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하는 저녁 8시가 넘도록 연구원에 있었다. 이재희가 발령받아 떠난 뒤, 원래 연구하던 데이터 중 내용이 불명확한 부분 때문에, 두 사람은 한 시간 넘게 음성 통화를 했다.전화를 끊은 뒤에야 은혁이 보낸 메시지를 발견했다.딱 세 글자였다.[들어와.]‘집?’집은 피난처이고, 따뜻하고, 달콤하고, 행복한 곳이다.‘과연 거기가 내 집일까?’한때, 서하는 은혁이 있는 곳이 곧 자기 집이라 믿었다.하지만 지금, 은혁은 서하에게 오직 고통과 상처만을 안겨주었다.이제 서하에게는 집이 없다.짐을 챙겨 주차장으로 내려오자, 그곳에 은혁이 있었다.서하는 놀라기보다 가슴에 통증을 먼저 느꼈다.지난번 은혁은 서하를 데리러 와 선물을 건네고, 몇 마디 위로를 건넸다. 서하는 예전 부부 생활로 돌아가자는 그의 제안에 적극적으로 응했다.아마 은혁은 서하를 달래기 쉬운 여자로 생각했을 것이다. 쉬운 정도를 넘어, 하찮은 존재라고.그래서 은혁은 또다시 이곳을 찾은 것이다.하지만 이번에는, 서하는 한눈팔지 않고 곧장 자신의 차에 올라탔다.은혁이 서하의 차 옆에 서서 창문을 두드렸다.“내려.”임서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차에 시동을 걸었다.백미러로 보니, 은혁은 얇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담담하고 무심한 태도였다.마치 서하의 행동이 억지스럽다고 말없이 비난하는 듯했다.서하가 차를 몰고 길을 나선 뒤에야, 은혁의 차가 뒤따라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쓰라린 마음이 서하를 통째로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그리고 결국 본가로 돌아갔다....그 시간, 배효산 부부와 성우 부부가 모두 와 있었다.서하의 차가 멈추자마자 은혁의 차가 뒤따라 들어왔다.서하가 차 문을 잠그고 집으로 들어가자, 은혁이 그녀의 등 뒤에 바싹 다가서 있었다.서하는 돌아보지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인 채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 신었다.주인정은 은혁을 보자마자 목소리 톤을 낮췄다.“이제야 돌아와? 잘못을 해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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