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Bab 261 - Bab 270

405 Bab

제261화

은혁은 서하를 달래는 말들을 입으로는 차분하게 내뱉었지만, 사실 속은 타들어 가고 있었다.의사에게 이것저것 물어본 끝에, 일반적인 감기는 보통 5일에서 일주일 정도는 지나야 가라앉고, 약을 써도 결국 증상을 완화하는 정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하물며 서하는 임신 중이라 쓸 수 있는 약조차 제한되어 있었다.그러니 당연히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이틀만 잘 버티면, 가장 힘든 고비는 지나간다고 했다.그 이후는 조금만 참고 견디면 괜찮아진다고.그걸 알면서도 은혁은 그 모든 불편함이 차라리 자신에게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서하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게... 그 어떤 것보다 미칠 듯이 싫었다.서하가 잠든 틈을 타 집에 들른 은혁은 샤워하고, 갈아입을 옷을 챙기려고 했다.그런데 욕실에서 나오자마자 레나가 방 안에 서 있었다.은혁은 오늘따라 목욕 가운을 걸치고 있었던 것을 생전 처음으로 다행이라 느꼈다.하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얼굴엔 이미 분노가 어렸다.“왜 내 방에 갑자기 들어와?”레나는 급하게 말했다.“저... 노크했어요. 오빠가 대답이 없길래... 뭔 일 있는 줄 알고...”은혁은 턱을 살짝 치켜들었다.“나가서 얘기해.”레나의 눈가가 바로 붉어졌다.“오빠...”예전 같았으면 은혁은 단 한 번도 레나를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은혁에게 레나는 그저 순하고 다정한 옆집 동생 같은 존재였으니까.그래서 더더욱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왜 서하는 레나랑 잘 지내지 못할까?’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생각 자체가 얼마나 어리석고 웃겼는지 깨달을 뿐이었다.은혁은 줄곧 레나의 편에 서 있었고, 레나를 두둔하며 서하를 의심했다.그때 서하가 얼마나 서러웠을까?그런 생각이 가슴을 후벼팠다.게다가 지금 이 상황... 레나가 은혁의 방에 이렇게 제멋대로 드나드는 모습.만약 이 장면을 서하가 봤다면?‘내가 얼마나 바보처럼 굴었던 거냐?’은혁은 속으로 이를 악물며 입술을 얇게 다물었다.눈빛에는 점점 더 노기가 서렸다.며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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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오빠, 왜요...?”레나는 결국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왜 이렇게 절 대하시는 거예요? 제가 뭐 잘못했으면... 말씀하세요. 고치면 되잖아요, 안 그래요?”책망하는 말조차, 은혁은 더 하고 싶지 않았다.확인도 필요 없었다.서하가 말하면, 그걸로 충분했다.‘레나가 분명히... 의도했든 아니든, 서하 앞에서 뭔가를 말했겠지.’‘아니면 서하가 이렇게까지 오해할 리가 없어.’‘그것도... 나랑 레나가 바람났다고?’은혁은 단호하게 말했다.“없어. 잘못한 거 없어. 그리고 너 이제 약혼했잖아. 그러니까 나랑 거리를 좀 두면 좋겠다는 거야. 앞으로는 그 사실만 기억하면 돼.”“오빠!”눈물이 그렁그렁한 레나는 절박하게 은혁을 바라봤다.“저 약혼했다고 해서... 오빠 동생이 아닌 건 아니잖아요. 오빠는 할아버지께 약속하셨어요. 저... 앞으로도 오빠가 챙겨주시는 거 아니에요?”“뭘 더 챙겨줘야 하는데? 돈이 부족해? 아니면 다른 게 부족해?”은혁의 목소리가 차갑게 떨어졌다.“성우도 이제 돈 벌어. 성우가 너 충분히 먹여 살릴 거야. 이제 넌 내가 챙길 필요 없어.”레나는 뭔가 더 말하려다가 은혁이 다시 말을 끊었다.“그리고 기억해. 앞으로 내 방... 아니, 우리 방엔 들어오지 마. 여긴 청소하는 가사도우미 말고, 나랑 서하 말고는 아무도 들어오면 안 돼. 알겠어?”말을 끝내자마자, 은혁은 문을 그대로 닫아버렸다.