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บทที่ 581 - บทที่ 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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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1화

생각하면 할수록 하지훈은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2층에 있는 두 사람은 형이 알아서 해.”그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잠기운은커녕 정신이 번쩍 들었다.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온채아가 그의 친동생이라는 사실!어릴 적엔 그저 착하고 말 잘 듣던, 나중에는 눈치 보며 조심스러워하던 그 아이가 그의 진짜 동생이었다.하지훈은 성씨 가문의 그 노망난 할멈이 어린 온채아를 어떻게 학대했는지 알고 있었다.온채아는 영리했다. 늘 고분고분하게 굴며 기분 좋은 말을 할 줄 알았고 소원희를 속이는 데도 능숙했다. 하지만 그런 온채아라도 지난 세월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었을 터였다.하씨 가문에서 귀한 공주님 대접을 받으며 애지중지 자랐어야 할 아이가, 어쩌다 그토록 고통스러운 세월을 보냈단 말인가.성유준의 곁에 있었던 9년을 제외하더라도 10여 년의 세월, 3,000일이 넘는 밤낮이었다.사람에게 10년이라는 세월이 몇 번이나 있겠는가?이 생각이 뇌리를 스치는 순간, 차 문을 열려던 하지훈의 손이 멈췄다. 금테 안경 너머의 눈빛이 순식간에 어둡게 가라앉았다.그는 고개를 돌려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갔고 발걸음은 곧장 계단으로 향했다.이를 본 하도연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하지훈을 불러 세웠다.“뭐 하려는 거야? 죽이기라도 하려고?”하지훈은 못 들은 척 멈추지 않고 계단을 올랐다.“그 다음은?”하도연은 그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말했다.“하예원은 언젠가 그 멍청함과 사악함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하지만 대가를 네가 결정해서는 안 돼. 할아버지의 스타일 알잖아. 평생을 청렴하고 엄격하게 사신 분이야. 너를 위해 예외를 두지는 않으실 거다.”“지훈아, 그럼 네 인생은 끝나는 거야. 오랫동안 널 기다려온 정다슬도 책임져야 하지 않겠어?”하지훈의 발걸음이 마침내 멈췄다. 그는 홱 고개를 돌렸다.“내 인생은 언제나 순탄했어. 그럼 우리 막둥이는? 하예원이 대가를 치를 거라고? 하지만 지난 세월 동안 우리 하씨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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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2화

바로 그 때문이었다. 어렵게 되찾은 동생인 만큼 그들은 누구보다 온채아를 아끼고 소중히 여길 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그 누구도 그녀의 앞길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게 두지 않을 것이다.하도연의 눈에 서린 단호한 의지를 본 하지훈은 더욱 이성을 되찾으며 말했다.“그럼 난 병원에 가서 채아를 좀 보고 올게.”손정원은 온채아에게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람이다. 만약 정말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온채아가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하도연도 같은 생각이었다.“먼저 가 봐.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하고.”그녀는 본부로 복귀해야 했기에 몸을 뺄 수가 없었다.병원.통화를 마친 온채아는 병상 옆에 앉아 손정원의 손을 잡고 있었다. 하도연이 돕기로약속했고 성유준도 모든 방법을 동원할 거라는 걸 알면서도 확실한 해독제가 손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손정원이 이번에 이런 일을 당한 게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온채아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창백한 손정원의 얼굴을 바라보며 온채아는 걷잡을 수 없는 무력감에 빠져버렸다.의학을 공부한 긴 세월 동안 수많은 난치병을 고치고 사람들을 살려내며 스스로 주변 사람들을 지킬 능력이 있다고 믿어왔다.그런데 지키지는 못할망정 해치기까지 하다니...지금은 아무런 방도가 없어 그저 여기서 기다릴 수밖에 없다.성유준은 온채아의 어깨를 감싸 쥐고는 가볍게 주무르며 말했다.“도연 누나 말이 맞아. 네 자신을 탓하지 마.”“대놓고 쏘는 화살은 피하기 쉬워도 보이지 않는 싸움은 막기 어려운 법이야. 네가 어떻게 앞날을 다 내다보겠어?”말을 마친 성유준은 온채아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선생님이 병원에 거의 도착하셨을 텐데, 1층으로 마중 나갈까?”“잘못 기억하고 있는 거 아니야?”온채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 역시 여승운이 빨리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스승님은 오늘 밤에나 공항에 도착하셔.”“아니. 맞을 거야.”성유준은 몸을 숙여 온채아의 손을 잡고 의자에서 일으켜 세웠다.“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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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3화

