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Chapter 801 - Chapter 810

811 Chapters

제801화

결혼도 하지 않겠다던 사람이 갑자기 아이까지 낳았으니, 양가 어른들이 재언을 얼마나 귀하게 여기는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지금은 선우와 소진이 병원에 매여 있어서 재언 곁에 아빠도 엄마도 없었지만, 재언을 돌보는 사람만 적어도 일곱, 여덟은 됐다.말 그대로 집안의 보물이었다.그래서 소진도 재언에 대한 걱정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소진은 다시 화제를 돌렸다.“너 이제 임신했는데, 학교는 계속 나갈 수 있겠어?”“그럼.”서하가 말했다.“내가 이한이 가졌을 때도 거의 출산 직전까지 일했던 거 잊었어?”“그때는 너를 말리는 사람이 없었잖아.”소진이 말했다.“근데 이번엔 배 대표가 가만있을까? 내 생각엔 절대 아닐걸.”그 말을 듣고 보니, 서하도 갑자기 좀 걱정이 됐다.병원에 머문 지 얼마 안 돼 은혁이 데리러 왔다.서하는 소진 곁에 조금 더 있고 싶었지만, 소진이 병원에 오래 있지 말라고 했다.은혁의 생각도 같았다.아무리 그래도 병원은 병원이었다. 사람도 많고, 아픈 사람도 많았다. 괜히 서하가 감기라도 걸리면 더 힘들어질 수 있었다.서하를 데리고 돌아가는 길에, 서하는 은혁에게 미리 못 박았다.“이틀만 쉬고 다시 출근할 거야.”은혁도 마침 그 얘기를 꺼낼 생각이었다.이번에는 구나린까지 자기편에 서 있었으니, 은혁도 훨씬 마음이 든든했다.은혁이 바로 말했다.“의사 선생님이 일주일 뒤에 다시 오라고 하셨잖아.”“알아.”서하가 말했다.“그때 가서 다시 보면 되지. 그날 내가 의사 선생님한테 물어봤는데, 저녁에도 당직 있으시대.”“내 말은...”은혁이 말을 고르듯 말했다.“며칠 동안은 학교 가지 마. 의사 선생님도 쉬어야 한다고 했잖아. 무리하면 안 된다고.”“학교 가도 쉬면서 일할 수 있어. 나 무리하지 않을게.”“여보...”“아, 집에 가서 얘기하자.”서하는 창밖을 내다보며 말했다.“빨리 가. 소진이 말해 준 그 마라탕집 진짜 맛있대.”맞았다.소진은 자기가 임신했을 때 자주 먹었던 마라탕집을 서하에게 알려 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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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2화

은혁은 더는 그 얘기로 서하와 실랑이하지 않았다. 대신 물었다.“학교에는 휴가 더 못 내?”“이제 더 안 내도 돼.”결국 또 그 얘기로 돌아왔다.은혁은 아예 구원투수를 끌어들였다.“장모님과도 얘기했는데... 장모님 뜻도 똑같아. 일주일 뒤에 다시 검사할 때까지는 가지 말라고 하셨어.”서하가 말했다.“엄마한테는 내가 말씀드릴게.”은혁은 더는 뭐라고 하지 못했다. 이제 남은 희망은 전부 구나린에게 걸 수밖에 없었다.구나린은 딸에게 한없이 약한 사람이었다. 서하가 첫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아직 서로 만나기 전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서하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로, 구나린은 당장 손에 쥔 일을 다 내려놓고 서하만 돌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돌아와 보니, 서하가 굳이 학교에 나가겠다고 하니 구나린으로서는 속이 탈 수밖에 없었다.구나린은 서하를 이한의 놀이방으로 데리고 갔다.서하는 구나린이 뭔가 비밀스럽게 구는 것 같아 어리둥절했다.“왜 그러세요?”“서하야, 엄마가 이런 말까지 하긴 싫지만, 지금은 네 몸이 제일 중요해. 임신했으면 예전이랑은 다르잖아.”“그런데도 굳이 학교 가겠다고 우기는 건, 배 서방 마음은 생각 안 해 본 거야?”서하는 잠깐 멈칫했다.“아니, 저는 별일 없잖아요. 의사 선생님한테도 여쭤봤고, 무리만 안 하면 된다고 하셨어요.”“세상일은 모르는 거야.”구나린이 말했다.“아무 일 없으면 그게 제일 좋지. 근데 만에 하나라도 잘못되면 어떡할래? 아이한테 무슨 일 생기면, 그땐 안 후회할 것 같아? 후회해도 늦는 거야.”“그래도...”“그래도는 무슨.”구나린이 말을 잘랐다.“고작 일주일이야. 일주일 학교 안 간다고 세상이 멈추는 것도 아니고, 학교가 문 닫는 것도 아니야. 너는 그걸 알아야 해. 이 세상은 누군가 빠져도 알아서 잘 굴러가.”“저도 알아요...”“알면 됐어.”구나린은 그대로 말을 이었다.“아무튼 휴가 낼 거면 내고, 며칠은 집에서 푹 쉬어. 이한이 가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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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3화

