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Chapter 371 - Chapter 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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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1화

이 말을 듣자마자 민은하는 격분하며 소리쳤다. “너 또다시 헛소리를 지껄이면 내가 여 선생님한테 가서 물어볼 거야. 여 선생님이 가르친 학생이 이혼하고 나서도 왜 이렇게 끈질기게 붙어 다니는지!”이전에 온채아는 그들의 위협을 가장 두려워했다.그녀는 반격조차도 신중하게 따져보고 조심스럽게 했다. 그들이 조금만 힘을 써도 주변 사람들이 곤경에 처할까 봐 걱정했다.지금 온채아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 “가세요. 가는 순간 오늘 밤 주씨 가문의 치부가 온 세상에 드러날 거예요.”겨우 협박일 뿐이다.누가 누구를 두려워하겠는가.정말로 주씨 가문이 깨끗하고 양심에 거리낌이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온채아의 말에 민은하는 화가 나서 시트를 쾅 내리치며 운전사에게 빨리 가라고 지시했다. 민은하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두고 봐!”온채아는 그녀가 두고 보라고 한 의미가 이것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민은하는 수많은 경호원을 이끌고 온채아의 집 문 앞에 서 있었다.그녀에게 반드시 호되게 본때를 보여주려는 듯한 모습이었다.민은하는 경멸하듯 온채아를 내려다봤다. “네 약물이 순조롭게 출시될 수 있을지 아직 미지수인데 정말 나와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니?”심서정은 성씨 가문에 맹세했다.어떻게 해서든 온채아의 약이 순조롭게 출시되는 것을 막겠다고.온채아는 정말로 자신이 이미 주도권을 잡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온채아의 눈빛은 차가웠다. “오늘 나랑 말다툼하러 온 건가요?”“...”민은하는 온채아의 말에 화가 나서 이성을 잃었다가 다시 정신을 차렸다. “율천이가 너 때문에 성씨 가문과 맞설 생각만 하고 있어. 당장 율천이한테 전화해서 어리석은 짓 하지 말라고 해.”온채아는 깜짝 놀랐다.전에 주율천에게 명확히 이야기했으니 그가 더 이상 그녀를 위해 복수할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온채아는 민은하의 뜻대로 하고 싶지 않았다. “내 말을 듣지 않을 거예요. 어머니도 말리지 못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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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주율천의 말투는 아주 차분하면서도 단호함이 느껴졌다.정다슬은 주율천을 높이 평가했다.‘남자답군.’만약 성유준이 집안과 인연을 끊을 수 있다면 온채아 뱃속의 아이는 친아빠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온채아는 정다슬이 머릿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주씨 가문 일에 얽히고 싶지 않아 참지 못하고 한마디 끼어들었다. “인연을 끊든 뭘 하든 제발 저랑은 엮지 말아 주세요.”그녀는 주율천을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처음부터 말했잖아요. 저를 위해 어떤 것도 해줄 필요 없다고요. 어머니께도 분명히 말씀해 주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쾅 소리와 함께 집 문을 닫았다.정다슬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 “심서정 일만 없었더라면 좋았을 텐데.”“무슨 말이야?”온채아는 목이 말라 카운터로 걸어가 시원한 물 한 잔을 따랐다.막 물을 마시려는데 문밖에서 매우 시끄러운 소리가 나더니 곧바로 조용해졌다.정다슬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서야 말을 이어받았다. “심서정 일만 없었다면 애도 괜찮았을 거야.”적어도 집안에 원수가 있는 성유준보다는 나았다.온채아는 컵에 담긴 물을 거의 다 마시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변호사이니 세상에 만약이란 건 결코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잖아.”시간도 되돌릴 수 없다.사람은 일이 지나간 뒤에야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자발적이든, 수동적이든, 어쨌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기회는 없다.정다슬도 한숨을 쉬었다. “그냥 한 번 상상해 본 거지.”“딩동!”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온채아는 문을 열어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았다.그녀 역시 주율천과 더 분명하게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온채아는 컵을 내려놓고 문을 열었다. 