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Chapter 831 - Chapter 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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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1화

하도연은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 뒤에야 가볍게 웃으며 맞받아쳤다.“그건 구온 그룹과 한빛 그룹 사이의 사업 문제인데, 구 대표님이 저를 찾아오신 건 사람을 잘못 찾으신 게 아닌가요? 저는 자세한 사정은 잘 모릅니다.”당연히 하도연이 무언가를 인정할 리 없었다. 괜히 이 남자가 또 뒤에서 칼을 꽂게 할 빌미를 줄 필요는 없었으니까.예를 들면 하용건에게 찾아가 고자질을 한다든가.그녀가 앞뒤가 다른 짓을 했다는 걸 알면 하용건도 분명 불쾌해할 것이다.이미 할아버지와 사이가 틀어질 대로 틀어졌지만, 그렇다 해도 굳이 가까운 가족과의 갈등을 더 키울 이유는 없었다.“모른다고요?”구정훈은 그녀의 태연한 말에 막혀 순간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성유준이 지훈이랑 가까운 사이인 거 모르는 사람이 없어. 이런 시기에 성유준이 구씨 집안을 치는데, 정말 네가 아무 상관 없다고 말할 수 있어?”“구 대표님.”하도연은 찻잔을 내려놓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성유준 대표는 한빛 그룹의 대표입니다. 성 대표가 내리는 모든 결정은 한빛 그룹의 사업상 이익을 기준으로 하는 거고, 저는 관여하지도 않고 관여할 권한도 없어요. 성유준 대표의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직접 그분과 이야기하세요. 굳이 저를 거쳐 갈 필요 없습니다.”빈틈 하나 없는 공식적인 답변이었다.구정훈은 몇 초 동안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인내심이 금방이라도 바닥날 것 같았다.그는 하도연이 성유준이 왜 움직였는지 정말 모를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지금 하는 말은 그저 자신의 입을 막기 위한 말이었다.하지만 문제는 그가 반박할 증거를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구정훈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한층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좋아. 공적인 얘기를 하기 곤란하다면 사적인 얘기를 하자. 도연아, 이번 일은 내가 잘못한 거 인정해. 내가 사과할게, 미안해.”하도연은 아무 표정 없이 그를 바라봤다.“무슨 일을 말하는 건데?”그녀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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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2화

구정훈은 접견실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서진이 노트를 정리하고 녹음기까지 껐는데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아, 결국 서진이 문 앞에 서서 거의 5분이나 기다려야 했다.“구 대표님, 하 국장님은 오후에도 회의가 있으십니다.”서진의 말투는 예의 바르면서도 차가웠다.“직접 나가시겠습니까, 아니면 사람을 불러 모셔다드릴까요?”그제야 구정훈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입가에 억지스러운 미소가 걸렸다.“괜찮아요. 그럴 필요 없어요.”구정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장을 정리한 뒤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건물 밖으로 나오자 강준태가 이미 차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구정훈을 보자 얼른 다가왔다.“대표님, 어떻게 됐어요?”구정훈은 뒷좌석에 올라 문을 닫은 뒤에야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회사로 가.”강준태는 룸미러로 구정훈의 안색을 살피고는 더 묻지 못했다.