서하가 보기에 은혁은 언제나 일이 먼저인 사람이었다.두 사람이 이혼하기 전만 해도, 은혁은 늘 이른 아침에 나가 늦은 밤에 들어왔다. 출장도 워낙 잦아서 집을 비우는 일이 다반사였다.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은혁이 말했다.“내가 버는 돈이면 충분하지 않아? 이제 나도 좀 쉬어야지.”그 말까지 들으니, 서하도 더는 뭐라고 하기가 어려웠다.결국 서하는 친엄마와 남편한테 밀려 또 학교에 며칠 더 휴가를 냈다.은혁의 생각은 단순했다.서하가 쉬었으면 좋겠고, 그동안 자기도 집에서 같이 있어 주고 싶었다.그런데 막상 서하는 가만히 쉬지를 않았다.병원에 가서 소진을 보거나, 재언을 보러 가거나, 아니면 아정을 만나러 나가 데이트를 하거나...임신한 사람인데도 도무지 얌전히 집에만 있지를 못했다.다행인 건, 출혈은 거의 멎다시피 했다는 점이었다.애초에 의사도 큰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약을 조금 먹고 며칠 푹 쉬면 괜찮아질 거라고 했다.그런데 혼자 세상이 무너진 사람처럼 굴고 걱정하는 건 은혁이었다.서하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은혁은 내내 전전긍긍했다.서하가 그러지 말라고 해도 소용없었다.은혁은 억울하다는 얼굴로 말했다.“이런 거 처음이잖아. 그것도 당신이 옛날에 나한테 아무 말도 안 하고 외국으로 가 버렸잖아. 임신했다면서 수술했다고까지 했고. 그때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지난 일은 이미 다 풀었다.서로 왜 그랬는지도 설명했고, 오해도 다 정리했다.그런데 은혁은 가끔씩 그 얘기를 다시 꺼내 들며 자기 불쌍한 사람처럼 굴었다.문제는 서하가 또 그런 은혁을 보면 마음이 약해진다는 거였다.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럴 만도 했다.만약 그때 입장이 반대였으면, 은혁이 자기를 버리고 아이까지 없앤다고 했다면 서하는 정말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그런 두 사람이 다시 이렇게 만나 함께 살게 됐다는 건, 생각할수록 쉽지 않은 일이었다.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은혁이 서하의 마음 다루는 법을 너무 잘 안다는 생각도 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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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4화

