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의 모든 챕터: 챕터 451 - 챕터 460

589 챕터

제451화

“너...!”서하는 당장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머릿속이 하얘졌다. 이 소식은 너무 컸고, 너무 무거워서 말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겨우 현실을 붙잡듯 입을 열었다.“그럼 한 달 좀 넘기 전에... 수술 안 한 거야?”“응...”소진은 대답할 힘조차 없어 보였다. 고개를 아주 작게 끄덕이며 짧게 말했다.서하가 다시 물었다.“하 변호사님은 이 사실 다 알아?”소진은 고개를 저었다.“하아... 진짜...”서하는 이게 분노인지, 충격인지조차 구분이 안 됐다. 가슴이 답답해져서 숨이 막히는 느낌이었다.“너 왜 이렇게까지 해!”서하는 소진을 부축해 억지로 일으켰다.“며칠째야? 5일? 6일? 밥 한번 안 먹었다며. 이러다 진짜 쓰러져. 가자, 병원.”“안 가.”소진이 힘없이 말했다.“가도 소용없어. 이미 갔다 왔어. 계속 토해...”“먹는 게 안 되면 수액이라도 맞아야지. 몸이 최소한의 영양분은 받아야 하잖아.”서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이 상태로 집에서 쓰러지면 아무도 모를 거야.”소진은 움직이지 않았다. 말도 없었다.서하가 소파 옆에 쪼그려 앉았다.“걸을 수 있어? 안 되면 119 부를게.”“병원 가기 싫어.”소진이 말했다.“냄새가 싫어.”소진은 소독약 냄새를 맡으면 속이 더 울렁거렸다.“그럼 좀 괜찮은 데로 가자.”서하가 최대한 부드럽게 말했다.“거긴 냄새도 덜해.”“그래도 싫어.”병원에 가면, 입원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른다.그럼 숨겨온 일들이 드러날 가능성도 컸다.그렇게 되면 선우도 알게 될 게 뻔했다.서하가 결국 화를 냈다.“너 이러면, 나 지금 당장 하 변호사님한테 전화한다?”그 말에 소진은 더 버티지 않았다. 말없이 일어나 서하를 따라 나섰다....병원에 도착해서야 서한은 정확한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소진은 이미 임신 두 달을 넘긴 상태였다.심한 입덧에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지만, 임산부가 장기간 음식을 전혀 섭취하지 못하면 정맥 주사를 통해서
더 보기

제452화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간호사가 병실로 들어와 식사를 주문할 건지 물었다.소진은 먹는 족족 토했고, 아예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냄새만 맡으면 바로 속이 울렁거리고 뒤집혔다.서하는 함부로 식사를 시킬 수가 없었다.설령 주문한다고 해도 이 병실에서 먹을 수는 없었다.간호사의 물음에 정중히 거절하고 나서 서하는 다시 침대 옆에 앉았다.그제야 정신이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소진이 갑자기 던진 이 커다란 사실을 이제야 현실로 받아들이는 중이었다.소진은 아이를 혼자 키우겠다고 했다.예전에 서하가 이한을 낳겠다고 마음먹었을 때와 비슷했다.하지만 두 사람의 상황은 전혀 달랐다.그때 서하는 은혁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믿었고,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해서 혼자 아이를 키우는 길을 택했다.하지만 소진은 달랐다.선우는 분명히 소진을 사랑했다.서하가 보기에 소진의 문제는 선우 집안의 반대 말고는 떠오르지 않았다.하지만 집안 문제라는 건, 서로 앉아서 충분히 이야기해 볼 수 있는 일이었다.게다가 소진이 이미 임신까지 한 상태라면, 혹시나 선우의 집에서도 아이와 소진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지는 않을 거라고 서하는 생각했다.그렇다고 지금 이 상태의 소진을 몰아붙일 수도 없었다.하루에도 몇 번씩 토하며 버티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고 있으니, 차마 비난할 수 없었다.소진이 입원한 지 사흘째가 되었다.여전히 그녀는 음식을 거의 입에 대지 못했지만, 정맥 수액 주사 덕분에 상태는 조금 나아졌다.얼굴에 남아 있던 잿빛도 아주 미세하게 옅어졌다.의사는 말했다.이 정도로 심한 입덧은 수십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경우라고.소진은 정말 아무것도 목으로 넘기지 못했다.물 한 모금도 힘들었고,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도 계속 토했다.나중에는 위액이 아니라 담즙까지 올라왔다.어떤 약을 써도 효과가 없었다.소진이 임신 중이라 쓸 수 있는 약 자체도 매우 제한적이었다.서하는 그 사흘 동안, 소진이 토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는데, 가슴이 미어지는
더 보기

