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Chapter 41 - Chapter 50

100 Chapters

제41화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이 드레스는 그가 명품 매장에서 공들여 고른 거라 퀄리티와 디자인 모두 최상급이었다.고를 때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서현주가 이토록 완벽하게 소화할 줄이야.상상 그 이상의 아름다움이었다.원숄더 디자인 덕분에 가늘고 흰 어깨는 은은한 빛을 뿜어내는 듯했고, 매끄럽고 부드러운 천은 환상적인 S라인을 따라 미끄러지며 잘록한 허리를 강조했다. 옷감은 바닥으로 흘러내렸고 높은 트임의 치마는 그녀의 긴 다리를 아슬아슬하게 드러냈다.서현주는 맑고 하얀 얼굴에 살짝 미소를 띠고 모두를 바라보았다.뭇사람들의 눈에는 감탄만이 가득했다.몇 년 후 그녀가 얼마나 더 아름다워질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감탄에 잠긴 사람들의 시선으로 몇 초간 침묵이 흘렀다.이때 서현주가 부드럽게 물었다.“오래 기다렸어요?”연승재는 눈을 깜빡이며 앞으로 나섰다. 그는 평소의 온화한 모습 그대로였다.“아니, 딱 맞춰서 왔어.”서현주가 미소지었다.“그렇다면 다행이에요.”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그녀의 얌전한 모습에 연승재는 더 망설여지고 후회가 밀려왔다.이제 막 입을 열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그의 어깨를 툭 쳤다.“현주 씨, 다들 현주 씨만 기다리고 있어요. 얼른 무대로 올라가요.”그 사람은 치근덕거리면서 두 눈에 ‘교활함’이라고 대문자만 하게 적혀 있었다. 행여나 서현주가 이들의 계략을 모를까 봐 안달이 난 듯싶었다.서현주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장난스럽게 눈을 찡긋했다.“네, 지금 올라갈게요.”그녀가 몸을 돌리자 하얗고 깨끗한 등이 그대로 드러났다.이 드레스는 뒷부분이 완전히 파여 있었고, 단지 끈 하나로 양쪽 옷감을 여밀 뿐이었다. 서현주의 등은 거의 전부 드러났고 아름다운 날개뼈가 부드럽고 매끄러운 천 아래로 아슬아슬하게 비쳤다.이는 소녀의 가녀린 몸매를 더욱 돋보이게 했고 마치 살짝만 눌러도 부러질 것처럼 연약한 느낌을 선사했다.연승재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옆에 있던 친구들도 망설이는 그의 모습에 웃을 듯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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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서현주는 알겠다며 술잔을 들어 올리더니 연승재가 등 뒤로 다가가는 모습을 일부러 못 본 척하며 미소를 지었다.“다들 많이 기대되죠?”뭇사람들은 그녀가 이렇게 말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말뜻도 이해하지 못했다. 실은 그녀의 말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서현주가 계속 말을 이었다.“다들 저한테 선물을 하나 주고 싶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것도 있는 법이죠. 저도 여러분들을 위해 큰 선물을 준비했어요.”무대 아래 사람들은 거의 한 명도 서현주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고 오직 반짝이는 눈동자로 그녀의 등 뒤에 서 있는 연승재만 바라봤다.이제 곧 서현주의 드레스가 벗겨지고 그녀가 옷을 감싸며 흐느끼는 모습을 빨리 보고 싶어 하는 듯했다.서현주는 시선을 돌려 연지훈의 어둡고 무심한 눈동자와 마주쳤다.그녀는 담담하게 미소지었다.서현주는 술을 마시지 않고 술잔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곧이어 뒤에서 누군가가 옷 뒤의 끈을 잡아당기는 것을 느꼈다. 상대는 아주 힘껏 당겼다.이에 서현주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그녀가 끈을 튼튼하게 고정한 바람에 연승재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심지어 연승재가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까지 귀에 닿았다.