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Chapter 881 - Chapter 890

1099 Chapters

제881화

엄진경은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고 놀라움과 의심스러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서현주를 바라봤다.서현주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가슴속에서 올라오는 감정을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었다.그녀의 추측이 맞았다. 수많은 우연이 겹치면 그것은 더 이상 우연이 아니지 않겠는가.아마도 최근 며칠 동안 서현주가 엄영란과 그녀 자식의 행방을 찾느라 여기저기 뛰어다녔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기 때문에 하늘이 아예 기회를 눈앞에 던져 주며 이런 식으로 진실을 알려 주는 것일지도 몰랐다.서현주는 눈을 뜨고 엄진경을 바라봤다.“엄마의 친언니가 정말로 엄영란 씨 맞아요? 그분은 24년 전에 이미 돌아가셨잖아요.”엄진경의 눈빛에 놀라움이 번뜩였다.“넌 그걸 어떻게 알았어?”서현주는 그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되물었다.“엄영란 씨의 아이는 저랑 나이가 같죠?”그 말에 엄진경의 표정이 굳어버렸고 그녀가 말은 안 했지만 이미 대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서현주가 다시 물었다.“엄영란 씨 아이의 친아버지가 누군지 아세요?”엄진경은 그녀를 경계하듯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서현주가 대신 말했다.“전 알아요. 엄영란 씨 아이의 친아버지는 사업가였고 이름은 홍인수예요.”“홍인수?”엄진경은 그 이름을 어렴풋이 기억하는 듯했다.“그분은 네 선생님 아니니?”서현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여기서 잠깐 기다리세요. 자료를 가져올게요.”잠시 후 서현주는 그동안 조사한 엄영란과 관련된 자료를 몽땅 들고 와 엄진경 앞에 내려놓았다.엄진경은 두툼한 자료 뭉치를 집어 들고 한 장 한 장 넘기다가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네가 언제 이런 걸 다...”서현주는 차분히 말했다.“엄마 말대로 저는 홍인수 선생님의 학생이었어요. 홍 선생님은 지금 백혈병을 앓고 계시고 말기라 침대에서 내려오지도 못하세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저한테 자기 친딸을 찾아 달라고 부탁하시더라고요. 딸에게 보상하고 싶다고 하시면서.”“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셨는데 아이의 엄마가 엄영란 씨래요. 엄영란 씨는 아이
Read more

제882화

서현주는 진실을 듣고도 크게 놀라지는 않았지만 마치 심해 밑바닥으로 가라앉는 듯한 느낌이 들어 마음이 답답하고 무거웠다.그녀가 존경했던 선생님의 친딸이 하필이면 그녀가 두 번의 인생을 살아도 절대 용서할 수 없을 여자라니.게다가 홍인수의 친딸은 이미 세상을 떠났을 가능성까지 있었다.서현주가 다시 물었다.“그럼 유이영 씨 양부모님의 친딸은 어디에 있어요?”엄진경은 황급히 시선을 피하며 서현주와 눈도 마주치지 못했고 얼굴에 당황해하고 불안해하는 기색이 그대로 드러났다.서현주의 낮은 목소리가 천천히 흘러나왔다.“엄마, 말해 줘요. 저 알고 싶어요.”엄진경은 또다시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다.“이제 그만 말하자. 어차피 너도 우리 언니 아이가 누군지 알았잖아.”서현주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만약 정말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었으면 엄마가 이렇게까지 아무 말도 안 하시지는 않았겠죠.”엄진경은 급히 걸어가 방 문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그때 서현주가 말했다.“설마 저예요?”엄진경은 문을 열다가 손이 그대로 멈췄다.서현주가 다시 한번 물었다.“저냐고요.”엄진경은 문을 열며 어색하게 웃었다.“무슨 소리야. 그럴 리가 있겠니? 절대 아니야.”“제가 아니라면...”서현주는 뒤따라가 두어 걸음 떨어진 곳에서 엄진경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유이영 씨 양부모님의 친딸은 지금 어디 있어요? 그리고 왜 두 아이를 바꿔치기한 거예요?”엄진경은 방 안으로 들어가 문틀을 잡으며 말했다.“아이고, 그만해. 나 너무 피곤해. 이제 자야겠어.”서현주는 담담하게 말했다.“엄마가 말 안 하셔도 상관없어요. 저랑 엄마 머리카락을 가져가서 친자 확인 검사하고 유이영 씨의 양부모님도 찾아가서 검사해 보면 돼요. 그러면 어차피 다 알게 될 텐데 엄마가 언제까지 피할 수 있을 것 같아요?”“나 잘 거라고 했잖아.”엄진경은 거의 울부짖듯 말하며 서현주 앞에서 ‘쾅’ 하고 문을 닫아버렸다.서현주는 그 자리에 잠시 서 있다가 아무 말 없이
Read more

