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의 모든 챕터: 챕터 461 - 챕터 470

589 챕터

제461화

은혁은 서하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서하는 받지 않았다.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샤워 중이거나 잠깐 통화가 어려운 상황일 수도 있었다.다시 한번 전화를 걸었는데, 서하는 여전히 연결되지 않았다.은혁은 메시지를 남겼다. 자기 메시지를 보고 나면 꼭 연락 달라는 짧은 말이었다.그렇게 삼십 분이 지났지만, 서하에게서는 여전히 아무 답이 없었다.다시 전화를 걸었을 때, 이번에는 전원이 꺼져 있다는 안내음이 흘러나왔다.‘아마 바쁘겠지.’은혁은 자신을 다독였다.‘핸드폰을 못 봤다가 나중에 배터리가 다 된 걸 수도 있고.’누구나 한 번쯤은 겪을 수 있는 일이었다.그렇게 생각하려 했지만, 자리에 앉아 있는 게 점점 힘들어졌다.이한은 옆에서 깊이 잠들어 있었다.은혁은 아이를 한 번 더 확인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아래로 내려가기 전, 차에 시동을 걸기 전에 다시 한번 서하에게 전화를 걸었다.역시 전원은 꺼져 있었다.서하가 사는 건물 아래에 도착했을 때, 은혁은 조경의 연락처를 저장해두지 않은 걸 후회했다.잠시 고민하다가 소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소진은 방금 또 한 차례 토한 뒤였다.선우가 옆에서 부축해 주며 물로 입을 헹구게 하고 있었다. 표정에는 숨길 수 없는 걱정이 가득했다.핸드폰이 울렸다.소진은 힘없이 화면을 흘끗 봤다.선우가 먼저 핸드폰을 들어 올렸다. 화면의 이름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배은혁 전화야?”소진은 손을 뻗어 핸드폰을 받아 들고, 스피커를 켠 채 말했다.“여보세요, 배은혁 대표님?”[네, 접니다.]은혁의 목소리는 최대한 차분했지만,숨길 수 없는 긴장감이 묻어 있었다.[서하랑 연락이 안 돼서요. 혹시 지금 같이 있어요?]“연락이 안 된다고요?”소진이 되물었다.소진의 목소리가 유난히 힘없다는 걸 느꼈지만, 은혁은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몇 번 전화했는데 안 받았고, 지금은 전원이 꺼져 있어요.]“이모님한테 전화해서 확인해 볼게요.”소진이 말했다.[지금 저는 서하 집 앞에 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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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2화

