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Chapter 821 - Chapter 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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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1화

홍인수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네가 그렇게 얘기할 줄 알았어. 하지만 난 이미 결정했다. 어차피 치료할 수 없으니 더는 치료하지 않을 거야. 날 설득하지 마.”서현주는 두 손을 꼭 움켜쥐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진작에 알았다면 찾아뵈었을 텐데요...”홍인수는 예전처럼 자애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괜찮아. 그건 내 문제야. 너한테 알리지 않았으니까. 너한테 부탁할 일이 있어서 연락했어.”그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미안하다. 그동안 연락도 없이 지내다가 갑자기 부탁할 일이 있다고 연락을 했으니...”“아니에요. 언제든지 연락하셔서 부탁해도 돼요. 선생님께서 절 많이 도와주셨으니 저도 당연히 도와드려야죠.”미소를 짓던 홍인수는 갑자기 안색이 변하였다. 고통스러운 얼굴을 한 채 그가 세게 기침을 몇 번 했다.“선생님.”깜짝 놀란 서현주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홍인수는 애써 참으며 손을 들어 그녀에게 앉으라고 했다.“괜찮아. 긴장할 거 없어. 얼른 앉아.”한참 동안 홍인수를 지켜보던 서현주는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에야 다시 자리에 앉았다.“선생님, 말씀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서랍 1층의 사진을 꺼내봐.”그의 말대로 서현주는 서랍을 열고 그 안의 사진을 꺼냈다.누렇게 변색되어 있는 사진은 딱 봐도 오래 전의 사진이었다. 사진 속 배경은 병원 병실이었고 한 젊은 여자가 환자복을 입은 채 침대 머리맡에 반쯤 기대어 있었다. 복부 아래로는 이불을 덮고 있었고 여자는 눈물을 글썽이며 품에 있는 아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사진을 들고 그를 향해 물었다.“선생님, 이게 무슨 뜻이에요?”홍인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20여 년 전, 서윤이 엄마는 나와 이혼한 뒤 외국으로 나갔어. 서윤이는 그때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평소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서 난 가정부를 고용했지. 그 여자의 이름은 엄영란이었어.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고 결국 임신까지 하게 되었어...”그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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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2화

홍인수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이제야 그 아이를 찾아가는 건 그 아이한테 미안한 일이지만 난 최대한 보상해 주고 싶어. 그 아이가 날 용서해 주기를 바라지 않아. 그저 잘 지내고 있는지만 알고 싶어.”“선생님, 걱정하지 마세요.”서현주는 사진을 쳐다보며 말했다.“제가 한번 찾아볼게요.”눈물을 글썽이던 홍인수는 그녀의 손을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 정말 고맙다.”서현주는 그의 손을 토닥였다.“걱정하지 마시고 편히 계세요.”잠시 후, 홍인수는 베개 밑에서 자료를 꺼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이건 엄영란과 아이의 자료야. 이걸 가지고 계속 알아보면 될 거야...”그는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가능하다면 엄영란도 좀 찾아 줘. 그 당시 아이를 혼자 낳으면서 억울함을 많이 겪었을 거야. 그 여자한테도 보상으로 재산을 조금 남겼어.”자료를 펼치니 가장 눈에 띤 것은 엄영란의 사진과 기본 정보였다.엄영란의 젊은 시절 사진은 자료 오른쪽 상단에 붙어 있었다. 사진 속의 여자는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고 청순해 보였다.‘성이 엄씨라...’엄씨는 흔치 않은 성씨였고 엄진경도 엄씨였다.서현주는 엄영란의 자료를 대충 스캔하였고 엄영란이 출산했을 때의 병원이 경연시의 병원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녀가 알기로 이 병원은 실제로 산부인과로 유명한 병원이었다.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니 보육원에 관한 자료였다. 자료를 대충 읽고 난 뒤, 서현주는 진지하게 말했다.“최대한 빨리 알아볼게요.”“그래. 너한테 맡기면 난 안심할 수 있어.”몸이 많이 안 좋았던 홍인수는 그녀와 몇 마디 주고받고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서현주는 얼마 안 돼 자리를 떴다.홍서윤은 그녀를 주차장까지 데려다주면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이 일은 네가 좀 신경 써줘.”서현주는 그녀를 쳐다보고는 머뭇거렸다.“언니...”“괜찮아.”홍서윤은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20년 전에 알았을 때는 받아들일 수 없었어. 지금도 아빠한테 혼외자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고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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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3화