제453화

“혼자서 아이 키우는 거,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쉽지 않아.”서하가 천천히 말했다.“그때 해외에 있을 때도 네가 자주 갈 수도 있지만, 못 갈 때도 있잖아. 그리고... 아이한테는 아빠가 필요해.”소진은 서하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계속해서 설명하려는 것도 설득하려는 것도 아니라는 걸 느끼고 있었다.사실 소진이 이 아이를 지키겠다고 결심한 건, 정말 짧은 순간이었다.그날, 선우가 소진 앞에 쪼그려 앉아 신발 끈을 묶어주고 있었다.그 장면은 이미 익숙했다.선우는 늘 그렇게 자연스럽게 행동했다.그 옆에서는 어린 커플이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아주 사소한 이야기였지만, 이상하게 귀에 남았다.선우가 신발 끈을 묶어주는 일쯤은 이제 특별하지도 않았다.그뿐만이 아니었다.선우는 보통의 남자들이 체면 때문에 하지 못할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해왔다.이 남자는 분명히 소진을 사랑했다.그걸 모르는 건 아니었다.그런데도 소진의 마음속에는 넘지 못한 선이 하나 남아 있었다.시간이 지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감정이었다.이후에는 선우 집안의 반대도 있었다.서하는 그때 선우 가족이 했던 말들이, 아마도 꽤 날카로웠을 거라고 짐작했다.소진의 성격상, 자존심을 내려놓고 먼저 다가가 화해를 시도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게다가 서하는 선우가 집안과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나눴는지도 알지 못했다.어디까지 설득했는지, 무엇을 약속했는지도.그 집안은 원래 정략결혼이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다.어쩌면 선우 역시 여러 조건을 따져본 끝에 그런 선택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그래서 이번에는 정말로 끝난 걸지도 몰랐다.만약 소진이 임신하지 않았다면, 서하도 이렇게까지 깊이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소진은 혼자 아이를 낳아 키우겠다고 마음먹은 상태였다.앞으로 미혼모로 살겠다는 뜻이기도 했다.서하는 자연스럽게, 소진의 이후 삶까지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그렇지만 소진의 결심은 이미 굳어 있었다.무슨 말을 해도, 바뀌지 않을 것
더 보기