[그럼 찾으면 바로 연락 주세요!]“네.”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은혁은 문제의 차를 발견했다.도심에서 한참 벗어난, 사람이 거의 오지 않는 외진 주차장이었다.겨울로 넘어가는 시기라 나무에는 잎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고, 바닥에는 마른 낙엽만 쌓여 있었다.차는 그 한가운데, 마치 버려진 것처럼 덩그러니 서 있었다.차는 있었지만, 서하가 안에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주변을 둘러봐도 도시 특유의 소음이나 불빛은 보이지 않았다.여기는 이미 변두리였다.‘왜 이런 데까지 온 거야?’은혁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앞 유리를 통해 보이는 모습에 걸음이 멈췄다.운전대 위에 엎드린 여자.서하였다.그제야 은혁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이렇게 멀리까지 혼자 왔다는 게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일단 무사하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풀렸다.은혁은 먼저 핸드폰을 꺼내 소진에게 전화했다.짧게 상황을 전했다.“찾았어요. 차 안에 있어요.”소진의 목소리가 바로 높아졌다.[어디 다친 건 아니죠? 바로 전화 바꿔 주세요.]“조금 이따 다시 연락드릴게요.”은혁이 말했다.“지금은 제가 먼저 이야기해 볼게요.”전화를 끊고, 은혁은 잠시 차 밖에서 서하를 지켜봤다.서하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았다.하지만 완전히 잠든 건 아니었다.아주 미세한 움직임이 느껴졌다.의식은 있었다.은혁은 조심스럽게 운전석 쪽 창문을 두드렸다.서하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거야.’서하는 자기 안에 깊이 잠겨 있었다.주변의 소리나 기척은 이미 모두 차단된 상태였다.서하 자신도 어떻게 이곳까지 운전해 왔는지 기억이 흐릿했다.그저 도망치고 싶었고, 어디든 상관없었다.차를 세웠을 때, 등이 흠뻑 젖어 있었다.더 이상 운전할 기운도 없었다.은혁은 다시 한번, 이번에는 조금 힘을 줘서 창문을 두드렸다.그제야 서하가 반응했다.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소리를 따라 시선을 옮겼지만, 초점이 잡히지 않은 눈이었다.“임서하!”은혁의 목소리가 커졌다.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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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3화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서하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은혁은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여 서하의 자세를 조금 바꿔 주었다.서하의 얼굴이 은혁의 품에서 돌아왔다.잠들어 있었다.울다 지쳐 잠든 모습이었다.속눈썹 끝에는 아직도 눈물이 맺혀 있었다.은혁은 가슴이 꽉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손끝으로 조심히 눈가를 닦아주면서도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왜 이렇게까지 울었을까?’혹시 집안 문제 때문일까?하지만 그 사람들 때문에 이미 충분히 상처받지 않았나?이제 와서 다시 이렇게 무너질 이유가 있을까?그렇다면 다른 이유?‘나 때문은 아닐 텐데...’은혁과 서하 사이에는 이제 풀리지 않은 오해 같은 건 없었다.잠시 후,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은혁은 또 소진일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화면에 뜬 번호를 보고 멈칫했다.낯선 번호였다.그런데 묘하게 기억에 남는 형태였다.서하를 깨울까 봐 은혁은 급히 전화받았다.귀에 대고, 최대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여보세요.”상대는 곧바로 자신을 밝혔다.[배은혁 대표 맞으시죠. 구나린입니다.]‘구나린...?’구예랑, 그리고 구씨 가문과 어렴풋한 친척 관계가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은혁은 구민준과도 가깝지 않았고, 구나린과는 개인적인 접점이 전혀 없었다.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그래서 더 뜻밖이었다.구나린이 왜 자신에게 전화를 걸었는지.“구 대표님.”은혁은 짧게 불렀다.“무슨 일이십니까?”[서하 얘기를 좀 해야 할 것 같아서요.]은혁의 눈이 조금 더 커졌다.“구 대표님께서 서하 씨를 알고 계셨습니까?”잠시 정적이 흐른 뒤, 차분한 목소리가 이어졌다.[서하 친어머니입니다.]은혁의 머릿속이 단번에 울렸다. 귀 옆에서 무언가 터진 것처럼 소리가 멍해졌다.구나린의 목소리는 놀라울 만큼 침착했다.[우연히 서하를 한 번 봤어요. 제가 예전에 만났던 남자와 너무 닮았더군요.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확인은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은혁은 숨을 고르며 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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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4화