문 앞에 남겨진 레나는 눈을 감았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왜 이래...?’‘배은혁이 왜 갑자기 이렇게 변한 거야?’‘분명히 이유가 있어...!’‘이제 곧 배은혁이랑 임서하가 이혼할 텐데... 여기서 포기하라고?’‘안 돼. 그럴 수 없어.’레나는 콧등을 훌쩍이며 서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자기 방으로 돌아가자마자 번호 하나를 눌러 전화를 걸었다.“언니... 언제 돌아와요?”...은혁은 옷을 갈아입고, 필요한 것들을 챙겨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그런데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광경이 그를 맞았다.천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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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서하는 목이 아파서 말하고 싶지 않았다.천후는 그걸 모르고, 서하가 자기랑 말하기 싫어서 그러는 줄 알고 괜히 더 화가 났다.몇 번 더 물으니, 서하가 겨우 입을 열었다.“나... 목 아파 죽겠어...”천후도 전에 걸린 적 있어서, 그 칼로 긁는 듯한 인후통이 어떤 건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순간 태도가 확 바뀌었다.“그러니까. 난 또 내가 싫어서 그런 줄 알았지.”서하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천후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그럼 내가 말할게. 너 듣고 있기만 해.”서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너한테 메시지 보내도 답도 없고, 전화해도 안 받길래, 너한테 진짜 무슨 일 난 줄 알았어.”천후가 이어 말했다.“나중에 네 동기가 받더라. 그때 너 아프다는 거 알았지.”서하는 아픈 목으로 힘겹게 말했다.“전화... 무슨 일 있었어...?”천후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말하지 마. 아무 일 없어도 전화하면 안 돼? 너 나한테 아직 밥 한 끼 빚졌잖아.”서하가 희미하게 웃었다.“알아. 네가 다 나으면 그때 말할게. 지금 아픈데 내가 그 정도로 비정한 줄 아니?”천후는 그렇게 말하며 흘러가듯 이야기를 이어갔고, 서하는 조용히 듣고 있었다.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천후는 등 뒤에서 무시할 수 없는 시선이 불편하게 느껴졌다.뒤를 돌아보자, 은혁이 서 있었다.은혁이 천후를 바라보는 눈빛은, 거의 원수라도 보는 것처럼 차가웠다.지난번 둘이 싸우고 난 뒤, 학교에서 한 번 마주친 적은 있지만, 며칠 지나지도 않아 천후가 또 병원까지 찾아올 줄은 몰랐다.‘지천후 진짜 왜 이렇게 붙어 다녀?’은혁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성큼성큼 걸어와 침대 옆에 섰다.허리를 굽혀 서하의 이마에 손을 댔다.‘다행이다. 따뜻하네. 더 오르진 않았어.’“목 아프면 말하지 마.”은혁이 말했다.“배고파? 먹고 싶은 거 있어?”서하는 고개를 저었다.두 사람 사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친밀함을 본 천후는 코웃음을 쳤다.‘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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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서하는 눈을 감은 채 문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둘 다 나가.”순간, 은혁과 천후 모두 말이 없어졌다.하지만 둘 다 움직이지 않았다.은혁은 절대 나갈 수 없었다. 서하가 은혁의 아내라는 이유도 있지만, 설령 정말로 이혼하게 되더라도 은혁은 반드시 서하를 다시 잡을 생각이었다.그런데 어떻게 나가겠는가?