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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381 - チャプター 390

504 チャプター

제381화

이미숙은 성유준을 흘겨보았다. “넌 이미 여자 친구가 있는데 뭘 신경 쓰니.”어떤 유혹을 해도 이미숙은 이 사실을 말해줄 생각이 없었다.처음 석 달은 임신 중 가장 불안정한 시기이다. 만에 하나라도 문제가 생겨 아이를 낳지 못하더라도 임신했던 사실은 모두가 알게 될 것이다.이미숙은 개방적이긴 하지만 이 점에 있어서는 보수적이었다. 아무래도 여자의 명예가 걸린 문제라고 생각했다.성유준은 이미숙의 진지한 모습을 보고 웃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큰 일이라도 돼요? 그렇게까지 숨기시게요?”“아주 큰 일은 아니지만 너는 이제 다시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구나.”이미숙은 하품을 했다. “됐어. 난 졸리니 앉아 있을 거면 앉아 있고 아니면 어서 가 보렴.”할머니와 손주 사이의 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이미숙은 성유준과 온채아가 정말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재혼에 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았지만 온채아는 이제 다른 사람을 만났고 임신까지 했다.더 이상 이 일을 언급할 필요가 없었다.이미숙은 성유준이 지금의 여자 친구와 잘 지내서 순조롭게 결혼하고 하루빨리 증손주를 안아보기를 바랄 뿐이었다.“채아야, 어르신께서 침 맞으러 오셨어.”온채아가 오전 진료를 막 마쳤을 때 강태무가 때맞춰 서강진을 이끌고 들어왔다.온채아는 고개를 들어 그들을 바라보고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님, 누우세요.”그녀의 진료실에는 침술용 침대 하나가 있었는데 평소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대부분의 경우 환자들을 치료실로 보냈다.서강진은 강태무의 도움으로 지팡이를 내려놓고 침대에 무사히 누웠다. “온 선생님, 고생이 많습니다.”온채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별다른 말 없이 은침 한 세트를 꺼냈다.능숙하게 소독을 하고 침을 놓았다.강태무는 옆에 서서 그녀가 망설임 없이 혈자리에 침을 놓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어머니께서 어제 하신 말씀이 일리가 있어. 의학 공부도 재능을 봐야 하는 것 같아.”강태무도 침을 놓는 방법을 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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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여승운이 온채아에게 강태무를 처음 소개해 줄 때 한 첫마디는 이것이었다. “채아야, 내가 말했던 태무야. 앞으로 네가 태무를 좀 많이 이끌어주렴. 재능은 보통이지만 마음 씀씀이가 착한 게 장점이야.”후배에게 이끌리다니, 강태무는 당시 멍해졌지만 온채아가 그에게 침을 한 방 놓자 그는 바로 받아들였다.침을 놓는 방법은 겉보기엔 간단하지만 전문가들은 침 한 방만으로도 실력을 가늠할 수 있다.온채아는 예측 불가한 사람이다.그런 방법은 강태무도 오직 여승운에게서만 본 적이 있었다.“그렇군요.”서강진은 웃으며 다시 말했다. “네 부모님께 들으니 네가 온 선생과 함께 암 치료제 연구를 한다던데 진행 상황이 어떠냐?”“진행 상황이 아주...”서강진은 강태무의 부모님과 오랜 세월 교류해 온 친구였기에 강태무는 무의식적으로 진실을 말하려 했다. 온채아가 때맞춰 말을 가로챘다. “아주 평범합니다. 저희도 지금 좀 혼란스러운 상태예요.”강태무도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저희도 어떻게 한빛 그룹에 해명해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정말?”서강진은 기침을 하며 쇠약한 모습을 보였다.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했다. “벌써 발표회를 준비 중이라고 들었는데? 