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현은 대답하지 않았다.일부러 주연우의 가방을 뒤져본 것은 아니다. 아무리 주연우가 이무현을 믿지 않고, 사람들 앞에서 이무현을 욕했다고 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여자의 가방이나 뒤지는 지질한 남자는 아니었으니까 말이다.새집에서 돌아온 이무현은 기분이 좋지 않아 방에서 맴돌면서 감정을 추스르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다가 실수로 소파 위에 놓인 주연우의 가방을 떨어뜨렸고, 가방 안에서 물건이 쏟아져서 우연히 발견하게 된 것이다.이무현은 순간 본인의 눈을 의심했다.하지만 오후 내내, 다섯 시간 동안, 이무현은 그 이혼 서류를 몇 번이고 들여다보았다.이미 사인한 주연우의 이름을 보면서, 이무현은 몇 번이고 사실을 부정했다.주연우가 한참 전부터 이무현을 떠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문채아와 강재혁 앞에서 주연우를 싫어한다고 한 것이 흥분해서 한 말이 아니라 진짜였다니.이무현은 씁쓸하게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무 오래 안 움직인 탓에 삐그덕대는 움직임이 마치 로봇 같았다. 녹슨 금속의 삐걱거림이 가슴 아프게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연우야, 내가 전에 잘못한 게 많은 건 맞지만... 최대한 너한테 보상해 주려고 하고 있어. 그런데 왜 나를 떠나려는 거야? 내가 귀찮고, 믿을 만하지 못하다고 하는데... 그게 정말 내 문제야, 아니면 네 마음속에 다른 남자가 있어서야? 우리 결혼한 지 이제 3년이야. 수많은 날을 보냈지만 이혼하자는 얘기 없었잖아. 하지만 형이 치료를 받고 귀국한 이 시기에 이혼이라니... 이게 정말 우연이야? 아니면 네 계획이야?”이무현은 주연우가 이무진을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원래는 강재혁처럼 천천히 주연우의 마음을 돌리려고 했지만 지금 모든 것이 거품이 되었다. 이무현은 주연우의 얼굴을 보면서 어두운 감정이 몰려왔다.천천히 주연우 앞으로 걸어간 이무현이 가볍게 웃고 말을 이었다.“연우야, 난 어릴 때부터 장난꾸러기였어서 재혁이 형처럼 부드럽고 성숙한 남자는 못될 것 같아.”“그, 그게 무슨 말이야?”주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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