문밖에 서있는 주율천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머니는 가셨어요?”“응.”주율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안한 듯 입을 열었다. “놀랐지? 내가 어머니께 분명히 말씀드렸어.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그는 민은하가 그렇게 막무가내로 나올 줄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온채아는 주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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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나중에 그들은 다시 만났다.수천 번을 만났고 온채아는 그들의 신혼집에서 수많은 날을 기다렸다.그리고 주율천은 그녀를 수없이 배신했다.온채아가 빌었던 소원은 이루어졌지만 주율천은 그것을 그의 손으로 부숴버렸다.주율천은 아무도 탓하지 않았다. 심지어 심서정도 탓하지 않았다. 그가 탓하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었다.왜 진작부터 심서정의 성격이 기억 속의 어린 소녀와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작은 옥노리개 하나 때문에 그대로 믿어버렸을까.심서정을 감싸기 위해 수많은 핑계를 만들어 내며 끝없이 눈감아 주었다.주율천은 어젯밤 이 유리병을 찾아냈을 때 후회가 되어 미칠 지경이었다.온채아는 눈을 살짝 내리깔고 그가 소중히 보관해 온 유리병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그녀는 기억하고 있었다.주율천과 다시 만나기를 간절히 바랐던 과거를.하지만...온채아는 오래전에 성장했고 더 이상 부모님의 보호 아래 근심 없이 지내던 과거의 그 어린 소녀가 아니었다.다른 연령대의 그녀가 원하는 것은 완전히 달랐다.온채아는 다섯 살이 조금 넘었을 때 성씨 가문의 작은 자갈밭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던 그 순간에 이미 이 소원을 잊어버렸다.그때의 그녀는 무릎을 꿇고 앉아 성씨 가문에서 언제 벗어날 수 있을지, 누가 하늘에서 내려와 구원해 줄지만을 생각했다.그리고 그 사람은 정말로 왔다.하지만 그 사람은 지금 그녀 앞에 서 있는 주율천이 아니었다.이런 생각들이 떠오르자 온채아는 씁쓸했다. 그녀는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 “기억나요. 엄마가 직접 접어주신 거예요.”“나는 지금까지도 네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어.”주율천은 매우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우리가 다시 시작할 수 없더라도 적어도 친구는 될 수 있잖아. 가장 평범한 친구라도 좋아.”그동안 주율천은 좋은 남편은 아니었다.하지만 본질적으로 아주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어쩌면 정다슬이 말했듯이 온채아가 처음부터 주율천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결혼이 깨졌어도 그에게 큰 원한을 갖진 않았다.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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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주율천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친구가 지나가는 길에 사 온 케이크도 받기 싫어?”“알았어요.”온채아는 한 손에 유리병을 들고 다른 손으로 그가 건넨 종이 가방을 받았다. “다슬이를 대신해서 고마워요.”그가 떠나자 정다슬이 다가와 그녀가 들고 있는 물건들을 살펴보았다.“내가 보기엔 성유준보다 주율천이 훨씬 감성적이네.”거절당할 걸 알고 감정 전략을 쓴 것이다.겉멋만 들고 고집이 센 성유준과는 다르다.온채아는 문을 닫고 케이크를 정다슬에게 건넸다. “앞으로 그냥 보통 친구로 지내자고 하더라.”“보통 친구?”정다슬은 케이크 봉투를 열어보고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내가 좋아하는 티라미수랑 나폴레옹이 있네. 보통 친구면 보통 친구지 뭐. 일단 내가 당분간 허락한다.”“...”온채아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녀가 막 말을 하려는데 정다슬이 딸기 케이크 한 조각을 그녀 손에 쥐여주었다. “네가 좋아하는 거.”그것은 성유준이 좋아하던 것이었다.예전 성유준은 케이크 같은 단 음식은 거의 입에 대지 않았는데 언젠가 온채아가 딸기 케이크를 먹자 마지못해 몇 입 맛본 적이 있었다.그 후로 온채아는 거의 딸기 케이크만 먹었다.그래야 그와 함께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임신 중임에도 불구하고 온채아는 일을 미룰 생각이 전혀 없었다. 특히 공개를 앞둔 중요한 시점에서 그녀는 거의 모든 신경을 연구실에 쏟아부었다.진료 시간 외에는 하씨 가문에 가지 않는 한 온채아는 연구실에 틀어박혀 직접 임상 실험을 감독했다.그날 민은하가 집 앞에서 내뱉은 말은 온채아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혹시라도 무슨 문제가 생길까 봐 두려워서 더 신중해졌다.노력과 열정이 수포로 돌아가게 할 수는 없었다.온채아가 기기 옆에 앉아 데이터를 확인하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전윤호가 걸어왔다.“온 팀장님, 제가 같이 기다릴게요.”“그래요.”온채아는 웃으며 전혀 망설이지 않았다.전윤호는 온채아가 그를 이렇게까지 신뢰할 줄은 몰랐다. 이로 인해 전윤호가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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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화

