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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내 남편의 아내: Chapter 891 - Chapter 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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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1화

“너 같은 사생아보다도 못한 거지 주제에!”경승운도 옆에서 비웃으며 거들었다.“기씨 가문 도련님한테 그런 말을 할 자격이나 있어?”소규민은 코웃음을 쳤다.“더 험한 말이든, 더 더러운 수법이든 마음껏 써봐. 내가 눈 하나 깜짝이나 하나 보자고.”기준혁이 두 걸음 앞으로 나서며 차갑게 그를 노려봤다.“왜, 또 소유영 씨 앞에 가서 가식 떨려고?”“네가 먼저 비열하게 굴지 않으면 내가 가식 떨 기회도 없지.”소규민이 비꼬듯 말했다.“무슨 기씨 가문 도련님이야. 내가 보기엔 나 같은 거지랑 별 차이도 없네.”기준혁의 이마에 핏줄이 불거졌다. 예전에 소유영의 앞에서 보이던 온화하고 신사적인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었다.“지금은 섬 안이라서 네가 이렇게 제멋대로 굴 수 있는 거야.”기준혁이 음침한 눈빛으로 소규민을 노려봤다.“나중에 이 섬을 떠나게 돼도 우리가 널 어쩌지 못할 거로 생각해?”“그래? 그럼 그때 가서 보자고. 너희는 그날만 손꼽아 기다리면 되겠네.”소규민은 비웃듯으며 말했다.그가 막 떠나려던 순간, 기준혁이 다시 말했다.“다시는 소유영 씨 앞에 가서 불쌍한 척하지 마.”“불쌍한 척? 너희가 나한테 한 짓은 사실이잖아. 내가 너희한테 나를 모욕하라고 시킨 거야? 왜, 부러워? 너도 가서 ‘불쌍한 척’ 하고 싶어? 안타깝지만 넌 그럴 기회도 없을 거야. 왜냐하면 지금 소유영은...”소규민이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너를 극도로 혐오하거든.”기준혁은 순간 몸이 굳어버렸다.마음속에서 분노가 들끓었고, 당장이라도 반박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소유영의 태도를 보며 그 역시 지금 그녀가 자신에게 좋은 감정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이 자식이!”경승운도 분노에 찬 눈으로 소규민을 노려보며 욕하려 했지만, 소규민은 그 기회를 주지 않고 비웃음을 흘린 채 그대로 떠나버렸다.“저 죽일 놈의 거지, 너무 건방지잖아!”경승운이 주먹을 꽉 쥐었다.“기준혁, 저걸 그냥 두고 볼 거야?”“그럴 리가 있겠어?”기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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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2화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았다.‘내가 어떻게 이런 행운을 얻어 심하온과 함께하게 된 걸까?’고개를 숙여 살짝 입 맞추고 싶었지만 깨울까 봐 망설였다.그렇게 사소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심하온의 휴대폰 화면이 켜졌다.전화가 온 것이다.다행히 그녀가 막 잠든 직후에 정윤재가 휴대폰을 무음으로 바꿔둬서 소리는 나지 않았다.정윤재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해외 발신 전화였다.그는 무언가를 직감한 듯 휴대폰을 들고 발코니로 나갔다.전화를 받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전화기 너머에서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하온아?”강선우의 목소리였다.정윤재의 입가에 소리 없는 냉소가 번졌다. 그는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문자를 하나 보냈다.전화기 너머의 강선우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다.“하온아, 왜 말 안 해? 나랑 말하기 싫은 거야? 알아. 네가 내 목소리 알아들었겠지... 네가 날 미워하는 것도 알아. 예전 일은 결국 내 잘못이야. 너한테 너무 많이 상처 줬어. 지금 정말 후회하고 있어. 나 좀 믿어줘.”강선우는 말을 마쳤지만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하지만 전화가 끊기지 않았다는 사실에 그는 아직 희망을 품었다. 