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드디어 내 손에 들어온 너: Chapter 201 - Chapter 210

220 Chapters

제201화

“재혁아, 지유가 아무 말이나 한 거 가지고 왜 그래.”양현주가 서둘러 웃으며 끼어들고는 강지유를 한번 째려보았다.그녀가 박도윤을 칭찬한 건 딸을 위해 조금 멀어진 둘 사이를 다시 되돌려 놓기 위함이지 강지유더러 강재혁의 심기를 건드려 또다시 일을 벌이고 싶어서가 아니었다.하지만 강지유는 원래도 그다지 똑똑하지 않은 데다가 지금은 박도윤을 며칠이나 보지 못한 것 때문에 마음에 한껏 서러운 상태라 더 참지 못했다.“다시 한번 말하라고 하면 내가 못 할 것 같아? 내가 강재혁 너한테 겁먹을 것 같냐고! 내가 한 말이 뭐가 그렇게 잘못됐는데? 그리고 솔직히 그깟 패물, 팔아버리면 좀 어때? 그게 회사 운명보다 더 중요해? 너는 네가 막무가내인 거 알기는 해?!”강지유를 바라보는 강재혁의 눈동자에 조롱이 한껏 어렸다.“막무가내라는 단어는 재호 그룹에 너 같은 걸 넣은 사람한테 쓰는 거고. 무능해서 프런트 데스크를 맡겨도 금방 잘렸을 너를 팀장 자리에 올린 사람한테 말이야.”강지유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설마 강재혁이 곧장 자신에게로 화살을 돌릴 줄은 몰랐으니까.프런트 데스크를 맡겨도 금방 잘렸을 거라는 말에 강지유가 이를 꽉 깨물며 반박하려던 그때, 강의준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호통쳤다.“그만!”사실 강재혁이 욕한 사람은 강지유가 아닌 그런 강지유를 회사에 밀어 넣은 강의준이었다.그리고 강의준도 그걸 잘 알고 있었기에 강지유를 바라보며 무섭게 말했다.“강지유, 집에서도 쫓겨나고 싶지 않으면 그 입 닫아.”“아빠, 정말 저를 이 집에서 쫓아내려고요...?”강지유가 믿을 수 없다는 눈길로 되물었다.강재혁이 도착하기 전에 강의준으로부터 오늘도 일을 벌이면 그때는 정말 집에서 쫓아낸다는 경고를 듣기는 했지만 당연히 그저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강의준은 장난으로 한 말이 아닌 진심이었다.양현주는 강의준이 장난이나 빈말로 그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특히 그녀와 그녀가 낳은 아이들에게는 더더욱 가차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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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화

강재혁이 위험하고 또 잔인한 사람이라는 얘기는 비즈니스 업계 사람이 아니라도 알고 있는 얘기이기에 양현주와 강지유는 그의 말을 도무지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특히 양현주는 얼굴이 완전히 굳어져서는 한참 뒤에야 포크로 과일을 집으며 말했다.“재혁아, 네가 능력 좋은 애라는 건 우리도 다 알아. 그런데 말 한마디로 회사를 움직일 수 있다는 말은 좀 그렇지 않아? 재호 그룹은 너희 아버지가 세운 회사잖아. 그런데 네가 그렇게 말해버리면 젊은 시절 전부를 회사에 갈아 넣은 아버지 마음이 어떻겠어.”“채아 너도 재혁이가 그런 말을 하면 아내로서 하지 말라고 눈치를 주거나 해야지 가만히만 있으면 어떡하니?”양현주는 마치 조금의 사심도 없이 오로지 강의준만을 위해서 하는 말인 것처럼 문채아까지 끌어들였다.하지만 문채아를 끌어들인 것 때문에 원래도 차갑게 굳어있던 강재혁의 눈동자가 지금은 냉기를 마구마구 뿜어내고 있었다.“뭘 또 돌려 말하고 그래요. 회사 지분 중에 당신 자식들 몫이 없을 것 같아 단순히 조급해진 것뿐이면서.”양현주가 흠칫했다.강의준 핑계를 대며 완곡히 말을 했건만 강재혁은 단번에 그녀의 본심을 꿰뚫어버리고 말았다.하지만 그렇다고 순순히 인정할 수는 없었다. 괜한 약점이 잡힐 수는 없었으니까.그래서 이만 얘기를 마무리하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돌리려는데 강재혁이 또다시 말을 건네왔다.“당신이 지금 걱정해야 할 건 당신 남편이 아니라 당신입니다. 당신 조카가 나를 찾아와 왜 양씨 가문을 봐달라는 말을 했는지 압니까? 곧 양씨 가문 전체에 폭풍우가 휘몰아칠 거라는 걸 눈치챘기 때문입니다. 큰일이 터지기 전에 살길을 먼저 터놓으려는 거죠. 그리고 정말 무슨 일이 터졌을 때 양씨 가문 전체가 아닌 오직 당신에게만 화살이 날아갈 수 있도록. 