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Chapter 661 - Chapter 670

755 Chapters

제661화

선우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외쳤다.“무슨 헛소리야! 난 너 알지도 못해! 누가 너랑 키스했다는 거야!”진연은 조금도 주눅 들지 않았다.“클럽에서 네가 나한테 키스하려고 했을 때 지천후도 거기 있었어. 지금 바로 지천후한테 전화해서 내 말이 맞는지 확인해볼래?”그제야 선우의 머릿속에 그날 일이 번개처럼 떠올랐다.그 자리도 애초에 천후가 만든 술자리였다.선우는 곧장 소진의 손을 붙잡으려 했다.“내 말 좀 들어봐!”소진은 느긋한 태도로 선우를 바라봤다.“그래. 어디 한번 설명해봐.”소진의 표정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얼핏 보면 화가 난 것 같지도 않았다.하지만 선우는 알았다.‘끝났다. 진짜 끝장이야.’선우는 속에서 치미는 분노를 억지로 눌러 담고 먼저 진연을 돌아봤다.“첫째, 난 너랑 사귄 적 없어. 둘째, 그때 내가 너한테 키스한 것도 아니야. 오히려 네가 내 얼굴에 먼저 키스했지. 내가 틀린 말 했어?”진연은 체면이 구겨진 듯 입매가 굳었다.“나한테 키스하려고 해 놓고 그게 사귀는 게 아니면 뭐야? 그럼 그건 찝쩍댄 거지. 뭐, 그래도 너희가 그렇게 화낼 일은 아니잖아.”“그때 너랑 나 둘 다 솔로였으니까 바람 같은 건 아니었고. 그러니까 언니도 너무 화내지 마요. 임신했잖아요. 화내면 아기한테 안 좋으니까.”그 말을 마친 진연은 금세 흥미를 잃은 듯 친구들을 돌아봤다.“가자.”진연 일행은 미련 없이 돌아서서 떠나버렸다. 남겨진 건 선우뿐이었다. 선우는 잔뜩 겁을 먹은 채 조심스럽게 소진의 눈치를 살폈다.반면 소진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선우 쪽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선우는 다급히 뒤따라가 소진의 허리를 살며시 감쌌다. 소진도 굳이 피하지는 않았다.그제야 선우는 조금 숨을 돌렸다.“사실 그때는...”소진이 선우의 말을 잘라냈다.“뭘 더 말해. 아까 그 여자애도 말했잖아. 그때 둘 다 솔로였다면서. 키스쯤이야, 아니 그보다 더한 일이 있었대도 누가 뭐라고 하겠어.”선우는 소진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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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2화

소진의 핸드폰이 곧바로 울렸다. 천후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소진은 욕실에서 나와 전화를 받았다. 목소리에는 아무런 기복도 없었다.“어머, 그 대단하신 지 대표님 아니야. 웬일로 나한테 전화할 시간도 있고?”서하가 해외에 머문 지난 3년 동안, 소진과 천후는 종종 외국에 나가 서하를 보러 갔고, 자연히 마주칠 일도 많아졌다.다만 두 사람은 영 잘 맞지 않았다. 둘 다 쉽게 물러서는 성격이 아니어서, 얼굴만 마주하면 말다툼으로 번지기 일쑤였다.천후가 웃으며 말했다.[시간 없다고 안부도 못 묻냐? 그리고 나도 내 조카들 걱정은 할 수 있잖아.]소진 뱃속의 아이가 태어나면 천후를 아저씨라고 부르게 될 것이다.소진이 말했다.“관심 가져줘서 고맙네. 나도, 아이도 잘 지내.”천후가 바로 본론을 꺼냈다.[내가 왜 갑자기 전화했는지 한 대표도 알지? 우리 형이 한 대표한테 어떤 마음인지, 그건 본인도 잘 알잖아. 그 여자도 그날 선우 형은 처음 본 거였고...]소진이 비꼬듯 받아쳤다.“처음 본 여자랑도 키스할 정도면, 하선우 취향 참 대단하네.”천후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그날 선우 형 술도 마셨고, 옆에서 나랑 다른 애들이 계속 부추기기도 했어. 한 대표도 알잖아. 한 대표랑 헤어지고 나서 선우 형이 얼마나 힘들어했는지...]소진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뭐야, 그럼 결국 내 잘못이라는 소리야?”천후도 곧장 물러서지 않았다.[한 대표는 잘한 거 있고? 한 대표도 남자 모델 보러 다니고, 남의 복근 만지고 그랬잖아. 왜, 본인이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야?]소진이 웃었다.“그래, 맞아. 그래서 어쩔 건데? 나 원래 이렇게 말 안 통하는 사람이야.”천후는 난감해했다.[선우 형은 그때 진짜 끝까지 못 하겠더라. 결국 마지막엔 그 여자가 선우 형 방심한 틈에 볼에 키스한 거야.][선우 형한테 뭘 더 바라는데? 선우 형은 진짜 심장이라도 꺼내서 한 대표한테 주고 싶은 사람처럼 굴잖아!]소진의 목소리가 한층 더 싸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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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3화

