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드디어 내 손에 들어온 너: Chapter 231 - Chapter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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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1화

“내가 내 아들을 훈계하길 아주 간절히 바라고 있나 보지?”양인모의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던 강의준이 한참 뒤에야 시선을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대체 언제부터 네가 재혁이 행동에 뭐라 할 수 있는 위치가 됐지?”서늘하기 그지없는 목소리였다.강의준은 양인모가 강재혁의 이름을 들먹이며 안 좋은 얘기를 해대는 걸 가만히 내버려둘 사람이 아니었다.양인모는 강의준의 편을 들어주려고 말을 꺼냈다가 본전도 찾지 못했다. 게다가 박도윤이 바로 옆에서 다 지켜보고 있어 얼굴도 확 빨개졌다.“회장님, 저는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라... 현, 현주랑 지유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져서 그런 것뿐입니다...”“그럼 일이 이 지경이 되기 전에 동생과 조카 좀 제대로 교육해 두지 그랬나. 진작에 오빠로서 또 삼촌으로서 한마디 제대로 해줬으면 양현주와 강지유가 문채아를 건드리는 멍청한 짓을 하지 않았겠지.”양인모는 갑자기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돌아오자 순간 억울했지만 그래도 꾹 참고 다시 입을 열었다.“제가 그간 사업에만 몰두하고 있어서 현주와 지유 일에 소홀했습니다. 그 둘한테 제대로 한소리 하지 못한 제 탓이 큽니다. 하지만 상황이 이미 이렇게 되어버렸잖습니까... 그러니 회장님께서 좀 도와주세요.”지금은 두 사람을 유치장에서 빼내는 것이 더 중요했다.양인모도 경찰 쪽에 연락을 안 해본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강재혁이 이미 얘기를 해둔 탓에 그의 말은 조금도 먹히지 않았다.즉, 양현주와 강지유를 그곳에서 빼내 줄 수 있는 사람은 강의준밖에 없다는 소리였다. 강재혁의 행동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니까.하지만 강의준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이번 일에서 나는 빠질 생각이야. 양현주도 강지유도 제대로 당해봐야 다시는 문채아에게 허튼짓하지 못할 테니까. 그 두 사람은 재혁의 아내를 우습게 본 대가를 치르는 것뿐이야. 그리고 이건 아직 시작일 뿐이고.”강의준은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더니 양인모의 멱살을 잡으며 무서운 눈으로 물었다.“양인모, 재혁이가 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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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박도윤은 뒤따라가는 것이 아닌 제자리에 서서 양인모의 뒷모습을 그저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그러다 한참 뒤에야 금테 안경을 위로 밀어 올리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강재혁의 납치 사건이라...”...문채아는 그 시각, 주연우와 함께 있었다.이번에는 문채아가 주연우를 만나러 간 것이 아닌, 양현주와 강지유가 잡혀갔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주연우가 직접 차를 몰고 문채아를 만나러 온 것이었다.그리고 지금은 문채아와 함께 심영자가 준비해 준 간식을 먹고 있었다.맛있는 것이 입에 들어가서인지 주연우는 더 신이 나서 말했다.“이보다 통쾌한 일이 또 없지. 채아 너, 양현주가 잡혀갈 때 찍힌 사진 봤어? 평소에 우아하고 고상한 척은 다 하더니 경찰에게 끌려갈 때는 아주 사색이 됐잖아. 강지유는 다리를 덜덜 떨고 있었고. 어디 그뿐이야? 경찰차에 타기 싫다며 애처럼 눈물 콧물 다 짜내고 있었다니까? 그리고 병원에서 잡혀간 거라 강지유의 과거 일도 싹 다 파헤쳐졌어.”