예전 같았으면 성유준의 얼굴이 곧장 험악해졌겠지만 이번에는 웬일인지 그저 어색하게 헛기침을 한 번 내뱉을 뿐이었다.온채아는 그저 하지훈이 장난을 치는 줄로만 알고 살짝 미소 지으며 농담조로 대답했다.“지훈 오빠, 갑자기 이렇게 다정하게 나오시니까 좀 적응이 안 되네요.”성유준의 친구들 중 하지훈은 그녀를 가장 탐탁지 않게 여기던 사람이었다.알고 지낸 지 수년이 흘렀지만 두 사람은 카톡 친구조차 아니었다. 처음에 주율천 일행과 친구를 맺을 때 온채아가 먼저 말을 꺼냈다가 무참히 거절당했던 기억도 있었다.하지훈은 성유준의 눈가에 서린 미처 다 숨기지 못한 희열을 포착하고는 못마땅한 얼굴로 그를 흘겨보았다. 그러고는 온채아를 향해 질투 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유준이 정도나 돼야 네가 기꺼이 오빠라고 불러주는 모양이구나.”말투는 다소 시샘 어린 구석이 있었지만 사실 그가 질투할 처지는 아니었다. 하지훈을 포함한 하씨 가문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랫동안 온채아를 지켜준 성유준에게 감사해야 마땅하다. 그가 없었다면 소원희의 손에 온채아는 진작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고 의학 분야에서 이런 성취를 이루지도 못했을 테니까.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여전히 뒤틀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내 동생이야! 피를 나눈 친동생이란 말이야!’예전엔 온채아와 말 한마디 섞을 때조차 성유준의 눈치를 봐야 했었다. 참으로 말도 안 되는 노릇이었다. 그 생각을 하니 다시금 짜증이 치밀었다.성유준이 오랜 친구인 그의 속내를 어렵지 않게 읽어내고는 뭐라 한마디하려던 순간 엘리베이터에서 여승운과 강태무가 연달아 걸어 나왔다.먼 길을 달려온 여승운의 얼굴에는 다급함과 초조함이 역력했다.온채아는 그를 보자마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선생님...”여승운은 별다른 말 없이 온채아의 어깨를 토닥였다. “가자. 같이 병실에 가야지.”“네.”온채아는 대답하고 성유준에게 말했다. “나 먼저 병실에 가 있을게.”“그래. 가 봐.”성유준은 스승과 제자 세 사람이 시야에서 사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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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4화

옆에서 강태무 역시 여승운의 진단 결과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여승운은 손정원의 손을 이불 속으로 정성스레 넣어주며 입을 뗐다.“너희의 판단과 크게 다르지 않구나. 복합 독약의 독성이 너무 복잡해서 몸 안에 아직 발작하지 않은 독 성분이 남아 있어.”“이런 상황에서 증상에 완전히 맞지 않는 해독제를 복용했다가는 오히려 남은 독의 발작을 앞당기게 될 거야.”온채아는 그 말을 들으며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모든 게 자신 때문이었다.온채아가 어렸을 때부터 성장하기까지 줄곧 지켜본 여승운이었기에 그녀의 속마음을 모를 리 없었다.“됐어. 이제 태무가 남아서 나를 거들 거야. 너는 유준이와 함께 집에 가서 하루 푹 쉬도록 해.”지금은 백 마디 위로보다 집에서 안정을 취하게 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사모님 곁을 지키고 싶어요.”“돌아가라면 돌아가.”여승운은 대답도 듣지 않고 온채아의 맥을 짚었다. 그의 얼굴에 불편함이 서렸다.“아까부터 안색이 예사롭지 않다 했더니 역시나. 고집 부리지 말고 네 맥을 직접 짚어봐.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봐. 진정 아이를 지키고 싶은 것이야?”“...”온채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제 맥은 짚어봤어요. 당장은 별일 없...”“당장? 그럼 문제가 생길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때야 몸을 돌볼 셈이야?”여승운은 미간을 찌푸리며 옆에 있던 강태무를 노려보았다.“어서 가서 성유준 불러와. 얘 데리고 집에 가라고 해! 속 안 썩이는 놈이 없구나.”여승운이 이토록 화를 내는 일이 드물었기에 온채아도 더는 고집을 피울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럼 먼저 들어갈게요. 내일 아침 일찍 다시 올게요.”마침 내일 오전이면 마청산 쪽에서도 결과가 나올 터였다.여승운은 온채아를 훑어보았다. “내일도 안색이 안 좋으면 내 눈앞에서 알짱거리지 마라.”온채아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본 여승운은 이내 마음이 약해져 한숨을 내쉬었다.“다 큰 어른이 제 몸 하나 돌보지 못하면서 나중에 우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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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5화

