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Chapter 931 - Chapter 940

970 Chapters

제931화

구씨 집안에는 이렇게 귀한 딸이 아정 하나뿐이었다. 앞으로도 아정은 살면서 조금의 억울함도 겪지 않아야 했다.민석 같은 남자는 예전부터 여자들이 민석을 달래며 맞춰 주는 쪽이었고, 게다가 만나는 사람마다 마음을 준 사람이었다.민준이 어떻게 그랬던 민석에게 아정을 시집보내는 데 동의할 수 있겠는가?“알았어.”아정은 몸을 일으키며 머리를 대충 정리했다.“오빠, 근데 전화는 왜 했어?”“아, 하마터면 중요한 얘기 잊을 뻔했네.”민준이 말했다.“유 대표한테 전화 왔었어.”“유 대표가 오빠한테 왜 전화했는데?”“날 설득해서 너희 둘이 만나는 거 허락받으려고.”“그래서 설득됐어?”“그럴 리가 있냐?”민준이 말했다.“내가 전화한 건 너한테 알려주려고 한 거야. 앞으로 유 대표랑 더는 왕래하지 마. 알았어?”“어?”아정이 말했다.“근데 해비랑 허니 보러 가야 하는데.”민준은 아정이 작은 동물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고 있었다.어머니가 동물 털 알레르기가 있어서 집에서는 반려동물을 키울 수 없었다.진작 알았다면, 민준이 밖에 아정이 쓸 수 있는 집 하나 마련해서 아정을 위해 몇 마리 키우게 했을 것이다.민준이 말했다.“유 대표한테 말해 봐. 안 되면 해비랑 허니를 데려와. 우리 집 근처에 네 명의로 된 집 있잖아. 거기 두면 네가 오가기도 편하고.”“그래도 돼?”아정은 금세 신이 났다.“그럼 앞으로 유 대표 집에 안 가도 되잖아.”민준이 말했다.“그래. 네가 유 대표한테 말해.”아정은 응, 하고 대답했다.“알았어. 또 다른 일 있어?”“없어. 일어나서 밥 먹어. 아침 거르면 담석 생기기 쉽다.”“알았어!”아정은 느릿느릿 침대에서 일어나 씻고, 아침을 먹으러 갔다.배부르게 먹고 나서야 아정은 민석에게 전화를 걸었다.“우리 오빠가 제가 해비랑 허니를 제 쪽에서 키워도 된다고 했는데요. 제가 가서 해비랑 허니 데려와도 돼요?”민석은 아정의 전화를 보고 기뻐 뛰던 마음이, 그 말을 듣자마자 심장이 거의 멎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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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2화

말이 나온 김에 바로 움직였다.아정은 곧장 민준에게 전화를 걸어 이 일을 말했다.민준도 일 처리 하나는 빠른 사람이었다.[내가 사람 보내서 그 집 먼저 정리하게 할게. 필요한 것도 다시 사 두고. 너 혼자서는 분명 못 하니까, 사람 두 명 더 보내서 해비랑 허니 이사도 같이 도와줄게.]아정은 아무것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민준이 보낸 사람들은 전부 민준이 믿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일쯤은 당연히 빠르고 깔끔하게 처리했다.민석도 그 자리에 있었다.민석은 그 사람들이 마치 한 무리의 메뚜기 떼처럼 자기 집에 들어와, 해비와 허니에 관련된 물건들을 모조리 쓸어 가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보았다.정말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전에 따뜻하고 생기 넘치던 공간은 다시 차갑고 고요한 모습으로 돌아갔다.이곳에서 한때 고양이 한 마리와 강아지 한 마리가 살았고, 귀엽고 예쁜 여자애가 자주 찾아왔다는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민준이 보낸 사람들은 고양이와 강아지를 먼저 데리고 나갔다. 아정만 문가에 남아 민석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정말 고마워요!”아정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민석을 바라보았다.“유 대표님은 해비랑 허니를 데려와 주셔서, 제 삶에 이렇게 귀여운 아이들이 생긴 거잖아요.”“나도 해비랑 허니 보러 갈 거야.”“알아요. 환영이에요.”민석이 말했다.“아마 매일 보러 가야 할 것 같아.”“아, 매일 오신다고요.”아정은 잠시 생각했다.“그것도 괜찮겠네요. 유 대표님도 해비랑 허니 주인이잖아요. 제가 해비랑 허니를 데려가는 것도 사실 유 대표님한테 미안한 일인데, 거기에 보러 오는 것까지 막으면 너무 잔인하죠.”“아정아, 일부러 날 피하지는 않을 거지?”아정은 목소리를 조금 낮췄다.“우리 오빠가 유 대표님 만나지 말라고 하긴 했는데, 저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 그냥 예전에 약속했던 대로 해요.”“유 대표님은 유 대표님 하고 싶은 대로 하시고, 저도 제 마음대로 하고요. 그러다 나중에 우리 둘 다 맞는 사람이 없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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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3화