결국 은혁은 그 생각을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다.서하가 알게 되면 얼마나 화를 낼지 뻔했기 때문이다.예상대로 서하의 검사 결과는 모두 정상이었다.이제부터는 정해진 날짜에 맞춰 산전검사만 잘 받으면 된다고 했다.그런데 옆에 있던 은혁이 또 물었다.“그럼 평소처럼 출근해도 괜찮은 건가요? 무리하면 안 되는 거죠? 가능하면 집에서 쉬는 게 더 낫지 않나요?”은혁은 의사가 자기 속뜻까지 알아듣기를 바랐다.그런데 의사는 아주 담백하게 말했다.“출근하셔도 됩니다. 당연히 무리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계속 집에만 있는 것도 임산부한테는 별로 좋지 않아요.”“적당히 움직이고, 적당히 쉬는 게 중요해요. 그 정도는 본인 몸 상태에 맞춰 조절하셔야 하고요.”들으나 마나 한 말이었다.하지만 서하가 받아들인 요지는 아주 분명했다.“그러니까 출근해도 된다는 거잖아. 무리 안 할 거고, 게다가 예전에 한 번 임신해 봤잖아. 나름 유경험자...”은혁은 더 무슨 말을 하겠는가?결국 서하를 학교에 보내는 수밖에 없었다.대신 두 사람은 한 가지를 정해 두었다.서하가 밖에 나갈 일이 있으면, 은혁이 직접 데려다주고 데리러 가기로 한 것이다.서하는 결국 그 정도는 받아들였다.결혼식 뒤 처음으로 다시 출근하는 날, 은혁은 일부러 서하를 사무실 문 앞까지 데려다주었다.거기서 마침 신애와 강민을 마주쳤다.“언니!”신애는 여전히 그렇게 불렀다.결혼식에 다녀온 뒤로 벌써 보름이 넘었다. 그동안 핸드폰으로는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직접 얼굴을 보니 신애는 또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신애는 원래 예쁜 사람을 좋아했다. 그래서 서하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었다.강민은 이제 더는 누나라고 부르기 애매했는지,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을 뿐 따로 말은 하지 않았다.몇 마디 인사를 나눈 뒤, 은혁이 말했다.“임 교수 몸이 좀 안 좋아서요. 두 분이 옆에서 조금 신경 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네?”신애는 바로 서하를 바라봤다.“언니 어디 아프세요? 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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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5화

어느 날 아침이었다.서하는 잠에서 깨자마자 속이 좀 울렁거린다는 걸 느꼈다.그래도 양치하고 나니 그 불편한 기운이 조금 가라앉는 것 같았다.그런데 아침밥을 먹으려고 해물죽 냄새를 맡는 순간, 다시 속이 뒤집히는 느낌이 올라왔다.구역질이 났지만 막상 토하지는 않았다.옆에 있던 은혁은 금세 긴장했다. 서하는 은혁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서, 결국 억지로 두 숟갈은 더 먹었다.학교에 가서도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속에서는 자꾸만 뭔가가 울렁울렁 뒤집히는 것 같았다.자꾸 역겨운 느낌이 드는데 토하지는 않았다.게다가 기운도 영 없었다. 축 처진 채로, 억지로 정신을 붙들고 일을 해도 계속 몸이 불편했다.이런 느낌은 이한을 가졌을 때 한 번도 겪어 본 적이 없었다.서하는 하루이틀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그런데 며칠을 내리 똑같았다.너무 힘들었다.증상이 아주 심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증상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애매하게 계속 이어지는데, 그게 사람 기운을 쏙 빼놨다.넷째 날이 되자 서하는 더 버틸 수 없었다.정말 매일 겨우겨우 정신만 붙들고 학교에 나갔는데, 몸도 마음도 다 지쳐 버렸다.결국 참지 못하고 학교에 하루 휴가를 냈다.마침 금요일이라 하루만 쉬어도 토요일, 일요일까지 붙여서 사흘을 쉴 수 있었다.서하는 속으로 빌었다.사흘만 잘 쉬고 나면, 다시 괜찮아지기를.이전 임신 때는 아무런 불편도 없었는데, 이번에는 대체 왜 이런지 알 수가 없었다.먹는 것도, 자는 것도 크게 문제는 없었다. 기분이나 상태는 오히려 4년 전보다 훨씬 안정돼 있었다.그런데 몸은 더 힘들었다.서하는 인터넷으로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봤지만, 딱 떨어지는 답은 찾지 못했다.그래도 서하도 알고는 있었다.임신할 때마다 몸 상태가 다를 수 있다는 걸.이한을 임신했을 때 별다른 증상이 없었던 건, 그때가 더 젊고 체력이 좋았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그렇다고 해도 서하 생각에는 지금도 그렇게 많은 나이는 아니었다.오히려 아직 출산하기에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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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6화

