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Chapter 221 - Chapter 230

504 Chapters

제221화

온채아는 담담하게 시선을 거두고는 자신의 차로 걸음을 옮겼다. 막 문을 열고 차에 타려던 찰나, 아이를 품에 안은 채 다가온 심서정이 그녀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더니 가방 안에서 살짝 드러난 서류 모서리를 짚으며 날카롭게 물었다.“이게 뭐예요?”말투며 눈빛까지 마치 이 오래된 저택의 미래 안주인이라도 된 듯한 태도였다.온채아는 조금도 당황한 기색 없이 이혼 증명서류를 조용히 가방 안으로 밀어 넣고는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쓰레기 처리 증명서요.”심서정은 그 말의 의미를 곧바로 이해하지 못한 듯, 노골적인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어제 회의 때 말한 그 약, 시험 결과는 언제 나와요?”온채아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왜요? 기다렸다가 훔치기라도 하시게요?”그리고는 짧게 웃으며 덧붙였다.“심서정 씨, 참.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더니 어릴 때부터 남의 거 뺏는 그 버릇 어디 안 가네요. 이제는 제 연구 성과까지 넘보시네요?”사실이었다. 어릴 적부터 심서정은 자신이 가진 것에는 만족할 줄 몰랐고, 남이 쥔 것을 탐내고 빼앗는 데에 재능을 타고난 여자였다.그 말에 심서정은 잠시 말문이 막힌 듯 헛기침을 하며, 억지로 언성을 높였다.“누가 당신 걸 뺏겠대요?”“그럼 당신 실력으로 해내요. 남이 밤새가며 만든 성과에 슬쩍 숟가락 얹으려 들지 말고.”말을 끝낸 온채아는 조용히 차에 올라 시동을 걸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액셀을 밟아 그 자리를 떠났다.남겨진 심서정은 잔뜩 분한 얼굴로 바닥을 한껏 구르며 이를 갈았다.‘내가 연구 개발을 할 줄 알았으면 너 같은 애한테 신경 쓸 이유도 없었지.’머릿속으로는 여전히 온채아가 별 성과를 낼 리 없다고 굳게 믿고 있었지만 마음 한편에선 왠지 모를 불안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정말 혹시라도 그 여자한테 운이 따라준다면?’그 불길한 상상을 애써 털어내며 심서정은 주시윤을 안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시윤아, 아까 저 여자랑 너희 할머니 무슨 얘기 했어? 혹시 뭘 주진 않았지?”그녀의
Read more

제222화

그 말을 듣는 순간, 민은하는 눈을 부릅뜨며 분노로 치를 떨었다.“너 지금 말한 거, 진짜야?”‘이혼 절차도 채 끝나지 않았는데 대놓고 우리 주씨 가문을 배신했다고? 율천이는 그것도 모르고 있었단 말이야?’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었다. 민은하는 애초에 자신이 온채아를 어떻게 몰아세웠는지, 자기 아들놈이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는 싹 잊은 채 오직 배신당했다는 사실에만 분노가 가득했다.만약 온채아가 아직 이 집을 떠나지 않았다면, 주율천이 그렇게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본성이 어디서 유래했는지 금방 알아챘을 것이다.그건 유전자의 깊은 곳에 각인된, 본능 같은 것이었다.한편 심서정은 민은하가 자신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는 걸 직감하고는 입꼬리를 천천히 끌어올렸다.“제가 왜 어머님께 거짓말을 하겠어요? 지난번 경원에 갔다가 제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어머님은 모르셨겠지만 성 대표랑 온채아, 맞은편 집에서 살고 있더라고요.”그 말에 민은하의 이마에는 붉은 핏줄이 뚜렷이 떠올랐다.“그게 동거랑 뭐가 달라!”‘이혼 증명서 도장도 채 마르기 전에 벌써 성유준에게 들러붙다니.’이런 이야기가 소문이라도 나면 사람들 입방아에 오를 건 결국 주씨 가문이었다.심장이 벌렁거리며 숨결이 가빠졌고 그녀의 눈빛은 점점 싸늘하게 가라앉아갔다.“그래서 그렇게 서둘러 이혼하려 했던 거구나. 언제 들킬지 모르니까, 자기가 바람피운 거 들킬까 봐 무서웠던 거지!”그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듯했다.온채아는 상처받고 떠난 게 아니었다. 처음부터 새 남자를 염두에 두고 철저히 계획을 짰던 것이다.‘그렇다면 지난번 정다슬 문제로 찾아와서 왜 그렇게 빌었던 거지?’그 의문이 스쳐 지나갔지만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그녀는 그 사소한 이물감을 깊이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그런데 그때, 심서정의 눈이 한순간 멍해졌다.“이혼이요? 누가 누구랑 이혼했단 말씀이세요?”겉보기엔 순진하게 묻는 듯했지만 그녀의 심장은 이미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무슨 대답이 나올지, 이미 예감하고 있었기
Read more

