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Chapter 591 - Chapter 600

823 Chapters

제591화

엄선호가 말했다.“당신은 날 선택했잖아.”구나린은 방금 엄선호의 청혼을 거절했다. 이 상황에서 더 말을 보태 농담처럼 흘려버리면, 오히려 그를 더 아프게 할 것 같았다.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청혼 이야기는 그렇게 정리됐다.그런데 ‘구름바다’ 아파트 단지에 있는 집으로 돌아온 뒤, 이번엔 딸 입에서 결혼 이야기가 나왔다.서하는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엄마, 결혼하실 거예요?”솔직히 말하면, 마음속의 이기적인 생각을 따른다면 서하는 구나린이 결혼하지 않았으면 했다.지금의 구나린은 서하의 엄마였다.하지만 결혼하면, 구나린은 가장 먼저 엄선호의 아내가 된다.법적으로 엄선호는 구나린과 가장 가까운 관계가 된다.그런 조건들을 모두 제쳐 두고 생각해도, 구나린의 곁에는 누군가가 필요했다.구나린을 챙기고, 아끼고, 지켜 줄 사람.그 사람이 서하일 수도 있지만, 서하가 영원히 곁에 머물 수는 없다.지금 서하는 은혁과 함께 있고, 이한도 자라날 것이다.그 이후에는 누가 구나린 곁에 남을까?서하는 조용히 말했다.“엄마, 저는 엄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엄 시장님이랑 함께하신다면, 저는 그냥 축복할 거예요. 그리고 엄 시장님은 정말 좋은 분이잖아요.”구나린은 가볍게 웃었다.“그럼 나... 몇 년 지나서 다시 생각해 볼게.”서하가 다시 무언가 말하려는 찰나, 구나린이 먼저 화제를 돌렸다.“너는? 너희 둘은 얼마나 더 만날 생각이야? 결혼하면, 그때는 내가 큰 선물을 할 생각이야.”은혁과 서하의 첫 결혼은 양가 친척들만 모신 작은 자리였다.소박했고, 조용했다.그래서 서하가 은혁의 아내였다는 사실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3년이 훌쩍 지난 지금, 두 사람이 다시 결혼한다고 해도 서하는 굳이 결혼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아이가 이렇게 큰데, 다시 결혼식이라니.하지만 구나린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구나린은 단호하게 말했다.“내 딸이 시집가는데, 당연히 다 제대로 해야지. 다들 보라고, 내 딸이 얼마나 행복한지.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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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은혁은 구나린의 말을 곧바로 이해했다.은혁은 숨기지 않고 그대로 말했다.“사실 처음에는 서하 씨가 저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저는 포기하지 않았고, 계속 노력했습니다.”“지금은... 괜찮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저희가 다시 시작해 보려고 하고 있으니까요.”구나린이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런 거였구나.”“오늘 저를 부르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은혁이 물었다.은혁은 늘 구나린을 존중했다. 진심으로 어른으로 대했고 그 태도에는 변함이 없었다.“일단 밥부터 먹자.” 구나린이 말했다.“먹으면서 이야기해.”은혁은 속이 조금 불편해졌다.‘혹시... 내가 마음에 안 드는 건가?’은혁은 구나린이 자신을 부른 이유가 그거일까 봐 내심 걱정하고 있었다.구나린에 대해서는 들은 이야기가 많았다.어쨌든, 이 여자는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다.나이가 50세에 가까운데도 히말라야 최고봉에 오르겠다고 나서는 사람이었다.가끔 은혁은 그런 성향이 서하에게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한 적도 있었다.다행히 요즘을 보면, 구나린이 서하에게 그런 쪽으로 뭔가를 강요하는 기색은 없었고, 서하 역시 그런 일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구나린이 다시 물었다.“며칠 지내보니까 어때?”