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Chapter 71 - Chapter 80

100 Chapters

제71화

서현주는 기분이 좋지 않아 불만을 가득 안고 학교를 나섰다.그러다 발걸음을 멈췄다.교문 앞에 롤스로이스 한 대가 세워져 있었는데 그건 연지훈의 차였고 수행비서가 차 문 옆에 서 있었다.그 자체로는 별 대수로울 게 없었다.문제는 강혜인이 수행비서 앞에 서서 뭔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서현주 가슴속 경고음이 크게 울렸다.‘설마 전생보다 더 일찍 강혜인의 재능을 알아차린 건가?’그 생각이 들자마자 서현주는 거의 반사적으로 강혜인 옆으로 다가갔다.강혜인의 말투에는 비굴함도 아첨도 없었다. 단지 호기심 어린 말뿐이었다.“이 차, 10억은 넘어야 살 수 있는 거 아니에요?”수행비서가 그녀를 보더니 눈빛이 번쩍하고 말문을 열려는 순간, 서현주가 재빨리 끊었다.“강혜인, 너도 여기 있었네? 어떻게 이런 우연이!”강혜인은 그녀를 한 번 보더니 다시 교문 쪽을 힐끗 바라보고는 곧바로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뀌었다.그녀가 서현주에게 다가와 손가락을 들어 머리를 톡톡 두드리며 비꼬듯 말했다.“서현주, 네 머리통 실종된 것 같아. 찾아봐야 되는 거 아니야?”서현주는 웬일로 할 말을 잃었다.강혜인은 입꼬리를 씩 올리며 말을 던졌다.“그냥 뭐 좀 물어본 건데 뭘 이렇게 예민하게 굴어?”이 말만 남기고 강혜인은 경멸이 가득한 표정으로 코웃음을 치며 떠났다.그제야 서현주는 강혜인이 오해했음을 알았다.마치 자신이 연지훈 곁에 강혜인이 있는 걸 못마땅해하는 걸로 착각한 것이다.하지만 서현주의 진짜 의도는 연지훈이 전생처럼 강혜인을 끌어들이지 않게 하려는 것이었다.서현주는 입술을 달싹였지만 도무지 설명할 길이 없었다. 멀어지는 강혜인의 뒷모습을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강혜인이 떠난 뒤, 서현주도 더 이상 이 자리에 있을 마음이 없어 발길을 돌렸다.그때 수행비서가 불러 세웠다.“현주 씨, 연 대표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처음에는 거절하려 했지만 머릿속에 아까 강혜인 이야기가 떠올랐다.차라리 지금 연지훈의 속내를 떠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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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유이영은 두려웠다. 혹시 서현주가 연지훈 마음속에서 결코 작은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기 때문이다.쓸데없는 생각을 이어가던 중, 갑자기 배 속이 뒤집히며 구역질이 치밀어 올라왔다. 목구멍 끝까지 올라오는 역한 기운에 거의 토할 지경이었다.유이영은 참지 못하고 손으로 입을 막으며 다른 한 손은 배를 감쌌다. 몸을 조금 굽힌 채 몇 번이나 헛구역질을 했다.고요하기 짝이 없는 차 안에서 그 소리가 너무도 뚜렷하게 퍼졌다.서현주와 수행비서의 얼굴이 동시에 달라졌다.서현주는 곧장 백미러를 통해 그녀를 살폈다.유이영은 입을 막은 채 겁먹은 얼굴로 눈가까지 붉어져 불쌍하게 연지훈을 올려다보고 있었다.“지훈 씨...”연지훈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매서운 눈빛이 번쩍이며 무심하던 자세를 고쳐 앉았다. 두 손을 맞잡은 채 상체를 곧게 세우고 검은 눈동자로 유이영을 똑바로 응시했다.곧 그의 낮은 목소리가 무겁게 울렸다.“혹시... 임신했어?”유이영의 뺨에 수줍은 듯 홍조가 스며들었고 눈빛에는 적절히 긴장해 하고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담겨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입술을 깨물었다.“확실하지는 않아요. 병원에 가봐야 알아요.”연지훈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생리 끊긴 지 얼마나 됐지?”유이영은 소녀처럼 수줍은 모습으로 시선을 피하며 낮게 속삭였다.“두 달 정도요...”마치 아무도 없는 듯, 연지훈이 다시 물었다.