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준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그럼 누구겠어?”구씨 집안사람들이 성유준과 온채아의 관계를 대놓고 알아보고 다니는 동안 성유준은 일부러 아무것도 감추지 않았다.구정훈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게 되면 적어도 온채아에게 함부로 접근하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구씨 집안이 후계자를 고르는 안목이 이 정도로 형편없을 줄은 몰랐다.이렇게까지 어리석을 줄이야.구정훈은 마른침을 삼키며 빠르게 말을 정리했다.“성 대표님, 이번 일은 제가 경솔했어요. 저는 그저 온 선생님을 통해 하씨 가문의 입장을 조금 알아보려 했을 뿐이고, 불쾌하게 만들 생각은 없었어요. 만약 제가 그분이...”구정훈은 거기까지 말하고 잠시 멈췄다.강준태가 성유준이 별다른 배경 없는 여자 의사와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고했을 때도 구정훈은 반신반의했다.그런데 이제 성유준이 직접 온채아가 자기 아내라고 말했다.“그 사실을 알았으면 안 갔을 것 같아?”성유준이 구정훈의 말을 끊었다. 그의 목소리는 싸늘했다.“구 대표는 아마 티 안 나는 방법을 찾았겠지. 당신은 늘 자신이 남들보다 똑똑하다고 믿고, 다른 사람은 전부 당신이 움직일 수 있는 바둑알처럼 생각하니까.”구정훈은 말문이 막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성유준은 손가락으로 책상을 가볍게 두 번 두드린 뒤 천천히 말을 이었다.“구정훈, 나는 원래도 너한테 어느 정도 여지는 남겨 두고 있었어.”구정훈이 뜻밖이라는 듯 멈칫했다.이렇게까지 몰아붙인 게 여지를 남긴 거라고?하지만 구정훈은 반문하지 못했다.괜히 전화기 너머의 성유준을 다시 자극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구정훈은 빠르게 생각을 정리하고, 하씨 가문 어른들 앞에서나 쓰던 공손한 목소리로 말했다.“성 대표님, 이번 일은 제가 충분히 생각하지 못했어요. 온 선생님과 대표님의 관계를 모르고 불쑥 찾아간 건 제 잘못이에요.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이 없도록...”“앞으로?”성유준이 마치 비웃는 듯, 아주 나지막하고 옅은 목소리로 말했다.“구정훈, 너한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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