“어떻게 된 거지?”연승재는 꿈쩍 않는 끈을 보며 별안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이다. 다행히 끈이 움직이지 않네.’그러나 다음 순간, 서현주가 갑자기 몸을 돌려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연승재는 침을 꿀꺽 삼켰다.“왜?”서현주가 부드럽게 물었다.“못 당기겠어요?”순간 연승재의 머릿속이 백지장이 돼버렸다.“무슨 뜻이야?”서현주의 손이 갑자기 그의 어깨에 닿더니 가볍게 웃었다.“괜찮아. 네 옷은 잘 당겨지거든.”서현주의 하얗고 가녀린 등이 사람들 앞에 그대로 드러났다. 희고 깨끗한 피부는 달빛 아래에서 은은하게 빛났다.무대 아래의 남자들은 그녀의 등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고 무의식적으로 눈동자에 갈망이 깃들었다.연지훈은 서현주의 등을 바라보며 눈빛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그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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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잘 들어, 연승재! 나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 아니야. 나도 복수할 거야 이제.”그녀는 손바닥에 숨겨둔 작은 칼을 탁자 위에 던졌다. 곧이어 칼의 철 조각과 유리 술잔이 부딪치며 맑은소리가 났다.연승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눈동자가 한없이 짙어졌다.서현주는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려 뭇사람들을 향해 말했다.“이게 바로 제가 여러분께 드리는 선물이에요. 어때요? 마음에 드시나요?”무대 아래는 싸늘한 정적에 잠겼고 모두가 놀라움과 공포에 질린 눈으로 서현주를 바라보았다.뒤에서 연승재가 황급히 떠나는 발소리가 들렸고 이에 그녀도 따분해하며 자리를 떠났다.서현주는 치맛자락을 잡고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다보았다.지금은 밤이고 게다가 이곳은 바였다. 바는 보통 조명을 어둡게 해서 계단을 제대로 살피지 않으면 자칫 넘어질 수 있다.뒤에서 발소리가 들렸을 때, 서현주는 연승재가 옷을 갈아입고 자신에게 복수하러 오는 줄 알았다.그녀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거대하고 저항할 수 없는 힘이 그녀의 손목을 잡아끌었고 몸을 강제로 돌려놓았다.연지훈을 본 그녀는 본능적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무슨 일이세요?”서현주는 연지훈도 자신을 귀찮게 하러 온 줄 알고 차갑고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한편 연지훈은 고개를 살짝 숙여 그녀를 내려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재주 좋네.”서현주는 눈썹을 치키고 조롱하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마찬가지죠 뭐.”전생에도 연지훈은 그저 구경꾼 중 한 명이었다.그는 서현주를 더 세게 잡아당겼다.손목이 너무 아픈 나머지 서현주가 이를 악물었다.“이거 놔요!”연지훈이 눈을 가늘게 뜨고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그의 시선은 마치 자신의 영역을 감시하는 야수처럼 그녀의 몸을 훑었다.“연승재가 준 옷이야?”서현주는 차갑게 웃었다.“알면서 뭘 물어요.”연지훈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지훈 씨, 여기 있었네요. 한참 찾았잖아요.”문득 유이영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복도 끝에서 들려왔다.