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버튼을 누르자 전화기 너머로 안강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사모님은 괜찮으신 거예요?”사실 강재혁은 심영자가 전화 걸기 전까지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다 박진성이 다녀간 후 문채아의 컨디션이 확 안 좋아졌다는 얘기를 듣고는 곧바로 회의실에서 나와 집으로 달려갔다.안강훈은 강재혁이 문채아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잘 알고 있기에 마찬가지로 박진성에게 매우 화가 난 상태였다.“박 회장 그 인간은 약아 빠진 늙은이예요. 협력하겠다고 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바로 이렇게 사모님을 찾아가 이상한 소리나 하고. 이건 대표님의 각오를 시험하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에요!”“어떻게 사모님께서 임신 중인 걸 뻔히 알면서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죠? 대표님, 박 회장 이 인간은 믿지 않는 게 좋겠어요. 이건 절대 대표님을 위한 행동이 아닙니다.”강재혁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최근 들어 강재혁이 하루에 처리해야 하는 일이 말도 안 될 정도로 많아졌다는 것을 말이다.납치범을 찾는 일부터 오씨 일가가 감추고 있는 진실을 찾는 것, 그리고 강씨 가문의 내부 일을 해결하는 것까지, 강재혁은 요즘 마치 큰 산을 업은 것처럼 어깨가 무거웠다.게다가 며칠 전부터는 강재혁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오혜정이 마치 거머리처럼 매일 밤 전화를 해대는 탓에 한층 더 피곤한 상태였다.오혜정은 병원에서 나오지 못하는 대신 매일 밤 갖은 수단을 써서 강재혁에게 전화와 메시지를 보내고는 강재혁에게서 답장이나 콜백이 온 뒤에야 다시 얌전히 굴었다.그리고 강재혁은 매일 밤, 흑막의 이름을 알아내기 위해 오혜정의 집착을 꾹 참으며 그녀가 원하는 대로 어울려주다가 문채아를 품에 안고서야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혔다.그런데 가뜩이나 일이 많은 이때, 박진성이 멋대로 문채아를 찾아가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았다.안강훈은 강재혁의 곁에서 그가 얼마나 바삐 돌아치는지, 그것 때문에 얼굴이 얼마나 많이 야위었는지, 다 지켜보고 있었기에 좀처럼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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