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Chapter 891 - Chapter 900

970 Chapters

제891화

딱히 원하는 품종 같은 것도 없었다.그냥 평범한 고양이 한 마리, 강아지 한 마리면 충분했다.아정은 한숨을 쉬었다.‘도대체 언제쯤 괜찮은 남자친구를 만나서, 같이 반려동물도 키우게 될까?’9시 반쯤 되었을 때, 민석에게서 메시지가 왔다.[이제 나와도 돼?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아정은 옷을 갈아입고, 집안 사람들에게 한마디한 뒤 밖으로 나갔다.요즘 아정은 거의 매일 민석과 함께 있었다.집안에서는 여전히 아정과 민석이 가까워지는 걸 그다지 탐탁지 않게 여겼다.그래도 집안 배경이나 살아온 환경만 놓고 보면, 민석 쪽이 오히려 안심되는 상대이기도 했다.어쨌든 민석이 아정을 함부로 대할 사람은 아니었고, 아정이 민석과 함께 다닌다고 해서 위험해질 일도 없었다.그래서 아정이 민석과 나가는 일에 대해서 집안도 아주 강하게 막지는 않았다.차에 올라탄 아정은 먼저 안을 둘러봤다.“먹을 건 어디 있어요?”“우리 집에 있어.” 민석이 말했다. “오늘 점심은 집에서 먹을래? 내가 해 줄게.”민석 요리에 대해서만큼은 아정도 의심이 없었다.“좋아요.” 아정은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양념갈비 먹고 싶어요.”한동안 못 먹은 메뉴였다.민석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점심 먹고 유 대표님 집에서 계속 있을 생각은 안 해요.” 아정이 눈을 흘겼다. “그런 생각이면 애초에 접으세요. 꿈도 꾸지 마시고요.”“그런 생각 안 했어.” 민석이 말했다. “점심 먹고 나면 운전학원 근처 호텔로 데려다줄게. 거기서 자고 일어나면 학원 가기도 편하잖아.”“그래요.”“그리고...”“또 뭐가 있는데요?” 아정은 벌써 귀찮다는 표정이었다. “유 대표님 진짜 말 많아요. 꼭 아저씨 같아요.”민석은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너한테 보여 줄 것도 하나 준비했어.”“뭔데요?”아정은 어쩔 수 없이 궁금해졌다.요즘 아정을 놀라게 하거나 설레게 할 일은 좀처럼 없었다.어릴 때부터 집안에서 워낙 많은 걸 해 줬기 때문이었다.민석이 말했다.“우리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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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2화

아정의 화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민석 집 문 앞에 도착할 때까지도 아정은 여전히 볼이 퉁퉁 부어 있었다.그런데 문 안으로 들어가기 전부터, 아정은 뭔가 낯선 소리를 들었다.“무슨 소리예요?”민석이 웃으며 아정을 봤다.“들어가 보면 알지.”아정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방금 들린 건 분명 강아지 짖는 소리 같았다.그것도 아주 어린 강아지였다.‘내가 잘못 들었나?’아정은 잠깐 그렇게 생각했다.아니면 근처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는 걸까 싶었다.아정은 별생각 없이 주위를 한번 둘러봤다.하지만 눈에 띄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민석은 아정의 팔을 가볍게 잡고 안으로 이끌었다.문이 열리자마자, 발밑으로 복슬복슬한 작은 덩어리 하나가 우르르 달려왔다.아정은 깜짝 놀라 짧게 소리를 냈다가,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괜히 자기 목소리에 작은 녀석이 놀랄까 봐서였다.눈앞에 있는 건 하얗고 통통한 아기 강아지 한 마리였다.아정은 단번에 마음을 빼앗겼다.작은 강아지는 아정 발목을 맴돌며 꼬리를 정신없이 흔들었다.꼬리가 너무 빨라서 눈에 잘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민석이 옆에서 말했다.“두 달 됐어. 사모예드고, 아직 이름은 안 지었어. 마음에 들어?”아정은 조금 전까지 민석에게 화가 나 있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어버린 상태였다.“너무 귀여워요! 안아 봐도 돼요?”민석이 말했다.“그럼, 되지. 정확히 말하면, 아정이 때문에 데려온 거니까.”아정은 이미 아기 강아지를 품에 안아서 들고 있었다.작은 몸집인데도 제법 묵직했다.만져지는 곳마다 살이 통통하게 올라와 있었다.어릴 때부터 이렇게 예쁘면, 크고 나서는 얼마나 반듯하고 사랑스러운 사모예드가 될지 뻔히 보였다.아정은 정말 정신을 못 차릴 만큼 좋았다.아정은 강아지를 안은 채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소파에 앉으려던 그때, 어디선가 아주 작고 보드라운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아정은 눈을 크게 뜨고 소파 쪽을 바라봤다.그제야 소파 위에 또 다른 작은 생명이 있다는 걸 알아챘다.이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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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3화