아정의 연애 문제에 관해서라면, 가족들이 당연히 아정을 위해 꼼꼼히 살펴볼 것이었다.누구에게도 아정을 상처 줄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아정이 가족들의 손바닥 위에 올려 둔 작은 공주라고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아정과 지내면서 민석도 그 사실을 느꼈다.예전에 민석이 만났던 여자 중에도, 꽤 예민하고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여자들이 있었다.하지만 민석과 만나면, 그런 여자들도 민석을 챙기려 했다. 어떤 여자들은 민석을 위해 직접 밥을 차려 주기도 했다.아정은 그런 일을 할 리 없었다. 어릴 때부터 집에 가사도우미가 있는 생활에 익숙했다.민석을 챙기는 건 말할 것도 없었다.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도 늘 민석이 아정을 챙기는 쪽이었다.수저와 그릇은 아정 앞에 놓아주어야 했고, 물도 민석이 따라 주어야 했다. 디저트를 준비하면 그것도 아정 앞에 가져다 놓아야 했다.아정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민석이 아정을 돌봐 줘도, 아정은 딱히 미안해하거나 어색해하지 않았다.아정은 원래 누군가에게 보살핌받는 일에 익숙한 사람이었다.민석도 자신이 한 여자를 이렇게까지 기꺼이 돌보게 될 줄은 몰랐다.그런데 이상하게도 민석은 그 일이 전혀 귀찮거나 싫지 않았다.오히려 달콤하게 느껴졌다.이제 아정이 해비와 허니를 전부 자기 집으로 데려갔고, 민석도 허락받은 덕분에 낮마다 자주 그 집에 들르기 시작했다.아정은 거의 하루 종일 그곳에서 ‘두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해비와 허니는 아직 예방접종을 다 끝내지 못했다. 수의사는 당분간 해비와 허니가 외출을 삼가는 편이 좋다고 했다.게다가 요즘은 날씨도 꽤 쌀쌀해져서, 어린 동물들도 밖에 나가 놀기에는 그다지 적당하지 않았다.아정은 해비와 허니가 예방접종을 다 끝낼 때쯤이면, 날씨가 가장 추울 때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아정은 벌써 작은 옷들까지 사 두었다. 때가 되면 해비와 허니에게 옷을 입히고 밖으로 데리고 나가 산책을 시킬 생각이었다.강아지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고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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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4화

