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Chapter 31 - Chapter 40

100 Chapters

제31화

얼마 지나지 않아 서하는 기중환 교수의 아내 이청애 여사로부터 면접 일정을 전달받았다. 일단 다른 생각들은 차치하고, 시험 준비에만 집중했다.동료들과의 연구원 업무 인수인계도 끝나자, 그날 오후 월세방으로 돌아갔다....새해가 다가오자, 서하는 1월 1일 하루만 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시험 준비를 하면서도 매일 화공 공장에 나가 두 시간씩 일을 이어갔다.일정이 빡빡해서 외로울 틈도 없었다.어느 날, 엄마 노숙진에게서 집에 와서 밥을 먹으라는 전화가 왔다.따져보니, 서하가 친정에 가지 않은 지 꽤 오래되었다. 친정 식구들이 못되게 군 것은 아니었다. 어릴 때는 부모님의 사랑을 넘치도록 받았다. 상호가 부모를 잃고 곁에 온 순간부터, 모든 것이 어긋나기 시작했다.서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자신이 친딸인데도,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부모님은 늘 상호 편을 들었다.엄마 노숙진은 상호가 부모를 잃었으니, 더 아껴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서하도 분별없는 아이는 아니었기에, 부모를 잃은 사촌동생을 안쓰럽게 여겼다.하지만 상호는 정말 속을 썩이는 아이였다.그녀가 은혁과 결혼하기 전, 상호가 폭행 사건을 일으켜 상대에게 큰 부상을 입힌 적이 있었다.당시 상대방은 감옥행 또는 합의금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서하네는 평범한 가정이라 그만한 돈이 없었고, 결국 합의금을 마련하기 위해 집을 처분해야 했다.서하가 은혁과 결혼한 후, 아빠 임범철이 수술받아야 했을 때, 집에는 수술비조차 없었다. 그때 은혁이 기꺼이 수술비를 내주었다.그 후 서하가 모르는 사이에 상호가 은혁에게 집 한 채를 더 요구했다. 며칠 전에는 상호가 또 집을 사겠다며 은혁에게 돈을 달라고 했다.서하는 은혁 앞에서 이미 고개를 들 수 없을 지경인데, 상호는 서하를 벼랑 끝까지 밀어냈다. 만약 상호가 친동생이었다면 불편하고 부끄러운 감정을 기꺼이 감수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호는 친동생이 아닌 사촌동생이었고, 부모님은 상호의 말이라면 무조건 들어주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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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누나, 빨리 와 봐요!” 상호는 흥분해서 얼굴까지 상기된 채 말했다. “매형이 선물을 잔뜩 사 오셨어요! 그리고...”서하의 싸늘한 시선에 상호는 입을 꾹 다물었다.레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서하를 바라보았다.“서하 언니, 오셨어요? 언니가 너무 바빠서 못 돌아오실 줄 알았지 뭐예요.” “내일이 설이라서 오빠가 저랑 친정에 가는 길에, 겸사겸사 아저씨, 아주머니도 뵐 겸 잠깐 들렀어요.”‘배은혁을 데리고 자기 친정에 다녀왔다고?’‘정작 자기 남편 될 배성우는 죽기라도 했단 말이야?’‘민레나는 대체 무슨 꿍꿍이로 여기까지 기어들어 온 거야?’서하는 정확한 답을 알 수 없었지만, 레나의 의도가 불순하다는 것만큼은 확신했다. 레나의 말 속에는 마치 은혁은 올 생각이 없었는데, 자신이 억지로 오자고 해서 온 것이라는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게다가 ‘겸사겸사’ 들렀다니...‘기가 막히네.’이곳은 엄연히 서하의 친정이었다. 은혁은 지금까지 사위로서 장인, 장모를 찾아뵙겠다고 나선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레나에게 이끌려 비로소 이곳에 왔다.서하의 마음속 감정을 설명할 수 없었다. 다만 극도의 불쾌감만 밀려들었다.특히 은혁과 레나 앞에서 가족들이 쩔쩔매며 비위를 맞추는 꼴이 보기 괴로웠다. 자신과 은혁의 집안 재력 차이가 하늘과 땅만큼 크다는 것은 알지만, 서하는 돈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은혁의 재력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졌고, 그 앞에서 감히 고개조차 들 수 없었다.마치 지난번 은혁이 서하의 자존심을 우스꽝스럽다고 말했던 것처럼. 