은혁이 바로 대답했다.“괜찮습니다. 저녁 먹고 나면 이한이랑 같이 게임도 하고, 그림책도 봅니다. 이한이가 잠들면 서하 씨는 책을 조금 읽고요. 생활이 꽤 규칙적입니다.”“결혼 생각은 해봤어?”은혁은 갑자기 기침할 뻔했다.이렇게 바로 이런 질문이 나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은혁은 급히 휴지로 입가를 닦고 나서 말했다.“생각해 봤습니다.”생각하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서하가 아직 마음을 열지 않았을 때부터 은혁은 둘의 결혼을 상상해 왔다.“서하는 연애하고 싶다고 하더라.” 구나린이 말했다.“얼마나 할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그런 시간은 너희가 처음 결혼하기 전에 이미 해야 하는 일이지.”“그때는... 제가 잘하지 못했습니다.”“서하한테도 들었어. 그 일은 배 대표 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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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구나린이 말했다.“예전에 한 연회에서 자네 아버지랑... 새어머니를 한 번 본 적 있어.”은혁은 옅게 웃었다.구나린 같은 사람은 어떤 모임에 나가든 늘 중심에 서는 인물이었다.사람들이 먼저 다가와 말을 붙이고, 눈치를 보고, 호의를 보였다.상류 사회에도 분명한 층위가 있었다.은혁은 이미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서 있었고, 배효산 역시 존중받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주인정은 달랐다.주인정은 배효산과 재혼한 사람이었다.은혁의 친모도 아니었고, 친정 쪽 배경도 특별할 것이 없었다.아들을 하나 낳기는 했지만, 은혁과의 관계도 그다지 가깝지 않았다.이런 위치에서는, 설령 ‘배씨 집안 안주인’이라는 호칭이 있어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어려웠다.모임에 나가도 굳이 한 번 더 돌아보는 이는 없었다.하지만 구나린은 달랐다.구씨 가문 자체가 이미 만만치 않았고, 그보다도 구나린 개인의 능력과 이력은 더 말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그날 연회에서 주인정은 여러 번 구나린에게 말을 걸었다.어떻게든 가까워지고 싶다는 의도가 노골적이었다.구나린은 원래 사람에게 맞추는 성격이 아니었다.게다가 사람을 보는 눈도 정확했다.한 번만 봐도 주인정의 속내가 훤히 보였고, 그럴수록 더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주인정은 계속 다가왔지만, 구나린은 반응하지 않았다.결국 혼자 김이 빠진 채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그날 집에 돌아간 주인정은 배효산에게 몇 마디 불평을 했다가, 오히려 크게 혼이 났다.‘상대가 누군데 네가 먼저 들이대느냐’라는 말이었다.그 일로 주인정은 며칠 동안 제대로 밥도 먹지 못했다.물론 그런 일들을 구나린은 알지 못했고, 은혁 역시 전혀 몰랐다.구나린이 주인정을 봤다고 말하자, 은혁은 굳이 숨길 생각도 하지 않았다.“저하고는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같이 살 일은 없을 겁니다.”“다른 건 신경 안 써.” 구나린이 말했다.“서하가 상처받지만 않으면 돼.”“걱정하지 마십시오.” 은혁이 말했다.“서하 씨가 불편할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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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4화