“현주 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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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서현주는 눈빛이 어두워졌고 서서히 주먹을 쥐었다.이 피아노는 가격도 매우 비싸고 연지훈이 특별히 연제국에서 공수해 온 것으로 많은 스토리가 담겨 있었다.서현주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했다. 연지훈은 바로 그녀의 생일날, 이 피아노를 유이영에게 선물했다.작년 생일만 해도 그녀와 연지훈의 관계는 지금처럼 얼어붙진 않았다.그때 연지훈은 진심으로 그녀를 여동생으로 여기며 모든 일에 세심하게 배려했다.연씨 가문에 입양된 후, 그녀의 모든 생일을 연지훈은 정성껏 챙겨주었다.수십억 원대의 이 피아노는 연지훈이 그녀에게 준 생일 선물이었다.그때 연지훈은 그녀를 피아노 연습실 앞까지 데려다주었다.검은 천으로 두 눈을 가리고 등 뒤에는 연지훈의 넓고 따뜻한 가슴이 닿을 듯 말 듯 했다. 그녀는 이 느낌을, 이런 분위기를 도저히 거부할 수가 없었다.쿵쾅대는 심장을 부여잡고 연지훈의 인도를 받으며 피아노 연습실 문고리를 만졌다.이 남자의 목소리가 훨씬 부드러워졌다.“문 열어봐.”그 순간, 그녀는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하지만 등 뒤에서 들려오는 힐소리가 모든 걸 산산조각냈다.연지훈은 그녀의 손등에 얹었던 손을 재빨리 내려놓고 멀찍이 떨어졌다. 이에 서현주는 멍하니 넋을 놓고 말았다.곧이어 유이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날 서현주는 처음 유이영을 만났다.전부터 다른 사람들을 통해 유이영의 미모와 그녀를 향한 연지훈의 진심 어린 애정을 수없이 들어왔었다.유이영은 이 남자에게 ‘과거형’일 줄 알았다. 어리석은 서현주는 그렇게 생각했다.하지만 유이영은 눈물을 글썽이며 서현주가 숨겨둔, 소녀의 마음을 담은 일기장을 연지훈 앞에 내밀었다. 연애편지를 본 순간, 늘 온화했던 연지훈의 눈빛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서현주 앞에서 유이영은 요염한 몸짓으로, 마치 뱀처럼 연지훈에게 감겼다. 온갖 연약한 표정을 지으며 연지훈에게 자신과 서현주 사이에서 한 명만 선택하라고 했다.예상대로 연지훈은 유이영을 선택했다.원래 서현주의 것이었어야 할 피아노는 결국 유이영에게 돌아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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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전생에 연지훈은 연승재가 벌일 일을 전부 알고 있었음에도 냉담하게 지켜보기만 했다.연지훈이 무심코 시선을 올리고 그녀를 바라보았다.“싫어?”서현주가 되물었다.“그럼 좋아해야 돼요?”연지훈은 그녀를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이 남자가 더 이상 아무 말 없자 서현주는 화나서 이를 악물었다.“나 하이 플라워으로 돌아갈 거라고요.”연지훈은 알겠다며 대답하곤 눈을 감았다.“응, 나중에 보내줄게.”서현주가 쏘아붙였다.“지금 바로 돌아갈래요.”이 남자는 아예 읽씹이었다.20분 후, 서현주는 연지훈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그가 앞에서 걷자 서현주는 잔머리를 굴리며 몰래 도망치려 했지만 이내 제지당했다.연지훈은 분명 앞에서 걸어가는데 꼭 마치 뒤통수에 눈이 달린 것처럼 그녀를 불러세웠다.“어디 가, 서현주!”서현주의 심장이 덜컥했다.이때 연지훈이 말을 이었다.“네 발밑의 그림자 좀 봐봐.”그는 가까이 다가와 어두운 눈빛으로 차분하게 서현주를 바라보더니 손목을 잡고 강제로 단지에 들어섰다.집 안에 들어온 후 서현주는 체념한 듯 소파에 앉았다.연지훈은 부엌에 들어갔다가 이내 감칠맛 나는 잔치국수 한 그릇을 들고 나왔다.그는 서현주 앞에 잔치국수를 내려놓았다.“아줌마가 한 거야. 먹어봐, 한 번.”서현주의 속눈썹이 살짝 떨렸다.그가 말한 아줌마는 이 집에서 5년 가까이 일해온 가정부 오영숙이다.한때 서현주가 연지훈에게 매달리며 이곳에 이사 왔을 때 오영숙이 줄곧 그녀를 챙겨줬다.아줌마가 아직도 기억해주고 있다니, 이는 서현주의 예상 밖이었다.“아줌마 어디 있어요?”그녀가 주위를 쭉 둘러보다가 물었다.이에 연지훈이 대답했다.“손자가 열이 나서 지금 병원에 계셔.”