차가 정문을 빠져나갈 때쯤, 구정훈이 불쑥 입을 열었다.“그 의사는 어떻게 됐어? 알아본 건?”“아직 확실하게 알아낸 건 없습니다.”강준태가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이름은 온채아고, 한의원에서 진료를 보면서 한빛 그룹의 항암 신약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는 정도만 확인했습니다. 그 밖의 정보는 워낙 철저하게 막혀 있어서...”“성 대표하고는? 사적으로도 만나는 사이야?”“그게...”강준태가 난감한 듯 쓴웃음을 지었다.“아무래도 여기가 성씨 가문 영향력이 강한 곳이다 보니, 알아보는 데 한계가 있어요.”“그럼 다른 방법을 찾아.”구정훈은 눈을 감은 채 좌석에 몸을 기댔다. 말투에는 자신도 모르게 집요함이 묻어났다.“온채아와 성유준의 사적인 관계부터 알아봐. 어디 출신인지, 하씨 가문과는 어떤 관계인지도 다 알아봐야 해.”구정훈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성유준이 하지훈 한 사람 때문에 경성에서 구씨 집안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크게 움직일 이유가 없었다.그렇다면 그사이에 자신이 모르는 다른 연결고리가 있는 게 분명했다.한편 하도연은 사무실로 돌아와 자리에 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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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3화

구정훈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만났어요.”“뭐라고 하더냐?”구진택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구정훈은 맞은편에 앉아 잠시 침묵하다 낮게 말했다.“나서지 않겠다고 합니다.”구진택은 한참 동안 손자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싸늘하게 웃었다.“도연이가 안 나서겠다는 거냐, 아니면 네가 제대로 부탁할 생각조차 없었던 거냐?”구정훈이 고개를 들었다.“할아버지, 저 정말 부탁하러 갔어요.”“부탁?”구진택이 그 단어를 되풀이했다. 목소리가 무겁게 가라앉았다.“사람한테 부탁하러 가면서 뭘 들고 갔어? 진심이냐, 아니면 또 네 머릿속 계산이냐?”구정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정훈아, 내가 네가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모를 것 같으냐?”구진택이 테이블을 세게 내리쳤다.“그 사진들이 어떻게 인터넷에 올라갔는지 네가 제일 잘 알 것 아니야!”구정훈의 손가락이 순간 굳었다.“오늘 오래된 친구 하나를 만났다. 그 친구 아들이 하씨 가문과 인연이 좀 있더구나.”구진택은 구정훈을 똑바로 바라봤다.“하씨 가문에서 사진 출처를 계속 추적한 끝에 결국 너와 북영시 허씨 가문 그 아가씨까지 찾아갔다는 얘기를 들었다.”“할아버지.”“설명할 필요 없어.”구진택이 손을 들어 말을 잘랐다.“네 속셈을 내가 이 나이 먹고도 모를 것 같아? 여론을 이용해서 도연이를 몰아붙이고, 이혼을 늦추려고 했겠지. 네가 무슨 생각으로 시작했든 상관없어. 중요한 건 결과야.”사실 그는 이런 수단에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구씨 가문에 이득만 된다면 어떤 짓이든 상관없었다. 하지만 제 무덤을 스스로 파는 것은 멍청한 짓이었다.구진택이 호통쳤다.“그래서 결과가 뭐야? 성유준이 움직였고, 구씨 집안은 프로젝트를 날렸어. 이 늙은이가 오늘 하루 종일 사람들 눈치를 보며 질문을 받아야 했는데, 제대로 대답할 말이 한마디도 없었어.”“머리를 굴린 건 좋았으나, 한 가지를 잘못 계산했구나.”구진택이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또박또박 뱉었다.“하도연이 그 나이에 지금 자리에 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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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4화