안요한이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던 서현주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그녀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원하는 게 뭐예요?”잠시 말이 없던 그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얘기하면 들어줄 거야?”서현주는 눈을 깜빡였다.“일단 말해봐요. 이러니까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잖아요.”“알았어. 놀리지 않을게.”안요한은 키득키득 웃었다.“다음 주 토요일에 시간 돼? 하루 정도 시간 비웠으면 하는데.”“왜요?”서현주는 말하면서 스케줄표를 확인했다.안타깝게도 다음 주 토요일은 고객과 미팅이 있었고 하루를 다 뺄 수가 없었다.서현주는 사실대로 그에게 말했다. 아쉽긴 했지만 안요한도 그녀를 강요하지 않았다.“그럼 다음 주에 언제 시간 돼? 가까운 도시로 여행을 갈 생각인데 같이 갈 친구가 필요해.”스케줄표를 확인하니 다음 주는 스케줄이 꽉 차 있었다.이번 주와 다다음 주도 스케줄이 꽉 찼지만 다다음 주에는 시간을 낼 수 있었다.“꼭 다음 주여야 해요? 다다음 주는 안 돼요?”안요한은 한숨을 내쉬었다.“시간이 안 된다면 할 수 없지. 돌아와서 다시 얘기해.”“돌아와요?”“응. 그쪽의 프로젝트가 마무리 단계야. 나 또 떠나야 해. 짧게는 몇 달, 길게는 1년. 다음 주 일요일에 출발할 거야.”‘몇 개월 아니면 일 년이라고?’잠시 멍하니 있던 서현주는 손을 움켜쥐며 무의식적으로 농담을 건넸다.“그렇게 오래 걸려요? 어디 납치된 거 아니에요?”“무슨 소리야?”서현주의 눈빛이 무의식적으로 스케줄표에 떨어졌다.이 일정들은 모두 비서가 미리 정한 것이었다. 대부분은 원래 계획에 따라 진행될 것이고 일부는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일정을 변경할 수도 있었다.반드시 하루의 시간을 빼야 한다면 어떻게든 짜낼 수 있었다.서현주가 입을 열려고 할 때, 안요한이 먼저 입을 열었다.“됐어. 별일도 아닌데 뭐. 나중에 돌아와서 얘기해. 일부러 시간 빼지 말고 열심히 일해.”전화를 끊은 후 서현주는 스케줄표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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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4화

서현주는 이마를 짚으며 입을 열었다.“그런 눈빛으로 쳐다보지 마. 그 사람과 난 아무 사이도 아니야.”“그 사람? 그 사람이 누군데? 이 남자야? 아니면 저 남자야?”“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할 일이 없던 강혜인은 책상에 털썩 주저앉더니 허리를 굽히고 서현주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전에 진강준과는 집안 사람들 앞에서 연기만 하는 거라고 했잖아. 왜 요즘 두 사람이 자주 만나는 것 같지?”“그래? 일 때문에 그런 거잖아. 우리 회사와 협력하고 있으니까 피할 수 없어.”강혜인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이상하지 않냐? 왜 매번 회의 때마다 진강준이 참석하냐고? 크고 작은 일에 다 참여하잖아. 어떤 일은 진강준이 직접 결정할 필요가 없는데. 우리 둘도 가지 참석하지 않는데 왜 그럴까?”재무제표를 들여다보고 있던 서현주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네 뜻은...”강혜인이 가까이 다가와 속삭였다.“진강준이 너한테 관심이 있는 것 같아.”그러나 서현주는 그 말에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그런 거 아니야.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허리를 곧게 펴던 강혜인은 팔짱을 끼고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못 믿겠어? 두고 봐.”“뭘 두고 봐? 허튼소리 하지 마. 진강준과는 그저 아는 사이일 뿐이야.”“나 지금 진지해. 허튼소리 하는 거 아니야.”“쓸데없는 일 벌이지 마. 우리 회사 고객이야.”“당연하지. 나도 회사의 일원인데 어떻게 회사의 협력을 방해할 수 있겠어?”강혜인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친구의 꿍꿍이를 막을 수 없었던 서현주는 아예 그녀를 무시해 버렸다.그날 저녁, 진강준의 회사 직원들과 회식할 때 강혜인은 서현주를 깜짝 놀라게 했다.꽃집 직원이 1004송이의 붉은 장미를 들고 나타난 순간, 서현주는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두 회사의 프로젝트팀 직원 수가 너무 많아서 룸에 앉아 식사를 할 수가 없었다.식당 매니저는 홀에 있는 몇 개의 테이블을 합쳤고 그들은 홀 중앙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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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5화