명색이 고모면 조카를 좀 잘 타일러 보지 그랬어요. 쉽게 포기하지 말아 달라고.”양지나는 오늘도 그렇고 일전 글로리 호텔에서도 그렇고, 이미 몇 번이나 강재혁의 편에 서겠다고 말해왔다. 양현주를 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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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패물 일로 인한 두 가문 사이의 갈등은 박진성이 건넨 성의를 봐서 여전히 협력은 하지 않으나 재호 그룹에서 해정 그룹의 프로젝트에 훼방 놓는 일은 더 이상 없게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문채아가 생각보다 쉽게 고개를 끄덕인 건 대단한 측은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해정 그룹의 방해를 하는 일도 생각보다 큰 힘이 들어간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강재혁이 패물을 다시 찾아와주기도 했고 또 박진성으로부터 보상금도 받았기에 더 이상의 문제가 생기는 건 그녀도 사절이었다.평화적인 협의를 달성한 후, 강재혁은 전보다 확실히 덜 바빠졌고 문채아도 되찾은 패물 덕에 잠을 푹 자며 손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손이 완전히 나은 문채아는 곧바로 작업에 돌입했다.그 소식을 전해 들은 주연우는 그녀보다 더 기뻐하며 톡으로 웬 오래된 궁전 같은 저택 사진을 보냈다.[네 복귀 무대를 위해 저택을 통째로 빌렸어. 전시회는 여기서 열리게 될 거야!]문채아는 주연우의 문자에 깜짝 놀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전시회를 화려하고 웅장한 곳에서 열겠다는 말을 몇 번이고 듣기는 했지만 설마 저택 전체를 빌려버릴 줄은 몰랐다. 그것도 중세 시대 귀족들이 살았을 법한 커다란 저택을 말이다.“연우야, 전시회 하나 열겠다고 저택을 통째로 빌리는 건 좀 오버 아니야? 아무리 복귀하고 여는 첫 전시회라고 해도 그렇지, 이건 너무...”“얘는? 이게 어떻게 오버야.”주연우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평범한 전시회관이었으면 사람들을 다 수용하지도 못해. 그래서 특별히 운치도 있고 공간도 넓은 이곳으로 한 거야.”“하지만 돈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쓰게 되는 거 아니야? 저택 빌리는 거로 끝 아니잖아.”문채아가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전시회는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 게다가 저택은 신경 써야 할 곳이 많아 더더욱 그러했다.아무리 주연우가 지난 3년간의 활약으로 유명한 기획자가 되었다고 해도 그녀의 지갑 사정이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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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문채아는 집에 틀어박혀 변태스러운 상상만 하면서 시간을 보낼 바에는 전시회가 열리게 될 저택도 구경할 겸 시원한 바깥 공기를 쐬며 불순한 생각을 날려버리는 게 나을 것 같았다.준비를 마치고 내려온 그녀는 심영자에게서 차고에 방치되어 있는 차량의 키를 받은 후 곧장 목적지로 향했다.가는 길, 문채아는 전방을 주시하며 시간을 내 조각계에서의 자신의 진짜 신분을 강재혁에게 얘기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전시회가 이번 달 안에 열리게 되기도 하고 또 뭐든 솔직하게 얘기하자고 강재혁과 약속을 했으니까.그러니 전시회 당일이나 그 후가 아닌 열리기 전에 미리 얘기해 두는 편이 나았다.두렵거나 하지는 않았다. 강재혁이라면 그녀가 이미 오래전에 조각가로 데뷔했다는 걸 알게 되어도 분명 박도윤처럼 반대하지 않을 테니까.끼익.그때 웬 노란색 차량이 날카로운 타이어 마찰음을 내며 문채아의 앞에 끼어들더니 대뜸 차를 세워버렸다.이에 문채아는 경적을 울리면서 서둘러 브레이크를 밟았다. 처음 운전해 보는 차량이었지만 강재혁 소유의 차량이라 그런지 성능이 매우 좋아 다행히 부딪히기 일보 직전에 멈출 수 있었다.