유리에 등이 부딪혔다.그 모습이 눈에 들어온 순간 서현주는 오히려 더 짜증이 치밀었다.‘아니, 분명 막무가내로 시비 건 사람은 요한 씨인데 왜 자기가 더 상처받은 사람처럼 저런 얼굴을 하고 있는 건데.’서현주는 더 보지도 않고 고개를 홱 돌린 뒤 의자를 돌려 앉아 컴퓨터 화면만 바라보았다.잠시 후 안요한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현주야,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서현주는 차가운 표정으로 키보드를 두드렸다.“당장 나가라니까요.”“나 안 나가면 안 돼? 제발...”서현주는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키보드가 거의 고장 날 듯 요란한 소리를 냈고 그 소리는 말보다 훨씬 선명한 뜻을 전달했다.안요한은 고개를 들었다. 서현주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한없이 불안해 보였고 한없이 서러워 보였다.“그럼 나 정말 나간다?”역시 대답은 없었다.안요한은 고개를 숙였고 꽉 쥐고 있던 주먹마저 힘없이 풀렸다.그는 말없이 서현주의 곁을 지나 사무실의 문을 열고 나갔고 마지막에 문을 조용히 닫는 것도 잊지 않았다.안요한이 사라지자마자 서현주는 고개를 들었고 무표정한 얼굴로 키보드를 밀어 놓고 숨을 들이켰다.“안 대표님, 얼굴이 왜 그래요?”차연희는 복도를 지나가는 안요한의 뺨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손바닥 자국이 너무 선명했다.안요한은 기운 없는 표정으로 걷다가 차연희의 목소리를 듣자 정신을 차리고 표정을 바로잡았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손으로 뺨을 만졌다.“아... 방금 넘어졌어요. 별거 아니에요.”“정말이에요?”차연희의 눈길은 더욱 미묘해졌다.‘넘어져서 생긴 자국이라고?’눈이 멀지 않은 이상 그럴 리가 없다는 걸 모를 수가 없었다. 정확히 손가락 다섯 개가 똑바로 찍혀 있는데
더 보기

제449화

안요한 뺨 위의 붉은 자국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선명하게 도드라졌다.그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후회, 난감, 짜증, 질투... 이름 붙이기 힘든 감정들이 얽힌 채 그의 가슴 속에서 들끓고 부딪치며 억세게 휘저었다. 그것들이 치받는 통에 안요한은 온몸이 다 아픈 것 같았다.서현주가 때린 따귀 한 대가 그의 이성을 통째로 후려친 셈이었다. 그제야 안요한은 자신이 서현주에게 어떻게 굴었는지, 무슨 말을 내뱉었는지 깨달았고 남은 건 끝도 없는 후회뿐이었다.그는 지금 당장이라도 다시 서현주의 사무실로 뛰어가서 더 때리라고, 화 풀릴 때까지 때리라고 하고 싶을 정도였다. 어떻게 감히 그따위 말을 그녀에게 할 수 있었을까. 어떻게...정신이 돌아오자 안요한은 미칠 정도로 자신이 미웠고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선을 못 지킨 자신이 부끄러웠다. 예의도 없고 분수도 모르고 결국 말로 서현주를 다치게 만들어 둘 사이를 더 멀어지게 한 자신이 안요한은 원망스러웠다.그는 생전 처음으로 자신이 짐승 같다고, 용서받을 가치도 없는 인간이라고 느꼈다.안요한은 고개를 떨군 채 양손으로 이마를 짚고 숨을 길게 내쉬었다.서현주가 화가 난 건 당연했다. 그는 한 번도 그녀가 그렇게까지 날을 세운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회사의 기밀을 팔아넘겼다는 직원 앞에서도 서현주는 저렇게까지 화내진 않았다. 그만큼 그가 그녀를 크게 실망시킨 것이다.그 사실만 떠올려도 안요한의 몸속 뼈마디까지 시큰거리는 것처럼 아팠다.만약 가능하다면, 그녀가 용서해 주기만 한다면 그는 서현주가 하라는 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남자의 첫 사랑은 원래 그렇다. 세상 전부를 주고 싶을 만큼 빠져들어 경계를 잃고, 조심해야 할 거리도 못 지키고, 밀려드는 감정에 휩쓸려 결국 가장 약한 마음부터 내보이게 된다.그래서 그 마음이 차인 순간 어디가 얼마나 아픈지도 모를 만큼 아픈 것이다.그 후 이틀 동안 두 사람은 단 한 마디 대화도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서현주가 안요한과 단 1초도 대화해 주지 않았다.
더 보기

제450화

서서히 서현주는 자기 물컵이 한 번도 비어 있던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가 물을 마실 때마다 온도도 딱 적당해서 물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다.서현주는 입꼬리를 살짝 내리며 시선을 돌렸다.그녀는 정말 화난 게 맞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안요한이 그날 왜 그렇게까지 폭발한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치 연지훈이 자기 원수라도 되는 양 달려들었으니까.하지만 서현주가 아무리 화가 난들 안요한에게 오래 화를 낼 수가 없었다. 그는 그녀를 위해 너무 많은 걸 해줬고 서현주는 그걸 다 마음에 새기고 있었으니까.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새 연지훈을 만나기로 한 날이 다가왔다.차에 오르기 전에 서현주는 다시 한번 안요한에게 따라오지 말라고 단단히 못 박았다. 그냥 강혜인과 같이 얌전히 있으라고 하면서.안요한은 차 밖에 서서 고개를 끄덕였다.서현주는 그래도 그를 믿지 않았고 안요한 앞에서 강혜인을 불러 신신당부했다.“요한 씨를 잘 붙잡아 둬. 절대 따라오게 하지 마.”강혜인은 서현주와 연지훈 사이의 과거를 알고 있었고 서현주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도 이해하기에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넌 일 보고 와.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전화하고.”서현주는 알겠다고 대답하고 기사에게 출발하라고 지시했다.차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안요한은 그제야 못내 아쉬운 듯 시선을 거두었다. 강혜인이 그의 어깨를 탁 치며 말했다.“얼굴이 왜 그래요? 누구한테 맞았어요?”안요한은 무심하게 얼굴을 만지며 ‘음’ 하고 대답을 피했다.강혜인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이상하네요. 누가 감히 요한 씨 같은 얼굴을 때려요?”그러다 문득 서현주와 안요한 사이의 미묘한 분위기가 떠올랐는지 그녀는 대뜸 추측했다.“설마 현주가 때린 건 아니죠?”안요한은 얼굴을 만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강혜인은 바로 폭소했다.“그 반응은 뭐예요? 진짜 현주가 때렸어요? 오늘 맞은 거 아니에요? 아직도 엄청 빨간데?”안요한은 입을 꾹 다물고 서현주가 떠난
더 보기
이전
1
...
424344454647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