제883화

엄영란은 유이영 양모의 배가 자신의 배와 크기가 비슷한 걸 보고 차마 입 밖에 낼 수 없는 위험한 생각을 품게 됐다.그녀는 몰래 유이영 양부모의 신상 정보를 적어 두었고 이후에 식당에서 일하며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출산이 가까워졌을 무렵, 엄영란은 모은 돈을 전부 털어 유이영 양모가 입원한 1인실 바로 옆 병실에 들어갔다. 그 병실 역시 1인실이었고 하루 입원비가 듣기만 해도 숨이 막힐 정도였지만 그녀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 버티다 엄영란은 결국 유이영의 양모와 같은 날 아이를 낳게 됐다.더 기막힌 건 두 사람 모두 딸을 낳았다는 사실이었다.출산 후에도 엄영란은 곧바로 퇴원하지 않고 병원에 더 머물렀고 기회를 엿보다가 자신의 아이와 유이영 양모의 아이를 바꿔치기했다.그 시절 병원 관리가 허술했던 탓에 두 병실의 아이가 바뀐 사실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게다가 마치 하늘이 일부러 정한 것처럼 두 신생아는 태어났을 때 거의 똑같게 생겼었다. 아이의 친부모조차도 바뀐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그렇게 아이를 바꾼 뒤 엄영란은 산후조리도 채 끝내지 않고 서둘러 퇴원했다.그녀는 자신의 친자식이 아닌 아이를 안고 한동안 이곳저곳 전전했고 돈이 바닥난 탓에 매일 굶주리며 버텼다.그러다 엄영란은 어린 시절 다른 집으로 보내졌던 엄진경을 만나게 됐다. 두 사람이 처음 마주친 곳은 좁은 골목이었다.엄영란은 아이를 안은 채 하수구 옆에 쭈그려 앉아 있는 초라한 몰골이었다. 엄진경은 순간 마음이 약해져 그녀를 집으로 데려왔다.어릴 적에 버려졌지만 엄진경은 이름을 바꾸지 않았고 성도 여전히 ‘엄’ 씨였다.이야기를 나누다가 두 사람은 자신들이 친자매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큰 충격을 받았다.엄진경은 상대가 자신의 친언니이고 품속의 아이가 자신의 친조카라는 말에다가 엄영란이 들려준 ‘부잣집 남자에게 버림받은 사연’까지 듣자 책임감이 솟구쳐 결국 두 사람을 받아들이게 됐다.낮에 엄영란은 집에서 쉬며 아이를 돌봤고 엄진경은 밖에 나가 일했다. 밤이 되면
Read more

제884화

엄영란은 다시 한번 아이를 보육원에 맡기자고 말했고 그 말에 엄진경은 또다시 얼굴이 벌게지도록 호되게 욕을 퍼부었다.그러자 엄영란은 그 김에 떠나겠다고 했고 분노가 치밀어 오른 엄진경은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엄영란은 정말로 떠나버렸고 아이는 엄진경에게 떠넘겨졌다. 그렇게 두 사람은 갈라섰다.그 이후로 엄영란이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엄진경은 자신이 친자식이 아닌 아이를 키우는 걸 개의치 않는 남자를 만나 결혼했는데 그 남자가 바로 연동욱의 기사였다.몇 달쯤 지났을까, 어느 날 엄영란이 엄진경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엄진경은 병원으로 찾아가 그녀를 만났고 결국 장례까지 치러 주었다.엄영란은 임종을 앞두고서야 아이에 관한 진실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엄진경이 아무리 다그쳐 물어도 그녀는 친딸이 어디에 있는지, 아이의 양부모가 누구인지는 끝내 말해 주지 않았다.그 후로도 엄진경은 몰래 이 일을 추적했고 경연시에 온 뒤 예전에 엄영란이 남긴 앨범에서 아이를 바꿔치기했던 가정을 찾아냈다. 그렇게 유이영과 그녀의 양부모를 찾아낸 것이었다.엄진경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뒤 서현주는 왜 자신이 받은 정보에는 ‘엄영란이 아이를 보육원 문 앞에 버렸다’고 되어 있었는데 실제로 찾아갔을 때는 아이가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내심 불안한 엄진경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게 다야.”서현주는 꿈에서도 이런 상황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25년 동안 자신의 친어머니라고 믿었던 사람이 사실은 친어머니가 아니었다니. 그리고 두 번의 인생에 걸쳐서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던 원수 유이영이 엄진경 언니의 친딸이자 서현주가 가장 존경했던 선생님의 친딸이었다니.더 잔인한 건 서현주의 친부모가 20여 년 동안 유이영을 키웠고 누구보다 그녀를 아껴주고 사랑해 줬다는 점이었다.그뿐만 아니라 서현주의 친부모는 그녀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며 유이영의 죽음까지 그녀의 탓으로 돌리고 없애 버리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었다.서
Read more

