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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내 남편의 아내: Chapter 11 - Chapter 20

100 Chapters

제11화

결국 심하온의 손길이 필요했다.전에 그녀더러 강다인을 많이 챙겨주라고 했을 때 별로 내키지 않아 하던 기억이 떠올랐다.그래도 뭐, 대충 달래주면 거절하진 않을 거라고 강선우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먼저 나가봐. 그리고 하온이... 심 비서 들어오라고 해.”강선우는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고 몇 마디 달래주며 신상 명품백을 사주겠다고 약속한 후에야 간신히 강다인을 사무실에서 내보냈다.심하온이 보이지 않아서 다른 사람에게 여쭸더니 탕비실에 있다고 했다.강다인은 탕비실에 들어가 한창 커피를 내리는 심하온을 발견했다.커피 향기가 사방에 퍼졌지만 강다인의 마음속 분노와 질투를 가라앉히지는 못했다. 그녀는 차가운 눈길로 심하온의 등 뒤를 노려보며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심하온은 분명 뒤돌아보지 않았지만 마치 누가 왔는지 아는 듯 담담하게 물었다.“용건 있어요?”“선우 오빠가 대표실로 오래요.”강다인이 차갑게 말했다.그녀의 말을 듣고도 심하온은 서두르지 않았다. 느릿느릿하게 커피를 내리고 잔에 따른 후 설탕 한 조각을 넣고 천천히 휘젓기 시작했다.그녀의 태도에 강다인은 더욱 화가 났다.“내 말 안 들려요?”“강다인 씨.”심하온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약간의 날카로움이 담겨 있었다.“부탁할 때는 부탁하는 자세를 취해야죠.”“뭐?”강다인은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버럭 화를 냈다.“너지? 네가 뒤에서 수작 부린 거지? 일부러 고객한테 말해서 날 괴롭히게 한 거잖아!”“괜한 생각 말아요.”심하온이 경멸의 미소를 날렸다.그녀는 아무것도 안 했지만 이런 결과가 닥칠 걸 진작 예상했다.첫째, 프로젝트가 마무리 단계라 딱히 어려운 일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둘째, 그녀는 강다인이 아무 능력도 없다는 걸 너무 잘 안다.대학 시절부터 강다인과 접촉했었고, 예전에 강선우한테서 그녀에 관해 무심코 들은 얘기가 있어 얼추 짐작이 갔다.가장 중요한 것은 만약 강다인이 정말 능력이 있었다면 강선우도 굳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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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밖에서 동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하지만 심하온은 잠시 멍해졌을 뿐, 이내 원래대로 돌아왔다.그녀는 즉시 밖으로 나가지도, 얼굴에 당황한 기색을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히 과일 주스를 한 잔 더 따르고는 탕비실에서 나왔다.비서실 직원들은 일제히 그녀를 쳐다보다가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다들 얼굴에 궁금증과 오지랖이 담겨 있었다.아까 탕비실에는 심하온과 강다인, 단 두 사람만 있었다.강다인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고 커피로 뒤덮인 얼굴로 안에서 뛰쳐나왔다...이 광경은 모두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강다인이 방금 심 비서가 오랫동안 담당했던 프로젝트를 빼앗았으니, 심 비서가 화가 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회사에서 공개적으로 그녀에게 커피를 뿌리는 것은 좀...심하온은 강다인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그렇다면 지금쯤 대표실에서 강선우에게 고자질하고 있을 게 뻔하다.생각을 마친 그때, 사무실 문이 열리고 분노에 찬 강선우가 안에서 걸어 나왔다.심하온을 보자 그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그는 차갑게 쏘아붙였다.“사무실로 따라와.”“그럴 필요는 없을 텐데요.”심하온은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가 그 자리에 멈춰 섰다.“할 얘기 있으면 여기서 해요. 다들 있는 자리에서.”“심 비서!”