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Chapter 451 - Chapter 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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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1화

전화를 끊은 성유준은 한 손으로 품에 안은 여자의 허리를 감싸고 다른 손으로 메시지를 보냈다.“걱정하지 마. 선생님은 무사하실 거야.”이 말은 당연히 온채아에게 한 것이었다.온채아는 성유준이 여유롭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며 차츰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네.”그렇게 대꾸한 뒤 온채아는 성유준의 품에 기댄 채 눈꺼풀이 무거워지더니 어느새 잠이 들었다.성유준은 그녀의 고르게 흘러나오는 숨소리를 듣고 검은 눈동자에 못 말린다는 기색이 스쳤다. 손을 뻗어 온채아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으며 성일에게 속도를 줄이라고 지시한 뒤 그녀가 그대로 잠들도록 내버려두었다.어릴 때부터 잠버릇이 고약했던 온채아는 지금도 마찬가지였다.자꾸만 그의 품에서 꿈틀거리곤 했지만 눈꺼풀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뜨지 않은 걸 봐서는 분명 깊이 잠들어 있었다.성유준은 시선을 내린 채 손바닥으로 이따금 그녀의 허리에 드러난 살결을 쓰다듬었다.예전에 비해 살이 올랐다.시선이 이젠 슬쩍 티가 나는 온채아의 배로 향하자 눈빛에 후회와 괴로움이 스쳤다.온채아는 또다시 전화벨 소리에 잠에서 깼다.이번엔 주율천이 건 전화였다.성유준은 발신자를 보고 바로 끊으려 했지만 다행히 온채아가 먼저 깨어났다.그녀는 휴대폰을 들어 확인한 뒤 무심코 고개를 들어 성유준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결국 전화받았다.이번 해성에서 사고가 벌어졌을 때 주율천이 함께 있어서 다행이었다.주율천의 걱정 어린 목소리가 전화 너머로 들려왔다.“온채아, 인터넷에 올라온 글 봤어. 난 내일 경성으로 돌아갈 건데 같이 갈래?”그는 대충 알고 있었다. 이런 일이 터지면 온채아 성격상 해성에 계속 머물 수 없을 거라는 걸.아마도 경성으로 돌아가 한빛 그룹과 함께 이 일을 해결하려 할 것이다.온채아는 사실대로 말했다.“아니에요. 지금 경성으로 가고 있어요.”“벌써?”주율천은 깜짝 놀랐다.이번에 그가 해성으로 출장을 온 것도 중요한 프로젝트 세부 사항을 확정하기 위해서였다.오늘 프로젝트 마지막 회의가 아침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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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2화

자신이나 성유준이나 똑같은 사람이었다.게다가 온채아가 성유준과 만날 가능성은 그와 재결합할 가능성보다 작았다.“알겠어.”주율천이 대답하며 다시 덧붙였다.“요즘 사람들은 쉽게 분위기에 휩쓸리니까 그런 욕설들은 너무 마음에 두지 마. 지금은 아기를 품고 있으니까 무엇보다 아이를 먼저 생각해야 해.”임신 중 산모의 감정 상태는 태아 발달에도 영향을 미친다.이 점은 온채아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온채아는 자신의 배를 바라보다가 그 안에 작은 생명이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녹아내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아요. 걱정하지 마요.”성유준은 온채아의 얼굴에 번진 부드러운 미소가 무척 눈에 거슬렸다.자신이 기꺼이 아빠가 되어주려고 해도 주율천이라는 생물학적 아빠도 여전히 귀신처럼 따라다닐 것이다.지금처럼.‘짜증 나. 정말 짜증 나.’온채아는 아직도 뱃속에 있는 아이 생각으로 가득해 남자의 이상한 기색을 눈치채지 못했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성유준의 다리 사이에서 벗어나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 했다.정신을 차려보니 이 자세가 지금 그들의 관계에 비해 다소 지나치게 친밀해 보였다.특히 그녀와 업체 사이의 일을 아직 성유준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는데 그가 알게 되면 지금 이 순간조차 역겨워할지도 몰랐다.