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Kabanata 231 - Kabanata 240

504 Kabanata

제231화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성유준이었다.남자는 분명 방금 샤워를 마친 상태였고 몸에는 네이비색 실내복을 걸치고 있었다. 평소 깔끔한 정장 차림과는 사뭇 달랐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특유의 냉정하고 날카로운 기운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다만 그 안에, 평소보다 조금은 느긋함과 나른함이 섞여 있을 뿐이었다.온채아는 저도 모르게 가슴을 쓸어내리며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오늘은 본가에서 안 자고 왔어?”성유준은 그녀를 흘긋 쳐다보고는 태연하게 대답했다.“내가 거기서 자는 걸 본 적이나 있어?”‘그러고 보니 그러네...’온채아는 자신이 던진 질문이 얼마나 무의미했는지를 곧 깨달았다.8년 전, 성유준이 본가를 나와 따로 살기 시작한 이후, 그가 다시 저택에 머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그녀는 그가 얼마나 깔끔하고 예민한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미리 남성용 새 실내화 한 켤레를 꺼내, 현관 바닥에 조심스럽게 놓아두었었다.하지만 성유준이 그것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을 때, 그의 말투엔 묘하게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이거, 누구 거야?”온채아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부엌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가볍게 대답했다.“오빠 거지.”그 말을 들은 성유준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그리고는 아무 말도 없이 마치 자기 집인 양,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섰다.그녀가 품에 안고 있던 냉동만두 봉지를 본 그는 예상했다는 듯 물었다.“야식 먹으려는 거야?”온채아는 본가에서 배불리 식사를 해본 기억이 거의 없었다. 하물며 오늘 같은 자리에서 제대로 삼켜진 게 있었을 리가 없었다.“응.”그녀는 짧게 대답하고 부엌 불을 켰다.은은하던 조명이 순식간에 환하게 켜지며 그녀의 실루엣이 부엌 한가운데로 또렷하게 드러났다.성유준은 식탁 쪽으로 가 의자를 끌어다 앉으며 덤덤하게 말을 덧붙였다.“그럼 내 것도.”온채아는 잠시 멈칫했다.그 역시 저녁 자리에서 거의 손을 대지 않았던 것이 떠올랐고 그 이유를 묻고 싶은 충동도 잠시 있었지만 아까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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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응.”온채아는 입에 있던 만두를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내 환자 중 한 분이야.”그러곤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맛있지?”성유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맛있네.”온채아는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그 할머니, 정말 좋은 분이야. 다만 손자 걱정을 너무 많이 하셔.”성유준의 눈썹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걱정을 많이 하셔?”“응.”온채아는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손자분이 여자친구라도 생기면 좋겠다고 늘 바라시는데 그 손자는 완전 말이 없는 타입이거든. 아, 그러고 보니 오빠랑 동갑이야.”둘 다 마흔을 앞둔 나이였다.그런데 그 마흔을 앞둔 남자는 그녀가 무심코 내뱉은 말 속에 담긴 속뜻을 눈치채지 못한 듯, 만두를 다 먹고 나서도 휴지로 입술을 천천히 닦으며 물었다.“그래서?”온채아는 예상치 못한 반응에 잠깐 당황했지만 어쨌든 말을 꺼낸 건 자신이었기에 그대로 이어갔다.“연초에 들은 얘긴데 여자친구가 생기긴 했다더라고. 근데 그 여자친구가 진짜 그 사람이랑 결혼할지는 모르겠대.”그쯤에서 이야기를 마무리하려 했지만 성유준의 표정이 아주 미세하게 굳어졌다.