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드디어 내 손에 들어온 너: Chapter 431 - Chapter 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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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1화

문채아는 절벽을 보자마자 두려움으로 심장이 쿵쿵 뛰었다. 식은땀도 절로 났다.강재혁이 이곳까지 찾아올 수 있을까? 아니, 강재혁이 올 때까지 이곳에서 버틸 수 있을까?이와 같은 질문들이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쳤다.하지만 답은 알 수 없었고 문채아는 그저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움직이는 과정에서 두 손이 피가 흥건하게 흘러나올 만큼 다 까졌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멈출 수 없었다.그녀에게 남겨진 시간은 얼마 없었으니까.그렇게 얼마나 기어갔을까, 뒤편에서 분노에 찬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뭐야! 이년 어디 갔어?!”남자는 무서운 얼굴로 차 문을 쾅 닫은 후 곧바로 문채아를 찾기 위해 움직였다.문채아는 깜짝 놀라 빠르게 움직이다가 그만 바로 옆에 있는 바위에 허리가 부딪치고 말았다.“윽...”뼈가 부서지시기라도 한 것처럼 아파 좀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하지만 이대로 계속 누워있으면 몇 분도 안 돼 금방 남자에게 잡혀 죽임을 당할 게 분명했다.문채아는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며 이를 꽉 깨물었다. 살고자 하는 의지가 불타오르니 두려움도 서서히 사라지는 것 같았다.그래서 주먹을 말아쥐고 열심히 움직여 절벽 쪽으로 향했다. 그러다 가파른 낭떠러지가 보일 때쯤 드디어 멈췄다.혼자 힘으로 살인을 업으로 하는 성인 남자를 상대한다는 건 누가 봐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약물 때문에 힘이 다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으니까.그러니 살려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수밖에 없었다.만약 남자가 이곳으로까지 쫓아온다면 이 절벽은 그녀가 그나마 반격할 수 있는 장소였다.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한번 돌린 문채아는 절벽 옆에 있는 단단하고 튼실한 덩굴을 꽉 말아쥐었다. 작은 가시 때문에 손바닥이 미친 듯이 찔리고 있었지만 문채아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건지 계속해서 손목에 덩굴을 감을 뿐이었다.그렇게 어느 정도 감았을 때, 남자가 절벽 쪽으로 올라왔다. 남자와 눈이 딱하고 마주쳤다.흐릿한 관상을 가진 남자였다. 기억에 전혀 없는, 초면인 남자였다.잔뜩 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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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2화

“와, 이년이 도발을 하네?”문채아의 말에 자존심이라도 상한 건지 남자가 기가 막힌다는 듯 웃으며 눈을 번뜩였다. 하긴 기껏해야 도망치는 것밖에 하지 못하는 토끼 같은 여자가 갑자기 절벽 끝에 서서 도발을 해왔으니 남자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만도 했다.“서 있는 것도 제대로 못 하면서 왜 내 심기를 건드리지? 혹시 빨리 죽고 싶어서 그래? 좋아, 그렇게도 죽고 싶다면 원하는 대로 죽여줄게!”남자는 말을 마치자마자 곧장 문채아 쪽으로 달려갔다. 문채아를 절벽 아래로 확 밀어버릴 생각인 듯했다.문채아는 무섭게 달려든 남자를 보고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모든 준비를 끝낸 상태였으니까.문채아는 남자가 손을 뻗기 전에 덩굴을 꽉 잡고는 달려드는 남자의 외투 앞섬을 잡았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남자는 몸이 붕 뜨는 것을 느끼며 눈을 커다랗게 떴다.“이 미친년이 미쳤어? 너 죽고 나 죽자 이거야?!”남자가 소리를 지르며 문채아를 향해 외쳤다.이에 문채아는 차가운 얼굴로 입꼬리를 말아 올리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아니, 나는 죽을 생각 없어. 죽는 건 너야!”