강선우가 이를 박박 갈았다.‘심하온 너 진짜! 어떻게 다인이한테 커피를 뿌려?’그녀의 체면을 생각해서 사무실로 불렀는데 되레 거절한다고?이때 강다인도 안에서 나왔다. 물티슈로 얼굴을 닦으며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오빠... 대표님, 화내지 마세요. 심 비서님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예요. 비록 커피가 뜨거웠지만 저 이렇게 멀쩡하잖아요. 전 정말 괜찮으니 그냥 넘어가요.”“그렇게 뜨거운 커피를 감히 네 얼굴에 뿌려?”강선우가 목소리를 한껏 내리깔며 안쓰러운 눈길로 강다인을 쳐다봤다.이에 강다인은 고개를 숙이고 몰래 입꼬리를 씩 올렸다.그녀는 심하온과 꽤 오랫동안 대치해서 커피 온도가 충분히 내려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감히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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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강선우의 분노에 비해 심하온은 오히려 태연자약했다.“대표님, 제가 기억하기로 사적인 일을 회사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하신 분이 대표님 같은데요.”강선우의 동공이 흔들렸다.“왜요? 강다인 씨한테는 해당하지 않는 거예요?”“아무리 그래도 주스를 뿌리면 안 되지.”강선우는 짜증스럽게 넥타이를 풀었다.심하온은 그의 말에서 바로 포인트를 잡아냈다.“그럼 사실 대표님도 내가 탕비실에서 강다인 씨한테 커피를 뿌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계셨네요?”그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다인 편을 들었다.강선우의 눈빛이 약간 흔들렸다.“다인이는...”사실 방금 심하온의 태도를 보고 그는 대체로 상황 파악이 됐다.커피는 심하온이 뿌린 게 아니라 강다인의 자작극이라는 것을.하지만 강선우는 차마 강다인을 질책할 수가 없었다.그녀의 처지가 너무 딱하니까... 강선우를 그토록 사랑하는데 양동생이라는 신분 때문에 당당하게 그와 함께할 수 없었고, 해외에서 결혼한 후에도 망할 전 남편에게 가정폭력을 당했다. 아이를 너무나도 원하지만 정작 그녀는 불임이라고 한다.그런 강다인을 어떻게 질책할 수 있겠는가?결국 그는 심하온에게 모든 화살을 돌렸다.하지만 지금 심하온의 눈빛을 바라보고 있자니 막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사실 심하온도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교통사고라는 큰일도 강다인을 위해 숨겨주는 인간이 이런 사소한 일에 편을 드는 게 뭐가 대수라고?한참 후, 강선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훨씬 부드러워졌다.“됐어, 하온아. 다인이가 아직 어려서 철없이 군 거야. 너무 따지려 들지 말고 네가 좀 봐줘.”그는 심하온 앞에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요즘 새로 나온 가방이 있다던데 하나 사줄까?”심하온은 그의 손을 빼냈다.“필요 없어요.”누구한테 들은 걸까? 강다인?이 남자가 또 똑같은 선물을 두 사람에게 나눠주려고 수작을 부리고 있었다.“날 봐서라도 기분 좀 풀자. 네가 기분 안 좋으면 나도 마음이 안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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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강다인은 빠르게 강선우 곁으로 다가가 그의 팔을 잡고 울기 시작했다.“오빠가 나한테 이 프로젝트 준다고 했잖아요? 만약 이번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앞으로 강운의 심씨 가문과 협력할 때 나 얼마나 창피하겠어요!”그녀는 이미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어느 유명 브랜드의 이번 시즌 신상품이었고 몸에 딱 맞았다.강선우는 자신의 사무실 휴식실에 항상 강다인의 옷을 준비해두고 있었던 모양이다. 참나...“선우 오빠?”강다인은 눈물을 글썽이며 그를 바라보았다.다만 강선우는 망설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방금 고객의 말에서 강다인에 대한 불만이 역력했다.게다가 심하온 쪽에서도...