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의 모든 챕터: 챕터 151 - 챕터 160

504 챕터

제151화

“괜찮아?”정다슬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당연히 괜찮지.”온채아 우유 한 컵을 한 번에 마시고 일어나 방으로 돌아갔다.고민을 솔직하게 말한다 한들 어떻게 얘기를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처음엔 차에서 성유준이 고집을 굽히지 않고 오빠라고 부르게 하려는 그 강요가 싫었지만 밤에 침대에 누워서 생각할수록 뭔가 이상한 점이 느껴졌다.그런 생각이 잡초처럼 마음속에서 자꾸만 자라났다.‘안돼... 오빠잖아.’온채아는 쓸데없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스스로가 답답했다.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을 대신해 성유준에게 전달한 연애편지만 해도 백 통은 넘었을 것이다.학교의 퀸카, 명문가의 딸마저 거절했던 사람이 성유준이고 지금은 그를 원하는 여자가 더 많을 텐데 온채아 같은 유부녀에게 관심을 가질 리가 없다.게다가 성유준은 지난번에 이미 말했었다. 솔로가 아니라고.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온채아는 자신이 너무 오바했다는 걸 깨닫고 한숨을 내쉬었다.다음 날 아침, 온채아는 한의원에 가기 전에 정다슬을 공항에 데려다주었다.승진 여부가 달린 중요한 사건이라 정다슬은 직접 해외 출장을 가서 증인을 설득해야만 했다.점심시간에 퇴근 후, 또 주율천이 주차장에 나타나 그녀를 막았다.아직 추위가 있어 주율천은 롱 코트를 입은 채 온채아의 차 옆에 서 있었고 훤칠한 키에 잘생긴 얼굴은 마치 품위 있는 신사처럼 보였다.온채아는 그와 심서정이 대체 무슨 속셈으로 막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미간을 찌푸렸다.‘어쩜 앞을 가로막는 것까지 닮았을까?'한편으로는 옥 펜던트에 대해 예상보다 더 과격한 반응을 보이는 심서정이 떠올라 주율천에게서 뭔가를 얻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온채아는 빠르게 걸어가며 말했다.“왜 한의원에 찾아오지 않았어요?”“ 네 일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주율천은 신사다운 모습으로 부드럽게 말했다.“밥은 먹었어? 근처에 괜찮은 식당이 있는데...”“괜찮아요.”일이 늦게 끝나서 밥을 못먹긴 했지만 굳이 주율천과 식사할 필요는 없었다.“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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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심서정이 사칭한 게 확실해지면 주율천은 단지 관계를 끊는 것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어쩌면 과거의 모든 빚을 청산할지도 모른다.지난 몇 년 동안 어디선가 힘든 나날을 보냈을 진짜 구아를 떠올릴 때마다 주율천은 당장이라도 심서정을 죽이고 싶었다.물론 주율천의 잘못도 있다. 그때는 너무 서둘러서 구아를 찾으려고 했고 심서정이 옥 펜던트를 목에 걸고 있는 것만 보고 철저히 조사하지 않았다.온채아는 주먹을 쥐었다가 풀었다. 만약 심서정이 사라진다면 율천과 계속 싸울 이유를 찾는 게 어려운 것 같다고 느꼈다.하지만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있는 의문이 있어 주율천을 바라보며 물었다“서정 씨는 당신이 옥 펜던트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될까 봐 많이 두려워하는 눈치였어요. 왜 그런지 알아요?”그 말에 주율천은 잠시 침묵했다.이미 온채아와 거리가 벌어진 상태에서 도무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사실대로 말한다면 어떤 여자를 찾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고 두 사람의 관계는 더 이상 회복 불능이 될지도 모른다.주율천도 가끔 자신이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몰랐다. 