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481 - Chapitre 490

585

제481화

서하는 짧게 웃었다.“그럼 그때 왜 아들을 낳지 않으셨어요... 아니, 그때 왜 아들을 입양하지 않았어요?”노숙진의 가슴이 순간 세게 내려앉았다.서하는 아무 말 없이 노숙진을 바라보고 있었다.노숙진은 갑작스레 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시선을 피했다. 마음이 급해지면서 말도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네. 나 지금 급한 일이 있어서... 그만 얘기하자. 나 먼저 갈게.”노숙진은 말을 마치자마자 몸을 돌렸다.그때 서하가 불렀다.“엄마, 저 다 알아요.”엄마라는 호칭에는 더 이상 감정이 담겨 있지 않았다. 그저 오래도록 불러온 말이어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뿐이었다.노숙진의 걸음이 멈췄다.노숙진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돌아섰다.“뭘... 뭘 안다는 거니?”“제가 두 분의 친딸이 아니라는 거요.”“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어!”노숙진의 목소리가 급히 높아졌다.“너는 나랑 네 아빠가 낳은 딸이야. 너는 우리 딸이야.”서하는 고개를 들고 노숙진을 똑바로 바라봤다.“제가 정말 두 분의 딸이었다면, 그렇게 아무 거리낌 없이 상호만 편애하셨을까요? 제가 두 분의 딸이었다면, 제 입장은 한 번도 생각 안 하고 그렇게 결정하셨을까요?”노숙진은 서둘러 설명했다.“우리가 너 대학까지 보내 줬고, 너 결혼도 잘했잖아. 우리가 언제 너를 생각 안 했니? 그건 네가 갑자기 이혼하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그래서 네 아빠가 화가 나서 그랬던 거지...”“집도요.”서하의 목이 잠겼다.“저한테는 아무 말도 없이 집을 팔아버렸잖아요. 저는 집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게 됐어요. 이사하실 때, 제 마음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셨어요?”서하가 신경 쓰던 건 처음부터 돈이 아니었다.집을 상호에게 준다고 했을 때도, 그저 마음이 조금 불편했을 뿐이었다.하지만 임범철과 노숙진이 해온 선택들은 서하를 가족으로 두고 고민한 흔적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서하가 원했던 건 다른 게 아니었다.가족으로서의 사랑이었다.이혼 전까지는
Read More

제482화

노숙진은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서하의 말은 바늘처럼 노숙진의 마음을 찔러 놓고 계속 남아 있었다.집에 들어와 거실 불을 켜고 소파에 앉자마자, 노숙진은 참아 왔던 감정을 더는 붙잡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임범철은 병 때문에 눈에 띄게 수척해져 있었고, 몸 상태가 나빠질수록 성격도 한층 거칠어졌다.“뭐가 그렇게 서러워서 울어?”임범철은 신경질적으로 물었다.“서하 쪽은 어떻게 됐어? 역시 싫다고 하던가?”노숙진은 흐느끼며 말했다.“그 애가... 우리가 친부모가 아니라는 걸 알아버렸어요. 도대체 누가 그런 말을 한 거예요? 설마 상호예요?”“뭐?”임범철도 놀라며 되물었다.“서하가 그걸 안다고? 그걸 어떻게 알았대?”“나도 모르겠어요!”노숙진의 목소리에도 짜증이 묻어났다.“이제 와서 그 애가... 당신 병원비도 안 보낼까 봐 겁나요.”그 말을 끝내기도 전에, 노숙진은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그러니까 내가 예전부터 말했잖아요. 당신이 서하한테 좀 잘하라고.”“친딸은 아니어도, 공부도 잘하고, 부모한테 효도도 하고.”“배은혁이랑 결혼도 잘해서 앞으로는 우리도 편하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당신은 꼭 그렇게 말로 상처를 줘야 했어요? 이혼이 뭐가 그렇게 큰 죄예요, 요즘 이혼하는 사람 얼마나 많은데...”임범철이 노숙진의 말을 끊었다.“그만해. 이혼이 뭐냐니, 이혼은 창피한 거야.”“남들이야 어떻게 살든 상관없어. 우리 집안 사람은 이혼하면 안 돼.”노숙진은 답답한 마음에 말을 이었다.“이미 이혼했는데, 이제 와서 우리가 뭘 어쩌겠어요.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키운 애잖아요. 그런데 당신은 꼭 그렇게 서하를 밀어내야 했어요?”임범철은 단호하게 말했다.“애초에 친자식도 아니었잖아. 그때도 내가 말했어. 애가 없으면 없는 대로 살자고.”“내 동생이 죽고 없으니 상호가 내 핏줄이야. 내 자식은 상호야. 내가 상호를 챙기는 게 당연하지.”노숙진은 결국 분노를 참지 못했다.“그렇게 따지면 상호도 나랑
Read More