그런데 남자가 온채아의 허리를 감싸고 있던 큰 손에 갑자기 힘을 주더니 그녀가 공중에 뜬 순간 다시 원위치 그대로 안착하게 했다.온채아는 잘 알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고 온라인의 소동이 가라앉은 후에야 차분히 하나씩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하지만 성유준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그의 검게 가라앉은 눈동자가 온채아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그동안 나를 멀리한 게 임신 때문이야?”온채아는 성유준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허를 찌르는 데 능숙했다.하지만 불쑥 튀어나온 직설적인 질문에 그래도 당황한 채 시선을 살짝 내리깔고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아니야.”물론 아니었다.사실 생각해 봤다. 만약 그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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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화

성유준은 들을수록 더 답답한 마음에 온채아를 흘깃 쳐다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귓등으로 듣지?”아빠 노릇 못 할 것도 없다고 분명 입장을 밝혔는데도 온채아는 귀담아듣지 않은 것 같았다.온채아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차가 이미 경원 아래에 천천히 멈춰 섰다.성이가 중앙 칸막이를 내렸다.“대표님, 아가씨, 도착했습니다.”온채아는 그저 밖을 한 번 훑어볼 뿐 내릴 생각이 없었다.“선생님과 사모님 먼저 뵙고 싶어요.”두 분은 연세도 있는데 이번 일로 고생했단 생각에 아직 걱정이 남아 있었다.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성유준이 턱을 살짝 들었다.“2202호에 계셔.”강태무와 통화를 마치자마자 그는 성일에게 여승운과 손정원을 데려와 2202호에 임시로 머물게 하라고 지시했다.그 말을 듣고 온채아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차 문을 열고 서둘러 내리려 했다.그런데 성유준이 그녀의 허리를 놓아주지 않았다. “이번엔 고맙다는 말 안 해?”‘내 집까지 남에게 빌려줬는데.’“...”온채아는 그가 정말로 감사 인사를 바라는 건지 아닌지 알 수 없어서 이렇게 말했다.“뭐가 고마워? 한빛 그룹 계열사의 특수 약품 사고 때문에 스승님까지 연루된 거잖아.”당연히 성유준이 처리할 일이라는 뉘앙스였다.그 당당한 태도에 오히려 성유준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고 온채아의 허리를 감았던 손을 풀었다.“가봐.”온채아는 재빨리 차에서 내렸다. 성유준이 차 안에 앉아 움직이지 않자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성유준은 그녀의 얼굴에 비친 의구심을 알아차리고 긴 팔을 뻗어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살짝 쥔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먼저 올라가. 나는 한빛 그룹에 가봐야 해.”“그래.”온채아도 위기를 맞이한 순간 1분 1초를 다퉈야 한다는 걸 잘 알았다.그들이 경성으로 돌아오는 동안 한빛 그룹 홍보팀에서 이미 일련의 조치를 취했지만 성유준이 현장에 도착해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할 일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온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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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화

