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Chapter 601 - Chapter 610

759 Chapters

제601화

은혁은 마지막으로 손목시계를 확인하니 시간은 벌써 10시 반이었다.서하가 자야 할 시간.은혁은 문득 마음이 움직여 물었다.“조경 이모님은 위에 계셔?”“응. 계셔.”“그럼... 이한이 옆엔 누가 있어?” 은혁이 서하를 바라봤다. “당신... 나랑 같이 내 집으로 갈래?”“응?” 서하도 은혁을 올려다봤다. “내가 당신 집에서 자는 거랑 여기서 자는 거랑 뭐가 달라?”‘어차피 방은 두 개고, 문만 닫으면 서로 보이지도 않는데...’은혁이 낮게 말했다.“그래도 당신이 내 옆방에 있잖아.”서하는 잠깐 생각하더니, 아무렇지 않게 받아쳤다.“그럼 한 침대에서 자면 더 옆 아니야?”은혁은 시선을 내리깔고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서하가 은혁을 밀어냈다.“나 올라갈게.”“서하야...” 은혁이 서하 손목을 붙잡았다.서하가 내려다봤다.“왜?”“나랑 같이 가.” 은혁이 말했다. “당신이 어디서 자고 싶든, 다 맞춰줄게.”서하는 배은혁이라는 사람이 가끔 참 모순적이라고 느꼈다.예전의 은혁은 ‘밤일’에 지나치게 열성적이었다.그런데 요즘의 은혁은 이상하리만치 선을 지켰고, 아무나 가까이하지도 않았다.그런데도 은혁이 키스할 때의 힘과 깊이는... 무감각한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두 사람은 은혁의 집으로 갔다. 문이 닫히자마자 은혁이 서하를 문에 밀어붙였다.은혁의 집엔 가사도우미가 없었다. 그는 하고 싶은 대로 움직였다.키스는 여전히 뜨거웠고 거칠었다. 은혁은 끝을 알 수 없는 힘을 가진 사람처럼 서하를 끌어당겼다.서하는 숨이 걸려 작은 신음만 새어 나왔고, 아무리 밀어내려 해도 은혁을 밀어낼 수 없었다.은혁의 몸이 서하에게 바짝 붙었다. 그 열기가 그대로 전해졌다.서하는 온몸에 힘이 풀려 팔을 은혁의 목을 감아올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녀는 은혁에게 기대어 매달리듯 붙어 있었다.얼마나 지났는지, 은혁이 그제야 입술을 떼었다.거친 숨이 서하의 귓가를 스쳤다. 은혁은 엄지로 서하의 입가를 조심스럽게 문질러, 새어 나
Read more

제602화

다음 날 이른 아침, 엄선호가 먼저 눈을 떴다.엄선호는 품 안의 구나린을 끌어안고 낮게 달래며 말했다.“자기야, 어제 나랑 아침에 함께 뛰기로 했잖아. 응?”구나린은 평소 운동을 좋아했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건 몹시 힘들어했다.게다가 일어나자마자 예민해지는 편이었다.“안 가...”구나린은 여전히 잠에 젖은 목소리로 대답하며 엄선호의 허리를 끌어안고 얼굴을 남자의 가슴에 묻었다.편한 자리를 찾더니 몸을 비비다가 그대로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엄선호는 이제 20대, 30대의 젊은 사람이 아니었고, 잠자리는 당연히 절제가 따랐다.그런데도 엄선호와 구나린, 두 사람의 잠자리의 ‘질’은 엄선호 나이대에서는 아주 높은 편이었다.어쩌면 웬만한 젊은 커플보다 나을 때도 있었다.그건 엄선호가 오래도록 운동을 해온 덕이 컸다.구나린도 종종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겼다.구나린의 체력이 얼마나 좋은지, 그걸로도 알 수 있었다.엄선호는 많은 것들을 구나린과 함께하고 싶었다.하지만 구나린은 지금 움직이기 싫은 눈치였다.“아니, 당신 오늘 나랑 출근도 같이 하기로 했잖아.” 엄선호가 계속 달래며 말했다. “일어나자. 우리 먼저 뛰고, 아침 먹고, 그다음에 같이 출근하자.”엄선호에게 이런 생활은 오래 바라던 그림이었다.구나린은 눈도 뜨지 않은 채 작게 콧소리를 내며 말했다.“안 가.”“왜 안 가? 어제는 그렇게 좋다고 해놓고.” 엄선호가 한숨을 삼켰다. “그럼... 뛰는 건? 그것도 안 해?”“안 해.”엄선호는 구나린을 계속 깨우는 게 마음에 걸렸다. 구나린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혼자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조용히 밖으로 나가 달리기를 했다.날이 너무 추웠고,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이 시간에 움직이는 사람은 등교하는 학생들 정도였고, 그 외에는 거의 없었다.요 며칠 사이 다시 기온이 떨어져 체감온도는 더 낮았다.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가는 날이 이어졌고, 지금이 딱 한겨울의 바닥을 찍는 시기였다.사계절이 분명한 도시였다
Read more