선우에게는 소진이 진짜 이중잣대다.자기는 어떻게 놀아도 상관없지만 선우는 안 된다.더구나 소진은 고작 남자 모델 몸 한 번 만져본 게 다였다.그런데 선우는 다른 여자에게 입을 맞출 뻔했다.선우는 다른 여자한테 키스하려고 했다.그건 생각만 해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소진은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었다.한참 이를 악물고 있는데, 핸드폰이 또 울렸다.소진은 액정을 한번 내려다봤다. 깊게 숨을 고른 뒤에야 전화를 받았다.“서하야.”서하는 받자마자 대뜸 물었다.[화났어?]“뭐야...” 소진은 곧바로 알아차렸다.“지천후가 너한테 전화했어? 아니면 하선우가 너한테 이른 거야?”서하가 말했다.[하 변호사님이 그런 식으로 다른 사람한테 말할 분은 아니지. 천후 씨가 나한테 전화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얘기했어.]소진이 비꼬듯 말했다.“왜, 너까지 나를 설득하라고 했어?”[난 그냥 네가 진짜 화난 건지 보려고 전화한 거야.]“내가 뭐 하러 화를 내.” 소진이 말했다.“하선우가 다른 여자랑 자고 와도 난 아무렇지도 않아.”서하가 혀를 찼다.[또 센 척하네. 하 변호사님 신경 쓰인다고 인정하는 게 그렇게 어렵냐?]소진이 말했다.“그게 뭐가 어려워. 나 하선우 애도 가졌는데.”서하는 코웃음을 쳤다.[말은 참 잘하지. 예전에 누구는 숨기기에 바빴는데? 임신하고도 하 변호사님한테 알릴 생각도 안 했으면서, 이제 와서 하 변호사님 애 가진 거라고 말하면 다야?][나중에 성도 하 변호사님 성을 쓰지 않을 수도 있고,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도 못 보게 할지 모르는데, 그걸 두고 하 변호사님 아이 가졌다고 할 수 있어?]“친구야, 너 누구 편이야? 왜 자꾸 하선우 편만 들어?”[난 누구 편 드는 게 아니라 맞는 쪽 편 드는 거야.]서하가 말했다.[하 변호사님이 너한테 어떤 마음인지, 그건 우리 모두 똑똑히 보고 있어.]“알아.” 소진이 말했다.“나도 알아. 그냥... 속이 불편해.”[속이 불편하면 때려도 되고, 욕해도 돼. 근데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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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4화