어차피 좋으면 아정의 집에 자주 오면 되는 일이었다.아정도 이한이 오는 것을 반겼다.아직 어린이집 방학이 시작되지 않아, 이한은 평소에는 주말에만 시간이 났다.은혁은 요즘 서하를 돌보는 데 마음을 전부 쓰고 있었고, 엄선호는 여전히 일이 바빴다. 구나린이 이한과 보내는 시간도 많지 않았다. 어렵게 맞는 주말이면 엄선호와 구나린도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했다.서하는 이한이 두 어른을 방해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아정이 이한을 봐 줄 수 있다면, 모두가 한결 여유로워졌다.하지만 아정이 아이를 돌볼 줄 알 리 만무했다.아정 자신도 아직 아이 같은 사람이었다. 이한과 잠깐 놀다가 금방 지쳐 버렸다. 나머지 시간에는 거의 민석이 이한을 돌봤다.민석은 이한을 알게 된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민석에게 이한은 자기 절친의 아들이었다.민석이 이한을 예뻐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아정은 소파 안쪽에 몸을 파묻고 있었다. 해비는 옆에서 장난감을 물어뜯고 있었고, 허니는 나른하게 아정의 팔 안에 웅크리고 있었다.아정은 옆에 있는 한 사람과 어린 아이를 바라보았다.민석은 이한과 함께 게임하고 있었다.민석은 서른이 넘은 사람이었지만, 이때만큼은 나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그리고 인내심도 아정이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컸다.아정은 스스로 인내심이 없는 편이었다. 하지만 보는 눈은 있었다.민석은 이한과 놀아 주면서도 전혀 대충 하지 않았다. 정말로 아이를 세심하게 대했고, 진심으로 아끼는 모습이었다.방탕하고 여자관계가 복잡하던 대기업 도련님에게 이런 진지한 면이 있을 거라고는 쉽게 상상할 수 없었다.식사 시간이 되자, 민석이 챙겨야 할 사람은 둘이 되었다.이한은 아정을 한 번 보고, 민석을 한 번 보더니 물었다.“삼촌이랑 이모 연애해?”이한은 이미 연애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민석은 아무 말 없이 이한의 그릇에 소고기 한 점을 집어 주었다. 어딘가 상을 주는 것처럼 보였다.아정이 설명했다.“아니야. 이한아, 이모랑 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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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5화

“유 대표님이세요.”아정은 이상하다는 듯 문 쪽을 바라보았다.“유 대표님, 왜 또 오셨어요?”민석이 안으로 들어왔다.“이한이 데려다주고 다시 왔어. 아직 시간이 좀 이른 것 같아서, 네가 혹시 갔는지 보려고.”“저도 조금 있다가 갈 거예요.” 아정이 물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내가 데려다줄게.”“괜찮아요. 저 운전해서 가면 돼요.”“아정아.”민석은 아정을 바라보았다.“그냥 너랑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어. 그래도 돼?”민석이 그렇게 바라보자, 아정은 문득 민석의 눈이 해비와 조금 닮았다고 느꼈다. 촉촉하고, 괜히 억울해 보이고, 아무 잘못도 없는 순수한 척하는 눈이었다.그런 눈을 보면 아정도 마음이 약해졌다.“알았어요.” 아정이 말했다. “그럼 부탁드릴게요.”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정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주말은 괜찮은데, 평일에는 유 대표님도 회사 일에 좀 더 신경 쓰셔야 해요. 매번 여기로 오시면 안 되잖아요.”“응.”민석은 대답했다.아정은 알고 있었다. 민석은 분명 아정의 말을 들었지만, 그대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유 대표님, 유 대표님도 아시잖아요. 저는 유 대표님을 좋아하지 않아요. 이한이한테도 거짓말한 거 아니고요.”“저는 지금 정말 유 대표님을 친구라고 생각해요. 전에 우리 둘이 사귀어 보자고 했던 건, 제가 좀 갑작스럽고 경솔했어요. 그건 제가 사과드릴게요.”민석이 말했다.“사과하지 않아도 돼. 아정아, 너는 내 앞에서 뭘 해도 사과할 필요 없어.”“저 그렇게 막무가내인 사람 아니에요.” 아정이 말했다. “제가 잘못했으면 사과해야죠. 유 대표님도 너무 참고 그러지 마세요.”“참는 거 아니야.” 민석이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네가 지금 나를 만나 주고, 이렇게 친구로 지내 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충분히 만족해.”“그럼 다행이고요. 아니면 제가 자꾸 유 대표님한테 빚지는 기분이 들어요.”민석은 말하고 싶었다.‘빚진 기분이 들면, 나한테 직접 보상해 줘.’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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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6화

