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훈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네가 더 잘 알잖아.”“난 모르겠는데.”하도연이 차갑게 웃었다.“네 말대로 채아가 내 동생이라고 가정하면, 이 사실이 네 입에서 새어 나가는 순간 하씨 가문이 널 어떻게 대할지 역시 짐작할 수 있겠지.”구정훈은 이미 모든 걸 걸기로 한 듯했다.하지만 말투까지 강경해진 건 아니었다.“성 대표가 손만 떼면 난 무조건 입 다물고 있을 거야.”“도연아, 난 그냥 지금 내가 가진 걸 지키고 싶을 뿐이야. 너랑 끝까지 가보겠다는 생각은 없어.”하도연은 구정훈이 무엇을 걸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구정훈은 하도연이 온채아를 걸고 모험하지 못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온채아는 임신 중이었고, 출산이 코앞이었다.갑자기 자신의 출생을 알게 되고, 강미진의 두 다리가 과거 자신을 쫓다가 다친 탓이라는 사실까지 알게 된다면 온채아의 성격상 분명 지나치게 자책할 것이다.지난번에는 하씨 가문이 양부모의 죽음과 관련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만으로도 오랫동안 괴로워했다.이제 이 진실이 덮쳐온다면, 그녀는 잠조차 제대로 이루지 못할 것이다.“말해.”하도연은 소리 없이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조건이 뭔지 한 번에 다 말해.”구정훈은 잠시 멍해졌다.하도연이 이렇게 빨리 물러설 줄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하지만 그는 곧 정신을 차렸고, 목소리에 감추지 못한 만족감이 묻어났다.“첫째, 성 대표가 손을 떼게 해. 경성에서 중단된 사업은 모두 원상 복구하고. 둘째...”구정훈이 잠시 말을 끊었다.“이혼은 당분간 미뤄야 해.”하도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 두 가지만 지켜지면 약속할게. 온채아는 내 입에서 절대 들어선 안 될 말을 듣지 않을 거야.”“얼마나 미룰 건데?”하도연의 목소리에서는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내 쪽 일들이 정리될 때까지.”구정훈은 정확한 기간을 말하지 않았다.“알잖아. 지금 내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아. 시간이 필요해.”하도연은 꽤 오랫동안 침묵했다.창밖은 서서히 어두워졌고, 방 안에는 플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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