어느새 시간이 밤 열한 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구나린은 친자 확인 결과를 받자마자 전화를 걸어왔다.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그만큼 기다려왔다는 뜻이었다.은혁은 그 목소리에서 서하를 향한 기대를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한편으로는 서하를 대신해 기뻤다.단순히 구나린이 돈과 권력을 가졌기 때문만은 아니었다.무엇보다 서하를 진심으로 아껴 줄 가족이 생긴다는 점이 컸다.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불안도 있었다.서하는 아직 은혁을 완전히 용서하지 않았다. 입으로는 이미 다 지난 일이라고 말했지만, 마음까지 정리된 건 아니었다.은혁이 바라는 건 결국 하나였다.다시 함께하는 것, 그리고 평생을 같이 사는 가족이 되는 것.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 없었다.만약 서하가 정말 구나린의 딸이라면, 구나린이 이 관계에 관여하지 않을 리 없었다.그때가 되면, 서하를 은혁에게 다시 보내지 않겠다고 할지도 모른다.‘그런데... 그건 나중 문제지.’지금 은혁의 마음을 채우고 있는 감정은 오직 하나였다.안쓰러움.서하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왔는지, 은혁은 사실 깊이 묻지 않았다.임범철의 외동딸이었고, 임범철이 병을 얻기 전까지는 집안 형편도 아주 나쁘지는 않았다.그래서 은혁은 서하가 사랑을 크게 부족하게 받으며 자랐을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친부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지금, 이전의 시간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굳이 상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은혁은 그대로 앉아 있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른 채.그가 앉아 있는 동안 서하는 줄곧 은혁의 품에 안겨 있었다.핸드폰의 시간을 확인했을 때는 이미 새벽이었다.서하는 완전히 지쳐 있었다.몸도 마음도 한계였던 모양이다.잠든 뒤로는, 한 번도 깨지 않았다.은혁은 조심스럽게 서하를 뒷좌석에 눕혔다.자신의 재킷을 벗어 머리 아래에 받쳐 주었다.조금이라도 편하게 잘 수 있게.그 뒤에 차를 몰아 집으로 향했다.서하의 차는 나중에 운전기사에게 맡겨 가져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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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5화

서하는 손을 뻗어 벽을 짚고 잠시 숨을 골랐다.머리가 어지러워 바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잠깐 그렇게 서 있다가, 천천히 욕실로 향했다.예상했던 대로였다.거울 속 얼굴은 눈이 퉁퉁 부어 있었고, 흰자까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피곤함이 얼굴 전체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서하는 물로 얼굴을 씻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때, 밖에서 기척이 느껴졌다.욕실 문을 조금 열자 은혁과 눈이 마주쳤다.“깼어?”은혁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아직 자는 줄 알았어. 그래서 문은 안 두드렸고...”“괜찮아.”서하가 답했다.“어제는... 고마웠어.”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세면도구는 다 준비해 놨어. 봤지?”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원래 쓰던걸 꺼내려다가 너무 오래돼서 새로 바꿔 놨어.”서하는 욕실 한쪽에 놓인 것들을 떠올렸다.아까 보긴 했지만, 손이 쉽게 가지는 않았다.은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내가 쓰던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구나.’“그럼 얼른 씻고 내려와서 밥 먹자.”은혁이 말했다.“이한이는 오늘 오감놀이 수업 안 갔어. 아픈 건 아니고, 내가 안 보냈어.”은혁은 서하가 얼마나 힘든지 정확히 가늠도 하지 못했다.어떻게 위로해야 할지도 자신이 없었다.그래서 아이를 곁에 두면, 조금이라도 마음이 풀리지 않을까 생각했다.“핸드폰도 충전해 놨어.”은혁이 이어 말했다.“전원은 꺼진 상태라 당신이 직접 켜야 해.”은혁은 핸드폰을 서랍 위에 올려두고 먼저 밖으로 나갔다....서하는 다시 욕실로 돌아갔다.세면대 옆에 놓인 물건들을 찬찬히 바라봤다.칫솔은 예전에 쓰던 브랜드였다.색만 달랐다.예전에는 흰색을 썼다.지금은 연한 분홍색이었다.아까 잠깐 봤을 때, 가슴이 쿵 내려앉은 이유가 있었다.‘다른 사람이 쓰던 건가?’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지금은 알 수 있었다.그게 아니라는 걸.은혁이 서하를 위해 따로 준비한 거였다.거울을 보다가 서하는 그제야 알아차렸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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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6화

