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Capítulo 861 - Capítulo 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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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1화

“근데 당신 방금 그랬잖아. 마음이 움직일 뻔했다고.”구나린은 화가 나서 엄선호를 한 대 툭 쳤다.“내가 설명했잖아. 마음이 움직인 게 아니라, 괜찮다고 생각한 정도라고.”그런데도 엄선호는 풀릴 기색이 없었다.마음이 움직인다는 말.그 한 마디가 너무 설렜다.구나린은 정작 엄선호한테는 한 번도 그런 말을 해준 적이 없었다.그런 좋은 말을 왜 다른 남자한테 먼저 썼는지, 엄선호는 그것부터 못마땅했다.“그래도 안 돼.”“엄선호, 당신도 참...”구나린은 어이가 없어 말끝을 흐렸다.“됐어. 당신이 싫으면, 나 혼자 가서 얼굴만 보고 올게.”“당신도 안 돼!”“내가 이미 보자고 답했잖아.”“혹시 당신이 그 사람 보고 싶은 거 아냐? 예전에 당신 마음 흔들었던 남자가 지금은 어떤 모습일지, 그것도 궁금하고.”구나린은 엄선호를 빤히 바라봤다.“당신 지금 좀 억지야.”엄선호는 더 말하기도 싫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구나린은 손을 뻗어 엄선호 턱을 붙잡고 자기 쪽으로 돌렸다.“쓸데없는 질투 좀 그만해. 우리 둘이 같이 가면 되잖아. 그쪽도 아내랑 아이 데리고 온다니까, 그냥 두 집이 얼굴 한번 보는 자리인 거지.”“뭘 그렇게까지 봐야 해. 이렇게 오래 안 보고 살았으면, 그냥 각자 자기 인생 살면 되는 거 아냐?”구나린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럼 이번 한 번만 보고 끝낼게. 그 뒤로는 연락도 안 할 거야.”“그 사람이 당신을 친구로 추가했어?”“아니. 전화만 왔어.”“추가하지 마.”“알았어, 안 할게.”구나린은 웃으며 엄선호를 바라봤다.“아직도 화났어?”“밥만 먹는 거야.”엄선호가 단호하게 말했다.“그 뒤로는 연락하지 마.”“알겠어.”애초에 구나린 생각도 그랬다.이렇게 오랫동안 연락 한번 없었는데, 예전의 마음이 조금 남아 있었다고 해도 이미 다 흐려졌을 터였다.더구나 그 정이라는 것도 결국 친구 사이에서 느끼던 정도에 가까웠다.마음이 움직였다는 말은, 구나린도 인정했다.그건 자기가 괜히 잘못 꺼낸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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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2화

그 시절 엄선호는 지금보다 훨씬 더 바빴다.지금은 적어도 어느 정도 높은 자리에 올라서 많은 일을 직접 결정할 수 있게 됐지만, 그때는 아직 중간 간부 직급이었다. 위쪽 사람들과의 관계도 살펴야 했고, 부서 아래 사람들도 다독여야 했다.그래도 그런 일들은 엄선호에게 크게 버거운 편이 아니었다.엄선호 인생에서 유일하게 쉽지 않았던 사람은 구나린뿐이었다.남들 눈에 엄선호는 어릴 때부터 늘 반듯하고 공부도 잘하는 아이였다. 어느 집에서나 자기 자식이 저랬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딱 엄친아 스타일이었다.정계에 들어선 뒤에도 엄선호는 자기 능력에 약간의 운까지 더해져, 꽤 순탄하게 길을 걸어왔다.사람들은 하나같이 엄선호를 두고 젊고 유능하며,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그런데 엄선호가 가진 그 좋은 조건들도, 구나린 앞에서는 어쩐지 별 의미가 없어 보였다.집안이나 능력을 다 빼고 보더라도, 구나린이라는 사람 자체만으로도 남자를 깊이 끌어당기기에 충분했다.오히려 외모는 부차적인 문제였다.정말 사람을 붙드는 건 구나린의 영민함, 선한 마음, 유쾌한 말솜씨였다.구나린과 함께 일을 해본 사람들 가운데 구나린이라는 사람 자체에 반해버린 경우가 적지 않았다.엄선호가 처음 구나린을 본 건 식당이었다.그날 구나린은 아마 룸으로 들어가려던 길이었을 것이다. 복도 한쪽에서 어린아이가 혼자 뛰어다니고 있었고, 직원은 음식을 나르느라 너무 급한 상태였다.아이가 정신없이 뛰는 걸 본 구나린이 얼른 아이를 붙잡아 자기 쪽으로 감쌌다. 