온채아는 낮잠에서 깨어났다. 창밖은 어느덧 노을이 져 어둑해지고 있었다.몽롱한 정신을 채 추스르기도 전에 아래층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온채아가 니트 카디건을 걸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보니 하도연이 막 현관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한 손에는 정갈한 디저트 상자를, 다른 손에는 과일 봉투를 들고 있었다.“도연 언니.”온채아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 그녀의 시선은 가장 먼저 디저트 상자로 향했다.“치즈케이크예요?”먹을 것부터 보는 모습에 하도연도 웃음이 났다.“맞아. 대신 밥부터 먹고. 케이크는 저녁 먹고 먹어.”“알겠어요.”온채아는 순순히 대답하고 하도연에게서 디저트 상자를 받아 가정부에게 건넸다. 그러고는 하도연의 팔짱을 끼고 거실로 걸어가며 물었다.“언니는 밥 먹었어요?”“회의 끝나자마자 바로 온 거라 아직 못 먹었어.”하도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미숙이 주방 쪽에서 고개를 내밀었다.“잘됐네. 안 그래도 이 시간에 올 것 같아서 경애한테 반찬 두 가지 더 하라고 했어. 밥 못 먹고 왔을 것 같더라.”“할머니, 또 신경 쓰시게 했네요.”하도연이 웃으며 인사하자 이미숙이 손을 내저었다.“뭘 그런 걸 가지고. 네가 와 주면 내가 더 좋지.”이미숙은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 식사를 챙겼다.온채아가 하도연을 식탁으로 데려가 앉히자 얼마 지나지 않아 따뜻한 집밥 몇 가지가 차려졌다.하도연은 천천히 식사했지만, 온채아는 하도연이 반찬을 집다가 가끔 저도 모르게 배 윗부분을 문지르는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아주 작은 동작이었다. 거의 습관처럼 보일 정도였다.몇 번 더 지켜보던 온채아가 결국 물었다.“도연 언니, 속 안 좋아요?”하도연이 잠시 멈칫하다 젓가락을 내려놓고 웃었다.“원래 좀 그래. 요즘 회의가 많아서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거든.”“그러면 안 되죠.”온채아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찬장에서 위에 좋은 차를 꺼내 따뜻하게 우린 후 하도연 앞에 놓으며 말했다.“일단 이거부터 마셔요. 속을 좀 편하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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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5화

“성낙이요.”온채아가 웃으며 말했다.“오빠는 그냥 아이가 평생 즐겁게 살면 그걸로 됐다고 하더라고요.”하도연이 잠깐 멈칫하더니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참... 소박하네.”“그렇죠? 저도 너무 대충 지었다고 생각해요.”온채아는 투덜거리듯 말을 이어 갔다.“저는 진짜 오래 고민해서 몇 개나 생각했는데, 오빠는 제가 지은 이름도 하나같이 마음에 안 든대요.”아이 이름을 짓는 문제만큼은 두 사람이 서로의 취향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하도연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그래서 결국 정한 건 없어?”“아직이요.”온채아는 한숨을 쉬면서도 전혀 조급해하지 않았다.“아기 태어나고 정해도 늦지는 않잖아요.”두 사람은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이야기를 하다 온채아는 강미진의 다리가 얼마나 좋아졌는지 물었고, 하희민의 출장이 잘 풀리고 있는지도 물었다. 하지훈이 아직 정다슬을 쫓아다니고 있는지도 잊지 않고 물었다.사소해 보이는 일까지 온채아는 모두 마음에 담아 두고 있었다.하도연은 하나씩 대답해 주면서 중간중간 온채아의 몸 상태도 확인하고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당부했다.소파 쿠션에 기대 있던 온채아가 문득 말했다.“도연 언니, 언니네 가족은 다 좋은 사람들인 것 같아요.”하도연은 잠시 동작을 멈췄다.“사모님도 저한테 잘해 주고, 언니도 잘해 주잖아요. 희민 오빠랑 지훈 오빠도 그렇고요. 할아버지랑 할머니도 일부러 저 보러 와 주셨고요.”온채아는 창밖의 앙상한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가끔은... 저한테 가족이 갑자기 엄청 많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하도연이 손에 든 잔을 꽉 움켜쥐었다.