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시간이 많으니까 괜찮아...’임지연은 그의 곁에 여자가 없는 한, 언젠가는 그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었다.그렇게 믿는 게, 그나마 자신을 지탱해 주는 유일한 감정이었다.약기운에 눈꺼풀이 천천히 내려앉기 시작하던 정다슬은 조용히 안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덮고 누웠다.거실은 조용했고 텅 빈 공기엔 묘한 적막이 감돌았다.온채아는 소파에 두었던 태블릿을 품에 안고 침대에 누워 예능이나 틀어놓을 참이었다.아무 생각 없이 웃기라도 하면 이 뒤틀린 감정이 조금은 풀릴지도 몰랐다.그때,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 화면이 반짝이며 문자를 알렸다.발신자는 ‘오빠’였다.[밥 먹으러 와.]아직 그와 연인 사이가 되기 전, 온채아는 성유준의 번호를 ‘오빠’라고 저장해 두었고 차단을 해제한 뒤에도 연락처는 그대로였다.온채아는 시계를 흘깃 봤다.임지연이 그의 집에 들어간 지, 고작 5분 남짓했다.‘그 시간에 내가 거기에 가서 뭐 해...’온채아는 곧장 답장을 보냈다.[먹었어요.]아픈 정다슬과 같이 역시 소금기 하나 없는 죽을 몇 숟갈 떠먹은 게 전부였다.그러나 성유준의 답장은 금세 돌아왔다.[내가 데리러 가야겠어?]화면만 보고 있는데도 그 차갑고 명령조의 목소리가 귀에 생생히 들리는 것 같았다.정말로 그가 오는 건 아닐까, 순간 겁이 덜컥 난 온채아는 허둥지둥 태블릿을 내려두고 급히 문을 나섰다.그리고 그의 집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초인종을 누르기도 전에 또 한 통의 문자가 도착했다.[902079, 직접 열고 들어와.]집 비밀번호였다.그 순간, 온채아는 잠시 멍해졌다.‘성유준은 대체 어떤 상황에서 임지연한테 이 번호를 알려줬을까...’아무리 생각해 봐도 명확한 답은 없었다.어쩌면, 자신은 그저 그의 집 비밀번호를 아는 여자들 중 하나에 불과할지도 몰랐다.잠깐 마음이 흔들렸지만, 곧 생각을 털어내고 조용히 비밀번호를 눌렀다.익숙하게 슬리퍼를 꺼내 신고 안으로 들어서니 식탁 위에는 그녀가 좋아할 만한 음식들이 가지런히 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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