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Chapter 251 - Chapter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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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1화

“듣기로는 아가씨가 한 발짝도 안 나갔다고 합니다.”말을 이어가던 성이는 점점 화가 치밀어 올랐다.“대표님, 아가씨가 또 주 대표님에게 홀린 건 아니겠죠?”...성일은 당장이라도 그 입을 바늘로 꿰매고 싶었다.‘멀쩡한 인간이 왜 입만 열면 문제일까.’성유준이 비웃듯 입꼬리를 당겼다.“전화해서 직접 물어봐.”“네?”성이는 얼이 나간 채로 자기 자신을 가리켰다.“저... 제가요?”온채아에게 이런 걸 묻는 전화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적절치 않았다. 어쨌든 상대는 아가씨이고 그는 그저 수하일 뿐이니까.한편 성일은 이미 휴대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제가 바로 아가씨께 전화드리겠습니다.”그러자 성유준이 말했다.“스피커 폰으로 돌려.”온채아는 휴대폰 볼륨을 크게 해두는 편도 아니었고 깊게 잠들어 있는 바람에 무슨 소리가 스치듯 들린 것 같기도 했지만 졸음이 너무 쏟아져 눈을 뜰 수도 없었다.더군다나 분명히 문을 잠가두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방 안에 한 사람이 더 생긴 것도 전혀 몰랐다.주율천은 방문 키를 아무렇지 않게 주머니에 넣었다. 행여나 온채아가 벨 소리에 깰까 봐 발걸음까지 죽이며 침대로 다가가 무음으로 바꾸려던 찰나 습관적으로 발신자를 확인했다.[성 비서님.]그가 성유준의 측근이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성유준의 스타일을 생각했을 때 어젯밤 일은 이미 해외까지 보고된 게 틀림없다. 주율천은 아예 발코니로 나가 전화를 받으며 차분하게 안심시키듯 말했다.“여보세요? 나 주율천이야. 채아 아무 문제 없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유준이한테 전해.”그 말에 전화 너머의 성유준은 표정이 굳었고 입가에는 원망 섞인 미소가 스쳤다.성일도 순간 멈칫했다. 원래는 온채아가 직접 전화를 받아 사진 때문에 생긴 오해를 풀어주길 바랐는데 눈치 없는 주율천이 모든 걸 망쳐버린 것이다.“주 대표님, 저희 아가씨는요? 왜 대표님이 전화받으신 겁니까?”“방금 잠들었어.”고개를 돌린 주율천은 달콤하게 잠들어 있는 온채아를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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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화

담결은 잠시 말을 멈추고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사모님 부모님의 사망 원인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응.”주율천의 눈빛이 그늘처럼 어두워졌다.“밝혀내기 쉽지는 않을 거야. 넌 당분간 이 일에 집중해.”“알겠습니다.”그는 또 한 번 온채아에게 거짓말을 했다.담결은 그동안 온채아를 찾는 데 집중했지만 온채아 부모의 죽음에 대해선 전혀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주율천은 그저 온채아를 곁에 두기 위한 방법만을 고민했을 뿐이었다.하지만 한편으로는 확신하고 있었다. 그 사건은 절대 우연이 아니었다는 것을.반드시 온채아의 복수를 직접 해줄 것이라며 주율천은 다짐했다.그는 생각을 정리하며 대뜸 말을 덧붙였다.“성씨 가문도 조사해 봐.”심서정이 고아원에서 들은 이야기로 판단했을 때 소원희가 온채아를 입양한 데는 마약과 연관된 인물의 개입이 있는 게 틀림없다.그렇다면 온채아 부모의 죽음 역시 소원희와 얽혀 있을 확률이 크다.생각에 빠져 있던 주율천은 저도 모르게 침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겨우 성유준과 화해한 온채아가 만약 부모의 죽음이 성유준의 할머니와 연관되어 있다는 걸 알게되면...담결은 그의 마음을 읽고는 약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만약 성씨 가문 어르신과 관련이 있다면... 사모님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소원희는 성유준의 할머니였고 온채아는 성유준의 손길 속에서 자라난 아이였다.