사료며 캔, 동결건조 간식, 분유 케이크, 고기 스틱, 화장실, 낚싯대 장난감, 산책줄, 작은 옷까지.없는 게 없었다.모르는 사람이 보면 여기가 작은 반려동물용품점인 줄 알 만큼 다 갖춰져 있었다.“아직 이름도 못 지었어.” 민석이 말했다. “아정이가 지어 줘.”아정은 잘 알고 있었다.자기가 이름을 붙이는 순간, 이 두 작은 생명에게 정이 들 수밖에 없다는 걸.그렇게 되면 앞으로 민석과 완전히 선을 긋는 건 더 어려워질 터였다.두 달 뒤 민석을 안 볼 수는 있어도,이 두 아이를 외면하는 건 아정도 자신이 없었다.민석은 정말 영악했다.그런데 아정은 이런 유혹을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다른 선물이었으면 아정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을지도 몰랐다.하지만 이건 살아 있는 작은 존재들이었다.아정이 민석을 바라봤다.“유 대표님 생각, 저도 알아요. 유 대표님은 제가 이 아이들 좋아할 거 아니까, 이 아이들로 저를 붙잡아 두려는 거잖아요.”“안 그래.” 민석이 말했다. “두 달 뒤에도 아정이가 나랑 친구로 지내고 싶으면, 우리 친구 하면 돼. 그때는 내가 집에 없어도 언제든 와서 아이들 보면 되고, 여긴 그냥 아정이 밖에 나와 있을 때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도 돼.”민석은 잠시 아정을 보다가 다시 말했다.“나중에 아정이가 나를 정말 보고 싶지 않게 되면, 그땐 내가 아정이 앞에 안 나타날게. 그래도 아이들은 계속 여기서 볼 수 있어.”아정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때 가면 제가 아이들 다 데려갈 거예요. 제 집에서도 충분히 키울 수 있거든요.”“그것도 가능하지.” 민석이 말했다. “다 아정이 뜻대로 하면 돼. 그러니까 이름부터 지어 줘.”아정은 예전부터 생각해 둔 게 있었다.언젠가 자기가 작은 반려동물을 키우게 되면 어떤 이름을 붙일지 말이다.다만 민석이 한꺼번에 두 아이를 준비해 놓았을 줄은 몰랐다.원래 아정이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이름은 김밥이었다.한동안 김밥을 유난히 좋아했던 적이 있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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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4화

