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채린은 더 말하고 싶었지만 이승주가 있는 탓에 감히 막아설 수 없었다.복도에서 서현주와 이승주가 나란히 걸었다.이승주의 눈에는 걱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현주야, 네 처지가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나 찾아와.”서현주는 입술을 살짝 움직이며 낮게 말했다.“괜찮아요, 전 신경 안 써요.”이승주의 미간이 더욱 깊게 찌푸려졌다.“너도 신경 쓸 수 있어. 화내도 돼. 그건 네 권리야.”서현주의 표정이 잠시 멍해졌다.누군가 자신에게 ‘화내도 된다, 신경 써도 된다’고 말해준 건 처음이었다.지금까지는 감히 화낼 수도, 마음에 두지도 못했다. 아무도 그녀의 생각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으니까.하지만 이제는 정말로 신경 쓰지 않았다.서현주는 입꼬리를 씩 올리며 평온한 눈빛으로 이승주를 바라봤다.“선생님, 전 정말 괜찮아요.”그녀는 이승주가 이런 일에 휘말리길 원치 않았다.연씨 가문은 세력이 막강했고 이 도시에서는 하늘을 가릴 만큼 힘을 쥔 집안이었다.그 권세는 한낱 고등학교 선생님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이승주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서현주와 연씨 가문 사이의 일에 대해 그는 어느 정도 전해 들은 바 있었다.하지만 그는 소문을 믿지 않았다.단지 몇 번 수업을 같이 했을 뿐인 학생, 그 청아한 눈빛을 가진 아이를 믿었다.서현주에게서는 깨끗한 기운이 느껴졌다.그녀의 맑은 눈동자만으로도 충분히 믿을 수 있었다.이승주는 알았다. 연씨 가문의 사람들이 서현주의 마음을 철저히 짓밟아 그녀를 이런 지경까지 몰아넣은 것임을.그래서 서현주는 고작 ‘괜찮아요, 신경 안 써요’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던 것이다.개교기념일은 금세 다가왔다.서현주는 이승주가 준비해준 드레스를 입고 머리를 말아 올려 하얗고 가느다란 목과 쇄골을 드러냈다.무대용 화장을 했기에 평소보다 진한 메이크업, 붉게 칠한 입술이었다.하지만 그 진한 화장은 전혀 과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녀의 앳된 분위기를 지워내며 요염함과 기품을 더했다.눈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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