주율천 역시 그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 걱정했다.“일단 사건의 진상이 확실히 파악된 뒤에 이야기하자. 그 전엔 채아한테 알리지 마.”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은 주율천은 오경애가 들고 온 무언가를 보고 눈길을 돌렸다.주율천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아주머니, 채아는 아직 자고 있어요. 무슨 일이죠?”“도련님.”오경애가 잠시 멈춰 서더니 주율천 앞으로 다가와 사진을 건넸다.“작은 도련님이 찢어버린 가족사진을 복원했습니다. 그때 작은 사모님께서 따로 맡기셨던 거예요. 아마 이사 전에 여기 주소를 적으셨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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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화

온채아는 눈을 떴을 때 집안이 이렇게 어두컴컴하고 침침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이런 흐릿한 분위기는 묘한 불안감을 안겨주어 그녀는 밝은 불빛을 좋아했다. 모든 것이 환하게 비쳐야만 마음이 놓였고 그런 집에서만 편안함을 느꼈다.하지만 이곳은 본래 온채아의 집이 아니었기에 그 불편한 마음을 떨쳐내기 위해 발걸음을 서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채아야.”온채아가 마지막 계단을 밟은 찰나 거실에서 주율천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하지만 목소리에는 이전과는 다른 뭔가가 섞여 있는 듯했다.온채아는 그 느낌을 뚜렷하게 파악할 수 없었지만 그녀가 알아차릴 수 없는 감정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시선을 돌리자 조용히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가 보였다. 그의 눈동자는 예전처럼 빛나지 않았고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한 표정에는 고독함과 피로가 담겨 있었다. 그러나 온채아와 눈이 마주쳤을 때 그 어두운 눈빛 속에서 불현듯 따뜻한 빛이 반짝였다.주율천은 일어나서 긴 다리를 뻗으며 그녀에게 다가왔다.밤새 잠을 자지 못한 탓인지 목소리는 조금 거칠고 어렴풋이 피로가 묻어났다.“배고프지? 밥 먹고 가.”말을 마친 후 그의 시선은 온채아가 배를 문지르는 손에 시선이 닿았다.“알겠어요.”온채아는 배가 너무 고파서 사양하지 않았다.오경애는 두 사람이 또다시 다툴까 걱정했지만 온채아가 대답하자 곧 얼굴에 밝은 미소를 띠며 주방에서 음식을 가져왔다.“오늘은 도련님이 직접 해주신 요리예요. 따끈할 때 드셔보세요.”몸이 빨랐던 오경애는 순식간에 다섯 가지 반찬과 국을 식탁에 올려놓았다.‘주율천이 요리를 할 줄 알았나? 의외네.’결혼한 지 3년이 되도록 함께 밥을 먹은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 사실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주율천은 그녀가 자주 앉던 자리에 의자를 당기며 말했다.“먹어봐. 내가 만든 음식이 입맛에 안 맞으면 다른 거 먹어. 아주머니가 국도 끓였어.”“그럴게요.”온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 앉았다.평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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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손끝에서 느껴지는 젖은 감촉에 온채아는 잠시 멍해졌고 눈 속에 깊은 혼란과 당혹감이 스쳤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설령 온채아가 과거의 그 여자 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한들 지금처럼 오바하는 건 너무 부담스러웠다.그녀는 급하게 손을 빼려 했지만 주율천은 그대로 움직이지 않은 채 조용히 상처를 핥았다.한참이 지나서야 손을 놓은 주율천은 천천히 일어나 온채아를 세면대로 끌어갔다. 물로 상처를 씻긴 후 다시 거실로 데려가더니 약을 꺼내 소독했다.온채아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괜찮다니까요? 그 사이에 벌써 다 나았어요.”“그래도 약은 발라야지.”주율천은 온채아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길고 짙은 속눈썹이 드리운 얼굴로 조심스럽게 그녀의 상처를 닦아냈다.