제483화

이 일은 임범철에게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다.임범철은 그런 자신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한동안은 술에 기대어 하루하루를 버텼고, 거의 매일 만취 상태로 지냈다.결국 말린 사람은 노숙진이었다.노숙진은 임범철을 설득했고, 두 사람은 오래 상의한 끝에 아이를 입양하기로 했다.그 시절만 해도 두 사람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세월이 흐르면서 노숙진은 자연스럽게 모든 일을 임범철의 뜻에 맞추는 데 익숙해졌다.지금 임범철의 말을 듣고 있으니, 노숙진의 마음속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얽혀 올라왔다.노숙진은 원래라면 어머니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임범철 때문에 그 선택지를 스스로 내려놓아야 했다.그때 임범철은 여자아이를 입양하자고 했다.노숙진은 이제야 알게 되었다.임범철이 여자아이를 고른 이유는 단순했다.만약 남자아이를 입양하면, 언젠가는 재산을 물려줘야 한다.하지만 여자아이라면, 결혼 후에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임범철의 재산은 처음부터 동생 집 아이에게 돌아가도록 계산돼 있었다.모든 걸 정리해 둔 셈이었다.다만, 임범철도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하나 있었다.서하가 자신의 출생에 대해 알게 될 줄은 몰랐다.노숙진은 눈가가 뜨거워진 채로 입을 열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해요?”“급할 거 없어.”임범철은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 키워 준 은혜가 하늘보다 크다고.”“친자식이면 불효해도 다루기 어렵지만, 입양한 애가 불효하면 세상 여론이 가만있겠어?”노숙진은 이미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였다.“정말... 그렇게 하면 될까요?”“걱정 마.”임범철은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노숙진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서하 말로는... 조만간 집에 와서 다 정리하겠대요.”“정리?”임범철이 비웃듯 말했다.“우리가 아니었으면 그 애는 진작에 끝났어. 정리 좋지. 그럼 그 목숨 값이 얼마인지 한번 계산해 보자고. 한 번에 끝내자.”“서하가 지금은... 돈이 많지는 않을 텐데요.”노숙진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망설임이 남아 있었다.“그래
Read More