온채아가 채 말을 마치기도 전에 데이터가 나왔다.강태무와 온채아는 데이터를 확인하며 서로의 눈빛에서 안도감과 흥분을 읽어냈다.약물 공개는 이제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였다.강태무는 호탕하게 웃었다. “프로젝트가 공개되면 네 몸값은 성 대표님을 바로 쫓게 될 거야.”“...”온채아는 피식 웃었다. “아니에요.”격차가 너무 컸다.성유준의 재산은 온채아가 약물 하나 개발했다고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하지만 온채아는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크게 만족했다.갑자기 강태무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창가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잠시 후, 강태무는 돌아와 미안한 듯 입을 열었다. “우리 집에 일이 생겨서 너한테 좀 부탁해야 할 것 같아.”“무슨 부탁이요?”온채아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말했다. “오빠가 저를 얼마나 많이 도와줬는데요.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은 당연히 돕죠.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수년 전, 온채아가 한의원에 들어와 일할 수 있었던 것은 비록 여승운의 체면 때문이기도 했지만 강태무가 성씨 가문의 타깃이 될 위험을 감수했기에 가능했다.강태무가 그제야 말했다. “아버지가 방금 전화하셨는데 아버지의 오랜 친구 한 분이 귀국하셨대. 병이 좀 위중한데 혹시 네가 치료할 방법이 있는지 봐줬으면 좋겠다고 하셔.”온채아는 난치병에 흥미를 보였다. “무슨 병인데요?”“폐암 초기야.”강태무는 그녀의 눈빛에 비치는 도전 의욕을 보고 간단히 설명했다. “아버지 친구분은 생각이 좀 보수적이셔서 수술을 원하지 않으신대. 귀국하신 것도 한의사를 찾아 수술 없이 치료하는 방법이 있는지 보려고 하시는 것 같아.”온채아의 환자 중에도 이런 생각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았다.하지만 이런 생각은 사실 운에 맡겨야 했다. 운이 좋으면 의술이 뛰어난 한의사를 만나 치료할 수도 있다.하지만 운이 나쁘면 믿을 만한 한의사를 만나지 못하고 헛되이 시간을 지체하여 병을 키우게 된다.온채아는 이해했다. 그녀는 물컵 뚜껑을 열고 물을 한 모금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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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온채아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환자들에게 이런 식의 평가를 받는 일이 흔했기에 개의치 않았다. “제가 먼저 맥을 짚어보고 상황을 확인해 보겠습니다.”강태무의 부모님은 이 말을 듣고 서둘러 온채아를 앉히고 집사에게 차와 다과를 준비하라고 일렀다.온채아는 서강진의 옆에 앉아 조용히 맥을 짚었다.다른 사람들도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온채아가 손을 거두자 서강진이 먼저 물었다. “어떻습니까?”“치료할 수 있습니다.”온채아는 길게 설명하지 않고 말했다. “약물과 침 치료를 동시에 진행해야 합니다. 저는 지금 방문해서 침을 놓아드릴 시간이 없으니 정기적으로 한의원에 오셔야 합니다.”방문 진료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일이다.온채아는 너무 많은 일을 떠안고 싶지 않았다. 특히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랬다.하씨 가문은 주저 없이 맡았다. 그것은 사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하씨 가문과 관계를 맺어야 했기 때문이고 또 하지훈의 가족이었기 때문에 경계심이 덜했다. 게다가 강미진을 보면 친근함을 느꼈다.온채아는 번거롭더라도 강미진을 기꺼이 치료해 줄 의향이 있었다.서강진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웃었다. “괜찮습니다. 치료만 될 수 있다면 저는 감사할 따름입니다.”강형섭도 놀라서 온채아를 바라보았다. “정말로 치료가 된다고? 몇 퍼센트나 확신해?”그는 강태무로부터 온채아의 의술이 얼마나 뛰어난지 계속 들어왔다.하지만 그는 젊은 사람의 의술이 얼마나 대단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오늘 본래는 서강진을 여승운에게 데려가 진료받게 하려 했으나 서강진이 귀찮아할까 봐 여승운의 제자 중에 뛰어난 사람이 있는지 직접 물어본 것이었다.결국 여승운도 연세가 있으니 귀찮게 할 수 없었다.온채아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80%입니다.”그녀는 조심스럽게 말했다.여승운은 환자 앞에서 말할 때는 여지를 남겨두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왜냐하면 병을 치료하고 사람을 살리는 일은 환자의 협조 정도에 달려 있으며 전적으로 의사가 통제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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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화