서현주의 추측대로 1004송이의 붉은 장미는 강혜인이 준비한 것이었다.오전에 두고 보자고 했던 친구가 이렇게 대담하게 일을 벌일 줄은 몰랐다. 이 많은 직원들 앞에서 난리를 치다니...강혜인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말하는 동안, 식당 직원은 이미 1004송이의 장미를 서현주 뒤쪽에 있는 넓은 자리에 놓아두었다. 주변 손님들은 서현주와 진강준을 쳐다보며 수군대기 시작했다.바로 그때, 식당 주인이 서현주를 향해 카드를 내밀었다.“손님, 누가 전해주라고 했습니다.”서현주는 힘없이 카드를 건네받았다.“감사합니다.”고개를 숙이고 카드를 쳐다보니 그 위에는 달콤한 말들이 적혀 있었지만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다.서현주는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담담한 얼굴의 강혜인을 노려보았다.목청을 가다듬고 옆에 있던 구경꾼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얼른 밥이나 먹어요. 그만 보고.”바로 시선을 거둔 직원들은 고개를 숙이고 꽃게를 먹었다.이 일은 이대로 넘어갈 줄 알았는데 그 순간, 진강준이 다가왔다.“현주 씨한테 대시하는 분이 성의가 엄청나네요. 내가 한번 맞혀볼까요? 태영 그룹의 대표 맞아요?”서현주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의 모습을 보고 진강준은 이내 한마디 더 보탰다.“말하기 싫으면 말하지 말아요. 강요하지 않을게요.”서현주는 이것이 강혜인이 그를 위한 테스트라는 것을 말할 수가 없어서 그저 아니라고 대충 둘러댔다.진강준은 이 문제에 대해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처럼 계속 물었다.“이 많은 장미꽃을 보고 마음이 흔들렸어요?”그 말에 서현주는 흠칫했다.그녀와 진강준은 부모님과 친구들을 속이려고 손을 잡은 파트너일 뿐, 서로의 감정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거듭된 진강준의 질문에 서현주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게 되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그를 쳐다보았다.“아니요. 마음이 흔들릴 게 뭐가 있겠나요? 얼른 밥 먹어요.”우아한 진강준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그려졌다.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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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6화

서현주는 그를 바라보았다. 진강준의 얼굴에 잠깐 불편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고 그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제 말대로 해 줄 수 있어요?”서현주는 입을 열었다.“그건...”진강준은 기대가 가득 담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물었다.“안 돼요?”“저는...”서현주는 잠시 말을 고른 뒤 말했다.“그걸 받아들일 생각이 없어요.”그건 강혜인이 선물한 것이지, 누군가가 그녀에게 호감을 가지고 건넨 물건이 아니었다. 그러니 받아들일 수 있을 리 없었다.그러나 서현주의 대답에 진강준의 눈빛이 살짝 밝아졌다.“현주 씨, 저 아직 하고 싶은 말이 조금 더 있어요.”서현주는 숨을 한 번 고른 후 여전히 차분하고 인내심 있는 말투로 대답했다.“말씀하세요.”진강준은 두 손으로 가볍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폈다. 그의 눈빛에 깃든 어색함이 점점 짙어졌고 시선이 잠시 흔들리다 이내 단단해졌다.“우리 이렇게 만난 지도 시간이 꽤 지났잖아요. 혹시 저에 대해서 다른 감정은 없으신지 여쭤보고 싶었어요.”서현주는 말문이 막혔다.“어...”진강준이 이어서 말했다.“저는 솔직히 현주 씨에게 사적인 감정이 생겼어요. 그래서 이제는 부모님의 눈치를 보면서 형식적으로 만나는 게 아니라 다른 맞선 상대들처럼 제대로 서로를 알아가 보고 싶어요. 천천히 가까워져 보고 잘 맞는다면... 그때는 사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렇게 해도 괜찮을까요?”서현주는 진강준의 눈빛을 마주했고 호흡이 자연스럽게 느려졌다.그녀는 입술을 가볍게 다물고 있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눈빛이 맑고 흔들림이 없었다. 거기에 그 어떤 여분의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이 순간 서현주의 머릿속을 스친 생각은 하나였다.‘혜인이가 정말로 맞혔구나.’진강준은 여전히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현주 씨의 생각이 궁금해요. 부담 갖지 말고 솔직하게 말씀해 주세요.”달빛 아래서 언제나 온화하고 감정 기복 없던 남자의 눈빛에 그동안 눌러 담아온 기대와 호감이 선명하게 어렸다.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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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7화