아정은 완전히 두 아이한테 마음을 빼앗긴 상태였다.하지만 해비와 허니는 아직 너무 어렸다.배부르게 먹고, 한참 실컷 놀고 나니 오후가 되자 둘 다 곯아떨어졌다.나란히 배를 뒤집고 자는 모습을 보니, 이 집이 이제 제법 편안한 곳으로 느껴지는 모양이었다.아정은 해비를 한번 보고, 허니를 한번 봤다.해비의 조그만 발을 살짝 쥐어 보니 꿈쩍도 하지 않았다.허니 귀를 건드려 보자 몸을 한번 움찔하더니, 다시 아무 일 없다는 듯 잠에 빠져들었다.아정의 마음은 금세 말랑해졌다.그리고 아정도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들었다.민석 집 소파 위에서였다.민석이 주스 한 잔을 들고 돌아왔을 때, 눈앞에 펼쳐진 건 딱 그 모습이었다.잠든 아정은 꼭 작은 천사 같았다.사랑스럽고, 흠잡을 데 없이 예뻤다.옆에 붙어 잠든 해비와 허니도 마찬가지였다.민석은 속으로 생각했다.‘이 아이들 데려오길 정말 잘했네.’민석은 아정이 원래 동물을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그래도 고양이 한 마리, 강아지 한 마리의 위력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몰랐다.아정이 자기 집 소파에서 잠이 들 정도였으니까.‘이러다 저녁엔 아정이 진짜 집에 안 가겠다고 하는 거 아니야?’민석 생각은 반쯤 맞았다.아정은 정말 집에 가기 싫어했다.해비와 허니를 보고 있자니, 당장 마법이라도 부려서 주머니에 쏙 넣어 데려가고 싶을 정도였다.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저녁은 집에 들어가 먹어야 했다.그렇지 않으면 집안 사람들이 걱정할 게 뻔했다.4시쯤 되었을 때, 아정은 아쉬운 마음으로 해비와 허니에게 인사했다.내일 또 보러 오겠다고 약속도 했다.그러면서 민석에게는 두 아이 잘 챙기라고 몇 번이나 당부했다.아정은 민석에게 호텔까지 데려다 달라고 했다.가는 길에 들른 옷 가게에서 갈아입을 옷도 한 벌 샀다.민석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왜 굳이 여기서 옷을 사?”아정은 원래 이 브랜드 옷을 즐겨 입는 편이 아니었다.기분이 좋았던 아정은 드물게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엄마가 동물 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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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5화

나라는 바로 전에 만나던 남자와 막 헤어진 참이었다.그런데 오늘 민석을 다시 마주쳤다.나라에게는 그것도 인연처럼 느껴졌다.나라가 예전에 민석과 헤어질 때도 아쉬움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그만큼 민석 같은 남자를 놓는 것은 쉽지 않았다.물론 나라도 알고 있었다.민석은 한번 끝내자고 하면 절대 말을 번복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하지만 이제 삼 년이나 지났다.다시 시작하지 말란 법도 없었다.나라는 등을 곧게 펴고, 자기 몸매가 가장 돋보이도록 자세를 잡았다.“3년 만에 만났는데 술 한 잔도 안 사 줄 거야? 내가 괜찮은 바 하나 아는데.”“안 사.” 민석은 손목시계를 한번 내려다보며 말했다. “용건 없으면 이제 가. 지금 여자친구 기다리는 중이야.”민석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말을 듣자, 나라는 더는 들이대지 않았다.아무리 그래도 거기까지 갈 생각은 없었다.돈이 아무리 아쉬워도, 남의 커플 사이에 끼어드는 짓까지 하고 싶진 않았다.“그럼 미안.”나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럼 나 저쪽에 앉아 있는 건 괜찮지?”나라는 원래 이 호텔에 남자 만나러 온 참이었다.여긴 5성급 호텔이었고, 드나드는 사람들 역시 대부분 돈 많은 사람들이었다.민석은 손만 한번 내저었다.마음대로 하되 빨리 눈앞에서 사라지라는 뜻이었다.나라는 조금 떨어진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그대로 가고 싶진 않았다.민석이 말한 여자친구가 어떤 사람인지 한번 보고 싶었다.게다가 민석은 연애를 오래 끄는 타입도 아니었다.민석 곁에 있는 여자는 대체로 석 달을 넘기지 못했다.그러니 이번에도 헤어지게 되면, 그 자리에 다시 자기가 들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미리 어떤 여자와 만나고 있는지 알아 두는 것도 나쁠 건 없었다.그렇게 30분쯤 흘렀을 때, 민석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원래도 민석을 힐끔힐끔 보고 있던 나라는 민석이 움직이자 얼른 핸드폰을 내려놓고 시선으로 민석을 따라갔다.민석은 성큼성큼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그리고 나라 눈에, 입술이 붉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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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6화