제603화

구나린이 엄선호에게 물었다.“그럼 당신 와이프는요? 아들도 있잖아요.”엄선호는 숨기지 않고 말했다.“우린 그냥... 맞는 부분이 있었던 거예요. 결혼 생활 내내 서로 예의 지키면서 살았어요.”엄선호는 말을 고르듯 잠깐 멈췄다가 이어갔다.“저는 와이프를 존중했어요. 근데 그 사람한테 사랑을 주지는 못했어요. 제가 잘못한 거 알아요. 그랬지만 제 마음도 제 뜻대로 안 됐으니까요.”엄선호는 구나린을 똑바로 봤다.“제가 구나린 씨를 보고서야 알았어요. 사랑이 뭔지...”구나린은 딱 한마디로 평가했다.“엄선호 씨는 입만 살았네요.”엄선호는 평생 진지하게만 살아온 사람이었다.마지막에 이런 평가를 받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억울해서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다.구나린은 나중에야 엄선호의 정체를 알게 됐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바뀌지는 않았다.오히려 엄선호의 직급이 높을수록 구나린은 더 선을 그었다.엄선호는 자신이 남들 위에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엄선호는 자기 ‘직급’ 때문에 구나린에게 거절당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구나린이 말했다.“엄선호 씨가 그렇게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이면 제가 당신이랑 같이 있는 순간부터 묶이는 게 많아지잖아요.”구나린은 말끝을 올리지도 내리지도 않은 채 담담히 이어갔다.“저는 원래 자유로운 게 좋아요. 하고 싶은 거 있으면 그냥 하고요. 근데 당신이랑 있으면 신경 쓸 게 많아지고, 조심해야 할 것도 많아질 거예요. 그건 제가 원하는 게 아니에요.”엄선호는 할 수 있는 말부터 꺼냈다.“저는 구나린 씨를 반드시 존중할게요. 구나린 씨랑 같이 있게 돼도 당신이 하고 싶은 건 그대로 해도 돼요. 저 때문에 눈치 볼 필요 없어요.”말을 마치고도 엄선호는 멈추지 않았다.그는 구나린의 반응을 확인하듯 다시 물었다.“구나린 씨는 지금 저한테도 조금은 마음이 있는 거죠? 근데 제 일 때문에... 같이 있는 게 싫은 거고요.”구나린은 엄선호를 한 번 바라보더니, 위아래로 천천히 훑었다.그리고 대뜸
Read more