서현주는 고개를 숙이고 두 손으로 그릇을 받쳤다.아줌마가 정성껏 차려준 잔치국수를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수저를 들고 먹기 시작했다.전과 달라진 맛이지만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다가 꾹 삼켰다.간이 좀 짜고 면발도 쫄깃하지 않았으며 안의 채소는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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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알고 보니 그랬던 거였다.젓가락을 내려놓는 서현주의 마음이 다시 요동쳤다.‘어쩐지... 지훈 씨가 왜 갑자기 양심이 발현된 것처럼 내 생일을 챙겨주나 했다. 유이영 대신해서 사과하려던 거였구나.’손에 쥔 꿀이 순간 독약처럼 느껴졌다.입맛이 싸늘하게 사라졌다.서현주는 입꼬리를 씩 올렸지만 그것은 차갑고 조롱 섞인 웃음일 뿐이었다.“그래요?”유이영은 입술을 깨물며 멋쩍게 웃었다.“네. 갖고 싶은 거 말해요. 내가 지훈 씨 보고 사 오라 할게요. 그냥 우리 마음이라 생각해요.”“필요 없어요.”서현주는 그릇과 젓가락을 내려놓고 벌떡 일어섰다.그렇게 두 사람을 마주 보는데 목소리는 기묘하게 평온했다.“사과 따위는 필요 없어요. 원하지도 않고요.”그리고 연지훈을 향해 차갑게 덧붙였다.“연 대표님 사과는 너무 귀한 거라 제가 감당 못 하거든요. 이 국수, 전 먹을 수 없고 먹고 싶지도 않아요.”“시간도 늦었네요. 전 먼저 갈게요. 둘이서 좋은 시간 보내요.”연지훈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서현주, 내가 사람 시켜서 바래다줄게.”하지만 서현주는 못 들은 척 방문을 열고 빠른 걸음으로 나가버렸다.돌아가는 길 내내 서현주는 연지훈을 향해 속으로 길게 욕을 퍼부었다.개교기념일 전날, 연채린이 마침내 병원에서 나와 학교에 나타났다.그런데 복귀 첫날부터 그녀는 교실 앞에서 서현주를 가로막았다.연채린은 도발적인 웃음을 지으며 비아냥댔다.“서현주, 할아버지한테 쫓겨났다며?”서현주는 곧게 서서 단호하게 말했다.“비켜.”그러자 연채린은 자기 패거리들과 함께 웃어댔다.“난 할아버지가 현주 널 진짜 가족처럼 여기신다 생각했는데... 내가 퇴원하기도 전에 벌써 쫓겨났네? 완전 웃겨.”“쓸데없이 강한 척하지 마. 속상한 거 다 알아.”서현주는 냉랭하게 노려보다 피식 웃었다.“난 네 오빠가 나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옷 홀딱 벗겨진 게 더 웃기던데? 영상 봤어? 못 봤으면 내가 보여줄까?”연채린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너 아직 나랑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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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연채린은 더 말하고 싶었지만 이승주가 있는 탓에 감히 막아설 수 없었다.복도에서 서현주와 이승주가 나란히 걸었다.이승주의 눈에는 걱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현주야, 네 처지가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나 찾아와.”서현주는 입술을 살짝 움직이며 낮게 말했다.“괜찮아요, 전 신경 안 써요.”이승주의 미간이 더욱 깊게 찌푸려졌다.“너도 신경 쓸 수 있어. 화내도 돼. 그건 네 권리야.”서현주의 표정이 잠시 멍해졌다.누군가 자신에게 ‘화내도 된다, 신경 써도 된다’고 말해준 건 처음이었다.지금까지는 감히 화낼 수도, 마음에 두지도 못했다. 아무도 그녀의 생각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으니까.하지만 이제는 정말로 신경 쓰지 않았다.서현주는 입꼬리를 씩 올리며 평온한 눈빛으로 이승주를 바라봤다.“선생님, 전 정말 괜찮아요.”그녀는 이승주가 이런 일에 휘말리길 원치 않았다.연씨 가문은 세력이 막강했고 이 도시에서는 하늘을 가릴 만큼 힘을 쥔 집안이었다.