덕분에 아이는 다치지 않았지만, 직원 손에 들려 있던 음식이 고스란히 구나린 몸 위로 쏟아졌다.그때 엄선호는 처음엔 그 아이가 구나린과 아는 사이인 줄 알았다.그런데 곧 아이 부모가 허겁지겁 달려와 구나린에게 연신 고맙다고 인사하는 걸 보고서야 아니란 걸 알았다.그때 쏟아진 건 차가운 음식이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뜨거운 국이나 찌개였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엄선호는 그 장면을 보며, 구나린이 참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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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3화

“그럼 실망하실 텐데요.”구나린이 말했다.“저 남자친구 없어요. 방금 그렇게 말한 건 좀 조용히 있고 싶어서였어요.”“정말 없으십니까?”“네, 없어요.”“그럼... 왜 저한테는 사실대로 말씀하신 겁니까?”“구청장님은 여자한테 가볍게 말 거는 분처럼은 안 보여서요.”그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엄선호는 핸드폰을 꺼냈다.“괜찮으시면 연락처 주고받을 수 있을까요?”구나린은 엄선호를 가만히 바라봤다.가장 젊고, 가장 눈에 띄고, 능력도 뛰어난 사람.앞으로 더 크게 될 거라는 말이 따라붙는 인물.구나린은 스스로 인정했다.자기는 잘생긴 얼굴에 약한 편이었다.처음 엄선호에게 눈길이 간 것도, 결국은 그 얼굴 때문이었다.수많은 사람 사이에 서 있어도 엄선호는 유독 도드라졌다.유명 배우나 아이돌처럼 화려한 종류는 아니었다.대신 타고난 분위기가 반듯하고 단정했고, 이목구비는 지나치게 꾸미지 않아도 충분히 점수를 줄 만했다.솔직히 말해, 엄선호 얼굴은 구나린 취향에 가까웠다.다만 뜻밖이었던 건, 그런 엄선호가 직접 와서 자기 연락처를 묻고 있다는 사실이었다.게다가 묘하게 익숙해 보이기까지 했다.‘설마 일 핑계로 여자들 연락처 자주 받는 사람은 아니겠지?’물론 엄선호는 구나린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몰랐다.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꽤 긴장했다.그 긴장을 애써 눌러야만 저렇게 태연한 얼굴을 유지할 수 있었다.엄선호가 갑자기 다가가 연락처를 묻게 된 건, 조금 전 남자들이 구나린 곁으로 몰려들던 장면을 보면서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이미 구나린 곁에 누군가가 있었다면 모를까?하지만 구나린이 혼자라면, 다른 남자가 다가가 마음을 얻고 결국 둘이 이어지는 걸 지켜보는 일은 엄선호로서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누구나 구나린을 좋아할 수 있다면, 엄선호라고 안 될 이유도 없었다.구나린이 물었다.“이게 무슨 뜻이에요?”“말 그대로입니다.” 엄선호가 말했다. “저도 다른 사람들과 다를 건 없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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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4화

구나린은 전화를 마치고 다시 걸어와 말했다.“죄송해요. 저희가 어디까지 얘기했죠?”엄선호 앞에 있을 때 구나린은 늘 단정하고 여유로웠다.표정 하나 흐트러지는 법이 없었고, 태도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하지만 엄선호가 바라는 건 그런 구나린이 아니었다.엄선호는 알고 있었다.자기가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는 걸.엄선호가 말했다.“언제 시간 되시는지 여쭤보고 있었습니다. 같이 식사라도 한번 하자고요.”구나린은 옅게 웃었다.“저희가 이렇게 계속 연락은 해왔지만, 사실 기회가 되면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었어요.”엄선호는 이유 없이 가슴 한쪽이 서늘해졌다.왠지 좋지 않은 말을 듣게 될 것 같았다.엄선호가 말했다.“말씀해 보세요.”“저희는 안 맞아요.”