연인이라면, 서하는 마음대로 행동해도 됐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의 은혁과 서하는 연인 사이가 아니었다.친구라고 부르기에도 애매한 사이였다.그저 이한의 아빠와 엄마.서하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다행히 은혁은 따로 캐묻지 않았다.서하는 은혁의 뒤를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 그때 은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이한이한테는 말해놨어. 당신 눈은... 엄마가 책을 읽었는데, 내용이 너무 감동적이라서 울었다고.”서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고마워.”아직 계단 중간에 있었는데, 아래에서 소리가 났다.이한이 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엄마!”며칠 동안 서하를 보지 못한 얼굴이었다.하지만 이한은 어릴 때부터 이런 상황에 익숙했다.서하가 해외에 있을 때는 일이 바빠서 이틀, 사흘 집에 들어오지 못하는 날도 잦았다.그럴 땐 이한이 시터와 지내기도 했고, 천후와 있기도 했고, 소진과 함께 있기도 했다.그래서 지금 은혁과 함께 지내는 것도, 이한에게는 낯설지 않았다.“엄마, 눈 아파?”서하는 계단을 내려와 이한 앞에 쪼그려 앉아 아이를 끌어안았다.작은 몸이었지만, 서하에게는 큰 힘이고 버팀목이었다.무엇보다 서하에게는 이한이 있었다.그리고 소진 같은 친구도 있었다.이 정도면, 세상은 서하에게 충분히 관대했다.“이제 안 아파.”서하는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여기서 말 잘 들었어?”“응! 엄청 잘했어!”이한은 서하의 손을 잡아끌었다.“엄마, 밥 먹자!”서하는 입맛이 없고, 속도 편하지 않았다.하지만 은혁이 눈치챌까 봐, 그리고 이한이 빤히 보고 있어서 더 미룰 수도 없었다.결국 서하는 죽 반 그릇을 겨우 비웠다.입고 있던 옷은 집에서 입던 옷이었다. 예전에 이 집에 두고 간 옷이었다.식사가 끝난 뒤, 은혁이 물었다.“잠깐 나갔다가 올래? 오늘은 이한이도 수업 안 가니까, 함께 산에 가도 괜찮고.”“좋아! 좋아!”이한이 먼저 반겼다.서하도 고개를 끄덕였다.가만히 있으면 생각이 자꾸 엉뚱한 데로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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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화

구나린은 전화를 끊고 이마를 꾹 눌렀다.손끝에 남은 피로가 쉽게 가시지 않았다.그때 옆에서 누군가의 두 손이 뻗어와 구나린의 어깨를 천천히 주물렀다.“많이 힘들어?”구나린은 등을 곧게 세우며 말했다.“응, 거기. 세게 안 해도 돼... 아, 아파.”남자는 웃으며 말했다.“아파야 풀리는 거야.”“좀 살살 해.”구나린은 고개를 돌려 그를 노려봤다.“엄선호.”엄선호는 힘을 줄이며 한숨을 내쉬었다.“당신 이거, 어깨랑 목이 너무 뭉쳤어. 제대로 치료받아야 해.”“치료만으로는 안 돼.”구나린이 말했다.“쉬어야 한대. 오래 책상에 앉아 있지 말라고도 하고. 그게 가능해?”“아무튼 나보다 더 바빠.”엄선호가 말했다.“데이트 한 번 하려면 내 비서랑 당신 비서가 일정부터 맞춰야 하잖아.”“당신이 바쁜 거지.”구나린이 받아쳤다.“엄 시장님은 하루 24시간이 부족하시잖아.”엄선호는 웃음을 터뜨렸다.“그만 놀려.”사실 그는 구나린을 웃게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이렇게까지 기운을 잃은 구나린은 처음 봤다.한 가지 일로 마음이 가라앉고, 중심을 잃은 모습이었다.엄선호는 알고 있었다.구나린에게 오래전, 깊이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다는 걸.그 사람이 세상을 떠난 뒤, 구나린은 줄곧 혼자였다.엄선호는 오랫동안 구나린을 바라봤고, 지금도 그녀 곁에 있지만, 지금의 자리는 고작 ‘옆에 누울 수 있는 사람’일 뿐이었다.말 그대로, 함께 잠을 자는 사람.엄선호의 존재를 사람들 앞에서 인정받고 싶다는 바람은 이미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쌓여 있었다.얼마 전 회의장에서 마주쳤을 때도 구나린은 그를 모르는 사람처럼 지나쳤다.구나린이라는 여자는 늘 강했고, 확신에 차 있었고, 어디에 있어도 눈에 띄는 사람이었다.엄선호는 처음엔 그런 구나린이 존경스러웠고,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뒤, 구나린에 대한 감정이 서서히 다른 결로 바뀌었다.아내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지나서야 그는 겨우 지금의 자리에 설 수 있었다.앞으로 언제쯤 이 관계가 달라질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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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화