제604화

하지만 두 사람이 손을 잡은 건 그게 처음이었다.엄선호는 구나린을 끌어당겨 자기 품에 앉혔다.평소라면 엄선호는 이런 행동을 못 했을 것이다.엄선호도 알고 있었다. 구나린은 늘 상식대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엄선호가 규칙을 지키며 천천히만 가면, 얼마 못 가 밀려날 게 뻔했다.구나린을 좋아하는 남자는 많았다. 그 틈에서 망설이다가는 엄선호에게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구나린은 엄선호에게 끌려가 그대로 그의 무릎 위에 앉았다.구나린은 어색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팔로 엄선호의 목을 감아 안고 웃으며 물었다.“왜요? 이제 겁이 안 나요?”엄선호는 원래 말이 많지 않았다.키가 크고 체격이 단단했고, 묵직한 분위기를 가진 사람이었다.늘 조용했고, 그 침묵 자체가 위압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이 나이까지 살아오며 쌓인 건 성숙함이었다.다만 아무리 괜찮아도 나이는 피할 수 없는 약점이었다.구나린 같은 사람이라면, 마음만 먹으면 어린 남자를 얼마든지 고를 수 있었다.돈 많은 여자가 20대의 운동하는 남자를 옆에 두는 일은 주변에서 자주 봤다. 통계적으로 그런 경우가 드문 것도 아니었다.엄선호는 늘 ‘말보다 행동’을 믿었다.그래서 구나린이 목을 감고 그 말을 던졌을 때, 엄선호는 답을 길게 하지 않았다.그는 바로 구나린에게 키스했다.성숙한 남녀 사이의 신호는 생각보다 선명했다.구나린이 엄선호에게서 몸을 빼지 않았다는 건, ‘키스해도 된다’라는 뜻에 가까웠다.엄선호는 처음으로 구나린의 입술을 제대로 느꼈다.솔직히 말해, 몸이 느끼는 것보다 마음이 먼저 풀렸다.‘이게... 내가 찾던 거였구나.’이런 일은 신기하게도 남자들은 대체로 배운 적 없어도 알게 된다.키스든 그다음이든, 몸이 먼저 길을 찾는 것 같았다.엄선호가 전처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해서 손끝과 입술까지 서툴러야 하는 건 아니었다.적어도 구나린은 꽤 만족하는 눈치였다.그리고 그건, 구나린이 적어도 엄선호를 거부하지는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했다.엄선호는 구나린
Read more

제605화

구나린은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엄선호를 바라보기만 했다.엄선호는 난생처음 긴장했다.그는 구나린에게 대놓고 어제 어땠냐는 말을 차마 꺼내지 못했다.단정한 평상복을 입은 엄선호는 단추도 맨 위까지 꼼꼼하게 채운 채였다.솔직히 구나린이 원래 생각하던 ‘연애 상대로서의 이상형’과 엄선호는 거리가 있었다.엄선호는 너무 보수적이고, 너무 전통적이고, 너무 반듯했다.이런 남자와 함께 있으면 구나린이 맞춰야 할 게 많아지고, 재미도 별로 없을 것 같았다.구나린은 자신에게 따뜻하게 맞춰주는 사람을 찾는 거지, 자신을 관리하려 드는 사람을 찾는 게 아니었다.그런데 어젯밤의 일들은 구나린의 생각을 조금 바꿔놓았다.엄선호가 구나린을 챙기는 방식도 그렇고, 침대에서의 모습도 그렇고.둘 다 구나린이 예상했던 것과는 달랐다.문제는 엄선호가 늘 그렇게 ‘권위’를 내려놓을 수 있느냐였다.보통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대개 자기 방식에 대한 고집이 셌다.더군다나 구나린 같은 타입, 스스로 벌고 스스로 결정하는 여자에게는 부담을 느끼기 쉬울 텐데...그런데 엄선호는 이상하게 구나린을 좋아했다.‘대체 왜?’구나린은 그 이유를 찾으려 해도 잘 안됐다.엄선호가 뭘 바라고 접근한 것도 아닌 것 같았다.그는 이미 그런 자리에 올라 있었고, 뭔가 더 얻을 것에 대한 미련이 없었다.엄선호는 컵을 내려놓고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배고파? 뭐 먹고 싶어? 사람 시켜서 가져오게 할까?”구나린이 물었다.“당신 요리할 줄 알아?”엄선호가 고개를 끄덕였다.“간단한 건 해.”“그럼 대충 뭐라도 해봐.”구나린은 엄선호가 또 뭘 할 수 있는 사람인지 보고 싶었다.엄선호는 구나린에게 키스하고 싶었지만, 괜히 머뭇거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갔다.구나린은 침대에 잠깐 더 누워 있다가 일어났다. 허리가 살짝 뻐근했다.구나린은 ‘이 느낌’을 정말 오래 겪지 못했다.엄선호 나이에 아직도 구나린의 허리를 이렇게 만들 수 있다는 게, 어떤 의미로는 대
Read more