아정은 민석을 한번 봤다.아정의 시선은 가볍게 스치듯 지나갔지만, 그 안에는 아정에게 원래부터 배어 있던 도도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민석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민석이 입을 열었다.“아정아, 내 말 좀 들어. 내가 설명할게...”민석이 끝까지 말하기도 전에, 아정이 먼저 말했다.“설명은 무슨 설명이요? 유 대표님 전 여자친구 중 한 명이겠죠. 예쁘시네요. 유 대표님도 다시 만나고 싶으면 만나 보세요.”아정은 그 말을 끝내고 그대로 돌아섰다.민석이 급히 따라붙으려 하자, 아정이 다시 뒤를 돌아봤다.그리고 손을 내밀었다.“가방 주세요. 저 혼자 갈게요.”민석 손에는 아직 아정의 가방이 들려 있었다.“아정아, 그런 거 아니야...”“주세요.”민석은 아정의 성격을 알고 있었다.지금 무슨 말을 해도 아정이 귀에 들어오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았다.민석은 결국 가방을 건네며 말했다.“그래도 내가 집까지 데려다줄게...”“필요 없다고 했잖아요. 더 따라오지 마세요!”아정은 그대로 걸어갔다.민석은 제자리에 선 채 아정 뒷모습만 바라봤다.가까이서 민석이 지금 여자에게 대하는 태도를 지켜본 나라는 충격을 감출 수 없었다.자기가 알던 민석이 정말 맞나 싶었다.민석의 취향이 바뀐 건가, 아니면 민석이라는 사람 자체가 달라진 건가 싶을 정도였다.나라가 민석과 사귀던 때의 민석은 늘 차갑고, 여유 있었고,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무슨 일이 생겨도 당황하는 법이 없었다.모든 걸 자기 손안에 쥐고 움직이는 사람처럼 보였다.연애 안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쪽은 언제나 민석이었다.그런데 지금은 달랐다.나라는 조금 전 자기가 굳이 그 말을 꺼낸 걸 후회하기 시작했다.그때 민석이 나라 쪽을 돌아봤다.나라는 급히 입을 열었다.“나 다른 뜻으로 그런 말 한 건 아니야. 그냥 좀 의외여서... 오빠 여자친구, 아까 보니까 질투하는 것 같던데. 내가 가서 설명해 줄까?”“여자친구? 질투?”민석 얼굴에는 믿기지 않는다는 기색이 번졌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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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7화

“아정아...” 민석이 아정을 바라봤다. “정말 질투 안 한 거 맞아? 어쩌면... 너도 모르는 사이에 네가 나 좋아하게 된 걸 수도 있잖아.”아정이 웃었다.“말도 안 돼요. 제가 유 대표님을 왜 좋아해요? 유 대표님이 여자 많이 만나서 좋아해야 해요, 아니면 아무한테나 쉽게 마음 주는 사람이라서 좋아해야 해요?”“난 그런 사람 아니야...” 민석은 자기 변명이 얼마나 힘없는 말인지 자신도 알고 있었다.예전의 민석이 그런 사람이었던 건 사실이었다.하지만 민석도 달라지려고 애쓰는 중이었다.“됐어요.” 아정이 말했다. “이제 들어갈게요. 유 대표님도 가세요.”“아정아, 내일은...”“내일 얘기해요.”아정은 두 걸음쯤 가다가 다시 돌아봤다.“아니면 유 대표님은 출근하시고, 저 혼자 유 대표님 집 가서 아이들 데리고 예방접종을 하러 다녀올 수도 있고요.”“회사 안 가.” 민석이 말했다. “해비랑 허니 일인데, 내가 빠질 수는 없지.”“그건 유 대표님 마음이죠.”아정은 민석에게 손을 한번 흔들었다.“안녕히 가세요.”아정의 표정은 아주 멀쩡해 보였다.조금 전 일을 마음에 담아 둔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았다.민석이 알기로 질투는 저런 얼굴이 아니었다.민석이 예전에 만나던 여자들은, 민석이 다른 여자에게 관심을 보이거나 잠깐 말을 섞기만 해도 티를 냈다.작게 삐치고, 괜히 심통을 부리면서도 그걸 다 질투라는 이름으로 포장했다.그래도 그 여자들은 다들 선을 잘 알았다.민석이 질릴 정도로 과하게 굴지는 않았다.그렇게 생각해 보니, 예전에 민석이 만나던 여자들은 하나같이 꽤 ‘괜찮은’ 사람들이었던 것 같기도 했다.하지만 정말 사랑하는 사이에서 누가 끝까지 그렇게 점잖고 사려 깊기만 할 수 있을까?누군가를 좋아하게 되고, 또 그 사람이 자기 마음을 진심으로 받아 준다는 확신이 생기면,그 앞에서 투정도 부리고 싶고, 어리광도 부리고 싶고, 괜히 심술도 부리고 싶은 게 당연한 일 아닌가.처음부터 끝까지 늘 반듯하게만 굴 수는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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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8화