더군다나 천후라는 인간은 지금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은혁이 이런 상황에서 천후에게 빈틈을 내줄 리 없었다.천후와 서하를 단둘이 남겨둘 가능성은 제로였다.서하는 머리가 더 아파졌다.결국 눈을 꼭 감고 은혁과 천후 둘 다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무시해 버렸다.하지만 그 뒤로 이어진 시간은 더 환장할 지경이었다.은혁이 뭘 하면, 천후가 바로 따라 했다.천후가 묻기라도 하면, 은혁은 질 수 없다는 듯 바로 말을 보탰다.서하는 둘 다 쫓아낼 수도 없고, 목이 너무 아파 욕도 못 하고,그냥 눈을 감고 둘 다 없는 것처럼 무시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던 중, 은혁이 전화받으러 잠시 나가자 천후가 재빨리 서하에게 안약을 들고 다가왔다.침대 옆에 앉은 천후가 조심스레 말했다.“너 진짜 배은혁이랑 이혼하고 싶으면, 거리 유지해야 해. 봐봐, 지금도 아프다고 배은혁이 네 옆에 붙어있잖아. 이혼할 사람들처럼 안 보여.”서하가 힘겹게 말했다.“내가 배은혁한테 부탁한 건... 간병인 좀 찾아달라고 한 거야. 근데 안 한다고 했어.”“그러니까, 내가 왔잖아. 그럼 배은혁 보내면 되지.”서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난 너희 둘 다 나갔으면 좋겠어.’핸드폰도 없어서 다른 사람을 부를 수 없었다.그러다 서하 눈이 번쩍 뜨였다.천후를 바라보며 말했다.“소진이한테 좀 연락해 줄 수 있어?”천후에게 소진의 번호가 있을 리 없었다.하지만 선우에게 연락하면 소진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천후는 말 듣자마자 바로 물었다.“그럼 나도... 나가야 하는 거야?”서하는 단호하게 말했다.“둘 중 누구라도 남아 있는 건... 안돼.”말을 마친 서하는 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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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천후가 말했다.“나 학교에 좀 갔다 올게. 네 핸드폰 가져다줄게.”핸드폰이 없으니 너무 불편했다.서하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천후는 은혁을 보며 우쭐하게 눈을 한번 흘기고는 돌아섰다.천후가 나가자, 은혁이 침대 옆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나랑 지천후 사이의 감정싸움을 떠나서, 당신이 내 아내든 아니든, 난 당신이 지천후랑 너무 가까워지는 거... 보고 싶지 않아.”서하는 목이 아파 말하고 싶지 않았다.정확히 말해, 목이 안 아파도 굳이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배은혁은 지금 어떤 자격으로 이런 말을 하는 거야?’‘나도 성인이야. 누구랑 친구하고 누구랑 말 섞을지는 내가 정해.’‘지천후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많이 겪진 않았지만... 적어도 나쁜 사람은 아니란 건 알겠어.’‘근데 나쁜 사람의 기준이 뭔데?’‘살인자? 방화범? 강도?’‘나는 그저 지천후랑 평범하게 친구 하는 건데, 그게 뭐가 문제야?’‘배은혁은 뭘 그리 불안해하는 거지?’서하는 단 한 글자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은혁이 다시 말했다.“내가 보기에 지천후는 당신한테 다른 마음 있는 것 같아.”서하는 눈을 뜨고 은혁을 바라봤다.그 눈엔 의문밖에 없었다.은혁이 설명하듯 말했다.“지천후가 당신을 좋아하는지는 몰라. 근데 분명 ‘좋아하는 척’은 할 거야. 왜냐하면 그래야 날 역겨워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당신은 내 아내야. 우리가 이혼을 한다 해도, 당신이 지천후랑 엮이는 건... 그 자체로 내 뺨을 후려치는 거랑 같아. 지천후가 노리는 건 바로 그거야.”서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말했다.“당신 너무 선 넘는 거 아니야?”목이 아파서 목소리는 더 쉬어 있었다.은혁은 단호하게 말했다.“그렇게 말하는 건 당신이 지천후를 잘 몰라서 그래. 