엄선호는 구나린을 데리고 3층으로 올라갔다. 자신의 사무실이었다.사무실에 들어서자 구나린은 한 번 둘러봤지만 특별할 건 없었다.요즘은 청렴을 강조하는 시대다. 아무리 높은 자리라도 사무실이 화려할 리 없었다.자기 사무실과 비교하면, 말할 것도 없이 초라했다.딱딱한 소파에 앉은 구나린이 말했다.“진짜 소박하네.”엄선호는 자신의 찻잔으로 차를 다시 우려 건네며 말했다.“당신네랑은 비교도 안 되지.”구나린의 사무실은 엄선호도 몇 번 가본 적이 있었다.다만 그때는 늘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그건 예전 이야기였다. 지금은 구나린과 함께하고 있고, 무엇보다 일이 너무 바빠서 구나린의 사무실에 간 지도 꽤 오래됐다.사실 엄선호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은 어디를 가든 불편할 수밖에 없다.게다가 일정이 빽빽했다. 하루 종일 끝나지 않는 회의, 계속 쌓이는 서류.점심시간조차 겨우 짜내서 십여 분, 길어야 이십 분 눈을 붙이는 정도였다.편하게 한 시간 푹 자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그래서 구나린이 이렇게 직접 찾아온 것이, 엄선호는 솔직히 반가웠다.“점심은 먹었어?”엄선호가 물었다.“이 시간에 웬일이야. 다음엔 좀 일찍 와. 우리 구내식당 밥도 한번 먹어 보자.”“먹었어. 배 대표랑.”엄선호가 웃으며 말했다.“예비 사위랑?”“뭐, 그렇게 볼 수도 있지.”구나린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다음에 먹지 뭐. 다음에.”그 말을 듣자 엄선호는 바로 웃음이 번졌다.“그럼 또 올 거라는 거네? 그러지 말고, 오늘 오후에 별일 없으면 여기서 나랑 같이 있어. 저녁도 밖에서 먹지 말고, 그냥 구내식당에서 먹자. 어때?”“여기 식당... 맛은 어때?”“몇 가지는 꽤 괜찮아.”구나린이 코웃음을 쳤다.“당신이 괜찮다고 하는 거면, 난 별 기대 없네.”엄선호는 미식에 큰 욕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출장 중에 일이 생기면, 옥수수빵에 김치만 있어도 잘 먹는 사람이었다.반면 구나린은 어릴 때부터 부족함 없이 자랐고, 창업에 성공한 이후로는 생활이 더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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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5화

구나린이 어떤 사람인가? 남들이 바라는 대로 움직일 인물이 아니었다.마침 그 무렵, 국내 한 지역에 큰 수해가 났다.곳곳이 물에 잠겼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구나린은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바로 200억 원을 기부했다.만약 유명 연예인이 200억 원을 냈다면, 이미 온갖 기사와 함께 화제가 됐을 일이다.하지만 구나린은 늘 그랬듯 조용했다.다만, 그 사람들이 다시 찾아왔을 때는 달랐다.구나린은 아무 말 없이 기부 영수증을 꺼내 그들 앞에 내려놓았다.그 의도가 무엇이었든, 결과는 분명했다.그 이후로는 아무도 구나린을 찾아와 귀찮게 하지 않았다.나중에 엄선호도 그 200억 원 이야기를 알게 됐다.엄선호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물었다.그 돈이 혹시 자신 때문이었느냐고, 사람들 입을 막으려던 거 아니냐고.구나린은 고개를 저었다.그냥 마음이 닿아서 한 기부라고 말했다.이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으면 기부하긴 했지만, 한 번에 200억 원이나 되는 큰 돈을 낸 적은 없었다.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하게 됐다.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비록 엄선호의 청혼은 실패로 끝났지만 낙담하지 않았다.이런 일에 실패가 따를 수 있다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한 번 안 되면 다섯 번, 열 번, 백 번이라도 해볼 생각이었다.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구나린 곁에 있는 것이었다.지금은 두 사람이 구내식당 음식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엄선호가 웃으며 말했다.“일단 먹어 봐. 만약 맛없으면...”구나린은 턱을 괴고 엄선호를 바라봤다.“맛없으면 어쩔 건데? 그럼 난 앞으로 당신 만나러 오지 않을 거야.”엄선호가 태연하게 말했다.“맛없으면, 요리사 바꾸라고 하지 뭐.”“진짜?”구나린이 웃었다.“그거 공사 구분 안 하는 거 아니야?”“나는 평생 그런 짓 한 적 없어.”엄선호가 말했다.“이 정도면 조직에서도 문제 삼지 않을 거야.”“그럼 그게 나 때문에, 공직 생활 말년에 흠집 내는 거야?”“그 정도는 아니지.”엄선호는 말을 이었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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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6화