그 여자는 할머니에게 자신이 이미 이혼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어렴풋한 짐작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는 굳이 지금 그것을 드러내려 하진 않았다.대신 눈썹을 가볍게 치켜올리며 의미심장하게 물었다.“그럼 넌 어떻게 생각해? 그 여자, 그 사람이랑 결혼할 마음 있을까?”“내가?”온채아는 멍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다가 이내 피식 웃으며 말했다.“내가 그 여자인 것도 아닌데 내가 어떻게 알아?”“만약 네가 그 여자라면?”성유준이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러나 단호하게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검은 눈동자 속엔 묘한 열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온채아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솔직하게 대답했다.“내가 그 여자라면... 아마 그러고 싶을 것 같아.”그 말을 들은 성유준은 눈가에 옅은 웃음을 띠며 물었다.“왜? 그 할머니 얘기를 듣고 나니까 그 남자가 꽤 괜찮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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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하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자연스럽게 그녀의 양치 컵을 들어 물을 머금었다.아마도 오랜 시간 함께 자라며 서로의 생활에 익숙해진 터였을까, 두 사람이 거울 앞에 나란히 서서 양치하는 모습은 놀라울 만큼 닮아 있었다.동작 하나, 박자 하나 어긋남 없이 마치 오래도록 함께 살아온 연인처럼 익숙하게, 깊이 스며 있었다.‘우리가 정말로 오래 사귄 연인 같잖아...’그 생각이 불쑥 떠오른 순간, 온채아의 심장이 불규칙하게 요동쳤다.씻고 난 두 사람은 말없이 나란히 성유준의 집으로 향했다.온채아는 그가 깔끔을 얼마나 따지는 사람인지 알고 있었기에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다시 실내화를 갈아 신었다.하지만 뒤꿈치가 바닥에 닿기도 전에 누군가의 팔이 그녀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았고 숨을 고를 틈도 없이 거센 입맞춤이 쏟아졌다.그는 단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를 덮쳐왔다.그 입맞춤은 그녀에게 어떤 선택지도 남겨주지 않았다.치맛자락이 허공에 들춰질 때, 온채아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찔했지만 이상하게도 거부하지 않았다.오히려, 모든 흐름을 고요히 받아들이고 있었다.그의 큰 손이 그녀의 허리를 자연스럽게 받쳐 들었고 그녀의 다리는 본능적으로 그의 단단한 허리에 감겨들었다.성유준은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가 그녀를 품에 안은 채 넓은 안방 침대로 향했다.얇은 끈이 어깨 위에서 흘러내려 부드러운 쇄골과 둥근 어깨가 드러나자 온채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물들었다.그와 눈을 마주칠 용기가 없어 고개를 피하던 순간, 성유준의 손이 그녀의 턱을 조심스럽게 감싸 들어 올렸다.이내 다시 이어진 키스는 놀라울 만큼 뜨겁고, 숨이 막힐 만큼 격렬했다.온채아는 이 밤이 그대로 이어질 거라 생각했다.그럴 흐름이었고 그럴 분위기였으며 이미 그런 감정이 오갔으니까.하지만 가늘게 떨리는 그녀의 눈초리를 마주한 성유준은 갑자기 이불을 확 끌어 올려 그녀의 몸을 감싸더니 마치 고치처럼 그녀를 동그랗게 품 안에 안았다.그녀는 놀란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았고 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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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이미숙은 손자가 갑자기 왜 그런 걸 묻는지 감을 잡지 못한 채,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다.“그 애 이름 꽤 예뻐. 온채아라고. 얼굴도 아주 곱고 성격은 더...”“저, 요 며칠 외국에 좀 다녀와야 해요.”성유준은 그녀의 칭찬이 더 길어지기도 전에 단숨에 말을 끊었다.