하도연은 고개를 돌려 온채아를 바라봤다. 창가로 들어온 햇빛이 온채아의 옆얼굴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그 평온하고 부드러운 얼굴을 보고 있자 하도연은 하마터면 그대로 말할 뻔했다.‘우리는 원래 한 가족이야.’하지만 하도연은 결국 온채아의 둥근 배를 보고 말을 삼켰다.하도연이 잔을 내려놓고 온채아의 어깨를 가볍게 눌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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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6화

성유준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먼저 온채아의 손을 잡고 손등을 살짝 눌러 보았다. 그녀의 손이 따뜻한 걸 확인하고서야 낮게 말했다.“위에 올라가서 얘기하자.”오히려 그 행동 때문에 온채아의 마음은 더 불안해졌다.온채아는 성유준을 너무 잘 알았다. 아무 일도 아니라면 성유준이 저렇게 굴 리 없었다.온채아는 더 묻지 않고 성유준을 따라 2층 서재로 올라갔다.문이 닫히자 성유준은 온채아를 소파에 앉히고 옆에 자리한 뒤에야 입을 열었다.“성일이한테서 소식 왔어.”온채아의 숨이 순간 멎었다.“서 회장님이요?”“그래.”성유준은 휴대폰에서 암호화된 파일 하나를 열어 온채아에게 건넸다.“M국에서의 기록은 정말 깨끗해. 너무 깨끗해서 거의 모든 흔적이 완벽할 정도야. 그런데 성일이가 혹시 몰라서 서강진의 예전 입원 기록까지 따로 알아봤어.”온채아는 화면을 내려다보며 한 줄씩 읽었다.“뭐가 이상한데요?”“수술을 받은 기록이 있어.”성유준이 화면의 날짜를 손끝으로 짚었다.“집도의, 마취과 의사, 수술실 간호사까지 전부 문제없어. 그런데 환자 사진만 비어 있어.”온채아의 가슴이 철렁했다.“사진만요?”“정확히는 누군가 일부러 지운 흔적이 있어.”성유준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다른 환자 사진은 전부 남아 있는데 서 회장님 것만 없어.”온채아는 의료인으로서 본능적으로 물었다.“무슨 수술이었어요?”“관상동맥 우회술.”그 말을 듣자 온채아의 미간이 바로 좁혀졌다.“혹시 병원 기록이 잘못된 건 아닐까요?”온채아는 기억을 더듬고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서강진 회장님 맥을 여러 번 짚었어요. 심장에 그런 문제가 있었을 리 없어요.”아무리 회복이 잘됐다고 해도 큰 심장 수술을 했다면 맥에 흔적이 남기 마련이었다.온채아는 자기 실력을 믿었다. 그런 큰 이상을 한 번도 알아채지 못했을 리 없었다.성유준의 표정이 잠깐 굳었다. 그는 온채아를 향해 고개를 돌렸고, 그의 눈빛에 드리워졌던 압박감이 조금 누그러졌다.온채아는 성유준과 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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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7화

강태무는 진지하게 생각해 봤다.“완전히 끊긴 적은 없는 것 같은데? 굳이 꼽자면 몸이 많이 안 좋았던 시기에 한두 달 정도 전화를 안 했던 적은 있어.”“그럼 그 시기 이후에 달라진 점은 없었어요?”온채아는 그저 문득 떠올라 묻는 것처럼 최대한 자연스럽게 말했다.“달라진 점이라니?”강태무가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부모님이 한 번 얘기한 적은 있어. 몸이 크게 안 좋아지고 나서 성격이 꽤 바뀌었다고. 원래는 말도 많고 활달한 편이었는데 그 뒤로 말수가 줄었다더라. 엄마는 크게 한번 아프고 나니까 사람이 생각이 달라진 것 같다고 했고.”온채아는 고개를 숙였지만 마음속 긴장감이 점점 더 강해졌다.큰 병을 앓고 마음가짐이 달라져 성격까지 변한 거라면 이상하지 않을 수 있었다.하지만 만약...“아, 맞다.”강태무가 무언가 생각난 듯 목소리를 가볍게 바꿨다.“너는 갑자기 그걸 왜 물어봐?”“아무것도 아니에요.”온채아가 자연스럽게 웃었다.“며칠 뒤에 약 처방을 바꿔 드려야 해서 그냥 생각나서 물어본 거예요.”“그래. 너도 일찍 쉬고 너무 무리하지 마.”강태무는 몇 마디 당부하고 온채아에게 별일이 없다는 걸 확인한 뒤 전화를 끊었다.온채아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성유준을 바라봤다. 그녀의 표정은 이미 완전히 굳어 있었다.“태무 오빠 말로는 부모님이랑 서강진 회장님이 계속 연락은 했대요. 