제885화

거실에 다시 침묵이 흘렀다.“저는 그분들을 찾아갈 생각이 없어요.”서현주의 대답에 엄진경은 바로 고개를 들었다.“왜? 왜 안 찾아가?”서현주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분들의 딸로 사는 것보다 전 엄마 딸로 사는 게 더 좋아요.”엄진경은 잠시 멍해졌다가 이내 그 뜻을 알아듣고는 눈가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너 왜 그래... 왜 안 찾아가. 그 사람들은 재벌이야. 너한테 줄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바보 같은 짓 하지 마.”서현주는 담담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안 찾아갈 거라고 했잖아요.”“도대체 왜?”서현주는 엄진경을 바라보며 머릿속으로 잠시 고민했다.‘유이영 씨의 양부모가 나한테 했던 말들을 지금 엄마한테 말해도 될까.’만약 그들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혹은 애초에 서로 마주칠 일이 없었다면, 그녀는 친부모를 만나는 걸 고려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서현주의 친부모는 그녀를 철천지원수로 여겼고 그녀가 가장 증오하는 사람을 친딸로 여기며 극진히 사랑해 줬다.그런 상황에서 서현주는 먼저 그들을 찾아가 가족 행세를 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서현주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이렇게만 말했다.“저를 키워 주신 사람은 엄마잖아요. 저한테 엄마는 우리 엄 여사 한 분뿐이에요.”그 말에 엄진경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얼굴을 가린 채 울먹였다.“난 네가 내가 네 친엄마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 나를 버릴까 봐, 다시는 나를 엄마라고 안 불러 줄까 봐 그동안 말을 못 했어... 넌 정말 바보야.”서현주는 엄진경의 옆으로 가서 앉아 휴지를 뽑아 건넸다. 그리고 말했다.“유이영 씨의 양부모님께도 더 이상 이런 얘기 하러 가지 마세요. 전 그분들의 딸로 살 생각이 없고 그분들도 저를 딸로 인정하지 않으실 거예요. 전 지금 이대로가 가장 좋아요.”엄진경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그래도 유이영은 내 조카잖아. 그건 말해야 할 것 같아서...”서현주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유이영 씨는 유씨 가문에서 재
Read more

제886화

엄진경은 다시 몇 초간 침묵하다가 휴지를 집어 들어 눈물을 훔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조금만 더 생각해 볼게...”서현주는 한숨을 내쉬며 두 팔로 그녀를 끌어안고 말했다.“인생이 완전히 뒤바뀐 저도 울지 않는데 엄마가 왜 그렇게 서럽게 우세요.”그러자 엄진경이 투덜거렸다.“뭐? 그럼 난 울지도 못해?”서현주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됐어요, 다 우셨으면 이제 들어가서 주무세요. 저 내일 출근해야 해서 밤새우면 안 돼요.”“아, 맞다.”엄진경은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그럼 너 먼저 들어가서 자. 나 혼자 여기서 생각 좀 정리하게.”서현주는 알겠다고 대답했다.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알 수 없는 불안과 혼란에 휩싸여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꺼내 카카오톡에 들어갔다. 그러나 대화창을 열려다가 그녀의 손가락이 갑자기 멈췄다.지금 시간이 너무 늦었고 안요한도, 강혜인도 지금 그녀의 곁에 있지 않았다. 그들은 이 일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었고 이 시간에 이런 이야기를 꺼내 봤자 괜히 두 사람을 걱정하게 만들 뿐, 상황이 나아질 리도 없었다.서현주는 한참 망설이다가 결국 휴대폰을 내려놓았다.한편, 일을 마무리하고 난 유태준과 백미경은 몸이 축 늘어질 만큼 지쳤다.백미경은 유태준의 옆으로 다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그만 들어가자. 너무 늦었어.”그러나 유태준은 움직이지 않았고 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엄진경 씨가 했던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려.”그 이름을 듣자 백미경의 미간이 본능적으로 찌푸려졌다.“그걸 왜 계속 생각해? 설마 그 여자가 한 말이 진짜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유태준은 고개를 저으며 차분하게 말했다.“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잘 모르겠어.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어. 그 사람은 어떻게 이영이가 우리 친딸이 아니라는 걸 알았을까?”백미경은 엄진경을 떠올리면 저절로 서현주가 생각나 속에서 화가 치밀었다.“왜겠어, 그 사람은 이간질할 목적으로 그런 말을 한 거야. 서현주가
Read more