구나린은 돌리지 않고 바로 말했다.“구청장님은 너무 바쁘시고, 저도 한가한 사람이 아니에요. 둘이 만나면 열흘에 한 번, 아니면 2주에 한 번이라도 제대로 볼 수 있을까요?”엄선호도 알고 있었다.구나린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걸.구나린이 다시 말했다.“저는 남자 때문에 사랑 때문에 제 일을 포기할 생각이 없어요. 구청장님도 아마 마찬가지시겠죠. 그러니까 저희가 더 이어갈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엄선호는 몇 초쯤 말이 없었다가 물었다.“그럼 저는 시간 하나만 부족한 겁니까?”“꼭 그렇게 단순한 의미는 아니에요.” 구나린이 말했다. “적어도 구청장님처럼 이렇게까지 바쁜 사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거죠.”“제가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여기서 탈락이라면, 저는 납득하기 어렵습니다.”구나린은 엄선호를 보며 미소 지었다.“그런데 구청장님은 정말 시간이 없으시잖아요.”“최대한 맞춰보겠습니다.”엄선호는 구나린을 보며 말했다.“실례가 안 된다면, 최근 일정표를 하나 받아볼 수 있을까요?”구나린은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던 비서에게 손짓했다.비서가 다가오자, 구나린이 말했다.“제 일정표 구청장님께 하나 드려요.”엄선호는 일정표를 받아 들고 훑어봤다.가까운 시기 일정 대부분이 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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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5화

엄선호가 구나린 때문에 중요한 회의를 여럿 놓쳤다는 얘기도, 구나린은 나중에야 듣게 됐다.윗사람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자리도 여러 번 놓쳤다고 했다.아직 직급이 지금만큼 높지 않았던 시절에 승진이 된다는 것도 결국 윗선 한마디에 좌우될 때가 많았다.그런데 구나린 때문에 엄선호는 그런 기회를 이미 적지 않게 놓쳤다.그런데도 엄선호는 여전히 젊고 유능하며 가능성 있는 인재로 통했다.하지만 사실은 더 높이 올라설 수도 있었던 사람이었다.그 얘기를 들은 뒤, 구나린은 엄선호에게 직접 물은 적이 있었다.“사람 마음 얻는 일이라는 게 원래 시간도 많이 들고, 신경도 많이 쓰이잖아요. 게다가 제가 꼭 받아들인다는 보장도 없고요.”“나중에 저희가 결국 안 되면, 그동안 쏟은 시간과 마음이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드세요?”엄선호가 말했다.“전부터 말씀드렸잖습니까. 끝까지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게 더 후회된다고요.” 엄선호는 구나린을 보며 덧붙였다. “저한테는 이게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일보다도 더요?”“당신과 비교해야 한다면, 그렇습니다.”구나린은 엄선호를 바라봤다.“저를 만나겠다고 하다가 구청장님 앞길에 걸림돌이라도 생기면요? 그땐 어떻게 생각하실 건데요?”“그건 제 역량이 부족한 거죠. 누구 탓을 할 일은 아닙니다.”구나린은 알고 있었다.엄선호는 말로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사람이 아니었다.입 밖에 낸 일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었고, 한번 한 약속은 가볍게 흘리지 않았다.처음 알고 지낸 때부터 벌써 거의 일 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 있었다.앞의 반년은 서로 얼굴 볼 일도 많지 않았지만, 뒤의 반년 동안은 생각보다 자주 마주쳤다.그만큼 서로를 아는 폭도 넓어졌다.그런데도 구나린의 마음 가장 깊은 자리에 여전히 서하 아버지가 남아 있었다.구나린은 그 자리를 쉽게 비워주고 싶지 않았다.다른 남자가 함부로 들어오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처음 엄선호와 한번 만나볼지 생각했을 때도 구나린이 기대한 건 어디까지나 몸의 끌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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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6화