심지어 온채아에 대한 악의가 한빛 그룹을 향한 것보다 더 컸다.처음 폭로의 화살은 온채아를 향해 직격했다.온채아가 계단을 올라가 초인종을 누르자마자 손정원이 문을 열어주었다.온채아가 미안한 듯 입을 열었다.“사모님, 죄송해요. 저 때문에 선생님과 사모님까지...”“얘도 참...”손정원은 평소처럼 밝지 않은 온채아의 얼굴을 보며 원래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가 이런 말을 듣자 더욱 속이 쓰렸다. 온채아를 이끌고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니? 뭐가 너 때문이야? 그 사람들이 앞뒤 가리지 않고 무작정 덤벼드는 게 왜 너 때문이야? 네 선생님이 들었으면 또 꾸짖었을 거다.”온채아 마음 한편이 따뜻해졌다.“알겠어요. 그런 말 안 할게요.”그녀는 안으로 들어가 신발을 갈아신었다. 이곳에 오래 머물 생각은 없었다. 소파에 앉아 두 사람에게 마음의 안정을 되찾는 데 좋은 차를 우려 드렸다.“여기서 지내는 건 괜찮으세요? 불편하시면 제 집으로 오셔도 돼요.”“괜찮아, 뭐가 불편하겠어.”여승운이 온채아를 흘겨보며 차를 받아 살짝 마신 뒤 찻잔을 내려놓고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온채아는 금세 알아차리고 괜히 마음에 찔려 이렇게 말했다.“별일 없었어요. 저는...”여승운의 목소리가 무거워졌다. “이리 줘봐.”“...”온채아는 어쩔 수 없이 자기 손목을 노인의 왼손 위에 올려놓았다.이내 노인의 오른손 손가락이 그녀의 손목 안쪽에 닿아 맥을 짚기 시작했다.손이 내려앉자마자 여승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아 욕하고 싶었지만 억지로 참았다.“무슨 멍청한 짓을 한 거야? 주율천 그놈이야?”“...”온채아는 감출 수 없다는 걸 알고 솔직히 말했다. “아니요. 유준 오빠요.”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여승운이 안도의 숨을 내쉬는 것 같았다.곧이어 그가 손을 거두고 옆에 있던 종이와 붓을 집어 들더니 쓱쓱 일곱 가지 약재를 적어 온채아에게 건넸다.“양은 잘 알고 있지?”온채아는 받아서 살짝 훑어보고 고개를 끄덕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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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화

온채아는 이 문제에 대해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한빛 그룹의 초기 최대 사업은 부동산이었고 애초에 성유준의 출신만 봐도 부동산이라면 그를 두고 일인자 자리를 경쟁할 사람조차 없었다.맞은편 집은 그가 잠시 임대한 것뿐이었다.게다가 평소 자주 머물던 월강 레지던스는 불과 몇 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았다.온채아는 순간 당황했다.“월강 레지던스로 안 가?”“안 가.”성유준이 당당하게 말했다. “갈 곳 없게 만든 당사자를 찾아와야지.”“...”성유준은 이런 사람이었다.온채아는 잠시 멈칫하다가 손을 들어 눈으로 흘러내릴 뻔한 샴푸 거품을 닦아냈다.“그럼 선생님들께 여기로 와서 지내라고 할게.”“그래.”성유준이 피식 웃었다.“가서 한밤중에 두 어르신 깨우면 참 좋아하시겠다.”“...”온채아는 드디어 성유준의 속셈을 눈치챘다.애초에 이러려고 선생님 두 분을 맞은편 집으로 모셔 온 게 아닌지 의심스러웠다.‘수작 부리긴.’“지금 샤워 중이야. 비밀번호는 예전 그대로야.”말이 끝나자마자 온채아는 전화를 끊고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계속했다.문밖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현관문 여닫는 소리에 그녀의 마음도 이유 모를 혼란에 빠졌다.예전에도 성유준 집에서 묵은 적이 있었지만 그가 찾아온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온채아는 정신이 혼미해져 머리에 남은 거품을 씻어내고 손바닥에 짜낸 바디워시를 또다시 무심코 머리 위로 문질러 댔다....‘잠깐!’풋풋하게 첫사랑을 할 나이도 지났는데 남자가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당황하다니.온채아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마음을 가라앉힌 뒤 차분히 목욕을 시작했다.문밖에서는 성유준이 집 안으로 들어와 자연스럽게 신발장에서 자신의 슬리퍼를 꺼내 신었다. 그는 콸콸 흐르는 물소리가 나는 욕실 문 앞으로 걸어와 느슨한 자세로 문틀에 기대어 섰다.어릴 적부터 곁을 지켰던 소녀가 지금 이 순간 문 안쪽에 있다는 생각에 업무로 인해 쌓였던 짜증이 서서히 사라져 갔다.온채아는 목욕을 마치고 수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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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화