“그럼... 혹시 그날인가?”유이영은 손바닥을 꼭 쥔 채 고개를 떨구고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조심스레 연지훈의 표정을 살피며 손을 뻗었다.“지훈 씨... 나 좀 무서워요.”연지훈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왼손을 내밀어 유이영의 손을 자기 손으로 감쌌다.“겁내지 마.”낮고 묵직한 목소리에는 흔들림 없는 확신과 힘이 담겨 있었다.곧이어 그는 한 마디를 더 보탰다.“내가 있잖아.”유이영의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었다. 몸을 연지훈 쪽으로 더 붙이며 두 사람의 팔이 얽혔다.그녀는 고개를 숙여 이마를 연지훈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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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바로 그 한 번의 시선이 서현주를 다시 차분하게 만들었다.연지훈의 눈빛에는 의심과 탐색, 그리고 서현주가 늘 혐오하던 불신이 가득했다.서현주는 담담히 시선을 돌리며 차갑게 말했다.“아까 두 분 아들딸 금방 보라고 축하드렸는데 이제 그 아들딸이 온 셈이네요.”이 광경을 본 수행비서의 눈빛이 요동쳤다. 가십거리를 찾아낸 듯 눈빛 속에 호기심이 일렁이며 자꾸만 뒤쪽을 흘깃거렸다.유이영은 고개를 숙이고 두 볼이 붉게 달아올라 눈빛이 어딘가 복잡했다.“아직 확실하지는 않아요...”수행비서가 그만 참지 못하고 툭 내뱉었다.“대표님, 속도가 정말 빠르십니다.”유이영이 외지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두 달이나 된 아이라니.그게 의미하는 건 단 하나였다. 유이영이 돌아오자마자 두 사람 불붙는 듯 서로를 못 참았다는 것.생각할수록 수행비서의 눈빛이 번쩍였다.하지만 곧 떠올랐다. 바로 옆에는 연씨 가문의 양녀, 서현주가 함께 있다는 사실을.서현주가 연지훈에게 마음을 품고 있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일이었다.‘유이영 씨가 연 대표님 아이를 가졌다니... 그럼 현주 씨는...’수행비서는 최대한 눈빛을 조심했다.그러나 결국 들켰다.“눈이랑 입, 건사 잘해요.”연지훈의 낮고 날카로운 목소리에 수행비서는 그대로 입을 닫고 고개를 숙였다.그 뒤로는 아무 말 없이 차를 몰아 병원 정문으로 들어섰다.서현주는 곧장 차에서 내려 연지훈이 유이영을 부축해 내리는 걸 기다렸다.그리고 무심하게 말했다.“전 그냥 혼자 검사받을게요. 연 대표님은 여자친구분 데리고 산전검사나 해보세요.”이 병원은 산부인과와 건강검진센터가 서로 다른 건물에 있어 오가려면 십 분은 걸렸다.말을 끝내자마자 연지훈은 유이영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수행비서에게 지시했다.“나는 이영이랑 검사받을 테니까 저쪽이랑 같이 가.”서현주는 더 기다릴 필요도 없이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수행비서는 뒤돌아 연지훈과 유이영의 뒷모습을 아쉬운 듯 바라보다가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황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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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연지훈은 손을 들어 유이영의 등을 살짝 두드리며 달랬다.“감정 잘 다스려. 너무 흥분하지 말고.”유이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품에서 빠져나와 검사 결과지를 들어 올려 B 초음파 사진을 꼼꼼히 들여다봤다.그러다 불현듯 고개를 들어 서현주를 바라봤다.“현주 씨, 이게 우리 아기예요.”서현주는 대충 눈길만 주고는 시선을 거두며 담담히 말했다.“축하해요. 이제 엄마가 됐네요.”유이영의 눈빛에는 은근한 악의와 도발이 스쳤지만 입가의 미소는 여전히 온화했다.“현주 씨, 내가 없을 때 현주 씨가 우리 애 엄마 노릇 해줄래요?”서현주의 눈썹이 움찔했다. 머리가 반응하기도 전에 입이 먼저 튀어나왔다.