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은 온채아에게 있어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맞는 마음 편한 명절이었다.크게 다치지도, 불쾌한 일도 없이 조용히 새해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녀에겐 드문 일이었다.연휴 내내 이웃집에서도 별다른 소란은 없었다.온채아와 정다슬은 각자 일에 집중하며 집 안에 조용히 틀어박혀 지냈다. 거실 테이블 위에는 빼곡히 메모가 된 연구 노트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책상 위엔 서류들이 잔뜩 펼쳐져 있었다.오후가 되자, 정다슬이 직접 가져다준 커피를 막 받아 든 그때, 온채아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화면을 들여다본 그녀는 통화를 받으며 부드럽게 말했다.“현우 오빠, 무슨 일이세요?”전화 너머에선 듣기만 해도 미소 짓는 듯한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우리 온채아, 설인데 전화 한 통 없는 건 좀 서운하네?”온채아는 웃으며 대답했다.“새해 인사는 단톡방에 보냈잖아요.”정확히 말하면, 설날 자정에 맞춰 친구들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단체로 새해 인사를 돌렸던 것이었다.김현우는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그래, 됐고. 지금 뭐 하고 있어?”“집에서 일하고 있었어요.”온채아가 솔직히 대답하자 김현우는 웃음을 터뜨렸다.“에이, 설에 무슨 일이야. 정다슬도 데리고 나와. 우리랑 같이 좀 놀자. 위치는 문자로 보낼게.”“전 괜찮아요. 오빠들이나 재밌게 놀다 오세요.”온채아는 이번 설만큼은 조용히 보내고 싶었다.무엇보다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고 주율천과의 이혼 문제도 조용히 정리할 생각이었다.그전까지는 굳이 얼굴을 마주할 이유도, 말을 섞을 이유도 만들고 싶지 않았다.그런데 통화 너머에서 누군가 무언가를 말하더니 다음 순간 김현우가 뜻밖의 말을 꺼냈다.“율천이 자기가 데리러 갈 수도 있대.”온채아는 들고 있던 커피잔을 조용히 내려놓고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냥 제가 직접 갈게요.”주율천이 데리러 오면 분명 끝날 때도 자기가 데려다주겠다고 할 게 뻔했다.그럴 바엔 애초에 혼자 움직이는 편이 훨씬 나았다.김현우는 통화를 이어가며 곁에 있는 주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