다만 서 회장님 몸이 안 좋았던 때 한두 달 정도 연락이 뜸했던 적이 있었고요.”온채아가 잠시 멈췄다가 덧붙였다.“아마... 관상동맥 우회술을 받았다는 바로 그 시기일 거예요.”성유준의 눈빛이 깊어졌다.“그렇다면 사람이 바뀐 시점도 그때일 가능성이 크겠네.”온채아가 입술을 꾹 다물었다.“그럼 지금의 서강진은 대체 누구예요?”“누구든 간에...”성유준이 온채아의 손을 잡았다.“박명하와 관계없는 사람일 수는 없어. 어쩌면 지금의 서강진이 박명하 본인일 수도 있고.”성유준은 손에 조금 힘을 줬다.“이건 내가 알아볼게. 너는 너랑 아기만 잘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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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8화

“그런 뜻은 아니에요.”강준태는 곧바로 부정하고 말을 이었다.“들리는 얘기로는 온 선생님이 성씨 가문 내 위치가 상당히 높다고 합니다. 성 대표님 곁의 두 명의 비서는 물론 임 비서님까지 온 선생님을 무척 깍듯하게 대한다고 합니다. 대표님의 여자친구를 대한다기보다 사모님을 모시는 분위기에 가깝다고 하고요. 게다가 성 대표님이 최근 웨딩드레스 디자이너까지 알아보고 있다는 얘기도 있어요.”구정훈의 미간이 크게 움직였다.“웨딩드레스?”“네.”강준태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아직 대외적으로 발표한 건 아니지만 현재 상황만 보면 성 대표님과 온 선생님은 결혼을 준비하는 것 같아요.”서재 안이 몇 초 동안 조용해졌다.구정훈이 천천히 허리를 폈다.‘결혼이라. 성유준이 결혼한다고?’구정훈은 순간 잘못 들은 줄 알았다.성유준이 어떤 사람인가. 예전에 경영권을 잡을 때 친삼촌까지 감옥에 보낸, 경성 재계에서는 냉정하고 인정 없는 사람으로 유명했다.그동안 얼마나 많은 집안에서 딸을 성씨 가문에 들이려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성유준은 모두 거절했다.하용건조차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성유준 같은 성격이면 평생 혼자 살지도 모른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그런 성유준이 결혼을 한다고? 그것도 특별한 집안 배경도 없는 젊은 여의사와?무엇보다 강준태가 경성에서 이런 정보까지 알아낼 수 있었다는 건 성유준이 일부러 막지 않았다는 뜻이었다.그만큼 정보가 사실일 가능성도 높았다.그럼에도 구정훈은 선뜻 믿기 어려웠다.“확실해?”“십중팔구는 사실일 거예요.”강준태는 단정하지 않았다.“어쨌든 저희가 확인한 내용은 그렇거든요.”구정훈은 서류에 끼워진 온채아의 사진을 한참 바라봤다.사진 속 온채아는 여전히 눈매가 휘도록 부드럽게 웃고 있었다. 착하고 예쁜 여자였지만 집안 배경만 놓고 보면 가진 것 하나 없어 보였다.그런데 그 여자 하나 때문에 성유준이 이렇게 크게 움직이다니.온채아를 위해 성유준은 오랫동안 지켜 온 입장과 원칙까지 깨고 구씨 집안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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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9화

온채아의 출산 예정일이 가까워지자 강태무는 두말없이 온채아의 하루 진료 예약 인원을 거의 3분의 1이나 줄여 버렸다.오전 11시가 되기 전에 간호사가 들어와 밖에 남은 환자가 두 명뿐이라고 알려 줬다.온채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려는데 간호사가 덧붙였다.“참, 환자 한 분이 추가 접수를 부탁하시는데요. 처음 오신 분이에요.”강태무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온채아에게 추가 예약을 잡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지만, 접수대에 있던 남자는 간호사들 점심까지 직접 주문해 주었다. 거절하기도 어렵고, 음식을 버리자니 아까웠다.밥까지 받아 놓고 너무 매몰차게 거절하기도 조금 그랬다.온채아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그냥 추가해 주세요.”아직 시간도 넉넉했다.세 명만 더 보면 12시 전에 딱 끝내고 집에 가서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간호사가 안도하며 말했다.