적어도 심하온이 자신의 말을 듣고는 있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는 계속 말했다.“하온아, 네가 그 정윤재라는 놈이랑 약혼했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때 내가 강다인한테 휘둘리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도 잘 만나고 있었을 텐데. 그 자리에 그 자식이 끼어들 틈이 어디 있었겠어?”이 말을 듣고도 정윤재의 감정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이런 말 해봤자 듣기 싫겠지만... 너 지금 예전의 나처럼 누군가에게 홀린 상태야. 너도 정윤재한테 홀린 거라고! 그 사람 절대 좋은 사람 아니야. 절대 믿으면 안 돼!” 강선우는 점점 격앙되었다.“다행히 아직 약혼일 뿐이잖아. 꼭 버텨야 해, 절대 그 사람이랑 결혼하면 안 돼. 만약... 만약 어쩔 수 없이 결혼하게 되더라도 괜찮아. 네가 나를 기다려주기만 한다면 나는 반드시 돌아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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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3화

질투와 분노, 그리고 조금 전 자신의 ‘진심 어린 말’이 모두 정윤재에게 들렸다는 치욕까지 더해져, 그는 거의 무너질 지경이었다.“하온은 어디 있어? 바꿔! 왜 네가 전화를 받아?”강선우가 고함쳤다.너무 크게 소리를 질러 귀가 울릴 지경이 되자, 정윤재의 표정이 굳었다. 그는 휴대폰을 조금 멀리 떨어뜨렸다.강선우의 분노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그때 부하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강선우의 현재 휴대폰 위치가 어느 나라의 작은 지역으로 파악됐지만, 정확한 위치까지는 특정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이미 그쪽으로 사람들을 보내놓은 상태였다.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지만 시도는 해봐야 했다.문자를 확인한 정윤재는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고, 다시 방으로 돌아가 심하온을 안고 잠들었다.계속 고함을 지르고 있는 강선우는 귀가 웅웅 울려 전화가 끊긴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한참이나 소리를 지른 뒤에야 전화가 이미 끊겼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방금까지 한 말들이 전부 허공에 외친 셈이었다는 것이다.강선우는 울화가 치밀어 올라 거의 숨이 넘어갈 뻔했다.그때 문밖에서 경호원이 노크했다.“강선우 씨, 이제 이동하셔야 합니다.”강선우는 한참을 진정한 뒤, 크게 두어 번 기침하고서야 말했다.“알았어. 들어와.”경호원이 들어와 강선우를 방 밖으로 밀어냈다.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니나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강선우는 더는 거짓말할 생각도 없는 듯, 얼굴을 굳힌 채 말했다.“가자.”“우리 여기 온 지 얼마 안 됐잖아.”니나는 그를 바라봤다. 눈빛에는 별다른 감정이 담겨 있지 않았다.“왜 지금 떠나야 하는 거야?”강선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그는 니나의 질문에 대답할 정신이 전혀 없었다. 머릿속에는 방금 자신이 한 말들이 전부 정윤재에게 들렸다는 생각뿐이었다.그 사실만으로도 그는 당장이라도 무너질 지경이었다.“방금 방 안에서 뭐 하고 있었어?”니나가 다시 물었다.“질문 좀 그만해!”강선우가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떠난다고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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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4화

