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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241 - チャプター 250

504 チャプター

제241화

놈들은 이미 모조리 도망쳤다.온채아는 이미 이 낡은 공장을 몇 번이나 훑어봤다. 정문 쪽은 짙은 연기와 부서진 잔해에 가로막혀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다.온채아는 비틀거리며 바닥을 짚고 일어나 천장 가까이에 나 있는 좁은 창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목구멍까지 매캐한 연기가 치밀어 올라 숨이 막히는 와중에 겨우 소리를 짜냈다.“얼른 저쪽으로 올라가요.”창문은 생각보다 훨씬 높았고, 온채아의 체력과 힘으로는 어떻게 해도 닿지 않는 위치였다.하지만 주율천이 먼저 저 창으로 빠져나가 준다면, 바깥에서 이 철문을 열 수 있었다.주율천은 순간 멍해졌다. 그동안 주율천이 온채아에게 어떻게 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막상 죽음이 코앞에 닥친 순간에는 주율천의 안전을 먼저 챙기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세게 죄어들었다.“채아야, 예전에는 내가 잘못했어. 나 그때는...”온채아는 그런 말을 듣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온채아가 거세게 콜록대며 조급하게 몰아붙였다.“지금 그런 얘기 할 시간 없어. 빨리 올라가. 당장 나가.”더 늦으면 폭탄이 터질 수도 있었다. 이대로 버티다가는 둘 다 이 안에서 죽을 수도 있었다.“알았어.”지금이 어떤 때인지 주율천도 잘 알고 있었다. 곁에 나뒹굴던 의자를 창문 아래에 놓고 올라간 뒤, 두 팔로 창틀을 힘껏 짚어 단숨에 몸을 들어 올린 주율천이 한 번에 창턱을 넘어서고 가볍게 밖으로 뛰어내렸다.원래 몸을 쓰는 데 능한 편이라 이 정도는 그에게 아무렇지도 않았다.그런데도 이상했다. 시간이 흘러도 폭탄은 터지지 않았다.주율천의 발이 막 지면을 밟은 바로 그 순간, 창고의 철문이 바깥에서 활짝 열렸다.문을 연 쪽이 주율천이 아니라는 건 단번에 알 수 있었다.사람들이 안으로 들이닥치더니, 선두에 선 이가 곧장 온채아를 부축해 일으켜 세우고 밖으로 내달렸다. 온채아는 이미 짙은 연기에 정신이 아득해진 상태였지만, 바깥의 찬 공기가 폐 속으로 밀려 들어오는 순간 비로소 숨이 트였다. 휘청거리며 간신히 자리에 서자 단단한 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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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화

“대표님.”성이는 성유준이 온채아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뻔히 알면서도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M국 프로젝트는 해외 사업 전반이 걸린 일입니다. 이쪽 일정까지 전부...”성일은 굳이 말릴 생각이 없었다. 성일은 항공편을 빠르게 훑어본 뒤 바로 보고했다.“대표님, 가장 빠른 항공편은 내일 낮에 출발합니다.”“그럼 전용기 승인 신청해.”“알겠습니다.”성일은 곧장 전화를 걸어 전용기의 허가와 항로를 신청했다.성일은 잘 알고 있었다. 온채아 쪽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성유준은 다른 일들을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을 사람이라는 걸.예전에 단 한 번, 온채아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그때의 성유준은 온채아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그때 만약 성유준이 반격하지 않았다면 소원희에게 완전히 짓눌려 두 사람 모두 제대로 살지 못했을 것이다.지금은 다르다.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언제나 온채아가 제일 먼저였다....검은색 마이바흐가 병원을 향해 거침없이 내달렸다.온채아가 겨우 의식을 되찾았을 때 본인이 주율천의 품에 안겨 있다는 걸 느꼈다.막 눈을 뜨자, 주율천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서둘러 물었다.“채아야, 괜찮아? 어디 아픈 데는 없어? 