만약 정말 혼란스러운 상태라면 한빛 그룹이 자네들을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 같군.”그들을 걱정하는 듯한 모습이었다.온채아는 사람을 쉽게 믿지 않았기에 쉽게 경계를 풀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연구 프로젝트의 성과가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아주 정상적인 일입니다. 성 대표님은 그렇게까지 승부욕이 강하진 않을 겁니다.”“그렇군요.”서강진은 무언가 떠올랐다는지 말했다. “제가 깜빡할 뻔했네요. 온 선생님은 성 대표님과 오누이 같은 사이이니 정을 생각해서라도 너무 모질게는 하지 않겠지요.”온채아는 즉시 고개를 돌려 강태무를 바라보았다. 강태무는 미간을 찌푸렸다. “누가 채아와 성 대표님이 오누이 사이라고 말씀하셨어요?”이 일은 강태무가 부모님께 말씀드린 적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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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이미숙은 마음속의 의문을 접어두고 곧장 위층으로 올라가 온채아의 사무실을 찾았다. 반쯤 열린 문을 두드리고 상냥하게 입을 열었다. “채아야, 이제 퇴근할 시간이지?”온채아는 가운을 벗고 퇴근 준비를 하던 참이었다. 그녀는 웃으며 대답했다. “네. 이제 막 퇴근하려고요. 어쩐 일이세요? 며칠 전에 약 타러 오시지 않았어요?”두 첩의 약을 먹고 이미숙의 몸은 이미 호전되었다.며칠 전 처방한 약을 다 먹으면 온채아는 더 이상 약을 처방해 줄 생각이 없었다.약을 너무 많이 먹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밥 좀 가져다주려고 왔지.”이미숙은 문을 닫고 책상 앞으로 걸어와 보온 도시락통을 열었다. “너 진료 보고 나면 점심을 늘 대충 때우는 것 같아서 특별히 국물을 좀 끓이고 네가 좋아하는 반찬 두 가지를 만들었어.”“너 지금 아기를 가졌으니 예전처럼 대충 때우면 안 돼.”이미숙은 더 이상 온채아와 성유준을 엮어주려는 생각은 없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그녀를 좋아했다.오늘 별일이 없자 온채아가 혹시라도 몸을 잘 챙기지 못할까 봐 걱정되었다.온채아는 마침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던 참이라 감격하며 다시 의자에 앉았다. “제가 탕수육 먹고 싶어 하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기름기 하나 없는 오골계탕, 탕수육, 생선구이, 상추.딱 그녀의 입맛에 맞는 음식들이었다.이미숙은 웃음을 터뜨렸다. “임신하면 아무래도 새콤달콤하게 입맛을 돋우는 음식이 당기기 마련이지. 나는 이미 먹었으니 너 어서 먹어.”“네.”온채아는 젓가락을 들고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이미숙은 그녀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자 눈빛이 더욱 인자해졌다. 손을 뻗어 흘러내린 잔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며 마치 자기 자식 보듯 말했다. “천천히 먹어. 꼭꼭 씹어 먹어야 소화도 잘 돼.”“네.”온채아는 평소 환자에게 주의를 줄 때의 침착함과는 달리 고개를 끄덕이며 아주 순종적인 모습을 보였다.이 식사는 그녀가 요즘 들어 가장 편안하게 먹은 식사였다.입덧 증상도 전혀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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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어쨌든 친어머니였기에 주율천은 점심시간에 짬을 내어 찾아왔다.지금은 주씨 가문의 점심 식사 시간이었다.최해경이 중앙에 앉아 있었고 민은하와 심서정이 좌우에 앉아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꽤 화목해 보였다.하지만 주율천이 등장하자마자 분위기가 깨졌다.민은하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나와 인연을 끊는다고 하지 않았니? 왜 또 온 거야??”“함부로 말하지 마라.”평소 화를 잘 내지 않던 최해경이 갑자기 젓가락을 식탁에 내리쳤다. “정말 인연을 끊는다 해도 여기는 율천이의 집이야. 