“제가 돌아오면 그 의사 선생님, 집에 한 번 부를 수 있어요?”그의 말투엔 묘한 여유와 함께 어딘지 모를 호기심이 얹혀 있었다.그는 단지 온채아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알고 싶었다.“진짜냐? 이번엔 또 나 놀리는 거 아니고?”이미숙은 벌떡 일어나더니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미간을 찌푸렸다.“잠깐, 그럼 네 여자친구는? 설마 양다리 걸치겠다는 건 아니겠지?”“그럴 리가요.”성유준은 드물게 난처한 듯 눈썹을 살짝 찌푸렸지만 입가에는 웃음기가 남아 있었다.“아무튼, 전 돌아올 때까지 얌전히 계세요.”그날 밤, 온채아는 예상외로 깊고 단단한 잠에 빠져들었고 알람이 울릴 시간이 되어서야 천천히 눈을 떴다.옆자리는 이미 텅 비어 있었고 침대 위엔 그녀 혼자뿐이었다.괜히 가슴 한편이 허전해진 온채아는 알람을 끈 뒤, 무심코 핸드폰을 들어 메시지를 확인했다.[나 며칠 M국에 출장 가. 21일 오후 5시 공항 도착하니까 마중 나와.]“나더러 마중 나오라고? 그 유능한 비서들이 차고 넘치는 사람이...”그렇게 중얼거렸지만 그런 남자의 부탁에 고개를 젓고 버틸 수 있을 만큼 그녀는 냉정하지 못했다.온채아는 결국 얌전히 답장을 보냈다.[알겠어.]답장을 보내고 나서야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이거 왠지 남자친구가 여자친구한테 일정 보고하는 느낌인데? 시간까지 딱 짚어 알려주는 것도 그렇고...’전남편이었던 주율천조차 그녀에게 이렇게 자신의 일정을 알린 적은 없었다.그런데도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하루 종일 기분이 좋기까지 했다.오전엔 평소처럼 한의원에 나가 진료를 봤고 오후엔 연구소로 발걸음을 옮겨 개발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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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온채아는 어려서부터 남다른 재능을 지닌 아이였다.다른 사람들이 0에서 100까지 차근차근 올라가는 과정이라면 그녀는 애초에 90에서 시작해 150까지 단숨에 치고 나가는 타입이었다.그날도 온채아는 하루 종일 실험실에 박혀 실험에 몰두하고 있었다.점심시간이 훌쩍 지나도록 끼니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했고 실험 마무리를 하다 보니 그제야 허기가 밀려왔다.정다슬도 없으니 밖에서 혼자 밥을 먹을 기분도 아니었다.‘그냥 집에 가서 냉동만두나 삶아 먹자...’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핸드폰을 챙기고 가방을 들고는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한빛 그룹 본사 건물은 지어질 당시 어마어마한 자본이 투입된 덕분에 유지 관리도 철저했다.매달 정기적인 보수 작업이 이루어졌고 다른 건물 주차장처럼 어둡거나 눅눅한 느낌도 전혀 없었다.대형 LED 조명이 사방을 환히 밝혀주고 있었고 CCTV 역시 구역마다 빼곡하게 설치돼 있어 늘 안전하다고 느껴졌기에 온채아는 단 한 번도 이곳이 무섭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달랐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순간, 그녀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직감했다.주차장 전체가 어두컴컴했고 조명은 극히 일부만이 희미하게 깜빡이고 있었으며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난 시각이라 그런지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인기척 하나 없는 그 적막 속에 정적은 유난히 무겁게 내려앉았고 공기조차 묘하게 건조하고 낯설었다.순간 등골이 서늘해졌지만 그녀는 곧 벽면 위쪽에서 깜빡이는 CCTV의 붉은 불빛을 발견하고는 그제야 약간 안도한 듯 발걸음을 다시 옮겼다.‘그래, 설마 무슨 일이 있겠어...’그렇게 생각하며 차 쪽으로 걸어가던 순간, 검은 승합차 문이 열리더니 건장한 남자 두 명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온채아 씨 맞으시죠?”“누군가 당신 목숨값 지불해서요.”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의 시야는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머릿속이 깨질 듯 아파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움직이고 있는 차 안에 있었다.