“여보.”은혁은 낮게 서하를 불렀다. 그러고는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서하의 뺨을 쓸었다.“자기야, 어디가 불편해? 병원 갈까?”서하는 가슴 한가운데가 답답하게 막힌 것 같았고, 속도 자꾸만 뒤집혔다.구역질이 올라왔지만 막상 토하지는 않았다. 먹는 것도 싫었다.그래도 서하는 알고 있었다.이런 증상은 임신하면 초기에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반응이었다.굳이 병원에 간다고 해서 달라질 일도 아니었다.다만 기분이 자꾸 가라앉을 뿐이었다.서하가 말했다.“괜찮아. 임신하면 원래 그럴 수 있잖아. 병원 가도 소용없어.”“그럼 어떡하지?”은혁은 다급하면서도 속상한 얼굴이었다.“내가 뭘 하면 돼? 말해 봐. 내가 뭘 하면 당신이 조금이라도 괜찮아질까?”“나도 잘 모르겠어.”서하는 고개를 저으며 은혁의 손을 잡았다.“당신 너무 걱정하지 마. 진짜 괜찮아. 그냥 좀 피곤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것뿐이야.”“먹고 싶은 건 없어?”은혁이 물었다.“마라탕은? 그거라도 먹을래?”이제 은혁은 서하가 뭘 먹든 딱히 막지 않기로 했다. 서하가 원하기만 하면 뭐든 들어주고 싶었다.하지만 서하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은혁이 더 말을 꺼내려는 사이에 서하는 이미 눈을 감아 버렸다.몹시 지쳐 보였다.은혁은 어쩔 수 없이 안방에서 나왔다.서재에 들어가 한참 조용히 앉아 있었다.담배가 생각났지만, 결국 참았다.그러다 마지막에는 소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선우가 깨어 있었다면, 은혁은 당연히 선우에게 연락했을 것이다.소진이 임신했을 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선우는 다 알고 있었으니까.그런데 선우는 여전히 의식이 없었다.그래서 은혁은 소진에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소진은 전화받자마자 물었다.[저한테 웬일이세요? 서하는 요 이틀간 좀 어때요?]“그 얘기 하려고 전화한 겁니다.”은혁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서하가 이틀째 입맛이 별로 없습니다. 먹는 것도 억지로 먹는 느낌이고요.”“토하지는 않았습니다.”“검사는 했는데 결과는 다 정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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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7화

소진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괜찮아요. 저는 여기 한두 시간 정도 비워도 돼요.]“그럼 제가 서하한테 한번 물어볼게요. 아니면 서하가 한 대표를 만나러 가는 것도 괜찮겠네요. 저도 서하가 바깥바람이라도 좀 쐬었으면 싶거든요.”[그것도 괜찮겠네요. 그럼 병원 밖 카페에서 볼게요. 서하는 병원까지 오지 말고요.]“네, 알겠습니다.”은혁은 전화를 끊고 나서야 조금 숨이 트였다.그는 다른 임산부를 가까이서 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소진 말대로라면, 임신한 사람들은 다 어느 정도 감정 기복이 생기는 모양이었다.은혁은 다시 조심조심 안방으로 들어갔다.서하는 그냥 누워 있었다. 은혁이 들어오는 걸 보고도 아무 말이 없었다.“자기야.”은혁은 침대 옆에 앉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방금 한 대표랑 통화했는데, 당신 보러 오고 싶대.”“굳이 안 와도 되는데.”서하가 얼른 말했다.“소진이도 거기서 자리 비우기 어렵잖아. 나도 별일 없고.”“그럼 우리가 소진 씨 보러 갈까?”은혁이 물었다.“당신도 며칠째 밖에 안 나갔잖아.”서하는 잠깐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일 오전에 가자.”서하와 그렇게 얘기를 마친 뒤, 은혁은 소진과 만남 시간 및 장소를 다시 정했다.밤에 잘 때, 은혁은 서하를 안고 싶었다.그런데 서하는 옆으로 슬쩍 몸을 옮기며 말했다.“나 만지지 마. 지금은 당신 손만 올라와도 너무 무거워.”은혁의 손만 불편한 게 아니었다. 이불이 몸 위에 닿아 있는 것조차 서하에게는 불편했다. 그래서 서하는 계속 옆으로 돌아누워 있었다. 그래야 가슴 위를 누르는 느낌이 덜하고, 숨도 좀 편하게 쉬어지는 것 같았다.은혁은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 더 큰 걱정은 따로 있었다.은혁이 서하를 안고 싶고 말고가 문제가 아니었다. 서하의 상태가 제일 중요했다.서하가 만지지 말라고 하니, 은혁은 얌전히 한쪽에 누울 수밖에 없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를 즈음, 은혁은 서하 숨소리가 길고 고르게 이어지는 걸 들었다.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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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8화