게다가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떠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그녀뿐이었다.‘혹시 전 여자친구에게 연락한 건 아닐까? 그 여자를 그렇게까지 신경 쓰는 걸까? 들킬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연락할 정도로?’경호원 한 명이 앞 좌석에 앉아 차에 시동을 걸었다.강선우는 방금 통화에 사용했던 유심 카드를 빼서 창밖으로 던졌다.차는 이미 멀어지고 있었지만 니나는 여전히 강선우가 자신을 달래주길 바라는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하지만 강선우는 끝까지 창밖만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그의 뒷모습만 보였다.잠시 후, 니나가 입을 열었다.“나 집에 가고 싶어.”이 말은 일부러 강선우를 자극하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정말로 집에 가고 싶었다.그 말을 듣고서야 강선우가 반응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더니 눈빛에는 놀라움이 스쳤다.“너...”무언가 말하려던 순간, 다른 휴대폰이 울렸다.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휴대폰을 꺼냈다. 발신자를 확인한 그는 잠시 망설였다.니나를 먼저 달랠지, 전화를 받을지 고민하다가 결국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죠?”“강선우 씨, 요즘 잘 지내십니까?”전화기 너머에서는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매우 표준적인 모국어였지만, 변조된 듯 본래 목소리는 아닌 것 같았다.“잘 지내죠. 물론.”강선우가 담담하게 웃었다.“보내주신 사람들이 아주 유능해서 큰 도움이 됐습니다.”전화기 너머의 남자가 누구인지는 강선우도 정확히 몰랐다. 다만 어느 나라의 지하 세계에서 지위가 매우 높은 인물이며, 많은 부하를 거느리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돈만 충분히 주면 그의 부하들을 고용할 수 있었고, 그 부하들은 모두 신뢰할 만했다.“그렇다면 다행이네요.”남자가 웃으며 말했다.“필요하시면 몇 명 더 보내드릴 수도 있습니다.”강선우는 미간을 찌푸렸다.지금 그의 자금으로는 경호원을 더 고용할 여유가 없었다.거절하려던 순간, 남자가 다시 말했다.“무료입니다. 강선우 씨와 친구가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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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5화

“그럼 나는?”강선우는 오히려 서운한 기색을 보였다.“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네가 필요한 사람 아니야? 이제 나를 떠나겠다는 거야?”“선우 씨 내가 필요해?”니나는 씁쓸하게 웃었다.“지금 선우 씨는 내가 없는 게 더 편해 보이는데. 그래야 더는 날 오냐오냐할 필요도 없으니까.”자신이 방금 했던 말을 떠올리자, 강선우의 관자놀이가 다시 욱신거렸다.아까는 분명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상태였다.“우리 부모님은 항상 나를 걱정하셨어.”니나는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을 바라봤다.“선우 씨를 따라 떠난 건 내가 부모님께 한 유일한 잘못이야. 더는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아.”“그래서 나를 떠나겠다는 거야? 평생 나랑 함께하겠다고 했잖아.”“선우 씨도 날 사랑한다고 했잖아. 지금 선우 씨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뿐이라고 했잖아.”니나는 눈가가 붉어진 채 그를 올려다봤다.“그 말, 진심이야?”“물론이지!”강선우가 급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난 한 번도 널 속인 적 없어. 나 좀 믿어줘.”“걱정하지 마.”니나가 갑자기 말했다.강선우는 이해하지 못했다.“뭘 걱정하지 말라는 거야?”“선우 씨 일은 아무한테도 말 안 할게. 부모님한테도.”니나는 진지하게 그를 바라봤다.“선우 씨 행적도 절대 누설하지 않을 거야.”강선우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네가 내 일을 발설할까 봐 널 못 보내는 거로 생각해? 니나, 나를 뭐로 보는 거야? 