서하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나도 알아, 소진아. 네가 늘 말은 세게 해도 하 변호사님한테 어떤 마음인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알지. 그렇다고 이 일 하나로 하 변호사님이 너한테 가진 마음까지 없는 것처럼 하면 안 되잖아.]소진이 낮게 말했다.“그냥... 마음이 너무 답답해...”그 말을 듣자 서하는 금세 마음이 쓰였다.[나 지금 너한테 갈게.]소진은 코를 훌쩍였다.“안 와도 돼. 나 괜찮아.”[기다려. 나 30분이면 도착해.]그때 서하는 은혁의 집에 와 있었다. 은혁도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곧장 아래로 내려가 차를 몰아 서하를 데려다주겠다고 했다.은혁이 운전대를 잡으며 말했다.“한 대표는 지금 임신 중이니까 감정 기복도 더 클 거야. 가서 잘 얘기해.”“알아.”은혁이 미간을 살짝 좁혔다.“하 변호사님도 참... 이런 일을 만들고. 한 대표님 지금 몸도 무거운데...”서하가 말했다.“오해라고 했잖아. 난 하 변호사님이 그런 사람은 아니라고 믿어.”은혁은 잠시 말을 고르다가 입을 열었다.“그래도 한 대표님은 상처받을 수밖에 없지. 하 변호사님이 다른 사람을 생각해 보려고 했다는 것 자체가... 그때는 한 대표님을 놓아보려는 마음이 있었다는 뜻이니까.”서하는 은혁을 힐끗 봤다.“난 당신이 남자 입장에서 생각해서 나더러 소진이 좀 달래라고 할 줄 알았어.”은혁이 쓴웃음을 지었다.“당신은 날 그렇게 봐?”“그건 아니고.” 서하가 말했다.“아마 이 얘기 꺼내면, 소진이 유난이라고 보는 사람도 많을 거야.”은혁이 조용히 말했다.“결국 하 변호사님이 한 대표님한테 충분한 믿음을 주지 못한 거지.”서하는 눈을 깜빡이며 은혁을 봤다.“요즘 당신 연애에 대해 되게 잘 아는 사람 같다?”은혁이 말했다.“나 연애 관련 책도 꽤 많이 읽었거든.”서하는 피식 웃었다.“네네, 배 대표님 정말 대단하세요.”그러고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근데 당신 말 맞아. 소진이는 지금 임신 중이니까 감정도 더 흔들릴 수밖에 없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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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5화

소진이 말했다.“서하야, 너까지 나를 특별 취급할 필요는 없어. 임신했다고 해서 내가 갑자기 약해진 것도 아니잖아.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난 내가 알아서 풀어.”“누구한테든 서운한 게 생기면 그 자리에서 바로 갚아주고. 그러니까 괜히 내가 억울하겠다고 생각하지 마.”서하가 소진을 빤히 보며 말했다.“남들은 몰라도 나는 알지. 너는 오히려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함부로 못 하잖아.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잘 못 하고.”“하선우한테는 안 그래. 나 벌써 한바탕 했어.”“잘했네. 그래도 분이 안 풀리면 한 대 치기라도 해. 남자들은 원래 맷집 좋잖아. 그 정도는 버텨.”소진이 웃었다.“됐어. 나 진짜 괜찮아. 너도 그렇게까지 걱정 안 해도 돼.”“그래도 하 변호사님을 계속 밖에 세워둘 수는 없잖아.” 서하가 말했다.“설마 밤새 저기 서 있으라고 할 거야? 너 혼자 있으면 하 변호사님은 더 불안해할 텐데.”소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감정이라는 건 제일 사치스러운 거야. 아무리 비싼 명품도 값은 매길 수 있잖아. 근데 마음은 아니야.”“그건 나도 알아.”“그러니까 너랑 배은혁은 같이 있을 때 더 잘해야지. 서로 더 아끼고.”“너랑 하 변호사님도 마찬가지야. 그렇게 헤어졌다 만났다 해놓고도 결국 같이 있잖아. 그건 둘 사이에 인연이 있다는 뜻이야. 게다가 지금은 아이까지 생겼고...”“아이 있으면 뭐.” 소진이 말했다.“너도 그렇게 답답한 소리 해?”“아무래도 아이는 엄마 아빠랑 같이 사는 게 제일 좋지. 더구나 너희 둘이 무슨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소진이 서하를 바라봤다.“너도 내가 억지 부린다고 생각해?”“진짜 아니야!” 서하는 얼른 손을 내저었다.“배은혁도 이번 일은 하 변호사님 잘못이라고 했어.”소진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그 말은 결국 예전엔 다 내 잘못이었다는 뜻이네. 그래서 내가 하선우랑 헤어지려는 거야. 하선우가 말 잘 듣고 철든 여자 만나서 깔끔하게 끝내는 게 낫잖아.”“너는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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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6화

