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Chapter 11 - Chapter 20

100 Chapters

제11화

은혁의 키스는 격렬하고 뜨거웠다. 숨 막힐 듯한 입맞춤에 서하는 난생처음 두 팔로 남자의 목을 감싸안았다.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서하의 행동에 은혁은 기쁨에 찬 신음을 내뱉었다.“좋아? 그런데 왜 전에는 날 거부했어?”은혁의 한마디에 서하의 뜨겁게 달아올랐던 몸은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 버렸다. 하지만 은혁은 자기 말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듯, 서하를 안아 침대로 옮겨 계속해서 뜨거운 키스를 퍼부었다. 서하가 아무 말 없이 조용해진 것을 눈치챈 은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허리를 감싸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주며 물었다.“여보, 왜 그래? 왜 갑자기?”은혁의 목을 감쌌던 팔을 내리며 서하가 나지막이 말했다.“미안해, 난...”은혁이 이를 악물고 말을 잘랐다.“이 타이밍에 이런 말을 한다고?”서하가 흔들리는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열었다.“씻고 올게.”은혁은 아내의 팔을 붙잡았다.“여보!”서하는 은혁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나는 당신에게 뭐야?”“뭐라니?”은혁의 대답에 서하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욕실로 들어갔다.서하는 알고 있었다. 배은혁은 집안 배경, 외모, 능력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한 남자다.‘자신감 넘치고 오만함으로 똘똘 뭉친 배은혁에게...’‘무심코 던진 한두 마디 말이 무슨 대수겠냐고.’‘적어도 지금은 나한테 이렇게 신경 써 주고 있잖아.’‘퇴근길에 마중 오고, 선물도 주고...’‘차 안에서는 그렇게 다정한 키스까지 해 줬는데...’...아침에 눈을 뜨자, 은혁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서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씻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계단참에 다다르자, 민레나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은혁 오빠, 오빠가 선물해 준 다이아몬드 목걸이 정말 예뻐요! 마음에 쏙 들어요. 고마워요, 오빠!”서하는 온몸이 굳어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민레나의 목에는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그때 주인정이 거들었다.“우리 아들 마음 씀씀이가 참 곱네. 근데 그 목걸이 경매할 때 귀걸이도 함께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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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지금 이 순간, 서하는 한 가지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은혁은 서하를 사랑하지 않았다. 아내로서 남편의 욕구 해소와 배씨 집안 며느리의 의무만이 전부였다. 은혁은 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는, 우월한 위치에 있었다.분명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인데도, 고작 배은혁의 손가락 하나에 서하의 모든 원칙은 무너져 내렸다. 어젯밤 이혼에 대해 잠시 흔들렸기 때문에, 지금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남녀의 대화에 서하의 심장은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아팠다.얼굴은 새하얗게 질리고 손끝이 떨렸다. 가슴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짓눌려 숨조차 쉬어지지 않았다.은혁이 고개를 들자, 계단참에 서 있는 서하가 보였다.그가 입을 열었다.“어제 내가 준 그 귀걸이 어디 있어?”“레나 줘.”검은 눈동자가 서하의 새하얀 얼굴을 더욱 두드러지게 했다.서하는 아무 말 없이 돌아가 침실에서 그 보석함을 들고나왔다. 내려가는 한 걸음 한 걸음, 마치 칼날 위를 걷는 것처럼 아팠다.은혁이 손을 내밀자, 서하는 그에게 보석함을 건넸다. 마치 처음 자신의 마음을 건넸던 것처럼.서하의 마음은 이미 갈기갈기 찢어져 만신창이가 되었다. 이제는 서하도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언니, 정말 미안해서 어쩌죠.”레나는 은혁이 건네준 보석함을 받으며 기고만장하게 웃었다.“그럼... 제가 며칠만 하고 있다가 다시 돌려드릴게요!”서하는 레나를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너에게 준 거면 네 거지, 돌려줄 필요 없어.”서하는 그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은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방금 서하의 말에는 무언가 깊은 의미가 담겨 있는 듯했다. 은혁이는 다급히 서하를 뒤쫓았다.서하는 막 집 밖으로 걸어 나가려던 참이었다. 어제 차를 가져오지도 않았고, 은혁의 차에는 다시 타고 싶지 않았다.