제223화

이번 프로젝트만 제대로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소원희는 다시금 성유준과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터였다.그래서 결국, 그녀는 이를 악물고 심서정의 제안을 받아들였다.심서정은 잔잔히 웃으며 확신에 찬 눈빛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걱정 마세요. 온채아가 개발만 성공시킨다면 그 연구 결과는 절대 제 손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예요.”그 생각만 떠올리면 심서정은 밤에 잠이 들면서도 웃음이 저절로 나올 지경이었다.자신이 ‘항암 신약’의 핵심 개발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니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힐 듯 벅찼다.‘그때가 되면 내가 율천이랑 다시 결혼하겠다고 해도 어머님이 반대하진 못하겠지?’‘그러니까, 제발 나를 실망시키지 마. 온채아.’심서정은 민은하와 한참 더 대화를 나눈 뒤, 주시윤을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갔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조용히 베란다로 발걸음을 옮겼고 휴대폰을 꺼내 한 통의 전화를 걸었다.“어르신, 방금 막 들은 소식이 하나 있는데요. 꼭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차갑고도 단호했다.“무슨 일이지?”심서정은 싸늘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목소리만큼은 해맑게 웃었다.“온채아하고 주율천, 이혼했답니다.”잠시 정적이 흘렀고 이어진 소원희의 목소리엔 예상치 못한 놀라움이 담겨 있었다.“이혼했다고?”‘그 성격에 웬만한 일 아니면 주씨 가문의 그늘을 벗어날 리가 없는데 어지간히도 벼랑 끝까지 몰렸나 보네.’‘예전보다 많이 참을성이 줄어들었군. 쯧쯧...’심서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욱 확신에 차 목소리를 높였다.“네. 저희 어머님께서 방금 직접 말씀하셨어요. 연초에 이미 이혼 절차 다 마무리됐다고요. 아마 주율천 쪽에서도 지긋지긋해했나 봐요. 그러니까 그렇게 순순히 동의했겠죠.”그러곤 마치 좋은 제안을 내놓듯, 부드럽게 웃으며 덧붙였다.“그러니 이제 그 아이에게 새 신랑감을 찾아주시는 건 어떨까요? 어차피 앞으로 걔 인생이 어떻게 굴러가든, 결국엔 어르신 말씀 한마디면 끝나는 거잖아요
Read more