제484화

서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당신 바빠? 바쁘면...]“안 바빠.”은혁이 바로 말했다.“무슨 일인데?”[지난번에 말했잖아.]서하가 말을 이었다.[내 친엄마랑 연락이 닿았다고. 어떤 사람인지... 좀 얘기해 줄 수 있어?]은혁은 몇 초 정도 말을 멈췄다가 입을 열었다.“좋은 분이야.”“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젊고, 예쁘고, 추진력도 있고, 매력도 있어.”서하는 잠시 말을 잃었다.은혁의 말대로라면, 정말로 마흔 중반에서 쉰에 가까운 나이의 여성일 듯했다.사실 은혁도 구나린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다.구나린은 흔히 떠올리는 ‘보통 사람’과는 달랐다.하지만 은혁은 직접적으로 말할 수 없었다.‘당신 엄마는 구나린이고, 구아정 씨의 고모야.’그런 말을 지금 꺼낼 수는 없었다.[그분이...]서하가 목소리를 낮췄다.[나를... 많이 보고 싶어 해?]“많이.”은혁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몇 년이나 당신을 찾았어. 얼마나 보고 싶었을지 짐작도 안 가.”“서하야, 부담 가질 필요 없어. 긴장할 것도 없고. 이 세상에 그냥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한 명 더 생긴 것뿐이야.”서하의 마음에는 여전히 걱정이 많았다.‘혹시 다른 자식이 있지는 않을까?’상호 같은 경우도 그렇게 편애받았는데, 친자식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은혁은 말했다.친어머니에게는 아이가 없고, 서하가 유일한 자식이라고.그러자 또 다른 걱정이 고개를 들었다.‘성격은 어떨까?’‘과연 잘 맞춰서 지낼 수 있을까?’걱정은 끝없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그런데도 은혁의 말은, 서하의 마음을 조금씩 느슨하게 풀어주었다.‘그래... 어쨌든 내 엄마잖아.’‘그렇게 오래 나를 찾았는데, 날 사랑하지 않을 리는 없겠지.’“당신은...”은혁이 물었다.“보고 싶어?”“당신이 원하면 내가 자리를 마련할게. 만약 당신이 원하지 않으면, 그분도 이해할 거고.”서하는 되물었다.[당신은... 이미 만나 봤어? 성격은 어때?]“좋아.”은
Read More

제485화

서하는 차에 올라타자 말없이 창밖을 바라봤다.그러다 문득 깨달았다.은혁의 차에 타고 있으면,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놓였다.지난번에도 그랬다.한밤중에 은혁이 아무 말 없이 데리고 나가 드라이브를 했을 때도, 서하는 모든 불안과 걱정을 내려놓은 채 조용히 앉아 있을 수 있었다.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도 됐다.마음이 아주 고요해졌다.그게 이 차 때문일 리는 없었다.은혁 때문이었다.3년 전의 결혼 생활 동안, 서하는 은혁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끼면서도 그에게 온전히 의지하고 있었다.그래서 이혼을 결심한 뒤, 그토록 힘들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지금 이 남자는 다시 서하의 왼쪽 자리에 앉아 있었다.서하에게 기댈 수 있는 든든한 힘과 버팀목이 되었다.식사하는 동안 두 사람의 대화 주제는 거의 이한 이야기였다.헤어진 지 3년, 이한은 이제 두 살을 훌쩍 넘겼고, 은혁이 함께하지 못한 시간이 너무 많았다.이한이 어릴 적 보였던 모습들에는 소소하지만 웃음이 나는 이야기들이 가득했다.어쩌면 엄마라는 존재는 아이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이 없는지도 몰랐다.그리고 은혁은 그 이야기들에 가장 귀를 기울였다.어느새 식사 시간은 한 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오전에 학교에서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던 탓에서하는 점심을 먹으며 기운을 많이 회복한 느낌이 들었다.‘오후에는 제대로 일해야지.’“저녁에 우리 셋이 나가서 먹을까...”은혁의 말을 서하가 끊었다.“밖에서 먹지 말고, 집에서 먹으면 안 될까?”아이를 데리고 외식을 자주 하는 건... 아무래도 썩 좋지 않았다.그 문제로 조경도 몇 번이나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서하는 요리를 좋아했고, 조경이 만든 음식은 특히 맛있었다.이한도 잘 먹었다.요 며칠 이한이 은혁 쪽에 머무는 동안, 서하는 내내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집에서 먹자고?”은혁이 물었다.서하가 덧붙였다.“우리 집에서. 조경 이모님이 요리를 정말 잘해.”은혁은 뜻밖이라는 듯 말했다.“그래? 그럼 내가 장 봐서 갈게.”은혁은
Read More