“싫어요.”“안 돼.”앞의 ‘싫어요’는 서현주의 대답이었고 뒤의 ‘안 돼’는 연지훈의 대답이었다.서현주는 연지훈이 거절하는 것을 듣고 조금도 상처받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유이영의 제안은 분명 뭔가 꿍꿍이가 있는 말이라 생각했는데 연지훈이 단칼에 막아주었으니 안심이 된 것이다.서현주는 황급히 덧붙였다. 혹여라도 연지훈이 말을 바꿀까 싶어서였다.“연 대표님도 거절하셨잖아요. 이영 씨, 그냥 접는 게 좋을 것 같네요.”유이영은 아쉬운 듯 연지훈을 올려다보더니 낮게 속삭였다.“알겠어요...”잠시 후, 연지훈은 그녀를 셋방 앞까지 데려다주었다.내리기 전, 서현주는 달콤한 웃음을 지으며 몸을 앞으로 숙이고 연지훈에게 말했다.“연 대표님, 축하드려요. 귀한 아들 얻으셨네요.”말을 끝내자마자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차 문을 쾅 닫았다.서현주는 문득 깨달았다.‘유이영이 임신한 이상, 연지훈의 관심은 그 모자에게 쏠릴 수밖에 없을 터. 그렇다면 연지훈이 강혜인을 발견할 틈도 줄어들지 않을까?’그 사이 자신이 강혜인을 끌어들일 시간과 공간은 충분히 생길 것이었다.이렇게 생각하니 가슴속 답답함이 한순간에 가라앉아 발걸음까지 가벼워졌다.연씨 가문.연지훈이 유이영을 데려간 곳은 연씨 가문 소유의 병원이었다.유이영이 임신했고 연지훈이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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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이영아.”그 부름에 유이영의 가슴이 철렁 뛰었다.연동욱이 이렇게 다정하게 불러준 건 처음이었다.마침내 자신을 인정해준 것 같아 가슴 한켠이 뜨거워졌다.연동욱은 연지훈을 흘겨보았다.“이건 지훈이 네 잘못이다. 뭐든 정식으로 결정되기도 전에 이런 일이 터지다니.”유이영은 서둘러 말했다.“지훈 씨 잘못이 아니에요. 이건 제 선택이기도 해요.”그녀가 연지훈을 두둔하자 연동욱의 눈빛은 더욱 흐뭇해졌다.“굳이 변명해줄 것 없다. 이놈 성격은 내가 잘 안다.”“이미 연씨 가문의 아이를 가진 이상, 절차도 서둘러야지. 아무튼 우리 연씨 가문은 널 결코 홀대하지 않을 거다. 네가 가져야 할 건 다 챙겨줄 거다.”“이번 일은 지훈이가 미숙했던 탓이니 따로 보상도 할 거야. 집에 전문 영양사를 불러 몸을 챙기게 할 테니 당분간은 여기서 편히 지내거라. 나머지는 지훈이가 알아서 다 해결할 거야. 넌 아이 잘 낳을 생각만 해라.”“다음 달 18일이 좋은 날이더구나. 그날 혼인 신고하거라.”연동욱의 말에 유이영은 목이 메이고 손이 절로 움켜쥐어졌다.그녀는 무심코 연지훈을 바라봤다.“지훈 씨...”연지훈은 그녀에게 안심하라는 눈빛을 보내며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 말씀 따르자.”유이영의 눈가가 단번에 젖었고 코끝도 시큰거렸다.그토록 원하고 바랐던 일이 이렇게 쉽게 자기 손에 들어올 줄이야.‘드디어 성공했다!’연동욱은 인자하게 웃으며 말했다.“울 필요 없어. 앞으로 네 앞에는 좋은 날만 있을 테니. 우리 연씨 가문은 집안에 들어온 여자를 누구도 홀대하지 않는다.”유이영은 눈물을 훔치고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아요. 감사합니다, 할아버지.”그녀는 눈가가 붉어진 채 연지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지훈 씨도 고마워요.”연지훈은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웬일로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위로 올라가서 쉬자.”마치 세상에 둘도 없는 보물을 다루듯 조심하는 모습에, 유이영은 눈물 속에서도 웃음을 터뜨렸다.“지훈 씨,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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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이 아이를 어떻게 가진 건지 떠올리기만 해도 유이영의 마음은 끊임없이 불안해졌다.그녀는 몸을 일으켜 침대 옆 스탠드를 켰다.