만약 그가 여전히 강다인에게 이 프로젝트를 맡기려 한다면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다.이전에는 이 프로젝트로 강다인에게 빛을 더해주려 했지만 생각해보니 그녀가 이미 심씨 가문 사람들과 친분이 있으니 이 성과가 없어도 큰 문제는 아닐 듯싶었다.“다인아, 너 먼저 나가 있어.”강선우가 그녀를 달랬다.강다인은 썩 내키지 않았지만 너무 심하게 소란을 피우면 오히려 심하온만 의기양양해질 테니 잠시 참아야만 했다. 그녀는 원망스러운 눈길로 심하온을 쳐다보고는 사무실을 나갔다.강선우는 다시 심하온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하온아. 이제 그만 화 풀어. 다 네 말대로 할게.”그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부드럽고 애정이 넘쳤다.“넌 내 아내인데 뭣 하러 진짜 싸우겠어?”심하온은 속으로 냉소를 터트렸다.가짜 혼인신고서일 뿐인데 아내는 개뿔.게다가 강선우는 지금 단지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을 뿐이다.“별일 없으면 이만 나갈게요.”“하온아, 이제 그만 화 풀어주라.”그는 심하온의 손목을 꼭 잡으며 말했다.“이 기간만 좀 더 버티고 우리 함께 트롬슈 가서 오로라 보자, 하온아.”트롬슈, 오로라...이것은 그들이 신혼여행 때 함께 가기로 했던 곳이다.또한 심하온이 3년 전부터 기대해왔던 곳이다.강선우가 그 여행지를 언급했을 때, 그녀는 무심코 마음이 설렜지만 이내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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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차에서 내리자마자 정윤재는 담담한 시선으로 그녀와 강선우를 번갈아 보았다.그녀를 볼 때, 이 남자의 눈빛이 잠시 흔들리는 듯했지만 곧 평소대로 돌아왔다.“장 대표, 여기서 만나니 정말 반갑네요.”유 대표가 장 대표와 악수를 나누며 즉시 덧붙였다.“제가 오늘 저녁 여기서 정 대표님께 식사를 대접하기로 했거든요.”“정 대표님...”장 대표의 눈이 밝아졌다.비록 평소에 같은 도시에 살지 않지만 정윤재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그는 강선우와 눈빛교환을 했고 두 사람은 즉시 암묵적인 합의를 이루었다.정윤재와 인사를 나눈 후, 장 대표가 열정적으로 초대에 나섰다.“저희도 오늘 여기서 저녁을 먹는데 합석하실래요? 사람이 많으면 북적거리고 좋잖아요.”유 대표는 당연히 찬성표였다. 어차피 오늘 비밀스러운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이고 이런 식사 자리에서는 새로운 협력을 촉진할 수 있으며 술잔을 주고받는 사이에 사업을 성사시킬 수도 있으니까.“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유 대표가 고개를 돌려 정윤재의 의견을 물었다.이에 정윤재는 담담하게 말했다.“유 대표님께 맡기죠.”그의 말투는 매우 부드러웠지만 몸에서 풍기는 날카로운 상류층 기세를 무시할 수 없었다.장 대표와 유 대표는 모두 웃으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강선우 역시 짙은 압박감을 느꼈다.강운시 4대 명문가 중 하나인 정씨 가문의 후계자답다는 생각이 들었다.무심코 심하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그녀가 한창 정윤재를 쳐다보고 있었다.강선우는 미간을 찌푸리고 별안간 기분이 확 잡쳤다.그는 옆으로 몇 걸음 옮겨 심하온의 시야를 가렸다.이에 심하온은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미친!’그녀는 단지 지난번 정윤재가 자신을 도와줬던 일을 떠올렸을 뿐이다.하지만 지금 정윤재가 딱히 아는 척할 의사가 없어 보이니 그녀도 굳이 나서지 않았다.모두 함께 레스토랑 가장 높은 층의 어느 룸에 자리 잡았다. 술을 몇 잔 기울이자 화제는 저도 몰래 심하온을 향했다.장 대표와 다른 몇몇 고객들은 그녀에게 칭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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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강 대표님.”정윤재의 눈빛에는 깊은 심연의 소용돌이처럼 거부할 수 없는 압박감이 깃들어 있었다.“한잔하시죠?”강선우는 눈앞의 레드 와인 병을 바라보다가 목이 바짝 말랐다.왠지 모르게 자꾸만 묘한 느낌이 들었다.정윤재, 그가 혹시 뭔가 불길한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닐까?