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471 - Chapitre 480

585

제471화

서하가 말했다.“전에 민간요법도 이것저것 해봤는데, 다 별 효과 없었어.”위로하는 말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두 사람 모두 소진의 상태를 가장 우선순위에 두었고, 지금 그녀가 어떤 상태인지 잘 알고 있었다.소진이 이런 상황인데, 서하는 자기 일까지 털어놓을 수는 없었다.괜히 소진의 마음만 더 무겁게 하고 싶지 않았다.선우와 잠시 더 이야기를 나눴지만, 소진은 여전히 깨어나지 않았다.서하는 자리를 정리하고 먼저 일어났다.집에 돌아오자 조경은 서하를 보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전날 밤, 서하와 연락이 닿지 않아 조경은 한참을 애태웠다.그나마 소진에게서 전화가 와 학교에 일이 있어 기숙사에서 잤다는 말을 듣고서야 조금 안심했다.서하는 핸드폰을 완전히 충전한 뒤, 조경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했다.서하의 수척한 얼굴을 보며 조경은 마음 아파했다.“교수님, 국 좀 끓여드릴게요. 교수님도 자기 몸 잘 챙기셔야죠. 요즘 진짜 많이 마르셨어요.”서하는 조경을 꼭 안아줬다.“네, 고마워요.”밤 9시가 조금 넘어서 이한이 잠들었다.그때 은혁에게 메시지가 왔다.[지금 내려올 수 있어?]서하는 답장을 보냈다.[응, 5분이면 돼.]그녀가 옷을 갈아입고 내려가자 은혁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언제 보아도 은혁은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았다.등을 곧게 편 훤칠한 모습은 곁을 스쳐 지나가면서도 다시 한번 보게 만들었다.“내일 학교 가야지?”은혁이 물었다.서하는 다가와 고개를 끄덕였다.이제는 더 미룰 수 없었다.최근 개인적인 일로 연구실 일정도 자주 비운 상태였다.“타.”은혁이 말했다.“드라이브 좀 하자. 10시 반 전엔 데려다줄게.”이 계절에 밤바람을 쐬는 건...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다.하지만 서하는 오히려 환기가 필요했다.혼자 있으면 생각이 끝없이 흘러갔다.은혁은 조수석 문을 열어주고, 몸을 낮춰 거리를 유지한 채 서하에게 안전벨트를 매어 주었다.그가 허리를 굽힌 그 짧은 순간, 서하의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은혁
Read More

제472화

“사실... 전부터 좀 이상하다고 느끼긴 했어. 그냥 설마 했는데, 일이 이렇게까지 갈 줄은 몰랐지.”“그분들이 당신 친부모도 아닌데, 그분들이 뭘 했던 당신이 그렇게까지 아파할 필요는 없어.”서하는 그 말이 맞다는 걸 알고 있었다.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마음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하는 한 번도 자신을 뿌리 없는 존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자신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세상을 부유하고 있었다.집이라고 부를 곳도 없었다.이한이 없었다면, 서하는 자신이 왜 살아야 하는지 이유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당신은... 친부모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 있어?”은혁의 질문에 서하는 고개를 저었다.그럴 여유가 없었다.임범철 부부에게 입양된 이유도 알지 못했다.누군가에게 납치된 건지, 아니면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건지.만약 전자라면, 친부모는 아직도 자신을 기억하고 있을까?만약 후자라면... 자신은 세상에 나오자마자 버려진 아이였다.“서하야.”은혁이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조금만 마음이 가라앉으면, 당신이랑 같이 한 번 다녀오자. 어쨌든 그 사람들이 당신을 키운 건 사실이니까. 돌아가서 할 말은 하고 와야지.”서하는 창밖을 바라봤다. 눈가가 뜨거워졌다.“보고 싶지 않아...”‘키웠다면, 왜 끝까지 제대로 대해주지 못했을까?’부모였다는 사람들은 날카로운 말로 여러 번 서하의 마음을 베어냈다.예전에는 왜 상호에게만 그렇게 잘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이제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그래도 그렇게 오래 함께 살았는데, 정말 조금의 정도 없었던 걸까?은혁은 서하를 바라보다가 말을 삼켰다.사실 그는 이미 사람을 써서 임범철 부부에 대해 정리해 두었다.그 부부가 서하에게 선을 넘었으니, 은혁도 봐주지 않았다.상호가 있는 이상, 그 부부는 분명 서하를 놓지 않고 달라붙었을 것이다.‘이건... 지금 말할 필요 없어.’은혁은 생각을 접고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어쩌면 당신 친부모가 아직도
Read More