은혁은 서하의 자존심을 너무나 쉽게 짓밟았고, 그녀는 허리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했다.그런데 이제는 레나를 대동하고 집까지 찾아왔다.‘이건 과시하려는 건가?’‘아니면 대놓고 모욕을 주려는 건가?’서하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한때 그 사람을 사랑할 때는 모든 것을 감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면?은혁의 태도는 더 이상 서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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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임범철은 체면을 목숨처럼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방금 서하가 눈앞에서 은혁과 레나를 내쫓아버렸으니, 체면이 땅에 떨어졌고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게다가 지금 집안 사정상, 앞으로도 사위 은혁에게 기댈 부분이 많았다. 그런데 서하가 은혁에게 털끝만큼의 예의도 갖추지 않았으니, 나중에 어떻게 뻔뻔하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지 앞이 캄캄했다.격분한 임범철은 딸에게 손가락질하며 고함을 질렀다.“너도 나가! 난 너 같은 딸 둔 적 없다!”노숙진이 급히 임범철의 손을 붙잡고 내렸다.“여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서하가 이럴 때는 다 이유가 있을 거예요.”노숙진은 길게 한숨을 쉬고는 딸을 끌어 앉혔다.“엄마한테 말해 봐. 너희 혹시 부부 싸움이라도 한 거니?”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 말하지 않으면 뻔히 상호가 또 은혁에게 손을 벌리러 갈 것이 분명했다.서하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배은혁과 이혼 준비하고 있어요.”모두가 충격에 휩싸였다! 방 안은 순식간에 침묵에 잠겼고, 고요함 속에서 바늘 떨어지는 소리마저 들릴 듯했다.상호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이혼? 진짜 이혼이에요? 매형이 먼저 누나한테 이혼하자고 한 거예요?”서하가 또렷하게 말했다.“아니, 내가 그 사람한테 이혼하자고 했어.”그제야 임범철이 정신을 차리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정말 어처구니없는 짓이야!”노숙진이 다급하게 물었다.“서하야, 도대체 무슨 일이야? 멀쩡하게 잘 지내다가 왜 갑자기 이혼하려는 거니?”“저희 결혼은 애초에 잘못된 시작이었어요.” 서하가 말했다. “집안 배경도, 성격도 안 맞는데, 억지로 끌고 갈 필요 없잖아요.”임범철은 화가 치밀어 당장 아무 말이라도 내뱉으려 했지만, 노숙진이 그를 필사적으로 잡아끌었다.노숙진이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그럼 배 서방은? 배 서방도 이혼에 동의한 거니?”모두가 숨을 죽이고 서하를 바라보며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세 사람의 긴장 어린 시선을 마주하며 서하는 쓴웃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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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서하의 눈은 슬픔과 분노로 충혈되어 있었다.그녀가 말했다.“아빠, 저는 잘못 없어요.”“네가 이혼하려는 생각 자체가 바로 잘못이야!”서하는 말없이 발걸음을 돌려 밖으로 걸어 나갔다.상호가 그녀를 허둥지둥 쫓아 나왔다. 그는 서하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탔다.“누나, 도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 큰아빠는 편찮으시고, 큰엄마도 일이 없잖아요. 앞으로 우리 집이 매형한테 기댈 일이 얼마나 많은데...”서하가 상호를 쏘아보았다.“상호야, 너 대학 졸업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마땅한 직장 하나 못 구했니?”상호는 순간 뜨끔했다.“마땅한 곳이 없어서...”“네 입으로도 우리 아빠가 편찮으시고 우리 엄마가 직장이 없다고 말했잖아. 그런데 넌 어떻게 뻔뻔하게 집에서 두 분 등골 빼먹을 생각만 하니?”상호는 잠시 멍해졌다가, 이내 발끈 화를 냈다.