율천이야말로 진짜 주씨 가문의 사람이야.”민은하와 심서정 모두 깜짝 놀랐다.민은하는 사실 자신이 낳은 아들이 계속해서 남을 감싸고 도는 것이 화가 났을 뿐이었다.하지만 최해경은 민은하에게 일말의 체면도 주지 않았다.주율천이 정말 민은하와 인연을 끊으면 쫓겨나야 할 사람은 바로 그녀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았을 뿐이었다.“할머니, 화내지 마세요. 혈압 또 오르세요.”주율천은 상냥하게 말하며 빈자리에 앉았다. 집사가 접시를 놓는 것을 기다리는 동안 나지막이 말했다. “제가 철이 없어서 어머니를 화나게 해 드렸어요. 어머니가 화를 좀 푸시면 괜찮아지실 거예요.”이 말을 듣자 민은하의 얼굴색이 조금 나아졌다. “네가 철이 없다는 걸 알긴 하니? 고작 여자 하나 때문에...”“됐어!”최해경이 참지 못하고 말을 끊었다. “기회를 줄 때 알아서 받아들여라. 율천이가 어렵게 집에 와서 밥을 먹는데 또 집안을 뒤집어 놓으려고 해?”“율천이와 채아가 이혼한 일은 네가 끼어들 일이 아니야. 이제는 더 이상 간섭하지 마라.”“어머님.”민은하는 더 이상 참지 못했다. “어머님은 모르세요. 율천이가 우리 주씨 가문 전체를 걸고 망할 계집애를 위해...”주율천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가 화를 내기도 전에 최해경이 먼저 말을 잘랐다. “주씨 가문은 이미 율천이의 손에 넘어갔으니 너나 나나 이래라저래라 할 자격이 없어. 나는 율천이가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라고 믿어.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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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주율천은 어떻게 본가에서 나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그는 심서정 뱃속의 아이에 대해서는 신경 쓸 겨를도 없었고 머릿속은 온통 온채아 생각뿐이었다.그날 오경애가 만든 돼지갈비찜을 먹었을 때 온채아의 반응이 오늘 심서정의 반응과 너무 흡사했다.그리고 정다슬이 그녀를 위해 둘러댔던 이유도 심서정이 말한 이유와 완전히 똑같았다.장이 불편하다는 것.정말 서툴렀다.주율천은 본능적으로 명안 한의원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온채아는 찾지 못하고 강태무를 만났다.강태무는 미간을 찌푸렸다. “채아 찾으러 왔어요?”주율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채아 어디 있는지 아세요?”“이미 퇴근했어요.”강태무는 주율천에게 별 감정이 없었기에 말투도 덤덤했다. “채아가 저한테 행방을 보고할 의무도 없는데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감사합니다.”주율천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황급히 몸을 돌려 떠났다.강태무는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그는 불안한 마음에 온채아에게 카톡을 보냈다.[주율천이 한의원에 너 찾으러 왔었어. 엄청 급해 보이던데. 조심해.]메시지를 받았을 때 온채아는 마침 강미진의 침 치료를 마무리짓던 중이었다.그녀는 이틀에 한 번씩 그린 빌라에 와서 강미진에게 침을 놓았다. 식이 요법이 이미 효과를 보았고 비위 조절이 잘 되었기에 온채아는 한약을 병행한 치료를 시작했다.그녀는 답장을 보낸 후에도 여전히 뭔가 미심쩍었다.강미진은 그녀가 미간을 찌푸리는 것을 보고 웃으며 입을 열었다. “왜 그래요?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어요?”“아니에요.”온채아는 입술을 깨물고 미소 지었다. “이틀 동안 어떠셨어요? 두 다리에 뭔가 다른 느낌은 없으셨어요?”“있죠.”이 말을 꺼내자 강미진의 눈가가 활짝 펴졌다. “어젯밤에 잠에서 깼는데 두 다리가 뜨뜻하더라고요. 온 선생님이 말 안 했으면 내가 깜빡할 뻔했네요. 정상인가요?”“아주 정상이에요.”온채아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설명했다. “그동안 치료한 것이 본격적으로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는 뜻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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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강미진은 어처구니없다는 얼굴이었다.