“언제는 예술을 하는 애들은 사생활이 더럽다느니 뭐니 하더니 자기는 대학교에 진학하기도 전에 낙태만 두 번 했잖아. 대학생이 된 뒤에도 한 번 더 했고. 켕기는 게 있으면 말이나 말던가. 쯧쯧! 다 자업자득이지 뭐.”강지유 소식은 상류층 사람들에게도 다 전해졌고 그들은 강지유를 신명 나게 깎아내렸다. 또한 정략결혼 때문에 그런 여자와 연인이 된 박도윤도 멍청한 남자라며 비꼬았다.강지유가 문채아와 강재혁을 상대하며 내뱉었던 말들이 지금은 그대로 박도윤과 그녀에게 돌아왔다.문채아는 박도윤 얘기에 멈칫하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왜? 뭐 생각난 거라도 있어?”주연우가 마카롱을 입에 넣으며 물었다.“박도윤 말이야. 강지유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모르고 있는 거 아니잖아. 솔직히 나는 박도윤이라면 지금쯤 인맥을 총동원해 강지유를 빼낸다던가 강지유에 관한 소문을 어떻게든 막으려고 할 줄 알았어. 박도윤은 강지유를 사랑하니까. 그런데 아무것도 안 하고 있잖아.”박도윤은 그저 강지유를 걱정해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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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주연우의 목소리에는 짙은 걱정이 배어있었다.문채아는 그녀의 말을 듣고 눈을 깜빡이다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런데 뭐라 말하려던 그때, 휴대폰 알림음이 울렸다.박도윤이 보낸 메시지였다.[채아야, 강재혁의 곁은 위험해. 계속 그 옆에 있다가는 해를 입게 될 거야. 그러니까 내가 널 되찾을 수 있게 해줘. 반드시 찾으러 갈게.]박도윤은 뭐 하나 명확한 말 없이 모호한 말만 했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더 사람의 마음을 흔들게 했다.주연우는 바로 옆에 앉아 있었던 터라 자연스럽게 메시지 내용을 보게 되었다. 안 그래도 문채아가 박도윤 얘기를 한 것 때문에 잔뜩 긴장한 상태였는데 메시지를 보고 나니 이제는 완전히 마음이 조급해져 버렸다.“채아야, 너 설마 박도윤이 한 말 믿는 거 아니지? 박도윤은 그냥 널 흔들고 싶은 것뿐이야. 네가 강재혁 씨를 떠나 다시 돌아오도록. 그런 꼬임에 넘어가면 안 돼. 어떻게 벗어난 곳인데!”주연우는 박도윤이 왜 강재혁의 곁이 위험하다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일단 강재혁을 도와 문채아의 마음을 확실히 잡아야 할 것만 같았다.“채아야, 나는 너랑 강재혁 씨가 어떤 마음으로 서로를 대했는지 바로 옆에서 지켜봤어. 함께한 시간이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채아 너는 박도윤이랑 함께했던 13년보다 강재혁 씨의 곁에 있었을 때 더 너답고 행복해 보였어. 강재혁 씨는 너를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해 줬으니까.”“그리고 네가 나한테 그랬잖아. 강재혁 씨는 아주 예전부터 너를 좋아해 왔다고. 이제야 드디어 너랑 서로 마음이 통하는 사이가 됐는데 네가 강재혁 씨를 버려버리면 강재혁 씨가 너무 불쌍하잖아.”남자를 불쌍하게 여기는 건 그다지 좋은 행동이 아니었지만 주연우는 문채아가 강재혁을 버리고 박도윤의 곁으로 가는 건 참을 수 없었다.문채아는 박도윤이 보낸 메시지를 삭제한 후 헛웃음을 쳤다.“연우야, 네 눈은 내가 의리 없고 배은망덕한 사람으로 보여? 나는 한 번도 재혁 씨 곁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 없어. 박도윤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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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맞아, 맞아.”주연우가 배시시 웃었다.“어딜 감히 신성한 회사에서 와이프 있는 유부남을 꼬시겠다고 노출을 해? 양지나는 비난받아도 싸! 그러고 보니 그날 네가 회사 안으로 들어가려 했을 때 박도윤이 갑자기 타이밍 좋게 나타났다고 했었지? 그거 말이야. 박도윤이랑 양지나 둘이서 서로 짠 거 아닐까?”문채아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저 표정을 굳힐 뿐이었다.주연우의 의심이 정확했으니까. 