누군가 시터와 공모해, 구나린의 아이를 유괴한 것이었다.그 뒤로 구나린은 거의 미쳐버릴 지경이었다.그날 이후, 구나린은 단 한 번도 자기 아이를 다시 보지 못했다.그 시간을 어떻게 견뎌냈는지, 지금도 감히 떠올릴 수가 없었다.아이는 찾지 못했고, 당시 아이에게 해를 가한 쪽은 작은아버지의 아내 쪽 사람이었다.이 일의 배후는 작은어머니였다.물론 작은어머니가 직접 손을 대지는 않았다.자기 친정 쪽 사람을 사주했다.그 사람은 아이가 얼어 죽었다고 말했다.한겨울에 사람 하나 없는 외곽에 아이를 버렸다면 결과는 뻔했다.그 시기 동안 구나린은 가족의 감시 아래 있었다.하루 24시간, 단 한 순간도 혼자 두지 않았다.구나린이 먹기를 거부하면, 가족들은 그녀를 침대에 묶고 링거를 맞혔다.어떻게든 살아 있게 하려고.몇 년이 흐른 뒤, 그 일에 가담했던 시터가 출소했다.그리고 양심의 가책을 느낀 그녀가 구나린을 찾아왔다.그제야 구나린은 아이가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었다.확실한 건 아니었다.그저 ‘가능성’일 뿐이었다.하지만 그 희미한 가능성 하나가,구나린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그 뒤로 수년 동안, 구나린은 조용히 아이를 찾아다녔다.얼마나 많은 좌절과 고통을 겪었는지는, 말로 다할 수 없었다.어느 순간에는, 거의 포기하기도 했다.그런데도 세상은 끝내 그녀를 외면하지 않았다.막다른 길에서 다시 길이 열렸고, 그동안 해온 수많은 기부와 선행이 결국은 구나린에게 돌아온 셈이었다.이야기를 다 들은 엄선호는 아무 말 없이 구나린을 품에 안았다.말 대신 여자의 이마에 조용히 입을 맞췄다.엄선호의 표정은 연민으로 가득했다.“앞으로는... 다 괜찮아질 거야.”구나린은 잠시 숨을 고른 뒤에야 과거의 절망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었다.‘그래, 앞으로는 괜찮아질 거야.’구나린이 물었다.“당신 배은혁에 대해 잘 알아?”엄선호가 말했다.“예전에 도시 개발 사업 때문에 두 번 정도 본 적은 있어. 깊게 알지는 못해. 다만, 그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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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화