제224화

그 말이 입에서 튀어나오자, 성윤혁 본인조차도 잠시 멍해졌다.그동안 만난 여자들은 모두 그랬다. 처음엔 호기심이 생기다가도 금세 시들해졌고 결국엔 전부 재미 삼아 끝냈다.온채아 역시 처음에는 그냥 스쳐 가는 관심 정도였을 뿐이다.다만 아쉬운 건, 아직 한 번도 제대로 ‘가져보지’ 못했다는 것이었지만 지금이라도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결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질릴 때쯤 이혼하면 그만이지.’하지만 소원희가 그 말을 곱게 넘길 리 없었다.그녀는 눈에 핏발을 세운 채, 참았던 분노를 터뜨렸다.“정신이 나갔니? 걔 같은 애가 감히 너한테 어울리긴 뭐가 어울려? 어디 하나라도 네 수준에 닿는 게 있긴 해?”성윤혁은 성유준을 제외하고 그녀가 가장 아끼는, 단 하나뿐인 친손자였다.이미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었음에도 아무 여자에게도 보내지 못하고 있는 손자인데 그런 아이가 하필이면 온채아에게 꽂혀 있다니.다만 자격이고 뭐고를 떠나서, 무엇보다 그 애는 위험했다.만약 그 ‘사람’이 출소라도 하게 된다면 온채아는 살아남기 힘들 테고 그때 가서 성윤혁까지 휘말려 ‘홀아비’라는 소리를 듣게 내버려둘 순 없었다.하지만 몇 년 동안 깊숙이 눌러놓았던 집착은 이미 선을 넘고 있었다.성윤혁은 오히려 더욱 단호한 눈빛으로, 당당하게 말했다.“그 애만큼 나한테 어울리는 여자도 없어요. 걔가 원한다면 발이라도 핥을 수 있어요...”“됐어!”소원희는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었다. 살아온 세월이 무색할 만큼, 지금 이 손자가 하는 말은 그녀의 자존심을 송두리째 짓밟는 것이었다.“남사스럽게 정말... 넌 이제 완전히 미쳤구나!”“대체 무슨 대단한 재주가 있길래! 처음부터 걔는 집에 들이지 말았어야 했어! 그냥 바깥에다 집 하나 얻어주고 따로 뒀으면 지금 이 꼴까진 안 났을 거 아냐!”하지만 성윤혁은 흔들리지 않았다. 눈빛은 더욱 확신에 차 있었고 오히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전 딴 여자는 싫어요. 걔 말고는 안 돼요. 결혼할 거면 무조건
Read more

제225화

그러다 6년 전, 누군가가 경찰서에 한 줄기 완벽한 증거 사슬을 넘겼다.그뿐만이 아니었다. 수면 아래에서 보이지 않는 강한 압력까지 더해지자 경찰은 채 닷새도 지나지 않아 사건을 놀라울 만큼 빠르게 종결했고 그렇게 봉인되었던 진상이 순식간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결국, 성윤혁의 부모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그날을 떠올린 듯, 소원희는 싸늘하고도 날카로운 눈빛으로 손자를 흘겨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하지만 넌 아직 모르지. 누가 그들을 감옥에 보냈는지.”성윤혁은 멍한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누군데요?”소원희의 입꼬리가 천천히 일그러졌고 목소리엔 살얼음처럼 서슬이 서려 있었다.“바로 네가 그렇게 존경하던 성유준이야.”그녀의 시선은 얼음처럼 냉정했고 말투엔 단 한 점의 흔들림도 없었다.“경찰에게 그 증거를 넘기고 뒤에서 압박을 가한 사람, 그게 바로 그 아이였어. 성유준은 그때 자기 부모의 죽음에 뭔가 이상하단 걸 눈치챘던 거야. 그래서 몰래 세력을 키우려고 집을 나갔고.”하지만 성유준의 수단은 너무나 날카롭고 잔혹했으며 성씨 가문은 제대로 대응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밀려났다.그 후, 그는 불과 3년 만에 무서운 기세로 판을 넓혀갔고 소원희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한빛 그룹의 절반 이상이 그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었다.그렇게 평생 회사를 움켜쥐고 있던 소원희는 결국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물론, 그녀에겐 그때도 선택지가 있었다.끝까지 자리를 지킬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성유준이 쥐고 있는 수많은 계열사들이 한빛 그룹의 본체를 갉아먹게 되었을 것이고 결국 회사는 순식간에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겉보기엔 선택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상 퇴로 없는 외길이었다.그제야 소원희는 자신들이 키워낸 존재가 어떤 야수였는지를 깨달았다.성윤혁은 말문이 막힌 듯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의 눈동자엔 믿을 수 없다는 충격이 어렸다.“성유준이라고요? 그럴 리가요. 어떻게 그런...”그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Read more