곧 병원 도착하니까 조금만 참아.”“괜찮아요.”짙은 연기를 들이마신 탓에 목이 아직 아프고 숨도 가빴지만, 온채아는 쉰 목소리로 또렷하게 말했다.“경원 아파트로 돌아가고 싶어요.”말하고 나니 옷 너머로 전해지는 주율천의 체온이 문득 불편하게 느껴졌다. 온채아는 무심결에 옆좌석을 짚고 몸을 떼어내려 했다.주율천과 이렇게 가까이 붙어 있는 게 싫었다.주율천은 그 작은 움직임을 알아차리고 가슴 답답했지만, 지금 온채아를 붙잡아 봤자 온채아가 더 밀어낼 거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주율천은 온채아를 놓아주면서 부드럽게 말했다.“먼저 병원부터 가자. 손목이랑 발목도 다쳤고, 다른 데도 이상 없는지 검사해야지.”그렇게 말하는 사이, 차는 이미 병원 응급실 앞에 멈춰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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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화

주율천은 온채아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하지만 정작 온채아 마음속에는 아무 물결도 일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누구에게나 부드럽고 온순한 성격처럼 보이지만, 사실 온채아는 한번 내린 결정을 번복하지 않는 편이다. 지난 3년 동안 주율천은 단 한 번도 온채아의 아픔을 진심으로 헤아려 준 적이 없었다.그러니 이제 와서 이런 마음, 더는 필요 없었다.병원을 나설 때가 되자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지고 있었다.기사가 차를 몰고 올 동안, 주율천은 입고 있던 코트를 벗어 온채아의 어깨 위에 걸쳐 주었다.“경원 아파트까지 데려다줄게.”이 병원은 시내와 떨어진, 아주 외진 곳에 있었다.이런 시간에는 택시를 부르기도 쉽지 않았다.밤새 끌려다니며 체력이 완전히 소진된 온채아는, 더 이상 버티고 싶지 않았다.“그럼 부탁할게요. 고마워요.”온채아 말투에 스며 있는 차가운 거리감을 느끼자, 주율천의 가슴은 죄책감으로 더 묵직해졌다.“우리는 부부야. 이런 건 원래 내가 해야 하는 일이지.”그러나 예전의 주율천은 한 번도 그 책임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심서정을 위해서라면, 몇 번이고 온채아를 혼자 두고 뒤돌아보지도 않고 떠났다. 그 장면들이 떠오를수록, 주율천의 가슴은 숨도 쉬기 힘들 만큼 꽉 조여 왔다.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됐는지, 무슨 말로 설명을 시작해야 할지조차 막막했다.‘내가 다른 사람을 너라고 믿어 버렸기 때문에, 그래서 너한테 그렇게 잔인하게 굴었던 거야.’이런 변명은, 온채아는커녕, 주율천 스스로 들어도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차에 오른 뒤, 온채아는 여전히 경계심을 풀지 못했다. 하지만 경원 아파트까지는 거리가 꽤 있었고, 이미 저녁 내내 버텨 온 탓에 신경이 풀리자마자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창가에 머리를 기댄 채 앉아 있던 온채아는 결국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주율천은 온채아가 잠에 든 것을 바로 눈치챘다.오른손은 여전히 문 옆 손잡이를 꼭 붙들고 있었고, 몸은 가능한 한 차 문 쪽으로 붙여 두었다. 마치 주율천과의 보이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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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온채아가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온채아는 잔뜩 긴장한 채 눈썹을 세게 찌푸리고 있었다. 손가락은 차 문 손잡이를 꽉 움켜쥐고 있었고 부드러운 흑발에 살짝 가려진 입술 사이로 낮고 알아듣기 힘든 신음이 흘러나왔다.주율천은 그녀가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안정감을 주고 싶은 주율천은 손을 뻗어 온채아를 품에 안으려고 했다. 하지만 손끝이 막 어깨에 닿는 순간, 온채아는 전기라도 튄 듯 몸을 홱 떨며 뒤로 움찔했고, 동시에 눈을 번쩍 뜨며 소리쳤다.“오빠.”입에서 튀어나온 것은, 전혀 의식하지 못한 호칭이었다.