이제 와서야 엄선호는 오랜 시간을 들여 겨우 구나린 곁에 설 수 있었다.그런데 지금 구나린은 자기 딸에게 엄선호의 존재를 알리고 싶어 하지 않았다.‘참, 형편없네.’엄선호는 그렇게 자조했다....한편 은혁은 서하와 이한을 데리고 산에 올랐다.이한이 옆에 있으니, 서하의 얼굴에는 자연스럽게 웃음이 떠올랐다.하지만 서하가 혼자 멀리 풍경을 바라볼 때면, 눈빛 어딘가에 공허함과 막막함이 스며들었다.그 모습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이한은 아직 어려서 오래 움직일 수 없었다.산을 오른다고는 했지만, 사실은 가볍게 몸을 풀어주는 정도였다.조금 걷고 나서는 곧 케이블카를 탔다.케이블카가 점점 위로 올라가자, 산 아래의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졌다.답답했던 마음도 함께 풀리는 느낌이었다.은혁은 서하를 슬쩍 바라봤다. 아까보다 한결 편안해 보였다.그제야 은혁도 안심되었다.점심은 산 정상에 있는 식당에서 먹었다.식사가 끝나자 은혁은 굳이 호텔로 들어가자며 서하를 설득했다.잠깐이라도 낮잠을 자라는 뜻이었다.서하는 잠이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누우니 금세 잠들었다.오후에는 몇 가지 체험을 더 하고, 산에서 내려오니 해가 거의 지고 있었다.은혁은 이미 저녁 식당을 예약해 두었다.서하는 은혁이 이런 방식으로 곁에 있어 주고, 자신을 다독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솔직히 말하면, 혼자였다면 오늘 하루를 어떻게 버텼을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은혁과 아이가 함께 있으니,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그렇게 하루가 흘러갔다.식사 도중, 서하가 말했다.“나 병원에 잠깐 들러야 해.”은혁이 물었다.“한 대표 아직 퇴원 안 했어? 같이 가서 얼굴 볼까?”“괜찮아.”서하가 고개를 저었다.“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입원한 것도 아는 사람 거의 없고, 소진도 조용히 지내고 싶어 해.”“그럼 오늘 밤 이한이는 나랑 가고, 내일 집으로 데려다줘도 될까?”은혁은 원래 이한을 며칠 더 데리고 있을 생각이었다.하지만 지금 서하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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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0화

소진은 눈을 감은 채로, 아예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하지만 선우는 알고 있었다.이 태도 자체가 선우의 말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는 뜻이라는 걸.그렇다고 소진이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하지만 아무리 말을 바꿔가며 설득해도, 소진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너 왜 이렇게 고집이 세?”선우가 참다못해 말했다.“네 몸이 중요해, 아니면 아이가 중요해? 나를 이렇게까지 몰아붙여야겠어? 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난 어떻게 하라고?”소진이 말했다.“네가 아이 싫어도, 내가 원해. 보고 싶지 않으면 나가.”“내가 아이를 싫어해서 이러는 줄 알아?”선우는 소진을 끌어안았다.“난 네가 걱정돼서 그래. 소진아, 네가 먼저야. 네가 있어야 아이도 있는 거지, 네가 없으면 아이를 가져서 뭐 해?”소진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급히 손등으로 문질러 눈물을 닦았다. 임신하고 나서부터는 눈물이 제 마음대로 나왔다.조금만 건드려도 울컥했다.예전의 소진은 이러지 않았다.선우는 소진의 눈가에 남은 눈물을 입술로 닦아냈다.“자기야, 말 좀 들어. 이번 일만 빼고, 앞으로는 다 네 말대로 할게.”소진이 물었다.“진짜... 다?”선우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헤어지자는 말은 안 돼.”소진은 고개를 돌렸다.“그럼 나 그냥 놔둬.”“그건 안 되지.”선우가 말했다.“네가 건강해지면, 그때는 아무 말도 안 할게.”소진이 조용히 말했다.“한 달만 줘. 한 달 뒤에도 내가 이 상태면... 그땐 포기할게.”한 달은 선우에게 너무 긴 시간이었다. 이미 소진은 10kg 넘게 빠진 상태였다.한 달이 지나면, 얼마나 더 마를지 상상하기조차 싫었다.“보름.”선우가 한발 물러섰다.“15일. 그때도 계속 토하면, 내 말 들어.”“아니, 한 달.”소진은 단호했다.“아니면 지금 나가.”선우는 알고 있었다. 한 달은 소진의 몸이 버티기 힘든 시간일 수도 있다는 걸.‘보름 뒤에도 이러면...’‘그땐 정말... 무슨 수를 써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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