서하는 그제야 조금 더 크게 웃었다.“알아.”“뭘 안다는 거야.”소진이 타박하듯 말했다.“내가 네 성격 몰라? 너는 네가 좀 힘들어도 네 남자 힘든 건 못 보는 애잖아.”“나도 그렇게까지는...”“말 돌리지 마.”소진이 물었다.“내가 하나 물어보자. 너 배 대표한테 괜히 투정 부려 본 적 있어? 막무가내로 떼쓴 적은? 억지 부린 적은? 있어?”서하는 그런 짓을 정말 못 했다.소진은 서하의 표정만 보고도 이미 답을 알았다.“그러니까. 네가 그렇게 감정을 다 속으로 삼키고 있으면 아기한테도 안 좋아. 내 말 들어. 화나면 화내고, 짜증 나면 짜증 내고, 알겠지?”“나 혼자만 힘들면 되는데, 둘이 같이 힘들면 더 괴로운 거 아니야?”“애 가지고 낳는 게 혼자 하는 일이야?”소진은 답답하다는 듯 서하를 봤다.“왜 힘든 건 죄다 네가 혼자 끌어안고 있어? 너 진짜 바보냐?”서하도 자기가 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소진은 말을 이었다.“그리고 네가 그렇게 꾹 참고 있으면, 사실 배 대표도 더 불안해. 차라리 네가 화를 내고, 한 번 때리고, 한 번 쏟아 내면 배 대표가 오히려 마음이 놓일걸.”“응, 알겠어.”“알겠다는 말만 하지 말고 진짜 해야 해.”소진이 단호하게 말했다.“지금 당장 전화해. 배 대표한테... 뭐라도 사 오라고 해.”“배 대표 지금 계약하러 갔는데...”“무슨 계약인데 너보다 더 중요해?”“그건 일인데...”“너는 일이 아니고?”소진은 서하 손에 핸드폰을 쥐여 줬다.“지금 바로 전화해.”서하는 또 망설였다.“근데 진짜 딱히 먹고 싶은 게 없어.”“사 오면 먹고 싶어질 수도 있지.”소진이 말했다.“정 안 먹고 싶으면 안 먹는다고 하면 되고. 배 대표 오면 내가 얘기할게.”서하는 어쩔 수 없이 은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은혁이 일부러 서하를 피한 건 아니었다. 정말로 사람을 만나기로 한 약속이 있었다.카페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고, 막 자리에 앉은 참이었다.핸드폰이 울리자, 은혁은 상대에게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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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9화