“저도 일하고 싶어요! 저도 돈 벌고 싶다고요! 그런데 요즘 취업이 얼마나 힘든데요!”서하가 그를 냉정하게 보았다.“정 안 되면 배달이라도 해. 택배라도 하라고. 어떻게든 돈 벌 수 있어.”“저보고 그런 일을 하라고요?” 상호는 충격받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누나가 제 누나 맞아요?”서하는 심신이 극도로 지쳐 있었다. 더 이상 그와 단 한마디도 섞고 싶지 않았다.상호는 졸업한 지 반년이 넘었다. 대학 시절 등록금도 서하가 대주었다. 이제 졸업하고도 일자리 찾을 생각은 하지 않고, 수중에 돈 한 푼 없으면서 집을 살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 심지어 은혁에게 돈까지 요구했다.서하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기 전에 상호에게 쐐기를 박았다.“난 배은혁과 이혼할 거야. 앞으로 그 사람과 나는 아무 관계도 없어. 그 사람은 더 이상 네 매형이 아니니까, 그렇게 알아.”서하는 발걸음을 옮겨 밖으로 나섰는데, 문득 고개를 들자 은혁이 보였다.은혁이 들었을지도 모르지만, 서하는 개의치 않았다. 방금 한 말은 모두 진실이었으니까.‘왜 아직 안 가고 여기서 뭐 하는 거지?’ ‘민레나는 어디에 간 걸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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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은혁은 고개를 돌려 다시 서하를 뚫어지게 바라봤다.“내가 말했지, 우리 아직 이혼 안 했어. 남편에게 이 정도는 알리는 게 도리 아닌가?”서하는 은혁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감추려던 건 아니었어. 아직 모든 것이 불확실한데, 뭐 하러 말해.”은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의 대답이 영 못마땅한 눈치였다.서하가 말을 이었다.“게다가 우리가 아직 부부라고 해도 모든 걸 다 보고할 필요는 없잖아? 배 대표님 일은 언제 나한테 말해줬는데?”사실이었다. 은혁은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나 이제 가봐야겠어. 배 대표님, 좀 비켜주겠어요?”그녀가 깍듯이 ‘배 대표님’이라고 부를 때마다 은혁의 얼굴은 더욱 굳어졌다. 한참 침묵하던 그가 입을 열었다.“데려다줄게.”“필요 없어.”은혁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당신이 본가에도, 부모님 집에도, 그리고 ‘구름바다’에도 안 갔다는 건 알아.” “아직 당신은 배씨 집안의 안주인이야.” “어디서 누구와 지내는지, 최소한 나에게는 알려줘야 할 거 아니야?”‘내가 ‘구름바다’에 가지 않은 걸 어떻게 알았지?’서하는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남편의 마지막 말에 화가 치밀었다.“누구와 지내는지? 당신, 지금 그 말 무슨 뜻이야?”“당신이 어디서 누구랑 무슨 짓을 하는지 내가 직접 확인해야겠다는 뜻이야.”은혁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꿰뚫어 봤다.“당신은 여전히 배씨 집안 며느리야. 당신의 언행은 여전히 배씨 집안을 대표한다는 걸 알아둬.”서하는 남편의 의중을 읽었다. 밖에서 함부로 행동해서 배씨 집안에 먹칠을 할까 봐 두렵다는 뜻이었다.마음 깊은 곳에서 쓴웃음이 올라왔지만, 서하는 재빨리 감정을 억눌렀다.‘결국 나는 이 남자 마음속에서, 가볍고 품위 없는 여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나?’부부 사이에 기본적인 신뢰는커녕, 은혁은 자기 아내가 어떤 사람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존중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좋아.”서하는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내가 안내해 줄게.”“내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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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서하는 무심코 은혁 쪽으로 몸을 숙이며 작게 읊조렸다. “왜 안 닿아, 바로 여긴데...”그제야 서하는 자신이 은혁의 품에 완전히 밀착된 자세라는 것을 깨달았다.