성유준은 듣는 내내 미간을 찌푸렸다. “마음대로 하라고 해. 넘어간다면 내가 막을 수 없지.”온채아가 저런 수작에 넘어가지 않았다면 진작에 주율천에게 그렇게 속아 넘어가지도 않았을 것이다.성유준은 생각할수록 짜증이 났다. 그는 성일이 더 말하기 전에 차가운 얼굴로 일어섰다. “운전해. 경원 아파트로 가자.”온채아는 강씨 가문에서 나올 때 서강진이 바래다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생각할 겨를도 없이 거절했다.혼자 집으로 돌아와 보니 주율천이 이미 보온 도시락통을 들고 그녀의 집 문 앞에 서 있었다. “아주머니가 내가 네 아래층에 사는 걸 아시고 특별히 네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서 가져다주라고 하셨어.”결혼 생활 3년 동안 주씨 가문 사람 중 평소에 그녀를 가장 많이 챙겨준 사람은 오경애였다.온채아는 도시락통 크기를 보고 이것이 그녀와 정다슬 둘이서 다 먹을 수 있는 양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에 예의상 물었다. “식사했어요? 같이 드실래요?”“그래도 될까?”주율천은 눈빛이 밝아졌지만 바로 승낙하지 않고 걱정스럽게 되물었다.온채아는 순간적으로 어릴 적의 주율천을 떠올렸다.그때의 주율천은 바로 이랬다. 조심스러워했다.온채아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밥 한 끼 같이 먹는 건데 안 될 게 뭐 있겠어요.”“그럼 사양하지 않을게.”주율천은 따뜻하게 웃으며 온채아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섰다.온채아가 신발장에서 그에게 실내용 슬리퍼를 꺼내주려 할 때 주율천은 사이즈가 맞아 보이는 남자 슬리퍼 한 켤레를 흘끗 보고는 가리켰다. “내가 신을 수 있을 것 같은데.”“안 돼요.”온채아는 아주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자신의 말투가 너무 딱딱했다는 것을 깨닫고 설명했다. “우리 오빠 거예요. 오빠가 얼마나 까다로운지 아시잖아요. 다른 사람이 자기 물건 만지는 걸 싫어해요.”이 슬리퍼는 성유준이 딱 한 번 신었다.주율천은 잠시 멈칫하더니 손가락을 오므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 아무거나 줘.”“네.”온채아는 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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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온채아는 의사지만 자신에게는 좀처럼 신경을 쓰지 않았다.환자들에게는 잔소리를 늘어놓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달고 차고 맵고 기름진 것 등 맛있는 것은 가리지 않고 먹었으니 속이 불편한 것도 지극히 정상이었다.하지만 주율천은 여전히 어딘가 석연치 않은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정말로 그냥 속이 불편한 거야?”“또 뭐가 있겠어요?”온채아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설마 큰 병이겠어요. 저 스스로 맥을 짚어봤으니 제가 잘 알고 있어요.”“그럼 다행이고.”주율천은 여전히 완전히 안심하지 못했다.식사를 마치고 그는 더 오래 머물 수가 없어 자리에서 일어났다.온채아가 현관 앞에 서서 코코를 불렀다. “코코야, 가자. 아래층에 놀러 가자.”“멍!”코코는 한 바퀴 돌아 소파에서 뛰어내리더니 자기 목줄을 찾아 입에 물고 쫄래쫄래 온채아 곁으로 달려왔다.온채아는 목줄을 받아 코코에게 채웠고 정다슬은 불안한 듯 말했다. “내가 산책시킬게. 너 그러다가 넘어질라.”코코는 나이가 좀 들긴 했어도 성유준이 귀하게 키워서 몸이 건강한 데다 힘도 꽤 센 편이었다.“괜찮아.”온채아는 정다슬이 오늘 밤도 밤늦게까지 서류를 봐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너는 네 일에 집중해.”코코는 성격이 온순했다. 온채아가 임신한 후로는 코코도 마치 감지한 듯 그녀가 산책시킬 때마다 항상 느릿느릿 그녀 곁을 따라 걸었다.친한 강아지 친구를 만나도 흥분해서 달려가지 않았고 친구 강아지가 놀자고 다가와도 계속 그녀 앞을 막아섰다.마치 다른 강아지들이 그녀를 다치게 할까 봐 걱정하는 것처럼 보였다.온채아는 한 손으로 코코의 목줄을 잡고 다른 손으로 쓰레기를 들고 무의식중에 지하 1층 버튼을 눌렀다.엘리베이터에서 나와서야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되돌아가려니 엘리베이터는 이미 올라가 버렸다. 그녀는 결국 1층 현관 밖으로 나와 먼저 쓰레기를 버렸다.