문채아는 많이 놀란 듯 연신 숨을 거칠게 내쉬며 운전대를 꽉 잡았다.차량이 별로 없는 시간대에 굳이 그녀가 있는 차선으로 들어와 급브레이크까지 밟았다는 건 애초에 그녀를 노리고 접근했을 가능성이 컸다.아니나 다를까, 앞쪽 차량의 문이 열리며 매우 익숙한 얼굴들이 시야에 들어왔다.박도윤과 강지유였다.강지유는 박도윤의 손을 힘껏 뿌리친 채 문채아 차량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와서는 차창이 부서지도록 세게 두드리며 외쳤다.“문채아, 좋은 말로 할 때 빨리 내려! 내가 너희 집 근처에서 얼마나 오래 잠복해 있었는지 알아? 그러니까 당장... 악!”강지유가 말을 하다 말고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감쌌다.문채아가 갑자기 문을 열어대는 바람에 얼굴 전체가 차 문에 부딪혀버렸기 때문이다.하지만 문채아는 걱정 한번 안 해준 채 두 사람을 보며 물었다.“낮술 했니?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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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화

문채아는 그날 재호 그룹 앞에서 박도윤과 얘기를 나눴던 그 잠깐 사이에 사진이 찍혔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심지어 매우 애매한 각도로 말이다.분명 그날 문채아는 시종일관 차갑고 냉랭한 태도로 있었는데 사진 속 그녀는 꼭 좋으면서도 싫은 척하는 튕기는 듯한 모습으로 찍혀 있었다.게다가 박도윤의 눈빛이 필요 이상으로 짙고 진지해 더 사랑싸움 중인 커플처럼 보였다.문채아는 사진을 보며 어이가 없기도 하고 또 웃기기도 했다.며칠 전에는 강재혁과 양지나가 함께 있는 모습이 찍힌 사진을 봤다가 오늘은 그녀가 사진의 주인공이 되어 있었으니까. 그것도 박도윤과 함께 말이다.문채아는 다 봤다는 듯 다시 사진을 강지유 쪽으로 던졌다.“확실히 말하는데 나는 재혁 씨 몰래 박도윤과 만난 적 없어. 이건 박도윤이 재호 그룹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나를 막으면서 찍힌 사진이야. 내 말이 믿기 어려우면 재호 그룹 경비실로 가 경비원한테 물어보던가.”강지유는 그 말에 코웃음을 쳤다.“야, 네가 강재혁 와이프인 거 회사 사람들이 다 아는데 그 사람들이 진실을 어떻게 말해? 그리고 나중에 꼬리 밟히는 게 두려워서 네가 미리 사전작업을 다 마쳤을지도 모르는 일이잖아. 그러니까 되지도 않는 핑계 대지 말고 똑바로 말해.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둘이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만약 또 거짓말하면 그때는 강재혁이고 뭐고 널 가만 안 놔둘 줄 알아!”강지유는 삿대질까지 하며 점점 더 소리를 높여갔다.그녀는 문채아의 말을 믿지 않았다. 애초에 믿고 싶은 생각도 없고 말이다. 문채아와 달리 그녀는 언제부턴가 너무나도 엉망인 일상을 보내고 있었으니까.강지유는 문채아에게서 박도윤을 빼앗아 오면 세상을 다 가진 사람처럼 하루하루가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런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박도윤의 유일한 여자가 되고 난 후, 박도윤은 사람들 앞에서는 늘 그래왔듯 그녀를 아껴주고 잘 대해줬지만 단둘이 있으면 말도 잘 건네지 않는 건 물론이고 아예 가끔은 그녀를 멀리하기까지 했다.그런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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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화