제454화

[아니, 본가 말고 내 집 쪽이야. 거기 가면 이한이 굴착기 장난감 좋아하잖아.]서하는 잠깐 생각했다.은혁은 이한의 아버지였다. 아이와 더 많이 만나고,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건 그럴 수 있는 일이었다.“알겠어.”서하는 그렇게 답했다.마침 잘 됐다고 생각했다.이 며칠은 서하도 병원에 머물면서 소진 곁에 더 있어 줄 수 있었다.학교 일은 낮에 최대한 몰아서 처리했다. 조금의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고 애썼다.그래야 밤에는 다른 걱정 없이 소진 옆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을 다른 데로 돌려줄 수 있었다.은혁이 다시 물었다.[그럼... 시간 되면, 우리 셋이서 밥 한번 먹을 수 있을까?]“당분간은 안 돼.”서하가 말했다.“소진이 퇴원하고 나서 이야기하자.”...저녁이 되자 서하는 병원으로 갔다.조경에게는 먼저 집에 들어가 쉬라고 했다.이한이 은혁에게 간 건 이미 알고 있었다.서하는 며칠 동안은 아이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소진만 돌보면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조경은 나가면서 한마디를 남겼다.“교수님, 아줌마가 여자는 혼자 못 산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에요.”잠시 말을 고르고 이어갔다.“그래도 옆에 마음 알아주는 사람 하나 있으면, 그게 제일 좋긴 해요.”서하는 문틀을 짚은 채 웃었다.“알아요, 이모님. 고마워요.”조경이 나간 뒤, 서하는 방금 들은 말을 그대로 소진에게 전했다.소진이 말했다.“마음 알아주는 사람, 꼭 남자여야 해?”조금 숨을 고른 뒤 덧붙였다.“시터도 있잖아. 돈 주고 쓰면, 말 잘 듣고 맞춰주는 사람 얼마든지 있어. 그게 더 편하지 않아?”“오늘은 힘이 좀 남았나 봐.”서하가 말했다.“나랑 말다툼할 기운도 있고.”소진은 작게 웃기만 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하는 여전히 소진이 선우와 다시 한번 이야기를 해보길 바라는 마음을 완전히 내려놓지는 못했다.소진도 그걸 알고 있었다.병실이 조용해질 즈음, 서하의 핸드폰이 울렸다.서하는 화면을 보고 소진을 한번 봤다.“천후
더 보기

제455화

서하는 잠깐 병실을 비운 상태였다.1층에서 따로 결제해야 하는 비용이 하나 있어서 내려가는 길이었다.누군가 뒤따르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병원 안에는 워낙 사람이 많았고, 그 사이에서 누가 누구를 보고 있는지까지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병실로 돌아온 뒤, 서하는 다시 소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그리고 잠시 후, 핸드폰이 울렸다.천후였다.‘아까 통화했는데, 왜 또...’조금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전화받았다.“여보세요.”천후가 바로 물었다.[어디야?]“소진이랑 같이 있어.”서하가 말했다.“오늘은 소진이 집에서 잘 거야.”[그래?]천후가 웃는 기척을 보였다.[난 몰랐는데, 한 대표 집이 언제 산부인과로 이사 갔어?]서하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무의식적으로 소진을 봤다.소진은 아무것도 모른 채 눈만 깜빡였다.서하는 바로 스피커폰으로 전환했다.“무슨 말이야, 그게.”[말 그대로야.]천후의 목소리는 태연했다.[아까 병원에서 너 봤어. 지금은 너희 병실 앞이고.]소진이 바로 말했다.“야, 지 대표 귀가 밝은 거야, 눈이 좋은 거야?”천후는 그 말까지 또렷하게 들은 듯했다.[문 열어.]그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서하는 소진을 봤다.소진은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이미 온 거면, 어쩌겠어.”서하는 한숨을 삼키고 문으로 갔다.문을 열자 정말로 천후가 복도에 서 있었다.서하는 몸을 비켜 길을 내주며 물었다.“도대체 어떻게 알았어?”천후는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아까 1층에서 너 봤어.”서하는 더 할 말이 없었다.‘왜 하필 오늘이야...’천후는 병상 끝으로 걸어가 침대 난간에 두 손을 짚고 고개를 숙여 소진을 내려다봤다.“어디가 그렇게 안 좋아서 입원까지 했어?”소진이 바로 쏘아붙였다.“여자 몸 사정이야. 너는 좀 모른 척 좀 해.”“언제부터 임신이 병이었냐.”천후가 말했다.소진이 눈을 흘겼다.“알면서 왜 물어.”“확인차 묻는 거지.”천후가 말했다.“아이 아빠 누구야
더 보기