마음속에는 구아가 있었지만 온채아가 각자의 삶을 살자고 할 때마다 가슴이 쥐어짜이듯 아파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그는 눈앞에 있는 청초한 온채아의 얼굴을 바라보며 자신의 이기적인 마음을 감추려 무의식적으로 대충 대답했다.“내가 탓할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아.”“그게 전부라고요?”온채아는 당연히 믿을 수 없었다.심서정은 그녀를 모함하기 위해 친자식을 계단에서 밀어버릴 수 있을 만큼 잔인한 사람인데 고작 옥 펜던트를 하나 빼앗겼다고 그렇게 두려워할 리가 없었다.늘 그렇듯 주율천은 핑계를 대며 심서정을 지켜주고 있었다.“응. 그게 다야.”주율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화제를 돌렸다.“가자. 이사하는 거 도와줄게.”온채아가 빨리 집으로 돌아와야 주율천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안해질 것 같았다.“내 말 똑바로 들어요.”그들은 이미 이혼 증명서가 나온 관계다. 설령 나오지 않았더라도 다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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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조금의 의외도 없었다.주율천은 온채아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일이 마무리 되는 대로 이사 도와주러 갈게.”솔직히 그들 사이에 심서정만 없어진다면 기꺼이 이사를 받아들였을 것이다.온채아의 답을 기다리지도 않은 채 주율천은 자기 할 말만 끝내고 떠났다.늘 그랬듯 매번 심서정에게 불려 갈 때마다 보이던 다급함이었다.온채아는 놀람도 실망도 없었고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그녀는 곧장 운전하여 시험실로 향했고 온전히 연구에 몰입했다.지난번 임지연의 질책이 효과가 있었던 모양인지 한의원 팀에서 그녀를 깔보던 두 남자 동료들도 요즘은 협조적이었고 연구 효율이 전반적으로 크게 올랐다.그날 오후 온채아는 시험실에 가는 게 아니라 특산품을 사러 쇼핑몰로 향했다.그리고 다음 날 해도 뜨기 전에 여승운과 손정원을 태워 공항까지 보냈다.명절이 다가올수록 공항에 사람이 많았고 고속도로마저 꽉 막혀있어 겨우 그들은 터미널에 내려줄 수 있었다.모든 걸 마치고 떠나려던 그때 전화가 걸려 왔다.“여보세요?”“안녕하세요. 경성 경찰서입니다. 정다슬 씨의 보호자 맞으시죠?”공무 집행하는 단호한 어조가 휴대폰 너머로 들려왔다.정다슬이라는 이름을 듣자 온채아의 심장은 순간 조여왔다.“맞습니다.”정다슬의 집안은 남존여비 사상이 매우 짙었다. 심지어 정다슬이 경성대에 합격했을 때도 대학생 한 명 키울 돈을 아끼면 남동생 결혼 자금이 생긴다는 이유로 등록금을 지원해 주지 않으려고 했다.대학을 안 가면 일찍 돈을 벌 수 있으니 남동생 집값을 마련해주자는 터무니없는 말을 했다.그래서 몇 년 동안 정다슬은 가족과 연락을 끊고 지냈고 긴급 연락처는 항상 온채아였다.“정다슬 씨가 증인을 선동해 위증하게 한 혐의로 현재 저희 관할서에서 심문받고 있습니다. 갈아입을 옷이라도 챙겨서 방문하시는 게 좋을 듯싶습니다.”온채아는 순간 백지처럼 머리가 멍해졌지만 곧바로 답했다.“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밖에는 보슬비가 내렸고 흰색 SUV가 질주하며 도로에 물결 자국을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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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온채아는 경찰서로 가는 길에서도 이 일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차마 성씨 가문 소원희에게는 도움을 청할 수는 없었다. 그 이유는 소원희의 수법을 알기 때문이었고 게다가 온채아를 너무 미워하고 있었다.소원희의 시선은 늘 살기가 담겨 있었지만 굳이 온채아를 죽이지는 않았다.온채아는 권력도 없고 능력도 없기에 살기 위해서는 모든 모욕을 참아야만 했다.주씨 가문은 어떨까?그때의 온채아는 민은하의 약점을 잡았다고 생각했고 그걸 협상할 수 있는 카드로 여겼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간이 부은 행동이다.경찰서에 도착한 후 경찰관들은 옷만 내려놓고 가라고 했으나 온채아는 떠날 수 없었다.