강지유도 당시 일을 핑계로 박도윤에게 접근하며 서서히 문채아에게서 그를 빼앗아 왔으니까.그러니 새로운 여자가 그녀에게는 위협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강지유는 비참하게 버려진 문채아처럼 새 여자에게 박도윤을 빼앗기고 싶지도 않았고 또 박도윤이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주는 모습을 보고 싶지도 않았다.그런 상황에서 친구가 또 마침 문채아와 박도윤이 함께 있는 사진을 보내왔고 이에 강지유는 인내심이 완전히 바닥나 버렸다.물론 이성까지 잃어버린 건 아니었기에 일단은 둘이 무슨 얘기를 했는지 CCTV 영상으로 확인하기 위해 재호 그룹으로 찾아갔다.그런데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직원들이 한곳에 모여 거의 신도처럼 문채아의 칭찬을 늘어놓는 것이 보였다.그들은 문채아가 얼굴도 예쁜 데다가 성격도 좋고 거기에 똑똑하기까지 하다며 추켜세우는 건 물론이고 강지유 같은 멍청한 여자와 함께하게 된 박도윤은 지금쯤 땅을 치고 후회 중일 게 분명하다며 강지유를 깎아내렸다.심지어 강지유가 아내로서 영 별로라 박도윤이 여태 약혼식을 올리지 않는다는 말까지 했다.그 말을 들은 강지유는 줄곧 참아왔던 감정들이 완전히 폭발해 버렸다. 그래서 일 때문에 바쁘다는 박도윤의 말도 무시한 채 그와 함께 문채아를 찾으러 갔다.더 이상 기다리고 싶지 않았으니까, 더 이상 앞뒤가 다른 박도윤의 태도를 참고 싶지 않았으니까.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박도윤의 입으로 확실하게 듣고 싶었다. 문채아와 그녀 중에 누구를 더 사랑하는지.문채아는 평소와는 다른 눈빛을 하고 있는 강지유를 보며 그녀가 단순히 사진 때문에 자신을 찾아온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안색이 안 좋은 박도윤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곁에 있는 여자를 미쳐 돌아버리게 만드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야. 안 그래?”박도윤은 그녀의 말에 순간 마음속에 있는 말을 다 꺼내버리고 싶었지만 강지유가 바로 곁에 있어 꾹 참았다. 다 얘기하면 그때는 더 최악의 상황이 되어버릴 테니까.그래서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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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재호 그룹, 대표이사실.툭.펜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안강훈이 보고를 멈췄다. 그는 허리를 숙여 펜을 주운 후 강재혁에게 건네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면 혹시 펜 그립감이 조금 이상한가요?”강재혁은 멈칫한 채로 있다가 한참 뒤에야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그런 거 아니야.”잘생긴 얼굴에 햇살이 그대로 내려앉아 있는데도 어쩐지 오늘따라 안색이 조금 어두워 보였다.조금 전, 강재혁은 결재 서류에 사인하다가 갑자기 심장이 움찔하는 느낌에 저도 모르게 손힘을 풀어버렸다.기분이 이상한 것이 꼭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길 것만 같았다.강재혁은 펜을 건네받은 후 안강훈을 바라보며 물었다.“요즘 채아에 관한 소문 같은 건 뭐 도는 거 없지?”“네, 없습니다. 패물을 되찾은 뒤로 사모님 주변은 조용합니다.”안강훈은 말을 마치자마자 갑자기 뭔가가 떠오른 듯 눈을 반짝였다.“사모님에 관한 소식은 아닙니다만, 박진성 회장이 며칠 전에 갑자기 조각가 M의 복귀 전시회에 2억을 투자했습니다.”M은 예술 관련해서는 문외한인 안강훈도 잘 아는 조각계의 대가였다. 3년 전에 [빛]이라는 작품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신예 조각가였던 M은 주연우가 기획한 첫 전시회에서 일약 스타가 되어 국내외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으며 떠오르는 조각계의 샛별로 불렸다.하지만 그 작품 이후 M은 3년이나 잠적해 버렸고 이에 사람들은 한때 그가 은퇴했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어떤 커뮤니티에서는 그가 죽었다는 소문도 돌았다.예술가와 죽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런 관계라 당시에는 믿는 사람이 꽤 많았다.그런데 한 달 전쯤 돌연 주연우가 M이 곧 돌아온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 일로 국내외 예술계는 뜨겁게 달아올랐고 사람들은 너도나도 전시회에 참여하고 싶다며 열렬한 반응을 보내왔다.그런데 박진성도 조각에 관심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 그것도 2억이나 투자하면서까지 말이다.“대표님, 아무래도 M의 인기에 힘입어 이번 기회에 해정 그룹의 광고를 대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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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화