그리고 넌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고 신뢰하는지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어!”그는 니나를 억지로 끌어안았다.“난 네가 절대 날 배신하지 않을 거라는 거 알아. 널 못 보내는 건 내가 널 놓을 수 없어서야. 너랑 떨어지고 싶지 않아. 아까 일은 내 잘못이야. 정윤재라는 그 남자가 날 모욕하고 비웃어서 감정이 무너진 거야. 하지만 그 말들은 내 진심이 아니야. 날 용서해주면 안 돼?”말을 마치며, 그는 억지로 눈물을 몇 방울 짜냈다.니나는 그의 말을 전부 믿지는 않았다.하지만 그의 눈물에 결국 마음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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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6화

거의 무너질 지경인 사람은 강선우만이 아니었다.정윤재와 심하온이 약혼한 그 날 밤, 공씨 가문의 형제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자취를 감췄다.마침 회사에는 매우 중요한 일이 있었는데, 공석훈은 거의 뇌출혈이 올 지경으로 화가 나 있었다. 회사 일을 처리하면서 동시에 사람들을 동원해 두 사람을 빨리 찾으라고 지시해야 했다.하지만 공민규와 공재범이 어디에 숨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많은 인원을 풀었지만 단서 하나 찾지 못했다.공석훈이 막 긴급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와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시 결재하려던 순간, 누군가가 들어왔다.공민서였다.그녀의 손에는 도시락통이 들려 있었다.그녀는 책상 앞으로 다가와 그것을 내려놓았다.“아빠, 회사 일이 아무리 중요해도 건강은 챙기셔야죠. 야식 가져왔어요. 잠깐 쉬시면서 좀 드세요.”“지금 내가 무슨 입맛으로 야식을 먹겠어?”공석훈이 냉소했다.“네 오빠랑 동생이 하나같이 속 썩이는 놈들뿐인데. 갑자기 둘 다 사라지기까지 하고!”공민서는 웃으며 도시락통을 열고, 안에서 죽그릇과 작은 그릇을 꺼내 죽을 담았다.“두 사람 다 기분이 안 좋은 건 어쩔 수 없죠.”“쓸데없는 놈들!”공석훈이 욕했다.“고작 여자 하나 때문에...”두 형제가 심하온 약혼 당일 밤에 동시에 사라진 이유쯤은 그도 충분히 짐작하고 있었다.“아버지, 화 좀 가라앉히세요.”공민서는 죽을 그의 앞에 내밀었다.“입맛 없으시면 죽이라도 드세요. 기운은 좀 보충하셔야죠.”공석훈은 더는 거절하지 않고 죽을 받아 몇 숟가락 먹었다.“맛 괜찮네.”“입에 맞으셔서 다행이에요. 집에서 제가 직접 끓였어요.”공민서가 웃으며 말했다.“이런 건 주방 사람들 시키면 되지.”공석훈은 그릇을 내려놓으며 무심하게 말했다.“괜찮아요. 아버지께 조금이라도 더 해드리고 싶어서요.”공민서가 말했다.그녀의 시선이 책상 위의 서류에 잠시 머물렀다가 곧 떨어졌다.“아쉽게도 이번 사업에는 제가 참여하지 못해서 지금은 도와드릴 수 있는 게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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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7화

공민서의 얼굴에 미처 숨기지 못한 당혹감이 스쳤다.그녀는 공석훈 앞에서 숨길 수 있는 건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꺼낼 줄은 몰랐다.“그땐 어려서 그랬던 거죠.”공민서는 웃으며 말했다.“정윤재는 남자 중에서도 최상위니까 마음이 흔들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하지만 나중에 보니, 저에게 아무런 가치도 줄 수 없는 사람이더라고요. 그래서 더는 신경 쓰지 않게 됐어요. 게다가 우리 공씨 가문과 정윤재 쪽은 경쟁 관계잖아요. 제게는 공씨 가문보다 중요한 건 없어요.”공석훈은 한동안 그녀를 바라보다가, 거짓이 아닌 것 같아 보이자 만족스럽게 웃었다.“이게 바로 공씨 가문 자식다운 태도지.”그는 만족스럽게 말했다.그러다 갑자기 무언가 떠올린 듯, 그의 눈빛이 다시 가라앉았다.“예전엔 네 오빠가 가장 성숙하고 대국을 보는 줄 알았는데 내가 과대평가했나 보군. 예전부터 말했잖아. 절대 감정에 휘둘리면 안 된다고. 내 말을 전혀 안 들은 거야!”“며칠만 지나면 오빠도 마음을 추스르지 않을까요?”공민서는 웃으며 말했다.“아빠, 너무 화내지 마세요. 지금은 회사 일이 더 중요하잖아요...”그녀의 시선이 다시 책상 위 서류를 스쳤다.