과거에 은혁은 천후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은혁과 선우도 자연스럽게 마주칠 일이 거의 없었다.은혁이 말했다.“이 정도가 뭐 대수입니까? 저랑 지천후도 이제는 큰 탈 없이 지내는데요.”선우가 웃으며 받았다.“그러네요. 누가 그걸 상상이나 했겠습니까.”은혁이 말했다.“놓지 못하겠으면 더 어르고 달래야죠. 어쨌든 이번 일은 변호사님이 잘못한 게 맞습니다.”“압니다.” 선우가 말했다.“가끔은 저도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아주 잠깐, 제가 다른 사람도 받아들일 수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은혁이 선우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래서 한 대표님이 더 화나는 겁니다. 아주 짧은 마음이었다 해도, 변호사님은 분명 한 대표님을 놓는 쪽을 생각하셨으니까요.”선우는 잠시 말이 없었다가 낮게 말했다.“제 잘못입니다. 제대로 사과하겠습니다.”“저도 서하한테 말해서 한 대표님 좀 더 설득하라고 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 선우가 말했다.“두 분 일은... 아직 축하 인사를 못 드렸네요.”은혁이 가볍게 웃었다.“그 말은 결혼식 때 들으면 되겠네요.”선우도 웃었다.“힘내십시오. 소진이가 아이 낳기 전에 두 분 결혼식에 갈 수 있으면 좋겠네요.”은혁이 말했다.“그건 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서하 말 들어보면, 아마 구 대표님 쪽이 먼저 식을 올릴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9월쯤 하고 싶습니다. 제가 서하한테 사준 그 섬에서요. 거긴 9월이 제일 예쁠 때입니다.”“9월도 괜찮죠. 그때면 소진이도 이미 출산했겠네요.”두 사람이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은혁의 핸드폰이 울렸다.“서하한테 전화가 왔네요. 먼저 받겠습니다.”은혁은 전화받았다.“네, 아래에 있어. 이야기 끝났어? 알았어. 지금 올라갈게.”선우도 통화 내용을 얼추 들은 듯 말했다.“올라가시죠. 늦었으니까 두 분은 먼저 들어가세요.”은혁이 물었다.“변호사님은요? 계속 밖에 계실 겁니까?”선우는 옅게 웃었다.“서 있으면 서 있는 거죠. 그 정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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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7화

서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대신 은혁의 목을 끌어안았다.어떻게 좋지 않을 수가 있겠냐고.좋아하는 사람과 이런 시간을 보내는데, 기분이 좋지 않을 리 없었다.더구나 은혁이 곧 출장을 간다고 생각하니, 아직 떠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아쉬웠다.그쪽은 그렇게 달콤한 기운으로 가득했지만, 선우는 소진의 안방 문턱도 넘지 못했다.그래도 선우는 그 정도면 됐다고 여겼다. 적어도 또다시 문밖으로 쫓겨나지는 않았으니까.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소진은 길어야 두 달 남짓이면 출산을 하게 된다. 그런 소진을 혼자 두는 건 선우로서는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다른 방에서 자다가 밤중에 무슨 일이 생겨도 못 들을까 봐, 선우는 아예 소파에 몸을 뉘었다.한밤중이었다. 몇 시쯤인지도 모를 때, 선우는 정말로 인기척을 들었다. 선우는 곧장 눈을 떴다. 소진이 안방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안방에서 새어 나온 불빛 덕분에 선우는 소진의 모습을 알아볼 수 있었다.밝은 곳에서 어두운 쪽으로 나온 소진은 몇 초쯤 눈을 적응시키더니, 곧장 거실 불을 켰다.그리고 소파에 누워 있는 선우를 확인하자, 깜짝 놀랐다.“여기서 뭐 해?”선우가 몸을 일으켰다.“왜, 이 시간에 깼어...”소진은 선우에게 대꾸하고 싶지 않았다. 그대로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배가 고팠다. 그렇다고 딱히 뭐가 먹고 싶은지도 모르겠기에, 일단 냉장고 문부터 열었다.선우가 뒤따라왔다.“배고파? 뭐 먹고 싶어? 내가 해줄게.”소진은 냉장고 문을 연 채 안을 들여다봤다.그 집 냉장고는 언제 열어도 가득 차 있었다. 전부 선우가 사람을 시켜 사다 넣게 한 것들이었다.각종 과일과 신선식품, 소고기, 닭고기, 생선까지 없는 게 없었다.원래도 양문형 냉장고였는데, 이제는 그것마저도 비좁을 지경이었다. 선우는 냉장고를 하나 더 들여놓자고 할 정도였다.그때 소진이 화를 냈다. 둘이 먹어봤자 얼마나 먹는다고 그러냐고, 오래 두면 신선하지도 않다고.그제야 선우는 냉장고를 더 들이겠다는 생각을 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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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8화