“네?”안강훈이 조금 벙찐 얼굴로 되물었다.“주연우한테 연락 넣어. 원하는 액수대로 투자해 줄 테니까 예산 걱정 없이 팍팍 쓰라고.”강재혁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서류를 훑었다.“...”안강훈은 생각지도 못한 말에 몇 초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강재혁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꼭 그가 아는 강재혁이 아닌 것 같았다.‘M이 유명한 조각가인 건 맞지만 대표님까지 투자하겠다 들 줄은 몰랐는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래...’일단 알겠다고 안강훈이 대답하려던 그때, 갑자기 사무실 문이 열리며 이무현이 안으로 들어왔다. 시선이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이 대화를 다 듣고 있었던 게 분명해 보였다.“형, 주연우 전시회에 투자할 생각이면 나도 조금 보탤게. 10억 안팎이면 되려나? 크흠, 오해는 하지 마. 형도 투자하는데 동생인 내가 가만히 있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서 투자하려는 거니까. 절대 주연우 때문이 아니야. 아, 주연우도 이걸 알아야 하는데.”“걱정하지 마. 오해 안 해. 주연우도 오해 안 할 거고. 네 곁에 연다정이 있는데 오해할 수가 없지. 주연우는 네가 전 재산을 다 투자해 넣는다고 해도 오해 안 할걸?”강재혁은 이무현을 보지도 않은 채 말을 내뱉었다.연다정이 있는 한 주연우가 이무현의 행동을 오해할 일은 없었다.이무현은 강재혁의 말에 얼굴을 확 굳히며 해명하듯 말했다.“내가 그때 분명히 말했잖아. 다정이를 곁에 두고 있는 건 다 병 때문이라고. 그리고 한 달 정도 치료했더니 눈에 띄게 좋아졌어. 의사도 슬슬 퇴원해서 정상적인 일상을 보내보는 것도 괜찮을 거라고 했고. 조만간 다정이랑은 완전히 연락을 끊을 거야.”“그래?”강재혁은 그렇게 말하며 시선을 살짝 들어 이무현을 바라보았다.이무현은 강재혁의 눈빛이 어쩐지 그렇게 순진해서 뭐에 쓰겠냐고 하는 것 같아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서 뭐라 반박하려는데 강재혁의 휴대폰이 울렸다.강재혁은 입꼬리를 올린 채 전화를 받았다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말에 바로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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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화

문채아는 자신의 몸을 끌어안은 남자가 강재혁인 걸 확인하고는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아니요. 충분히 빨리 와줬어요.”진심이었다.강재혁에게 전화를 건 지 30분도 채 지나지 않았으니까. 문채아는 강재혁이 얼마나 많은 빨간불과 속도 제한을 무시한 채로 달려왔을지 감도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강재혁은 고개를 살짝 들어 문채아를 아래위로 한참을 꼼꼼하게 훑다가 어느 순간 퍼렇게 멍든 그녀의 손목 위에 시선을 고정했다.“강지유가 널 도로로 끌고 갔을 때 남긴 거야?”강재혁은 문채아와의 통화로 사고 났을 당시의 상황을 대충 전해 들었다. 그리고 미친 듯이 후회했다.사실 그는 납치 사건의 배후를 끌어내기 전까지 강지유를 포함한 양씨 가문 사람들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어차피 그가 버티고 있는 한 그들이 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금방 제압될 테니까.