제473화

서하는 거의 반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가까워질수록 더 두려워지는 마음 때문인지, 아니면 앞으로 마주해야 할 것들이 막연해서인지 알 수 없었다.지금 서하는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임범철 부부도, 전화 너머로 목소리를 들려준 그 어머니도.은혁은 알고 있었다.지금 서하에게 필요한 건, 누군가를 만나는 게 아니라 자기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었다.조금 나아진 뒤에야 다음 페이지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을 것이다.“알겠어. 그럼 안 만나도 돼.”은혁이 말했다.“학교에 휴가 내고, 잠깐 바람 쐬러 갈까?”“아니.”서하가 고개를 저었다.“학교에 할 일이 너무 많아.”마음이 힘들다고 해서 모든 걸 내려놓을 수는 없었다.“그럼 너 바쁜 거 끝나면.”은혁이 말했다.“나랑 이한이랑 같이 며칠 다녀오자. 어때?”서하는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응.”그제야 그녀는 자신이 아직 은혁 품에 안겨 있다는 걸 깨달았다.서하가 조심스럽게 몸을 뒤로 빼자, 은혁은 바로 등을 가볍게 두드리고는 그녀를 놓아주었다.“이제 들어갈까?”“응.”은혁은 차를 돌려 다시 길을 나섰다.서하 집 앞에 도착했을 때는 11시 40분이었다.“10분 늦었네.”은혁이 차를 세우고 그녀를 바라봤다.“집에 올라가면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그냥 푹 자. 그리고 당분간은 혼자 운전하지 마. 내가 데리러 올게.”“그건 너무 번거롭잖아.”서하가 말했다.“택시 타면 돼.”자신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은혁의 말을 듣고서야 운전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도 매번 은혁에게 신세 지는 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아침에 내가 너 데리러 올게.”은혁이 말했다.“어차피 이한이 오감놀이 수업도 데려다줘야 하고, 난 원래 새벽에 운동하니까 일찍 일어나는 게 익숙해.”서하가 뭔가 더 말하려 하자, 은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지금은 내 호의 거절하지 마. 솔직히 말하면... 이럴 때 내가 널 위해 뭘 할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어.”은혁의 눈동자는
Read More