글로리 호텔에서의 일도 그렇고 재호 그룹에서의 일도 그렇고, 박도윤과 양지나가 협력한 게 분명했다.그리고 두 사람은 앞으로도 서로의 이익을 위해 손잡을 수 있었다.“채아야, 너무 걱정하지 마. 설령 박도윤이 양지나와 손을 잡았다고 해도 너한테는 강재혁 씨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잖아. 이번에도 봐봐. 강지유가 널 끝까지 물고 놓지 않으려고 했을 때 강재혁 씨가 블랙박스 영상도 제출하고 매수당한 운전자도 잘 교육해서 진실을 말하도록 했잖아.”문채아가 고개를 저었다.“블랙박스는 재혁 씨가 준비해 둔 게 맞지만 운전자는 재혁 씨가 손을 쓴 게 아니야.”당시 운전자는 양현주와 강지유에게 매수된 상태였고 강재혁은 애초부터 운전자에게 손을 쓸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CCTV가 다 있는데 굳이 그쪽에 시간을 낭비할 이유가 없으니까.그런데 운전자가 갑자기 진실을 얘기하며 양현주가 시켰다는 것도 술술 불었다.주연우는 문채아의 말에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강재혁 씨가 뭐라고 한 게 아니었단 말이야? 그럼 그 사람은 왜 갑자기 개과천선한 건데?”“그건 나도 잘 몰라.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문채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박도윤은 한 번도 아니고 벌써 두 번이나 나랑 재혁 씨 사이를 이간질했어. 더 이상은 그런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아. 박도윤한테 헛된 기대를 품지 말라고 단단히 일러둬야겠어.”박도윤이 지치지도 않고 계속해서 이간질해 대는 건 다 문채아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됐다는 걸 믿지 못해서다.그래서 문채아는 이번 기회에 박도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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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저, 저게 다 뭐야? 내 눈이 잘못된 건가?”나이가 제일 많은 어르신이 창밖을 바라보며 외쳤다.그리고 그 외침에 다른 주주들도 깜짝 놀란 얼굴로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들고 있던 텀블러를 바닥에 떨어트리기까지 했다.강재혁은 하나같이 얼빠진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주주들이 이렇게까지 동요하는 건 처음이었다.그래서 그 역시 뭔 일인지 확인하려고 창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곧바로 주주들처럼 멍해져서는 뭐라 말을 잇지 못했다.통창 유리 너머로 보이는 빌딩에는 건물 전체를 둘러싼 전광판이 있다. 그 전광판에는 평소 회사 광고나 아이돌 광고 등이 띄워져 있고 제원시의 중요한 랜드마크중 하나라 외국인 관광객들도 사진 찍으러 많이 모이는 곳이었다.그런데 그 전광판에 오늘은 [재혁 씨, 사랑해요! -문채아-]라는 문구가 띄워져 있었다.강재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전광판을 빤히 바라보았다. 10초 정도 지나자 화면이 바뀌며 이번에는 다른 문구가 띄워졌다.[재혁 씨, 나 요즘 탈모 온 것 같아요. 재혁 씨만 보면 헤어 나올 수 없거든요.][재혁 씨, 그거 알아요? 잘생기고 멋진 사람을 보면 잠시 기억을 잃는대요... 재혁 씨, 그거 알아요? 잘생기고 멋진 사람을 보면 잠시 기억을 잃는대요.][그런데 재혁 씨가 인간계에 있으면 천국은 누가 지켜요?]10초마다 바뀌는 주접 멘트에 회의실은 찬물이라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졌다.보수적이고 연세가 있으신 어르신들은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런데 주접 멘트가 아직 다 끝나지 않은 그때, 회의실 문이 열리며 이번에는 장미 꽃다발을 든 안강훈이 안으로 걸어들어왔다.“대표님, 사모님께서 보낸 아흔아홉 송이의 장미입니다. 내 남자는 기가 죽으면 안 된다고, 또 남들이 가진 건 대표님도 다 가져야 한다고 하셨습니다.”새집에 입주한 첫날 밤, 강재혁은 혼자 그 많은 걸 다 꾸며 문채아에게 서프라이즈를 해줬다. 