지천후 같은 놈은 목적만 생기면 뭐든 할 수 있어.”서하는 다시 눈을 감았다.‘지천후가 목적이 있든 없든, 내가 그 사람한테 속아 넘어갈 일은 없어.’‘우린 딱 친구 사이고, 그 이상은 절대 없을 거야.’은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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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소진이 그 말을 하자 옆에 선우가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소진이 손을 급히 휘저었다.“지금 가도 돼. 여기 너 필요 없어.”선우는 그 말에 바로 열이 치밀었다.‘필요할 땐 나를 기사로 부리고, 심부름꾼으로 부리고, 안마기로도 쓰고...’‘필요 없어지면 손 한 번 휘휘 저어서 보낸다? 가라고?’‘근데 더 열받는 건... 난 또 이렇게 끌려온다.’‘손가락만 까딱하면 달려오는 내가 제일 한심하지...’선우는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나 있었다.“그럼... 저녁 식사는 내가 가져올게.”결국 물러서며 물었다.“뭐 먹고 싶어?”“서하가 지금 이런데 뭘 먹어.”소진은 선우를 흘겨보며 말했다.“먹을 수 있는 것 좀, 소화 잘 되는 걸로 가져와.”“알았어.”선우가 나가자, 서하는 소진을 쳐다보며 말했다.“너 하 변호사님한테 왜 그래? 태도가 너무 무례해.”소진은 태연하게 말했다.“그게 왜. 됐고, 너 아프니까 목 좀 아껴.”소진이 오자, 은혁도, 천후도, 그 둘 다 머리 아프게 만드는 인간들이 모두 사라져 드디어 병실에 평화가 찾아왔다.서하는 조용히 쉬고, 소진은 컴퓨터를 켜서 일을 처리했다.오후 내내 병실은 고요했다.그러다 서하 배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아주 작은 소리라 소진은 못 들었지만, 서하는 분명 느꼈다.서하가 말했다.“자기야... 나 배고파.”“배고파?”소진은 시계를 보며 말했다.“하선우 이 인간, 진짜 하는 일 없이 시간만 질질 끌어. 아직 안 왔네.”솔직히 말하면 아직 저녁 먹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었다.서하가 말했다.“너 또 왜 욕해... 지금 몇 시라고. 누가 이렇게 일찍 저녁 먹어.”“뭐 먹고 싶어? 내가 사 올게.”소진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근처에 괜찮은 데 있는지 보고 배달시키자.”서하가 말했다.“고기... 먹고 싶어. 갈비찜 먹고 싶어.”“미쳤어? 네가 지금 그런 걸 어떻게 먹어서 넘겨?”소진은 핸드폰을 넘기며 말했다.“기껏해야 살코기 죽 정도?”서하는 입술을 살짝 핥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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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소진이 단호하게 말했다.“당연하지!”“좋아.”천후는 바로 손에 든 음식을 내밀었다.“그럼 꼭 서하한테 말해. 밥은 내가 보낸 거라고. 그리고 이건 서하 핸드폰.”천후가 일부러 학교까지 갔다가 가져온 것이었다.소진은 서하의 핸드폰을 받아들고 활짝 웃었다.“역시 지 대표가 상황 파악은 빠르네.”바로 이어 은혁을 보는데, 얼굴은 이미 시커멓게 가라앉아 있었다.소진은 칼같이 말했다.“됐고요, 이제 우리 밥도 있으니까 배 대표님이랑 싸울 필요도 없어졌네요. 배 대표님, 손 놓으세요. 문 닫을게요.”하지만 은혁은 놓지 않았다.“서하는 제 아내입니다. 아내가 아프면 제가 돌보는 게 당연하죠.”“그 당연한 소리 그만 좀 하세요.”소진은 전혀 밀리지 않았다.“곧 이혼할 사람이 무슨 아내예요? 서하는 배 대표님만 보면 스트레스받아요. 병이 더 도지겠어요.”은혁 얼굴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뒤에서 천후가 기름을 확 부었다.“어떤 사람은 자기가 인기 많은 줄 알아서 그래. 근데 현실은 뭐다? 문턱도 못 넘는 신세지.”그 말이 끝나자마자 소진은 재빠르게 문을 닫아버렸다....소진은 천후가 가져온 음식을 들고 들어와 서하에게 말했다.“내가 딱 말했잖아. 배은혁 저 사람, 너 불쌍하다고 또 흔들리면 안 된다고?”