소진은 화가 단단히 나 있던 참에 마침 서하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소진은 몇 번이나 숨을 고르고 나서 비로소 전화받았다.하지만 몇 마디 나누기도 전에 서하는 바로 알아차렸다.[왜 그래? 기분 안 좋아?]소진은 요즘 줄곧 화를 꾹꾹 눌러 참고 있었다.선우가 막 깨어난 참이었다. 잃었다가 되찾은 사람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소진에게는 너무 큰 행복이었다.소진은 그 몇 달 동안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버텼는지 차마 다시 떠올릴 엄두도 내지 못했다.너무 힘들었고, 너무 괴로웠다.그래서 선우가 깨어났을 때, 소진은 선우에게 잘해 주겠다고 마음먹었다.대체로 선우의 말과 행동은 소진의 마음에 들었다.소진이 이렇게 오랜 세월 길들여 온 만큼, 선우는 소진의 선이 어디인지 잘 알고 있었다.소진이 결혼하겠다고, 선우와 살겠다고 마음을 열자 선우는 당연히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다.그런데 선우는 또 예민하게 굴기 시작했다. 지금 몸이 보기 좋지 않다며, 소진이 싫어할까 봐 걱정했다.그래서 요즘 부쩍 운동에 매달리고 있었다.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었다. 몸을 회복하려면 운동은 필요했다.하지만 소진이 보기엔 선우의 운동 수준이 조금 과했다.심지어 오늘 결혼식 이야기를 하던 중, 선우가 이런 말까지 했다.“차라리 두 달쯤 더 미룰까? 해 넘기고 결혼식 올리는 건 어떨까 싶은데?”소진은 그 말에 바로 화가 났다.소진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서하가 웃으며 말했다.[결국 하 변호사님은 너를 너무 아껴서 그래. 뭐든 제일 좋은 걸 주고 싶은 거잖아.]“나는 상관없다고 했잖아!”[너는 상관없어도 하 변호사님은 상관있겠지.” 서하가 말했다. [소진아, 결혼식은 평생 한 번이잖아. 다 같이 기분 좋게 하면 안 돼? 하 변호사님 바람대로 조금 맞춰 주면 뭐 어때. 그런 일로 굳이 화낼 필요는 없잖아.]소진이 말했다.“한 번도 아니고 계속 그러니까 문제지. 하루 종일 운동하고 몸 만들고, 완전히 거기에 빠진 사람 같아. 진짜 못 봐주겠어.”[그럼 생각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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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7화

소진도 처음에는 선우의 몸 상태가 마음에 걸렸다.하지만 나중에는 선우가 완전히 회복된 게 눈에 보이는데도, 소진에게 다가올 생각을 하지 않으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소진이 화가 난 이유도 따지고 보면 대부분 그것 때문이었다.그렇다고 서하에게 대놓고 말할 수는 없었다.“선우가 나랑 부부 생활을 안 하려고 해서 화났어.”그 말을 어떻게 하겠는가?너무 창피했다.선우가 소진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감싸안았다.“조금만 더 기다려 주면 안 돼? 우리 곧 결혼하잖아. 결혼식 끝나고 첫날밤에...”“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우리가 아직 한 번도 같이 잔 적 없는 사람들 같아.” 소진이 선우를 밀어냈다. “현실에서는 우리 애까지 있어.”“나도 알아. 내가 겁나서 그래...” 선우가 다시 소진을 품으로 끌어당기며 부드럽게 달랬다. “자기야, 나 조금만 더 회복하게 해 줘. 내가 그렇게 오래 누워 있었잖아. 혹시라도 네 마음에 안 들면 나 어떡해?”“해보지도 않고 그걸 어떻게 알아?”“네 앞에 제일 좋은 상태로 서고 싶어. 근데 지금은 아직 아니란 걸 아니까...”“제일 좋은 상태가 뭔데? 이럴 거면 결혼도 하지 말던가!”“봐, 또 화내잖아...”“이제 그만해!” 소진이 또다시 선우를 밀어냈다. “쓸데없는 말 좀 그만하고, 또 거절하면 나 진짜 네가 문제 있는 거 아닌지 의심할 거야!”선우는 사실 정말로 자기 몸이 아직 최상의 상태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느끼고 있었다.소진에게 가장 좋은 것만 주고 싶었다.무엇이든.부부 사이의 일까지도.하지만 소진을 화나게 하는 것 역시 선우가 바란 일은 아니었다.선우가 어떻게 소진을 화나게 두겠는가?방금 팔굽혀펴기를 수백 개 하고, 10킬로미터를 뛰고, 근력 운동까지 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선우는 소진을 끌어당기더니 그대로 번쩍 안아 올렸다.“같이 씻고 싶어?”소진이 콧방귀를 뀌었다.“안 된다며?”“되는지 안 되는지는 곧 알게 될 거야.”두 사람은 몇 달 만에 가까워졌다. 선우는 너무 벅찬 탓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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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8화