남자의 숨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은혁에게서 맑고 깨끗한 소나무 향이 났다. 하지만 그 향에는 섣불리 가까이 오지 말라는 차가운 경고가 함께 있었다.서하는 남자의 향기에 전혀 저항할 수 없었다. 이전에 부부 관계를 할 때, 서하는 남자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숨 쉬는 것을 좋아했다.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의 자신이 마치 변태 같았다는 느낌이 들었다.지금도 마찬가지였다.그저 은혁에게 가까이 다가가 향기를 맡는 것만으로도, 서하는 바보처럼 멍해졌다.은혁은 내려다보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좌석 조절한다며?”서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얼굴이 새빨개져서 서둘러 좌석을 뒤로 조절해 줬다.그러고는 얼른 몸을 일으키려 했다.그 순간, 커다란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아왔다.서하는 저항하지 못하고 남자의 품에 안겼다.조금 전만 해도 조금의 거리가 있었지만, 이제 서하는 정말로 남자의 몸 위에 완전히 엎드린 꼴이 되었다.서하는 너무 부끄럽고 당황스러워 당장 일어나려 했다.고개를 들자 은혁의 시선과 마주쳤다.남자의 눈매는 날카롭고 수려했다. 본래부터 차분하고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하지만 지금 그의 눈빛은 마치 밤하늘의 모든 별이 그 안에 내려앉은 듯 빛나고 있었다.처음에는 ‘첫눈에 반했다’ 같은 대단한 감정은 아니었다. 그저 그의 외모에 끌렸던 것이 전부였다.서하는 은혁을 처음 봤을 때, 그의 준수한 외모에 깊이 매료되었다.그때만 해도 이 남자가 자신의 미래 남편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지만, 첫눈에 이미 그의 완벽한 얼굴에 빠져버린 상태였다.3년 동안이나 봐왔지만 그의 외모는 서하에게 여전히 치명적이었다.은혁이 이렇게 쳐다보자, 서하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 정신을 차린 서하는 속으로 자신을 한심하다고 욕했다.마음을 접기로 했으니, 이 유혹도 이겨내야 했다.서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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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서하의 또 다른 자아가 속삭였다. ‘임서하, 뭘 그렇게 고고한 척해?’‘할 건 다 해놓고, 키스 가지고 유난은...’‘넌 잃을 것도 없잖아. 배은혁 키스, 끝내주는데?’곧 서하의 머릿속 싸움은 멈췄다. 숨 막힐 듯한 쾌감에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시간이 좀 지난 후, 은혁이 마침내 입술을 떼었다.서하는 남편의 목에 축 늘어져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온몸의 힘이 축 풀려버린 상태였다.은혁은 아내를 틈 없이 단단히 안았고, 두 사람의 몸은 완전히 밀착되었다.“가만히 있어.”은혁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허리를 꽉 잡았다. 옷 위로 느껴지는 그 손의 작열감과 뜨거운 열망에 서하의 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서하는 고개를 기울여 그의 목에 기댄 채, 그의 아름다운 목울대가 침을 꿀꺽 삼키며 크게 울렁이는 것을 지켜봤다.서하가 몸을 일으키려 하자, 은혁이 또다시 그녀를 끌어안았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서하는 남자의 눈빛에서 그리움과 노골적인 욕구를 읽어냈다.그녀는 몸부림치기 시작했다.“놔! 여기 차 안이야!”“응, 차 안이 어떻다는 거야?”은혁은 여자의 목덜미에 커다란 손을 올려 부드러운 살을 주무르더니 낮게 웃었다. 목소리가 한층 나직하게 가라앉았다.“우린 아직 차 안에서 시도 안 해봤잖아.”서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목덜미를 잡히자 주도권을 완전히 뺏긴 기분이었다.언제나 그랬듯이 은혁은 이렇게 모든 통제권을 자신이 가져가려 했다.하지만 지금의 서하에게는 더 이상 그의 요구에 끌려다닐 이유가 없었다.서하의 눈빛이 싸늘하게 돌변했다.“배은혁, 놓으라고.”은혁은 그 말에 망설임 없이 손을 멈추고 아내를 풀어주었다.서하는 재빨리 일어나 운전석에 앉았다.