당시 그는 문채아가 행여라도 그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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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그럼. 자고로 사랑이라는 건 둘만 하는 거지. 저거 좀 봐. 사람들이 소리 지르면서 멋대로 촬영까지 해대고 있잖아. 쯧쯧.”“강 대표, 듣기로 새댁이 강 대표와 결혼한 뒤로 전처럼 착하게만 구는 걸 그만두고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있다며? 그런데 이거는 좀 아니지 않나? 아무리 아직 어려도 그렇지. 강 대표가 제대로 얘기해 둬. 이런 건 강 대표의 체면을 깎을 뿐이라고.”어르신들은 이때다 싶어 문채아를 문제아처럼 여겨대며 말을 막 했다.그러자 강재혁이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천천히 그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내 아내가 날 사랑한다고 하는 게 왜 내 체면을 깎는 일이죠? 나는 내 아내의 고백이 사랑스럽고 기쁠 뿐입니다. 내 전부를 줘도 아깝지 않을 사람이니까.”주주들은 강재혁이 전광판을 이용한 화려한 고백도, 회의실에 갑자기 꽃다발을 보낸 행위도, 다 싫어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강재혁의 마음은 그것과 정반대였다. 오히려 기뻐서 마음이 주체가 되지 않았다.문채아가 오직 그를 위해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마음을 고백했으니까.13년을 문채아와 이어지기만을 바랐던 그인데 그녀의 마음이 반갑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녀의 고백이 사랑스럽지 않을 리가 없었다.강재혁은 마음이 점점 더 벅차올라 결국 회의실을 박차고 나와 곧장 집으로 향했다.빠르게 도착해 현관문을 열어보니 오색찬란한 풍선들이 이리저리 떠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문채아는 불다가 놓친 풍선의 뒤를 급히 쫓고 있었다.문채아는 현관문 소리에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강재혁이 돌아온 것을 보고는 그대로 얼음이 되어 발걸음을 멈췄다.“재, 재혁 씨? 왜 이렇게 일찍 퇴근했어요? 퇴근하려면 아직 멀었잖아요...”문채아는 강재혁의 퇴근 전까지 최대한 많은 풍선을 불어 집을 꾸민 후 그에게 서프라이즈 해줄 생각이었다.그런데 풍선을 다 불기도 전에 강재혁이 갑자기 집으로 돌아왔다.강재혁은 아무 말 없이 한 걸음 한 걸음 문채아 쪽으로 다가갔다.“응, 퇴근하려면 멀었는데 업무를 다 마쳐서 일찍 왔어.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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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강재혁은 입술이 맞닿자마자 문채아의 이를 열어 마치 그녀의 입안을 침공하듯 거칠게 혀를 섞어왔다.문채아는 그의 집요한 키스에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다행히 의식을 잃고 쓰러지기 직전에 입술이 떼어졌고 강재혁은 문채아와 손가락 하나를 사이에 둔 만큼의 거리를 벌렸다. 그러고는 짙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채아야, 네가 오늘 한 것들은 전부 남자가 해야 하는 것들이야.”문채아의 공개 고백에 강재혁은 심장이 이대로 멎어도 좋을 만큼 기쁘고 좋았다. 하지만 여자 쪽에서 이런 고백을 하게 되면 금방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게 되고 뭘 얻어내기 위해 여우짓 한다는 안 좋은 얘기를 들을 수도 있었다.강재혁은 문채아가 자신을 사랑해 주길 바라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고백으로 상처받는 건 원치 않았다.문채아는 흐트러진 호흡은 가다듬은 후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이 세상에 원래 남자가 해야 하는 일은 없어요. 반대로 반드시 여자가 해야 하는 일도 없고요. 그리고 재혁 씨는 나 때문에 이미 여러 번 사람들 입방아에 올랐잖아요. 재혁 씨도 다 감당했는데 나는 왜 못해요? 나도 할 수 있어요. 