“얘는 참, 손님이 널 배웅해 주는 법이 어디 있어?”“괜찮아요. 사모님, 그냥 누운 대로 움직이지 마세요.”온채아는 전혀 개의치 않으며 환하게 웃었다.“잠시 후에 올라와서 침 빼 드릴게요.”검은색 승용차가 마당에서 수시로 출발하려고 준비 중이었다. 고용인이 이미 짐도 차에 실어놓은 상태였다.온채아는 하도연을 문 앞까지 배웅하며 왠지 모르게 가족이 먼 길 떠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럼․․․ 다음에는 언제 오시겠어요?”“다음에요?”하도연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올해는 아마 거의 안 될 것 같아요. 하지만, 채아씨가 해성에 놀러 오는 건 언제든지 환영합니다.”신분이 특수해서 그녀의 일정은 매번 상부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이번에 이렇게 길게 휴가를 낼 수 있었던 것도 그녀가 온갖 방법을 써서 어렵사리 조율한 결과였다.온채아의 눈가에 실망이 스쳤지만, 그녀의 뒷말을 듣고는 다시 입꼬리가 올라갔다.“좋아요. 그럼, 제가 이번 일 마무리 짓고 기회 되면 해성에 찾아갈게요.”하도연은 차에 앉아 백미러로 마당에 서 있는 소녀의 모습이 차가 속력을 내면서 점점 멀어지는 것을 보며 오랜 세월 속에 희미해졌던 그 기억이 문득 밀려왔다.그때 그녀는 겨울방학을 맞아 연성에 놀러 갔다. 두 살이었던 막둥이는 그녀의 손을 잡고 마당 가득 뛰어다녔다.나중에 그녀가 개학이 되어 해성으로 돌아가던 날, 막둥이가 얼마나 서럽게 우는지, 아직 말도 제대로 못 하면서 ‘언니, 언니!’를 외치며 차를 뒤쫓아 달려왔다.부모님이 어쩔 수 없이 막둥이를 안았더니 막둥이는 가슴이 찢어질 듯 울었다. 그녀는 그 울음소리가 차가 아주 멀리까지 간 다음에도 귓가에 쟁쟁하게 들려왔다.온채아는 차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진 후에야 돌아서서 올라갔다. 마음이 왠지 모르게 텅 빈 것 같이 이상한 느낌이었다.다른 환자 가족들을 아무리 여러 번 만나도 그녀는 이런 느낌이 없었는데 아마도 하도연이 사람 됨됨이가 너무 좋아서 그런가 보다.온채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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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이런 이야기를 그녀와 주율천이 주고 받기엔 너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그녀는 살짝 반걸음 뒤로 물러서며 본능적으로 거리를 두려 했다.그다음 그녀는 모든 감정을 가다듬고 가능한 한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아니에요․․․”“채아야.”그래도 허점을 간파한 주율천은 두 눈으로 여전히 평평한 그녀의 배를 스캔하더니, 손가락이 오그라들며 목구멍이 갑갑해 났다.“무서워하지 마. 내가, 내가 병원에 같이 갈게.”“병원에 왜 가요?”온채아는 아예 부인하지도 않고 태도가 매우 평온했다.“나 자신이 의사니까 당분간 병원에 갈 필요 없어요.”그녀는 보건소에 가서 임신 등록할 때 병원에 갈 생각이었다.주율천은 순간 동공이 움츠러들며 믿기지 않는 듯 입을 열었다.“이 아이를 낳으려고?”그가 예상했던 시나리오는 가장 최악인 경우 그녀와 같이 병원에 가서 낙태하는 것이었다. 주율천은 그녀가 성유준의 아이를 낳을 생각을 하리라고는 완전히 상상 밖이었다.그럼, 그녀와 성유준은․․․온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 보았다.“네. 하지만 당신이 성유준한테 가서 말하지는 않겠죠?”주율천은 그 말에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당연히 안 하지.”즉, 그녀는 이 아이 때문에 성유준과 이루어지는 일은 없을 거란 뜻이었다.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부드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이 아이를 가지는 걸 나는 권하지는 않지만, 네가 아이를 낳기로 했다면 모든 결정을 존중할게. 