제486화

은혁이 말했다.“전통찻집은 어떠세요?”[내가 장소 정할게.]구나린이 답했다.[정해지면 위치 보내 줄게.]통화를 마친 뒤, 구나린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딸이 만나겠다고 했다.지난번 서하, 아정과 함께 식사했을 때를 떠올리자 마음이 다시 가라앉았다.구나린은자신의 절제력을 과대평가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서하 앞에서만큼은 감정을 숨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막상 딸의 얼굴을 보자, 먼저 세상을 떠난 서하의 아버지가 떠올랐고,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딸 곁을 지키지 못했던 시간에 대한 죄책감이 한꺼번에 밀려왔다.구나린은 눈물이 차오르는 걸 막을 수가 없어서 결국 자리를 먼저 뜰 수밖에 없었다.한참을 진정한 뒤, 구나린은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구씨 가문 본가로 향했다.이 일은 집안 어른들에게 먼저 알려야 했다.자기 부모님도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앞으로 구나린은 서하를 정식 가족으로 맞이할 생각이었다.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세상을 떠난 서하의 아버지는 고아였다.당시에도 혼자였고, 곁에 가족이라 부를 만한 사람이 없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서하에게도 조부모가 있었을 것이고, 어쩌면 삼촌이나 고모도 있었을지 모른다.하지만 지금대로도 나쁘지 않았다.현재 곁에 있는 사람들은 진심으로 서하를 아껴 줄 사람들이었다.20년 전, 구나린의 딸에게 손을 댔던 이들은 이미 대가를 치렀고, 더는 구나린 앞에 나타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구씨 가문의 실질적인 최고 어른이자, 아정의 할아버지이며 구나린의 아버지인 구진해는 이 소식을 듣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구나린은 구진해의 막내딸이었고 그중에서도 가장 아끼고 사랑 받으며 자랐다.사랑하던 남자가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구나린은 줄곧 혼자였다.그 세월을 구진해는 지켜봤고, 마음으로 함께 아파했다.그런데 이제 딸의 아이이자 자신의 외손녀를 찾았다는 것이다.이보다 더한 기쁨은 없었다.가족들에게 이야기를 전한 뒤, 구나린은 일부러 구민준을 따로 불렀다.구
Read More

제487화

구나린이 차분히 말했다.“우리 모두 아정이를 아끼는 건 당연한 일이야.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을 의심의 눈초리로 볼 필요는 없어.”“네가 동생을 보호하려는 마음이 잘못된 건 아니지만, 방식은 좀 생각할 수 있었겠지.”구민준은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고모, 알겠습니다. 앞으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동생한테 사과할 선물도 제가 직접 고르겠습니다.”“그 정도면 됐어.”구나린이 말했다.“나중에 정식으로 서로 알게 되면, 동생이랑 잘 지내. 서하는 성격이 외향적인 편은 아니야. 나랑은 달라. 그러니까 네가 조금 더 먼저 다가가.”구민준에게 할 말은 그걸로 끝이었다.구나린은 자리를 정리하고, 아정을 만나러 갈 채비를 했다.오늘 집안 모임에는 아정이 나오지 않았다. 감기에 걸린 데다 열도 조금 있어서, 어르신께 옮길까 봐 집에 남았다고 했다.구나린은 일요일에 서하를 만날 생각을 하니,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조카를 만나러 가면서도 마스크를 챙겼다.초인종을 누르자, 아정이 문을 열었다.목소리가 살짝 잠겨 있었다.“고모, 저 괜찮다니까요. 왜 또 오셨어요?”구나린은 미리 주문해 둔 음식점의 죽을 건넸다.“밥 제대로 못 먹는 것 같아서 얼굴 좀 보려고 왔어.”“고모가 최고예요.”아정은 반색했다.아정은 안기고 싶었지만, 감기 때문에 참고 뒤로 물러섰다.구나린은 소파에 앉아 물었다.“약은 제때 챙겨 먹고 있어?”“네.”아정은 포장을 열고 죽을 먹기 시작했다.이 집은 맛으로 유명하지만 포장해 주지 않는 곳이었다.구나린이 여기까지 가져올 수 있었던 건, 평소 인맥 덕분이었다.“역시 맛있어요.”아정이 말했다.“고모, 고마워요.”“나한테 뭘 이런 일로 고맙다고 해.”구나린은 잡지를 한 권 집어 들고, 아정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아정이 다 먹고 나서야, 구나린은 본론을 꺼냈다.아정은 배를 채우고 나니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휴지를 들어 콧물을 닦았다.“아정아.”구나린이 불렀다.“고모가 할
Read More