제606화

“다 됐어?”구나린이 엄선호 뒤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면서 말했다.“응.”엄선호가 구나린 손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일단 손 풀어. 뜨거운 게 튈 수 있어.”구나린은 순순히 팔을 풀었다.엄선호의 등 뒤가 비자 마음도 같이 비는 느낌이 들었다.엄선호는 무심코 다시 구나린 손을 잡으려 했지만, 구나린은 이미 부엌을 나가고 있었다.엄선호는 면을 그릇에 담아 밖으로 가져갔다.“집에 재료가 많지 않아. 당신 좀 불편할 수도 있겠네.”구나린은 앞에 놓인 커다란 그릇을 보더니 웃었다.“괜찮아. 좋네.”새우는 껍질이 다 벗겨져 있었고, 전복도 크기가 제법 괜찮았다. 해삼도 상태가 좋아 보였다.구나린은 성의 있게 먹었다. 꽤 많이 먹긴 했지만, 그릇이 워낙 커서 다 비울 수는 없었다.“더는 못 먹겠어.”구나린은 예의 있게 말을 이어가려 했다. “나 원래 음식 남기는 거 싫어하는데, 이건... 일부러 버리려는 건 아니고...”말이 끝나기도 전에 엄선호가 손을 내밀었다.“진짜 더 못 먹어?”구나린이 고개를 끄덕였다.엄선호는 구나린 그릇에 남은 면과 해산물을 자기 그릇으로 그대로 옮겨 담았다.구나린이 웃으며 말했다.“안 찝찝해? 내 침 묻었는데.”엄선호가 구나린을 한번 보고는 태연하게 말했다.“어젯밤 내가 당신 거, 침만 먹었어?”구나린은 뜨거운 게 확 올라오는 느낌에 물컵을 들었다.어젯밤 엄선호가 먹은 게 침뿐이었을 리 없었다.구나린은 물을 한 모금 삼키고는, 괜히 이 ‘나이 든 남자’를 상대하기 싫어졌다.식사를 마치고 엄선호는 시간을 확인했다.조금 있으면 출근해야 했다. 오전 회의도 잡혀 있었다. 늦출 수 없었다.그런데 구나린은 아직 확실한 답을 준 적이 없었다.‘내가... 합격이냐, 아니냐.’이대로 묻지 않으면 기회가 없을지도 몰랐다.다음에 구나린을 언제 볼지도 알 수 없었다.엄선호는 구나린을 소파 쪽으로 데려갔다. 잠깐 생각하더니, 먼저 앉았다.그리고 구나린을 끌어 자기 무릎 위에 앉혔다.“나린 씨.”엄선호는
Read more

제607화

엄선호가 단호하게 말했다.“나중에 보자고 하지 마. 지금 우리가 무슨 관계인지도, 분명히 정해야 해.”엄선호는 애매한 채로 구나린과 함께할 수 없었다.그는 성격상 그렇게 흐지부지 넘어가는 건 더더욱 못 했다.구나린이 어깨를 으쓱했다.“무슨 관계긴. 같이 잔 사이지.”엄선호는 속이 뒤집히는 기분이었다.“같이 잔 관계가 뭔데. 당신 낯선 사람이랑도 잘 수 있어?”“말꼬리 잡지 마.” 구나린이 잘랐다. “그럼 내가 ‘불합격’이라고 하면, 나 지금 나가도 되는 거야?”“안 돼.”엄선호가 구나린을 끌어안았다.“당신이 나랑 잤잖아. 그럼 내 여자친구야.”“그렇게 강매는 안 되지.”구나린이 말했다.“여자친구라니. 당신이 그렇게 바쁜 사람이 연애할 시간은 있어? 난 남자친구를 두고도 하루 종일 얼굴도 못 보는 건 싫어.”“그게 걱정이면 내가 최대한 맞출게.” 엄선호가 말했다. “근데 당신이 ‘나간다’라는 말은 하지 마.”“그래.”구나린은 의외로 순순했다.“그럼 내가 지켜볼게. 당신이 어떻게 나를 챙길 건지.”엄선호는 생각했다. 시간을 조금만 더 쪼개면, 매일 조금이라도 구나린을 볼 수 있을 거라고.그런데 현실은 엄선호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오전 회의를 하나 끝내고, 오후에는 수도권 쪽에서 바로 연락이 왔다.회의에 참석하라는 통보였다.엄선호는 곧바로 움직여야 했다.그렇게 떠난 일정은 며칠이 됐다.그 며칠 동안 엄선호는 정신없이 바빴다.구나린에게 메시지나 전화를 하는 것도 짬을 쪼개서 하는 수준이었다.정말 눈치 보며 틈을 내야 했다.그런데 엄선호가 보낸 메시지에 구나린이 답할 때도 있고, 답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전화도 마찬가지였다.두어 마디 이야기하다가 구나린이 말하곤 했다.“나 지금 바빠. 이따가.”그제야 엄선호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구나린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그녀도 하루 종일, 24시간 내내 엄선호 연락만 기다릴 리 없었다.구나린도 바빴다. 어쩌면 엄선호보다 더 바쁠지도 몰랐다.바쁜 사람
Read more