종잇장처럼 창백해진 얼굴, 미세하게 떨리는 손끝,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발걸음은 짓밟힌 그녀의 심장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죽을 만큼 아팠다.만약 그전까지 이혼이라는 생각이 싹을 틔운 것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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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서하가 픽 하고 웃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웃음이 나온다는 사실이 신기했다.서하는 은혁을 바라봤다. 검은 눈동자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이혼해, 우리...”은혁의 미간이 더욱 깊게 찌푸려졌다.“또 그 소리야? 어젯밤에 더 이상 이혼 이야기 꺼내지 않기로 약속했잖아.”은혁은 어젯밤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편이 나았다. 그 말을 듣자마자 서하는 어젯밤 은혁의 입맞춤에 취했던 자기 모습이 떠올랐다. 극심한 치욕감에 속이 울렁거렸고,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밀려왔다.은혁은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하게 말했다.“성인이면 자기 말에 책임져야지.” “이혼 얘기 다시는 안 하겠다고 약속했으면, 지켜야 할 것 아니야.”서하는 은혁의 손을 뿌리쳤다. 그 순간, 갑자기 하얀 강아지 한 마리가 튀어나오더니 그녀를 향해 짖으며 달려들었다.서하는 무의식적으로 발길질을 했다. 그 충격에 강아지는 비틀거리며 땅바닥에 쓰러져 낑낑거렸다.“임서하!”은혁은 불같이 화를 내며 소리치고는, 곧바로 몸을 숙여 강아지를 안아 올렸다.소란에 민레나가 뛰쳐나왔고, 은혁의 품에 안긴 강아지를 발견하자마자 비명을 내지르며 달려왔다.“기쁨아, 괜찮아?” “은혁 오빠, 서하 언니가... 저 언니가 우리 기쁨이 죽이려 한 거 아니죠?”레나가 손을 뻗어 서하의 어깨를 거칠게 밀쳤다.“어떻게 기쁨이한테 이럴 수가 있어요!”서하는 휘청거리다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졌다. 그 순간, 아랫배가 찢어지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으로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레나는 거의 울 것처럼 말했다.“은혁 오빠, 기쁨이 괜찮죠?”“괜찮아, 걱정 마.”은혁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레나를 안심시켰다.“일단 기쁨이 데리고 병원에 가 보자.”은혁은 말을 마치고 서하를 힐끗 쳐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강아지를 안은 채 레나와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서하는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찢어지는 듯한 고통에 배를 움켜쥐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옆에 있던 화단을 겨우 붙잡고 간신히 일어섰다. 머리부터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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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서하는 차오르는 서러움과 고통을 참고, 허리를 곧게 편 채 꼿꼿이 서 있었다.그때, 은혁이 2층으로 올라왔다. 옆에 선 민레나는 은혁에게 위선적인 얼굴로 속삭였다.“제 생각에 언니는 그냥 말만 그런 것 같아요. 설마 기쁨이한테 무슨 짓이야 하겠어요?”주인정은 듣기 싫다는 듯 퉁명스럽게 말했다.“어떻게 알아! 어쩌면 기쁨이도 서하한테서 악의를 느끼니까 싫어하겠지!”이번에는 서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여보, 할 얘기가 있어.”두 사람은 침실로 들어섰다. 서하는 망설이지 않고 본론을 꺼냈다.“이혼 문제...”은혁은 이제 서하의 이혼 제안에 익숙해진 것처럼 담담했다.“임서하, 난 당신과 달라. 그렇게 쉽게 이혼을 입에 담지 않아.” “내 손에는 수십 개의 회사는 물론, 상장된 그룹의 주식도 달려 있어.”“내 결혼은 수많은 사람의 재산과 목숨이 걸린 문제야.”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라고.”서하는 그 말에 순간 멍해졌다. ‘이런 문제까지 생각하지는 못했는데.’오랜 침묵 끝에 서하가 입을 열었다.“당신에게서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 몸만 나갈게...”은혁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고고한 얼굴에는 미소 한 점 없었다.“그래도 안 된다면?”서하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녀는 슬픔을 억누른 채,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그럼 어떻게 해야 이혼해 줄 건데?”은혁은 더 이상 서하를 보지 않은 채 나직이 읊조렸다.“난 이혼할 생각이 없어. 귀찮거든.”서하는 고개를 돌렸다.“내가 꼭 이혼하겠다고 하면?”“임서하, 적당히 해.”은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짜증을 감추지 않았다.“어젯밤에 그렇게 약속해 놓고, 오늘 또 왜 이래?”은혁은 또다시 어젯밤 일을 들먹였다. 마치 높은 곳에서 서하를 내려다보듯, 기분이 내킬 때마다 서하에게 인심 쓰듯 행동했다. 서하는 그때마다 그것을 구원의 동아줄처럼 붙잡았지만, 곱씹을수록 모욕적이었다.