그 권세는 한낱 고등학교 선생님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이승주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서현주와 연씨 가문 사이의 일에 대해 그는 어느 정도 전해 들은 바 있었다.하지만 그는 소문을 믿지 않았다.단지 몇 번 수업을 같이 했을 뿐인 학생, 그 청아한 눈빛을 가진 아이를 믿었다.서현주에게서는 깨끗한 기운이 느껴졌다.그녀의 맑은 눈동자만으로도 충분히 믿을 수 있었다.이승주는 알았다. 연씨 가문의 사람들이 서현주의 마음을 철저히 짓밟아 그녀를 이런 지경까지 몰아넣은 것임을.그래서 서현주는 고작 ‘괜찮아요, 신경 안 써요’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던 것이다.개교기념일은 금세 다가왔다.서현주는 이승주가 준비해준 드레스를 입고 머리를 말아 올려 하얗고 가느다란 목과 쇄골을 드러냈다.무대용 화장을 했기에 평소보다 진한 메이크업, 붉게 칠한 입술이었다.하지만 그 진한 화장은 전혀 과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녀의 앳된 분위기를 지워내며 요염함과 기품을 더했다.눈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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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서현주는 허리를 곧게 세우고 두 손을 아랫배 앞에서 모았다.옅은 웃음을 지었지만 눈에는 전혀 웃음기가 없었다.그제야 사람들이 그녀가 입은 드레스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유이영의 드레스에는 비할 수 없었지만 서현주가 입고 나니 충분히 눈부셨고 맞설 만했다.보통은 ‘옷이 사람을 빛낸다’고들 하지만 서현주는 그 반대로 ‘사람이 옷을 빛낸다’는 걸 온전히 보여주고 있었다.늘 서현주를 짓밟으려 하던 연채린조차 그 순간만큼은 그녀의 자태에 놀라 말을 잇지 못하고 잠시 멈칫했다.이곳은 개교기념일 공연을 앞두고 출연자들이 모여 화장하는 분장실이었다.하지만 유이영은 이미 화장이 끝난 상태였고 연채린은 애초에 공연도 없는 날이었다.그렇다면 이곳에 온 이유는 뻔했다.서현주를 막으러 온 것이다.서현주는 연채린을 향해 비웃듯 미소 지었다.“연채린, 넌 장하로 133번지에 딱이야.”연채린은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숫자에 찡그렸다.“그게 어딘데?”원래도 키가 더 큰 서현주는 지금은 8센티 구두까지 신고 있어 연채린보다 거의 한 머리가 높았다.고개를 숙이지도 몸을 굽히지도 않은 채 냉랭한 눈빛으로 내려다봤다.“이렇게 진지하게 묻는데 그럼 알려줄게. 이 도시에 있는 정신병원 주소야. 네 동류들이 거기 많거든.”그 순간, 서현주의 시선이 연지훈과 맞닿았다.아직 아무 말도 하기 전, 유이영이 드레스를 집어 들고 사뿐사뿐 걸음을 옮기더니 연지훈의 팔에 매달렸다.“미안해요. 채린 씨가 좀 충동적인 면이 있어서요. 너무 개의치 마세요.”유이영은 수줍게 웃으며 덧붙였다.“다 저를 생각해주다 보니 그랬을 뿐이에요.”겉으로는 다정하게 속은 비꼬고 있었다.연채린 말이 옳다는 걸 에둘러 인정하는 꼴이었다.서현주는 입꼬리를 씩 올리며 무심한 눈빛을 보냈다.“정말 미안하다면 제대로 고개 숙여 사과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앞에선 한 말, 뒤에선 또 딴말. 제가 대신 지치네요.”유이영의 우아한 미소가 순간 멈췄다.입술을 살짝 비틀고 눈꺼풀을 내리깔며 억울한 듯한 표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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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서현주는 무대 위에 서서 똑똑히 내려다보고 있었다.상당수의 사람들이 손에 유이영을 상징하는 분홍색 응원봉을 높이 들고 큰 소리로 외쳤다.“유이영! 유이영!”분홍색 응원봉은 강당 전체 분위기를 분홍빛으로 물들일 만큼 눈에 띄었다.많은 이들이 유이영을 보기 위해 왔고 또 일부는 유이영과 연지훈을 함께 보기 위해 온 것이었다.그러나 서현주가 무대에 오르자 아래에서 유이영의 이름을 부르던 목소리가 갑자기 사라졌다.대신 낮으면서도 이를 갈 듯한 욕설이 흘러나왔다.“왜 하필 쟤야? 진짜 재수 없네.”“저런 사람은 우리 유영이 공연 사회 보게 하지 말아야지. 당장 내려가라 해 해.”