강혜인은 서현주를 보며 물었다.“그럼 앞으로도 진강준 씨랑 계속 만나는 척할 거야? 방금 그 사람이 너를 좋아한다고 말한 거나 다름없잖아. 이런 상황에서 계속 연락하고 만나면 진강준 씨의 입장에서는 네가 자기 마음을 받아줄 가능성이 있다고 착각할 수 있어. 네가 괜히 희망을 주는 신호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그러다 계속 이어지면 너도 그 사람한테 마음 있는 줄 알 거라고.”진강준의 고백은 서현주에게도 확실히 갑작스러웠다. 다만 다행인 건 서현주가 이런 상황에 아주 능숙하지는 않아도 처음 있는 일은 아니라는 점이었다.강혜인은 서현주를 따라 차에 올랐고 곧 서현주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그만두면 되지. 굳이 계속 만나는 척할 필요 없어.”강혜인은 어깨를 으쓱했다.“진강준 씨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이던데. 방금도 이제부터 너에 대한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겠다고 했잖아. 그런데 그 사람이 기회를 쉽게 놓치겠어?”서현주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뉴스를 넘겼다.“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도 돼. 별일 아니야.”강혜인은 입꼬리를 삐죽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닐 텐데.”이 일이 안요한의 귀에라도 들어가면 그가 폭발해 버릴지도 모른다.그러나 서현주는 여전히 담담한 말투였다.“너만 사고 안 치면 돼.”이때 강혜인은 눈동자를 굴리며 의미심장한 눈빛을 띠더니 그녀의 얼굴에 ‘어디 한번 크게 사고 쳐볼까’ 하는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차 안이 잠시 조용해졌고 서현주는 아까 봤던 그 커다란 장미꽃다발이 떠올라 고개를 돌려 강혜인에게 물었다.“꽃은 어디로 보냈어?”강혜인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너한테 준 거니까 당연히 네 집으로 보냈지. 이미 큰 차 불러서 실어다 놨으니까 걱정하지 마.”서현주는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앞으로는 이런 과한 짓 하지 마. 직원들이 다 봤잖아. 나더러 앞으로 회사에서 어떻게 직원들을 관리하라고.”강혜인은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씩 웃었다.“그럼 직원들이 없을 때는 해도 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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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8화

몇 주 사이, 안요한은 회사 업무를 빠르게 파악했고 강경한 수단으로 조직과 직원들을 정비하며 새로운 프로젝트들을 차근차근 인수해 나갔다. 일의 흐름은 명확했고 추진력도 확실했으며 직원들을 이끌고 프로젝트를 단기간에 실질적인 성과로 만들어냈고 그 과정과 결과 모두가 인상적이었다.그의 관리 능력과 기술적 역량은 감히 따라가기 힘들 정도였고 처음에는 그더러 ‘낙하산으로 들어온 젊은 부대표’라며 거리감을 두던 사람들조차 점차 그를 올려다보게 되었으며 이제는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존중과 함께 안요한의 리더십을 인정하게 되었다.지금 보고하고 있는 본부장은 마케팅본부 소속이었다. 그도 안요한에 대해서 익히 들어왔지만 안요한을 실제로 이렇게 마주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런 그는 안요한이 혀를 차는 소리를 듣고 멍해졌다.‘내가 뭘 잘못했나?’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물었다.“안 대표님, 혹시 제가 보고한 내용에 무슨 문제가 있나요?”안요한은 한 손으로 휴대폰을 들고 메시지를 확인한 뒤 휴대폰을 뒤집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아닙니다. 계속하세요.”그의 목소리는 맑고 또렷했지만 조금 전보다 미묘하게 거친 기색이 섞여 있었다.마케팅본부 본부장은 더 신중해진 태도로 보고를 이어갔다.회의는 밤 여덟 시 반을 넘겨서야 끝났고 안요한은 비서에게 직원들을 위해 야식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비서는 대학교를 졸업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젊은 여자였다. 얼굴은 단정하게 예뻤고 몸매는 늘씬했으며 분위기는 차분하고 단아했다. 그녀는 원래 회장 안정수의 비서실에서 근무하던 직원으로, 안요한을 보좌하라는 지시에 따라 내려온 인물이었고 이름은 진수인이었다.진수인은 단정한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잘록한 허리선이 또렷하게 드러났고 치마 아래로 가늘고 하얀 다리가 훤히 보였다.그녀는 몇 걸음 다가와 밝은 립스틱을 바른 입술을 부드럽게 휘며 온화한 눈빛으로 말했다.“대표님, 더 필요하신 건 없으세요?”안요한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진수인이 강한 향의 향수를 뿌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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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9화