구나린은 엄선호의 잘 단련된 허리를 끌어안았다.엄선호는 몇 년 전까지 꾸준히 운동을 해왔고, 지금도 아무리 바빠도 시간이 나면 달리거나 수영했다.쉰을 바라보는 나이였지만, 몸 상태는 여전히 좋았다.키스가 끝난 뒤에도 엄선호는 구나린을 쉽게 놓지 않았다.“당신이 와줘서 난 진짜로 기뻐.”구나린은 말이 막혔다.‘예고도 없이 찾아왔으니 화낼 줄 알았는데...’생각과는 전혀 달랐다.“아침에 전화했을 때, 감기 다 나았다고 했잖아.”엄선호는 여전히 그녀를 안은 채 말했다.“그래도 병원 한 번 더 가보는 게 낫지 않을까?”“뭘 또 가?”구나린이 느긋하게 말했다.“나 몸 하나는 튼튼해. 소 같아.”“소?”엄선호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자기 몸을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사실이잖아.”구나린은 그를 밀어냈다.“지금 몇 시야? 당신 이제 바빠질 시간 아니야?”“3시에 회의 있어.”엄선호가 말했다.“그럼 약속한 거다. 저녁은 같이 먹는 거지?”“응.”엄선호는 처리해야 할 서류가 남아 있었고, 구나린은 소파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구나린은 서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오늘 저녁은 밖에서 먹을 거고, 집에 들어가 잘지는 아직 모르겠다고.오후가 되자 엄선호의 비서가 업무 보고를 위해 들어왔다가, 구나린을 보고 눈이 커졌다.비서는 구나린을 잘 알고 있었다.엄선호의 많은 일을 비서가 직접 처리했고,예전에 엄선호가 구나린을 쫓아다니며 선물을 보낼 때도, 직접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는 비서가 대신 움직였다.두 사람이 공식적인 연인이 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엄선호가 구나린을 향해 마음을 둔 시간은 꽤 길었다.이곳에서 구나린을 마주한 건, 비서로서도 처음이었다.구나린이 비서를 보며 웃었다.“왜 그렇게 놀라? 설마 여기 평소에 다른 여자들 들락거리는 거 아니지? 내가 와서 찔린 거야?”비서는 급히 손을 저었다.“아닙니다. 그런 적 절대 없습니다. 그냥 여기서 뵐 줄은 몰라서요.”엄선호가 말했다.“서류 가져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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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7화

“그럴 리가 없지.”엄선호가 말했다.“오히려 고맙다고 할 거야.”그 말을 듣자 다들 안심한 듯, 각자 가지고 있던 작은 간식들을 하나둘 꺼내 내밀었다.“됐어, 됐어.”엄선호는 작은 과자 두 개와 소포장 육포 하나만 집었다.“이건 내가 빌리는 걸로 하고, 내일 갚을게.”그렇게 말하고 엄선호는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갔다.큰 사무실에 남은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도무지 오늘 엄선호가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직접 와서 주전부리를 달라고 하다니.하지만 그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저녁 식사 시간이 되자, 누군가 엄선호가 한 여자와 함께 식당으로 들어가는 걸 봤기 때문이다.두 사람 사이에 노골적인 스킨십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누가 봐도 관계가 단순해 보이진 않았다.엄선호는 원래 사적인 일을 크게 알리는 사람이 보여 아니었고, 스스로 그런 행동을 할 인물이 아니었다.그런데도, 엄선호가 구나린이라는 이름의 여성을 만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 알려져 있었다.그리고 이번 일로, 그 소문은 건물 전체로 퍼졌다.