“찾았어? 여기랑 맞은편 집 구조는 똑같아. 드레스룸이 침대 정면에 있는데...”욕실에서 흘러나온 여자의 부드럽고 물기를 머금은 목소리에 문 앞에서 겨우 가라앉았던 성유준의 짜증이 다시 불타올라 혈관 속까지 요란하게 자극했다.욕실 안에 있던 온채아도 한참 뒤에서야 자신이 가지고 있는 그 몇 벌의 섹시한 잠옷들을 떠올렸다.정다슬이 주면서 가끔 자아 만족으로 입어보라고 했다.그런데 최근 1년 내내 정신없이 바빠서 자아만족으로 입어볼 겨를 따위 없었다.온채아는 성유준의 본성 속에 자리 잡은 그 악랄함을 떠올리며 그가 어떤 잠옷을 가져올지 이미 짐작했다.그 생각에 이미 수증기에 물든 그녀의 뺨이 더 화끈거리는 듯했다.그건 남자의 셔츠를 입는 것보다 더 수치스러웠다.똑똑.문 두드리는 소리가 다시 울렸다. “문 열어.”남자의 말은 간결하고 명료했으며 목소리에는 모래알이 갈리는 듯한 거친 울림이 감돌았다.온채아는 힘겹게 문을 조금 열고 하얗고 촉촉한 팔을 밖으로 뻗었다.“이리 줘.”성유준은 시선을 살짝 내리깔고 가느다란 잠옷 끈을 그녀의 손에 걸었다.손가락 끝에서 느껴지는 감촉은 온채아가 상상했던 것과 똑같았다.‘개자식!’온채아는 욕을 퍼붓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서둘러 잠옷을 안으로 가져왔다. 잠옷의 디자인을 확인하자마자 그녀는 당황했다.어린이용 잠옷이었다...이건 두 달 전 대학 룸메이트의 어린 딸 생일 때 용돈을 보내주고 쇼핑 앱을 보다가 예쁜 잠옷을 발견해 무심코 주문한 거였다.그런데 주소를 잘못 입력했고 그걸 깨달았을 때 잠옷은 이미 그녀 손에 도착한 뒤였다.자신도 곧 아이를 가질 거라 생각하며 잠옷을 그냥 남겨두기로 했다.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아, 잘못 줬네.”문밖에서 성유준의 느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뼈대가 뚜렷한 큰 손이 문틈으로 편안해 보이는 순면 잠옷 한 벌을 건넸다....온채아는 성유준이 일부러 그러는 걸 알고는 건네받으며 이렇게 중얼거렸다.“차이가 이렇게 큰데 잘못 볼 수도 있나.”하지만 예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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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7화

욕실 안에서 남자가 혀를 차며 목소리를 높였다.“복근 말이야. 무슨 생각하는 거야?”“...”온채아도 정신이 들었다. 성유준과 같은 공간에 있으면 머릿속 생각이 이상하리만치 삐뚤어지곤 했다.자꾸만 음란한 생각이 들었다.다행히 욕실 문은 이미 닫혔고 안의 남자는 온채아의 얼굴부터 목까지 빨개진 걸 볼 수 없었다.욕실은 불투명 유리로 되어 있었다. 성유준은 문을 사이에 두고 밖에 있는 그림자가 씩씩거리며 재빨리 사라지는 모습이 보이자 각진 얼굴에 미소가 스쳤다.세면대 앞으로 걸어가자마자 자신의 전동 칫솔이 눈에 들어왔다.온채아의 것과 좌우로 나란히 놓여 있었다.아직도 치우지 않은 거였다.그럼... 주율천은 이곳에 온 적이 없는 게 분명했다.그 생각에 아이 때문에 답답했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욕실에서 요란한 물소리가 들리자 욕실에 그대로 놓여 있는 전동 칫솔과 단 하나뿐인 목욕 수건이 떠올랐다.온채아는 침대에 반쯤 기대어 앉아 생각하면 할수록 얼굴이 달아올랐다.저 남자 성격상 곧 당당하게 자기 침대에 누울 거란 생각이 들었다.온채아는 옷감 너머로 자신의 배를 톡톡 찔러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넌 나중에 태어나서 아빠처럼 저렇게 막무가내로 행동하면 안 돼.”하지만 유전자라는 건 예측하기 어려웠다.마음이 복잡한 사람은 온채아뿐만 아니라 민은하도 마찬가지였다.하용건의 잔치에서 벌어진 변수가 그녀를 완전히 당황하게 했다.‘심서정 그 망할 년이 하씨 가문 아가시라고?’민은하는 놀라움과 기쁨이 교차했고 해성에 있는 주씨 가문의 별장으로 돌아와서도 여전히 놀란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이러면 주씨 가문과 하씨 가문이 사돈 관계가 된다는 생각에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받은 대로 돌려주는 심서정 성격상 절대 주씨 가문에 대해 좋게 말할 리 없었기에 경악스러웠다.이 생각을 하니 잠을 이룰 수 없어 물을 마시러 내려갔다가 현관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율천?”주율천이 캐리어를 들고 신발을 갈아 신은 뒤 나가려는 모습에 그녀는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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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8화