선우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어차피 나 괴롭히는 사람도 너밖에 없잖아.”소진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 찬장 옆에 몸을 기댔다.“내가 앞으로도 계속 너한테 이렇게 굴면?”“우리 같이 지낸 지가 몇 년인데, 네가 나한테 어떻게 하는지 내가 모르겠어?” 선우가 말했다.“게다가 잘못했으면 벌받는 게 맞지.”“너도 네가 잘못한 건 아네?”“잘못했어.” 선우가 말했다.“널 속상하게 했어.”소진은 코웃음을 쳤다.“안 속상해. 내가 마음 안 주면, 속상할 일도 없거든.”선우가 말했다.“그럼 그것도 다 내 탓이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내가 아직 너한테 믿음을 얻지 못했으니까.”“그래. 다 네 잘못이야.”선우가 말했다.“그러니까 내가 죗값 치르러 온 거잖아. 소처럼 부려 먹든, 말처럼 굴리든, 물 떠오라면 물 떠오고, 심부름하라면 심부름하고, 다 할게.”소진은 결론을 내리듯 말했다.“역시 맞고 사는 체질이네.”입으로는 그렇게 쏘아붙였지만, 선우가 라면을 다 끓여 오자 소진은 사양하지 않고 먹었다.그리고 반이 훨씬 넘도록 먹은 뒤에야 젓가락을 놓았다. 더는 못 먹겠다는 듯이었다.옆에서 지켜보던 선우가 물었다.“더 먹을래?”“배불러.”소진은 늘 그랬다. 먹기 전에는 뭐든 잔뜩 먹을 수 있을 것처럼 굴다가도, 막상 몇 입 먹고 나면 금방 배가 차곤 했다.선우는 소진 앞에 있던 그릇을 가져가더니 그대로 남은 걸 먹기 시작했다.소진은 혼자 소파에 앉아 있었다. 너무 배가 불러서 기대 눕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선우는 금세 먹는 걸 마치고 소진 옆으로 와 앉았다.“조금 있다가 잘래?”“너무 불러.”선우가 말했다.“배 문질러줄까?”“싫어.” 소진은 몸을 일으켰다.“그냥 좀 걸을래.”선우도 따라 일어났다.“밖은 추우니까 나가면 안 돼.”“밖에 안 나가. 집 안에서만 좀 걸을 거야.”소진은 거실을 천천히 왔다 갔다 했고, 선우는 그 옆을 따라다니며 같이 걸었다.선우가 말했다.“소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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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9화