서하는 남은 음식을 차마 버리지 못했다.서하는 원래 음식을 남겨서 버리는 법이 없었다.“당신이 먹어.”서하가 은혁에게 내밀었다.은혁은 원래 이런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데, 망설이자 서하가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먹은 거라서 싫어?”“당연히 아니지!”은혁은 억울해서 죽을 지경이었다.서하가 괜히 마음 쓸까 봐 은혁은 얼른 먹기 시작했다.“먹을게.”“먹기 싫으면 말아.”서하는 말할수록 서러워졌다.“싫으면 싫다고 하면 되잖아. 내가 억지로 먹으라고 한 것도 아니고.”은혁은 그 말을 듣고 그대로 얼어붙었고, 허둥지둥 들고 있던 걸 내려놓고 휴지를 집어 서하의 눈가를 닦아줬다.“왜 울어? 나 지금 먹고 있잖아.”“싫으면 안 먹어도 되잖아!”“그럼 안 먹을까?”“역시 내가 먹었으니까 싫어하는 거잖아!”“아니라니까!”은혁은 정말 머리가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여보, 지금 바로 먹을게. 금방 다 먹을게!”사실 서하가 남긴 건 얼마 되지도 않았다.은혁은 두어 입 만에 다 먹어 버리고는 서하에게 보여 줬다.“봐, 다 먹었어.”서하가 훌쩍이며 코를 들이켰다.“근데 먹기 싫었잖아. 그럼 기분 안 좋은 거 아니야?”“기분 좋지. 나는 당신이 남긴 거 제일 좋아해.”서하는 울다가 웃었다.“말은 참 잘해.”서하가 그제야 웃자 은혁도 겨우 숨을 돌렸다.“집으로 갈까?”은혁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아니면 다른 데 좀 더 둘러볼까?”서하가 물었다.“뭘 더 봐?”“근처에 공원 하나 있대. 나무도 많고 산책하기에 괜찮다더라.”은혁이 말했다.“댓글 보니까 평도 좋던데.”“그걸 언제 봤어?”“자기가 나한테 전화하기 전에.”은혁이 말했다.“근처에 갈 만한 데 좀 찾아봤어.”“계약하러 간다고 하지 않았어?”“그 정도는 같이 할 수 있지.”은혁이 말했다.“우리 여보 데리고 좀 걷고 싶었어.”“그럼 가자.”서하의 기분이 묘하게 풀어졌다.두 사람은 정말로 공원에 가서 한참 걸었다.은혁은 서하의 허리를 감싸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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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0화

서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집에 계신 이모님께 부탁드려서 사 오시라고 해. 사 오시면 우리끼리 빚으면 되잖아. 빨리 좀 해, 나 진짜 너무 먹고 싶어.”은혁은 전부터 이런 건 알아보고 있었다.임신한 사람이 뭐가 먹고 싶다고 하면, 그건 당장 입에 넣고 싶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못 먹게 되면 서러움도 더 크게 몰려온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은혁은 서하에게 재빨리 입을 맞추고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서하는 눈을 몇 번 깜빡이고는 느릿느릿 몸을 뒤집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은혁이 다시 들어왔다.“이모님은 장 보러 가셨어. 장모님이 반죽해서 만두피까지 밀겠다고 하시는데, 당신도 일어나서 같이 있을래?”“좋아.”은혁은 서하가 기운이 없어서 안 나올 줄 알았다.그런데 서하가 선뜻 그러겠다고 하자 조금 놀랐다.“그럼 가자. 나도 같이 할게.”서하가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내려오며 말했다.“당신이? 할 줄 알아?”“배우면 되지.”은혁이 말했다.“장모님이 반죽도 하신다니, 진짜 신기하네.”“배우면 나도 잘 해.”“예예, 우리 여보가 제일 잘하지.”은혁은 서하를 부축하며 말했다.“천천히, 천천히.”“당신도 날 붙잡지 마.”서하가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그렇게 덤벙거려 보여? 걷는 것도 못 할 것 같아?”“당연히 아니지. 내가 둔한 거지.”은혁은 얼른 손을 뗐다.“여보 먼저 가시죠.”서하는 은혁을 한 번 흘겨보고 먼저 안방을 나섰다.은혁은 그런 서하의 뒤를 따라가며 웃었다.그 웃음엔 서하를 향한 다정함이 가득했다.주방에 가 보니, 정말로 구나린이 반죽 볼에 물을 붓고 있었다.“엄마, 만두피 반죽도 할 줄 아세요?”서하가 다가가며 물었다.구나린이 말했다.“한참 됐지, 이런 거 해 본 것도. 이한이도 불러. 오늘은 우리 다 같이 만두 빚자.”“좋아요!”“제가 가서 이한이 데리고 올게요.”은혁이 얼른 입을 열었다.“남자애도 요리는 일찍 배워야죠.”은혁이 자리를 비우자 구나린이 서하를 돌아봤다.“기분은 좀 나아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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