손발은 단단히 결박된 상태였고 옆자리에 앉아 있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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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심서정의 두 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다.너무 급했던 탓인지 말조차 제대로 이어지지 못한 채,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외쳤다.“아까 방금 누가 전화해서... 나 혼자 오면 시윤이를 구해주겠다고...”주율천은 단번에 핵심을 짚었다.“어디로 오라고 했는데?”“여, 여기...”심서정은 떨리는 손으로 급히 휴대폰을 꺼내 그의 손에 쥐어주었고 화면엔 그가 조금 전 받은 메시지와 똑같은 주소가 떠 있었다.또 그 공장 단지였다.온채아뿐 아니라, 조카 시윤이까지 납치당한 것이다.주율천은 화면을 힐끗 확인한 뒤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무표정한 얼굴로 휴대폰을 돌려주며 곧장 차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내가 갈 테니까, 넌 집에서 기다려.”“안 돼!”심서정은 다급히 그의 팔을 붙잡았다.눈동자엔 공포와 불안이 가득했고 그녀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시윤이는 내 아들이야. 그 아이가 납치됐는데... 내가 어떻게 가만히 집에만 있어?”주율천은 그녀를 잠시 바라봤다.하지만 더는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려 말했다.“그럼 타.”심서정은 곧장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뒤를 따라 차에 올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승합차가 폐허가 된 낡은 공업단지에 도착했다.그 시각, 온채아는 이동 중인 차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감각적으로 이 도시를 완전히 벗어났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차가 멈춘 곳은 오래된 창고 앞이었고 차량이 완전히 정지하자 그녀 옆에 앉아 있던 문신이 선명한 사내가 거칠게 그녀의 팔을 낚아채 끌어내렸다.운전석에서 내린 또 다른 남자는 얼굴에 깊게 팬 칼자국이 있는 중년이었다.그는 문신남을 흘겨보며 짜증스럽게 말했다.“너 그렇게 막 다뤄서 되겠냐?”문신남은 히죽 웃으며 대꾸했다.“어차피 곧 죽을 여잔데. 무슨 상관이람.”하지만 흉터남이 그 무리의 리더였기에 문신남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시선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그때 흉터남이 음침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렇게 예쁜 얼굴인데 죽기 전에 뭐라도 좀 해보고 싶지 않냐?”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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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이 놈들은 분명히 목숨을 담보로 돈을 노리는 자들이었고 그들의 목적은 오직 하나, 돈이었다.10억이든 20억이든, 자신이 살아 나갈 수만 있다면 온채아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기꺼이 그 돈을 낼 준비가 되어 있었다.문신남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 옆에 서 있던 흉터남을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형, 이 여자 이렇게 부자였어?”그 말에 온채아는 곧장 치고 들어갔다.“돈, 더 줄 수도 있어요.”그 말은 납치범들의 귀에 정확히 꽂혔다.온채아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차분하면서도 유혹하듯 말을 이어갔다.“의뢰인이 누군지만 알려주면 10억 더 얹을게요. 총 30억입니다.”‘30억?’문신남뿐 아니라, 주변의 남자들 눈까지 번쩍였다.애초에 10억이면 대충 나눠도 한 사람당 1억 가까이 되는 금액이었다.그것만으로도 평생 만져보지 못할 거액이었는데 지금은 각자 3억씩 손에 쥘 수 있는 기회였다.그 돈이면 더 이상 이런 일에 손대지 않고 고향에 내려가 조용히 살기에도 충분했다.