나는 재혁 씨가 안 좋은 걸 전부 혼자 짊어지려고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문채아는 강재혁의 품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우리는 부부라면서요. 부부는 원래 일심동체여야 해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함께 짊어지고 감당해야 한다고요. 나도 재혁 씨 좋아하는데 나도 같이 부담하게 해줘요.”강재혁은 뭐라 답을 해주지 못했다.줄곧 혼자 걸어왔던 터라 문채아와 결혼한 뒤에도 그는 늘 혼자서만 감당하려고 했었다. 딱히 외롭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늘 해왔던 일이고 문채아를 위해서라면 어둠을 혼자 걷게 된다고 해도 좋았으니까.그런데 문채아가 어둠을 뚫고 와 이제는 함께 가자고 했다. 누구 한 명이 뒤에서 받쳐주는 것이 아닌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자고 했다.또 그와 함께라면 뭐든 감당할 수 있다고도 했다.그게 과연 좋은 일인지, 강재혁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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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다른 때였으면 문채아도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강재혁의 초대에 응했을 것이다. 두 사람은 지금 서로 마음이 통한 상태이기도 하고 또 문채아는 더 이상 박도윤에게 조금의 마음도 없었으니까.하지만 오늘은...문채아는 조금 떨리는 손으로 강재혁의 어깨를 가볍게 밀어내며 작게 속삭였다.“재혁 씨, 나 지금 생리 중이에요...”하필이면 생리하고 있어 오늘은 할 수 없었다.강재혁은 그녀의 말에 움직임을 우뚝 멈췄다. 1초 전까지만 해도 이글거렸던 눈동자가 지금은 완전히 정상 상태로 돌아왔다.“미안. 아팠어?”강재혁은 문채아와 딱 붙어 있던 몸을 떼어낸 후 이불을 끌어 올려 그녀의 새하얀 살결을 덮어주었다.“방으로 가서 옷 갈아입고 따뜻한 대추차 끓여줄게.”“아니에요. 그럴 필요 없어요.”문채아는 강재혁이 괴로울 게 분명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먼저 생각해 줄 줄은 몰랐다.그래서 저도 모르게 아주 대담한 생각을 떠올렸다.“재혁 씨, 내가 도와줄까요?”문채아는 빨갛다 못해 터질 것 같은 얼굴을 이불속에 감춘 채 방에서 나가려는 강재혁을 붙잡았다.“사, 사실 나도 재혁 씨 못지않게 공부 많이 했거든요...”강재혁은 수능을 앞둔 수험생처럼 거의 매일 어떻게 하면 문채아를 더 즐겁게 할 수 있을지 공부했다.그 노력을 문채아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 역시 몰래 남자를 즐겁게 하는 방법 같은 걸 검색해 보았다.강재혁은 생각지도 못한 말에 시간이 멈춰버린 것처럼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문채아는 자신의 발언이 지나치게 노골적이라 그가 당황한 줄 알고 말을 번복하려다가 재점화된 강재혁의 눈과 마주치고는 하려 했던 말을 목구멍 속으로 빠르게 삼켜버렸다.“어떤 걸 공부했는데? 다 보여줘 봐, 채아야.”강재혁은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곧장 문채아가 있는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방 안이 야릇한 공기로 꽉 차고 문채아의 신음이 완전히 멎고서야 강재혁은 이불을 다시 아래로 끌어내렸다. 그러고는 문채아를 안고 욕실로 가 씻긴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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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강재혁은 이미 출근하고 없었다.휴대폰을 집어 들어 확인해 보니 배터리이 잔량이 적어도 80%는 남아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전원이 완전히 꺼진 상태였다.충전하고 다시 전원을 켜보자 박도윤에게서 걸려 온 부재중이 미친 듯이 뜨기 시작했다.배터리가 빨리 닳은 이유가 다 이것 때문이었다.어제저녁, 강재혁은 아마 일부러 전화를 받지 않고 무음으로 해둬 박도윤의 애간장을 태웠을 것이다.