하지만 정윤재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압박감은 거의 실체화될 정도로 강렬했고 밀폐된 방 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그물을 짜놓은 듯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다.옆에 있던 종업원이 다가와 레드 와인을 열어 한 잔 따라주고는 조용히 물러났다.강선우는 마음을 다잡고 술잔을 들었다. 이어서 정윤재에게 웃으며 말했다.“정 대표님, 잘 부탁드려요.”그렇게 말하고 잔에 담긴 레드 와인을 단숨에 비웠다.정윤재도 마찬가지로 잔을 깔끔하게 비웠다.이걸로 끝날 줄 알았는데 정윤재가 손가락을 까딱이자 종업원이 다시 앞으로 다가와 두 사람 앞에 놓인 술잔에 레드 와인을 따랐다.“대표님.”정윤재는 잔 속의 레드 와인을 부드럽게 흔들었다.“한 잔으로 부족하죠.”강선우의 얼굴이 굳어졌다.역시나 불길한 기운이 맞아떨어졌다.하지만 정윤재는 왜 그를 겨냥하는 것일까?한편 강선우도 정윤재 때문에 식겁해서 넋이 나갈 필요는 없었다. 어쨌거나 강씨 가문도 운정에서 나름대로 위엄이 있는 집안이니까.하지만 정말 정윤재와 불화가 생긴다면 결국 득이 될 것은 없다.강선우는 마지못해 다시 술잔을 들고 웃으며 말했다.“정 대표님 성의를 어찌 거절하겠습니까?”그렇게 말하고 또다시 잔을 비웠다.술을 다 마신 후, 강선우는 미간을 찌푸렸고 안색도 점점 일그러졌다.그는 사실 레드 와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마실 때마다 불편함을 느꼈다. 몸이 불편한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거부감이었다.이점은 심하온도 알고 있다.그래서 예전에 술자리에서 레드 와인을 마셔야 할 때마다 심하온이 항상 그를 대신해 마셨다.그게 얼마가 됐든 심하온은 묵묵히 다 마셨다. 누군가가 그녀가 흑장미가 돼주는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일부러 괴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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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심하온은 세면대 앞에 서서 조용히 손을 씻고 있었다.그녀는 정윤재가 왜 갑자기 강선우에게 술을 권하는지 몰랐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또한 강선우가 자꾸 자신을 쳐다보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도움을 청하는 눈빛이 틀림없었다.애석하게도 한때 그를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던 심하온은, 그를 위해 모든 걸 바칠 수 있던 심하온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수도꼭지를 잠그고 심하온은 휴지로 손을 닦았다.화장실을 나오자마자 갑자기 눈앞이 어두워졌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고개를 들려던 찰나, 갑자기 강한 힘에 의해 옆의 빈방으로 끌려 들어갔다.룸 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닫혔다.심하온은 벽에 밀쳐진 채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이제 막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입까지 막혀버렸다.“소리 지르지 말아요. 나예요.”이건... 정윤재의 목소리였다.심하온은 그제야 안정을 되찾았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 남자라면 자신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그녀는 시선을 올렸다.아니나 다를까 눈앞의 남자는 정윤재였다. 다만 지금 그의 두 볼은 비정상적으로 빨개졌고 눈도 풀린 상태지만 애써 절제하고 있었다.그의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보였다.“으읍...”심하온은 몸부림치려 했다.이때 정윤재가 마침내 그녀를 놓아주고 뒤로 몇 걸음 물러나며 뒤쪽 의자에 쓰러졌다.“대표님, 괜찮으세요?”그녀가 두 걸음 다가왔다.“오지 말아요!”정윤재는 충혈된 두 눈으로 경고했다.그는 격하게 숨을 헐떡이며 옷깃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단추 두 개가 떨어져 바닥으로 굴렀다.“대표님, 혹시...”