엄선호가 말했다.“괜찮습니다. 마침 제 솜씨도 한번 맛볼 수 있겠네요.”“안 하셔도 되는데...”“저는 나린 씨가 제 요리를 한번 드셔보셨으면 좋겠습니다.”엄선호는 구나린을 바라보며 말했다.“기회 한번 주시겠습니까?”구나린이 웃었다.“정말 하시게요? 미리 말씀드리는데, 저는 요리 하나도 못 해요.”“나린 씨는 하실 필요 없습니다.” 엄선호도 웃었다. “옆에서 보고만 계시면 됩니다.”“그럼... 알겠어요.”구나린은 주방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아주머니가 뭘 준비해 두셨는지 봐야겠네요.”“웬만한 건 다 할 수 있습니다.” 엄선호가 말했다. “제가 할 줄 아는 것도 많고, 혹시 모르는 건 찾아보면 되니까요.”“그럼 부탁드릴게요.”두 사람은 함께 주방으로 들어갔다.아주머니가 준비한 재료는 꽤 많았다.엄선호는 한 번 둘러보더니 곧장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구나린은 정말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키 크고 단정한 남자가 회색 앞치마를 허리에 둘렀다.셔츠 소매는 팔꿈치 아래까지 걷혀 있었고, 손목에 찬 수수한 시계가 고개를 돌릴 때마다 은근하게 빛을 받았다.엄선호의 손놀림은 군더더기가 없었다.고개를 숙인 채 채소를 써는 모습은 지나치게 진지해서, 마치 손에 들린 게 식칼이 아니라 서류라도 되는 것 같았다.엄선호를 향한 구나린의 눈길이 편안하게 머물렀다.그 장면 자체가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졌다.문틀에 기대 서 있던 구나린은 문득 생각했다.‘이 사람, 참 믿음직스럽네.’엄선호는 정말 손에 익은 사람처럼 움직였다.재료가 워낙 많아서 결국 세 가지 반찬과 국 하나를 뚝딱 만들었다.마지막에 구나린이 한 일은 딱 하나였다.전기밥솥에서 밥을 퍼서 식탁으로 옮긴 것.두 사람은 마주 앉았다.구나린이 말했다.“잠깐만요. 와인 한 병 가져올게요. 마실 수 있어요?”엄선호는 업무 중에는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그때는 공직 사회 분위기도 엄격해서, 평일 음주는 피해야 하는 때였다.“조금은 괜찮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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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7화

“다른 생각은 안 드세요?”“예를 들면 어떤 생각 말씀입니까?”엄선호가 물었다.구나린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웃기만 했다. 그러고는 물었다.“식사 끝나고는 뭐 하실 거예요?”“다 괜찮습니다.” 엄선호가 말했다. “나린 씨는 뭘 하고 싶으십니까?”“밖에 나가서 좀 걸을까요?” 구나린이 말했다. “산책하고 싶어요.”“좋습니다.”두 사람은 식사를 마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엄선호는 곧바로 싱크대 쪽으로 가서 설거지하려 했다.구나린이 손을 뻗어 엄선호를 가볍게 붙잡았다.“이건 구청장님이 하실 일이 아니잖아요.”“괜찮습니다.”“그럼 구청장님이 설거지하세요. 저는 먼저 산책 나갈게요.”“그건 안 됩니다.”엄선호는 바로 손에 들고 있던 걸 내려놓았다.“안 하겠습니다.”구나린은 웃으며 엄선호를 봤다.“이렇게 소신이 없으세요?”“네.”엄선호가 말했다.“제 소신은 나린 씨입니다.”두 사람은 함께 아래로 내려갔다.엘리베이터 안에서는 대략 한 팔 길이 정도 거리를 두고 서 있었다.그런데 아파트 단지 안을 나란히 걷다가, 뒤에서 자전거 벨 소리가 들렸다.엄선호는 구나린 어깨를 조심스럽게 감싸며 말했다.“조심하십시오.”구나린을 안쪽으로 살짝 끌어 보호한 뒤에야 엄선호는 손을 내렸다.그 바람에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훨씬 가까워졌다.걷는 동안 손끝이 가볍게 스쳤다.