그리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아빠, 벌써 늦었는데 이렇게 계속 무리하시면 안 돼요. 혹시 제가 도울 수 있는 일 없을까요? 이번 사업에 직접 참여하진 않았지만 금방 파악해서 도움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괜찮다.”공석훈은 생각도 하지 않고 거절했다.“아직 내가 그렇게 늙진 않았어. 죽은 잘 먹었다. 이제 가서 쉬어.”공민서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럼 먼저 들어갈게요.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알았어.”공석훈은 대답하고 나서 다시 서류를 보기 시작했다.공민서는 돌아섰다.사무실을 나서는 순간, 그녀의 얼굴에 떠 있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공민규와 공재범, 저 두 형제는 이미 제멋대로에 무능하기까지 한데 공석훈은 여전히 그들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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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8화

온몸이 제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느낌이었다.그래서 숨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아무도 찾지 못할 곳으로 숨어, 홀로 밤을 버텨냈다.그는 그동안 어떤 큰일에도 흔들리지 않았지만 유독 심하온의 일만큼은 냉정함을 유지할 수 없었다.공석훈은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분노로 호흡이 거칠어졌다.“분명히 말할게. 심하온은 이미 정윤재의 약혼녀야. 공씨 가문과 그쪽은 원수나 다름없어. 그런데도 네가 계속 쓸데없는 감정을 품고 있다가 일에 지장을 준다면, 나는 널 포기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거야!”그는 심하온을 공씨 가문으로 데려오고 싶었고 그녀의 집안 지원도 얻고 싶었다.하지만 공민규가 이런 식으로 감정에 빠지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설령 심하온을 놓고 경쟁을 벌이더라도 그는 공재범을 내세울 생각이었다.공민규는 반드시 이 마음을 접어야 했다!그렇지 않으면 설령 공민규가 정말로 심하온을 차지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훗날 그 여자를 위해 무슨 잘못을 저지를지 알 수 없었다!공민규는 옆에 늘어뜨린 손을 천천히 움켜쥐었다. 관절이 하얗게 질렸지만 끝내 고개를 들지도, 아무 말도 하지도 않았다.“꺼져. 당장 나가!”공석훈이 소리쳤다.“가서 네가 해야 할 일이나 해!”공민규는 돌아서서 나갔다.돌아서는 순간, 그의 눈 밑에 극도로 억눌린 고통이 스쳐 지나갔다.그가 막 문에 도달했을 때, 공석훈이 다시 입을 열었다.“잠깐.”공민규가 걸음을 멈췄다.“공재범 그 자식은 어디로 튄 거냐?”공석훈이 차갑게 물었다.“모르겠습니다.”공민규는 사실대로 말했다.그 역시 오늘 아침 회사에 와서야, 어젯밤 공재범도 사라졌고 아직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하나같이 쓸모없는 놈들, 공씨 가문 체면을 다 깎아 먹고 있어!”공석훈이 언성을 높였다.“찾아와! 강운시를 뒤집어서라도 공재범을 찾아내! 그 자식한테 전해. 또 이런 식으로 제멋대로 굴면 더는 나를 아버지로 생각하지 말고 공씨 가문 문턱도 넘지 말라고!”“알겠습니다.”공민규가 낮게 대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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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9화