은혁은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다가와 서하의 어깨를 감쌌다.“그만해. 어제 귀걸이가 마음에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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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서하는 눈을 들어 은혁을 바라보았다.“좋아, 당신이 먼저 이혼 제기해.”서하의 눈빛에서 확고한 결심을 읽은 은혁은 옅게 입꼬리를 올렸다.“근데 나 지금 바빠. 회사 상황이 이혼할 여유가 안 돼.”“그럼 얼마나 걸리는데?”서하가 그렇게 안달하는 것을 보자 은혁의 목소리가 더 차가워졌다.“할아버지만 아니었으면 당신과 결혼할 일도 없었을 거야, 그러니 조급하게 굴지 마.”“어쩌면 이 결혼을 끝내고 싶기는 당신보다 내가 더하니까.”은혁이 문을 나서는 뒷모습을 보자, 서하는 천천히 바닥에 주저앉았다.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내렸다....점심시간, 배효산이 사람을 시켜 서하를 불렀다. 서하는 급히 세수했지만, 붉게 충혈된 눈은 감출 수 없었다.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배효산이 혼자 앉아 있었다.배효산이 말했다.“다들 일이 있어서 나갔단다. 나도 이따가 볼일 보러 나가야 하고.”배효산은 말을 마치고 서하를 힐끗 보더니 깊은 한숨을 쉬었다.“서하야, 일이 있어도 밥은 먹어야지.”서하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고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밥은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젓가락을 내려놓은 서하는 2층으로 올라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 방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대신 정원으로 나가 하염없이 걷기 시작했다.오늘따라 정원은 조용했고, 풍경도 꽤 좋았다.서하는 30분이 넘도록 멍하니 서 있다가,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갔다.그녀는 결국 은혁과 둘이 쓰는 방으로 돌아갔다.‘그래, 박사 학위를 따면 학교 기숙사를 신청할 수 있어.’‘그러면 이 집을 떠날 명분이 생기겠지.’‘이혼도... 별거 기간이 긴 부부는 이혼 신청이 가능하다고 들었어.’‘비록 그 시간이 짧지 않겠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면 이 길로 가야지.’침대에 누워 있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엄마.”노숙진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서하야, 새해 첫날에 배 서방이랑 같이 와서 밥 먹을래?]지금은 12월 중순, 새해 첫날까지 이제 2주도 남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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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며칠째 제대로 쉬지 못했던 서하는 결국 침대에 기대 잠이 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밖에서 들려오는 날카로운 비명에 잠이 깼다. 서하는 눈을 뜨자 아래층에서 아기 우는 소리와 어른들의 다급한 말소리가 뒤엉켜 들려왔다.바로 방을 나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레나가 서하를 다급히 붙들었다.“기쁨이는? 우리 기쁨이 어디 있어요?”서하는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기쁨이? 그게 뭔데?’“내가 어떻게 알아? 난 못 봤어.”레나는 눈이 시뻘겋게 충혈될 정도로 울었다.“언니가 모를 리 없잖아요! 집에 언니밖에 없었잖아요!” “우리 기쁨이한테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예요? 당장 말해봐요!”주인정도 옆에서 거들었다.“임서하, 당장 기쁨이 내놔. 기쁨이가 레나한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데!”배효산도 돌아왔다.“서하야, 이건 장난칠 일이 아니야. 기쁨이는 우리에게 정말 소중한 강아지야. 어서 기쁨이가 어디 있는지 말해 봐.”서하의 마음속에 치욕과 무력감이 밀려왔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서하가 기쁨이를 숨겼다고 단정 짓고 있었다.“아니에요. 못 봤어요. 강아지.”“말도 안 돼!”레나는 서하의 손을 잡아끌고 밖으로 향했다.“집 안은 내가 다 찾아봤는데 없어요! 설마 밖에다 버렸어요? 어서 말해봐요!”배효산 부부도 뒤따라 나왔다. 배효산은 레나를 달랬다.“레나야, 너무 조급해하지 마. 내가 사람 시켜서 찾아보라고 할게.”마침 집으로 돌아오던 은혁은 이 상황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일이야?”“오빠, 기쁨이가...”레나는 은혁을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기쁨이가 없어졌어요! 서하 언니 혼자 집에 있었는데, 물어봐도 모른다고만 하고...”“여보!”은혁이 성큼성큼 다가와 차가운 눈빛으로 서하를 노려봤다.“기쁨이 어디 있어? 말해!”서하는 지금까지 이미 충분히 아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마음에 비수를 꽂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전에는 미처 몰랐다.