조금 전까지 차 안에 가득했던 야릇한 기류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없었다.서하는 숨을 고르고 차의 시동을 걸었다.집으로 향하는 내내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빨간불에 걸렸을 때, 서하는 흘깃 곁눈질로 은혁을 살폈다.남자는 조수석에 앉아 눈을 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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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서하의 집은 겨우 10평 남짓의 좁은 원룸이었다. 어쩌면 은혁의 집 화장실보다 작을 공간이었다.은혁은 현관 입구에 서서 더는 들어오지 않았다. 워낙 좁아서, 모든 것이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이었다.현관 오른쪽에는 화장실이 있었고, 문 안으로 세면도구가 훤히 보였다. 거실에는 심플한 2인용 소파가 전부였다. 위에는 쿠션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침대에는 서하의 잠옷이 놓여 있었고, 베개는 단 두 개. 하나는 머리맡에, 나머지 하나는 침대 중앙에 비스듬히 놓여 있었다. 실내 슬리퍼도 단 한 켤레뿐이었다.다른 누군가가 함께 생활하는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서하는 움직이지 않는 남자를 보며, 앉으라고 권할 생각도 없었다. 그녀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확인 끝났지? 만족해?”서하의 말이 끝나자마자 은혁의 핸드폰이 울렸다.즉시 전화받는 은혁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 싸늘했던 눈빛에는 다정한 미소가 스쳤다.“레나. 응... 지금 바로 돌아갈게...”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서하에게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은혁은 곧바로 몸을 돌려 핸드폰을 쥔 채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서하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얼굴에는 더할 나위 없이 씁쓸한 미소가 떠올랐다.이윽고 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쉬었다.“임서하, 힘내자!”서하는 스스로에게 용기를 불어넣고 격려했다.남자에 대한 이 바보 같은 집착을 끊어내고 은혁을 마음에서 도려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다음 날.새해 첫날이었다. 서하는 배효산에게 전화해서 집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했다.배효산은 별다른 언급 없이 전화를 끊었다.친정에서는 상호가 여러 통의 문자를 보냈지만, 서하는 답장하지 않았다.오후가 되자 시현에게서 전화가 왔다.[서하야, 새해 복 많이 받아.]“선배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시현이 웃으며 말했다.[나 이따 화공 공장에 좀 가볼까 하는데, 너도 오늘 갈래?]서하는 그 말을 듣고 반가운 듯 말했다. “마침 저도 막 가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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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밤 10시가 넘은 시간, 혼자 사는 서하는 당연히 안전에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집 밖에서는 아무 대답도 없이 노크 소리가 몇 번 더 이어졌다.서하는 더 경계하며 신발장 위의 핸드폰을 들고, 언제든 신고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계속 대답 없으면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밖에서 한참 동안 침묵하더니 이내 목소리가 들려왔다.“나야. 문 열어.”‘배은혁?’서하는 경계를 풀고 문을 빼꼼 열며 의아한 듯 물었다.“당신 여긴 왜?”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은혁이 문을 밀치고 성큼 안으로 들어왔다.서하는 옆으로 밀려나며 미간을 찌푸렸다.“여긴 왜 왔어?”