제488화

아정은 한참이 지나서야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받아들이기 싫어서가 아니라, 기쁨이 너무 커서 오히려 실감이 나지 않았다.구나린이 당부했다.“아정아, 아직은 조심해야 해. 고모는 아직 서하를 정식으로 만나지도 않았고, 서하도 내가 엄마라는 걸 몰라.”“그러니까 일요일 전까지는 먼저 연락하지 마. 혹시 연락하게 되더라도, 절대 말이 새면 안 돼.”그제야 아정이 무언가 떠올린 듯 물었다.“고모, 그날 같이 밥 먹었을 때요. 그때 이미 언니가 고모 딸인 거 알고 계셨던 거예요?”구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응.”“그래서 그랬구나.”아정이 말했다.“그날은 고모가 유난히 일찍 오셨잖아요. 말투도 되게 부드러웠고요.”구나린이 웃으며 물었다.“평소에는 내가 너한테 안 부드러워?”“아니에요, 아니에요.”아정은 잠깐 생각하다가 말을 고쳤다.“그냥... 느낌이 달랐어요.”말을 마치자 아정의 얼굴이 다시 밝아졌다.“진짜 다행이에요.”“그래서였구나, 제가 서하 언니랑 그렇게 잘 맞았던 게... 진짜 제 언니라서 그런거잖아요.”“생각해 보면...”구나린이 말했다.“이 일에 대해서는 고모가 너한테 고마워해야 해. 네가 아니었으면, 고모가 언제 그 애를 찾았을지 몰라.”아정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근데 고모는 어떻게 언니가 딸인 걸 알게 된 거예요?”구나린은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닮았어. 외모만이 아니라, 표정이나 분위기까지... 내가 사랑했던 사람하고.”“물론...”구나린은 말을 이었다.“닮았다고 해서 아무나 붙잡고 딸이라고 할 수는 없지. 그래도 그런 기회는 놓칠 수가 없었어.”“그래서 머리카락을 받아서 친자 검사를 했어.”구나린의 연인은 일찍 세상을 떠났다.그때는 아정도 태어나기 전이었고, 구민준도 아직 어렸다.남겨진 사진도 많지 않았고, 구나린은 그 사진들을 쉽게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지 않았다.그래서 집안 사람들조차 구나린이 사랑했던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잘 알지 못했다.“진짜...”아정은 감탄하듯 말했
Read More