서하는 똑바로 허리를 펴고, 은혁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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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레나는 제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울다가 그만 쓰러졌다.은혁은 사람을 시켜 레나를 방으로 옮기게 한 뒤, 서하를 깊은 눈빛으로 한번 응시하고는 그대로 걸어 나갔다.주인정은 황급히 레나를 따라 방으로 갔다.배효산은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서하에게 물었다.“괜찮니?”서하는 아픔을 참고 일어선 후, 감사 인사를 건넸다.“괜찮아요.”배효산이 말했다.“이번 일은... 네가 너무 지나쳤다.” “서하야, 이런 짓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배효산은 고개를 가로젓고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려 떠났다.‘제가 한 거 아니에요’라는 말이 서하의 목구멍에 걸려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어차피 아무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을 테니까.처음 만났을 때부터 적대감을 드러냈던 강아지, 그 후로 이어진 갈등들. 그리고 지금 그 강아지가 죽었다.평소 온정 많던 서하도 큰 충격에 빠졌다. 비록 작은 생명이었지만, 그녀가 죽인 것이 아니었기에 더 그랬다.그런데 운전기사는 강아지 배에 칼이 박혀 있었다고 말했다.‘도대체 누가 그런 짓을 한 거지?’서하의 머릿속에 섬뜩한 추측이 떠올랐다.‘민레나는 나를 모함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강아지가 유독 나에게만 달려들어 공격했던 것도, 민레나가 의도적으로 길들인 것이 아닐까.’서하는 정원에 잠시 서서 마음을 가라앉히자, 아랫배의 통증도 서서히 잦아들었다.냉소와 비아냥, 가시 돋친 말들은 견딜 만했다.하지만 한 생명에 대한 무거운 모함만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서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CCTV를 확인하려 했지만, 이미 고장 나 있었다.이제는 변명할 방법조차 없었다.“여보.”고개를 돌리자 은혁이 서 있었다. 언제나처럼 고귀하고, 단정하며, 준수한 모습이었다.그는 서하에게 늘 담담했다. 드물게 화를 냈던 순간은 모두 레나 때문이었다.은혁은 서하에게 전혀 마음에 없는 사람처럼 언제나 명령하고, 고고한 태도를 유지했다.서하는 이혼하고 싶었지만, 한낱 미물인 강아지에게까지 잔인한 몹쓸 여자로 오해받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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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서하가 곧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할 거야.”은혁이 레나를 보며 말했다.“그러니까 그만 울어.”주인정이 말했다.“사과하면 뭐 해! 강아지는 이미 죽고 없는데!”은혁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한 마리 더 키우는 건 어때?”레나는 울면서 고개를 저었다.“싫어요. 기쁨이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어요.” “혹시라도 새로 들인 강아지를 서하 언니가 또 죽이면 어떡해요?”은혁의 뒤를 따라 문가에 서 있던 서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다시 말하지만, 강아지는 내가 죽이지 않았어.”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서하에게 향했다. 서하는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채 말했다.“살인자도 증거가 있어야 죄를 물을 수 있잖아? 아무런 증거도 없이 왜 내가 죽였다고 단정하는 거야?”레나는 서하를 보자 또다시 울음을 터뜨리며, 은혁의 품으로 쓰러지려 했다.은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하를 향해 돌아봤다.“당신... 그만해.”서하의 몸이 휘청거렸다.남편이 ‘그만하라’라고 한 말이 이혼에 대한 것인지, 아니면 이 일에 대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이제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이 집에서는 은혁의 말이 곧 법이었다. 은혁이 말하는 것이 곧 진실이 되었다.대체 무슨 증거가 더 필요할까? 레나가 한마디만 하면, 은혁은 무조건 그녀를 믿을 텐데.레나가 어떻게 모함하든 서하는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었기에, 그 어떤 말도 서하에게 상처가 될 수 없었다.하지만 은혁은 달랐다. 그의 눈빛 하나에 서하는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었다.서하의 해명과 변명은 은혁의 차가운 눈빛 앞에서 모두 우스꽝스럽게 변질되었다.말없이 자신을 쳐다보기만 하는 은혁을 보며 서하는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서로에게 예의를 지키며 살았던 시간마저도 이제는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아랫배가 무언가에 잡아당기는 듯한 통증에 서하는 고통스러웠다.서하는 냉소적으로 입꼬리를 비틀었다.‘나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싸우고 있는 걸까?’