설령 심서정이 하씨 가문 아가씨가 맞더라도 하씨 가문은 앞뒤 가리지 않고 몰아붙이는 사람들이 아니었다.하용건부터 하도연에 이르기까지 모두 사리를 분별할 줄 아는 사람들이기에 심서정의 몇 마디 말 때문에 주씨 가문에게 어떻게 하진 않을 것이다.하지만 민은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말은 그렇게 해도 하씨 가문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만 그러는 게 아닐까?”백 년 가문인 만큼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권력을 남용할 수는 없으니까.하지만 사적으로는 어떨지 누가 알겠나.“율천아, 걔는 줄곧 너 좋다고 매달렸잖아. 정 안 되면...”민은하 역시 주씨 가문을 생각해서 그러는 거라 자부하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냥 걔랑 결혼해...”주율천은 마치 웃긴 농담이라도 들은 듯 비웃으며 말했다.“어머니는 참 큰 그림을 잘 그리시네요. 차라리 제 아버지를 무덤에서 파내서 심서정과 결혼시키는 게 어때요?”말을 마친 주율천은 그나마 남아 있던 모자간의 정도 지워버린 채 가방을 들고 재빨리 걸어 나갔다.민은하는 아들의 말에 머리가 멍해질 정도로 화가 났고 곧이어 쾅 닫히는 문소리에 정신이 들었다.그녀는 문짝을 벌컥 열고 뛰어나가며 소리쳤다.“주율천, 네가 무슨 헛소리를 하는지 알기나 해? 어디서 네 아빠와 엄마한테 그런 식으로 얘기해! 날 엄마로 생각하긴 하는 거니?”주율천은 짐을 담결에게 건네며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러는 어머니는 절 아들로 생각하긴 하세요?”정말 그랬다면 그의 뜻을 묻지도 않고 혼자서 결혼을 끝내지 않았을 거다.지금 이 순간 심서정을 아내로 삼으라고 제안하지도 않았을 거다.민은하의 얼굴에 잠시 죄책감이 스쳤다.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한 채 검은 마이바흐가 먹빛 밤공기를 가르며 멀어져 가는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오랜 시간이 흘러 한밤중의 바람이 스치며 오싹함이 감돌아서야 민은하는 뒤늦게 몸을 돌려 집으로 돌아갔다.‘내가 잘못한 거야?.’아니, 그녀는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다.그저 남편이 남긴 가업을 지키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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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9화

주율천은 무의식적으로 그 말을 진실로 믿어버렸다.온채아는 지금 성유준의 아이를 임신했고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람인 만큼 성유준을 더 신뢰하는 건 당연했다.게다가 예전에 온채아가 성유준을 얼마나 의지하는지 직접 목격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그때는 그저 여동생이 오빠에게 품는 감정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성유준에 대한 마음이 그때 이미 달라져 있었다.‘그럼 대체 왜 나랑 결혼했을까?’주율천은 마음속의 파문을 가라앉히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그래요? 그쪽을 오빠로 생각하니 그쪽이 더 챙겨주는 것도 당연하죠.”그러고는 자연스럽게 손에 든 보온 도시락을 건넸다.“아주머니가 채아와 뱃속 아이를 위해 만든 아침이에요.”참으로 아이 친아버지다운 태도였다.그는 온채아가 아직 성유준과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고 설령 이야기해도 소용없다는 걸 알았다. 