채아야, 나도 아버지 역할 감당할 수 있어, 너희 모자를 잘 돌볼 수 있다고․․․”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온채아는 얼른 입을 열었다.“괜찮아요. 아버지 역할은 이미 예약된 사람이 있어요.”그녀와 주율천은 더 이상 어떤 관계로든 얽히기에 적합하지 않았다.하물며 이렇게 큰 일은 더욱 그랬다.주율천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누구?”“정다슬.”온채아는 살짝 웃으며 핵심을 피해 말했다.“게다가 나는 혼자 사는 것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해요. 아이도 잘 돌볼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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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온채아가 무의식적으로 주율천을 바라보았더니 예상과는 달리 주율천 쪽에서 먼저 거절하고 있었다.“괜찮아요. 먼저 내려갈게요.”“네.”온채아가 고개를 끄덕인 후 막 집 안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주율천은 또 참지 못하고 주의를 줬다.“아이를 가졌으면 너무 무리하지 마. 하루 세 끼는 앞으로 내가 오경애 아주머니가 책임지고 만들어 보내게 할게.”그녀를 돌볼 수 있으면서도 또 지나치게 방해가 되지 않게 배려하는 마음이 보였다.사실 주율천이 원하기만 하면, 그는 항상 세심한 사람이었다.다만 그녀가 지금은 그의 세심함을 마음 편하게 받아들일 수 없을 뿐이었다.온채아가 아직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방법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데 주율천이 그녀가 거절하려는 것을 알아채고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너도 예전에 '오빠'라고 부른 적 많잖아. 지금 네가 돌봐줄 사람이 필요할 때, 내가 그저 작은 도움을 주는 것뿐이야.”온채아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그럼․․․ 고마워요.”“뭐가 고마운데, 그냥 내가 빚 갚는 거라고 생각해. 얼른 들어가, 너무 오래 서 있지 말고.”말을 마친 그는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며 얼굴에서 미소가 순간 사라지고 남은 건 허전함뿐이었다.그녀 앞에서 실수할까 봐 무척 걱정했는데 정작 눈가에는 오히려 말라붙은 것 같은 건조함만 남았다. 하도 건조해 죽고 싶을 만큼 견딜 수가 없었다.한빛 그룹의 신약 출시 기자회견 준비가 한창이었다.심서정은 온채아가 특이함이라곤 전혀 없이 그냥 평범한 약효에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심지어 부작용이 전혀 없는 특효약이라고 주장할 정도로 대담할 줄은 완전히 예상하지 못했다.혹시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한빛 그룹 전체가 아수라장이 될 수도 있었다.이런 생각을 하며 심서정이 나름 기분 좋게 회사에 도착해 사무실 문을 여는 순간, 태블릿 하나가 그녀를 향해 날아왔다.피할 시간도 없이 가슴에 정통으로 맞은 심서정이 이를 악물고 막 입을 열려고 고개를 드는 순간, 사무실 책상 뒤에 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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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소원희는 눈을 가늘게 뜨며 눈가 주름마저도 계산적인 각도로 휘어졌다.“실수 하나 없이 완벽하다는 게 확실해?”“어르신께서는 저를 너무 못 믿으시네요.”심서정은 자신만만했다.약물의 치료 효과에 대해 거짓 홍보하는 것은 그 어떤 연구원이나 그룹에도 치명적인 재난이었다.온채아의 미래가 희망 없다는 것은 이미 정해진 사실이었다.문제는 한빛 그룹이 어느 정도 크기의 영향을 받을지가 관건이었다.심서정은 소원희의 찻잔을 채워 주며 부드럽고 잔잔하게 입을 열었다.“이 일을 제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어르신께서 어떻게 하시든 저는 두말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만약 성공한다면, 어르신께서 저에게 한 가지 약속해 주셨으면 해요.”