제887화

홍인수의 친딸을 찾았지만 서현주는 유이영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홍인수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잠자리에 들기 전까지도 그녀는 그 일로 계속 마음이 복잡했고 황태민의 곁에 늘 붙어 다니는 남아현이라는 여자와 그 여자가 유이영의 양부모를 바라보던 눈빛이 자꾸 떠올랐다.역시 먼저 남아현의 정체부터 확실히 파악해야 했다.“요즘 정부가 주도해서...”서현주는 구석에 놓인 화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고 강혜인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이 프로젝트에 관심 보이는 회사가 꽤 많아서 우리도...”서현주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현주야, 현주야. 야, 서현주! 내 말을 듣고 있긴 해?”서현주는 다시 한번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여전히 넋이 나간 듯한 그녀의 표정을 보며 강혜인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 눈을 가늘게 뜨더니 갑자기 손을 뻗어 서현주의 어깨를 툭 밀었다.그제야 서현주는 정신을 퍼뜩 차리고 고개를 돌렸다.“어, 왜?”강혜인은 팔짱을 끼고 턱을 치켜든 채 그녀를 내려다봤다.“너 무슨 생각 해? 내가 이렇게 오래 얘기했는데 한 마디라도 제대로 들었어?”서현주가 잠시 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그래서 그녀는 멋쩍게 웃었다.“계속 말해. 이번에는 진짜 들을게.”강혜인은 혀를 찼다.“방금 무슨 생각 하고 있었어? 내가 몇 번이나 부른 줄 알아?”서현주가 대답했다.“아무 생각도 안 했어. 얼른 계속 얘기해.”강혜인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서현주, 우리가 안 시간이 얼마나 된 줄 알아?”“한... 오륙 년?”강혜인은 얼굴을 바짝 들이밀고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봤다.“그래, 오륙 년이야. 네가 무슨 생각 하는지는 몰라도 네가 뭔가 숨기고 있다는 건 딱 보면 알겠어.”서현주는 시선을 슬쩍 피했다.“야!”강혜인이 소리쳤다.“내 눈을 못 쳐다보는 걸 보니 내 말이 맞았네?”서현주는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일단 계속 얘기해. 내 일은 이따가 말해 줄게.”강
Read more

제888화

강혜인은 믿을 수 있는 친구였다. 그래서 서현주는 어제 있었던 일과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하나도 숨기지 않고 전부 털어놓았다.서현주는 차분했던 강혜인이 살짝 놀란 표정으로, 이내 눈을 크게 뜨고 숨까지 가빠지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변해 가는 걸 고스란히 지켜봤다. 그러다 강혜인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고 정신 차리겠다며 자기 뺨을 한 대 치고 싶은 듯하더니 결국에는 멍해졌다.마지막에 강혜인은 벽을 짚고 일어서서 서현주를 향해 손을 내젓더니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인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생각에 잠겼다.사무실은 오 분 넘게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그동안 서현주는 무표정한 얼굴로 컵을 들어 물을 몇 모금 마시며 강혜인이 천천히 정신을 차리길 기다렸다.강혜인은 자기 머리를 몇 번 두드리더니 다시 양 볼을 찰싹찰싹 치며 말했다.“잠깐만, 잠깐만... 내가 방금 뭘 들은 거지?”서현주는 그녀를 흘끗 보며 말했다.“나 우리 엄마 친딸이 아니야...”“스톱, 스톱.”강혜인은 벽을 짚은 채 이마를 벽에 딱 붙였다.“나 진정 좀 하자...”또다시 오 분이 지나고 나서야 강혜인은 얼굴을 가린 채 말했다.“방금 내가 뭘 들었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 다시 한번 말해 줄래?”서현주는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유이영 씨는 우리 엄마의 조카고 나는 유이영 씨 부모님의 친딸이야.”강혜인은 괴로운 듯 머리를 감싸고 신음을 냈다.“아, 그거 진짜야? 세상에 어떻게 그런 일이 있어? 말도 안 돼. 네가 꿈꾼 거 아니야? 지금 나도 같이 꿈꾸는 거고?”서현주는 냉정하게 말했다.“우리 둘 다 꿈꾼 거 아니야.”강혜인은 소파 쪽으로 달려가더니 머리를 소파에 처박고 두 손을 번쩍 들었다.“졌어, 내가 졌어...”서현주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책상 뒤에 앉아 업무를 계속했다.강혜인은 소파에 늘어져 꼼짝도 하지 않다가 몇 분 뒤 몸을 뒤집어 넋이 나간 표정으로 천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세상에, 너
Read more