그녀는 무사히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뭣...!”문채아는 남자가 뭐라 얘기하기도 전에 있는 힘껏 절벽 쪽으로 남자를 밀었다. 남자는 몸이 점점 더 뒤로 쏠린 뒤에야 문채아의 의도를 눈치챘다.여자라고 우습게 보고 그대로 전력을 다해 절벽 쪽으로 뛰어온 것이 패착이었다.문채아가 남자의 멱살을 놓아주자 남자의 몸은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던져졌다. 하지만 추락하기 전 남자는 마지막 발악으로 손을 힘껏 뻗어 문채아의 옷을 잡았다.하지만 고작 옷 따위가 성인 남자의 힘을 받아낼 수는 없었고 그렇게 옷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뜯겨나갔다.“아아악!!”그리고 남자 역시 공포와 두려움에 가득 찬 얼굴로 그렇게 아래로 떨어져 버렸다. 무언가에 부딪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남자를 무사히 처리한 문채아는 연신 거친 숨만 내뱉었다.원래 계획대로면 발이 땅에 닿은 채로 남자만 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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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이쯤 되니 문채아도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울고 싶지 않은데 눈가가 빨개지며 자꾸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꼭 마지막을 감지하기라도 한 것처럼 온몸이 무력감이라는 홍수에 금방이라도 잠겨버릴 것만 같았다.하지만 그런 상태인데도 손은 여전히 덩굴을 꽉 잡고 있었다.당장 눈앞이 까매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라도 살고 싶다는 마음은 계속해서 들었다. 절망적인 현 상황과 그와 상반되는 의지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었다.기세가 먼저 꺾이는 쪽이 지는 상황이었다.그때, 죽음 쪽에 힘이 실리듯 덩굴이 또다시 절벽 쪽으로 기울었다. 문채아는 아래로 떨어질 것 같은 불안감에 손을 벌벌 떨며 있는 힘껏 외쳤다.“강재혁!”목숨이 간당간당한 와중에도 생각나는 사람이라곤 강재혁밖에 없었다. 강재혁이 너무나도 보고 싶었다. 이 불안감을 한꺼번에 밀어낼 수 있도록 강재혁을 꽉 끌어안고 싶었다.‘왜 안 와... 나 여기 있는데 왜 안 와...!’피로 잔뜩 물든 문채아의 손이 서서히 아래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빠르게 다가와 그녀의 손을 덥석 낚아챘다.문채아는 단단한 촉감에 눈을 살포시 뜨고 머리 위를 쳐다보았다. 끝이 없는 어둠 속으로 한 줄기의 빛이 떨어진 듯했다.“재혁 씨...”문채아의 입에서 다시금 강재혁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절망과 무력감뿐이었던 아까와 달리 지금은 목소리에 안도감이 가득 차 있었다.강재혁이 정말 그녀를 구하러 나타나 줬다.문채아는 아마 모를 것이다. 강재혁이 어떤 심정으로 얼마나 큰 노력을 거쳐 인적 하나 없는 산속으로 와 절벽에 매달려 있는 그녀를 찾아냈는지...늘 여유를 잃지 않고 고고하기만 했던 남자가 지금은 머리도 옷도 잔뜩 헝클어진 채로 있었다. 두 눈은 꼭 피라도 물든 것처럼 무척이나 빨갰다.“채아야, 이제 괜찮아! 내가 너 꼭 구해줄 테니까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문채아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강재혁의 얼굴을 본 순간 남아있던 힘을 다 쏟아낸 채 기절해 버리고 말았으니까. 하지만 표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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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재혁 씨? 왜 그래요?”문채아는 배를 마사지하려 했던 손의 방향을 틀어 강재혁의 얼굴을 매만졌다. 그러고는 조금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왜 그래요? 혹시 내 몸에 무슨 안 좋은 상황이라도 생긴 거예요...?”힘이 쭉 빠지는 약물 때문에 기절하기도 했고 또 덩굴을 손에 감은 채 납치범과 싸우다 거의 5분을 절벽에 매달려 있기도 했어서 안 좋은 생각부터 들었다.게다가 그때는 정신도 몽롱했던 터라 다친 것도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으니까.그래서 문채아는 강재혁이 이런 표정인 것이 다 자기에게 무슨 큰 문제가 생겨서일 거라고 생각했다.