그녀는 기회를 틈타 요구를 꺼냈다.소원희는 기분이 좋은 상태라 그녀를 힐끗 보았다.“무슨 일인데?”“저는․․․”심서정은 입가를 올리며 웃었다.“주율천과 결혼하고 싶어요.”그녀 혼자 힘으로는 당연히 불가능했다.하지만 만약 소원희가 한빛 그룹을 다시 장악한 후 그녀를 위해 몇 마디 말해 준다면, 주씨 가문은 이해득실을 따져볼 것이고 거기에 그녀 뱃속의 이 아이까지 더하면․․․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소원희의 얼굴에 혐오감이 스쳤지만, 거절하지는 않았다.“이건 내가 약속할 수 있어.”말을 마친 그녀는 화제를 바꾸더니 어조가 극도로 차갑고 음흉해졌다.“그럼 나도 분명히 말하겠지만 만약 일을 망치면, 주씨 가문도 너를 보호하지 못할 거야.”심서정은 전후로 그녀에게서 이백억에 가까운 자금을 가져가고도 연구 개발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그녀가 유일하게 기대를 걸 수 있는 건 성유준과 온채아 쪽이 완전히 패배하는 것뿐이었다.그렇지 않으면 이 빚은 그녀가 분명 심서정과 하나하나 청산할 것이다.돈은 그녀가 주씨 가문에 가서 받아오고 심서정의 목숨 또한 그녀 손으로 직접 거둘 것이다.심서정은 그녀의 시선에 등골이 오싹해지며 마음속에 이유 없이 불안감이 스며들었지만, 겉으로는 두려운 기색을 드러내지 않고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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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그녀와 성유준의 최근 몇 차례 만남은 모두 회사에서, 그것도 회의 중에 이루어졌으며 매우 공식적인 자리였다.하지만 발표회 전날 밤, 그녀는 결국 성유준의 전화를 받았다.방금 샤워를 마치고 나온 그녀의 목소리에도 물기가 스민 듯 촉촉했다.“여보세요.”“방금 씻었어?”성유준은 집 밑의 가로등 기둥에 기댄 채 그녀 방에서 나오는 불빛을 올려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물었다. “머리 아직 드라이 안 했지?”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이 사람은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그가 언제부터 자신을 이렇게 잘 알게 되었는지 온채원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수건으로 머리를 닦는 한편 코맹맹이 소리로 대답했다.“아직이요.”“그럼 가서 드라이해.”수화기를 통해 그녀의 귀에 꽂히는 남자의 목소리는 갈수록 매력적인 분위기가 듬뿍 느껴지는 것 같다.온채아는 가고 싶지 않아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럼, 드라이하러 갈 거니까 먼저 끊을게요.”“끊지 마.”전화기 저편에서 상대방의 한마디 한마디가 반박할 수 없는 강한 힘을 담고 있었다. “너 드라이 하는 동안 내가 듣고 있을게.”온채아는 그 엄청난 위약금 계약서에 눌려 그에게 이상한 취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말하지는 못하고 욕실에 가는 길에 자연스럽게 수건을 소파에 던졌다.그녀는 욕실에서 드라이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샤워를 마친 후면 욕실 공기가 축축해서 매번 드라이기를 꺼내 머리를 말렸다.예전에는 성유준이 그녀의 이런 버릇을 받아주고 심지어는 자주 그녀의 머리를 말려주기도 했다.성유준은 통유리 창가를 스쳐 지나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별로 내키지 않는 그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가로등 빛이 남자의 냉담하고 깊이 있는 얼굴을 환하게 비추며 그녀를 향한 남자의 무한한 사랑을 고스란히 비춰냈다.집에서는 호랑이처럼 무섭다가도 다른 사람과는 모두 웃는 얼굴로 대하며 유독 그의 말만 듣기 싫어했다.그가 굳힌 나쁜 버릇이었다. 오직 그만이 그녀의 이 나쁜 버릇을 굳힐 수 있었다.그녀 마음속에서 그는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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