그 말을 들은 서현주는 혀를 찼고 그 소리는 휴대폰 수화기를 타고 정확하게 안요한의 귀로 파고들었다.안요한은 느긋한 말투로 말했다.“왜 혀를 차? 사람이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래, 아니면 장미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러는 거야?”“둘 다 마음에 안 들어서요.”서현주가 바로 대답했다.“강혜인 그 수다쟁이 때문에.”안요한의 눈매가 조금 누그러졌다.“혜인 씨가 말 안 했으면 나한테 말 안 할 생각이었어?”그 순간 서현주 쪽에서 들리던 드라이어 소리가 멈췄다.“딱히 말할 것도 없어요.”안요한은 마지못해 그 말을 받아들였다.“그래도 그 고백한 남자를 나한테 소개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서현주는 바로 말했다.“이미 거절했는데 뭘 소개해요. 혜인이가 완전 이상한 말을 했나 보네요.”안요한은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웃었다.“서 대표 인기 많네. 나 괜히 위기감 드는데.”서현주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요한 씨, 혹시...”안요한이 되물었다.“왜, 안 돼?”한층 더 조심스러워진 서현주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흘러왔다.“혹시 게이예요?”안요한은 할 말을 잃었고 서현주는 더듬거리며 말을 이었다.“아, 아니, 난 요한 씨가 누굴 만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서요. 진짜예요?”안요한은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이를 악물고 말했다.“서현주, 네 머릿속에는 도대체 뭐가 들어 있는 거야. 왜 그렇게 쓸데없는 상상만 하는데.”서현주는 여전히 조심스럽게 떠봤다.“그러면... 아닌 거죠?”그러다 갑자기 덧붙였다.“아, 괜찮아요. 설령 그렇다 해도 난 신경 안 써요...”“서현주.”안요한은 더는 참지 못하고 이를 악문 채 또박또박 말했다.“나 게이 아니야. 난 철저한 이성애자야.”서현주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아, 네...”안요한은 휴대폰을 꽉 쥐었고 머리가 지끈거릴 만큼 화가 났다.“알겠어?”서현주의 목소리가 아주 작아졌다.“네, 잘 알겠어요.”그다음 순간 서현주 쪽에서 놀라는 소리와 함께 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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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0화

안요한은 맞은편에서 전화가 끊어져 버린 휴대폰을 바라보다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속으로 혀를 찼다.진수인은 해장국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안요한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린 채 말했다.“대표님, 한 번 드셔 보시겠어요?”안요한은 휴대폰을 거두며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해장국을 힐끗 바라보고는 물었다.“진 비서가 만든 거예요?”진수인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빛에 자신감이 번쩍였다.“배달시키면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해서요. 마침 탕비실에 해장국 재료가 있길래 한 그릇 끓여봤어요. 저 요리에 좀 자신 있는데 한 번 드셔 보시겠어요?”안요한은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고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았다. 그 해장국을 궁금해하는 기색은 전혀 없어 보였다.“대표님.”진수인의 미소가 살짝 굳어졌지만 그녀는 억지로 침착해 보이려 했다.“안 드실 거면 이건 밖으로 가져갈게요. 그리고 배달 가게에 해장국 하나 추가해서 보내달라고 할게요.”그녀가 말을 마치자마자 안요한은 그녀를 쓱 보더니 손을 뻗어 해장국을 집어 들었다.“괜찮아요. 이거면 돼요.”안요한은 담담한 말투로 말하며 해장국을 한 모금 마셨다.진수인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가 곧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그릇의 가장자리가 안요한의 입술에 닿고 그가 자신이 만든 해장국을 마시는 모습을 눈에 담으며 그녀는 숨이 조금 가빠지는 걸 느꼈다.마음이 들뜬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맛은... 어때요?”안요한은 두어 모금 더 마시고는 해장국을 내려놓았다. 그는 진수인을 바라보지도 않았고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도 않은 채 대신 이렇게 말했다.“이건 수인 씨가 할 일이 아니에요. 앞으로는 이런 거 하지 않아도 돼요.”조금 전까지 설레서 마구 뛰던 진수인의 심장은 단숨에 바닥으로 가라앉는 것 같았고 그녀의 얼굴에 걸려 있던 미소도 힘없이 사라졌다.그녀는 주먹을 꽉 움켜쥐고 입술을 깨물었다.“왜요, 제가 만든 해장국이 맛이 없나요?”안요한은 손에 든 휴대폰을 천천히 돌리며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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