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진경은 서현주의 얼굴에 드리운 어두운 기색에 깜짝 놀랐다.“현주야, 너 뭐 보고 있는 거야? 안색이 왜 이렇게 안 좋아?”서현주는 급히 휴대폰을 덮고 눈을 감았다. 숨이 가빠지고 마치 가슴속에 무거운 돌덩이가 눌려 있는 듯 호흡이 막혔다. 온몸의 피가 식어 굳어버린 듯했다.엄진경이 그녀 손을 붙잡았다.“현주야, 무슨 일이야?”서현주는 천천히 눈을 뜨며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아무 일도 아니에요. 그냥 문제를 하나 틀렸을 뿐이에요. 엄마, 나 아직 문제 더 풀어야 하니까 먼저 나가 주세요.”엄진경은 반신반의하며 방을 나갔다.서현주는 문을 닫고 다시 휴대폰을 켰다.그 게시글 아래에는 유이영과 고지현이 동일인이라는 수많은 증거가 달려 있었다.고지현은 한 번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는 점, 두 사람의 나이가 같다는 점, 같은 시기에 같은 도시에 머물렀다는 점.고지현이 세상을 떠난 뒤, 곧바로 ‘천재 소녀 피아니스트 유이영’이라는 이름이 세상에 드러났다는 점.심지어 몇 년 전 유이영이 고지현의 계정에 ‘좋아요’를 눌렀던 기록, 두 사람이 입었던 같은 옷까지..게다가 고지현의 곡 은 이미 3년 전 음악 플랫폼에 올라와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고작 수백 번밖에 재생되지 않은 무명 곡이었다.유이영이 어떻게 그 수많은 무명 곡 가운데 이 곡을 집어낼 수 있었겠는가?그건 애초부터 알고 있었다는 뜻이었다.블로거는 더 많은 증거를 나열했고 그 모든 화살표는 ‘유이영=고지현’라는 결론을 가리키고 있었다.바로 그렇기 때문에 서현주는 더욱 유이영을 증오했다.의 명성은 턱없이 부족했기에 서현주가 그 곡을 알 리가 없었다.그럼에도 알고 있는 이유는 하나, 고지현이 바로 그녀의 피아노 선생님이었기 때문이다!몇 년 전, 엄진경은 서현주의 취미를 길러주겠다며 고지현을 선생으로 붙여주었다.사실 고지현이 그녀의 피아노 스승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거의 없었다. 워낙 이름 없는 인물이었으니 말이다.고지현은 서현주보다 겨우 다섯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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