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다음 날 아침 일찍 노숙진에게서 전화가 왔다.서하가 전화받자마자 노숙진은 따지듯이 말했다.[임서하, 너 대체 무슨 일이야? 어제 상호가 그렇게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까지 했는데도 답장도 없고, 전화도 안 받고.] [아무리 그래도 새해인데, 엄마한테 전화 한 통 할 생각을 안 해?]서하는 고개를 떨구고 말했다.“엄마, 죄송해요.”[나한테 사과할 필요 없어!] 노숙진이 목소리를 높였다. [배 서방에게 사과해!]서하는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노숙진은 말을 이었다. [남자는 여자가 잘 어르고 달래줘야 하는 거야. 예쁜 말 몇 마디 해주고, 네 자존심 좀 내려놓으면 될 일인데, 왜 굳이 이혼하겠다고 그래?] [우리 딸, 엄마 말 듣고 배 서방한테 제대로 사과하자, 응?]서하는 마음속 깊은 곳까지 싸늘함을 느꼈다.“그럴 일 없어요. 저는 반드시 그 사람하고 이혼할 거예요.”[넌 대체 언제쯤 철이 들고, 엄마 말을 들을 거니!] [이혼? 지금 이혼이 애들 장난이야? 이혼하면 우리 집안 망신이야! 부모 체면도 생각해야지!]서하는 결국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죄송해요...”이 말을 끝으로 서하는 그대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사실 서하가 어릴 때는 부모님이 서하에게 참 잘해줬다. 다만, 사촌 동생 상호가 부모를 잃고 서하 집에 온 뒤부터, 부모님은 상호에게 유독 깊은 애정을 쏟았다.처음엔 서하도 부모를 잃은 상호에게 마음을 쓰는 자기 부모에게 특별한 불만은 없었다. 자신 역시 상호가 안쓰러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부모님이 상호를 지나치게 편애한다는 걸 느꼈다. 심지어 친딸인 자신보다 더 아끼는 듯했다.특히 은혁과 결혼해 집을 떠난 후에는 더 심해졌다. 상호가 아니었다면, 서하네 가족은 이렇게 힘들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서하도 은혁 앞에서 그렇게 움츠러들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지금 부모님은 서하의 감정을 외면한 채 은혁에게 사과하라고 강요하고 있다.서하의 마음이 아프지 않을 리 없었다.그녀는 한동안 넋을 놓고 멍하니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