“지금 어떤 상황이죠? 제 친구 다슬이는 절대 증인을 선동해 위증하게 했을 리가 없습니다.”경찰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이 사건은 위에서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조사가 끝나기 전까지 아무도 정다슬 씨를 만날 수 없습니다.”그 말을 듣자 온채아는 뭔가 이상하다는 직감이 들었다.‘도대체 무슨 상황이길래 위에서 특별히 지시를 내렸을까?’온채아가 입술을 꽉 깨물고 뭔가를 물어보려던 찰나 다시 전화가 울렸다.발신자는 확인한 그녀는 뭔가 깨달은 듯 경찰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 후 급히 걸어 나가 전화를 받았다.그러고선 싸늘하게 말했다.“여보세요? 다슬이 네가 한 짓이야?”성윤혁은 평소와 다르게 전혀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하하. 마음이 조급해진 모양이네?”처음엔 긴가민가했으나 그 말에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도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야?”“와서 나한테 빌어.”성윤혁은 당당했다.“야.”비가 점점 심하게 쏟아졌으나 우산이 없었던 온채아는 별수 없이 급히 차로 뛰어갔다.“다슬이를 끌어들인 이유가 뭐야? 네가 생각 없이 한 행동에 걔 인생이 걸렸어.”대학 시절 정다슬은 늘 죽을힘을 다해 노력했고 일을 시작한 후에도 게으름을 피운 적이 없었다.만약 이 죄가 사실로 판명된다면 정다슬의 커리어는 전부 끝장이다.“X발. 나한테 쓸데없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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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지금은 그걸 신경 쓸 타이밍이 아니라 온채아는 곧바로 다시 물었다.“심서정 씨는 어디로 갔어요?”“그건...”아주머니는 조금 난처해하며 답했다.“저도 잘 모르겠어요.”그 말을 듣고 심장이 내려앉은 온채아는 차에 오르며 주율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그때 성윤혁이 또 메시지를 보냈는데 호텔 방 번호였다.[자기야, 시간 낭비하지 마. 주율천은 널 신경 쓸 시간이 없어.]...도심 외곽의 한 별장.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천천히 정원으로 들어왔고 기사가 우산을 펼치며 내리고선 뒷좌석으로 향했다.주율천이 긴 다리를 뻗으며 내렸는데 인간미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눈빛 속에는 폭풍이 일고 있는 듯했다.담결은 급히 뛰어와서 말했다.“대표님.”“다 불었어?”차갑고 날카로운 그 목소리에 평소의 온화함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담결은 급히 그를 따라가며 말했다.“심서정 씨가 대표님을 직접 만나서 말씀드리고 싶다고 합니다.”주율천은 싸늘한 눈빛으로 옷을 걷어 올리고선 지하실로 향했다.한때 그가 목숨 걸고 지켜주던 여자가 지금은 텅 빈 방 안에 갇혀 있다.심서정은 철문 너머에서 그를 보고 달려들더니 손으로 문을 내리치며 애원했다.“율천아, 내가 잘못했어. 제발 나 좀 내보내 줘. 제발...”주율천은 심서정의 눈물에 가장 취약했다. 그녀가 울 때마다 어릴 적 아버지의 손을 잡고 차들 사이를 뚫고 지나 자신을 구하려던 그 작은 소녀를 떠올리곤 했다.그러면 마음이 약해졌고 심서정이 조금이라도 슬퍼하는 걸 보면 뭐든 다 해주고 싶었다.비록 더 이상 어린아이의 순수함은 남아있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주율천은 계속해서 심서정의 모든 투정을 받아주며 비위를 맟췄다.그런데 알고 보니 심서정은 구아가 아니었다.당시 어머니와 함께 경성에 돌아와 아버지의 장례를 마친 후 집사를 데리고 해성으로 갔지만 결국 늦었다.온갖 방법을 다해 그 소녀의 집 주소를 알아냈지만 이웃에게서 그녀의 부모가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소녀 역시 행방불명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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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주율천이 아무리 소중하게 여긴 사람이라 해도 결국엔 심서정에게 괴롭힌 당한 인간에 불과하다.