오빠.꿈속에서 온채아는 성유준이 그 낡은 공장 안으로 뛰어 들어와 자신을 구해 내는 것을 보고 있었다.그러다 폭탄이 터졌다.온채아의 가슴이 거칠게 오르내렸다. 흐릿한 시선으로 차 안을 둘러보다가, 그제야 자신이 아직 차 안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그리고 차는 이미 멈춰 서 있었다.경원 아파트 앞이 아니었다.온채아의 목소리를 들은 뒤, 주율천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이름도 성유준이었다. 그 사실이 주율천을 더 초라하게 만들었다.주율천은 조심스럽게 온채아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 부드럽게 물었다.“악몽 꿨어?”“네...”온채아는 눈가를 비비며 창밖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곧 표정이 굳었다. 이곳은 경원 아파트가 아니라 청연원 입구였다.온채아는 즉시 주율천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경원에 데려다준다고 하지 않았어요?”“채아야.”주율천은 숨을 고르며 낮게 타이르듯 말했다.“여기가 너희 집이잖아. 응?”오늘 같은 일은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더는 온채아가 자신의 시야 밖에서 위험을 겪도록 둘 수 없었다.어떻게 겨우 다시 잡은 사람인데. 다시는 이런 위험 속에 둘 수 없었다. “여긴 이미 제 집이 아니에요.”온채아는 한마디로 잘라 버리고, 문을 열고 내리려 했다.심서정 모자를 이 집에 들이는 순간부터, 이 공간은 온채아와 아무 상관 없는 장소가 되었다.오직 마음 놓고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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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화

한참이나 지나서야, 온채아의 머릿속 어딘가에서 오래 덮여 있던 기억의 파편이 조금씩 떠올랐다.아마도 아파트 단지 정문 앞이었을 것이다.그날은 아버지가 임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날이었다. 온채아는 너무 기쁜 나머지 아버지 손을 잡아끌며 솜사탕을 사달라고 졸라 댔다.아버지가 돈을 치렀고 가게 주인이 하얀 설탕을 막 막대에 감아올리던 찰나였다. 그때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그 순간 온채아와 아버지는 솜사탕 따위는 전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동시에 소리 난 쪽을 향해 뛰어갔다.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그 이후로, 온채아는 다시는 아버지가 사 주는 솜사탕을 맛보지 못했다.어머니 쪽도 마찬가지였다.둘 다, 그다음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다.그 시점을 기점으로, 온채아의 삶은 완전히 뒤집혔다.주율천은 온채아의 눈가가 서서히 붉어지는 것을 묵묵히 지켜보다가, 슬며시 손을 뻗어 온채아의 손등 위에 포개 놓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물었다.“기억났지?”“그러니까...”온채아는 문득 부모님이 더 그리워졌다. 시큰거리는 눈가를 꾹 누르며 삼키며 숨을 들이켠 온채아가 억지로 입꼬리를 올린 채 물었다.“지금 나한테 말하려는 게, 당신이 그때 그 남자애였다는 거예요?”만약 정말 그렇다면, 이건 너무 웃기는 이야기였다.운명은 참으로 잔인할 만큼 사람을 갖고 논다.자신이 목숨 걸고 구해낸 그 사람이, 자신이 꿈꾸던 결혼을 산산조각 낸 장본인이었다.그 사람은 몇 번이고 온채아를 벼랑 끝으로 밀어버렸다.주율천은 온채아의 말투에서 조롱의 어조를 또렷이 들었다. 수만 마리 개미가 심장을 조금씩 갉아 먹는 듯한 감각을 견디며, 겨우 입을 떼었다.“맞아. 구아야... 난 정말 오랫동안 널 찾아왔어.”주율천의 눈동자는 물기에 젖어 반들거렸다.주율천이 그토록 애타게 찾던 사람은, 내내 바로 곁에 있었다.어린 시절의 구아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하며 보냈던 시간과, 지난 3년간의 결혼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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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화