제474화

구나린은 서하의 마음을 이해했다.이해하는 것과 딸을 간절히 보고 싶은 마음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구나린은 은혁에게 말했다.“알겠어요.”전화를 끊자마자 다른 번호를 눌렀다.신호음이 꽤 오래 들린 뒤에 연결됐다.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건, 잠이 덜 깬 아정의 목소리였다.[여보세요... 누구세요?]발신자를 확인하지도 않고 받은 모양이었다.“아정, 나야.”[고모...]아정은 몸을 뒤척이며 말했다.[왜 이렇게 일찍 전화해요? 저 아직 자고 있었어요.]“지난번엔 아침마다 러닝하겠다고 하지 않았어?”[졸려요...]아정이 중얼거렸다.[고모, 급한 일 아니면 끊을게요. 저 조금만 더 자고 싶...]말을 끝내기도 전에 커다란 하품 소리가 들렸다.구나린이 말했다.“할 말 하나만 하고. 그다음에 자.”[네...]“오늘 저녁에 서하랑 밥 먹자고 약속 잡아. 내가 사는 걸로 하고.”[네?]아정의 잠기운이 조금 걷힌 듯했다.[서하 언니랑요?]그리고 덧붙였다.[근데 고모가 왜 저희한테 밥을 사요?]구나린은 아직 아정에게 말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지난번엔 시간이 안 맞았잖아. 오늘은 내가 시간을 낼 수 있어. 그러니까 꼭 약속 잡아 줘.”[알겠어요.]아정이 말했다.[이따 바로 연락해 볼게요.]“자다가 또 까먹지 말고.”“그럼 지금 전화해도 돼요?”고모와 한참 통화하고 나자, 아정의 졸음은 거의 사라졌다.아정은 아예 몸을 일으켰다.[저 안 잘래요, 고모. 지금 일어나서 준비하고, 조금 있다 네일도 받고, 저녁에 예쁘게 하고 나갈게요!]구나린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그래. 아, 그리고 저녁에... 너랑 서하한테 선물 하나씩 사줄게.”[고모.]아정이 바로 말했다.[선물은 좋은데요, 너무 비싼 건 사지 마세요. 언니가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어요.]“알겠어. 내가 알아서 고를게.”아정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서하 언니, 진짜 좋은 사람이에요. 처음 만났을 때는 오빠가 언니를 좀 의심했거든요.]“네 오빠가?”구
Read More

제475화

[응, 좋아요. 제가 바로 메시지 보낼게요!]아정이 덧붙였다.[고모, 근데... 엄 시장님이랑은 요즘 어떠세요?]“어른들 일에 애는 괜히 참견하지 마.”아정은 입을 삐죽였다.[저 이제 애 아니거든요.]구나린은 더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서하랑 꼭 약속 잡고, 정해지면 나한테 메시지 보내. 끊는다.”전화를 끊은 아정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느릿느릿 화장실로 갔다.세수하고 양치까지 마치고 나니, 졸음이 완전히 가셨다.혹시 잊어버릴까 봐 바로 서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그때 서하는 아직 은혁의 차 안에 있었다.핸드폰을 내려다보니, 아정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언니! 오늘 저녁에 우리 고모가 밥 사신대요. 맨날 바쁘셔서 이런 기회 잘 없거든요. 시간 되시면 같이 갈래요?]서하는 솔직히 가고 싶지 않았다. 눈도 아직 부어 있었고 사람을 만날 기분도 아니었다.하지만 아정의 말이 저랬고,구나린이 좀처럼 시간 내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괜히 아정의 기대를 꺾고 싶지 않았다.[좋아. 몇 시야? 어디로 가면 돼?]아정은 곧바로 고모에게 답장을 보냈다.잠시 후, 구나린이 시간과 장소를 보내왔다.아정은 서둘러 서하에게 전달했다.[언니, 우리 진짜 운 좋은 거예요! 고모가 예약한 데, 자리 잡기 엄청 힘든 곳이에요.][알겠어. 저녁에 보자.]아정은 메시지를 한 번 더 들여다봤다.왠지 오늘 서하는 평소보다 조금 담담한 느낌이었다.그래도 요새 바쁜가 해서 더 길게 생각하지 않았다.서하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옆에서 운전하는 은혁을 슬쩍 봤다.요즘 은혁은 거의 직접 운전했다.운전기사에게 맡기는 날이 드물었다.은혁은 왼손으로 핸들을 잡고, 오른손은 자연스럽게 센터 콘솔 위에 올려두고 있었다.서하는 예전부터 은혁이 한 손으로 운전하고, 다른 손으로 자기와 손을 맞잡는 장면을 혼자서 몇 번이나 상상해 본 적이 있었다.서하는 고개를 돌려 머릿속에 떠오른 쓸데없는 생각들을 털어냈다.학교에 도착하자 서하는 짧게 고맙다고 말하고
Read More