섬세한 손놀림은 행여나 온채아를 조금이라도 아프게 할까 두려운 사람처럼 보였다.온채아는 움직이지 않고 그를 바라보았다.‘정말 정신을 차린 건가? 아니면 약을 잘못 먹었나? 갑자기 왜 이러지?’‘예전 같았으면 조심하라는 한 마디로 끝났을 텐데, 오늘따라 쓸데없이 사소한 일에도 호들갑을 떠네.’한바탕의 소동이 끝나자 온채아는 더 이상 식사할 기분이 아니었다. 주율천이 상처에 밴드를 붙여주는 틈에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시간이 늦었네요. 전 이만 가볼게요.”그녀는 의자에서 일어나 자연스럽게 문 쪽으로 걸어갔다.주율천은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현관문을 열자마자 두 명의 경호원이 앞을 막아섰다.주율천의 시선은 단 한 순간도 온채아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당연히 그녀가 돌아서 자신을 바라보는 그 눈빛 속의 놀라움도 놓치지 않았다.온채아는 조용히 그를 보며 입꼬리를 비틀었다.“날 이렇게 가둬두겠다는 거예요?”주율천이 이런 수를 쓸 거라곤 생각도 못 했기에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게다가 주율천은 점점 자신이 기억하던 그 온화하고 신사적인 사람과는 멀어지고 있었다.온채아 눈 속의 냉랭한 거리감과 경계심을 읽은 주율천은 가슴이 미어졌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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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화

말을 이어가던 온채아의 시선은 마당을 스쳤고 덩치 큰 경호원 몇 명이 서 있는 걸 본 순간 목소리가 살짝 바뀌었다.“알겠어요. 당분간은 이곳에서 지낼게요. 하지만 내 방에는 단 한 발자국도 들어오면 안 돼요.”이제 더는 주율천을 자극할 수 없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맞서봤자 더 돌이킬 수 없는 일만 만들 뿐이었다.한편으로 성유준이 경성에 사람을 남겨두었을 것이라고 믿었다.지금 온채아가 해야 할 일은 단 한가지, 주율천을 자극하지 않고 조용히 빠져나갈 방법을 찾는 것이다.온채아를 설득하기 위해 온갖 말을 준비해 뒀던 주율천은 그녀가 의외로 바로 수긍하자 눈가가 부드럽게 풀리며 미소가 번졌다.“응. 네가 뭐라 하든 다 들어줄게.”그 말이 끝나자마자 온채아가 손바닥을 내밀었고 주율천은 순간 멈칫했다.“뭐?”“키요.”온채아는 단호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내 방 키. 주세요.”그녀에게는 오래된 습관이 하나 있었다.성윤혁에게 억눌려 살던 시절부터 생긴 버릇인데 문을 잠가도 늘 손잡이에 머리카락 한 올을 걸어두고 느슨한 매듭을 묶었다.바람에 휘날려도 풀리지는 않지만 누군가 손잡이를 돌리면 반드시 바닥에 떨어지게 되어 있다.오늘도 잠들기 전에 그렇게 머리카락을 걸어 두었는데 눈을 뜨자 사라져 있었다.다행히 주율천이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하진 않았지만 이건 더 이상 눈감을 일이 아니었다.그의 공간에서 굳이 싸움을 벌일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방 키만큼은 절대 주율천의 손에 둘 수 없었다.주율천은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성질을 부리며 똑 부러지게 구는 게 좋은지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한결 부드러워졌다.그는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어 열쇠를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온채아의 손바닥 위에 올려두었다.“자, 여기 있어. 두 개 다 있으니까 확인해 봐.”“그럼 올라갈게요.”혜국과 M국의 시차를 계산하면 지금쯤 성유준은 막 잠들 시간이다.이번 출장 일정이 한빛 그룹에 매우 중요했기에 그의 일정이 꽉 차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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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6화