제226화

온채아는 소원희가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이혼 소식을 알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먼저 나서서 사실을 인정할 생각도 없었다.그녀는 시선을 조용히 아래로 떨구며 되물었다.“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그 반응을 본 소원희는 이미 확신한 듯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잘됐네.”“뭐가요?”소원희는 고개를 돌려 운전석 쪽을 향해 시선을 보내더니 가볍게 눈짓했다.운전기사가 곧장 차를 출발시키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너는 아직 어리고 사람 보는 눈도 부족하지. 평생을 함께할 남자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모를 나이야. 그래서 이번엔 내가 골라줄게.”온채아는 조용히 숨을 들이쉬며 차분하게 대답했다.“전 당분간 그런 계획 없습니다.”사실 그녀는 이혼을 결심했을 때부터 이런 날이 올 거라 이미 예감하고 있었다.다만 생각보다 조금 빨랐을 뿐이었다.소원희의 표정은 순식간에 싸늘하게 굳었고 목소리엔 노골적인 불쾌감이 서려 있었다.“네 의견 따윈 중요하지 않아. 우리 성씨 가문에서 몇 년이나 거둬줬는데 그 은혜를 갚을 때도 되지 않았니?”온채아는 주먹에 힘을 주었다.목소리는 여전히 정제돼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싸늘하고 단호했다.“절, 누구한테 시집보내시려는 건데요?”소원희는 오랜만에 입꼬리를 올리며 흐뭇하다는 듯 말했다.“용씨 가문의 넷째 아들인데 품행도 단정하고 집안도 탄탄하지. 너 같은 애가 감히 넘볼 자리도 아니야.”“오늘 밤, 그쪽 집안과 저녁 약속 잡아뒀어. 오늘 중으로 혼사 얘기 마무리 지을 거니까 그렇게 알아.”그 말을 들은 순간, 온채아는 웃음이 터질 뻔했다.‘품행 단정? 웃기고 있네.’색욕 외엔 품행이라 부를 만한 게 하나도 없는 그 인간은 성윤혁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다.한 번 눈이 마주치기만 해도 성병에 걸릴 것 같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었다.‘집안이 좋다고?’확실히 용씨 가문은 경성에서도 손꼽히는 명문이었다.하지만, 그 넷째 아들인 용지호는 아니었다.
Read more

제227화

하지만 방금 전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주율천이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를 확인하기에는 방금 그 한마디면 족했다.정말로 이혼한 사이였다면 전처인 온채아를 데리러 올 리 없었다.소원희의 말이 끝나자 휴대폰 너머는 숨을 죽인 듯 고요해졌다.짧은 정적이 흐르는 사이, 온채아는 손끝이 살짝 떨리는 것을 느꼈지만 곧 차분히 감정을 가라앉히며 떨림을 억눌렀다.소원희는 그런 그녀를 옆눈질로 흘겨보며 마치 분수를 모른다는 듯 비웃는 표정을 짓고는 전화를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불편하면, 안 와도 돼...”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수화기 너머로 주율천의 낮고 담담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마치 지금 비서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있는 듯한 차분한 말투였다.회의 하나를 급히 미루고 저녁 약속도 취소하는 듯한 소리가 들린 뒤, 그는 잔잔히 웃는 목소리로 말했다.“불편할 게 뭐 있겠습니까. 지금 바로 댁으로 가겠습니다.”“그래. 마음 써줘서 고맙구나.”소원희는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끝내 억지로 미소를 걸었다.아직도 미련이 남은 듯, 다시 한번 떠보는 말을 던졌다.“우리 채아가 전생에 무슨 덕을 많이 쌓았나 봐. 주 대표랑 결혼도 하고.”그러자 수화기 너머에서는 단호하면서도 따뜻한 음성이 되돌아왔다.“그런 말씀 마세요. 복 받은 건 접니다. 채아야말로 저에게는 과분한 사람이죠.”전화를 끊은 주율천은 옆에 서서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는 담결을 힐끗 바라보며 물었다.“왜 그래?”담결은 머뭇거리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대표님, 방금 미루신 그 회의는... 꽤 중요한 건데요.”“그럼 저녁으로 옮겨. 여덟 시쯤이면 되겠지.”담결은 속으로 깊은 한숨을 삼켰다.“그럼 지금 가시는 곳은...”“채아 데리러 가야지.”주율천은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 등받이에 걸려 있던 정장을 걸치며 대답했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담결은 속으로 중얼거렸다.‘예전엔 분명 이렇게까지 연애 바보는 아니었는데...’전화가 끊기자마자, 온채아는 소원희의 눈빛이 확연히 싸늘해졌다는 것을
Read more