아까 은혁이 ‘반성하겠다’라는 뉘앙스를 풍겼을 때, 서하는 그냥 웃어넘겼고 그 의미를 소진은 정확히 짚어서 읽었다.지금 다시 꺼내자 서하는 또 웃었다.“배은혁이 어떤 사람인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그래, 그게 맞는 생각이지.”소진은 아주 흡족했다.“난 그냥 네가 또 한순간 불쌍해서 마음 약해질까 봐 말하는 거야.”서하는 고개를 저었다.소진은 바쁘게 음식을 꺼내면서 투덜거렸다.“배은혁도 오고, 지천후도 오고... 근데 하선우 그 인간은 연락 한 통이 없어. 진짜 작은 일도 하나 제대로 못 해!”천후가 가져온 것은 음식이 두 세트였다.하나는 아주 담백하고, 하나는 꽤 푸짐했다.소진이 말했다.“지천후 이 사람, 생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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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천후는 사실 서하에게 ‘그런 마음’이 있는 건 아니었다.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자기는 아무것도 안 해도, 그저 서하 옆에 서 있기만 해도, 은혁이 미칠 듯이 괴로워한다는 것.그래서 천후는 기회만 생기면 서하 앞에 나타났다.그게 은혁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면, 천후는 뭐든 기꺼이 할 수 있었다.천후와 은혁은 오래전부터 신경전을 벌여왔고, 이렇게 은혁을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생긴 게 얼마나 드문지 모른다.그러니 천후는 신나서 즐길 수밖에 없었다.물론, 현실적으로 은혁과 서하가 아직 ‘법적으론 부부’라는 점에서 천후가 앞장설 명분은 없었다.하지만 방금 소진이 천후가 가져온 음식을 흔쾌히 받아 갔다.오늘 이 판은 천후의 승리였다.그 정도면 충분했다.그래서 천후는 딱히 더 말하지 않고 돌아섰다.은혁은 손에 든 도시락을 내려다봤다.가슴 어딘가가 먹먹해졌다.‘아직 이혼도 안 했는데... 서하가 왜 이렇게 나를 밀어내?’‘이혼하고 나면... 서하가 나를 다시 봐주긴 할까?’그때, 선우가 병동 쪽으로 걸어오다 은혁을 문 앞에서 발견했다.“배 대표님.”선우는 예의를 갖춰 인사했다.그러다 은혁이 들고 있는 도시락을 보고 멈칫했다.자기도 음식을 들고 왔기 때문에, 묘하게 어색해졌다.“배 대표님은... 왜 안 들어가세요?”은혁은 차갑게 선우를 흘겨보고, 아무 말 없이 돌아서서 걸어가 버렸다.선우는 눈썹을 살짝 올렸다.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그저 해야 할 일만 하면 됐다.선우는 병실 앞에 서서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또 뭐야, 배은혁이 또 온 거야?”안에서 성난 목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확 열렸고 소진이 짜증 잔뜩 실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그리고 문 앞의 사람을 본 순간, 표정이 더 일그러졌다.“너 이제 와?”소진의 화가 펑 하고 터졌다.“우릴 굶겨 죽일 생각이야?”선우가 들어서는 순간, 병실에 퍼진 음식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미안하다. 오는 길이 좀 막혀서...”선우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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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소진이 선우의 얼굴을 보더니 바로 물었다.“너 그 표정 뭐야? 왜, 배은혁이 불쌍해 보이기라도 해?”선우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그런 사람이 뭐가 불쌍해.”하지만 마음속에서는 또 다른 말이 흘렀다.‘그럴 시간 있으면 차라리 나나 불쌍해하지...’‘배은혁이 아무리 처량해도, 그래도 서하 씨랑 몇 년은 결혼해서 부부로 살았잖아.’‘지금 이혼 문제로 난리긴 해도... 최소한 몇 년은 법적으로 남편이었고.’‘나는? 