은혁은 한 손으로 문을 닫고, 다른 손으로는 곧바로 서하의 허리를 감싸안았다.서하가 반사적으로 피하려 했지만, 은혁은 이미 그녀를 문에 기대어 밀쳤다.은혁의 숨결에서 술 냄새가 났다. 냉정했던 남자의 체취에 짙은 알코올 기운이 섞여 있었다. 불쾌하지는 않았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차가운 눈빛을 아래로 내려 서하가 뚫어져라 응시했다.서하는 은혁에게서 빠져나오려 했다.“일단 놔...”말이 끝나기 전에 은혁이 고개를 숙여 서하에게 키스했다.서하가 놀라서 멍해 있던 사이, 은혁은 이미 깊숙이 파고들었다.서하는 힘껏 그를 밀어냈지만 역부족이었다.집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서하는 왠지 모르게 은혁이 화가 났다는 느낌을 받았다.‘왜 화가 난 거지?’‘또다시 나를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 건가?’하지만 곧 서하는 그런 복잡한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졌다.서하는 줄곧 사랑 없는 육체적 관계는 짐승의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여겼다.하필 은혁은 이 일에 있어서는 타고난 재능을 가진 실전형이었다.매번 서하는 마치 전투를 치른 것처럼, 사지가 마비되고 온몸의 기력을 잃었다.은혁은 오랜 기간 운동으로 몸을 다졌고, 격투기와 킥복싱 실력도 뛰어났다. 10대 때부터 군에서 훈련받은 남자였다.그런 은혁 앞에서 서하의 미약한 저항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오늘 밤의 은혁은 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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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그 이유는 간단했다. 서하는 앞으로 은혁의 시선과 태도에 더는 마음 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다시는 이 남자가 나를 건드리게 두지 않을 거야.’“배 안 고파?”머리 위에서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고, 곧이어 남자는 움직였다.서하는 눈을 크게 뜬 채 남자가 침대에서 내려서는 것을 지켜봤다.남자의 몸은 여자들의 환호를 받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가슴 근육, 복근, 치골까지 관능적이고 완벽했다.지금 그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서하 앞에 그대로 서 있었다.서하는 은혁과 수없이 밤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몸을 볼 때마다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은혁은 물 한 잔을 건네며 말했다.“일단 물 좀 마셔. 어젯밤 당신 꽤 오랫동안 소리를 질렀잖아.”서하는 수치심과 당황스러움에 말을 더듬었다.“그건 다 당신 때문이잖아...”서하는 말을 끝맺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컵을 받아 거의 절반을 들이 마신 뒤, 입을 열었다.“배은혁, 나를 뭘로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당신을 뭐로 생각한다니?”은혁이 서하의 말을 끊었다.“당신은 내 아내야. 내가 당신을 뭐로 생각하겠어?”“나를 아내로 생각한다고? 욕구를 해소하는 도구가 아니고? 내 의사는 중요하지 않았지?”은혁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봤다.“당신도 즐거웠잖아, 안 그래?”그 말에 서하의 목이 메었다.이런 일은, 설령 처음에는 그녀가 원치 않았다고 해도, 은혁의 타고난 신체 조건이 너무 좋았고, 기술 또한 노련했기 때문에 막아낼 수 없었다.어떤 여자가 그걸 견딜 수 있을까?“뭐 먹고 싶어?”은혁이 시선을 낮춰 그녀를 바라봤다.“냉장고에 재료 있어?”서하가 대답하기도 전에, 은혁은 옆에 있던 수건을 집어 허리에 둘렀다.그리고 상의를 벗은 채 그대로 주방으로 향했다.주방은 매우 좁았는데, 그의 거대한 몸이 들어가자 공간이 더욱 비좁아 보였다.냉장고를 열어 안을 살피더니 서하를 돌아보며 물었다.“국수 삶을까?”서하의 머리는 혼란스러웠고, 손에는 여전히 컵을 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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