흉터남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진짜 그 정도 있어?”“있어요.”온채아는 여전히 결박된 채였지만 그 기세만큼은 단 한 치도 꺾이지 않았다.“어차피 당신들이 원하는 건, 저를 ‘죽이는 일’이잖아요? 휘발유까지 준비한 거 보니까 절 태워 죽이려는 거죠?”그 말에 납치범들의 눈이 놀란 듯 순간적으로 흔들렸다.“아마 폭탄도 챙겨 왔을 거예요. 폭발 하나면 모든 걸 덮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해버리면 당신들이 절 풀어줬는지, 죽였는지 누가 알겠어요?”“제가 여기서만 빠져나가면 돈은 바로 드릴 수 있어요. 의뢰인 쪽 돈도 그대로 챙기세요. 그 정도면 이제 손 털고 조용히 살기엔 충분하잖아요?”그 말에 문신남은 물론, 주변 사내들의 표정에도 억누르지 못한 미소가 어렸다.너무도 달콤한 제안이었다.다들 흉터남을 바라봤다.말은 없었지만 눈빛만으로도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다.“형, 그냥...”“그냥 뭐가 그냥이야!”흉터남은 일순 마음이 흔들렸지만 곧 정신을 가다듬고 날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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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그걸... 어떻게 알아?”문신남이 놀란 듯 무심코 내뱉었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흉터남의 매서운 눈빛에 얼른 입을 닫았다.흉터남 역시 놀랐는지 그 의외라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고 한편으로는 부하들에게 주시윤을 다른 의자에 묶게 하면서도 시선은 온채아에게서 떼지 못한 채 생각에 잠겼다.이 여자는, 분명 ‘이름 없는 한의사’라고만 들었는데 지금 눈앞의 모습은 전혀 달랐다.절박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협상하고 흐름과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능수능란한 대처는 명문가에서 단련된 규수보다도 훨씬 더 노련하고 단단했다.흉터남은 다시금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본 뒤,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낮게 물었다.“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온채아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차 안에서, 당신들이 주율천에게 전화했잖아요.”“그래서?”흉터남의 얼굴에 묘한 경계가 스쳤다.의뢰인의 말은 단순했다.‘이 여자는 주율천이 잠깐 데리고 놀다 버린 여자일 뿐이며 주씨 가문에서도 꺼리는 존재라 없애달라’는 주문이었다.그래서 주율천이 직접 나설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온채아는 그 이면을 어느 정도 짐작한 듯, 입꼬리를 살짝 비틀며 웃었다.“지금도 그 여자의 말을 믿고 이렇게 목숨 걸고 날뛰고 있는 거예요? 그 여자가 결국 죽게 만들 사람은 바로 당신들인데.”흉터남의 미간이 좁아졌다.“지금이 웃을 때는 아닐 텐데. 자세히 말해봐.”“당신들, 의뢰받은 일이라면 최소한 대상 신원은 확인해 봤어야죠?”온채아는 잠시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며 자신도 모르게 스쳐 간 불안감을 눌러 짧은 숨을 삼켰다.그리고 이내 또렷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내 이름은 온채아. 성씨 가문의 양녀예요. 성유준이라고 들어봤겠죠? 난 그 사람 여동생이에요. 당신들, 주씨 가문 건드릴 배짱은 없어도 성씨 가문을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예요?”그녀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주변에서 그녀를 감시하던 사내들의 눈빛이 하나둘씩 흔들리기 시작했다.하지만 온채아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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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주율천이 언제 한 번이라도 나를 선택한 적이 있었던가.’없었다.온채아는 이미 오래전부터 외면받고 버려지는 일에 익숙해져 있었다.주율천의 주먹이 천천히 움켜쥐어졌다.