제889화

강혜인은 발끝으로 바닥을 톡톡 찍으며 말했다.“네가 그렇게 말해도 나는 여전히 마음이 좀 불편해.”그녀는 폴짝 다가와 두 손으로 책상을 짚고는 말했다.“만약 유씨 가문의 사람들이 네가 진짜 친딸이라는 걸 알게 되면 어떻게 할까? 후회할까? 너한테 엄청 미안해하면서 보상해 주려 들지 않을까?”서현주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아마 안 그럴 거야.”“왜?”서현주는 백미경이 이를 악문 채 자기를 바라보며 ‘네가 이영이를 죽였어’라고 말하던 장면이 떠올라 담담하게 말했다.“그분들이 알게 되면 아마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말을 하겠지. ‘우린 네가 필요 없어. 우리 딸은 이영이뿐이야’라고 말이야.”강혜인은 웃음을 터뜨렸다.“그럴 가능성 진짜 커. 유씨 가문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그러면 너 진짜 친부모님을 찾아갈 생각이 없는 거야?”“없어.”“그럼... 요한 씨한테는 말할 거야?”서현주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굳이 숨길 필요는 없으니까 요한 씨가 돌아오면 말하려고. 지금은 요한 씨가 바쁘다니까 괜히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아.”“에이, 됐어. 네가 누구 딸이든 상관없어.”강혜인은 서현주의 어깨를 툭툭 쳤다.“난 무조건 네 편이야. 이제 일이나 하자. 엄청 큰 프로젝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서현주가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니 어느새 밤 여덟 시가 넘었다.그들은 긴급회의를 열어 무인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논의했고 임원진은 만장일치로 입찰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참여가 확정되자마자 프로젝트팀 구성과 인력 배치, 입찰을 위한 초안 기획까지 논의하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고 모든 걸 마치고 나니 늦은 밤이 되었다.서현주가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니 평소와 달리 오늘은 엄진경이 외출하지 않고 얌전히 집에 있었다.문을 여는 순간 음식 냄새가 훅 끼쳤고 서현주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자 식탁 위에 네 가지 반찬에 국까지 차려져 있는 게 보였다.엄진경은 국자를 든 채 주방에서 나와 얼굴 가
Read more

제890화

엄진경의 손은 아직 허공에 멈춰 있었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 걸 보니 이 상황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듯했다.서현주는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차분하게 말했다.“그래서 제가 엄마한테 그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지 말고 전화만 하라고 한 거예요. 유이영 씨의 부모님이랑 말이 통할 것 같아요?”엄진경은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말을 너무 직설적으로 해서 그분들이 더 화가 나신 걸까?”“아니에요.”서현주가 담담하게 말했다.“엄마가 아무리 돌려 말하셨어도 그 사람들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을 거예요.”엄진경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아마도 내가 갑자기 그분들이 몇십 년이나 키운 딸이 친딸이 아니라고 하니까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그런 걸지도 몰라...”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하지만 서현주는 그것이 유태준과 백미경의 태도가 그렇게까지 험악했던 가장 큰 이유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미 완전히 무너져 다시는 되돌릴 수 없게 된 그녀와 유이영의 관계야말로 그들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가장 큰 원인이었다.서현주는 아주 단호하게 말했다.“며칠 뒤에 다시 말해도 그 사람들의 반응은 똑같을 거예요.”엄진경은 입을 벌린 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잠시 후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럼 며칠 있다가 다시 말해볼까. 그분들이 마음의 준비를 하면 태도가 달라질 수도 있잖아.”서현주는 소파에 기댄 채 전원이 꺼진 TV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유이영 씨는 이미 세상을 떠났어요.”그 말에 엄진경은 급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뭐라고? 너 방금 뭐라고 했어?”서현주가 다시 말했다.“유이영 씨는 이미 몇 달 전에 세상을 떠났어요. 유씨 가문이랑 연씨 가문이 같이 소식이 밖으로 퍼지지 않게 막아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거예요.”엄진경은 그대로 얼어붙은 듯 서현주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멍한 표정에 숨이 점점 가빠졌다.“뭐라고? 유이영이... 이미... 죽었다고?”서현주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Read more
PREV
1
...
8788899091
...
110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