“망할 세컨드.”어떤 목소리는 아예 숨기지도 않고 크게 내뱉었다.옆에 서 있던 공동 사회자도 난처한 얼굴로 서현주를 몇 번이나 흘끗거렸다.하지만 서현주는 평정심을 유지하며 개회를 알렸다.“여러분, 오늘 저희...”유이영과 연지훈의 합동 연주는 마지막 순서였다.서현주는 다리에 감각이 없어질 만큼 오래 서 있다가 마침내 두 사람의 이름을 무대 위에서 소개할 수 있었다.“다음 무대는 우리 학교 동문 연지훈 대표님과 유이영 양의 합동 연주입니다. 연주곡은 〈사랑의 연가〉, 큰 박수로 두 분을 맞아주세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관객석은 유이영 팬들의 함성에 묻혔다.“유이영! 유이영!”그 속에는 연지훈의 이름도 섞여 있었다.서현주는 다른 사회자들과 함께 무대에서 내려왔다.연지훈, 유이영과 스치듯 마주쳤지만 고개를 숙인 채 그들을 보지 않았다.그러다 뒤돌아봤을 때, 연지훈은 무대 뒤에 멈춰 서 있었고 무대에 오른 건 유이영 혼자였다.서현주는 눈살을 찌푸렸다.“왜 올라가지 않는 거지?”다른 사회자 세 명과 개교기념일을 담당한 교사들까지 모두 멍해졌다.한 교사가 급히 다가가며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연 대표님, 왜 무대에 오르지 않으십니까? 혹시 무슨 문제가 있으신가요?”서현주는 연지훈의 뒷모습을 가만히 주시했다.연지훈은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고개를 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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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서현주는 몇 번 거칠게 숨을 내쉬고는 눈을 감아 가슴 깊이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증오를 억눌렀다.그 순간, 유이영이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가 음향을 통해 흘러나왔고 객석의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함성을 멈추고 조용히 그 연주에 귀를 기울였다.서현주는 무대 뒤 커튼 너머로 유이영의 뒷모습을 멀리 바라보았다.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든, 어떤 다짐을 했든, 서현주는 언제나 이렇게 무대 아래 서서 무대 위의 눈부신 유이영을 올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우아한 자세, 섬세하면서도 힘 있는 손가락이 건반을 두드릴 때마다 유려한 선율이 천천히 흘러나왔다.연지훈 역시 그녀와 같이 무대 아래에서 유이영을 바라보고 있었다.하지만 서현주는 그저 어둠 속 바퀴벌레 같을 뿐이었다.연지훈의 눈길은 뜨거웠으며 두 사람은 너무나 잘 어울렸다.시간이 흘러 서현주는 고개를 숙이며 비웃듯 미소 지었다.‘숨기는 법도 모르나 보네. 원곡과 거의 똑같잖아? 과연 유이영이 대담해서일까 아니면 연지훈이라는 든든한 빽이 있어서 때문일까. 어찌 됐든 그래서 두려움이 없는 거겠지.’피아노 연주가 끝나자 객석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뒤덮였다.오늘 무대 중에서도 유이영의 무대가 가장 큰 박수와 환호를 받았고 인기가 단연 돋보였다.연주가 끝난 뒤에도 관객석에서는 다시 유이영의 이름을 외쳤다.심지어 학생들의 ‘팬심’을 늘 탐탁지 않게 여기던 교사들마저도 인정했다.“유이영 인기는 정말 대단하군요. 거의 연예인 못지않습니다.”“하지만 유이영은 확실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어요.”연지훈은 관객들보다 훨씬 먼저 손뼉을 치고 있었다.서현주는 치맛자락을 들어 올리며 유이영에게 박수를 보내는 연지훈 옆을 지나 천천히 무대 위로 올랐다.그녀는 무대에서 내려오는 유이영과 스쳐 지나갔다.두 사람 모두 곁눈질조차 하지 않고 상대를 없는 듯 지나쳤다.그러나 서현주의 얼굴에는 오늘 하루를 통틀어 가장 진심 어린 미소가 번졌다.그리고 마침내 모든 이들 앞에서 원곡의 제목을 입에 올리는 순간, 그녀는 오늘 밤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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