구나린이 아래를 내려다보자, 엄선호 시선도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따라갔다.뭔가를 느낀 듯, 엄선호는 말없이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구나린이 다시 고개를 들어 엄선호를 봤다.“이럴 때는 좀 더 적극적으로 나오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저는...”엄선호는 구나린을 한번 봤다가 금세 시선을 비켰다.“그건 실례일 수 있습니다.”“계속 그러시면 언제 여자 한번 만나보시겠어요?”“만나보는 건 만나보는 거고, 나린 씨 허락 없이 먼저 손대지는 않겠습니다.”“구청장님이 물어보지도 않으시면서, 제가 싫다고 했는지는 어떻게 아세요?”엄선호는 그대로 멈칫했다.구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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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8화

두 사람은 다시 집으로 올라왔다.현관에 들어서자, 구나린은 그대로 멈춰 섰다.엄선호는 눈을 내리깔고 구나린을 바라봤다.구나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엄선호 목울대가 한 번 크게 움직였다.엄선호는 잠깐 얼굴을 다른 쪽으로 돌렸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구나린 쪽을 바라봤다.그리고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손을 뻗어 구나린을 안았다.그동안에도 엄선호는 공항에서 구나린을 배웅하거나 마중 나갈 때면, 만나고 헤어지는 인사로 가볍게 포옹하곤 했다.하지만 그때마다 엄선호는 몸을 살짝 굽혀 앞으로 다가간 뒤, 오른손으로 구나린 어깨를 한번 가볍게 두드리는 식이었다.닿는 시간도 아주 짧았다.그러고는 곧바로 떨어졌다.여러 번 안은 적은 있어도, 몸이 제대로 맞닿은 적은 없었다.그런데 이번 포옹은 달랐다.두 사람 몸이 빈틈없이 밀착했다.옷은 입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가까운 접촉이었다.두 사람 사이에는 어느 정도 키 차이가 있었다.구나린은 하이힐을 신고 있었고, 그래서 구나린의 뺨이 엄선호의 목 언저리에 딱 닿았다.입술은 거의 엄선호 목울대에 스칠 듯 가까웠다.구나린은 그 목울대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걸 선명하게 느꼈다.이상하게도, 가슴 한쪽이 살짝 흔들렸다.이 남자는 지금 몹시 긴장했고, 또 많이 들떠 있었다.그런데도 엄선호 손은 쓸데없이 움직이지 않았다.정말 딱 안기만 한 채, 더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구나린 감각은 틀리지 않았다.엄선호는 정말 긴장하고 있었고, 또 가슴이 벅찼다.단지 누군가와 몸이 닿아서가 아니었다.지금 자기 품 안에 있는 사람이...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이기 때문이었다.엄선호는 자기 심장이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뛰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숨도 조금 가빠졌다.심지어 몸 어딘가는 남자로서의 반응까지 서서히 깨어나고 있었다.코끝으로 스며드는 은은한 향을 맡던 엄선호는 결국 더는 버티지 못했다.엄선호는 조심스럽게 구나린 어깨를 잡고, 천천히 사람을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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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9화