성유준이 아무리 가족을 외면해도 온채아 때문에 자신의 할머니까지 뒷전으로 둘 리는 없으니까.온채아가 침실에서 나왔을 때 집안은 한산했다. 초가을의 부드러운 햇살이 통유리창을 통해 스며들고 있었다.부엌에서는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소리를 따라 걸어가다가 문 앞에 다다랐을 때 발걸음을 멈췄다.남자는 맞춤 재단한 검은색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같은 색 바지가 그의 가늘고 긴 다리를 감싸고 있었다. 날렵하면서도 힘찬 허리에는 앞치마 끈이 매여 있었다.온채아에게 등을 돌린 채 가스레인지 앞에 서서 아침 식사를 만드는 동작이 어딘가 서툴러 보였다.아마도 온채아가 나오는 소리를 들었는지 바쁜 와중에도 잠시 고개를 돌려 그녀를 흘끗 쳐다보았다. 표정이 별로 유쾌해 보이지 않았고 덩달아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아가씨, 일어났나? 가서 앉아.”“...”온채아도 대체 어느 부분에서 또 그를 화나게 했는지 영문도 모른 채 문 쪽을 바라보며 무심코 물었다.“아까 누가 문을 두드렸어?”“그런 적 없는데.”성유준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아주 바쁜 모습이었다.온채아는 대답만 하고 더 생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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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0화

주율천이 눈앞에 내밀었던 그 도시락을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했다.‘뭐야, 꼭 주씨 가문의 도우미만 온채아를 돌봐야 해? 전남편 주제에 명분도 없는 애 친아빠면서 끝까지 들러붙겠다는 거야?’친아빠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성유준은 가슴이 더욱 답답해졌다.생각할수록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라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눈앞에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온채아의 부드러운 모습을 보고 억지로 참아냈다.온채아는 성유준이 왜 갑자기 그런 말을 꺼내는지 몰랐지만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성유준은 예상과 달리 깔끔하게 받아들이는 온채아의 모습에 순식간에 화가 말끔히 사라졌다.“이렇게 쉽게 허락한다고?”또 사랑에 빠진 멍청이나 할법한 말을 꺼낼 줄 알았다.예를 들면 주씨 가문의 음식에 익숙해져서 필요가 없다든지, 주율천이 매일 음식을 가져다주러 올 때면 그를 조금 더 볼 수 있다든지 말이다....온채아는 성유준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전혀 모르고 되물었다. “그럼 어쩌라고?”애초에 별일도 아니었다.오경애에게 밥을 부탁한 것도 임시방편이었다.박명하가 출소 후 갑자기 잠적해 버리자 온채아는 마치 큰 적을 만난 듯 긴장했다.이 아이는 그녀에게 너무나 소중했기에 뒤에서 꼼수를 부릴 기회를 주지 않으려면 오경애만이 당시 최선의 선택이었다.오경애의 남편과 아들은 모두 주씨 가문에서 일하고 있어 함부로 나쁜 생각을 할 리 없었다.주씨 가문에서 지낸 3년 동안 오경애는 온채아를 잘 돌봐주었고 그녀의 취향도 꿰뚫고 있었다.처음엔 오경애에게 음식만 해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었는데 대부분 주율천이 직접 가져다주곤 했다.온채아도 언제까지나 주율천을 귀찮게 할 생각은 없었다.해성으로 가기 전부터 돌아온 후에 어떻게든 잘 아는 가정부를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지금 성유준의 제안이 마침 그녀에게 딱 좋은 해결책이었다.성유준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가 직접 키워냈으니 온채아가 직접 찾는 것보다 훨씬 더 믿음직했다.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온채아의 모습에 성유준은 입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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