결국 은혁은 민석의 부탁을 못 이기는 척 들어주기로 했다.은혁이 선우에게 물어보기로 한 것이다. 민석 같은 나이 많은 신랑 들러리도 괜찮으냐고.하지만 은혁과 선우는 그렇게까지 깊은 사이가 아니었다. 예전에는 천후와 관련된 일 때문에 선우와 거의 왕래도 하지 않았다.그런데 이제 와서 선우에게 부탁하자니, 은혁도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방법은 하나뿐이었다.자기 아내를 찾아가는 것.서하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금세 짐작했다.“아정이가 신부 들러리를 하니까, 유 대표도 신랑 들러리를 하겠다는 거지?”은혁이 말했다.“달리 이유가 있겠어?”서하가 말했다.“소진이도 유 대표 별로 안 좋아하잖아. 허락받기 쉽지 않을 텐데.”은혁이 말했다.“일단 물어는 보자. 한 대표가 싫다면 우리가 어쩌겠어.”서하는 결국 소진에게 전화를 걸 수밖에 없었다.소진은 듣자마자 발끈했다.[웃기지 말라고 해! 내 결혼식에 그 소문난 바람둥이가 무슨 신랑 들러리야? 나중에 내 결혼 생활에 문제 생기면 유 대표 탓이야!]서하도 사실 그 점이 마음에 걸렸다. 전화를 건 건 순전히 은혁 체면을 생각해서였다.하지만 소진은 그런 걸 봐줄 사람이 아니었다.서하가 웃으며 말했다.“우리 소진이는 당연히 오래오래 잘 살 거야. 누구 때문에 흔들릴 사람도 아니고.”“그래도 안 돼. 당신이 전해. 신랑 들러리랑 신부 들러리는 이미 다 정했고, 유 대표는 굳이 몸 낮춰 오실 필요 없다고.”서하는 어쩔 수 없이 그 말을 거의 그대로 은혁에게 전했다.은혁은 다시 민석에게 알려 주었다.민석은 애초에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자기 평판이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남의 결혼식에서 신랑 들러리를 서겠다고 하면, 대부분은 꺼릴 게 뻔했다.그런 대답을 들어도 민석은 받아들일 수 있었다.은혁이 달래듯 말했다.“못 하게 됐다고 별일 있는 건 아니잖아. 너무 기운 빼지 마.”어떤 결혼식에서는 신부 들러리와 신랑 들러리를 자연스럽게 엮어 장난을 치기도 했다.가볍게 웃고 넘길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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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9화