강재혁은 문채아의 말에 고개를 젓고는 눈이 빨개진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채아 너 꼬박 하루를 누워있었어. 의사가 약물이 완전히 사라지려면 시간이 좀 걸려야 한 대. 에너지 소비도 비정상적으로 컸잖아. 하지만 걱정했던 것만큼 크게 문제 되는 점은 없다고 했어. 몸조리 잘하면 금방 다시 원래대로 건강해진대.”“그리고... 너 임신했대.”강재혁이 평정심을 찾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 그래서 문채아가 눈을 뜨자마자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눈이 빨개졌던 것이었다.문채아는 자신의 몸 상황에 관한 얘기를 듣고 있었을 때까지만 해도 조금 긴장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담담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임신이라는 얘기를 듣자마자 눈이 동그랗게 커져서는 순간 완전히 얼어붙어 버렸다.“뭐... 지금 뭐라고 했어요? 임신? 내가 임신했다고요?”“응, 네 뱃속에 우리 아기가 자리 잡았어.”강재혁은 문채아의 손을 꼭 잡은 채 덜덜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의사가 그러는데 이제 막 한 달 됐대. 아직 초기라서 그간 발견하지 못했던 거래.”문채아가 이상할 정도로 피곤해했던 것도, 감정에 기복이 조금 있었던 것도 다 임신 때문이었다.강재혁은 사실 그간 자기가 지나칠 정도로 매일 잠자리를 요구해서인 줄 알았다. 그게 아니라면 요즘 문채아에게 이런저런 일이 한꺼번에 너무 많이 생겨서 그런 건 줄 알았다.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뱃속에 새로운 생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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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화

강재혁은 문채아가 임신하기 전부터 만약 둘 사이에 아이가 생기면 문채아를 닮은 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었다.그래야 어릴 적 문채아와 더 일찍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랠 수 있고 딸을 작은 문채아로 여겨 어린 문채아에게 주고 싶었던 사랑을 마음껏 쏟아부으며 행복한 아기로 키울 수 있을 테니까.문채아는 강재혁과 생각이 달랐다. 강재혁은 배 속의 아이가 딸이길 원하는 것 같지만 그녀는 강재혁과 똑 닮은 남자아이였으면 했다.늘 강재혁의 유년 시절을 안타까워했던 만큼 아이를 어린 강재혁으로 여기며 꼭 강재혁에게 위로를 건네주듯 항상 옆에서 지켜주고 사랑해 주며 행복한 아이로 키우고 싶었으니까.문채아와 강재혁은 서로 다른 성별의 아이를 원하고 있었지만 그 이유는 놀랍도록 비슷했다.문채아는 아직은 평평한 배를 매만지다가 일단 지금은 아이가 생긴 기쁨을 마음껏 만끽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강재혁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딸이든 아들이든, 건강하게 세상 밖으로 나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응, 나도 그래. 그리고 채아 너도 아무런 문제 없이 무사히 아이를 낳았으면 좋겠어.”강재혁은 소원을 빌 듯 진지한 얼굴로 말하며 문채아의 이마에 뽀뽀했다.문채아는 그 말에 하하 웃었다.“괜찮을 거예요. 어제 그런 일을 겪고도 무사했잖아요. 분명 무사히 출산할 수 있을 거예요.”“응, 너는 분명 무사히 출산할 수 있을 거야.”강재혁은 확인하듯 문채아의 말을 그대로 따라 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살짝 떨구며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그러려면 내가 곁에서 잘 지켜줘야 하는데...”강재혁은 오늘로 벌써 두 번이나 문채아가 다친 모습을 보게 되었다.문채아가 24시간을 내리 잠만 자고 있었을 때 그는 마치 동상처럼 그녀 곁을 지키며 머릿속으로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무섭고도 잔인한 생각을 되뇌었다.문채아의 몸에 생채기를 낸 사람의 목을 자기 손으로 직접 따버리고 싶었다. 물론 문채아를 지키지 못했던 자기 자신도 말이다.문채아는 강재혁의 말에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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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네? 잠깐만요. 