사실 심서정은 그 여자 아이에 대한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있다.고아원 전체가 궁핍한 아이들만 가득했는데 그 아이는 처음 왔을 때 예쁜 공주 드레스를 입고 원장님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부모를 잃은 탓에 두 눈이 팅팅 부었는데 그 모습은 너무나 처량하여 보는 사람의 가슴을 미어지게 했다.구석에 서 있던 심서정은 원장이 사라지자마자 그 아이에게 달려가서 머리에 꽂은 헤어핀을 빼앗았다.이때 행복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헤어핀을 빼앗겼음에도 심서정의 사악함을 알아채지 못한 듯 아이는 다른 핀까지 건네주며 말했다.“언니, 이것도 가져요.”심서정은 손을 뻗어 그 헤어핀을 확 때려서 떨어뜨렸다.그때 심서정은 깨달았다. 여리고 예쁘게 자란 아이들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더러운 존재처럼 느껴지는지.그 말을 들은 주율천은 억제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라 두 눈이 빨갛게 충혈되었고 저도 모르게 손이 자꾸만 조여갔다.심서정은 구아를 괴롭혔다. 그러니 죽어도 마땅하다.숨이 가빠오는 걸 느꼈지만 그녀의 입꼬리는 여전히 웃고 있었고 숨을 한 번 깊이 들이마시며 말했다.“날 죽여봐. 그럼 그 여자 아이의 행방은 영원히 찾을 수 없을 거야.”“뭐라고?”이성이 잠깐 돌아온 주율천은 힘을 빼며 심서정의 얼굴을 노려봤다.“행방을 아는 거야?”심서정은 애매한 답만 내놓았다.“입양한 그 집의 위치를 알아.”주율천의 눈에 흥분이 일었다.“어디야?”“일단 나 좀 풀어줘.”“그래.”주율천은 심서정의 표정을 살피며 서서히 손을 풀고선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했다.“개수작 부리는 순간 어떻게 되는지 알지? 널 죽이는 건 아주 쉬워.”심서정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었다.뚜렷한 계급 사회이니 명망 높은 사람들 앞에서 심서정의 목숨 따윈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즉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하지만 이대로 쉽게 물러날 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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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심서정의 말이 사실이라면 구아는 아직 살아있을 가능성이 높다.“율천아, 이런 상황에서 내가 너한테 거짓말할 이유는 없잖아.”심서정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당시 여자아이가 입양 가던 날 사람들은 모두 그녀가 부잣집에서 호강하며 살게 될 줄 알았다.오직 심서정만이 기뻐서 잠을 잘 수 없었다. 호강이 아니라 죽으러 갔기 때문이다.심서정은 주율천의 얼굴에 잠깐 스쳤던 긴장과 걱정을 놓치지 않았다.“마약 밀매자들의 수법은 너도 들어본 적 있지? 온채아랑 이혼하는 게 아까워서 옥 펜던트의 주인을 포기하겠다는 거야? 이혼하면 온채아는 그냥 돌싱녀가 되는 거지만 이혼하지 않으면 네가 찾으려던 그 여자는 죽을지도 몰라.”“마지막으로 물을게.”주율천은 감정을 억제하며 심문하는 눈빛으로 심서정을 응시했다.“정말 그 애를 입양한 집이 어딘지 알고 있는 거야?”“난 도시만 알아.”도시만 알아도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걸 추적할 수 있으니 심서정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주율천은 잠시 눈을 내리깔았다가 다시 심서정을 쳐다보며 생각을 정리했다.“온채아랑 이혼하고 너랑 결혼하면 되는 거지?”“맞아.”주씨 가문의 며느리가 될 수만 있다면 그 자리를 한 평생 지킬 방법은 많다고 확신했다....멍하니 차에 앉아 있던 온채아는 하늘이 점차 어두워져 가는 것을 보며 경원 아파트로 돌아갔다.아직 시간이 있으니 반드시 방법을 생각해 낼 거라고 확신했다.차가 건물 앞에 멈추었을 때 온채아는 시간을 계산해 보았다여승운과 손정원의 비행기가 착륙하는 착륙하기까지 세 시간도 남지 않았다.