제456화

소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우린 이미 끝났어. 지금 와서 그런 말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천후가 바로 받았다.“그럼 이렇게 하자. 내가 선우 형한테 직접 물어볼게. 선우 형도 분명히 헤어졌다는 걸 인정하면, 나도 더 이상 말 안 할게.”소진은 잠시 생각했다.‘이미 그때 다 정리된 일이잖아.’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지금 바로 해. 스피커로.”어차피 소진이 보기엔 자신이 그때 선우와는 분명하게 이야기했고, 선우도 동의했다.천후는 망설임 없이 전화를 걸었다.해외는 아직 이른 아침이었다.선우는 조깅 중인 듯, 숨이 조금 가빴다.[무슨 일이야?]천후는 원래 입이 가벼운 편이었다. 진지한 상황에서도 꼭 한마디씩 얹었다.“지금 한창 바쁜 거 아니야? 침대에서 말이야. 그럼 끊을까?”선우가 바로 받아쳤다.[나 지금 뛰고 있거든. 헛소리 좀 작작 해.]천후는 이미 스피커폰으로 해둔 상태였다.그래서 더 이상 농담을 이어가지 않았다.“형은 한 대표랑... 정확히 뭐야.”말을 돌리지 않았다.선우가 되물었다.[이제 와서 그런 걸 왜 네가 묻는데? 이렇게 오래 지나서?]“누가 형 걱정한대.”천후가 말했다.“아직 정리 안 된 상태면, 형은 밖에서 외로움 못 참고 한 대표한테 미안한 짓 할까 봐 묻는 거지.”선우가 짧게 웃었다.[내가 그런 짓을 할 사람으로 보여?]“그건 또 모르지.”천후가 바로 이어갔다.“그래서 형이랑 한 대표 둘. 끝난 거야, 아닌 거야?”선우는 망설이지 않았다.[소진이 먼저 정리하자고 했어. 내 마음이 어떤지는, 너도 알잖아.]“난 몰라.”천후가 소진을 한 번 흘끗 봤다.“말 안 하면, 아무도 모르는 거야.”그 말은 분명히 소진에게 들리게 한 말이었다.선우가 웃으며 말했다.[내가 소진한테 어떤 마음인지, 네가 모를 리가 없잖아. 난 평생, 그 사람 하나야.]소진은 고개를 돌렸다.서하는 그제야 보였다. 소진의 눈가가 붉어져 있었다.천후가 말했다.“알았어. 이쪽에서 좀 일이 있어서 이따 다
더 보기

제457화

사실 서하는 선우에게 직접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서하는 소진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다.이미 한 번, 소진의 임신 문제로 선우와 연락한 적도 있었다.그때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이번에 또 나서면, 아무리 친구를 위한 일이라고 해도 선을 넘는 느낌이 들었다.그런데 지금은 천후가 알게 됐다.어쩌면 그게 가장 자연스러운 흐름일지도 몰랐다.그렇다고 속마음을 그대로 다 드러낼 수는 없었다.“그럼... 그렇게 할 수밖에 없겠네.”서하는 최대한 담담하게 말했다.소진이 눈을 떠서 서하를 봤다.아주 짧게, 의미를 담은 눈빛을 보냈다.‘표정 관리 좀 해.’서하는 그제야 깨닫고, 무의식중에 올라가 있던 입꼬리를 급히 내렸다.천후가 말했다.“잠깐 나갔다가 올게.”천후는 병실을 나와 복도로 나갔다.그리고 다시 선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선우는 전화받자마자 말했다.[오늘 왜 이렇게 한가해? 아까도 전화하지 않았냐?]“돌아와.”천후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앞으로 약혼이니 결혼이니, 결혼식이니, 바쁠 일이 한둘이 아닐 거야.”[뭐야, 네가 결혼한다고?]선우가 의아해했다.[집에서 소개해 준 사람이야? 이렇게 빨리?]“아니, 내가 아니라 형.”선우의 이마가 찌푸려졌다.[이제 너까지 집안 편을 들어서 나 압박하는 거야?]선우의 목소리가 낮아졌다.[나 분명히 말했어. 맞선도 안 보고, 정략결혼은 더더욱 안 해.]“한소진 대표랑.”“그건 더 말도 안 돼.”선우가 씁쓸하게 웃었다.[그 사람, 나랑 결혼 안 해. 난 그냥... 소진이 쉰 살 돼서 아무도 안 데려갈 때, 그때 다시 청혼할 생각이야. 그땐 다른 선택지가 없을 테니까.]천후가 바로 받았다.“괜찮네. 근데 그때쯤이면, 형 아들 대학은 졸업했겠다.”선우가 말했다.[걱정 마. 소진이는 다른 사람이랑 결혼 안 해.]잠시 멈췄다가 덧붙였다.[나도 절대 다른 사람이랑 못 할 거고.]“형이 정할 일 아니야.”천후의 목소리가 차분해졌다.“형의 여자는 이
더 보기