제228화

온채아는 성유준의 뜨거운 시선을 피하며 억지로 담담한 척 입을 열었다.“율천 씨 기다리는 중이야.”그 말에 성유준은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오히려 태연하게 받아쳤다.“기다릴 때 기다리더라도...”그는 일부러 말을 끊더니 의미심장하게 그녀를 내려다보며 낮게 덧붙였다.“계약서에 적힌 내용은 잊지 마.”온채아는 눈앞이 아찔해지는 기분이었다.주변에 있던 가정부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그녀는 매섭게 그를 노려보았다.하지만 성유준은 그런 시선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고 느긋하게 긴 다리를 뻗으며 계단 쪽으로 걸어갔다.그리고 계단 위에 멈춰 서서, 다시 고개를 돌려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참, 너한테 줄 게 있어. 위로 잠깐 올라와.”그가 저렇게까지 말했는데 거절해 봐야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온채아는 알고 있었다.‘오히려 질질 끌면 더 수상해 보이겠지...’그녀는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성유준의 뒤를 따라 2층으로 향했다.비록 그는 몇 년 전 이 저택을 떠났지만 그가 쓰던 별채와 방은 여전히 손대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성유준은 아무렇지 않게 문을 열고 그녀를 안으로 이끌었다.“뭘 주겠다는 거야?”“주 대표는 뭐 하러 기다려?”방에 들어서자마자 두 사람의 말이 동시에 튀어나왔다.성유준이 입을 다물고 그녀를 바라보자 온채아가 결국 먼저 입을 열었다.“그건 당신 할머니한테 직접 물어봐.”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어차피 소원희가 성유준에게 진심을 털어놓을 리도 없었고 설사 성유준이 따져 묻는다고 해서 바뀔 것도 없었다.온채아는 무의식적으로 시계를 확인했다. 주율천이 도착할 시각이 다가오고 있었고 그녀는 더 이상 이 방에 머물고 싶지 않아 재촉하듯 물었다.“그래서, 대체 뭐 줄 건데?”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래층에서 희미한 인기척이 들렸다.누군가 차를 타고 도착한 듯했고 낮은 목소리들이 어렴풋이 섞여 들려왔다.온채아는 본능적으로 긴장했다.그런 그녀의 반응을 놓치지 않은 성유준은
Read more

