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민 사건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진전됐다.경찰과 검찰은 공금 횡령, 영업비밀 탈취, 강간 미수 등의 혐의로 그를 공동 기소했고, 법원에서도 이미 일정을 조율 중이라 머지않아 재판이 열릴 예정이었다. 여러 혐의가 한꺼번에 적용되는 만큼 진성민에게 좋은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리 없었다.진성민의 추문이 터지자 그가 몸담고 있던 회사의 주식이 크게 요동쳤고 주가가 연일 곤두박질쳤다. 그러자 진씨 가문 내부에서는 격렬한 권력 다툼이 시작됐다.안팎으로 시끄러운 상황 속에서 진용혁은 자기 일조차 감당하기 벅찼고 결국 진성민과 관련된 모든 일을 서현주에게 일임했다.진성민은 완전히 몰락했다. 한때 가족이라, 친구라 부르던 사람들 중 누구 하나 나서서 변호사를 선임해 주려 하지 않았고 할 수 없이 그는 무료 국선 변호사의 도움을 받게 됐다.서현주는 차연희를 찾아갔다. 차연희의 이웃들이 그녀에게 벌어진 일을 알게 된 뒤로 서현주는 그녀가 쓸데없는 소문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다른 곳에 머물게 했다.서현주가 도착했을 때 차연희는 이미 진성민 관련 뉴스를 모두 확인한 뒤였고 눈에 띄게 상태가 좋아졌다.“별일 없으면 난 이만 갈게요. 아직 처리할 일이 많아서요.”서현주가 말했다.“대표님.”차연희가 다급하게 그녀를 불러 세웠다.서현주는 돌아서서 담담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무슨 일 있어요?”차연희는 망설이는 듯 몇 번이나 입술을 달싹였다. 진성민과의 일이 주변 이웃들에게까지 퍼진 뒤로 그녀는 온갖 시선을 견뎌야 했다. 동정, 연민, 비웃음, 멸시... 호의든 악의든 그런 시선들 하나하나가 그녀를 바늘방석에 앉힌 듯 괴롭혔다.그런데 오직 서현주만은 달랐다. 서현주는 예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눈빛으로 차연희를 바라봤고 여전히 차분하고 담담했으며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마치 그녀에게 벌어진 일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듯 개의치 않는 태도였다.그건 차연희에게 진짜로 필요하고 유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태도였다.차연희는 바싹 마른 입술을 혀로 적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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