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호 그룹, 대표이사실.툭.펜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안강훈이 보고를 멈췄다. 그는 허리를 숙여 펜을 주운 후 강재혁에게 건네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면 혹시 펜 그립감이 조금 이상한가요?”강재혁은 멈칫한 채로 있다가 한참 뒤에야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그런 거 아니야.”잘생긴 얼굴에 햇살이 그대로 내려앉아 있는데도 어쩐지 오늘따라 안색이 조금 어두워 보였다.조금 전, 강재혁은 결재 서류에 사인하다가 갑자기 심장이 움찔하는 느낌에 저도 모르게 손힘을 풀어버렸다.기분이 이상한 것이 꼭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길 것만 같았다.강재혁은 펜을 건네받은 후 안강훈을 바라보며 물었다.“요즘 채아에 관한 소문 같은 건 뭐 도는 거 없지?”“네, 없습니다. 패물을 되찾은 뒤로 사모님 주변은 조용합니다.”안강훈은 말을 마치자마자 갑자기 뭔가가 떠오른 듯 눈을 반짝였다.“사모님에 관한 소식은 아닙니다만, 박진성 회장이 며칠 전에 갑자기 조각가 M의 복귀 전시회에 2억을 투자했습니다.”M은 예술 관련해서는 문외한인 안강훈도 잘 아는 조각계의 대가였다. 3년 전에 [빛]이라는 작품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신예 조각가였던 M은 주연우가 기획한 첫 전시회에서 일약 스타가 되어 국내외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으며 떠오르는 조각계의 샛별로 불렸다.하지만 그 작품 이후 M은 3년이나 잠적해 버렸고 이에 사람들은 한때 그가 은퇴했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어떤 커뮤니티에서는 그가 죽었다는 소문도 돌았다.예술가와 죽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런 관계라 당시에는 믿는 사람이 꽤 많았다.그런데 한 달 전쯤 돌연 주연우가 M이 곧 돌아온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 일로 국내외 예술계는 뜨겁게 달아올랐고 사람들은 너도나도 전시회에 참여하고 싶다며 열렬한 반응을 보내왔다.그런데 박진성도 조각에 관심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 그것도 2억이나 투자하면서까지 말이다.“대표님, 아무래도 M의 인기에 힘입어 이번 기회에 해정 그룹의 광고를 대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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