그때였다.“똑, 똑.”규칙적이면서도 부드러운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연지훈이었다.문밖에 있는 사람을 떠올리자 유이영의 가슴은 분홍빛 거품이 차오르는 듯 설레었고 가슴이 뜨겁게 달아올랐으며 눈가에는 부끄러운듯한 기색이 번졌다.유이영은 침대보를 움켜쥐고 부드럽게 말했다.“들어와요.”역시나 들어온 건 연지훈이었다. 그는 편안한 옷차림에 면 슬리퍼를 신고 있었고 손에는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들고 있었다.“우유 마시고 자.”그는 우유를 침대 머리맡 협탁 위에 올려두었다. 눈꺼풀을 살짝 내린 채, 짙은 눈동자는 어둑한 방 안에서 따스한 빛을 머금은 듯 부드러워 보였고 낮게 깔린 서늘한 목소리조차도 노란 스탠드 불빛 속에서 한층 온화하게 들렸다.유이영은 그 목소리에 마음이 다독여지며 이 남자에게 더욱더 빠져들고 의지하게 됐다.그녀는 잔을 들어 우유를 한 모금 넘기고 나서야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지훈 씨, 정말 괜찮은 거예요?”말을 꺼내자 곧장 불안이 엄습했다.연지훈은 남자다. 게다가 돈과 권력을 가져 오만하고 고귀하게 어릴 적부터 모두의 손바닥 위에서 자라온 사람이다.그런 남자가 아내가 다른 사람의 아이를 품는 것을 용납할 수 있을까?게다가 앞으로 그 아이를 길러야 하는데 연지훈은 정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그녀는 차마 고개를 들어 그의 표정을 볼 용기가 없었다.잠시 후까지도 연지훈은 대답하지 않았다.유이영의 불안은 점점 커져만 갔다.‘혹시 지훈 씨가 후회하는 걸까?’ 이 아이를 키우기 싫어진 건가, 아니면 더 이상 나와 얽히고 싶지 않은 건가?’그녀는 심지어 자기 합리화를 했다.‘혹시 내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못 들은 건 아닐까? 그래서 대답이 없는 건가...’한참이 흐른 뒤, 유이영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입을 뗐다.“원치 않으면...”“이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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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24살, 한창 빛나야 할 나이인데도 그녀의 얼굴은 이미 탄력을 잃은 듯 주름이 가득했고 도저히 24살 여자라 보기 힘들었다.삶은 어디서든 고단했지만 품에 안은 친딸만이 유일한 위안이었다.연하나는 그녀 품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반쯤 감긴 눈이 사랑스럽고 섬세한 이목구비가 아주 예뻤다.그 광경을 본 서현주의 눈이 순간 크게 휘둥그레졌다.“내려! 얼른 내려!”그녀는 죽어라 외쳤다.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내리라고! 제발 내려!”하지만 ‘서현주’도 ‘연하나’도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그때, ‘쾅’하며 한 대의 트럭이 돌진해왔다.‘서현주’와 ‘연하나’가 타고 있던 택시는 산산조각이 났다. 유리 파편이 사방으로 튀고 휘발유가 천천히 흘러나왔다.“하나야!”익숙하고 처절한 목소리가 미친 듯 울부짖었다.너무도 기막힌 우연이었다. 마치 연하나가 서현주 대신 화를 막아선 것 같았다.사고가 난 뒤, 서현주는 온몸에 긁힌 상처만 있었지만 연하나는 중상을 입어 즉각 치료가 필요했다.‘서현주’가 연하나를 안고 차에서 기어 나오는 순간, 허공에 떠 있던 서현주는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그녀는 어렴풋이 기억해냈다. 사고 현장에 마침 지나가던 구급차가 있었다는 걸.주위를 둘러보니 아니나 다를까 구급차가 도로변에 멈춰 있었다.서현주는 급히 그쪽으로 날아가 문이 열리는 순간 의사와 간호사를 향해 소리쳤다.“저기 환자 있어요! 위험해요, 어서 먼저 구해주세요, 제발 먼저 구해주세요!”하지만 그들은 당연히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정해진 동선대로 그들은 스트레처를 긁힌 자국만 남은 벤틀리 쪽으로 끌고 갔다.