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이라 연지훈의 목소리는 꽤 부드러웠다.“엄마는 바빠서 내일 돌아올 거야.”“엄마가 저랑 같이 안 잔지도 벌써 두 날째예요. 할아버지도 안 계시고, 아빠도 바쁜 것 같은데 저녁에 잠이 안 와서 너무 힘들어요.”연지훈이 낮게 말했다.“오늘 저녁은 아빠가 옆에 있어 줄게.’연유준이 애교를 부리면서 말했다.“아빠, 전 주사 맞기 싫어요. 약 먹기도 싫고요.”“안 돼. 아프면 주사도 맞고 약도 먹어야 하는거야.”우연히 그들의 대화를 엿들은 서현주는 조용히 환자실로 돌아가려 했다.하지만 뒤돌아서자마자 낯익은 두 남녀가 걸어오는 걸 보았다.황태민은 황축복을 안고 있었고, 황축복은 유이영의 옷자락을 잡고 있었다.아마도 황축복이 아픈지 황태민은 많이 초조해 보였다. 하지만 유이영은 황축복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고, 심지어 약간 거부하는 모습이었다.서현주는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뒤에는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연지훈과 연유준이 있었고, 앞에는 몇 초 후면 만날 황태민, 유이영, 그리고 황축복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리고 뒤에서는 계속 연유준의 말소리가 들려왔다.“아빠, 엄마한테 전화해서 빨리 돌아오라고 하면 안 돼요?”연지훈은 인내심을 가지고 말했다.“엄마 바빠.”‘좋은 구경거리가 생기겠군. 바쁘다는 사람은 다른 남자랑 있단 말이지.’아쉽게도 유이영은 경계심이 강해서 계속 주위를 둘러보았다.그러다 볼일 보고 화장실에서 나오려던 서현주를 발견하게 되었다.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유이영은 서현주를 노려보며 황태민을 붙잡았다.“그쪽으로 가지 마.”모든 신경이 황축복에게 있는 황태민은 유이영이 알려주기 전까지는 바로 앞에 서현주가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그는 서현주를 발견하고서 발걸음을 멈칫했다.유이영도 서현주는 보는 순간 얼굴이 창백해졌다.“서현주가 왜 여기 있는 거지?”그녀는 말하면서 황축복이 잡고 있는 자기 옷자락을 조심스레 떼어냈다.황태민은 고개 돌려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봤다고 한들 뭐 어쩌겠어. 완전히 겁먹은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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