그게 무슨...”문채아의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어버렸다.불과 1분 전까지만 해도 터무니없는 꿈이었다며 실소를 터트렸는데 갑자기 문영란이 진짜로 죽어버렸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아버지가 억울하게 죽은 일로 문영란을 원망한 것도 맞고 그 벌로 제일 무거운 형을 바란 것도 맞다.솔직히 죽여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조금은 들었다.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갑자기 죽길 바랐던 건 아니었다.문채아는 순간 눈앞이 까매져 저도 모르게 옆으로 쓰러졌다. 다행히 그녀의 반응을 예상한 강재혁이 빠르게 움직여 그녀를 품에 안았다.문채아는 기절까지는 아니지만 기절이라도 한 것처럼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온몸이 큰 충격을 받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구치소 안에 갇혀있었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죽을 수 있어요...?”강재혁은 문채아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미세하게 떨리는 그녀의 몸을 진정시켰다.“너희 어머니는 원래 오늘 아침에 다른 곳으로 옮겨질 예정이었어. 즉, 어제가 구치소에서 지내는 마지막 날이었다는 소리야. 아무래도 그 소식을 전해 들은 누군가가 혼잡한 틈을 타 구치소 안으로 사람을 들여보낸 것 같아.”문영란은 힘이 별로 없는 중년 여성이었기에 누군가가 작정하고 덤벼들면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구치소 안은 도망칠 곳도 달리 없었으니까.그렇게 그녀는 범인을 잡을 수 있는 힌트가 될만한 것을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채 즉사해 버리고 말았다.그리고 문영란을 잔인하게 죽인 사람은 거의 99%로 문채아를 납치한 남자가 분명했다. 만약 문채아가 겁이 많은 여자였으면 아마 문영란처럼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버렸을 것이다.강재혁은 그 생각에 문채아를 조금 더 세게 끌어안았다.“너를 납치했던 남자의 시체는 경호원들이 절벽 아래서 찾아냈어. 얼굴과 지문을 토대로 신원을 조사해 봤지만 아무것도 알아낸 게 없었어. 언제든지 죽을 수 있는 상황에 놓인 사람이라 자기 자료를 미리 다 없애버린 것 같아.”일단 국내 데이터로 알아내지 못했다는 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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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알겠어. 같이 가. 내가 곁에 있을게. 가는 길에 몸이 불편하거나 하면 바로 얘기해.”“네, 알겠어요.”문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가기 전에 일단 옷부터 갈아입어. 감기 걸리면 안 되니까.”강재혁의 말이 끝나자마자 간호사가 외출복을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문채아는 환자복을 입은 채로 갈 수는 없어 간호사의 안내를 따라 화장실로 들어갔다.강재혁은 문채아가 화장실로 들어간 후 병실에서 나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너머로 걱정이 가득 어린 이무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형, 형수님은 좀 어때? 아기 상태는 괜찮아?”“응, 괜찮아. 채아도 아기도 아무 문제 없어.”강재혁은 간단하게 안부를 전한 뒤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30분 뒤에 채아랑 같이 그쪽에 도착할 것 같으니까 문영란의 시신이 보기 험하지 않게 손을 좀 써줘.”문영란은 문채아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기는 하지만 이미 죽은 사람이기에 적어도 멀쩡한 얼굴로 보내고 싶었다.물론 제일 중요하게는 문영란을 만난 문채아가 지나치게 잔인한 모습에 깜짝 놀라는 걸 원치 않아서지만 말이다.“안 그래도 전문가들을 불러서 잘린 목은 이미 꿰매 놓았어. 상처가 잘 가려지게 한 번 더 얘기해 둘 테니까 걱정하지 마. 형수님은 지금 임신 중이잖아. 나도 그 정도 눈치는 있어.”이무현이 말했다.“응, 고마워.”어두웠던 강재혁의 표정이 조금은 풀어졌다. 목소리도 한결 온화해졌다.“무현아, 요 며칠 나 때문에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수고가 많지? 