“구청장님, 혹시 키스할 줄 아세요?”“제가 당신한테 손대면, 그다음부터... 당신은... 저를 못 떼어놔요.”“그건 안 되죠.”구나린은 엄선호를 밀어내고 고개를 들어 그를 봤다.“혹시 키스가 너무 별로라서 제가 마음에 안 들면 어떡하려고요?”“나린 씨, 그러지 마요...”“뭘 그러지 말라는 건데요?”“전... 부담이 돼요.”“그래서, 구청장님, 지금 저랑 잘 거예요 말 거예요?”엄선호는 더 말하지 않았다.대신 그대로 입을 맞췄다.키스가 어땠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서로 숨이 가빠지는 소리만으로도 충분했다.구나린은 힘이 풀린 몸을 엄선호 품에 기대었다.“우리 나린이...”엄선호는 가슴속이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키스 한 번뿐인데도, 엄선호에게는 너무 오래 기다린 끝에 겨우 손에 넣은 기적 같았다.평생 닿을 수 없는 하늘의 달 같은 사람일 거라고만 여겼던 여자를... 지금은 제 품 안에 안고 있었다.구나린은 숨을 고른 뒤, 손을 들어 엄선호의 목을 감쌌다.“오늘 밤... 여기서 자고 가실래요?”남자에게 여자가 먼저 그런 말을 건네는 건, 그 자체로 유혹이었다.그런데 엄선호는 되물었다.“그럼 우리 지금... 사귀는 사이가 된 거예요?”“꼭 사귀어야만 여기 있을 수 있어요?”“나린 씨, 저는... 당신 남자친구가 되고 싶어요.”“그건 아직 좀 더 생각해봐야겠는데요...”“우리 지금 이 정도까지 왔는데도 아직 생각을 더 해야 해요?”“우리가 뭐 어쨌는데요?”“제가 당신한테 키스했잖아요.”엄선호는 구나린의 붉게 젖은 입술을 바라봤다.목울대가 다시 한번 움직였다.“제가 책임져야죠.”구나린은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구나린은 엄선호 목에 팔을 건 채, 남자의 얇은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책임질 거예요?”“네.”엄선호 눈빛은 짙었다.먹을 풀어놓은 듯 깊고 어두워서 한번 빠지면 그대로 가라앉을 것만 같았다.“그럴 필요 없어요.”구나린이 말했다.“우리 사이 감정이든, 아니면 당신이 나를 좋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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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다른 남자는 어디 있어요? 다른 남자한테도 이런 식으로 먼저 같이하자고 한 적 있어요?”구나린이 말했다.“대체로 남들이 먼저 저한테 제안하죠. 아세요? 예전에 출장 갔을 때는 주최 측에서 어린 남자 하나를 제 침대로까지 들여보낸 적도 있었어요. 그 남자가 몇 살이었는지 아세요? 많아야 스무 살 정도였다니까요.”엄선호의 표정이 바로 굳었다.구나린이 엄선호에게 물었다.“구청장님한테도 누가 그런 식으로 붙여준 적 있어요?”엄선호가 말했다.“없습니다.”“저는 못 믿겠는데요.” 구나린이 말했다. “구청장님쯤 되면 직급도 높고, 키도 크고, 잘생기셨잖아요. 굳이 청탁하는 사람이 없어도 좋아하는 여자들이 꽤 있을 것 같은데요? 공직 사회 쪽이 원래 꽤 복잡하다는 말도 많고요.”“남들이 어떻든 저랑 무슨 상관입니까?” 엄선호가 말했다. “제가 그렇게 아무나 만나고 다녔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혼자일 리가 없죠.”“혼자인 것도 나름대로 장점은 있네요. 여자 만나는 데 걸릴 사람이 없잖아요.”“저는 그런 적...”구나린이 웃으며 말했다.“그만 놀릴게요. 구청장님이 몸가짐 단정한 사람인 건 알아요. 스스로 잘 지켜온 사람이라는 것도요. 그러다 보니 결국 제가 덕을 보게 됐네요.”“그렇게 말씀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도 나린 씨가 아무렇게나 사람 만나는 분이 아니라는 건 압니다.”“솔직히 말하면, 제가 함부로 안 만난 건... 제 눈이 높아서예요. 그런 사람들은 애초에 눈에 안 들었거든요.”엄선호가 옅게 웃었다.“그럼 제가 영광으로 알아야 합니까? 나린 씨 눈에 들었으니까요.”“그럼요. 그런데 이런 기회, 안 아까우세요?”“우리가 시작한다면, 저는 나중에 헤어지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그건...”“나린 씨.” 엄선호가 구나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한 번이라도 서로 가까워지면, 그 다음엔 나린 씨를 절대 놓지 않을 겁니다.”“그럼 제가 지금 마음 바꾸면...”“늦었습니다.” 엄선호가 구나린의 말을 끊었다. “방금 이미 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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