문채아는 강재혁의 행동이 너무하다는 생각 같은 건 조금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매우 잘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그도 그럴 것이, 박도윤은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이나 두 사람 사이를 이간질하려 들었으니까. 솔직히 그 복수로 전화를 받지 않은 것 정도는 약과였다.문채아는 차가운 눈으로 부재중을 확인한 후 알림을 전부 지워버렸다. 그러고는 다시 휴대폰을 내려놓으려는데 벨 소리가 울렸다.또 박도윤인가 싶어 발신자를 보니 주연우였다.“응, 연우야. 혹시 어제 재혁 씨한테 고백한 뒤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서 전화했어?”문채아가 웃으며 먼저 말을 꺼냈다.그런데 전화기 너머로 주연우의 웃음소리가 아닌 울먹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채아야, 연다정이 현장 스태프로 그간 쭉 나랑 같은 공간에 있었어. 그걸 오늘에야 발견하고 나가라고 했는데 이미 들어왔으니 나가는 건 곤란하대. 이무현이 절대 쫓겨날 일 없게 하겠다고 약속했다고...”문채아는 그 말에 바로 표정을 일그러트렸다.그러고는 아직 나른한 몸을 억지로 일으켜 차를 타고는 주연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문채아는 이미 며칠 전부터 연다정이 전시회장에 있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일로 강재혁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고 강재혁은 곧바로 이무현에게 전화를 걸어 연다정을 잘 처리하라고 했다.강재혁이 직접 나섰기에 문채아도 별다른 걱정 없이 그저 주연우가 알기 전에 이무현이 빠르게 연다정을 처리하기를 바랐다.그런데 분명 처리하라고 했는데 이무현에게는 그 처리가 다른 뜻으로 들렸나 보다.주연우의 영역에서 연다정의 뒷배 노릇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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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재호 그룹이 우리 전시회에 투자한 금액 중에는 이무현의 10억 원 지분도 있다고 연다정이 나한테 그랬어. 그리고 이무현이 그 돈을 투자한 목적은 다름 아닌 자기를 이곳에 넣으려는 것 때문이라고도 했고.”“이해는 가. 조각가 M의 화려한 복귀를 위한 전시회라 국내외 할 것 없이 다들 이 전시회에 큰 관심을 두고 있으니까. 스태프로 참여했다고 이력서에 적어두면 다른 어떤 경력보다 빛이 날 거야. 그래서 이무현도 돈까지 투자해 연다정을 넣은 거겠지. 연다정이 내가 기획한 전시회를 발돋움으로 더 멀리 나가길 바랐을 테니까.”연다정은 이씨 가문 어른들에 의해 외국으로 쫓겨난 후 근 3년간 아주 엉망으로 지냈다. 그러니 당연히 변변찮은 학력도 없고 그럴싸한 경력도 없다.연다정 역시 대학교 때 전공이 예술 쪽이라 만약 전공을 살리려고 한다면 주연우와 M의 이름값이 걸려있는 이 전시회에 어떻게든 참여하는 것이 제일 빠른 방법이었다.“그런데 내가 왜 연다정의 발돋움 수단이 되어줘야 하는데?”주연우는 눈물을 꾹 참은 채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채아 너는 알 거야. 내가 진정한 기획자로 거듭나기 위해 이름 있는 사람들 뒤를 따라다니며 거의 2년을 하루도 빠짐없이 심부름 같은 잡일만 했다는 거. 가문의 힘을 빌릴 수 있었지만 나는 끝까지 빌리지 않았어. 내 노력으로 이 업계에서 인정받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이무현은 주제도 모르고 원하지도 않은 투자를 해서 그 명분으로 자기 첫사랑을 우리 팀에 끼워 넣었어. 자기가 뭔데. 자기가 뭔데 감히 나를 연다정의 발돋움 수단으로 이용하려 들어!”이무현은 아무런 경력도 없는 연다정을, 심지어 예술 대학교 졸업생도 아닌 그녀를 요즘 제일 핫한 전시회에 밀어 넣었고 연다정이 업계에 완전히 발을 붙일 때까지 주연우의 이름을 마음껏 우려먹을 수 있게 했다.문채아는 이미 이곳으로 올 때부터 화가 난 상태였지만 주연우의 말을 듣고는 더 큰 화가 치밀어 올랐다.“연우야, 이 전시회는 네 거야. 이력서에 자랑스럽게 스태프로 일했던 경력을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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