일이 마무리되면 제대로 휴가 줄 테니까 조금만 더 고생해 줘.”“형, 안 어울리게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해. 나 형 동생이잖아. 그런 거로 너무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이무현은 그렇게 말하며 쑥스러운 듯 콧잔등을 쓱쓱 매만졌다. 그러다 하늘을 바라보고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그나저나 이제 9달 정도만 있으면 형도 아빠가 되네? 계속 솔로 상태인 형만 봐서 그런가,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어. 하지만 또 그만큼 나도 형처럼 즐거운 결혼생활을 즐기면서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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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이무현은 지금 말하자면 자처해서 상간남도 될 수 있는 상태였다. 주연우를 완전히 자기 아내로 둘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었다. 강재혁이 문채아를 쟁취했던 것처럼 말이다.이무현이 이런 마음을 먹게 된 건 다 강재혁 때문이었다.강재혁은 이무현이 자기를 잘 따라 한다고 여기고 있다는 것이 조금 언짢기는 했지만 그래도 동생이 이제는 솔직해진 것을 보니 기특해 핀잔 대신 도움 되는 말을 건넸다.“이무현, 주연우와 이무진과 관련된 일에서는 이무진 말을 백 퍼센트 신뢰할 필요 없으니까 네 형을 너무 믿지 마. 너도 잘 알겠지만 남자들은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서라면 생각보다 더 치졸해질 수 있어.”“응? 그게 무슨 말이야?”이무현은 단순한 편이고 또 가까운 사람들 말은 무조건 믿는 스타일이라 의심하는 법을 몰랐다.“혹시 무진이 형이 나한테 무슨 거짓말이라도 했어?”“그건 네가 직접 알아봐야지.”강재혁이 의미심장한 말투로 답했다.직접 얘기해 주는 것보다는 자기가 직접 알아보는 것이 관계를 정리하거나 일을 처리할 때 망설임이 없게 된다.강재혁은 얘기를 마친 후 휴대폰을 집어넣고는 다시 병실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문채아도 지금쯤이면 옷을 다 갈아입었을 테니까.그런데 안으로 들어가려고 손잡이를 잡으려던 그때, 문이 저절로 열렸다.강재혁은 저도 모르게 두어 걸음 뒷걸음쳤다가 안에서 나온 사람을 보고는 멈칫했다.문채아였다.문채아는 환자복이 아닌 핑크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녀와 매우 잘 어울리는 색이라 그런지 안색이 훨씬 좋아 보였다.그리고 전체적으로 마음이 절로 편안해지는 그런 따뜻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아무래도 임신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았다.강재혁은 한층 더 예뻐 보이는 문채아의 모습에 심장이 간질거리기도 하고 또 마음이 붕 떠오르기도 해 저도 모르게 문채아를 꽉 끌어안았다.“옷 갈아입을 때 뭐 불편한 점은 없었어? 상처가 쓸렸다든지.”문채아는 고개를 저으며 얼굴을 강재혁의 가슴팍에 묵었다.“불편한 점도 없었고 아픈 곳도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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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화

안쪽에는 박도윤과 박진성도 있었다. 예상 못 했던 얼굴은 아니었다.문영란이 생전에 제일 사랑했던 두 사람이었으니까. 박진성은 문영란의 시신 옆에 선 채 오버한다고 생각될 정도로 매우 슬퍼하는 표정을 지었다.반면 박도윤은 그와 달리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있었다.문채아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박도윤이 가면을 완전히 벗어던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꼭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진 사람처럼 박도윤은 느끼고 있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다 표현하고 있었다.그 증거로 오늘도 문채아를 보자마자 죽은 동태 같던 그의 눈이 순식간에 반짝였다. 꼭 어둠 한가운데서 빛이라도 본 것처럼 말이다.물론 강재혁을 보자마자 바로 다시 차가워졌지만 말이다.