“아버지가 부르셔.”공민규는 간단히 말했다.“지금 몹시 화가 나 계시니까 더 화나게 만들지 마.”공재범은 비웃었다.“그 사람이 화나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 나 지금 자야 하니까 귀찮게 하지 마.”말을 마치고 그는 다시 바닥에 누우려 했다.그 순간 공민규가 세게 발로 찼다.방금보다 훨씬 강한 발길질에 노골적인 분노가 담겨 있었다.공재범은 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놀란 눈으로 앞에 선 형을 바라봤다.기억 속의 공민규는 이렇게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거의 없었다.‘오늘은 왜 이러는 걸까? 아니면 방금 건 착각이었나?’하지만 그런 생각은 잠깐 스쳐 지나갔을 뿐이었다. 지금 그는 깊이 생각할 기분이 아니었다.“무너질 수도 있고 방탕해질 수도 있어. 하지만 넌 공씨 가문의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마. 적당히 해. 선 넘지 말고.”공민규가 차갑게 말했다.“회사에 네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지금 당장 나랑 돌아가.”얼마 전부터 공재범은 공석훈의 지시에 따라 몇 개 자회사를 맡았고, 그룹 사업에도 참여하기 시작했다.이번 큰 프로젝트 역시 공민규와 함께 맡고 있었다.“형 하나면 충분하지 굳이 내가 왜 가야 해?”공재범이 머리를 거칠게 긁었다.“좀 조용히 자게 내버려 둘 수 없어?”지금 그는 오로지 잠으로 모든 것을 피하고 싶었다. 잠들어야만 괴로운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공민규는 이미 기분이 최악이었고, 더는 말싸움을 할 생각도 없었다. 그래서 수행원들에게 지시해 공재범을 밧줄로 묶게 했다.“야, 미쳤어? 공민규! 풀어!”공재범이 소리쳤다.하지만 곧 입까지 막혀버렸다. 두 명의 경호원이 그대로 그를 들어 차에 실었다.차에 타서도 그는 계속 웅얼거리며 몸부림쳤지만 공민규는 옆에서 태블릿을 보며 일만 처리할 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차가 한참을 달린 뒤에야 공민규는 입에 막은 것을 풀게 했다.공재범은 화를 내며 욕했다.“진짜 미쳤어?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래?”“네가 공씨 가문 사람이기 때문이고, 내가 네 형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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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0화

“형은 역시 대단해. 좋아하는 여자가 약혼했는데도 이렇게 침착하다니.”공재범이 씁쓸하게 웃었다.“이건 내가 형을 못 따라가겠다.”“입 닥쳐.”공재범은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회사에 도착한 뒤에야, 공민규는 묶여 있던 밧줄을 풀어주게 했다.공재범도 더는 저항하지 않고 얌전히 회사로 들어갔다.공석훈은 이미 집에 가서 쉬고 있었기 때문에, 공재범은 일단 한바탕 꾸중을 피할 수 있었다.곧 그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어젯밤 공민규 역시 사라졌었고 아무도 찾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공재범은 사무실에 앉아 한참 멍하니 있다가, 아까 공민규가 자신을 찼던 그 거친 발길질을 떠올리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형도 결국 별거 아니네.’...심하온과 정윤재는 며칠 더 섬에 머문 뒤에야 섬을 떠났다.그사이 섬에 있던 손님들도 하나둘씩 떠났다.강운시로 돌아온 후, 심하온은 먼저 심씨 가문에 들르기로 했다.할머니와 아버지가 이틀 전에 이미 강운시로 돌아와 함께 식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정윤재도 함께 가려 했지만 마침 회사에 일이 생겨 심하온이 먼저 혼자 집으로 가라고 했다.차가 심씨 가문 대문 앞에 도착했을 때, 앞자리 운전 기사가 말했다.“아가씨, 문 앞에 누군가 있어요.”심하온이 고개를 들어 보니 아버지에게 계속 집착하던 그 여자, 양서윤이었다.섬에 있을 때, 한 번 잡담하다가 송서준이 양서윤이 신세율에게 했던 일들을 이야기해 준 적이 있었다.그래서 지금 심하온은 이 여자를 더욱 혐오하고 있었다.“신경 쓰지 마세요.”그녀가 차갑게 말했다.“이따가 사람 시켜서 쫓아내세요.”“네.”하지만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차가 다가오는 것을 보자, 양서윤이 갑자기 달려들어 차 앞을 가로막을 줄은.다행히 운전 기사가 재빨리 브레이크를 밟아 사고를 면했다.운전 기사는 욕이 튀어나올 뻔했지만 심하온이 타고 있는 것을 의식해 겨우 참으며 미간을 찌푸렸다.“이 여자, 일부러 사고 유도하는 건가...”양서윤은 차 안에 누가 있는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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