그의 눈빛은 거칠게 일그러졌고 말 한마디 꺼내기도 전에 심서정이 그의 팔을 붙잡고 울먹이며 매달렸다.“율천아, 제발... 우리 시윤이 좀 살려줘! 네 조카잖아! 네 친형의 핏줄이잖아!”주율천의 눈동자엔 짙은 어둠이 깔려 있었다.그는 감정을 읽을 수 없을 만큼 침착한 목소리로 마치 스스로에게 되뇌듯 낮게 말했다.“온채아도 내 아내야.”“하...”심서정은 비웃듯 웃었다. 그 눈빛에는 실망과 분노, 그리고 오래된 원망이 얽혀 있었다.“좋아. 네 형이 저승에서도 눈을 감지 못하겠네. 그래, 시윤이를 그리로 보내. 보내서 네가 자기 핏줄 하나도 지키지 못한 놈이라는 걸, 형이 똑똑히 보게 해줘!”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저주에 가까웠다.“주율천, 넌... 정말 석현 씨 앞에서 부끄럽지 않아?”그 한마디에 주율천은 고통스레 눈을 감았다.그는 주석현의 무덤 앞에서 형이 남긴 피붙이만큼은 끝까지 지켜주겠다고 맹세했었다.‘하지만 온채아는...’그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는 그 순간, 흉터남이 권총으로 온채아의 머리를 툭툭 건드리며 비웃듯 말했다.“시간 없어. 내가 지금부터 열까지 센다. 그때까지 선택 못 하면 둘 다 여기서 끝이야.”그의 입가에는 잔혹한 웃음이 번졌다.“열. 아홉. 여덟. 일곱. 여섯. 다섯...”주율천은 두 손을 꽉 움켜쥔 채, 눈을 감고 버텼다.숨이 턱턱 막히는 듯 고통스러운 정적이 흐르다가 마지막 숫자에 이르러, 그가 마침내 터지듯 외쳤다.“아이를 풀어줘!”온채아는 놀라지 않았다.예상한 결과였다.그리고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였다.“보아하니 평소에도 꽤 괜찮은 삼촌이었나 보네.”흉터남이 비웃으며 손짓하자 부하가 주시윤의 결박을 풀었다.아이의 울음이 터져 나왔고 그는 그대로 심서정 품으로 뛰어들었다.“흐윽... 엄마... 너무 무서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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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주율천의 크고 단단한 몸이 순간 휘청였다.목젖이 위아래로 떨리며 간신히 숨을 삼켰고 가까스로 뱉어낸 그의 목소리는 이미 갈라져 있었다.“지금 뭐라고 했어?”옆에서 담결의 보고를 똑똑히 들은 심서정 역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왜 하필 지금이야!’‘어떡하지? 지금 이대로면 모든 게 끝장이야!’‘온채아, 저 계집은... 왜 매번 죽을 고비에서 살아남는 거냐고! 이번만큼은 안 돼. 절대!’심서정의 눈빛이 광기로 일그러졌다.그녀는 이를 악문 채 서서히 고개를 돌려 흉터남을 노려보았다.‘지금이야. 어서 쏴. 온채아, 그 여자만 죽으면 끝나는 거야. 모든 게 다...’하지만 흉터남은 결코 어리석은 자가 아니었다.온채아의 정체를 알아버린 순간부터 그는 이미 머릿속으로 계산을 끝냈다.그녀를 진짜로 죽일 생각은 애초에 없었고 심서정에게 받은 돈만 챙기면 그걸로 충분했다.주율천은 한참 동안 숨을 죽인 채, 그대로 굳어 있었다.그리고 아주 천천히 무너지는 듯한 움직임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차마 온채아를 바로 바라보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었다.전화기 너머에서 담결의 보고는 계속되었다.“비록 당시 입양 기록에서 많은 흔적이 지워져 있었지만 제가 직접 확인했습니다. 사모님께서 바로... 그때 그 아이가 맞습니다.”“성씨 가문에 입양된 시점과 보육원에서 소녀가 사라진 시점이 정확히 일치합니다.”툭.주율천의 손에서 떨어진 휴대폰이 차가운 바닥에 부딪히며 굴렀다.‘내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아이가...’‘온채아였다고?’‘항상 내 곁에 있었는데 늘 눈앞에 있었는데...’그의 숨이 거칠게 흐트러졌다.숨 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울 만큼 심장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겨우 용기를 내어 온채아를 바라보았을 때, 그가 마주한 건 단 하나, 실망으로 얼어붙은 그녀의 눈빛이었다.예전처럼, 그를 향해 ‘절대 나 잊으면 안 돼’라며 간절히 매달리던 그 순수하고 애틋한 소녀의 모습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마치 날카로운 칼끝이 가슴을 꿰뚫고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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