“그건 내가 천천히 할 거야.” 소진이 말했다.“무슨 일이든 다 내 기분대로 할 거니까, 넌 절대 토 달면 안 돼.”선우는 불쌍한 표정으로 소진을 바라봤다.“내가 언제 널 거역한 적 있었어?”소진은 선우를 밀어냈다.“비켜. 네가 앞 막고 있어서 걷기 불편해.”선우는 어쩔 수 없이 소진의 손을 잡고, 방 안을 이리저리 함께 걸었다....다음 날 아침 일찍, 은혁은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떠났다.서하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소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두 사람이 어떻게 됐는지 알고 싶었다.전화받은 사람은 선우였다.선우가 말했다.[어젯밤에 소진이 새벽에 배고프다고 해서 일어나서 국수 한 그릇 먹었어요. 그 뒤로 한참을 못 자다가, 방금 한 시간쯤 겨우 잤어요.]“그럼 두 사람은... 이제 괜찮은 거죠?”[걱정 마세요.]선우의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묻어 있었다.[적어도 다시 문밖으로 쫓겨나진 않았습니다.]“소진이 지금 임신 중이라 감정 기복이 좀 있을 수 있거든요. 많이 이해해 주세요.”[알고 있습니다.]선우가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잘 돌볼게요.]“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저한테 전화 주세요.”[네.]두 사람은 길게 이야기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오후가 되자 서하의 핸드폰에 메시지가 들어왔다. 서하는 무심코 열어봤다가, 내용을 다 확인한 뒤 그대로 굳어버렸다.처음 보는 번호였다. 사진이 여러 장 와 있었다. 전부 은혁과 어떤 여자가 다정하게 붙어 있는 사진이었다.사진 각도 때문에 여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긴 머리라는 것만 알 수 있었다.껴안고 있는 사진도 있었고, 입을 맞추는 사진도 있었고, 함께 호텔로 들어가는 모습도 있었다.분명 은혁은 출장 간다고 했고, 한 시간 전쯤 서하에게 전화해서 이제 막 비행기에서 내렸다고 했다.‘이 사진들은... 대체 뭐지?’서하는 갑자기 머릿속이 텅 비는 기분이 들었다. 가슴도 마찬가지였다. 복잡하게 뒤엉킨 것 같다가도, 정작 아무것도 잡히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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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0화

[나린 씨, 당신 고생시키는 것 같아 마음이 걸려.]구나린이 말했다.“갑자기 그런 말은 왜 해.”그러고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근데 나 당신이랑 상의할 게 하나 있어.”[말해.]“우리 결혼한 뒤에도 지금처럼 가끔만 같이 지내면 안 될까? 난 서하랑 이한이랑 떨어지는 게 싫어.”엄선호가 말했다.[우린 지금도 열흘, 보름을 넘겨도 하루 같이 못 지내는 때가 있잖아. 근데 결혼하고 나서까지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아.]“그래도...”엄선호가 말을 이었다.[서하랑 배 대표는 결혼 얘기 없대? 걔네 둘도 결혼하면, 당신도 결국 서하랑 떨어져 살아야 하잖아.]구나린이 말했다.“나도 그 생각은 해봤어. 걔네가 결혼하면, 서하 의사를 먼저 물어보고 같이 지낼까 싶어. 서하랑 배 대표가 괜찮다고 하면.”엄선호가 일부러 서운한 듯 말했다.[그럼 난? 당신은 나 혼자 두려고?]구나린이 웃으며 말했다.“나도 어쩔 수 없지. 우린 재혼이고, 자식들 입장에서는 원래 조금 애매할 수도 있잖아. 다 같이 한집에서 사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아서.”[왜 안 돼?] 엄선호가 말했다.[서하가 아직 결혼 안 했으면 좀 불편할 수도 있지. 근데 서하가 배 대표랑 결혼하면, 우리도 같이 살아도 되는 거 아니야?]구나린은 뜻밖이라는 듯 그를 바라봤다.“당신이 그런 생각을 할 줄은 몰랐네. 진짜 괜찮아? 싫지 않아?”생각해 보면 엄선호는 자기 영역 의식이 강한 사람이었다. 일 때문에 너무 바빠서 자기 몸 하나 챙길 여유도 없었고, 그래서 하루 세 끼도 대부분 구내식당에서 해결해 왔다.구나린과 가까워진 뒤, 구나린은 엄선호에게 요리사나 가사 도우미를 두는 게 어떻겠냐고 말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엄선호는 그런 제안을 몹시 꺼렸다.엄선호는 낯선 사람이 자기 집 안으로 들어오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구나린과 함께하면서도 웬만한 일은 거의 다 직접 처리했다.아무리 일이 많고 몸이 고되더라도, 전혀 모르는 사람을 집에 들여 도움받고 싶지는 않았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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