난 지금도 그냥... 정식 명단에도 못 드는 사람.’‘...’얼마 전, 선우와 소진이 둘이 걷다가 지인이 만났을 때, 그 지인은 둘이 연애 중인 줄 알고 놀랐다.그런데 소진이 뭐라고 했더라?“얘? 얘는 우리 집 수리하러 온 인테리어 기사야.”그 순간 지인 얼굴이 굳어지고, 유명 로펌 변호사가 갑자기 인테리어 기사로 추락하는 장면이 연출됐었다.지인은 선우가 로펌에서 잘린 줄 알았겠지.그 기억만 떠올려도 골이 지끈거렸다.‘내 주제에 누굴 불쌍하다고 생각하겠어? 누구랑 비교해도 내가 더 불쌍한데.’소진이 말했다.“그래, 괜히 배은혁 같은 인간 불쌍해하지 마. 불쌍한 놈은 다 이유가 있어.”서하가 옆에서 말했다.“너희 둘이 잡담하는 건 좋은데, 굳이 배은혁 얘기는 할 필요 없잖아.”“그래, 안 해. 그 개같은 인간 얘기 안 하면 되지.”소진은 단칼에 정리했다.선우는 속으로 확신했다.‘저 말투로 보면... 저렇게 나도 욕하겠지.’왜냐하면 소진의 눈에는 선우와 은혁은 같은 카테고리 안에 있는 남자였다....밥을 다 먹고 나자, 소진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바로 말했다.“여기서 네 일 끝났어. 이제 가.”‘봐라... 나는 그냥 쓰고 버려지는 도구지.’선우는 속이 뒤집히면서도 겉으론 순순히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그때, 소진이 말했다.“내일 아침밥 일찍 가져와. 7시에 와라.”이 말은 서하를 향한 말이었다.서하가 말했다.“굳이 그렇게 일찍 안 와도 돼. 7시에 오려면 변호사님 몇 시에 일어나야 해? 또 음식까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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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은혁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다.[별일 아니고... 그냥 물어보는 거야. 당신 좀 나아졌나 해서. 내일 아침은 뭐 먹고 싶어?]“많이 나아졌어.”서하가 말했고,“내일 아침은 누가 이미 가져오기로 해서, 당신은 신경 안 써도 돼.”[서하야...]“딴 일 없으면 끊을게.”뚝!전화를 끊고 나자, 병실은 몇 초 동안 고요했다.소진이 그제야 물었다.“너희 집 쪽은? 어떻게 됐어?”“며칠째 연락 없어.”서하가 말했다.“상호한테 차용증 쓰게 해놨어. 애가 그냥 잘못된 길로 들어선 것 같아. 나중에라도 바로잡으면... 그걸로 된 거지.”“내가 전화해 볼게.”소진이 말했다.“전에 너 도와준 그 친구한테.”소진이 바로 전화를 걸었다.전화를 받은 친구는 외지에 나가 있었다며 며칠 사이 상호를 따로 확인하진 못했다고 말했다.그래도 소진이 부탁하자 바로 사람을 움직이겠다고 했다.소진은 ‘조회되면 메시지 보내’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진짜 상호도 간덩이가 부었지. 그딴 데를 왜 가.”소진은 화난 듯 말했다.“그리고 너희 부모님은 더 어이없어. 좋은 놈 나쁜 놈도 구분 못 하고, 본인이 낳은 친딸에게는 관심도 없고, 상호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자식 수준이잖아.”소진은 이 얘기만 나오면 분노 게이지가 차올랐다.반면 서하는 오히려 차분했다.“아마... 상호가 남자라서 그랬을 거야.”서하의 기억 속에서, 상호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임범철은 상호를 유독 예뻐했다.서하의 집안은 오래전부터 남아선호가 뿌리 깊었다.할아버지 할머니가 살아계셨을 때도 ‘딸은 시집가면 남의 집 사람 된다’ ‘대는 아들이 잇는다’라는 말이 입버릇처럼 따라다녔다.노숙진이 둘째를 못 가진 걸 엄청 아쉬워했고, 서하는 늘 그 말을 들으며 자랐다.그래도 그땐 상호 부모가 살아 있었으니, 상호가 서하 집에서 같이 살지 않았다.그래서 편애가 그렇게 노골적이지 않았다.하지만 상호의 부모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상호가 서하 집에 들어오자 임범철 부부의 편애는 더 노골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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