은혁은 감히 한마디도 더 하지 못했다.“알았어.”두 사람은 그렇게 잠이 들었고, 은혁은 이상한 꿈을 꾸었다.꿈속에서 은혁은 서하와 다시 마주쳤다. 아직 서하를 잊지 못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그런데 서하 곁에는 서하가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가 있었다.그뿐만이 아니었다. 서하는 이한의 손을 잡고 병원에서 나오고 있었다. 손에는 산부인과 검진 결과지가 들려 있었다.서하는 또 임신한 상태였다.꿈속의 은혁은 살아 있는 게 지옥 같았다. 서하 앞으로 다가가 따졌다.“당신 임신했어? 누구 애야?”서하가 턱을 살짝 들고 도도하게 말했다.“내가 누구 애를 낳든, 전남편인 당신이랑 무슨 상관인데?”은혁은 그대로 잠에서 깼다. 자신에게는 더없이 끔찍한 악몽이었다.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고, 숨도 거칠었다. 고개를 돌리자 서하가 곁에 누워 있었다.두 사람이 여기까지 오기까지의 시간을 떠올리자, 은혁은 하늘이 자신을 봐준 것만 같았다. 아직 서하를 평생 아끼며 살아갈 기회가 남아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감사했다.꿈속의 장면들은 차마 다시 떠올릴 수조차 없었다.서하가 은혁을 떠나 다른 남자 곁에 선다면, 은혁은 미쳐 버릴지도 몰랐다.다행이었다.정말 다행이었다.서하는 곁에 있었다.은혁은 다짐했다. 이 꿈은 평생 가슴속에 묻어 둘 것이며, 서하에게 절대 말하지 않을 것이다.물론 스스로에게 단단히 일렀다.꿈은 현실과 반대라고.그러니 이 꿈은 은혁의 결혼이 행복하고, 사랑이 흔들림 없이 단단하다는 증거일 뿐이라고.틀림없이 그럴 거라고.서하는 당연히 은혁이 어떤 꿈을 꾸었는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서하는 느낄 수 있었다. 요즘 은혁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 예전과 조금 달라졌다는 것을.서하가 학교에 가기만 해도 은혁은 별것 아닌 이야기까지 길게 늘어놓으며 걱정했다.결국 참다못해 말했다.“나 결혼했어. 게다가 지금 배도 이렇게 나왔잖아. 결혼도 했고 임신까지 한 여자를 누가 마음에 두겠어?”서하는 은혁이 대체 왜 이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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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0화

서하는 은혁이 갑자기 나타날 줄은 몰랐는지 놀란 표정으로 은혁을 바라보았다.학생의 오빠는 민망함을 감추지 못한 채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서둘러 자리를 떴다.주변에는 동료 몇 명도 있었고, 다들 옆에서 몰래 웃고 있었다.서하는 창피해서 은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은혁은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내가 뭐 틀린 말 했어?”“내가 알아서 해결할 수 있었어. 당신은 왜 갑자기 끼어들어?”“내 아내가 고백받는데, 남편인 내가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어야 해?”그날 이후로 은혁은 서하를 데리러 가는 일에 더 신경을 썼다.거의 다른 남자가 서하에게 다가갈 틈을 주지 않았다.이번에 이상한 꿈까지 꾸고 나니, 은혁은 더 조심스러워졌다.은혁은 그 꿈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은혁에게는 그 꿈이 마치 하늘이 무언가를 경고해 주는 것처럼 느껴졌다....선우와 소진의 결혼식을 이틀 앞두고 은혁은 선우에게서 전화받았다.“예비 신랑님.” 은혁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이런 때 저한테 전화할 시간이 있으십니까?”요즘 선우는 더없이 들떠 있었다.선우는 원래 평생 소진 곁에서 이름도 자리도 없이 살아갈 각오까지 했었다.그런데 한 번의 교통사고가 선우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소진이 선우와 결혼하겠다고 했다.선우에게는 아들만 생긴 게 아니었다. 이제 아내까지 생기게 되었다.그것도 법적으로 인정받고 보호받는 관계로.누가 선우만큼 기쁠 수 있겠는가?선우의 목소리에도 웃음기가 묻어 있었다.[배 대표님, 제 결혼식 날 꼭 일찍 와 주셔야 합니다.]은혁이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랑 서하는 당연히 아침 일찍 갈 겁니다. 다만 저는 제 아내랑 같이 있어야 해서 한 대표 집으로 갈 생각입니다.”선우는 그날 소진을 데리러 갈 예정이었다. 사실 선우는 은혁이 신랑 쪽 행렬에 함께해 주길 바랐다.키 크고 잘생긴 남자가 곁에 서 있기만 해도 분위기가 살았다.격도 있어 보였고, 자리도 더 든든해 보였다.하지만 이제 꺼내야 할 말을 떠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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