온채아는 의구심이 가득했지만 휴대폰에는 더 이상 새로운 메시지가 오지 않았다.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아래층에 있는 성유준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 했다. 그 순간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발신인을 확인하자 거세게 뛰던 심장이 서서히 진정되었다. 그녀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서 회장님.”“온 선생님.”서강진의 말투는 평소와 다름없이 부드러웠다.“내일 저녁 자선 파티 말입니다. 사람을 보내 마중 나가게 할까요?”자선 파티.온채아는 멍해졌다가 그제야 떠올랐다. 하씨 가문의 자선 파티가 바로 내일 저녁이라는 사실을.이틀 동안 온통 손정원 생각뿐이라 이 일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온채아는 잠시 망설였다.내일 오전이면 마청산 쪽에서 분석 결과가 나올 것이고 그 이후 해독제를 만드는 일은 1분 1초를 다투는 상황이 될 터였다.내일 밤 파티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한들 온채아에게 손정원의 건강보다 중요할 수는 없었다.아직 누군지도 모르는 친부모와 지난 세월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준 손정원 사이에서 그녀는 무엇이 더 소중한지 명확히 알고 있었다.온채아는 조금의 망설임 끝에 죄송한 마음을 담아 입을 뗐다. “서 회장님, 제가 요즘 갑자기 일이 생겨서요. 내일 저녁에는 못 갈 것 같은데 혹시 다른 기회를 만들 수 있을까요?”전화기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서강진이 의아한 듯 되물었다.“갑자기 무슨 일입니까? 친부모를 만나는 자리까지 포기할 정도라니요.”“선생님 쪽에 일이 좀 생겨서요.”굳이 숨길 일은 아니었지만 온채아는 구체적으로 말하는 대신 모호하게 대답했다. “그래서 내일은 정말 갈 수가 없네요.”“후회하지 않겠습니까?”“네. 후회 안 해요.”온채아는 단호하게 대답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못내 아쉬움이 남았다.사실 정말 오랫동안 기대해 온 일이었다.부모님이 어떤 사람인지 너무나 알고 싶었다.‘부모님도 정말 나를 찾고 싶어 하실까.’“똑똑.”말을 마친 직후,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유경애가 온채아가 깼는지 확인하려 조심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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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6화

두 사람이 말하는 잘못이란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강미진의 격앙된 감정은 어느 정도 위안을 얻었다. 하지만 마음속의 서글픔은 더욱 깊어만 갔다.강미진은 딸을 이토록 남의 기분을 잘 살피는 성격으로 키우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제멋대로 구는 말괄량이 소녀로 자랐길 바랐다. 강미진은 온채아가 그토록 험난한 세월을 겪었기에 지금 같은 성격이 되었을 거란 생각에 가슴이 무언가에 꽉 조여오는 듯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온채아를 더 꽉 안아줄 뿐이었다. 지난날의 잘못을, 어머니로서 다하지 못한 책임을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온채아는 강미진이 아까보다 더 심하게 울고 있음을 느꼈다. 소리는 없었지만 어깨를 적신 눈물이 조금씩 넓게 번져가고 있었다.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온채아 역시 설명하기 힘든 슬픔이 밀려왔다.아래층으로 내려온 성유준이 본 첫 장면이 바로 이것이었다. 이 모녀는 정말이지...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다가가 온채아의 머리를 톡톡 치며 입을 뗐다.“식사 준비 다 됐어. 사모님 모시고 가서 같이 저녁 먹자.”강미진은 그제야 성유준을 발견하고 서둘러 눈물을 닦으며 평소의 단정하고 우아한 모습으로 돌아왔다.“유준아, 일은 다 끝났니?”강미진이 왔을 때 성유준은 서재에 있었기에 그녀는 집사들에게 그를 방해하지 말라고 일러두었었다.성유준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오늘 제철 음식이 많으니 입맛에 맞으시는지 한 번 드셔보세요.”그러고는 직접 강미진의 뒤로 가서 휠체어를 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온채아는 조금 의아해했다. 성유준은 평소에 온채아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먼저 살뜰히 챙기는 법이 없었기 때문이다.강미진 역시 잠시 멍해졌다. 어디가 어떻게 이상하다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 평소와 달랐다. 예전에도 하지훈과 성유준의 관계가 워낙 좋았던 터라 두 집안의 왕래가 적지 않았지만 만날 때마다 성유준은 지나칠 정도로 말을 아끼는 편이었다. 예의는 바르되 필요 이상의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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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7화