그런데 미친 망아지 같은 강지유가 문채아의 손을 끌고 도로로 향했다. 전화를 끊은 강재혁은 문채아가 괜찮다고 했던 말을 까맣게 잊어버린 채 강지유가 하마터면 문채아를 죽일 뻔했던 사실만 되뇌었다.할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 수술실로 쳐들어가 강지유의 숨통을 끊어버리고 싶었다.애초에 문채아의 안전에 위협이 될만한 것들을 남겨두는 것이 아니었다.문채아는 눈빛이 살벌하게 번뜩이는 강재혁을 바라보며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조금 복잡한 얼굴로 말했다.“이건 강지유가 잡은 게 아니라... 박도윤이 잡은 거예요.”문채아의 마음이 줄곧 복잡했던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강재혁은 그녀의 말에 잠깐 멈칫하더니 더 무서운 표정을 지었다.“박도윤이 강지유를 도와 널 해하려고 했어?”“아니요. 그게 아니라... 박도윤이 나를 구해줬어요.”사실 문채아는 말하면서도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1시간 전, 강지유와 문채아가 빠르게 다가오는 승용차에 부딪힐 뻔했을 때, 박도윤은 있는 힘껏 문채아의 손을 잡아 뒤로 당기고는 강지유 혼자 차에 치이게 했다.그는 현 여자 친구인 강지유를 구하는 것이 아닌 전 여자 친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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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화

또한 강지유는 도중에 손이 뿌리쳐지지만 않았어도 진작 문채아를 방패막이로 썼을 것이고 그러면 응급 수술을 받은 사람도 자궁에 충격받은 사람도 그녀가 아닌 문채아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사고 당시, 강지유는 박도윤이 문채아의 손을 힘껏 당기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저 승용차의 헤드라이트에 몸이 굳어져 버려 문채아가 있는 힘껏 그녀의 손을 뿌리치는 느낌밖에 받지 못했다.차에 치여 쓰러진 후, 박도윤이 문채아의 바로 곁에 서 있는 것을 얼핏 보기는 했지만 그것도 잠시, 박도윤은 곧바로 그녀의 이름을 크게 외치며 다가와 그녀를 병원까지 데려갔기에 문채아에게 이상한 짓을 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박도윤이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여자는 오직 그녀뿐이었으니까.즉, 이번에도 박도윤의 선택을 받은 건 그녀고 문채아는 또 패배한 것이었다.그러니 지금쯤 문채아는 화가 나고 또 속상해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강지유는 십 년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가는 것을 느끼며 수술실에서 나왔을 때 박도윤을 보고는 지금 당장 문채아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그 말에 박도윤은 아주 잠깐 멈칫했지만 금방 간호사와 함께 이동 침대를 끌며 복도 끝 쪽으로 향했다.그런데 그곳에는 문채아뿐만이 아니라 강재혁도 있었다....강재혁은 문채아의 검사결과지를 하나부터 열까지 자세하게 훑었다. 하지만 그러고 나서 한다는 말이 이 병원의 결과는 믿을 수 없다며 재호 그룹 산하의 병원으로 가 더 전문적인 의료팀의 검사를 받는 게 좋겠다고 했다.문채아는 강재혁이 차 사고에 이렇게도 큰 반응을 보일 줄은 몰라 조금 얼떨떨했지만 자신을 걱정해서라는 것을 잘 알기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전원에 동의했다.그런데 그때, 흰색 이동 침대가 두 사람 앞에 나타났다.문채아는 이제 막 수술실에서 나온 강지유와 얼굴과 한껏 어두워진 박도윤의 얼굴을 번갈아 보고는 입을 열었다.그런데 괜찮냐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강지유가 갑자기 입꼬리를 한껏 올리며 시비를 걸어왔다.“왜, 멀쩡하게 살아있는 걸 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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