여승운의 인맥이 주씨 가문에 못지않다는 생각에 마음을 조금 가라앉히며 시동을 끄고 조수석에 놓인 가방을 챙겨 차에서 내렸다.“채아야.”정확히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그녀를 불렀다.뒤를 돌아온 온채아는 검은 차 옆에 서 있는 주율천의 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언제 왔어요? 잠깐 뭐 생각 좀 하느라 못 봤어요.”온채아는 그 말을 하는 동시에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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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온채아는 잠시 혼란스러운 듯 눈이 파르르 떨렸다.사실 이 말은 언제 들어도 전혀 이상하게 없었지만 하필 지금 이 순간 꺼냈으니 참 운명의 장난 같았다.“걱정하지 마, 진짜 이혼은 아니야.”주율천은 심서정과 약속했을 때 이미 결심을 굳혔다. 곧이어 그는 온채아의 어깨를 붙잡고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그냥 잠깐 이혼한 척 연기할 거야. 이혼 증명서도 필요 없어.”온채아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차분하게 말했다.“진짜 이혼해도 괜찮아요.”이혼 증명서를 떼면 온채아를 완전히 잃을 것 같은 두려움에 주율천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비록 구아를 찾고 나서 어떻게 온채아에게 설명해야 할지 전혀 몰랐지만 이혼은 하고 싶지 않았다.물론 구아는 이미 결혼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경제적인 지원을 해주고 그녀를 마약 밀매자들에게서 지켜주면 된다.그 생각에 주율천은 어깨에 지고 있던 짐을 덜어낸 기분이 들었다.깊이 생각할 시간도 없이 다시 온채아의 어깨를 붙잡고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목소리를 낮췄다.“채아야, 넌 나랑 같이 심서정 앞에서 이혼한 척만 해주면 돼.”행여나 온채아가 오해할까 봐 주율천은 다시 진지하게 말했다.“어쩔 수 없는 사정이 생겼어. 제발 그냥 믿어줘. 네가 내 아내인 건 변함없을 거야. 난 영원히 너뿐이야.”온채아는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그녀는 고민하고 있던 것이 아니라 어떻게 결정을 내려야 할지 몰랐다.주율천과 민은하는 서로 맞는 구석이 없었다. 하나는 이혼한 척을 하라 하고, 다른 하나는 사랑하는 척을 하라 했다.주율천은 그녀가 입을 꾹 다물고 있자 조금 급해진 듯 말했다.“채아야, 제발 부탁이야. 내가 이렇게 빌게...”그는 간절하게 애원했다.곧이어 온채아는 고개를 들어 주율천을 보라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알겠어요. 그럴게요.”온채아는 흔쾌히 수락했다. 사실 그들은 이미 이혼한 사이기에 연기할 필요가 없다는 걸 굳이 얘기하지 않았다.주율천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온채아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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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성유준은 어두운 눈동자로 온채아를 바라봤다.“주율천이 이런 부탁도 안 들어줬어?”“아직 말을 못 꺼냈어요.”“그럼 왜 나한테 말한 거야?”그 말에 정신이 멍해진 온채아는 뒤늦게 자신이 본능적으로 성유준을 더 신뢰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심지어 필터링조차 거치지 않은 게 편하게 말을 꺼냈다.성유준의 흔들림 없는 무표정한 얼굴을 보며 온채아는 주먹을 쥐었다.“도와주기 싫으면 안 해도 돼요.”원하지 않는 일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집으로 돌아온 온채아는 벽에 걸린 시계에 단 한 번도 눈을 떼지 않았다.눈이 시려지고 감정이 한계에 다다를 무렵 휴대폰을 집어 들고 여승운에게 전화를 걸었다.연결음이 한참 울리다가 전화를 받았고 온채아는 놀라면서도 한시름 놓았다.“선생님, 상준 오빠 만나셨어요? 