제476화

구나린이 말했다.[아니야. 오늘은 말할 생각 없어. 그냥... 보고 싶었어. 더는 못 참겠더라.]20년 넘게 기다려 온 친딸이었다.지금까지 참은 것만 해도 구나린에게는 이미 한계에 가까웠다.은혁이 말했다.“서하 씨가 눈치채지 않게만 하세요. 아직 마음이 많이 흔들려 있습니다.”[그건... 배 대표가 말 안 해도 알아.]구나린의 말은 짧았다.은혁은 더 할 말이 없었다. 어쨌든,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앞으로 자신의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에 설지도 모르는 인물이었다.구나린이 덧붙였다.[배 대표와 서하 문제는 지금은 내가 끼어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 나중에... 그때 다시 보자.]그 말이 이상하게 비현실적으로 들렸다.은혁은 전화를 끊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서하에게 다가가는 일은 아직도 제자리걸음인데, 이제는 구나린이라는 존재까지 더해졌다.쉽게 상대할 인물이 아니라는 건, 전화 한 통만으로도 충분히 느껴졌다....서하는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올라가지 않았다.먼저 아정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아정아, 도착했어?]혹시라도 구나린이 먼저 와 있으면 혼자 마주 앉아야 할 상황이 어색해질까 봐서였다.아정에게서 바로 답이 왔다.[거의 다 왔어요!]서하는 다시 보냈다.[그럼 나 1층에서 기다릴게.]구나린이 예약한 곳은 2층에 별도로 있는 룸이었다.5분도 지나지 않아 아정이 도착했다.서하를 보자마자 팔을 끼며 말했다.“언니, 왜 위에서 안 기다리고 여기 있어요?”서하는 솔직하게 답했다.“혹시 고모님이 먼저 와 계시면 어색할까 봐. 아직 친한 사이도 아닌데.”“그건 그렇죠.”아정이 고개를 끄덕였다.“근데 고모가 이렇게 일찍 올 리가 없어요. 엄청 바쁘신 분이라서요.”하지만 룸 문을 여는 순간, 아정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이미 안에 구나린이 앉아 있었다.구나린은 가족 모임에서도 좀처럼 일찍 도착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와 있어도 늘 서류나 태블릿을 보고 있었지,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는 경우는 드물었다
Read More

제477화

“잘 모르겠어. 뭐라고 딱 집어 말할 수는 없는데, 그냥 좀 이상하셔.”서하는 그 말을 바로 이해하지는 못했다.구나린과는 아직 서로를 알 만큼의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구나린은 화장실에 들어가서도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다.지금 그녀는 성공한 사업가였고, 권력도 명예도 손에 쥐고 있었다.그런데도 세상을 떠난 연인을 떠올리면, 그리고 바로 눈앞의 딸을 알아보면서도 다가가지 못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졌다.몇 분 뒤, 아정의 핸드폰이 울렸다. 메시지를 확인한 아정이 눈을 크게 떴다.“언니, 고모 먼저 가셨어요.”서하는 놀라서 물었다.“벌써?”아정은 화면을 보여줬다.“급한 일이 생겼다고 하시네요. 우리끼리 먹고 가라고, 계산은 해두셨대요.”서하는 속으로 숨을 고르게 내쉬었다.구나린 앞에서는 아무래도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아정은 담담하게 말했다.“뭐, 원래 고모 엄청 바쁘시잖아요.”구나린이 없으니, 두 사람은 훨씬 편안해졌다.서하는 밤을 새운 탓에 눈이 부었다고 설명했고, 아정은 더 캐묻지 않았다.대신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언니, 요즘 연애 생각은 있어요? 제 사촌 오빠가 있는데, 사람 진짜 괜찮아요. 집에서 소개팅 얘기 나오던데, 한번 만나볼래요?”서하는 바로 손사래를 쳤다.“난 지금 그런 생각 없어.”아정의 사촌이라면, 집안도 배경도 분명 훌륭할 것이다.서하에게는 맞지 않았다.무엇보다 지금은 연애를 시작할 마음 자체가 없었다.아예 그 가능성을 떠올려 본 적도 없었다.아정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언니, 그럼 혹시... 배은혁이랑 다시 합칠 생각은 있어요?”서하는 고개를 저었다.“지금은 그런 계획도 없어.”‘지금은’이라는 말이 붙은 걸, 아정은 놓치지 않았지만 더 묻지 않았다.식사를 마친 뒤, 아정은 서하가 차를 몰고 오지 않았다는 걸 알고 직접 집까지 데려다주었다.서하는 아정의 차가 멀어지는 걸 보고, 아파트 단지 앞에서 택시를 잡아 병원으로 향했다.병원은 아정 집과 방향이 반대였다. 괜히 또 번거
Read More