하지훈은 반박할 힘도 없었다. 남매 셋은 강미진에게 온채아의 상태를 몇 번이고 거듭 물어본 뒤에야 겨우 마음을 놓았다.하희민이 내일 밤 열릴 연회에 관해 물었다. “채아도 올까요?”“아마 못 올 거야.”하도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원래 계획은 각계 유명 인사들이 모인 내일 연회에서 하예원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어내고 동시에 온채아의 신분을 선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손정원의 일이 터진 마당에 온채아가 연회에 참석할 마음의 여유가 있을 리 만무했다. 강미진이 오늘 밤 월강 레지던스에 갔을 때 차마 온채아에게 이 이야기를 꺼내지 못한 것도 혹여나 온채아가 곤란해할까 봐서였다.연회가 시작되기 전 병원에 해독제를 보낼 수만 있다면 모를까.한편, 서강진 역시 이 상황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친부모와 상봉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직감적으로 내일이 온채아를 하씨 가문 앞에 데려갈 최고의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밤을 놓치면 더 이상 이 일을 구실로 하씨 가문과 연을 맺기는 어려울 터였다.그때 옆에 있던 박시훈의 휴대폰으로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내용을 확인한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알아냈습니다. 여승운의 아내, 그러니까 손정원이 독에 중독되었답니다.”“중독?”박시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씨 가문의 멍청한 두 사람과 또 관련이 있는 모양입니다.”‘심서정이 사사건건 내 일을 망치는군.’서강진은 눈을 가늘게 떴다.“중독이라... 그럼 지금 온채아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이야?”휴대폰을 내려놓고 그를 바라보던 박시훈의 생각이 서강진과 일치했다.당연히 해독제였다.DK 메디컬은 겉으로는 제약 회사지만 뒤로는 독약 유통 경로를 누구보다 잘 아는 지하 조직이기도 했다. 해독제만 보내준다면 온채아에게도 시간적 여유가 생길 것이었다.박시훈은 눈에 순간 교활함이 스쳐 지나갔으나 금세 감추고는 말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습니다.”“가 봐.”서강진은 이 양아들을 깊이 신뢰하고 있었다.다음 날은 마청산으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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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8화

아래층으로 내려온 온채아와 성유준은 아침 식사를 마치자마자 연구소 측으로부터 성분 분석 보고서가 나왔다는 연락을 받았다.메일로 온 보고서를 훑어보던 온채아의 안색은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녀는 성유준과 함께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차에 올라탄 성유준이 물었다. “많이 까다로워?”“응.”온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이 어제 말씀하신 그대로야.”이 독약은 해독제를 조금이라도 잘못 썼다가는 아직 발작하지 않은 다른 독소들을 급격히 확산시킬 위험이 컸다.병원에 도착해 병실 문 앞에 다다랐을 때, 성유준은 잠시 멈춰 서서 말했다. “너 먼저 들어가 있어. 난 업무 전화 한 통만 받고 들어갈게.”“응. 알았어.”온채아는 별다른 의심 없이 곧장 병실로 들어갔다.성유준은 복도 끝으로 걸어가 휴대폰을 꺼냈다. 그의 표정은 서늘하기 그지없었다.“주율천 쪽은 아직 움직임이 없어?”“네. 이틀 내내 은성 그룹과 청연원만 오가고 있습니다.”잠시 말을 멈췄던 성일이 덧붙였다. “본가에 한 번 들르긴 했는데 나올 때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성유준의 미간이 깊게 패였다. “지금은 어디 있어?”“은성 그룹입니다.”“알았어.”성유준은 짧게 대답하고 병실로 발걸음을 돌렸다.성분 분석 보고서가 나왔다는 소식에 강태무 역시 한달음에 병원으로 달려왔다.“이렇게 복잡한 복합 독약이라니... 성분마다 용량도 다르고 서로 상극이라 해독제를 만들어 내는 데만 적어도 일주일은 걸리겠는데요.”강태무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온채아와 여승운의 안색이 보고서를 본 직후부터 줄곧경직되어 있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잠도 자지 않고 매달려도 최소 일주일. 손정원은 그 시간을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옆에 앉아 있던 온채아가 불안한 듯 손을 만지작거리다가 제안했다.“선생님, 선생님이 침을 놓아 독이 퍼지는 속도를 늦춰주세요. 그동안 제가 해독제를 연구하면 시간을 맞출 수 있을지도 몰라요.”여승운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그렇게 해도 기껏해야 이틀 정도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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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9화