제458화

천후는 조금 전 간호사 스테이션에 들러 물어봤다.그제야 소진이 임신 중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됐다.그때는 놀라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서 정작 왜 입원까지 해야 하는지는 묻지 못했다.‘임신인데... 입원할 정도라고?’혹시 소진이 유난스러운 건가 하는 생각도 스쳤다.서하가 말했다.“아무것도 못 먹어. 먹으면 다 토하고, 냄새만 맡아도 울렁거려. 입원해서 수액 안 맞으면, 진짜 사람 쓰러질 지경이야.”천후는 임신한 여자를 본 적이 별로 없었다.기억에 남는 건 서하뿐이었다.그때 서하는 임신 기간 내내 별다른 증상이 없었다.그래서 천후는 임신이 이렇게 힘든 일이라는 걸... 지금에서야 실감했다.다시 보니, 소진은 확실히 말라 있었다.예전에는 그렇게 유심히 볼 일이 없었고, 지금은 침대에 누워 있으니 더 도드라져 보였다.원래도 뾰족한 턱선이었는데, 지금은 그 선이 더 날카로워 보이면서도 쇠약해 보였다.늘 강단 있어 보이던 분위기는 누그러지고, 대신 보호받아야 할 사람처럼 보였다.“확실히 살이 빠지긴 했네.”천후가 말했다.“아이 하나 낳는 게 왜 이렇게 힘드냐.”그리고 서하를 봤다.“그때 우리 임 교수는 별 탈 없이 지나가서 다행이었지.”그렇지 않았다면,서하도 지금의 소진처럼 고생했을지 모른다.‘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토할까?’천후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선우가 돌아와서 이 모습을 보면, 얼마나 마음 아파할지 뻔했다.천후는 오래 머물지 않고 병실을 나갔다....서하는 침대 옆에 앉아 소진에게 말했다.“미안해, 소진아.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어.”소진은 담담하게 답했다.“아마 이렇게 흘러가게 돼 있었나 봐.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거지.”그리고 서하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렸다.“괜찮아. 될 대로 되겠지. 막히면 막는 수밖에.”서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소진아, 하 변호사님은 정말 좋은 사람이야. 같이 있으면, 널 실망하게 하지 않을 거야.”소진은 오히려 되물었다.“배은혁은 어때?”잠시 말을 고르고 이
더 보기

