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대신 은혁의 목을 끌어안았다.어떻게 좋지 않을 수가 있겠냐고.좋아하는 사람과 이런 시간을 보내는데, 기분이 좋지 않을 리 없었다.더구나 은혁이 곧 출장을 간다고 생각하니, 아직 떠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아쉬웠다.그쪽은 그렇게 달콤한 기운으로 가득했지만, 선우는 소진의 안방 문턱도 넘지 못했다.그래도 선우는 그 정도면 됐다고 여겼다. 적어도 또다시 문밖으로 쫓겨나지는 않았으니까.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소진은 길어야 두 달 남짓이면 출산을 하게 된다. 그런 소진을 혼자 두는 건 선우로서는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다른 방에서 자다가 밤중에 무슨 일이 생겨도 못 들을까 봐, 선우는 아예 소파에 몸을 뉘었다.한밤중이었다. 몇 시쯤인지도 모를 때, 선우는 정말로 인기척을 들었다. 선우는 곧장 눈을 떴다. 소진이 안방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안방에서 새어 나온 불빛 덕분에 선우는 소진의 모습을 알아볼 수 있었다.밝은 곳에서 어두운 쪽으로 나온 소진은 몇 초쯤 눈을 적응시키더니, 곧장 거실 불을 켰다.그리고 소파에 누워 있는 선우를 확인하자, 깜짝 놀랐다.“여기서 뭐 해?”선우가 몸을 일으켰다.“왜, 이 시간에 깼어...”소진은 선우에게 대꾸하고 싶지 않았다. 그대로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배가 고팠다. 그렇다고 딱히 뭐가 먹고 싶은지도 모르겠기에, 일단 냉장고 문부터 열었다.선우가 뒤따라왔다.“배고파? 뭐 먹고 싶어? 내가 해줄게.”소진은 냉장고 문을 연 채 안을 들여다봤다.그 집 냉장고는 언제 열어도 가득 차 있었다. 전부 선우가 사람을 시켜 사다 넣게 한 것들이었다.각종 과일과 신선식품, 소고기, 닭고기, 생선까지 없는 게 없었다.원래도 양문형 냉장고였는데, 이제는 그것마저도 비좁을 지경이었다. 선우는 냉장고를 하나 더 들여놓자고 할 정도였다.그때 소진이 화를 냈다. 둘이 먹어봤자 얼마나 먹는다고 그러냐고, 오래 두면 신선하지도 않다고.그제야 선우는 냉장고를 더 들이겠다는 생각을 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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