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혁은 사실 민석에게 이렇게까지 털어놓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의 그는, 속내를 다 이야기할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그나마 은혁이 마음을 열고 속내를 터놓을 수 있었던 유일한 친구, 그리고 은혁이 누구를 좋아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 그 친구는 지금 군대, 그것도 폐쇄 훈련 중이라 연락조차 닿지 않았다.다른 사람들은 더 기대할 게 없었다.심지어 민석조차, 감정이 뭔지도 모르는... 맨날 여자나 갈아치우는 꽃미남 바람둥이였다.사람들은 말한다.은혁은 돈도 많고, 권력도 있고, 성공했고, 멀리 있는 별처럼 닿지 않는 곳에 있다고.하지만 정작 은혁은 지금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토할 것처럼 답답한데, 그 감정의 출구가 없었다.‘고독이 이런 건가?’‘아무리 높이 올라가도, 결국 혼자인 거지.’‘높은 자리에 오르면 외롭다’라는 말은 입에 올리기만 해도 괜히 잘난 척 같지만, 그 말이 바로 지금의 은혁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했다.민석은 당연히 은혁의 고민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민석의 세계관에서 여자란 손짓 하나면 다가오고, 돈으로 다 해결되는 존재였다.은혁이 괜히 감정놀음 같은 걸 해서 스스로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았다.민석이 말했다.“내가 볼 때, 그냥 넌 마음 좀 비워. 네 와이프? 뭐 괜찮지. 예쁘고 머리도 좋고. 근데 세상에 예쁘고 능력 있는 여자 널리고 널렸어! 넌 왜 숲 전체를 버리고 네 와이프라는 나무 한 그루에 목매달아 있냐?”바로 그 말 때문에 은혁은 더 답답해졌다.민석은 도무지 공감이란 걸 할 줄 모른다.오히려...‘저 좋은 조건에 저 얼굴이면 바람둥이 안 하는 게 손해지.’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인간이었다.“내 마음속에는 딱 한 사람만 있어.”은혁이 말했다.“넌 몰라.”“그래서, 너는 알아? 그래서 지금 이 모양 이 꼴인 거야?”민석은 비웃듯 말했다.“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건데?”은혁은 고개를 숙여 잔에 술을 따랐다.“난 이혼하기 싫어.”“네 와이프가 단단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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