“별일은 아니고...”이미숙이 잠시 침묵을 지키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해가 서쪽에서 떴는지 우리 손자가 아가씨를 한번 만나보고 싶다네? 구체적인 얘기는 하지 않아서 나도 잘 몰라. 며칠 후 시간 괜찮으면 우리 집에 올 수 있을까?”행여나 온채아가 이상한 걱정을 할까 봐 이미숙은 재빠르게 말을 덧붙였다.“절대 딴마음을 품는 그런 사람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그냥 아가씨랑 친구처럼 지내고 싶다는 거지.”사실 온채아는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았다.윗물이 맑으면 아랫물도 맑다는 말이 있듯이 이미숙이 좋은 사람인 만큼 그녀의 손자 역시 참 괜찮은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은 자신의 의지대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할머니, 지금은 시간이 될지 확실하지 않아요. 바쁜 일이 끝나면 연락드릴게요.”“알았어.”이미숙은 다급하게 답하고선 잠시 머뭇거리다가 또 한 번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아가씨, 혹시 무슨 어려운 일이라도 겪고 있는 거 아니지? 힘든 일이 있으면 바로 말해. 언제든 도와줄 수 있으니까.”온채아의 마음이 따뜻해졌다.“아니에요, 괜찮아요. 걱정 마세요.”이미숙이 분명히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안의 할머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주율천의 세력은 경성에서 성유준이 아니면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굳이 이미숙을 이 일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그럼 바쁘게 일 봐. 방해하지 않을게. 일 끝나면 언제든 우리 집에 놀러 와.”“알겠어요.”온채아가 통화를 마친 순간 누군가 방문을 노크했고 그녀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작은 사모님, 저예요.”오경애가 말했다.온채아는 잠시 머뭇거렸다가 문을 열며 대답했다.“아주머니는 저희가 아주 오래전에 이혼했다는 걸 알고 계시잖아요. 앞으로는 그냥 이름으로 부르세요.”온채아가 처음으로 민은하와 뜻이 같았을 때 오경애가 옆에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그럴게요.”오경애는 잠시 주저하다가 따뜻한 우유 한 잔과 딸기 케이크 한 조각을 그녀에게 건넸다.“저녁을 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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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화

온채아가 자신 때문에 조금이라도 감정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자 주율천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미소 지었다.분노로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과 이글이글 불타는 눈동자가 그저 사랑스러워 보였다.온채아가 자신을 저만큼 싫어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여전히 그녀에게 다가가고 싶은 욕망을 느꼈다.과거에 줬던 상처들이 얼마나 깊은지 알고,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곤 겨우 그 상처를 만회할 수 있는 아주 작은 노력일 뿐이라는 걸 알고 있어도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주율천은 입술을 살짝 움직이며 그녀의 말을 끊었다.“성유준은 이미 돌아왔어. 부모님 죽음에 관한 조사를 부탁하려고 했지? 점심때 유준이도 나랑 현우가 약속한 그 레스토랑에 가. 그때 만나서 직접 물어보면 되겠네.”‘성유준이 벌써 돌아왔다고?’온채아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주율천을 바라보았다.“또 나한테 거짓말하는 건 아니죠?”‘분명히 사흘 뒤에 돌아온다고 했는데... 시간상으로는 아직 3일이나 남았잖아.’그녀의 의심을 뚫어보듯 바라보던 주율천은 결국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거짓말인지 아닌지는 네가 가서 보면 알겠지. 임씨 가문에서 직접 예약했대. 외부에도 이미 공지된 일이야. 임지연과 성유준의 결혼을 위한 자리라고.”온채아는 말없이 손톱으로 손끝을 가볍게 쓸며 결국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알았어요.”‘그래서 일정을 앞당겼구나...’