쓰레기를 버리자마자 갑자기 옆에 낯선 검은색 고급 차 문이 열리더니 낯익고 잘생긴 손이 밖으로 뻗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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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온채아는 또다시 자본가가 무엇인지 실감했다.6천억, 한 달 이자는 12억이었다.할부? 무슨 할부! 그녀는 평생 이자만 갚아야 할 판이었다.성유준은 전혀 양심의 가책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사채도 아니고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야.”심지어 그녀에게 법률 상식까지 알려주고 있었다.온채아는 할 말을 잃었다. “이자는 언제부터 계산하는 거야?”성유준은 그녀의 허리를 주무르며 가볍게 질문을 되돌렸다. “넌 언제부터 계약을 위반할 생각인데?”“...”함정에 빠졌다.온채아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말했다. “일단 좀 기다려 봐.”적어도 약물이 공개되어 손에 거액이 들어와 이 돈을 갚기 시작할 수 있을 때까지는 말이다.성유준은 한가로운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럼 주율천은?”“그냥 밥을 먹었을 뿐이야. 다슬이도 같이 있었어.”계약서에는 주율천과 친밀한 접촉을 해서는 안 된다고만 쓰여 있었다.그녀는 계약을 위반하지 않았다.성유준은 그녀가 이렇게 순순히 말하는 모습을 오랜만에 보았기에 마음이 움직여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다. “뭐 먹었어?”임신으로 인한 호르몬 때문인지 그가 이렇게 가볍게 입을 맞추자 온채아는 몸이 주체할 수 없이 나른해졌다.“밥 먹었어.”온채아는 그를 밀어내며 피했다. “코코가 기다리고 있어. 산책시켜야 해.”성유준은 순순히 온채아를 놓아주었다. “같이 가자.”“...”온채아는 그가 왜 이렇게 한가로운지 알 수 없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차에서 내렸다. 성일은 흐뭇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목줄을 건넸다.경원 아파트는 건물과 건물 사이의 간격이 넓고 정원 설계가 잘 되어 있었다. 이 계절에도 단지 전체가 푸르렀다.성유준은 코코가 느린 발걸음으로 걷자 눈살을 찌푸렸다.“얘 칼슘 부족이야, 뭐야?”평소 성유준이 산책시킬 때는 아주 신나 했고 잠시라도 방심하면 목줄째 날아갈 듯 달려 나갔다.“...”온채아는 자신이 개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는 질책을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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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확실해?”“응. 오빠도 먹을 거야?”“안 먹어.”“알겠어.”온채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가 더 말할 틈도 주지 않고 재빨리 아파트 입구 쪽 편의점으로 달려갔다.잠시 후, 그녀는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조금씩 베어 물며 느긋하게 돌아왔다.성유준은 제자리에 서서 멀리서 온채아가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바라보더니 눈빛이 매우 부드러워졌다. 그녀가 가까이 다가오자 성유준은 정신을 가다듬고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맛있어?”“맛있어.”“나도 한 입만 줘.”이런 대화는 예전에도 자주 있었다.온채아는 습관적으로 자신이 몇 입 먹지 않은 아이스크림을 그에게 내밀었다.성유준이 고개를 숙여 베어 무는 순간 온채아는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너무 친밀했다.지금의 온채아와 성유준은 이렇게 친밀해서는 안 되었다.곧 그녀가 위약금을 지불할 능력을 갖추게 되고 박명하가 행동을 개시하면 그들 사이에 남아있는 이 작은 온기조차 사라질 것이다.온채아는 정신을 차리고 아이스크림을 보았다.정말로 크게 한입 베어 먹었다.성유준은 어릴 때나 지금이나 짓궂다.매번 안 먹는다고 하고는 온채아가 하나만 사면 결국 상당 부분을 먹어 치우곤 했다.물론 다음 날이면 항상 그녀에게 새것을 사주긴 했다.그랜드 별장으로 가는 길에 성일과 성이는 성유준의 기분이 훨씬 좋아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들을 짓누르던 먹구름이 마침내 많이 걷힌 것이다.성일은 시간을 확인하고 말했다.“대표님, 지금 가면 할머님께서 주무시고 계시지 않을까요?”성유준은 담담하게 말했다. “아니.”겨우 아홉 시였다.이미숙은 다른 노인들과 달랐다. 그녀는 새벽이 되어서야 잠들었다.드라마를 보거나 아니면 오디오북을 듣곤 했다.이미숙은 성유준이 이 시간에 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소파에 누운 채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늦은 시간에 왜 왔니? 나한테 올 시간에 여자 친구한테 가서 잘해주지 않고?”손주며느리 하나 집에 데려올 능력도 없으면서.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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