다름이 아니라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채아야.”여승운의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담겨있었다.“비행기가 일찍 도착해서 택시를 타려고 했는데 도중에 교통사고가 나서 정원이가 좀 다쳤어. 지금 병원으로 가는 중이야.”하필이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손정원이 다쳤다.화들짝 놀란 온채아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선생님은요? 괜찮으세요? 제가 뭐 도와드릴 일은...”“괜찮아.”여승운은 그녀가 걱정할까 봐 재빨리 말을 이었다.“너무 걱정하지 마. 여기로 올 생각은 더더욱 하지 말고. 비자가 준비될 쯤이면 정원이도 퇴원했을 거야.”“그래도...”“내 말 들어. 치료 끝나고 귀국하면 보러 와.”“알겠어요.”온채아는 자신이 당장 떠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잠시 냉정을 되찾았다.“그럼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전화 주세요.”다들 여승운을 아내에게 잡혀사는 사람이라고 평가했지만 온채아만은 그렇게 여기지 않았다.손정원은 평소 구박은커녕 현모양처가 따로 없었고 여승운은 아내를 많이 아끼고 있었다.안 그래도 뒤숭숭한 상황에 힘들 텐데 절대 짐이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다슬이는 어떡하지?’세상이 무너질듯한 절망감에 온채아는 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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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온채아는 부탁할 때 겸손한 태도를 보이며 상대가 흥미를 가질 만한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민은하는 이혼 사실을 감추길 원했으니 숨기는 기간을 더 길게 잡아주겠다며 협상할 수 있다.그리고 주율천은 이 명목상의 결혼에 마음이 있지 않으니 더 장단을 맞춰가며 그가 심서정과의 외도를 안심하고 이어가게끔 해줄 수도 있다.하지만 성유준은 달랐다.이곳에 오기까지 오래도록 생각했으나 마지막으로 떠올린 것은 그녀 자신뿐이었다.사실 도박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여승운 생일이었던 그날 밤에 느낀 감정이 착각이 아니라는 것에 사활을 걸었다.명문가 도련님이 사명감으로 9년 동안 동생을 돌보다가 성인이 된 지금 이성적인 감정이 생긴 것에 배팅을 걸었다. 혹은 성적인 관심이랄까?주율천과의 결혼에도 온 힘을 쏟아부었으니 성유준의 아내가 될 거라는 허황된 꿈은 애초에 꾸지조차 않았다.성유준이 당황하는 순간 온채아는 고개를 숙인 채 태연하게 말했다.“내가 대표님의 애인이 되어줄게요. 말도 잘 들을게요. 그러니까 다슬이 좀 구해주세요. 제발요.”감히 성유준의 표정을 보지 못했다.그가 침묵할수록 온채아의 심장은 목구멍까지 튀어 나오려 했고 손끝은 너무 떨려 제대로 가늠할 수 없었다.이 배팅이 잘못되었을 때 성유준이 또 얼마나 조롱할지 상상하기도 싫었다.우물 안의 개구리에 주제 파악을 못 한다고 할지, 어이없다며 역겨움을 드러낼지, 내가 왜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하냐며 따질지 전혀 예상되지 않았다.정다슬의 인생에 비하면 한바탕 조롱을 당하는 건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고 배팅이 틀려도 그건 온채아가 감수해야 할 문제다.시선을 아래도 떨어뜨린 성유준은 떨리는 그녀의 손끝과 맨발을 훑었다. 그러고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들어와.”말을 마치고 신발장을 열어 여성 실내화를 한 켤레 빼내 바닥에 던졌다.그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온채아는 어리둥절했고 곧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발부터 씻어.”“네...”하마터면 결벽증이라는 걸 잊을뻔했다.다급함에 신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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