거실 전체에 적막이 감돌았다.하씨 가문 식구들은 서로의 눈을 통해 잃어버린 보물을 되찾은 듯한 환희와 안도감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온 것은 가슴 미어지는 아픔이었다.온채아가 막둥이일 가능성이 높다고 짐작은 했지만 만에 하나라도 아닐까 봐 노심초사했다. 혹시 이번에도 틀리면 어쩌나 걱정이 태산이었다.다행히 틀리지 않았다.그 수많은 세월 동안 품어온 염원이 이 순간 현실이 되었다.우리 집 막둥이가 살아있을 뿐만 아니라 이토록 반듯하고 훌륭하게 자라주었다니.하지만 그 대견함만큼이나 가슴 저린 통증도 컸다.강미진은 참지 못하고 눈물을 터뜨렸다.하지훈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지금 당장 채아 찾으러 갈래!”그가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앉아.”하도연이 깊게 숨을 들이키며 가슴 벅찬 기쁨을 억눌렀다. “오늘 밤 집 안에 있는 쓰레기들부터 치우고 나서 제대로 채아를 집으로 데려올 거야.”두 쓰레기. 그게 심서정과 하예원을 가리킨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하희민도 하도연의 생각에 동의하며 하지훈을 바라보았다.“채아를 찾아갈 시간에 해독제를 구할 방법이나 찾아봐.”“손정원 여사님의 중독 문제부터 해결되어야 채아도 다른 일에 신경 쓸 기력이 생길 거야.”“지금 무작정 찾아가 봤자 채아 시간만 뺏는 꼴밖에 안 돼.”그 말은 지극히 타당했다. 하지훈도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온채아에게는 지금 다른 일에 쏟을 여유가 조금도 없었다.자신들이 친가족인 것은 맞지만 지난 수년간 온채아를 곁에서 지키고 보살핀 건 여승운과 손정원이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명분 하나로 무작정 들이닥쳐 온채아가 가장 힘들고 혼란스러운 때에 억지로 기뻐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하지훈은 위층을 슬쩍 보더니 곁에 있던 집사에게 물었다. “하예원은 별다른 움직임 없어요?”“네. 없습니다.” 집사는 고개를 저었다.하희민은 차갑게 웃었다. “무슨 움직임이 있겠어? 그저 기다리고 있겠지...”말이 끝나기 전, 검은색 리무진 한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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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0화

평소 하도연은 하선호가 실어준 권위 덕분에 하씨 가문의 크고 작은 일을 도맡아 결정해 왔지만 단 한 번도 하선호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른 적은 없었다. 그녀는 언제나 효심 깊은 딸이었다. 하지만 오늘 그녀의 태도는 사실상 처음으로 하선호의 체면을 깎아내린 셈이었다.자식들에게 잇달아 이런 대접을 받자 하선호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녹음기를 낚아채듯 가져가고는 엄하게 꾸짖었다.“경성이라는 곳에 무슨 마가 끼었길래 너희 남매가 죄다 이렇게 된 거야!”그 말에 강미진의 표정은 더욱 차갑게 식어갔다. “일단 녹음이나 들어보세요.”하선호가 하예원을 감싼 게 지금이 처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하선호를 이해하고 싶지도,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저 밖에서 모진 고생을 다 한 온채아를 하루빨리 집으로 데려오고 싶을 뿐이었다.하선호는 기세가 조금 꺾인 듯 마지못해 녹음기를 틀었다. 그 녹음은 하도연이 지난번 해성에 갔을 때 가사 도우미들의 입을 통해 알아낸 전말이 담겨 있었다. 하선호의 표정은 녹음 내용을 들으면 들을수록 복잡하게 뒤틀렸다.녹음이 채 끝나기 전 하도연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그녀는 옆으로 비켜서 전화를 받았다. “소식 있어?”“있습니다만, 좋은 소식은 아닙니다.”서진은 분석 보고서를 받자마자 모든 인맥과 자원을 동원해 독약의 출처와 해독제의 행방을 추적했다.“말해.”서진은 독약의 유래를 간단히 설명한 뒤 덧붙였다. “해독제는 단 하나뿐인데 하예원 씨가 거액을 주고 이미 사 갔습니다.”“처방은?”“없습니다.”서진은 신속히 설명을 이어갔다. “독약을 개발한 사람이 작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유가족들은 너무 많은 업보를 쌓았다고 생각해서 독약과 해독제 처방을 화장터에서 전부 태워버렸다고 합니다.”“그런데 과거 조수가 완제품 하나를 몰래 빼돌려 보관하고 있다가 열흘 전 하예원 씨에게 비싼 값에 넘긴 모양입니다.”하도연은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전화를 끊은 뒤 그녀의 안색은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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