심하온은 무언가 깨달은 듯했다.“오늘 음식에 누가 장난쳤어요?”정윤재의 모습을 보니 마치 최음제 같은 약물에 취한 듯했다.“맞아요.”땀 한 방울이 정윤재의 머리 위에서 굴러떨어졌는데 묘한 섹시함을 자아냈다.다만 그녀는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 지금 그녀의 마음속에는 경고음이 울렸다.그녀는 정윤재의 인품을 믿지만 약물 앞에선 인간이 통제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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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심하온은 머릿속이 텅 빈 듯 멍했다. 걷잡을 수 없는 공포가 그녀를 덮쳤다. 정윤재의 팔을 뿌리치려 발버둥 쳤지만 마치 거대한 산에 갇힌 듯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그녀의 몸부림은 오히려 정윤재의 눈빛에 더욱 짙은 욕망을 불러일으켰다.“정 대표님, 제발 진정해요!”심하온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비록 정윤재에게 빚진 마음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을 이런 식으로 희생시켜 갚을 수는 없었다.“더 이상 움직이지 말아요!”정윤재가 억눌린 듯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의 목덜미에 실핏줄이 튀어 올랐다.“나 미치는 꼴 보고 싶지 않으면...”그의 붉어진 눈동자가 심하온의 빨간 입술을 집요하게 쫓았다. 말 그대로 이성을 놓기 직전의 상태였다.그는 마지막 남은 이성으로 간신히 자신을 억누르고 있었다.심하온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혹시 방금 한 말이 그런 뜻이 아니었던 걸까?“제가 어떻게 도와드릴까요?”심하온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정윤재는 뜨거운 손바닥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옷감 너머로도 그의 피부가 불타는 듯한 열기가 느껴졌다.그의 입에서는 낮고 끊기는 듯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이 남자는 지금 필사적으로 자신을 억누르고 있었다.“문 잠그고 내 비서한테 전화해요. 내가 지금 핸드폰이 없어서...”그녀에게 문을 잠그라고 말하면서도 더욱 세게 끌어안는 이 남자.“일단 이거 좀 놔줘요...”정윤재는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다. 마치 온 힘을 다해 겨우 조금씩 풀어주는 듯싶었다.심하온은 그 틈을 타 그의 팔을 힘껏 밀쳤다.예상치 못한 공격에 정윤재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고 의자까지 넘어뜨렸다.“앗! 죄송해요...”심하온은 작게 중얼거리며 그의 곁에서 재빨리 멀리 떨어졌다.그녀는 방 문을 잠그고 문가에 서서 휴대폰을 꺼냈다.“전화번호 뭐예요? 지금 바로 전화할게요.”정윤재는 눈을 감은 채 빠르게 전화번호를 불렀다.심하온은 즉시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너머에서 젊은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심하온은 간결하고 명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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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약물에 취한 상태에서도 이 정도의 자제력을 유지하다니, 심지어 피를 토하면서까지 버틴 정윤재...그는 대체 어떤 남자일까?심하온은 아까 저녁 식사를 했던 룸으로 돌아왔다. 그 시각 룸 안은 이미 검은 옷을 입은 경호원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정윤재의 사람들이었다.장 대표와 유 대표 등은 방 안에 앉아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어리둥절했다.그녀를 본 장 대표가 즉시 질문을 꺼냈다.“심 비서! 드디어 왔네요.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래요?”장 대표의 시선에서 지금 이 상황이 확실히 이상할 따름이었다. 먼저 정윤재가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일어나 나갔고 이어서 강선우가 토하며 인사불성이 되었다. 