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날 그 겨울밤, 술에 취한 은혁은 서하에게 난생처음 다정하고 따뜻하게 대했다.다음 날 아침, 은혁이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을 때, 서하는 조용히 그곳을 떠났다....오늘도 서하는 쉴 틈 없이 바빴고, 시현과 함께 화학약품 공장에 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열 시가 다 되었을 무렵, 시현에게서 건물 아래층에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다.서하는 전화를 끊고 너무 급하게 일어섰다가, 아랫배가 순간 뻐근하게 아팠다. 몸이 움츠러들었지만, 배를 감싸 쥐자 이내 통증이 사라졌다.가방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시현이 서 있었다. 훤칠한 키의 그 남자는 서하를 보자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따스하고 매력적인 얼굴이었다.“선배.”서하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죄송해요, 일부러 여기까지 오시게 해서...”“나한테 무슨 그런 말을 하니.”시현이 조수석 문을 열어 주었다.“후딱 다녀와서 같이 밥 먹자. 오후 근무에 지장 없게.”“고마워요, 선배.”두 사람은 차 안에서 옛 학교 시절 이야기와 아는 동기들의 근황을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한 시간이 넘는 길이었지만, 두 사람은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화공 공장에 도착해 상황을 파악했다. 일은 고될지언정 제시된 보수가 매우 높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상대편에서도 서하의 프로필에 크게 만족하며, 성공 시 보수를 더 올려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서하는 망설임 없이 그 자리에서 근로계약서에 서명했다.돌아오는 길, 두 사람은 길가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서하가 계산했고, 시현은 그녀가 기꺼이 한 턱 내도록 내버려두었다....연구원으로 돌아오니, 마침 오후 근무 시작될 무렵이었다.채아가 서하에게 초콜릿 몇 개를 건네며 물었다.“선배 봤어? 둘이 점심 같이 먹었어?”서하가 고개를 끄덕였다.“도움받을 일이 있어서 부탁했고, 겸사겸사 내가 밥 한 끼 샀어.”채아가 서하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밥이나 좀 잘 챙겨 먹어. 보니까 너 요즘 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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