제608화

엄선호가 손을 뻗어 구나린을 붙잡았다. 더는 도망치지 못하게.다행히 여긴 룸이었다.밖이라면 누가 볼지도 모른다.그렇게 되면 엄선호는 체면이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룸 안에는 둘뿐이었다.그래서 엄선호는 더 이상 조심할 필요가 없었다. 하고 싶은 말은 다 쏟아낼 수 있었다.엄선호가 낮게 말했다.“그냥 한 번 잤던 사이라고?”엄선호는 구나린을 똑바로 봤다.“당신, 지금 자기가 무슨 말 하는지 알아?”구나린이 맞받았다.“내 말 틀린 거 없어. 한 번 자고 나서 연락도 제대로 못 하고, 사람 구경도 못 하게 만든 남자를 내가 왜 붙잡아?”그 말을 듣는 순간, 엄선호는 깨달았다.구나린의 마음에 뭐가 걸리는지, 어디에서 서운했는지.엄선호가 두 걸음 다가가 다시 구나린을 품에 안았다.“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이번엔 정말 갑자기 일이 터졌어. 나도 이렇게 급하게 출장 잡힐 줄 몰랐어.”엄선호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당신도 알잖아. 나로서는 마음대로 해외로 나갈 수가 없어. 그게 가능했으면, 나라도 바로 당신 보러 갔어.”엄선호는 구나린을 놓지 않았다.“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면 안 돼? 한 번만 더 기회 줄래?”“기회를 이렇게 쉽게 달라고?”구나린이 엄선호를 또 밀어냈다.“당신이 시장님이면서 이런 것도 못 버텨? 자존심 상하니까 그러는 거야? 감당 못 하겠어?”“다른 건 다 감당해.”엄선호는 끝까지 안고 버텼다.“근데 당신은... 감당한다는 말로 묶고 싶지 않아. 내가 함부로 ‘놀이’처럼 할 수가 없어. 하고 싶지도 않고.”구나린이 물었다.“그럼 뭘 원하는데?”엄선호가 바로 말했다.“나를 책임져.”구나린이 기가 찬 듯 웃었다.“세상이 어느 땐데, 한 번 잤다고 나더러 책임을 지래?”“남들이야 어떻든 상관없어.”엄선호는 단호했다.“나랑 잤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해. 내가 당신을 만족 못 시켰으면, 그건 내가 인정해.”엄선호는 구나린 말끝을 붙잡았다.“근데 분명... 나 인정했잖아.”“내가 뭘 인
Read more