‘결혼 준비로 바빠서 나한테 전화할 시간이 없었던 걸까?’‘아니면 처음부터 나한테 알려준 날짜가 잘못된 건가? 두 사람의 혼사를 결정짓는 상황에 내가 방해된다고 생각했던 걸까?’점심쯤, 주율천은 고급 브랜드의 최신 여성 의류를 여러 벌 보내왔다.온채아는 그중 하나를 간단히 갈아입고 그와 함께 레스토랑으로 나섰다.레스토랑의 인테리어는 화려하기 그지없었고 계단마다 옥석이 박혀 있었다. 사전 예약 없이는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웅장한 이곳의 단골손님이 바로 주율천이다. 그들이 들어서자마자 직원이 바로 예약된 룸으로 안내했다.룸에 들어가기 전, 주율천은 말없이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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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검은색 벤틀리가 도로를 매끄럽게 가로질렀다.뒷좌석에서 눈을 잠깐 붙이고 있던 성유준은 휴대폰 진동에 천천히 눈을 떴고 발신자를 확인하고선 아무렇지 않게 전화를 받았다.통화가 연결되자마자 하지훈이 바로 물었다.“애들이 보낸 메시지 봤어?”안 그래도 일을 마치고 단톡방에 쌓여 있는 메시지를 확인하자마자 심장이 요동쳤다.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온채아가 바로 주율천이 수년간 찾던 진정한 첫사랑임을 알게 되었다.단톡방에서는 열띤 대화가 이어지다가 점심에 만나자며 약속을 잡았다.하지훈은 그저 성유준의 생각을 알고 싶어서 급히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성유준은 차갑고 차분한 눈빛을 띠며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눈이 있는데 당연히 봤지.”두 시간 전, 비행기가 착륙하면서부터 이미 주율천이 단톡방에서 그 소식을 전하며 한껏 오바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성유준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그 목소리에 담긴 언짢음과 분노를 쉽게 알아챌 수 있다.하지훈은 또다시 물었다.“그럼... 이제는 포기하는 거지? 채아 씨랑 주율천은 법적으로도 인정된 관계잖아. 더 이상 과하게 개입할 수는 없어.”성유준처럼 자존심 강한 사람이 모든 체면을 벗어던지고 불륜남이 된 것만으로도 이미 큰 충격인데 또다시 온채아를 찾아가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그와 온채아의 관계는 이쯤에서 그만두는 게 최선이다. 그렇지 않으면 또 3년 전처럼 갈라설지도 모른다.차는 나무 그늘을 지나며 성유준의 날카로운 옆얼굴을 비추었다. 그는 감정이 읽히지 않는 얼굴로 차갑고 단호하게 말했다.“뭘 포기하라는 거야?”그의 사전엔 포기라는 단어가 없었다.과거의 온채아는 주율천과 함께 하기로 결심하며 죽음을 불사하고 차에서 뛰어내렸다. 한 번은 포기했어도 두 번은 없다.기회를 줬는데도 그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건 주율천의 책임이다.하지훈은 불길한 예감이 밀려와 참지 못하고 또 물었다.“무슨 뜻이야? 너 방금 도착했잖아. 뭐 하려고?”행여나 성유준이 무리한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까 걱정되었던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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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화

온채아가 주율천에 품에 안겨있는 사진이었다.성유준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그 사진을 응시했다. 그러고선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무슨 일이 있기는 개뿔. 잘만 지내고 있네. 내가 봤을 때 병원에 가서 머리부터 검사하는 게 맞아. 남자에 환장해서는, 쯧쯧.”주율천이 여지를 줬다고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달려가는 온채아가 한심하게 느껴졌다.이 대화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걸 알았던 성일은 오히려 주제를 전환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아참, 납치범들은 어떻게 처리할까요?”“증거 다 잡았으니까 경찰서에 넘겨.”뒤에서 들려오는 싸늘한 목소리에 성일은 등골이 오싹해졌다.