하지만 그러든 말든 문채아는 지금 박도윤 따위 보이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왔을 때부터 그녀의 시선은 온통 관 속에 누워있는 문영란에게만 쏠려 있었다.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신은 분명히 괜찮을 거라며 호언장담했던 사람이 나흘도 안 돼 영영 눈을 감아버렸다.다행인 건 꿈에서 봤던 것처럼 흉흉한 모습은 아니었다.전문가들의 손길로 목에 난 상처들이 옅어져 겉모습만 보면 그저 아주 깊은 잠이 든 사람 같았다.문채아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다만 심장에서 시작된 통증이 전신으로 퍼져 저도 모르게 주저앉으며 쓰러져버렸다.다행히 넘어지려던 그때, 강재혁이 발 빠르게 옆으로 다가와 그녀를 부축해 주었다.의외였던 건 박도윤도 거의 비슷한 속도로 다가왔다는 것이었다.박도윤은 문채아의 다리에 힘이 풀리자마자 아주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런데 문채아를 받아 들기도 전에 강재혁이 문채아를 덥석 품에 안아버렸다.그리고 문채아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강재혁에게 안겨 박도윤 쪽으로는 시선도 주지 않았다.그 모습에 박도윤의 눈동자에 어려있던 빛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박도윤은 차갑게 식은 얼굴로 강재혁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역시 강 대표님은 뭐든 빠르시네요. 아주 오래전 사건의 진상도 금방 밝혀내서 아주머니를 구치소에 수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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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0화

박도윤은 강재혁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추궁했다. 가면을 벗어던지고 나니 말하는 것도 거침이 없었다.강재혁은 얼굴이 무섭게 굳은 채 아무 말도 없이 그저 박도윤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그 눈빛을 본 박진성은 서둘러 둘 사이에 끼어들며 박도윤에게 소리를 질렀다.“도윤이 너,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강 대표가 채아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채아가 상처받을 짓을 할 리가 없잖아!”박도윤은 그 말에 안경을 밀어 올리며 피식 웃었다.“아버지 말대로 강 대표님은 채아를 사랑하니까요. 그래서 채아가 아주머니 때문에 상처받는 꼴을 보지 못한 거죠. 하지만 그렇다고 살인을 정당화할 수는 없어요. 상처의 근원을 처리했다고 채아가 행복해지는 건 아니니까요.”박도윤은 문채아에게 강재혁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그녀의 엄마도 손쉽게 죽일 수 있는 사람이니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강재혁에게서 멀어지기를 바랐다.강재혁은 계속되는 박도윤의 헛소리에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장례식장이라 웬만해서는 소동을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넘어가려고 했는데 마치 사실인 양 떠들고 있는 박도윤을 보고 있으니 이대로 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무서운 기운을 뿜으며 박도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그때, 웬 가녀린 손이 그의 팔을 잡았다.세게 움켜쥔 것도 아니고 그저 가볍게 쥐었을 뿐인데도 강재혁은 손길이 느껴지자마자 바로 움직임을 멈췄다.문채아는 강재혁을 제지한 후 그를 뒤로 보내고는 자신이 대신 나섰다.“우리 엄마 죽인 사람, 재혁 씨 아니야. 엄마가 살해당한 그날 새벽, 내가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구치소로 갔다가 살인범한테 납치돼서 하마터면 죽을 뻔했거든.”“만약 재혁 씨가 의뢰한 일이면 살인범은 나를 기절시킨 다음 생채기 하나 없이 곱게 재혁 씨 곁에 데려다줬겠지. 재혁 씨는 나를 사랑하니까. 그러니까 재혁 씨랑 나 사이를 이간질하려 해도 소용없어. 그리고 나, 재혁 씨 아이를 임신했어.”강재혁이 문채아를 지나치게 사랑하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원하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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