온채아의 손을 잡은 주율천의 손이 눈에 띄지 않을 만큼 가늘게 떨렸다.주율천은 세상에서 가장 어이없는 농담을 들은 사람처럼 억지웃음을 올렸다.“네가 아직 화난 거 알아. 당장 날 용서해 줄 거라는 기대도 안 해. 그렇지만 이런 말은, 괜한 투정으로도 하지 마.”주율천은 지금에도, 예전에도, 온채아와 이혼할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적이 없었다.그런데 이혼 확인서라니.주율천은 인내심을 갖고 천천히 온채아를 설득하고 싶었다.주율천은 여전히 온채아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온채아의 얼굴에 비친 진중한 표정을 보는 순간, 가슴 밑바닥에서 피어오르던 불안이 끝도 없이 번져 갔다.온채아는 주율천의 반응에 서두르지 않고, 그의 손가락이 떨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척하며 손을 빼냈다. 그리고 담담하게 말했다.“어머님께 확인해 보세요. 직접 처리하셨어요. 당신의 이혼 확인서도 아직 어머니 손에 있을 거고요.”“말도 안 돼.”주율천은 반사적으로 부정하고 벌떡 일어섰다. 큰 키에 긴 다리가 만들어내는 그림자가 온채아 앞에 드리워지자, 압박감이 훅 밀려왔다.하지만 온채아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말했잖아요. 어머니께 여쭤보세요.”온채아는 침착했다.언제나 그랬던 것처럼.주율천은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신경을 억지로 틀어쥐고, 한동안 말없이 온채아를 바라보았다.생각해 보면 주율천은 온채아가 무너지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온채아가 우는 모습도 본 적이 없었다.예전의 주율천은 순하고 말을 잘 듣고 울지도 않는 온채아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온채아는 항상 체면을 지키는 이성적인 사람이었으니까 말이다.하지만 지금 주율천은 그게 잘못됐다고 생각했다.병원 앞에서 주율천의 손을 꼭 붙잡고, 떨어지기 싫다며 숨이 넘어가도록 울던 그 꼬마는 대체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걸까.주율천은 주먹을 꽉 쥐었다. 온채아의 얼굴에서 표정의 변화를 발견하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실패했다.잠시 후, 주율천은 깊게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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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이건 경고였다.민은하가 말하지 않아도 주율천이 조사한다면 바로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민은하는 주율천의 친모로서 주율천의 성격을 알기에 솔직하게 얘기했다.“설을 쇠기 전에 했어.”“네?”주율천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묻고 이를 꽉 깨물었다.“할머님의 생신 연회에서 얘기 드렸죠. 저와 온채아의 일에 끼어들지 말라고 말이에요.”“난...”민은하는 숨을 헉 들이켰다.“그때는 이미 이혼 절차가 끝난 뒤였어.”그 말에 주율천은 그제야 민은하가 얼마나 주율천의 삶에 깊이 개입한 것인지 깨달았다.주율천은 자조적인 웃음을 터뜨렸다.“인맥이 참 넓으신 모양이네요.”“뭘 하려는 거야.”민은하는 주율천의 말에 위기감을 느끼고 얼른 말했다.“율천아, 난 네 엄마야! 설마 여자 하나를 위해 나랑 척을 지겠다는 거야?”주율천이 은성 그룹을 이어받은 뒤 소원희가 주씨 가문의 인맥을 관리하고 있었다.민은하에게는 이 정도의 권력뿐이다. 만약 주율천이 그것마저 끊어버린다면, 민은하에게는 사모님이라는 타이틀밖에 남지 않는다.주율천은 고개를 돌려 통유리를 통해 거실 쪽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엄마가 먼저 제 사생활에 끼어든 겁니다.”“그게 내 탓이니?”민은하도 화가 났다.민은하는 자기 아들이 한편으로 심서정과 붙어먹으면서 온채아와 이혼하기 싫어할 줄은 몰랐다.게다가 온채아가 그들 모자의 생명의 은인이라는 것도 말이다.“네가 심서정과 그러지만 않았어도 괜찮았을 거야. 난 네가 나 몰래 온채아와 이혼하고 심서정과 결혼할까 봐 걱정했어. 정말 그런 짓을 하려던 건 아니지?”