[잔다고요?]아정은 살짝 아쉬워했지만, 해비와 허니가 꼭 붙어 잠든 모습을 보자 마음이 금세 녹아내렸다.[너무 귀엽다.][어쩜 이렇게 귀엽지?][아, 진짜.]아정은 작은 목소리로 비명을 삼켰다. [너무 좋아!]민석은 화면 속 아정을 보다가, 아정의 말을 바로잡고 싶어졌다.정작 가장 귀여운 건 아정이었다.아정이 제일 귀여웠다.어떤 반려동물도 아정보다 귀엽지는 않았다.[그렇죠?]민석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작게 대답했다.“응. 아정이 말이 다 맞아.”[재미없어요.]아정이 콧방귀를 뀌었다. [유 대표님은 안 귀여운데, 그래도 보는 눈은 있네요. 해비랑 허니처럼 이렇게 귀여운 애들로 데려오다니.]사실 민석이 어떤 고양이와 강아지를 데려왔어도, 아정은 분명 예쁘다고 했을 것이다.아정이 원래 좋아하는 존재들이니까.민석은 그대로 핸드폰을 세워 두었다.아정은 화면 너머로 해비와 허니를 보고, 민석은 또 그런 아정을 바라봤다.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를 즈음, 아정이 하품했다.[너무 졸려요. 이제 잘래요.]민석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자. 내일 데리러 갈게.”아정은 잠결에 웅얼거리듯 대답했다.[네...]그러고는 핸드폰을 옆으로 툭 내려놓고, 그대로 눈을 감은 채 잠들어 버렸다....구씨 저택, 아침.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아정은 대답만 겨우 하고는 먼저 침대에 앉아 한참 멍하니 있다가, 그제야 몸을 일으켜 비틀비틀 문 쪽으로 갔다.“오빠...”아정은 문틀에 기대선 채 말했다.“왜?”아직 잠이 덜 깬 탓에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있었다.민준은 이미 운동복 차림이었다.아침 운동을 마치고 돌아온 뒤였다.“오늘 저녁에 고모네랑 서하네 다 와서 같이 밥 먹기로 했어. 너도 너무 늦지 않게 들어와.”“언니네도 다 와? 형부도 같이?” 아정은 그 말에 잠이 확 달아났다. “무슨 일 있어?”“별일은 없고, 그냥 다 같이 밥 먹는 거야.” 민준이 말했다. “오늘도 운전 연습하러 가? 내가 데려다줄까?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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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9화