제609화

엄선호는 가슴이 턱 막혔다.구나린은 애초에 엄선호와 ‘앞으로’를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사람 같았다.“왜 그래?”구나린이 엄선호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잘 지내다가 이런 얘긴 왜 꺼내?”“오늘은 정리하자.”엄선호가 말했다.구나린은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세우더니, 엄선호에게서 조금 떨어졌다.“진짜 할 말 있어? 확실해?”“확실해. 하자.”구나린은 엄선호 무릎에서 내려와 옆에 앉았다.“그래. 말해봐.”엄선호는 입을 열기가 어려웠다. 괜히 말 잘못했다가 구나린을 화나게 할까 봐 두려웠다.사실 두 사람의 관계는 여전히 일방적이었다.여태까지는 늘 엄선호가 구나린을 따라다녔다.진짜로 함께하게 된 뒤에도 엄선호는 구나린을 챙기고 보호했다.구나린이 조금이라도 불편해할까 봐 엄선호는 늘 먼저 움직였다.무슨 일이든 엄선호가 직접 했다.말로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줬다.엄선호는 구나린에게 냉정하게 굴어본 적이 없었다.“말해.”구나린이 재촉했다.“뭐가 그렇게 하고 싶은 얘긴데?”엄선호가 겨우 입을 열었다.“난... 당신 생각이 궁금해.”엄선호는 숨을 한번 삼키고 이어갔다.“우리 나이도 있고, 이렇게 지낸 지도 꽤 됐잖아. 근데 당신은 아직도... 나와의 관계를 확실히 정할 생각이 없어?”구나린이 되물었다.“우리 지금 이대로면 안 돼? 나... 당신은 아직도 미정인가? 뭘 더 바라는 건데?”엄선호는 더 이상 돌리지 않았다.“난 당신이랑 결혼하고 싶어. 사람들이 다 알게 하고 싶어. 당신이 내 아내라고.”구나린은 말이 없어졌다.구나린 마음속에서 남편,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은 단 한 명이었다.서하의 아버지. 그 사람 말고는 자리를 내준 적이 없었다.엄선호가 구나린을 바라봤다.“아니면... 당신 마음에서 나는 애초에 연인도 아니었던 거야?”구나린은 고개를 돌렸다.엄선호의 눈가가 뜨겁게 저릿해졌다.“나를 뭐로 생각해?”엄선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그냥... 몸만 섞는 사람으로?”구나린이 확 돌아봤다.엄선호는
Read more

제610화

은혁이 급히 손을 뻗어 서하를 받쳤다.서하가 은혁을 세게 노려봤다.“당신...”‘당신 뭐야’라고 끝까지 말하고 싶었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서하도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3년 넘게 함께 잠자리한 적이 없었다.예전 은혁이라면 다시 관계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거칠어질 게 뻔했다.서하는 생각했다.‘내가... 너무 만만하게 봤네.’서하는 은혁을 과소평가한 게 아니라 과대평가를 해야 했다.은혁은 정말로 굶주린 사람 같았다.오래 참아온 게 한꺼번에 터진 사람처럼 서하를 놓아주지 않았다.서하의 몸이 부서질 것 같았다.서하가 아무리 애원해도, 아무리 ‘그만’이라고 말해도 은혁은 멈추지 않았다.은혁은 끝까지 따라붙었고, 서하는 계속 붙잡혔다.서하는 마지막엔 자신이 어떻게 잠들었는지도 기억이 흐릿했다.그러니 다음 날 아침에 제대로 일어날 수 있을 리 없었다.은혁은 직접 학교에 전화했다.서하가 감기 기운이 있어서 조금 늦게 갈 거라고 했다.은혁은 사실 서하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서하는 오전에 학교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고 했다.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은혁도 인정했다.어젯밤 은혁은 분명 선을 넘었다.그런데 그는 멈출 수가 없었다.은혁은 원래 서하와 이러는 걸 좋아했다.그리고 지금은 예전과 달랐다.예전에는 더 단순했다.몸이 앞서고, 욕구가 앞서고, 끝나면 끝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마음이 함께 흔들렸다.서하가 받아주는 것만으로도 은혁은 속이 들끓었다.그 기쁨이 너무 커서 은혁은 오히려 버티기 힘들었다.그런데 지금 서하는 온몸에 힘이 풀려 있었다.은혁은 그게 마음에 걸렸다.‘내가... 너무 했지.’은혁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그럼... 오전에는 쉬면 안 돼?”은혁은 서하 눈치를 봤다.“화 풀어. 다음엔 안 그럴게.”“다음은 없어.”서하가 여전히 화가 난 얼굴로 은혁을 노려봤다.“당신은 진짜 절제가 없어.”은혁은 억울한 얼굴이 됐다.“내가 어떻게 절제해. 나 3년 넘게 당신에게 손도 못 댔어.”은혁
Read more
PREV
1
...
5960616263
...
76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