제489화

서하는 이제야 이 마음의 매듭을 완전히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그래서 임범철을 만나러 가기로 했다.친모를 만나기 전, 임씨 집안의 일부터 정리하고 싶었다.출발하기 전, 서하는 노숙진에게 전화했다.양부모님 집에 도착했을 때, 상호도 집에 와 있었다.상호는 여전히 서하를 그렇게 불렀다.“누나.”상호는 웃으며 말했다.“들어와요.”이제 이 집에서 상호는 주인에 가까웠다.서하는 더 이상 손님조차 아니었다.예전에는 집에 오면 형식적인 인사라도 오갔지만, 이번에는 상호를 제외한 모두의 태도가 어딘가 어색했다.임범철이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왔으면 앉아.”서하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맞은편에 앉았다.“먼저 말씀드릴게요.”서하가 말했다.“저를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집에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 수 있게 해 주셨어요.”노숙진의 눈가가 붉어졌다.노숙진에게는 더 이상 어머니가 될 기회가 없었다.그래서 그동안 서하를 친자식처럼 아끼며 키워 왔다.하지만 임범철은 처음부터 끝까지 서하를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이제 서하가 진실을 알게 된 이상 앞으로의 관계는 더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다.사실 여기까지 올 필요도 없었을지 모른다.하지만 이미 늦었다.임범철이 말했다.“그래. 네가 그걸 알면 됐다.”“그때 네 엄마 아니었으면, 네가 지금까지 살아 있었을지 장담 못 하지.”사실 입양을 결정했을 당시 임범철은 내키지 않았다.보육원 아이들은 보통 서너 살은 넘었고, 남의 아이에게 정을 붙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그러다 서하를 보게 되었다.서하는 그때 태어난 지 몇 달밖에 되지 않았고, 아직 포대기에 싸여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였지만 이목구비는 또렷했다.두 사람은 거의 망설임 없이 서하를 데려오기로 했다.당시 보육원의 환경은 열악했고, 서하는 열이 심했다.임범철 부부는 입양 절차를 마치자마자 서하를 병원으로 데려갔고, 서하가 보름 넘게 입원 치료를 받은 뒤에야 몸이 나아졌다.그 이야기를 꺼낸 노숙
Read More

제490화

“그럼 배은혁은?”임범철의 말에 서하가 잠시 멈칫했다.“무슨 말씀이세요?”“너희 다시 만나는 거 아니야?”임범철은 더 숨길 생각이 없어 보였다.“네가 돈이 없어도, 배은혁은 있잖아. 상황이 이 정도까지 왔는데 체면이 무슨 소용이냐? 그 사람한테 돈 달라고 해.”“저희는 다시 만나는 거 아닙니다.”서하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마음속은 복잡했다.‘왜 이런 말까지 들어야 하지.’“제 일은 배은혁과는 상관없어요.”“뭘 그렇게 고집부려?”임범철이 코웃음을 쳤다.“배은혁 조건이 얼마나 좋은데, 어디가 네가 아까워? 이제 네 출신도 알았잖아. 고아야. 부모한테 버려졌을지도 모르고.”“그런데 남편이 배은혁 같은 남자면, 몰래 웃어야 하는 거 아니냐?”임범철의 말을 듣고, 서하는 결국 웃음이 새어 나왔다.‘사람이 정말 아무 말도 하기 싫어질 때, 어이없이 웃게 되는구나.’서하는 더 이상 이 자리에 머물고 싶지 않았고, 곧장 물었다.“얼마를 원하세요?”노숙진이 다급하게 나섰다.“서하야, 그렇게 말하지 마. 나는 너를 늘 내 딸처럼...”“조용히 해.”임범철이 노숙진의 말을 끊었다.“여자가 뭘 안다고 끼어들어. 네가 딸처럼 키웠다고? 서하도 벌써 우리랑 인연 끊을 생각인데.”상호가 참다못해 입을 열었다.“누나, 키워 준 은혜가 하늘보다 크다고 하잖아요.”“앞으로 부모님께 효도하는 게 아니라 해도 큰아버지랑 큰어머니는 부양하셔야...”“임상호.”서하가 그를 바라봤다.“내가 네 큰아버지, 큰어머니께 빚진 건 있을 수 있어. 하지만 너한테는 아니야. 이 집에서, 나한테 이러쿵저러쿵 말할 자격이 없는 사람은 너야.”“말을 왜 그렇게 해?”임범철의 기분이 상했다.“상호 말이 틀렸냐?”상호는 어색하게 웃으며 더 말하지 않았다.서하는 지쳐 있었다.“그럼 금액을 말씀해 주세요.”임범철은 고개를 들어 천장을 한 번 바라봤다.“이 집도 오래 살 곳은 아니지. 이렇게 하자. 네가 네 엄마 집 한 채 사 줘. 예전보다 못한 건 안 된다.
Read More
Dernier
1
...
4748495051
...
59
Scanner le code pour lire sur l'application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