제229화

그가 아직도 그걸 기억하고 있었다니 솔직히 놀라웠다.온채아는 순간 멈칫하다가 조용히 손을 내밀어 초콜릿을 받아서 들며 나지막이 말했다.“고마워.”막 방을 나서려던 찰나, 성유준의 손이 그녀의 손목을 단단히 붙잡았다.“그게 다야?”느슨하게 얹힌 손끝과 나른하고도 여유로운 목소리, 하지만 그 속에는 알 수 없는 위압이 스며 있었다.계속해서 노크 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온채아의 심장은 북처럼 요동쳤다.그녀는 갑작스레 성유준의 셔츠 깃을 잡아당기더니 발끝을 들어 그의 쇄골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는 재빨리 단추를 여며주었다.이제는 두 번의 경험으로 깨달은 것이었다. 흔적, 특히 립스틱 자국 같은 건 절대 남겨선 안 된다는 걸.그가 아직 멍한 틈을 타, 온채아는 얼른 문을 열고 방을 나섰고 이내 정면에서 주율천과 마주쳤다.그는 반사적으로 그녀의 어깨를 받쳐주었고 그녀는 그가 복도에 있었다는 걸 알면서도 순간 당황해 한 발짝 물러난 채 애써 평정심을 되찾고 입을 열었다.“왔어요?”“응.”주율천의 시선이 그녀의 뒤편, 아직 완전히 닫히지 않은 방문 틈을 스쳤다.표정엔 큰 변화가 없었지만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여기는 왜...”온채아는 손에 들린 초콜릿을 살짝 흔들어 보이며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오빠가 굳이 올라와서 가져가라고 해서요.”그는 초콜릿을 흘끗 보더니 부드럽게 웃었다.“이 브랜드, 꽤 오래됐네. 맛있어?”“네. 어릴 때부터 제일 좋아하던 거였어요.”그녀의 대답에 주율천은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나 하나 먹어봐도 돼?”그 말에 그녀는 잠시 눈썹을 찌푸렸다.혹시라도 이 초콜릿을 주율천에게 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성유준의 성격상 가만두지 않을 게 뻔했다.“그렇게 아까워?”어떻게 거절할지 머릿속으로 답을 고르고 있는 사이, 주율천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다 커서 아직도 이런 거 좋아하고.”온채아는 코끝을 만지작거리며 그의 말에 가볍게 웃어넘겼다.주율천이 손을 내밀며 말했다
Read more

제230화

온채아는 고민할 틈도 없이 무의식적으로 정다슬을 핑계 삼아 방패처럼 내세웠다.“다슬이가 집에 있어서 지금은 좀 곤란해요.”하지만 주율천은 마치 모든 걸 꿰뚫어 본 사람처럼 가볍게 한마디를 흘렸다.“그 애, 출장 간 거 아니었어?”그 말에 온채아는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이내 이어진 주율천의 말은 그녀의 숨을 더 깊이 멎게 만들었다.“오늘 아침, 담결이 공항에서 마주쳤다더라.”말을 마친 그의 눈빛엔 한층 더 부드러움이 배어 있었고 그 눈빛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했다.온채아는 짧은 침묵 끝에, 마침내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사실 오늘 성씨 가문 저택에 오라고 한 건, 당신을 이용한 거였어요. 우리, 이미 이혼했...”“난 상관없어.”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율천은 조용히 몸을 숙였다.그의 얼굴이 가까워졌고 두 사람의 숨결이 서로의 입술에 닿을 듯 엉켜들었다.남자의 목소리는 전에 없이 다정하게 가라앉아 있었다.“우린 부부였잖아. 서로 도와주는 게 당연한 거지. 그게 어떻게 이용이야?”온채아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할 만큼 가슴이 죄어들었고 본능적으로 그를 밀쳐내며 황급히 차에서 내려버렸다.“율천 씨, 진정하세요. 나 먼저 올라갈게요!”그녀는 그대로 단지 입구를 향해 달리듯 걸음을 옮겼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 때는 마치 그걸 부숴버릴 기세였다.아까 그 장면을 성유준이 보지 못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만약 그 남자가 봤다면 난 정말 목숨이 남아나지 않았겠지.’주율천은 그녀가 사라진 방향을 한참 바라보다가 조용히 차에서 내려 그녀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오늘은 꼭 말하고 싶었다.이제 예전처럼 거리를 두지 않겠다고 그리고 앞으로는 남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고.그런데 그때였다.주머니 속 휴대폰이 두 번 짧게 진동했다.그는 발걸음을 멈추고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확인했다.[대표님, 곧 그 여자애 행방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그 문장을 읽는 순간, 주율천의 눈빛이 번뜩이며 표정이 단단히 굳어
Read more
PREV
1
...
2122232425
...
51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