민은하의 질문에 주율천은 몸이 굳어버렸다.“게다가 내가 온채아한테 이혼을 강요한 게 아니야. 온채아가 먼저 요구한 거라고! 너 때문에 온채아가 이혼을 원한 거라고!”봄의 햇살은 유난히 눈부셨다.온채아는 한참 기다렸지만 주율천이 오지 않은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뒷마당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주율천은 여전히 전화 중이었다. 상대가 무슨 말을 한 것인지는 몰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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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화

주율천의 표정은 전화를 받을 때처럼 굳어있지 않았다. 오히려 평소와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하지만 여전히 온채아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고 있었다.온채아가 미간을 약간 찌푸리고 말했다.“우린 이미 이혼했잖아요.”주율천은 이제 온채아를 마음대로 대할 자격이 없었다.그리고 같이 한 집에서 살 이유도 없다.주율천은 그런 온채아의 말이 귀에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말했다.“이건 내가 몰랐던 일이야. 당사자 없이도 이혼이 가능한 줄은 몰랐네.”주율천이 담담하게 얘기했다.“어쨌든 이혼은 인정할 수 없어.”온채아는 전에도 주율천의 반응을 상상해 봤었지만, 이런 결과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온채아의 눈동자가 약간 탁해졌다. 온채아가 놀란 눈을 감추지 않고 얘기했다.“하지만 이혼합의서의 사인은 당신이 직접 한 거예요. 그건 확실해요.”그 말을 들은 주율천의 표정이 약간 굳어버렸다.아까 민은하도 그 얘기를 했다.주율천의 사인이 있는 이혼합의서 덕분에 민은하는 순조롭게 이혼 절차를 밟을 수 있었던 것이다.주율천은 대체 언제 거기에 사인을 한 것인지 생각도 나지 않았다.한참 지나서야 주율천은 갑자기 생각이 났다.큰형의 장례식이 끝나던 날, 온채아가 계약서 같은 것을 두 개 건네줬었다. 그때의 주율천은 온채아를 달래기 위해서, 혹은 주율천을 기다리는 심서정 때문에, 내용도 확인하지 않고 사인을 했다.온채아는 그때부터 주율천을 떠나려 한 것이다.예전의 주율천은 그것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온채아에게 관심이 없었다. 온채아가 본인에게 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사인할 정도니까 말이다.주율천은 본인이 온채아에게 얼마나 많은 잘못을 한 건지 잘 알았다.그래서 이렇게 떠날 수가 없었다.온채아가 구아라는 것을 알았을 때, 주율천은 죄책감과 후회를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온채아는 구아이자 주율천의 아내다. 그렇기에 주율천이 끝까지 지켜주고 싶은 사람인 것이다.그래서 앞으로 다른 것에 흔들리지 않고 온채아만 지켜주면 된다고 생각했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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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다면 거짓말이다.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온채아는 너무 어렸다. 다섯 살인 온채아는 그저 주변 사람들의 말만 믿었다.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 문제에 대해 저도 모르게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마약 수사대 형사가 임무를 끝낸 뒤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사고사로 사망이라니.아무리 봐도 수상했다.하지만 부모님의 사망 사건을 조사했던 사람들은 다 부모님과 사이가 좋은 형사들이었다.부모님의 장례식에서도 진실의 눈물을 흘리곤 했다.그래서 온채아는 그들이 열심히 조사한 결과라고 생각했다.이 사건이 진짜 사고사거나, 혹은 상대가 너무 강해서 증거를 남기지 않아 조사가 불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했다.온채아는 코를 훌쩍이고 고개를 들어 주율천을 쳐다보았다.