엄선호가 구나린을 데리고 구내식당에 나타났다.이건 사실상 둘 사이를 공개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그럼 두 사람, 이제 관계가 정리된 거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아니면 이미 조용히 혼인신고를 한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붙었다.엄선호는 늘 원칙을 중시하는 사람이었다.지금의 위치와 신분상, 가벼이 행동할 수도 없었다.그런 사람이 이렇게 당당하게 구나린과 함께 식사한다는 건, 관계가 어느 정도는 굳어졌다는 의미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처음엔 반신반의하던 사람들도 있었다.하지만 직접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본 뒤로는 더 말이 나오지 않았다.구나린을 직접 본 건, 많은 이들에게도 처음이었다.이름은 워낙 자주 들었다.경제 뉴스에도 자주 나오고, 기부 소식도 끊이지 않았다.하지만 얼굴을 드러내는 걸 꺼렸고, 인터뷰도 거의 하지 않았다.그래서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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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8화

구나린은 나이에 비해 너무 젊어 보였다.그래서 처음에는 아무도 두 사람을 바로 연결지어 생각하지 못했다.차림새도 단정했다.과하지 않았고, 눈에 띄는 사치도 없었다.강한 사업가 특유의 날 선 분위기는 보이지 않았고, 깨끗하고 정돈된 인상, 단순한 스타일이었다.무엇보다 얼굴이 인상적이었다.30대 중반쯤으로 보일 만큼 어려 보였고,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과 온기가 자연스럽게 배어 있었다.남자뿐 아니라 여자들이 봐도 호감이 갈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용기를 낸 몇몇이 먼저 엄선호에게 인사를 건넸다.처음부터 엄선호가 소개해 줄 거라 기대한 건 아니었다.그런데 뜻밖에도, 누가 인사를 하든, 엄선호는 자연스럽게 구나린의 어깨를 감싸안았다.가깝지만 과하지 않은, 분명한 거리감이었다.그리고 늘 같은 말을 했다.“안녕하세요. 소개할게요. 제 여자친구 구나린입니다.”그 말로 모든 게 정리됐다.두 사람이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하자,구나린은 엄선호가 건네준 젓가락을 받으며 웃었다.“이거 뭐야. 공식 발표라도 하는 거야?”“이게 무슨 공식 발표야.”엄선호가 말했다.“내가 당신이랑 같이 있을 때, 당신 회사 사람들 만났을 때도 당신도 나 소개했잖아.”“난 당신 이름만 말했지.”구나린이 말했다.“내 남자친구라고까지는 안 했어.”엄선호는 그녀를 바라봤다.“내가 당신 손 잡고 있으면, 남자친구인지 아닌지 뻔하지 않아? 굳이 말로 해야 해?”“그럼 오늘은 왜 말로 해.”구나린이 되받았다.“당신이 나 안고 있는데, 여자친구인지 아닌지도 뻔하잖아.”엄선호는 웃으며 적당히 기름진 고기 한 점을 골라 그녀 접시에 올려줬다.“그냥 내가 그러고 싶어서.”구나린은 기름진 걸 잘 먹지 않았다.엄선호는 그녀 접시에 있던 느끼한 고기들을 조용히 자기 앞으로 옮겼다.멀찍이 앉아 있던 직원들이 슬쩍슬쩍 이쪽을 훔쳐봤다.엄선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젓가락을 내려놓고는, 구나린을 위해 새우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다.구나린은 익숙한 듯 가만히 있었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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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9화