“네, 그럼 그렇게 할게요.”앞의 두 환자는 모두 재검진이라 진료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30분도 지나지 않아 온채아는 컴퓨터로 마지막 번호를 호출했다.얼마 뒤 진료실 문이 열리고 키가 큰 남자가 들어와 맞은편에 앉았다.온채아는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가 남자의 얼굴에서 잠시 시선을 멈췄다.남자는 재단이 좋은 짙은색 코트를 입고 있었다. 온화한 눈매에 적당한 미소까지 걸고 있어 아주 교양 있어 보였다.그런데 온채아는 이상하게 그 얼굴이 낯익었지만 어디에서 봤는지는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온 선생님.”남자가 먼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성은 구씨예요. 요즘 위가 좀 불편해서 지인 소개를 받고 찾아왔어요.”온채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진맥용 쿠션을 가리켰다.“손목부터 올려 주세요. 맥을 볼게요.”구정훈은 말없이 자연스럽게 손목을 내밀었다.온채아는 손가락을 구정훈의 손목에 올리고 고개를 숙여 맥을 짚었다.맥 자체는 비교적 안정적이었다.“구 선생님, 위에 큰 문제는 없어요.”온채아는 손을 거두고 진료 기록을 적으면서 설명했다.“평소에 생각이 많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시죠? 그 영향으로 위장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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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0화

“도연 언니 남편이시군요.”온채아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이미 구정훈의 정체를 확신한 상태였다.“네, 맞아요.”구정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니 온 선생님께서 괜찮으시다면...”“구 선생님.”온채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진료 기록을 덮으며 예의 바르지만 단호한 말투로 딱 잘라 말했다.“저는 의사일 뿐이고 환자분의 가정사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도연 언니와 오해가 있으시다면 직접 언니를 찾아가세요. 다른 사람을 통해 돌아서 해결하려 하지 마시고요.”구정훈의 얼굴에 걸려 있던 미소가 굳어졌다.구정훈은 눈앞의 온채아를 몇 초 동안 바라봤다. 겉으로는 부드럽고 순해 보이는 이 여자를 다시 판단해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온채아는 더 말할 틈을 주지 않고, 구정훈과 정면으로 시선을 마주하며 차갑게 말했다.“그럼 조심히 가세요.”온채아는 이 남자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결혼 생활에서 다른 여자와 문제를 일으킨 것도, 하도연을 계산적으로 몰아붙인 것도 모두 불쾌했다.구정훈은 결국 더 말하지 않고 온채아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인 뒤 진료실을 나갔다. 그의 발걸음은 여전히 느긋하고 침착했다.하지만 한의원 밖으로 나서는 순간, 얼굴에 걸린 미소는 완전히 사라졌다.강준태가 빠르게 다가왔다.“대표님, 어떻게 됐어요?”“생각보다 경계가 훨씬 심하네.”구정훈은 원래 스무 살을 갓 넘긴 젊은 여의사라면 사람을 이렇게까지 단호하게 잘라 내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구정훈은 차에 올라타며 굳은 얼굴로 말했다.“그래도 하도연을 부르는 말투가 꽤 친근하더구나. 평범한 의사와 환자 사이처럼 보이지는 않아.”강준태가 잠시 멈칫했다.“그러면 대표님 생각은...”“성 대표가 구온 그룹을 친 이유는 아마 온채아 때문일 거야. 하씨 가문도 분명 저 여자와 뭔가 연결돼 있어.”구정훈은 눈을 감고 무릎 위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온채아와 하씨 가문 사이에 더 깊은 관계가 있는지 확실히 알아봐. 최대한 빨리.”차가 천천히 한의원을 떠났다. 구정훈은 룸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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