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임지연이 성유준의 여자친구가 아니라고 해도 다른 여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어젯밤 내가 얼마나 우스워 보였을까.’그때였다. 인기척이 나자 성유준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흘긋 바라보았다.전화를 끊고 나서야 그가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이제 정신 좀 들었냐?”목소리는 어젯밤과 달리 평온했다.온채아는 잠시 멈칫했다.그 말은 어젯밤 일을 돌이켜 떠올리며 한 말이었다.성유준에게 여자친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다시금 떠오르자, 갑자기 입을 열기가 망설여졌다.‘정다슬 일은, 아마 이미 해결됐겠지...’‘이제 와서 말을 바꿀 수도 없고...’혹여 성유준의 기분이 상하기라도 하면, 정다슬 일까지 복잡해질지도 모른다.‘그래도 여자친구가 있는데, 내가 어떻게...’그녀가 조용히 침묵에 잠겨 아무 말 없이 서 있자, 성유준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을 건넸다.“언제까지 너를 나한테 팔 생각인데?”“저...”온채아는 망설이다가, 그래도 한마디는 해야 할 것 같았다.“여자친구 있잖아요...”그 순간, 성유준이 멈칫했다.지하 주차장에서 대충 던졌던 말을 그녀가 그걸 기억해 낸 것이다.그는 피식 웃더니 무심하게 대답했다.“헤어졌어.”그 말을 듣고 안도하려던 찰나, 성유준은 다시 입을 열었다.“그리고 설령 안 헤어졌다고 해도 그게 무슨 상관인데?”그의 눈빛엔 장난기와 동시에 묘한 비아냥이 서려 있었다.“난 여자친구 있고 넌 이미 결혼했잖아. 나도 기꺼이 내연남 되어주겠다는데 뭘 그리 신경 써?”온채아는 그 말에 움찔했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성유준은, 그녀가 이미 이혼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게 오히려 다행일지도 몰랐다.그는 자신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이 비밀스러운 관계를 감쪽같이 숨겨줄 테니까.그녀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낮게 물었다.“그럼 기간을 얼마 동안으로 하실 건데요?”성유준은 여유롭게 답했다.“내 기분에 따라.”역시, 늘 그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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