“다 괜찮아. 별일 없어.” 민석이 말했다. “동물병원에 점심때쯤으로 예방접종 예약해 뒀는데, 괜찮지?”“네.”민석 집에 도착하자, 아정은 먼저 ‘두 아이’와 한참 놀아 줬다.그러다 보니 금세 점심때가 됐다.점심을 먹고 두 사람은 동물병원으로 출발했다.해비와 허니는 각각 켄넬에 넣어 데리고 갔다.병원에 도착하자 간호사가 웃으며 두 사람을 맞았다.“오늘은 아빠 엄마가 같이 오셨네요? 어머, 엄마가 너무 어려 보이시고 예쁘세요.”엄마라는 말에 아정은 잠깐 어색해졌다.결혼도 안 했는데 벌써 엄마 소리를 듣다니.조금 낯설긴 했다.그래도 아정도 알고 있었다.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 가운데는 자신을 엄마, 아빠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그렇게 이상할 일은 아니었다.다만 자기가 엄마고 민석이 아빠라는 식으로 들리니, 그건 또 묘하게 마음에 걸렸다.아정은 자기는 엄마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그런데 막상 눈앞에 있는 두 작고 귀여운 ‘아이들’을 보니, 차마 그런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다시 민석을 보니, 민석 입가에는 웃음이 어려 있었다.아정은 괜히 속이 뒤틀렸다.딱 민석이 바라던 그림 아닌가 싶었다.‘진짜 얄미워.’‘두 아이’는 기본 검진을 받고 예방접종까지 마쳤다.한 시간도 채 안 돼서 두 사람은 다시 돌아오는 길에 올랐다.차 안에서 아정이 말했다.“유 대표님은 해비랑 허니 아빠 하지 마세요.”민석은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그럼... 내가 뭘 해야 하는데?”“삼촌 하면 되잖아요.”민석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아정도 알고는 있었다.자기 요구가 조금 무리라는 걸.해비와 허니는 민석이 데려왔고, 민석의 집에서 지내고 있었다.민석이 아빠가 아니면, 대체 뭐라고 해야 하겠는가?그런데 아정은 자기가 두 동물의 엄마가 되고 싶었다.그러면서 민석이 아빠인 건 또 싫었다.그 생각이 들자, 괜히 마음이 더 뒤숭숭해졌다.“알았어. 그럼 삼촌 할게.”민석이 갑자기 그렇게 말하자, 아정은 되레 마음 한쪽이 이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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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0화

“유 대표님 집에서 씻고 옷 갈아입는 건 싫어요!”민석은 차분하게 설명했다.“그래도 그게 시간을 제일 덜 써. 운전 연습 한 시간만 하고 오면, 해비랑 허니하고도 30분 넘게 더 놀 수 있잖아.”아정은 그 말에 금세 마음이 흔들렸다.이쯤 되니 아정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민석은 해비와 허니를 앞세워 아정을 제대로 쥐고 흔들고 있었다.그게 유혹이고, 덫이라는 걸 알면서도 아정은 자꾸 제 발로 안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씻고 나서 입었던 옷은 그냥 두고 가. 아주머니가 세탁해서 건조까지 다 해 두실 거야. 여기 놔뒀다가 다음에 되지.”민석은 차마 말하지 못했다.아정 사이즈에 맞춰 옷도 이미 여러 벌 사 두었다는 걸.말해 봐야 아정은 절대 안 입을 게 뻔했고, 민석 의도부터 의심할 게 뻔했다.아정은 더 이상 반박할 말이 없었다.결국 해비와 허니와 한참 더 놀다가, 삼십 분쯤 지나서야 욕실로 들어갔다.민석은 아정을 위해 욕실에 샤워가운도 준비해 뒀다.온몸을 빈틈없이 감쌀 수 있는 가운이었다.아정이 욕실에서 나왔을 때, 민석은 며칠 전 호텔 아래에서 봤던 아정보다 지금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했다.볼은 물기 어린 열기로 붉게 달아 있었고, 눈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검은 머리카락은 윤기 있게 내려왔지만, 아직 끝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고 있었다.“머리 말리고 가.”아정이 말했다.“드라이어가 어디 있는지 못 찾겠어요.”“이쪽으로 와.” 민석이 말했다. “내가 말려 줄게.”“유 대표님이요?” 아정이 물었다. “제 머리 잡아당기면 안 돼요. 아프거든요.”집에서는 가끔 아버지나 오빠가 머리를 말려 주기도 했다.그래서 아정은 더더욱 민석 손이 믿음직스럽지 않았다.민석의 머리카락은 워낙 짧으니까.아정이 다시 말했다.“아니면... 예전에 여자친구들 머리 많이 말려 줘 봤어요? 그럼 좀 익숙하실 수도 있겠네요.”민석 손이 잠깐 멈췄다.“없어. 이런 건 아정이가 처음이야.”아정은 손을 휘휘 저었다.“됐어요, 그런 건 별로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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