서현주는 그제야 보았다.연지훈이 얼굴을 굳게 한 채, 무릎만 조금 까진 아들을 안고 나오는걸.거의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안 돼, 제발, 제발 우리 아이 먼저 살려줘요. 곧 죽어버린다고요, 제발요!”서현주는 연지훈 곁으로 다가가 울며 손가락으로 박살 난 차를 가리켰다.“지훈 씨, 저기 좀 봐요! 저기 지훈 씨 딸이 있어요, 지훈 씨 딸이 죽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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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서현주가 눈을 떴을 때, 두 뺨은 눈물로 흥건했고 눈동자 가득 연지훈과 유이영에 대한 증오가 서려 있었다.그녀는 천장을 노려보다가 문득 자신이 이미 환생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이번 생에는 연하나가 없다.연하나에게 자신 같은 엄마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서현주가 눈을 감은 채 웃자 눈가에서 눈물이 한줄기 흘러내렸다.얼마나 좋은 일인가.연하나는 부모가 서로 사랑하는, 조화롭고 행복한 가정에서 태어나게 될 것이다. 더는 그녀를 따라 떠돌지 않아도 된다.이 순간만큼은 하늘에 깊이 감사했다.연지훈과 관계를 맺기 전, 연하나를 갖기 전, 자신을 환생할 수 있게 해주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니 말이다.하지만 유이영이 임신했다.아마도 전생의 그 남자아이일 것이다.서현주는 천천히 주먹을 움켜쥐었다.그녀는 유이영을 뼛속까지 증오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뱃속 아이를 해칠 수는 없었다.게다가 지금의 자신은 연지훈과 정면으로 맞설 만한 힘이 전혀 없었다.그러니 참아야 했다.‘우선은 강혜인부터 끌어들여야 해. 강혜인과 그 추종자들을 모아 서서히 세력을 쌓아야 해. 절대 조급해서는 안 되지. 조급하면 그 어떤 것도 얻지 못해.’악몽에서 깨어난 뒤, 서현주는 다시 잠들지 못했다.그녀는 이미 강혜인의 배경을 알아본 적이 있었다.친부는 집단 폭력, 도박 등 범죄로 13년 형을 선고받았고 친모는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해 그녀가 어릴 적 집을 떠났다.강혜인은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고 집안은 가난했기에 어린 나이부터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외할머니가 끝까지 막아주지 않았다면 아마 중학교도 채 마치지 못했을 것이다.그녀가 수능을 보지 않으려 한 것도 나이 든 외할머니가 더는 많은 일을 할 수 없어 돈을 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등학교 졸업장을 딴 뒤 곧장 일을 나가 외할머니를 부양하려 했던 것이다.전생에서 강혜인은 결국 거대한 IT 기업의 거물이 되었다.그렇지만 모두가 알던 그녀의 약점이 있었다. 바로 만성 위장병이었다.아침을 굶는 습관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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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추종자가 그녀의 손목을 붙잡으며 놀람과 분노가 뒤섞인 표정을 지었다.“너 혼자 죽으러 가게?!”서현주의 얼굴도 굳어졌다.“나도 알아. 네가 신경 쓸 필요 없어.”그 태도가 너무 완강해서 키가 180은 넘는 추종자조차도 순간 앞에 선 가녀린 여학생에게 기세가 꺾여 멍하니 바라봤다.서현주는 그 한마디를 남기고 몸을 돌려 떠났다.전생에 그녀는 연씨 가문 방계 자제들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근처 유흥업소에 대해서도 아는 게 거의 없었다.다만 어렴풋이 기억하는 건, 그곳의 창립자가 연지훈과 인연이 있었고 그래서 늘 거들먹거리며 남을 괴롭히고 여자들을 희롱했다는 사실뿐이었다.시간이 지나며 클럽 규모는 점점 커지고 지점까지 내게 된 걸 떠올리며 그 배후가 연씨 가문과 더 깊게 연결돼 있다는 뜻이라고 결론 내렸다.