제478화

소진은 핸드폰을 서하 쪽으로 내밀었다.“이거 봐. 아기 너무 귀엽지 않아?”화면에는 몇 달쯤 된 아이가 나왔다. 바닥을 기어다니며 까르르 웃고 있었다.“나중에 네 아기도 이렇게 귀여울 거야.”서하는 그렇게 말하며 침대 옆에 앉았다.소진은 핸드폰을 끄고 서하를 한 번 훑어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눈은 왜 그래?”“아, 어제 좀 밤새웠어.”서하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씻다가 바디워시가 눈에 들어가서 좀 빨개졌어.”“안 믿어.”소진이 단호하게 말했다.“나한테는 솔직하게 말해.”서하는 잠깐 멈칫했다가 웃었다.“그래, 그게 뭐라고 너한테 숨기겠어.”소진은 가만히 서하를 바라봤다.“남들은 다 속여도, 난 못 속여. 말해. 무슨 일이야.”그 한마디에 서하는 버티고 있던 걸 놓쳤다. 고개를 급히 숙였지만, 눈물이 그대로 왈칵 쏟아졌다.소진은 바로 이상함을 알아챘다.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서하의 팔을 붙잡았다.“뭐야, 대체 무슨 일이야!”서하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소진을 보다가 다시 조심스럽게 그녀를 눕혔다.“나 괜찮아. 너 누워 있어.”“네가 이 꼴인데 그걸 보고 내가 어떻게 누워 있어.”소진이 숨을 고르며 말했다.“말 안 해? 너 말 안 하면 나 더 힘들어.”말을 몇 마디 하다 보니, 소진은 가슴이 답답해져 손으로 가슴을 누르고 눈을 감았다.“말할게, 말할게.”서하가 놀라 급히 말했다.“소진아... 나... 우리 부모님 친딸 아니래.”소진은 몇 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방금 들은 말이 무슨 뜻인지, 천천히 이해하는 얼굴이었다.“친딸이 아니라고?”소진이 물었다.“그걸... 어떻게 알았어?”“내가 직접 들었어.”서하가 콧물을 훌쩍였다.“엄마가 말하는 걸... 아니, 이제는 엄마라고 부르면 안 되겠지.”“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서하는 그날 밤의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말했다.소진은 이를 악물었다.“그러니까 내가 말했잖아. 왜 상호한테만 그렇게 잘하나 했다니까. 네가 친딸이었으면 절대 그렇게 안 했을
Read More