그러다 전화를 받고는 급한 일이 있다며 떠났다.남은 사람들이 한참을 기다렸지만 정윤재와 강선우는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경호원들이 와서 테이블 위의 술과 음식은 물론 이미 비어 있는 술병과 잔, 접시까지 모두 치워갔다.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정윤재와 관련된 일이기에 심하온은 함구하며 몇 마디 위로의 말로 그들을 안심시켰다. 이어서 누군가 정중한 태도로 그녀에게 먼저 떠날 것을 권했다.이 사람들은 아마도 그녀가 이 험한 곳에 머물지 않도록 미리 지시를 받았을 것이다.심하온은 장 대표 일행과 인사를 나누고 자리를 떠났다.레스토랑을 나와 택시를 잡으려 할 때, 그녀는 강다인의 SNS에 올린 새로운 게시물을 봤다.두 장의 사진인데 한 장은 그녀의 손목에 두꺼운 붕대가 감겨 있는 사진이고 다른 한 장은 남자가 그녀에게 사과를 깎아주는 옆모습이었다.그 남자는 바로 강선우였다.게시글에는 [너만 내 곁에 있어 주면 돼.]라고 적혀 있었다.두 사진의 배경은 병원이고 이에 심하온은 바로 깨달았다.강선우가 그렇게 토하다가 갑자기 떠난 이유를.결국 강다인이 자살 소동을 벌인 것이었다.한편 그들 두 사람의 일은 심하온의 마음에 아무런 파장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녀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하고는 푹 잘 생각이었다.하지만 눈을 감자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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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강선우의 첫 번째 반응은 강다인에게 달려가 그녀를 옆으로 끌어당기는 것이었다.심하온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지금 피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눈앞의 광경이 2년 전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와 너무나도 흡사해서 순간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하온아!”귀청을 때리는 강선우의 비명.찰나의 순간, 누군가가 번개처럼 달려와 바람을 가르며 심하온을 품 안에 끌어당겼다.그의 팔은 마치 심하온의 뼈에 박힐 듯했고 거의 비틀어 돌리는 듯한 자세로 그녀를 끌고 휘청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그렇게 겨우 대형 트럭을 피했다.주변에서 다른 사람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고 병원 건물에 충돌하기 직전 트럭은 간신히 브레이크를 밟고 멈춰 섰다.운전사는 땀에 범벅이 되어 차에서 내려와 연신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해요. 차가 갑자기 고장 났어요...”이때의 심하온은 운전사의 사과가 들리지도 않았다. 2년 전 교통사고의 트라우마가 그녀를 완전히 뒤덮어서 순식간에 뇌를 강타했다.‘아파... 내 다리가 망가졌어. 이제 더 이상 춤을 출 수가 없다고. 엄마, 하늘에서 제 모습을 보고 계신다면, 제가 더 이상 춤을 출 수 없다는 것을 아신다면 엄청 실망하실 거죠?’“하온 씨? 하온 씨?”곁에서 누군가 계속 그녀를 부르는 듯했다. 심하온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자신을 안고 있는 사람은 바로 정윤재였다.‘윤재 씨, 결국 윤재 씨였구나...’그녀는 여전히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입술이 격하게 떨렸다.정윤재는 미간을 찌푸리고 눈가에 드물게도 당황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괜찮아요? 하온 씨? 심하온!”“하온아!”이때 강선우도 달려왔다.“무슨 일이야? 나 놀라게 하지 마!”갑자기 차가운 한기가 그를 덮쳤다.강선우가 고개를 들자 정윤재가 한창 칼날처럼 예리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왜 하필 또 마주치게 된 걸까?그는 정윤재의 시선을 견디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싹함을 느꼈지만 애써 태연한 척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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