두 사람은 출장 기간 내내, 단 한 번밖에 제대로 붙어 있지 못했다.그마저도 끝나고 나서 구나린이 감기에 걸렸다.그 뒤로 엄선호는 함부로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그래서 오늘 구나린이 직접 찾아왔다는 사실이 더없이 반가웠다.구나린이 그의 손을 잡고 눌러 멈추게 했다.“당신 하루 종일 일했잖아. 안 피곤해?”“피곤한지는.”엄선호가 낮게 말했다.“곧 알게 될 거야.”“당신 나이가 몇인데...”구나린은 고개를 들어 그의 입술을 받아들이며 말했다.“좀 천천히 해.”“천천히는 안 되겠어.”엄선호는 거의 조심스럽다고 할 만큼 정성스럽게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구나린은 체력이 좋은 편이었고, 엄선호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한바탕 지나고 나서 둘은 함께 샤워하고 침대에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시계를 보니 아직 여덟 시를 조금 넘긴 정도였다.“오늘은 왜 나 보러 온 거야?”엄선호는 그녀의 손가락 끝을 잡아 입술에 가져가 살짝 눌러 키스했다.구나린은 그의 품에 파묻힌 채 몸을 맡겼다. 편안했고, 방금 전의 여운이 아직 남아 있어서 눈꺼풀이 무거웠다.“그냥... 오고 싶어서 왔어.”“졸려?”엄선호가 고개를 숙여 그녀를 내려다봤다.구나린은 남자의 가슴에 이마를 문지르듯 기대며 작게 대답했다.“응.”엄선호는 더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그녀가 힘들까 봐 손으로 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그럼 자.”사실 엄선호는 마음속에 꺼내지 못한 이야기가 하나 있었다.구나린에게 자기 아들을 한번 만나보지 않겠느냐고 묻고 싶었다.그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왔다.다만 구나린이 먼저 그런 기색을 보인 적은 없었다.아들은 엄선호의 재혼에 대해서도 특별히 반대하지 않았다.어머니가 떠난 지도 이미 오래였다.전에는 굳이 말하지 않았지만,최근에 엄선호는 서하를 직접 만났다.구나린이 자기 딸을 만나게 했으니, 이제는 구나린도 자신의 아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오늘 구나린이 사무실까지 찾아온 일은 엄선호에게 확신을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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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0화

은혁은 아마도 막 도착한 참이었다.로비 안에는 소파가 놓여 있었다.은혁은 서하에게 다가와 손을 잡았다.“밖에 나가지 말고, 여기서 잠깐만 앉아 있자.”아래층에는 경비원이 있었고, 낮에는 관리 사무소 직원도 상주해 있었다.지금은 경비원 한 명만 안쪽에서 근무 중이었다.서하와 은혁이 소파에 앉아 있으니, 주변은 오히려 조용했다.두 사람은 나란히 앉았다.은혁이 서하를 바라보며 물었다.“혼자 이한이 기르느라, 많이 힘들었지?”며칠 전까지는 거의 은혁이 이한을 돌봤다.먹는 것부터 입는 것, 이동까지 은혁은 서하의 손이 가지 않게 했다.사실 그전까지 서하는 마음속으로 의문이 있었다.‘이 사람이 과연 누굴 챙길 수 있을까?’배씨 가문의 장남으로 태어나, 늘 보살핌받으며 자란 사람이다.누군가를 돌보는 역할을 해본 적이 있었을까?하지만 은혁이 이한을 돌보는 모습을 직접 보고 나자, 서하는 안심했다.이 남자는 이상하게도 마음먹고 하는 일이라면 어설픈 법이 없었다.“응.”서하가 솔직하게 말했다.“당신만큼은 아니야.”“아니야.”은혁이 바로 말했다.“이한이를 이렇게 키운 건 전부 당신이야. 용감하고, 착하고, 솔직하고, 귀엽고... 좋은 점이 너무 많아.”“단점도 있어.”서하가 말했다.“그 나이에 단점 없는 애가 어디 있어.”은혁은 고개를 저었다.“서하야, 진짜 고마워.”“그만해.”서하가 웃으며 말했다.“그럼 나도 당신한테 고맙다고 해야 하나? 이한이를 낳을 수 있게 해줘서?”은혁은 그 이야기를 더 잇지 않았다.잠시 뒤, 은혁이 말을 꺼냈다.“설날 어떻게 보낼지 이야기 좀 해보자.”“설날?”서하가 되물었다.“당신 본가에 안 가?”서하는 기억하고 있었다.배씨 가문 본가는 해마다 명절이면 분주했다. 인사 오가는 사람도 많았고 은혁도 늘 바빴다.“가고 싶지 않아.”결혼 생활 중에는 가능한 한 서하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명절 인사도 대부분 부부가 같이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이혼한 뒤에는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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