“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나는 최근에 너를 찾으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했어.”주율천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러다가 그해의 일에 관한 단서를 조금 알아냈지. 난 확신할 수 있어. 두 분의 죽음은 절대 사고사가 아니야.”주율천이 담담하게 얘기했다.온채아가 혼자서 의심을 품는 것과, 주율천이 갑자기 얘기해주는 건 확실히 달랐다.온채아는 휘청거리면서도 두 눈으로 주율천을 똑바로 바라보았다.“무슨 단서요?”말을 마친 온채아는 주율천의 입술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마치 한 글자도 놓치지 않겠다는 것처럼 말이다.상대가 어떤 사람이든, 온채아는 목숨 걸고 부모님의 복수를 할 각오가 되어있었다.부모님은 평생을 그 직업에 헌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그 죽음의 이유가, 사인이 정확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부모님이 저승에서 편히 눈을 감을 수 있게 말이다.주율천은 온채아가 흔들리는 것을 보고 온채아가 이 사건을 아주 신경 쓴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나도 지금 있는 단서를 토대로 더 조사하고 있어. 확실한 것을 알아내려면 아직 시간이 좀 걸려.”온채아의 눈에 실망이 어렸다. 하지만 급해할수록 되는 것이 없다.온채아는 입술을 꽉 씹었다.“이 일은 나한테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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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화

한빛 그룹은 M국의 프로젝트가 있다는 건 거의 모든 사람이 다 아는 일이었다.그러니 성유준이 M국으로 출장을 다녀와야 하는 건 당연했다.한빛 그룹과 은성 그룹은 파트너이자 경쟁자다.상대의 동향을 살피는 건 아주 기본적인 일이다.생각을 들킨 온채아는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승인했다.“맞아요.”성유준이 도와줄 수 있다면 굳이 주율천의 손을 빌릴 이유가 없었다.주율천은 솔직한 온채아를 보면서 약간 놀란 눈빛을 보냈지만 화를 내지 않았다.“아마 이쪽을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거야.”M국의 프로젝트는 한빛 그룹이 칩 업계에서의 발전과 연관되어 있기에 아주 중요했다.성공하기만 하면 한빛 그룹의 시가 총액은 두 배가 될 것이다.국내에서는 이미 한빛 그룹을 따라잡을 수 있는 회사가 없으니까 말이다.성유준은 20년 전의 일을 조사할 만큼 한가한 사람이 아니었다.온채아가 시선을 내리고 물었다.“어차피 3일의 시간을 준다는 거죠?”온채아는 성유준이 도와줄 것이라고 믿었다.주율천은 그런 온채아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온채아와 성유준이 화해했다는 걸 알기에 쉽사리 허락할 수 없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그래. 하지만 어젯밤 한숨도 못 잔 데다 부상까지 입었으니 지금 보내는 건 마음이 놓이지 않아. 샤워하고 여기서 자고 가.”주율천은 온채아가 미간을 찌푸리는 것을 보고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기력을 보충하고 나면 가도 돼. 위층의 방은 아무도 쓴 적이 없어. 편하게 쉬어도 돼.”주율천마저도 온채아가 보고 싶을 때 그 방에 잠시 들어갔다가 나오는 정도였다.온밤 신경이 곤두서 있었고, 또 손목과 발목의 상처 때문에, 온채아는 체력적으로 한계였다. 그리고 주율천이 이렇게 말한 이상 온채아를 보내주지 않을 거라는 것도 잘 알았다.결국 온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온채아가 가져가지 않은 곳들은 치우지 않은 채, 옷장에 걸려 있었다.방은 먼지 한 톨 없었다.병원에서 24시간 동안 물에 닿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온채아는 샤워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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