“그럼 다른 일은 신경 끌까요?”“다른 일?”성유준의 목소리는 점점 차가워졌고 그 말투에서 분노가 느껴졌다.“당연히 꺼야지. 신경 쓰고 싶지 않으니까 말도 꺼내지 마.”성일은 할 말을 잃었다.신경 쓰고 싶지 않다는 사람이 굳이 일정을 바꿔가며 이곳까지 올 필요가 있었을까?...온채아가 폭탄 발언을 던진 후 룸은 완전한 정적에 휩싸였다.김현우와 다른 친구들은 고개를 갸웃하며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그토록 부드럽고 온순한 성격의 소유자가 이혼이라는 엄청난 일을 이렇게 단호하게 처리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하지만 이 일에서 해명해야 할 사람은 사실 온채아가 아니었다.온채아는 속이 복잡하고 불안해져서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화장실 좀 다녀올게요.”온채아는 문을 열며 밖으로 나갔다.노란색 치맛자락이 문틈으로 사라지는 걸 보고서야 눈길을 돌린 주율천은 친구들의 의아함 속에서 태연하게 미소 지으며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말했다.“원래 성격이 좀 급해. 나랑 이혼하겠다면서 괜히 심술부리는 거야.”김현우는 말없이 핵심을 파고들었다.“심술만 부리는 게 맞아?”“응.”주율천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내가 싫다는데 혼자서 어떻게 이혼하겠냐?”그렇게 대충 둘러대며 이혼 문제는 가볍게 넘어갔고 친구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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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화

그 일행은 곧바로 룸으로 들어갔다. 두꺼운 문이 소리 없이 닫히는 순간 마치 성유준과 함께 걸어온 지난 8년의 시간이 밀폐된 공간에 갇히는 기분이었다.최근 몇 달 동안 그 한 장의 계약서만으로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라 착각했다. 그럴 리가 없는데 말이다.성유준은 하늘이 내린 존재처럼 위대하고 기껏 선심 써서 한번 손을 내밀어 준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기며 살아야 하는데 어떻게 더 많은 것을 바랄 수가 있겠는가.온채아는 침묵 속에 눈을 내리깔고 화장실로 걸어가면서 휴대폰을 꺼내 3일 후로 설정된 알람을 지웠다.성유준이 돌아오는 날에 공항에 가서 맞이하려고 했으나 그는 온채아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심지어 돌아왔다는 사실조차 온채아는 모르고 있었다.온채아는 가슴 속에서 차오르는 답답한 감정을 억누르며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손을 씻고 나오자 거울 속에서 임지연을 발견했다.오늘 세련된 슈트를 입은 임지연은 우아함과 여성스러움이 자연스레 묻어났고 고상한 집안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임지연은 온채아를 보고 놀란 듯했지만 성유준과의 관계를 이미 알고 있었기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예의삼아 말을 꺼냈다.“성씨 가문이랑 식사 중인데 같이 할래?”온채아는 흠칫하다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괜찮아요. 저는 친구랑 왔어요.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거든요.”임지연을 마주할 때마다 온채아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녀는 심서정처럼 악랄한 수법을 쓰거나 한의원에 찾아와 성유준의 곁을 떠나라며 협박한 적도 없다.임지연은 태연한 온채아의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래. 그럼 얼른 가봐.”“네.”온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자리에서 발걸음을 돌렸다.그러나 그때 임지연이 갑자기 말을 꺼냈다.“사실 오늘 성씨 가문과의 식사 자리를 마련한 건 나랑 대표님의 결혼에 대해서...”온채아는 온몸이 얼어붙었지만 뒤를 돌아보지 않고 담담히 대답했다.“들었어요.”계약서의 주도권은 늘 성유준의 손에 있으니 그는 언제든지 이 모든 것을 중단할 수 있다.임지연의 불안함을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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