제479화

은혁이 전화받자, 소진은 쓸데없는 말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지금은 안부를 나눌 여유도, 기운도 없었다.“서하 친엄마, 그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이 질문을 듣는 순간, 은혁은 서하가 이미 자신의 이야기를 소진에게 했다는 걸 알았다.그래서 숨기지 않고 바로 말했다.[서하 친어머니는 구나린 대표님이에요.]소진은 잠시 말을 잃었다.“네... 누구라고요?”[구나린 대표님이요.]은혁은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때의 자기 반응이 떠올랐다.그래서 놀라는 것도 이해가 됐다.[구씨 가문, 구아정 씨 고모예요.]“세상에...”소진은 진심으로 충격을 받았다.“그게 말이 돼요?”아정의 고모에게 아이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게다가 구씨 가문이라니.그 구나린이라니.구나린이 서하의 친엄마라니.그럼 이제 서하는 세상 어디서든 고개 숙일 필요가 없는 사람이 된다는 의미였다.소진은 흥분을 숨기지 못했다.“그럼... 친자확인은요? 검사했어요?”[구 대표님이 그런 걸 허투루 하실 분입니까.]은혁이 말했다.[이미 다 확인된 일이에요.]소진은 아직도 현실감이 없었다.“배 대표님, 그럼... 엄선호가 구나린 대표님의 남자친구라는 얘기, 진짜예요?”은혁은 대답하지 않았다.예전 같으면 농담 삼아 한마디했을지도 모르지만, 이제 구나린은 은혁에게 단순한 남의 일이 아니었다.감히 개인사를 입에 올릴 입장이 아니었다.소진도 그 침묵의 의미를 알아챘다.“알겠어요, 그럼 묻지 않을게요.”그리고 곧바로 말했다.“언젠가 만나면, 제가 직접 여쭤볼게요. 꼭 어머니한테...”은혁은 잠시 말을 잃었다. 아직 얼굴도 못 본 사이에, 호칭부터 정해진 셈이었다.그는 할 수 있는 말만 했다.[서하는 아직 친어머니가 누구인지 정확히 모르고 있어요. 지금은 감정이 많이 흔들리는 상태라서 어느 정도 정리되면 제가 직접 말을 해주려고 해요.]“그럼 좀 쉬게 놔둬야죠.”소진이 말했다.“친엄마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면, 임범철 부부는 나중에 후회
Read More

제480화

그 정도로 토하고 나면, 누가 마음 편히 웃을 수 있을까?그래서 소진이 웃고 있는 모습은 오히려 더 드문 장면처럼 느껴졌다.의사가 병실을 나간 뒤, 선우가 물었다.“서하 보고 와서 기분 좋아진 거야?”소진은 손가락을 까딱였다.“이리 와. 나만 알기 아까운 얘기 해줄게.”병실 안에는 둘뿐이었다.그래도 소진은 굳이 선우를 가까이 불러 속삭이듯 말했다....소진의 밝은 기색과 달리, 서하의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은혁이 임범철 부부 집으로 같이 가자고 했을 때도 서하는 선뜻 내키지 않았다.친어머니를 언제 만날 거냐는 질문에도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지금의 서하는 모래 속에 머리를 파묻은 타조처럼 모든 걸 잠시 외면하고 싶었다.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사람이 먼저 그녀를 찾아왔다.그것도 학교로.신애가 물을 뜨러 나갔다가 돌아와 서하를 불렀다.“언니, 어머니 오셨어요. 밖에서 기다리세요.”서하는 잠시 멍해졌다.‘어머니?’‘내 양엄마일까? 아니면 아직 얼굴도 보지 못한 친엄마일까?’그 두 사람 모두 지금의 서하에게는 쉽게 마주할 수 없는 존재였다.“언니?”서하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고마워. 내가 나가볼게.”복도 쪽으로 나가자 노숙진이 서 있었다.그 얼굴을 확인한 순간, 서하는 안도했다. 노숙진보다 아직 만나지 못한 친모 쪽이 오히려 더 막막했기 때문이다.노숙진이 왜 왔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서하야.”노숙진이 웃으며 말을 걸었다.“요즘 많이 바쁘지?”그 웃음을 보는 순간, 서하는 잠시 흔들렸다.만약 진실을 몰랐다면, 아직도 마음속에서 미련과 서운함 사이를 오가고 있었을 것이다.가끔 건네주던 다정함에 기대면서도 상호에게 쏟아지던 편애를 보며 질투하고 상처받았을 것이다.이제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스스로 부모에 대한 서운한 마음을 내려놓으려 애썼다.하지만 그 역시 시간이 필요했다.그런데 마음을 추스를 틈도 없이 노숙진이 이렇게 찾아온 것이다.서하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노숙진이 먼저 한숨을 쉬었다.
Read More
Dernier
1
...
4647484950
...
59
Scanner le code pour lire sur l'application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