‘무슨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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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이전에도 서하는 천후를 두 번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그는 매번 다른 스포츠카를 몰고 있었고, 조수석에는 다른 여자가 앉아 있었다.서하는 이런 부류의 사람과는 되도록 가까이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천후를 보자마자, 억지로 몸을 곧추세우고 아무렇지 않은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다.“사모님, 왜 여기 혼자 계십니까? 혹시 울었어요?”천후는 한쪽 눈썹을 치켜세우며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흥미롭다는 듯 그녀를 쳐다봤다.“왜 그러세요, 배 대표가 괴롭히기라도 합니까?”서하는 대꾸할 마음이 없었다. 서하는 천후가 왜 뜬금없이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저는 바빠서 이만 가보겠습니다.”본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임서하는 발걸음을 옮겨 밖으로 나갔다.“사모님, 어디 가세요? 제가 모셔다드릴게요!”얼마 지나지 않아 천후가 차를 몰고 따라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서하는 더는 신경 쓰지 않고,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걸어 나가 택시를 잡았다.천후는 차를 길가에 세우고 담배를 꺼내 물었다. 피어오르는 하얀 담배 연기 속에서 그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갈 곳 없던 서하는 결국 연구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 쉴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아랫배에 계속되는 원인 모를 통증으로 병원에 가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일이 너무 많았고, 박사 학위 취득을 위한 공부도 게을리할 수 없었다.겨우 연구원에 돌아와 안정을 찾으려는 찰나, 휴대전화가 또다시 울렸다.발신자는 엄마, 노숙진. 서하는 전화를 받았다.노숙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서하야, 지금 돈 좀 있니?]서하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엄마, 무슨 일 있어요? 혹시 아빠 편찮으세요?”[그게 아니고...]노숙진은 한숨을 쉬었다.[전에 우리가 빚을 진 게 있는데, 그 집이 이사를 가버리는 바람에 연락이 끊겼었어. 이제야 돌아와서 돈을 갚아달라고 하는구나.]서하는 안도했다.“얼마인데요?”[1억.]서하는 눈살을 찌푸렸다.“우리가 그렇게 큰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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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서하는 저녁 8시가 넘도록 연구원에 있었다. 이재희가 발령받아 떠난 뒤, 원래 연구하던 데이터 중 내용이 불명확한 부분 때문에, 두 사람은 한 시간 넘게 음성 통화를 했다.전화를 끊은 뒤에야 은혁이 보낸 메시지를 발견했다.딱 세 글자였다.[들어와.]‘집?’집은 피난처이고, 따뜻하고, 달콤하고, 행복한 곳이다.‘과연 거기가 내 집일까?’한때, 서하는 은혁이 있는 곳이 곧 자기 집이라 믿었다.하지만 지금, 은혁은 서하에게 오직 고통과 상처만을 안겨주었다.이제 서하에게는 집이 없다.짐을 챙겨 주차장으로 내려오자, 그곳에 은혁이 있었다.서하는 놀라기보다 가슴에 통증을 먼저 느꼈다.지난번 은혁은 서하를 데리러 와 선물을 건네고, 몇 마디 위로를 건넸다. 서하는 예전 부부 생활로 돌아가자는 그의 제안에 적극적으로 응했다.아마 은혁은 서하를 달래기 쉬운 여자로 생각했을 것이다. 쉬운 정도를 넘어, 하찮은 존재라고.그래서 은혁은 또다시 이곳을 찾은 것이다.하지만 이번에는, 서하는 한눈팔지 않고 곧장 자신의 차에 올라탔다.은혁이 서하의 차 옆에 서서 창문을 두드렸다.“내려.”임서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차에 시동을 걸었다.백미러로 보니, 은혁은 얇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담담하고 무심한 태도였다.마치 서하의 행동이 억지스럽다고 말없이 비난하는 듯했다.서하가 차를 몰고 길을 나선 뒤에야, 은혁의 차가 뒤따라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쓰라린 마음이 서하를 통째로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그리고 결국 본가로 돌아갔다....그 시간, 배효산 부부와 성우 부부가 모두 와 있었다.서하의 차가 멈추자마자 은혁의 차가 뒤따라 들어왔다.서하가 차 문을 잠그고 집으로 들어가자, 은혁이 그녀의 등 뒤에 바싹 다가서 있었다.서하는 돌아보지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인 채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 신었다.주인정은 은혁을 보자마자 목소리 톤을 낮췄다.“이제야 돌아와? 잘못을 해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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