제459화

의사의 말 속에는 분명한 여지가 담겨 있었다.이 임신이 끝까지 산모와 아이가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선우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언제나 소진이었다.소진이 자기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보다,소진이 아이를 낳겠다고 마음먹었다는 것이 더 컸다.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선우는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다시 소진의 병실 앞에 섰을 때, 선우 마음속에는 오직 한 가지 감정만 남아 있었다.안쓰러움.늘 깔끔하고, 자신을 단정하게 단장하던 사람이었다.그런 소진이 임신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토하고, 기운 없이 누워 있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죄어 왔다.문을 열기 직전, 서하는 핸드폰을 쥔 채 병실 문을 열었다.은혁에게서 전화가 온 상태였다.그런데 고개를 들자 문 앞에 선우가 서 있었다.서하는 잠시 핸드폰을 보고 말했다.“이따가 다시 전화할게.”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몸을 비켰다.“이렇게 빨리 오셨어요? 들어오세요.”선우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안으로 들어갔다.이 상황에서 ‘고맙다’는 말로는 아무것도 표현할 수 없다는 걸... 선우 자신도 알고 있었다.병실 안으로 들어서자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소진이 눈에 들어왔다.한 달 조금 넘는 시간.그 짧은 사이에 이렇게 말랐을 줄은 몰랐다.선우의 가슴이 단번에 조여 왔다.‘이렇게까지...’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왔다.서하가 조용히 말했다.“변호사님, 소진이랑 이야기 잘 나누세요. 저는 전화 좀 하고 올게요.”서하는 그대로 병실을 나왔고, 문 앞에 서 있던 천후도 자연스럽게 함께 나왔다.병실 문이 닫히자 천후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말했다.“야, 생각 좀 해봐. 이번 일로 내가 선우 형한테 뭐라도 받아내야 하지 않냐.”서하가 웃으며 말했다.“천후 씨가 뭐가 부족하다고.”“난 다 있어.”천후가 바로 말했다.“이한이 뭐 갖고 싶은지 생각해. 선우 형한테 사달라고 할게.”서하는 고개를 저었다.“이한이는 진짜로 부족한 게 없어
더 보기

제460화

지금 소진이 먹는 건 말할 것도 없었다.조금이라도 낯선 냄새가 나면, 바로 속이 뒤집혔다.오후에 학교로 돌아간 서하는 그날 또 은혁에게서 전화받았다.[주말에 시간 있어?]은혁이 물었다.[우리 같이 아들 데리고 나가서 놀자.]며칠 동안 서하는 이한을 만나지 못했다.서하는 솔직히 아이가 많이 보고 싶었다.하지만 은혁과 아이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부자 관계를 쌓아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그래서 그 마음을 꾹 눌렀다.“토요일은 시간 있어.”서하가 말했다.“괜찮아?”[좋아.]은혁이 바로 답했다.“아쿠아리움 갈까? 이한이 돌고래 좋아하잖아.”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날 밤, 서하는 집에 돌아왔다.소진을 돌볼 필요도 없고, 아이도 없었다.집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그제야 서하는 이 며칠간 얼마나 분주하게 살았는지 실감했다.서하는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들여다봤다.지난번 노숙진에게서 전화가 온 이후, 아무 연락도 없었다.그렇게 급하게 돈 이야기를 꺼냈던 사람이 그 뒤로 조용하다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일은 해결된 건가...’서하는 자신이 퍽 못마땅했다.임범철 부부가 상호를 얼마나 편애하는지... 이제 서하는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 여전히 부모를 놓지 못하고 있었다.서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차를 몰고 임범철 부부가 사는 아파트 단지로 향했다.단지 입구에 도착했지만, 차에서 내릴 용기가 나지 않았다.운전석 창문을 조금 내리고 위를 올려다봤다.수많은 창문 중, 어디가 부모가 사는 집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지금쯤은 상호랑 같이 있겠지.’‘나 같은 딸은 이미 잊었을지도 몰라.’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네 누나한테 다시 전화해 볼게.”서하는 깜짝 놀라 백미러를 봤다.노숙진과 상호가 나란히 걸어오고 있었다.서하는 급히 창문을 올렸다.아주 작은 틈만 남겼다.이 차는 집에서 본 적 없는 차였다.썬팅이 짙어서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았다.“서하가 한 달에 얼마나 버는지 알아봐야
더 보기
이전
1
...
4445464748
...
59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