따라서 이번 일은 더더욱 어려울 터였다.클럽은 그녀가 세 들어 살던 집에서 몇백 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간판은 알파벳 철자였는데 서현주는 자세히 읽지도 못했다. 안쪽에서 뿜어져 나오는 휘황찬란한 불빛이 눈을 찌를 듯했고 귀청을 울릴 만큼 음악이 쿵쿵거렸다.파란색과 흰색이 섞인 교복 차림의 그녀는 클럽 입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그대로 들어갔다.역시나, 입구에서 곧장 경호원에게 막혔다.그의 목소리는 거칠었지만 눈길은 뻔뻔할 정도로 그녀의 얼굴과 몸을 훑고 있었다.“야, 여기가 어떤 데인 줄 알아?”서현주는 옷자락을 꼭 쥔 채, 어딘가 앳되면서도 요염한 기색을 띠고 천천히 경호원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제 친구가 여기 돈 많은 사람들이 많아서 돈 벌 수 있다고 그랬어요.”네온 불빛 아래 서 있는 그녀를 바라보던 경호원의 눈빛이 달라졌다.가녀린 몸, 균형 잡힌 라인, 교복 차림이라 해도 감출 수 없는 굴곡...아래로 시선이 내려갔다. 교복 치마는 오래되어 짧아진 탓에 하얗고 가느다란 다리가 드러나 있었다.얼굴은 앳된 듯하면서도 이미 성숙의 기미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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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경호원이 비웃으며 말했다.“여기까지 끌려왔으면서 아직도 얌전한 척이라니. 역시 너처럼 알아서 굽신거리는 애한테 출셋길이 열리는 거지.”서현주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입술이 내려앉고 경호원을 바라보는 눈빛이 차갑게 식어갔다.그러나 그는 눈치채지 못한 채 고개를 젖히고 크게 웃었다.“매니저 불러올게. 네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지 물어보자고.”고등학생 여자가 왔다는 말을 들은 매니저는 이미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몇 분도 안 돼 그는 서현주를 이끌고 룸 쪽으로 향했다.하지만 서현주는 몰랐다. 클럽 한쪽에서 검은 양복 차림의 남자가 조금 전 그녀와 경호원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그는 매니저가 기분 좋게 서현주를 룸으로 데려가는 걸 보면서 놀람에서 점차 공포로 바뀌는 표정을 지었다.‘저... 저건 서현주 씨?’그 남자는 놀란 나머지 들고 있던 술잔을 떨어뜨릴 뻔했다.‘망했네. 연 대표님 완전 폭발하실 거야.’그는 허둥지둥 술잔을 탁자 위에 던져놓고 다급하게 가장 안쪽 룸으로 달려갔다.‘이 망할 다리야! 빨리 뛰어, 안 그럼 이번에는 진짜 죽는다!’서현주는 룸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일부러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손끝으로 옷자락을 꼬아 쥔 채 소파 앞에 섰다.매니저가 낄낄거리며 말했다.“사장님들, 오늘 새로 들어온 여학생입니다. 아직 고등학생이고 아주 깨끗해요. 마음에 드시는지 한번 보시죠?”그러고는 서현주를 앞으로 쭉 밀어냈다.소파 위 남자들의 시선이 단번에 그녀에게 꽂혔다. 교복 차림을 본 순간, 몇몇은 더욱 음흉한 빛을 드러냈다.룸 안에는 남자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여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모두 노골적으로 드러낸 옷차림에 남자의 무릎 위에 앉거나, 발치에 무릎 꿇은 채 온갖 아양과 아첨을 떨고 있었다.서현주는 재빨리 둘러봤다. 그리고 구석에서 마른 체구의 남자에게 끌어안긴 채 몸부림치고 있는 여학생을 발견했다. 교복 차림, 그리고 그 남자의 손이 상의 속으로 파고들어 허리를 만지고 있었다.어두운 조명에 얼굴은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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