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연은 휴대폰을 쥔 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전화기 너머, 하용건은 그녀가 대답이 없자 목소리를 한층 더 낮췄다.“도연아,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느냐?”“네, 알아들었어요.”하도연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할아버지께서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하신다면 조금 더 기다릴게요.”하용건은 그녀가 이렇게 순순히 대답할 줄 몰랐는지 오히려 잠시 침묵했다. 그녀의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 가늠하는 듯했다.잠시 후 하용건이 느릿하게 말했다.“네가 이해했다니 다행이구나. 내가 네 이혼을 막겠다는 게 아니다. 지금 이혼하면 너한테도, 하씨 가문에도 좋을 게 없다는 거지. 여론이 완전히 잠잠해지고 나면 네가 뭘 하든 할아버지가 막지 않으마.”“네.”하도연은 더 말하지 않고 깔끔하게 통화를 끝냈다.휴대폰을 책상 위에 내려놓으려던 순간, 통화 기록에 부재중 전화 한 통이 더 찍혀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하지훈에게서 온 전화였다.미처 다시 전화를 걸기도 전에 두 번째 전화가 걸려 왔다.“누나, 나 방금 비행기에서 내렸어. 지금 북영시야.”수화기 너머로 공항 안내 방송이 섞인 하지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걱정하지 마. 늦어도 내일까지는 구정훈이 이번 일에 연관됐다는 증거, 반드시 찾아낼게.”하도연은 다급하게 몰아붙이는 그의 말투를 들으며 무심코 미간을 문질렀다.“이제 조사 안 해도 돼. 돌아와.”“뭐?”하지훈이 확연히 당황했다. “이 일을 그냥 넘어가겠다고?”“이미 증거를 손에 넣었어.”“벌써?”하지훈의 목소리가 잠시 끊겼다.“무슨 증거?”“민호가 방금 구정훈이랑 허예리가 통화한 녹음 파일을 보내줬어.”하도연은 그간의 일을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전화기 너머로 2, 3초쯤 조용해졌다.“그 녀석, 움직임 하나는 빠르네.”하지훈의 목소리에는 의외라는 기색이 묻어났다.잠시 망설이던 그가 물었다.“그럼 누나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증거까지 생겼으니 할아버지도 더는 이혼을 막을 수 없잖아.”“방금 할아버지한테도 보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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